국립발레단 홈페이지: http://www.korean-national-ballet.kr/ko/performance/view?id=14#Synopsis
예술의전당 홈페이지: https://www.sacticket.co.kr/SacHome/perform/detail?searchSeq=35147
* 발레는 종합예술이지만 시각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예술입니다. 앞으로 숙여서 관람하시게 되면 뒷사람들이 피해를 봅니다. 그러니 의자 등받이에 등을 붙이고 감상하는 것이 매너입니다. 또한 의자를 발로 차거나 휴대폰을 켜서 사용하거나 하는 것은 다른 사람의 감상에 심각한 피해를 줍니다. 휴대폰 불빛도 방해가 많이 되어요. 예당 안내방송이나 어셔분들의 반복적인 주의에도 불구하고 이런 매너를 지키지 않는 분들이 너무 많네요. 거기다 오늘은 공연 도중 사진까지... 사진은 공연이 끝난 후 커튼콜 때만 찍어주세요. 공연 중간중간의 사진은 위의 국립발레단 홈페이지에 가면 친절하고 완벽한 사진이 실려 있으니, 그 사진을 사용하시고요. 모자를 쓰고 공연을 보신다거나... -_- 공연 중 계속 옆사람과 이야기하는 행위도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줍니다. 다같이 즐기러 간 공연에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도록 합시다. 요즘은 어린이 관객들보다 어른 관객의 매너가 더 없는 것 같아요. 제발 부탁드립니다. *
두둥! 하고 2017 발레 <호두까기 인형> 시즌이 시작되었다. 두근두근. 가슴이 설렌다. 어떤 무용수께서 어떤 공연을 해주실까. 내가 표를 예매하는 것은 적게는 두 달에서 많게는 넉 달 전에 이루어지는 일이다. 해서, 언제 어떤 무용수께서 어떤 역을 맡게 되실지 아직 모르는 상태에서 예매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물론 내가 의도치 않았던 새로운 무용수분들의 무대를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내가 기대한 무용수분들의 춤을 보고 싶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그런데 이번에 나의 선택은 참... 음. 좋긴 하다. 그래도 내가 보고픈 커플은 거의 보는 편이다. 그런데 김지영 님이... 두 번 공연인데 두 번이 다 비켜갔다. 게다가 전 공연 거의 매진. 김지영 님 공연분은 표를 구하려야 구할 수가 없었다. 그저께 간신히 별로 안 좋은 좌석 하나가 나서 덥썩하고 물었는데, 아...! 내가 국립 공연을 여섯 회 예매했는데, 그 안에 김지영 님 공연이 없었다니! 하긴 내가 티켓팅을 잘못한 건 맞다. 보통 토요일 저녁 공연을 꼭 예매하는데, 이번에 첫토요일 저녁 공연을 예매하지 않았더니 그 때가 김지영 님이셨다. 결과적으로 이번 국립 공연만 7회 감상 되시겠습니다. 나야 행복한 일인데 하필 연말이고 하필 모임도 많고 그렇다고 일이 줄어들진 않고 여기저기 대형전시도 펑펑 터지고 있고, 게다가... 유니버설의 <호두까기>도 네 번이다!! 미쳤어... -_ㅠ 하지만 김지영 님의 공연을 놓칠 수가 없어서ㅡ그런데 표는 단 한 장 밖에 나는 게 없어서ㅡ 크리스마스날 저녁에 혼자서... 4층 그것도 A블럭... 16번 좌석 시야제한석에 겨우 앉아서 보게 되었다될 것 같다. 시야제한석이라도 노려 볼까 했는데, 국립 홈피 보니 이번 <호두까기>는 시야제한석 판매 공지가 안 떠서그것도 안 되겠어. ㅜㅠ 크리스마스 저녁은 김지영 마리와 함께♥ 근데 그것도 좋군요!♬
초록색은 오늘 보아서 좋다고 느꼈던 분들. 노란색은 내가 가게 될 공연에서 기대하는 분들. 이영철 님 참... 나를 요리조리 피해서 공연하셔서는. -_- 22일 금요일엔 3층에서 오페라글래스 빌려다 이영철 님 보고야 말 테다!ㅡ그래서 핑크 하나 더 찍혔습니다. 오페라글래스가 있으면 자꾸 글래스를 들여다보게 되어서 전체 몸의 동작과 선을 감상할 수 없어서 어지간하면 빌리지 않으려 했는데, 이영철 님을 콕, 짚어서 보기 위해선 빌려야겠습니다. 그리고 변성완 님도 열심히 찾아서 감상해야지. 이거 무슨 관음증도 아니고. ㅠ
16일 낮공연 시간을 못 맞추어 5분이 늦었다. 그랬더니 잠시 기다리다 A블럭 끝쪽의 여유분좌석으로 우선 안내해 주셨다. 담엔 늦지 말아야지. ㅜㅠ 여유좌석은 시야제한이 좀 많은 좌석이어서 판매하지 않았다가 늦게 오는 사람들을 인터미션 때까지 잠시 앉아서 볼 수 있는 좌석으로 배려하는 것 같았다. 역시 예당! 늦게 갔기에 이렇게 넣어 주신 것 만으로도 감사했지만 A블럭이기에 군무는 버렸군! 하고 포기하고 있었다. 예전에 B블럭에 가까운 C블럭을 샀다가 바로 전날 B블럭에서 보았던 멋진 군무가 사선으로 망가지는 것을 본 후로 나는 군무를 위해 B블럭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야...! 국립 코르 드 발레, 멋졌다! 오늘 A블럭에서 본 것은 큰 수확이었다. 사선으로까지 기막히게 맞는 칼군무를 보며 마린스키, 볼쇼이 다 데리고 와! 맞짱 뜨자! 싶은 심정이 되어 버렸거든ㅡ은 내가 맞짱을 왜...;; 아, 암튼, 뭐, 군무는 좀 있다 이어서 쓰기로 하자.
김예리 어린 마리: 앉자마자 마리의 춤을 보았는데, 한눈에 어어...?? 싶었다. 뭐지? 저 깨끗한 선은? 거기다 왼발의 어여쁜 고는 어째서 그 나이에 벌써...?? 발레리나 발등의 볼록한 고는 타고난 것도 있겠지만 엄청난 연습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고가 좋을 수록 발끝으로 서서 균형 잡기에 좋은 것으로 알고. 그런데 아직 어린 나이인데도 왼쪽 발등이 예쁘게 볼록해서 깜짝 놀랐다. 무엇보다도 선이 너무 착해.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동작. 뭐지...? 싶어서 일행을 보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마리, 어른이야? 어린이 무용수인데 왜 저렇게 잘해?" 하며 두 눈을 휘둥그리며 속닥. 그래서 다음에 내가 가는 공연에서 김예리 어린 마리 마다 노란점을 콕콕 찍어 두었다. 다시 보아야지. 뭐랄까, 이전의 마리들은 예쁘고 발랄했지만 좀 성격이 있어 보이는 것? 같았다면, 김예리 어린 마리는 좀 누구 같달까... 김지영 님 같은 모습도 있고... 바르고 착하고 맘 여리고 품위있게 잘 교육 받고 자란 귀족 소녀 같아 보였다. 동작도 사뿐하고 드로셀마이어의 어깨에 얹힐 때는 훌쩍 가볍고.ㅡ이야, 아직 어리니까 더 가볍긴 하겠지만, 그 오르고 내리는 선도 참 곱고 예뻤다. 앞으로도 기대합니다!
송정빈 드로셀마이어: 길쭉길쭉, 기품있는 동작. 익살스럽기 보다는 비밀스러우면서도 진지해 보였는데, 다음 공연 때 다시 감상해 보아야겠다.
천정민 할리퀸: 1막에 나오는 할리퀸과 콜롬빈은 언제나 좀 속상한 배역이다. 너무 일찍 등장하기 때문에 어마어마한 기술에도 불구하고 아직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가 달구어지지 않아서 충분한 호응을 늘 받지 못한다. 천정민 할리퀸은 점프의 높이야... 4층이라 감상하기 힘들었지만, 회전이 아주 깨끗하고 힘차고 좋았다. 박수치고 싶었는데 아직 내 박수도 가동되지 않은 때였어서 미안해요.;;
이수희 생쥐왕: 이 생쥐왕과 생쥐들의 역할이 의외로 중요하다. 매년 보았을 때 이 부분을 독특하게 소화하시는 분들이 등장하면 개그가 터져서 관객들이 쓰러진다. 그렇다고 무용수분들께서 개그욕심에 함몰되면 곤란하겠지만... 관객이 즐거운 포인트여서는. 오늘 이수희 생쥐왕이 쨔잔! 하고 등장했는데, 바로 코앞에 송정빈 드로셀마이어가 떠억, 하니 버티고 섰다. 아니, 놀라라고 크앍! 하고 등장한 것인데 꼿꼿히 서서는 고개를 들고 '그래서 뭐?'라는 듯 생쥐왕을 빤히 쳐다보던 드로셀마이어에 난 또 쓰러졌다. 근데... 이영철 드로셀마이어였더라면 거기서 생쥐왕의 머리를 한 대 꽁, 쥐어 박는 애드립을 내셨을 것 같단 생각이 살짝 스치긴 했다. 이영철 생쥐왕이었더라도... 으흐흐 정말 재밌었을 텐데. 이번에 이영철 님은 왈츠 솔리스트에 나오신다는데, 잘 모르는 배역이어서 이영철 님 찾으려고 오페라글래스 대여하려고. 아, 암튼, 이수희 생쥐왕과 생쥐분들이 군데군데 개그를 잘 이끌어주셨어서 재미나게 보았다.
박슬기 마리: 그리고는 타다! 하고 등장한 박슬기 아가씨 마리. 단번에 박슬기 님인 줄 알았다. 등장할 때의 그 사뿐함. 낭창함. 음. 김예리 어린 마리와는 이미지가 달랐는데, 그래도 박슬기 님 특유의 맑음이 돋보였다. 근데 박슬기 님은 갈수록 더 가벼워지신다? 사람이 점점 옅어지고 투명해지면서 가벼워지고 있다. 그러면서 이상하게도 요염하신데... 그 맑음과 요염함이라는 모순된 특징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어서 그 어떤 무용수와도 구별되는 박슬기 님 특유의 분위기를 낸다. 묘사할 표현을 찾아 보자. 그러니까, 맑다. 투명하다. 가볍다. 요염하다. 묘하다. 예쁘다. 낭창낭창하다. 이 모두를 조합하니 떠오르는 건... 비누방울! 말이 비누방울이지 물방울이라 표현하고 싶은 건데, 오묘한 무지개색을 빛내면서 투명하고 가볍고 유연하게 하늘을 떠다니는 건 비누방울이겠다. 요컨대 박슬기 님의 이미지는 그 특유의 맑음과 유연함 때문에 아무래도 맑은 액체와 연관되는 것 같다. 자신감 있고 확실한 동작. 90도 180도 깨끗한 선. 공중에 머무르는 오랜 시간. 빠르면서도 흔들림 없는 회전. 손끝 하나 그냥 스치는 법 없이 야무지고 부드러운 동작. 감상하기에 참 즐거운 발레리나다, 박슬기 님은. 감상할 구석이 너무 많아!
이재우 호두왕자: 음... 뭐, 일단 길이로 말하는 이재우 님. 팔을 뻗으면ㅡ과장 좀 더해서ㅡ무대가 팔 안에 감싸 안기고, 다리를 뻗으면 무대가 시원하게 쪼개지고, 뭐 그런. ㅋㅋ 이재우 매니아 눈에는 어쩔 수 없는 겁니다. 등장 자체가 마법인 분이에요. 2막 솔로에서 점프... 아... 4층... ㅠ 4층에선 점프의 높이를 가늠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이재우 님의 경우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높으리라 예상할 수 있었던 것이, 가뜩이나 큰 사람이 살짝 더 크게 느껴졌거든. 하지만 이재우 님에 관한 내 말은 한 귀로 듣고 넘기기로 합시다. 마구 과장하고픈 이 욕구를 주체할 수가 없어요! 하지만 회전의 깨끗함은 확신할 수 있다. 삽십 몇 회전이었나... 흔들림 없이 멋드러지게 척! 하고 해내시던 회전. 근사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박슬기 마리에게 살짝 묻히신 건 어쩔 수 없어요. 오늘 박슬기 님은 넘 가볍고 아름다우셔서는. 아 참, 일행의 평으론 이재우 님도 갈수록 가벼워지고 계신 느낌이라 한다. 그러게. 그 키에 저런 가벼움은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이재우 드로셀마이어도 재미날 것 같은데... 언제드라... 21과 25일! 기대합니다.
박예은B 스페인 인형: 역시... 오늘 공연은 캐스팅을 볼 시간도 없이 들어갔었다. 이재우 님이나 박슬기 님이야 뭐... 몰라보려야 몰라보기 힘든 분들이시지만, 다른 분들은 전혀 모른 상태였다. 거기다 4층이어서ㅡ는 아랫층이었어도 얼굴에 집중하진 않지만ㅡ누가 누군지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그 상태에서 여성 스페인 인형의 춤이 눈에 들어왔다. 빠르고 정확한 회전에 눈이 깔끔깔끔해지던 기분. 선도 깨끗하시고.
김성은 인도 인형: 인도 인형은 처음 보았을 땐 별 감흥이 없는 파트였더랬다. 그런데 해가 거듭할수록 인도 인형의 춤이 꽤 고난도의 춤이란 생각이 자꾸 든다. 집중력, 균형감각, 엄청난 유연성을 필요로 하는 춤. 김성은 님의 유연성은 놀라웠다. 양쪽 다리가 모두 선 채로 180도로 올라가서 귀 옆에 붙다니. 사람입니까... 아니죠, 인형이시죠.;;
강효형 러시아 인형: 강효형 님이셨구나! 강효형 님 춤이 이런 것이었구나. 집에 와서 캐스팅을 뒤져 보고는 깜짝 놀랐다. <허난설헌> 안무를 멋지게 하신 찬란한 안무가 강효형 님. 안무가 워낙 좋아서 춤은 그리 기대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데... 일단 여성 러시아 인형은 머리 장식이 워낙 독특하게 눈에 띄어서 춤을 잘 추면 그 효과가 확 사는 반면 춤을 잘 못 추면 굼떠 보이게 되는, 생각해 보면 까다로운 배역인 것 같다. 그런데 강효형 님이 등장하자마자 처음 준비자세의 팔동작에서부터 에너지가 폼폼, 시동을 걸더니, 춤을 추기 시작하니 여기저기 에너에너지가 팡팡 터졌다. 빠르고 깔끔한 회전은 머리장식의 화려함을 극대화시키고, 시종일관 힘찬 발랄함을 뽐내주신 덕분에 관객들의 박수를 많이 받으셨지. 나 역시 환호하며 신나게 박수를 칠 수 있었다. 이런 춤을 추시는 분이었군요. 신났어요♥.
프랑스 인형이 신승원 님이셨네... 그런데 내가... 프랑스 인형 춤 때 잠시 안드로메다로 딴 생각하러 다녀오는 바람에 춤을 감상할 수가 없었다. 그러게 왜 하필 그 타이밍에 다녀와서는. ㅠ 우아하고 도도한 프랑스 인형을 어떻게 추셨는지를 눈 앞에 두고 놓쳤으니, 내가 왜 그랬을까. 아마 아침에 꾸었던 기분 안 좋은 꿈이 그 순간 스쳤던 것 같다. 23일 25일이 신승원 프랑스 인형이네. 그땐 제대로 보아야지.
그 외 다른 분들은... 사실 두세 명까진 따로 감상할 수 있는데, 그 외 분들은 따로 감상하기엔 아직 나의 내공이 너무 부족하다.
그리고 코르 드 발레. 음. 코르 드 발레에 있어선 일행과 나의 의견이 그동안 좀 갈렸더랬다. 일행은 무용수분들의 거의 비슷한 신체조건으로 인해 국립의 코르 드 발레가 눈에 더 편하다는 의견을 늘 고수했더랬다. 나는 물론 국립의 코르 드 발레를 좋아하지만서도, 그동안 유니버설의 짜릿한 칼군무를 살짝 더 좋아했더랬다. 이번에 두 발레단의 같은 공연을 보게 될 테니 코르 드 발레 감상의 즐거움은 두 배가 되겠지. 암튼, 이번 국립의 코르 드 발레는 뭐랄까, 좀 달랐다. 쉼 없이 움직이는 동작들 속에 옆에서 바라 본 사선의 줄까지 한 동작 한 동작 거의 일치한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뭐지...? 너무 잘하시는데! 특히 내가 가장 좋아하는 눈송이 군무.
이것입니다. 이 장면이 눈송이 군무예요. 이 부분의 코르 드 발레에 전율이 일었다. 이 정도면 지난 달 보았던 마린스키랑 붙어도 해볼 만 하겠어!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마린스키는 모든 무용수가 안정되었다는 느낌이 강했더럤다. 기본기 탄탄이 한눈에 보였고, 그러면서도 신체조건에 비해 동작이 가벼웠던 것이 신기했던, 멋진 코르 드 발레였다. 그런데 확실히... 확실히 우리 국립과 유니버설의 무용수분들이 훨씬 가볍다. 지난 번에도 말했듯 가볍게 추시는 게 아니라 그냥 가볍다. 그래서 이 눈송이 군무에서 그 가벼운 눈송이 하나하나가 바람에 이리 폴... 저리 폴... 하는 느낌. 너무나 가볍고 깨끗하고 사랑스런 눈송이들이 자유분방하게 흩날리다가도 칼군무로 행과 열을 맞추니, 보는 내 마음이 청량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는 꽃의 왈츠의 우아함이란. 오늘의 주인공은 코르 드 발레였다. 10만점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군무. 최고입니다!
길쭉길쭉한 팔다리, 아름다운 박슬기 님.
빛이 난다, 빛이 나.
이 사진은... 이재우 님의 다리를 보여주려고. 저 큰 무대를 가로지르는 데 몇 걸음 안 걸린다. ㅋ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모처럼 좋아하는 사람들과 발레를 보았다. yk씨야 함께 본 적이 있었지만, jh씨나 dh씨는 이번에 처음 보는 것이었는데, 다들 즐거워해 주셔서 기뻤다. 오랜만이다. yk씨, jh씨와 함께 하는 자리. 역시 나는 그 두 사람과 함께 있을 때 편안하게 느끼는 것 같어. 좋은 사람들과 좋은 공연을 함께 보는 것 만큼 기쁜 일도 흔치 않다.
오늘은 겹치는 부분도 있어서 지난 번 만큼 길게 쓰진 않겠고, 또 등장순서대로 쓰지도 않겠다. 그냥 편하게 쓰려고. 송정빈 드로셀마이어나 강효형 러시아 인형은 지난 번과 감상이 흡사하니 따로 언급하진 않는다. 강효형 러시아 인형이야 오늘도 에너지 뺨뺨하시는 바람에 박수갈채를 받으셨고. 즐겁고 흥겨웠습니다. 참, 천정민 중국인형은 점프가 높고 가벼우셨다.
김희현 생쥐왕: 키가 크시던데...? 그리고 음. 뭐랄까, 좀 어설픈 개그랄까. 난 계속 키득거리며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굉장히 열심히 마임을 하시고 또 재미나게 해주려고 하는 의욕이 넘쳐 보이시는데 뭔가 어설퍼.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웃었다. 2막에선 생쥐왕의 깨알연기 보며 웃느라 김기완 호두왕자의 회전을 놓쳤...
신승원 프랑스 인형: 오늘은 보았다. 정줄 잡고 보았어. 그리고는 감탄했다. 내가 지금까지 느껴온 신승원 님의 매력 또한 모순적인데, 강함과 가볍고 상큼한 모습이다. 그런데 박슬기 님의 맑음과 요염함이 동시에 공존한다면, 신승원 님의 강함과 상큼함은 각각 다른 캐릭터인 것 같다. 예를 들어 <잠미녀>의 오로라 공주일 때는 가볍고 발랄한 소녀의 모습을 상큼하게 소화하시나 하면, <허난설헌>의 허난설헌일 때는 절절하고 강렬한 마음을 지닌 강한 여성의 모습이다. <안나 카레니나>에서 돌리로 나오실 때는 그 강한 모습이 분노를 입어 변형된 느낌이고, 이렇게 <호두까기인형>의 프랑스 인형일 때는 가볍고 도도한 새침떼기 '인형'의 모습을 감쪽같이 해내신다. 강함과 상큼함이 동시에 표현된 캐릭터는 아직 못 보았지만ㅡ혹은 보았더라도 내가 그렇게 인식을 못한 것이겠지만ㅡ그 강함과 상큼함의 각각은 신승원 님의 것임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신기한 분이야... 가볍게 톡, 톡, 뛰시면서도 도도하고 우아하면서 상큼한 모습을 '파리지앵 인형답게' 보여주셨다. 그러니까, 신승원 님은 잔뜩 과장한 인형이 아니라, 오히려 '인형인 척 과장하는 건 촌스러운 일이야'라는 듯 세련된, 그러나 확실한 인형의 모습을 보여주셨어서 보기에 즐거웠다. 아 참, 그리고 신승원 님은 역시 참 가벼웠다. 마지막에 인형들 한 커플 한 커플씩 리프트를 할 때, 다른 분들도 몹시 가볍다 싶었는데, 신승원 님은 훌쩍, 올라가셔서 이야, 하고 신났다.
이유홍 프랑스 인형: 이유홍 님은 코르 드 발레이시네...? 몸이 예쁘시던데. 보통 커플의 안무가 같을 경우 아무래도 여성 무용수의 섬세한 동작에 좀 더 시선이 가게 되는 편이어서, 처음에는 이유홍 님의 춤은 거의 감상하지 못했다. 그런데 신승원 님을 보는 중에 언뜻 보이는 선이 깔끔하다 싶었는데, 뒷부분에서 보니까 점프도 높으시고 선이 좋다는 느낌이 들었다. 담번에 목요일에도 이유홍 님이시네. 그때 다시 보아야겠다.
김기완 호두왕자: 오늘 처음 발레를 본 dh씨는 김기완 님의 호두왕자가 아주 아름답고 멋지다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김기완 님의 선이 예쁘고 깔끔하지. 점프 높이도 훌쩍 좋으시고. 2막의 그랑 파 드 되 중 남자 솔로 부분에서 시원하게 점프하시는 모습에 내가 놀이기구를 탄 기분이 선득. 4층에서도 높이가 느껴졌을 정도로 멋진 점프였다. 근데 오늘 나는 김리회 님 감상에 집중하는 바람에 김기완 님은 상대적으로 감상하지 못했다.
김리회 마리: 드디어 김리회 마리. 음... 오늘 태어나 발레를 처음 본 사람은 김리회 님의 춤에서 딱히 느껴지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아름답고 예쁘신데, 김기완 호두왕자에게 묻히는 느낌이라고.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내 눈에는 김리회 님만 보이던데. 그래서 내가 답했다. "김리회 님의 춤은 감상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려요'라고. 초반만 해도 지난 <안나 카레니나>에서 보았던 김리회 님의 도도한 매력이 다시 사라지고 색깔이 없어져 버렸다고 느껴 당황했다. 그런데... 집중해서 보니 뭔가가 자꾸 시선을 끌었다. 그게 뭔가 했더니, 음. 왜 김리회 님의 춤이 '우아하다'고 하는지가 눈에 들어왔다. 박슬기 님이나 신승원 님도 당연히 우아하다. 그런데 각각의 우아함이 다르달까. 김리회 님의 우아함은 그냥 '우아함'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우아함인데,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타이밍'에서 오는 우아함이었다. 유심히 보았는데, 모든 동작의 타이밍이 미세하게 느리다. 그것이 딱 아름답고 품위있어 보일 만큼만 느리다. 그러면서 전체적으로 모든 동작에 있어 시간배분을 골고루 적절히 잘 하신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 부분에서 내가 타이밍으로 인한 우아함이라 느꼈던 것 같다. '느리다'해서 '느리다'로 이해하면 안 되는데, 왜냐하면 동작은 음악에 정확하게 맞기 때문이다. 다만 이건 정말 미세한 것이라 눈으로 다른 무용수분들의 같은 동작과 비교해 보아야만 알 것 같은데, 거 참, 너무 좋은데 말로 설명할 방법이 없네. 내 언어가 짧다. 답답... ㅜㅠ 그러한 타이밍으로 회전을 하실 때, 뭐랄까, 좀 감동스러웠다? 회전에서 감동을 먹다니.;; 회전 수가 많거나 빨라서 감동 받은 것이 아니라, 발을 이동하고 턴을 하시는 타이밍이 몹시 미묘해서, 유심히 지켜보다 전율이 살짝 돋았거든. 그래서 깨달았다. 이래서 내가 김리회 님의 매력을 그동안 찾아내기 힘들었던 거구나! 너무나 미세한 차이여서 한 번 보니까 계속 보이는데, 그 한 번을 찾아내는 것이 정말 힘들었거든. 이렇게 김리회 님 만의 아름다움과 우아함을 발견하고 나니 가슴이 두근거린다. 내가 오늘 발견한 것이 맞을까? 다음에도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을까? 어... 그런데 토요일 낮공연 마리시네. 난 토요일 저녁 공연 예매했는데. ㅜㅠ 아잇... 확인하니 아니나다를까 23일 2시는 전석매진이고. 속상하다. 김리회 마리를 한 번 더 보고 싶었는데. 목요일에 이유홍 님과 함께 프랑스 인형이신데, 그때 아... 이유홍 님도 감상해야 하는데, 김리회 님도 봐야겠고. 으엉.;;
오늘도 멋진 코르 드 발레. 오늘 처음 발레를 본 두 사람은 눈송이 군무에 녹았습니다. 그 누가 있어 국립의 눈송이 군무에 녹지 않을 수 있겠나!
그리고 왈츠 솔리스트 자리 알아 놓았다롱. 금요일 이영철 님 나오시면 오페라 글래스로 확인해야지.
발레는 그렇다. 다들 가고 싶어 하면서도 생소해하고 부끄러워하고, 그런데 막상 데려오면 어김없이 너무나 좋아한다. TV로, 동영상으로 보던 것과 완전히 다르다고. 보기 전엔 피곤하거나 낯설고 어색한 나머지 '보다가 잠들지도 모르겠다'며 걱정하던 사람들도, 막상 공연장에 데려다 놓으면 졸기는 커녕, 세 시간짜리 공연도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 라며 공통적으로 흥분하곤 한다. 이처럼 누구라도 데려다 놓으면 행복해하는 훌륭하고 멋지고 화려한 공연을 5천원, 2만원이라는 기적적인 가성비로 볼 수 있다니, 국립발레단과 예술의전당, 올해도 고맙고 사랑합니다♥
<마리 로랑생 특별전>을 보고서 이 공연을 보았더니 너무 피곤했다. 사랑하는 se와 함께 봤어서 그래도 기분이 더 좋긴 했지만 몸이 많이 피곤해... 금요일은 알렉산더 지라드전이나 알베르토 자코메티전을 보고 나서 발레를 보려고 했는데 안 되겠다. 이러단 공연과 전시 둘 다에 피해가 갈 수 있겠어. 피곤하니 짧게만.
김예리 어린 마리를 비롯한 감상이 중복되는 무용수분들은 생략하겠다. 다들 잘 하셨어요.
이재우 드로셀마이어: 드로셀마이어의 옷이 그런가 보다. 아주 말라 보이는 옷인데, 어찌나 길고 마르신지 원. 송정빈 드로셀마이어와는 당연히 좀 달랐다. 송정빈 드로셀마이어는 좀 익살스럽달까... 과장도 있으면서 어설픈 모양으로 아이들과 잘 소통하는 모습이었다면, 이재우 드로셀마이어는 좀 더 친근한 아저씨 같았달까. 실제로 드로셀마이어가 마리의 숙부이지 않나? 좀 더 친근하여 여유가 있는 모습이었다. 시종일관 어린 호두까기를 번쩍 안아 들고 다니시는 모양이, 정말로 아이를 귀여워하시는 것 같아 보여서 보기 좋았다. 그 긴 팔다리로 휘적휘적하시는데 어찌 마법이 안 튀어나오겠나. ㅋ
안우재 프릿츠: 프릿츠는 올 안우재 무용수이지? 첫 번째와 두 번째 보았을 때는 작은 얼굴, 긴 팔다리가 눈에 띄었더랬는데, 그 사이 부쩍 늘었다? 오늘은 훨씬 여유로웠고, 특히 호두까기 인형을 망가뜨린 직후 시치미 떼는 모습이 넘 말짱해서 관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그 외 생쥐군단 연기를 할 때도 여유롭게 익살스러웠고. 점프도 좋고. 기대가 되는 무용수입니다. 요즘 어린이 무용수까지 너무 잘 해요. 우리나라 발레 미래가 반짝반짝 빛난다.
전호진 할리퀸: 역시 그 시간대엔 아직 박수가 안 나오지. ㅜㅠ 하지만 회전 좋고 점프 좋으셨는데. 의상 때문인지 할리퀸만 보면 꼭 마쉬멜로우 인형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고난도의 동작들을 깔끔하게 잘 하셔서 끝난 후 박수 많이 받으셨다.
강동휘 생쥐왕: 강동휘 생쥐왕도 재밌었다. 오늘 전체적으로 개그 포텐이 터지셔서들 넘 재밌었어. 강동휘 님도 깨알연기를 잘 해주셨어서 자꾸자꾸 시선이 갔다.
아 참, 근데 생쥐 군단 중에 처음 등장했을 때 맨 왼쪽에서 웅크리고 계시던 분이 심상찮았다. 이름을 보니 할리퀸이셨던 전호진 님도 계시네. 혹시...? 암튼, 누구셨는지는 모르겠는데, 그 심상찮았던 분이 슬금슬금 앞으로 기어가시더니, 중앙에서는 호두왕자와 생쥐왕이 막 싸우고 있는데 두 발목을 붙여서 손으로 잡고는 팽이처럼 앉아서 혼자 정줄 놓고 빙글... 빙글... 빙글... 계속 돈다...??? 어? 뭐, 뭐지?;; 싶어 쳐다보다가 나도 모르게 계속 피식피식 웃었는데, 여기저기 그 분을 눈치챈 듯 피식 웃음이 터졌다. 처음 이 발레를 본 사람이라면 줄거리 따라가느라 바빠서 그런 디테일까지 포착하기 힘들 수도 있겠는데, 지난 두 번의 공연 때도 그랬나? 전혀 모르겠는데. 암튼, 오늘 그 생쥐분 때문에 개그 터져서 개인적으로 넘 재밌었다. 만에 하나 애드립이라면, 아니, 그런 애드립은 뭘 먹으면 나오는 걸까? 아 막 넘 귀여우시잖어.ㅠ ㅋㅋ
박슬기, 이영도 스페인 인형: 박슬기 님은 박슬기 님이지. 4층에서 보아도 박슬기 님은 박슬기 님이다. 동작을 보면 알아. 낭창낭창. 기민하고 빠를 땐 아주 빠른 동작과 회전. 딱 보면 매끈매끈하여 보는 눈이 미끄러질 정도다. 그 쾌감. 보는 즐거움. 스페인 인형은 화려하지. 그 화려함을 박슬기 님 만큼 잘 표현할 수 있는 분이 많지 않다. 특히 이번에 이영도 님과 호흡이 참 좋았는데, 두 분이서 함께 회전하며 춤을 추실 땐 소름이 도도돗, 돋았을 정도로 짜릿했다. 호흡이 딱딱 맞게 회전하셔서 사람들의 큰 박수를 받으셨지. 저, 환호했습니다~!
김성은 인도인형: 유연성이 아주... 어찌 양쪽 다리가 수직 180도로 찢어지지? 수평이 아닌 수직, 말이다. 몇 해 동안 <호두까기 인형>을 보고 있는데, 김성은 인도인형은 대각선 방향으로 수평 다리찢기 부분에서 내려가는 속도가 빠르지 않다. 음악에는 잘 맞지만 전체 내려가는 시간이 균일하게 배분되어 있어서 좀 더 우아하고 여유로워 보였다.
안효진, 천정민 중국인형: 안효진 님의 폴짝폴짝 잘게 나누어 뛰는 점프도 좋았다. 그런데 천정민 님... 드디어 내가 보고 싶었던 중국인형을 보았다! 매년 <호두까기인형>에선 중국인형에서 박수가 많이 터졌더랬다. 남성 무용수분의 높은 점프와 연속 공중 2회전이라는 엄청난 기술 때문인 건데, 올해엔 앞의 두 번 공연에서 별로 감흥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 21일 공연에서 역시...! 높디 높은 점프, 정확하고 안정된 회전. "이야~!" 하며 많은 박수가 터졌다. 그렇지. 이것이 중국인형을 보는 맛이지. 덕분에 신났습니다.
강효형 러시아 인형이야 뭐. 오늘도 에너지 뺨뺨뺨하셔서는 박수갈채를 받으셨고.
이유홍 프랑스 인형: 음... 이 분의 선이 자꾸 눈에 밟혔다. 몸의 선도 좋으시고 동작이 자꾸 눈에 들어오네. 딱히 잘은 모르겠는데, 왜지? 점프 높이 높으시고 깔끔하셔서인가? 뭐가 자꾸 궁금해지는 분이다. 토요일 공연인데, 아, 그땐 신승원 님 한테 또 꽂혀 있을 텐데.;;
코르 드 발레: 눈송이 군무의 아름다움이야 뭐. 그리고 꽃의 왈츠 역시 몹시 아름답습니다. 아무리 보아도 이 작품은 코르 드 발레가 주연이에요. 기적적인 군무, 다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제발 막공 때까지 다치지만 말아 주셔요.
많이 피곤한 날이었는데, 그래도 발레 보니까 좋네. 오늘 함께 한 일행은 지난 <안나 카레니나>때 데려와 처음 발레를 보았는데, <안나>가 좀 더 감정 몰입이 좋았던 반면, 이 전형적인 발레 <호두까기 인형>은 너무 아름답다며 인터미션과 커튼콜이 되자마자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냥 눈이 너무 아름다워져서는 세상의 더러움이 멀리 사라지고 천상의 아름다움 속에 푹 빠져 버리는 시간. 하나같이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라는 말들. 우리 국립과 예당이기에 가능한 일 아니겠습니까. 참 고마운 일이다, 이런 발레단과 무용수분들과 문화공간이 존재한다는 건. 발레 덕분에 소중한 사람들과 더욱 가까워지는 시간이 되고 있어요. 저렴한 좌석이라 해도 발레만 초대하면 다들 두 눈이 하트가 되어 버리거든. 고마워요, 국립 발레단과 예당.♥
어제 관객 매너 때문에 속상했더니, 오늘(22일) 매표소에 새로운 리플렛이 놓여 있었다. '예술의전당 관람 규칙' 리플렛. 조목조목 번호를 붙여 휴대폰을 끌 것과 사진 촬영 금지와 바른 자세 관람 등... 역시 예당! 관객의 답답한 것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예당이다. 뭘 해도 시원시원해.
그리고 오늘의 공연.... 잠만... 작업을 해야 하네.
안우재 프릿츠: 오늘은 심지어 더 좋아졌다. 동작 하나하나가 맛깔스러워졌달까. 점프도 깨끗하고. 맛을 '알고' 추는 것 같은 느낌에 두 눈이 휘둥그레. 모든 면이 여유로웠다. 그래서 보기에 넘 편하고 즐거웠어.
이수희 드로셀마이어: 음... 오늘은 전반적으로 여기저기 넘 재밌긴 했다. 그런데 이수희 드로셀마이어는... 참 재밌으시던데. 확실히 '익살스러운' 면이 있다. 아이들을, 관객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익살스러운 제스처를 취하시는 것이 있어. 그리고 앞으로ㅡ솔리스트시네ㅡ이 분을 눈여겨 볼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 표현력이 좋으시다. '잠깐 잠깐', '그러니까 여기서는~', '아니, 대체 뭘 말이냐!' 등, 이분의 동작 하나에 말풍선이 튀어 나와. 한 동작 한 동작에서 명백한 대사가 튀어나왔다. 심지어 발레 마임을 사용하지도 않으셨는데도 말이다. 보면서 신기했다. 아, 이젠 남은 공연 중 내가 가는 공연의 드로셀마이어는 없으시네. 아쉽. 익살스러우면서도 든든하고, 믿음직스럽고, 또 상냥하고 따뜻하고 세련되어서, 이 모든 느낌을 다 느끼게 해주신 이수희 드로셀마이어. 남은 일요일 저녁 공연은 제가 볼 수 없지만 덕분에 즐거웠어요. 좋은 춤과 연기 고맙습니다.
국립발레단의 문제는 이것이다. 거의 모든 무용수분들의 실력이 탄탄하다 보니 사실상 기교상의 문제가 없다는 점. 기본적으로 안정감은 깔고 시작한다는 거다. 이렇게 수준이 높을 때 중요한 건 개개인이 맡은 배역의 성격 표현인데. 기술이 갖추어졌지만 성격은 아직 강하게 잡히지 않은 분들이 있고, 기교와 성격이 다 잡힌 분들이 있다. 당연히 후자가 금방 눈에 들어오게 된다. 관객의 몰입도도 크게 끌어내게 되고. 말로 하기 쉬워서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지, 힘드시겠다.;; 국립 무용수분들의 기술은 다들 좋으셨다는 뜻입니다.
천정민 할리퀸: 깔끔한 동작. 칼로 잰 듯 맞춘 각. 그리고 시원한 점프와 힘차고 정확한 회전. 박수가 모자랐다. 아... 안타까운 배역. 정말 잘 하셨다. 천정민 님이 뛰시면 눈이 시원해집니다. 제발 무릎이나 발목 다치지 마셔요. 김지영 님 재활병원 이야기 들은 후로 무용수분들 고난도 기술 보면 기쁘고 좋은 만큼 걱정이 앞선다.
강동휘 생쥐왕: 아... 징차... 왜 이러시는 거예요들. 아니, 무용수분들이 개그맨보다 더 재밌으시면 어쩌란 거야. ㅋㅋ 오늘 생쥐군단 활약이 어마어마했는데, 강동휘 생쥐왕께서 선두에 서서 개그를 해주셨었다. 동작도 익살스럽고 시종일관 여유가 넘쳐나셔서 보는 입장에선 참 편했다. 오늘 개그의 하이라이트를 꼽자면 단연코! 목요일 공연에서 생쥐 혼자 정줄 놓고 빙글빙글 돌던 부분에서, 이제는 아예 생쥐 두 분이서 작정을 한 듯 옆으로 슬금슬금 떨어져 나간다? 무리 중 생쥐 한 분이 '야, 너희들 왜, 왜그래' 하는 듯 손을, 아니 앞발을 허우적. 그러더니... 따로 떨어져 나간 생쥐 두 분이서... 참참참 게임을 하시지 뭔가! 참참참! 퍽! 참참참! 퍼억! 참참참! 퍽!! 그 광경을 본 관객들이 넋이 빠져 키득대고 있는데, 호두왕자랑 눈싸움하던 생쥐왕이 화가 났다. 뒤돌아보더니 참참참 삼매경에 빠진 생쥐 머리를 퍽! 아니, 근데 그 분 좀 전에도 퍼억 하고 맞았단 말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관객석이 뒤집어졌다. 사실 무용수분들께 이런 개그를 요구해선 안 되는 건데 넘 귀여우신 걸 어떡해. 아프게 때리지 마시고 살살 해주셔요. 무용수분들의 몸은 소중하니까요. ㅋㅋ
그 뿐 아니었다. 강동휘 생쥐왕은 얼마나 몸을 아끼지 않으시는지, 1막에서 드로셀마이어에게 당했을 때 철푸덕, 하고 넘어지면서 뒷구르기를... 그러더니 2막에서 강동휘 생쥐왕이 호두왕자에게 당해서 끌려나갈 때 다들 생쥐왕을 받쳐들고 있는데 생쥐 한 분이서 꿇어 앉아 생쥐왕을 보며 빌고 있다...? 그러다니 기어서 나가시고. 아놔, 너무 웃었는데. ㅋㅋ난 개콘 보고도 별로 재미있다 여기는 코너가 거의 없는 사람인데, <호두까기인형> 발레를 보면서 미친 듯 웃고 있지 뭔가. 개콘 아니라 어떤 개그 프로그램보다 더 재밌어. 아닙니다. 아닙니다;; 무용수분들 개그 부담 가지실라.;;; 우아함 자체 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요.
근데 나는 코미디에 속하는 <말괄량이 길들이기>보다 <잠미녀>나 이 <호두까기 인형>이 훨씬 웃긴다. 내겐 이쪽의 개그가 더 개그스러워. 캐릭터에 대한 충실한 이해와 상상력이 더해져서 각각 무용수분들의 창의적이고 독특한 개그가 빛난다 할까.
민소정 스페인 인형: 가볍고 발랄한 모습이 경쾌했다.
전호진 중국인형: 점프의 높이가 높아 시원했다. 많은 박수를 받으셨죠.
강효형, 변성완 러시아 인형: 강효형 님은 왜 그렇게 귀여우신 겁니까. 내내 귀여워 미치는 줄. 그리고 변성완 님. 엄청난 에너지가 강효형 님께 밀리지 않으셨다! 두 분의 춤 때만 그러신 것이 아니라 등장하실 때부터 끝까지 밝고 활기찬 에너지가 뿜뿜하셔서 보면서 내 어깨가 다 들썩일 것만 같았다. 두 분 오늘 넘 귀엽고 사랑스러우셨어요. 에너자이저 러시아 인형 커플!
김리회, 허서명 프랑스 인형: 두 분 다 우아하셨다. 허서명 님은 점프 높이가 높고 깔끔하시던데, 그러고보니 기억이 났다. 맞어. 허서명 님 점프가 좋으셨지. 내내 우아하고 고상하신 두 분.
이영철 왈츠 솔리스트(남): 이영철 님을 보기 위해 일행 것까지 오페라글래스 두 개를 빌렸다. 그냥 하나 사고 말지...;;; 하지만 잘 빌렸다 생각한다. 아니 그렇게 머리를 딱 붙이고 나오실 줄이야.;; 모, 못알아 보겠어.;;; 생각했던 분장이 아니었어서 얼굴도 알아보기 힘들었고ㅡ는 내가 좀 안면인식을 잘 못하는 경향이 있긴 하다. 암튼, 근데 네 분의 왈츠 솔리스트께서 등장 직후 여성 무용수분들을 에스코트하며 들어가실 때 한 분이 유독 체셔캣처럼 웃는 분이 계셨다? 이영철 님 맞으시죠?ㅋ 역시 우리 이영철 낭만님. 무대를 벗어나실 때까지 파트너를 보며 다정하게 웃으시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어 버렸다. 그리고... 내가 이영철 님 덕분에 왈츠 솔리스트를 눈여겨 보게 되었는데, 네 분이 똑같은 높이와 박자로 춤을 추시는 모습이 주는 통일감이 유쾌했다. 네 분 커튼콜 때 환호성 지른 사람 저였습니다♥ 잘 보았어요! 이영철 님 보느라 주연분들 춤 조금 놓쳤... 그러면 안 되지 말입니다. ㅋ
아 참, 오늘 1막에서였나, 생쥐군단과 호두까기 병정들이 싸우는 부분의 군무가 멋지다는 걸ㅡ이제야ㅡ처음 깨달았다. 딱딱 들어맞는 절도 있는 남성군무의 매력이 물씬 났다.
박종석 호두왕자: 자세히 보지는 못했는데, 선이 좋으시단 생각을 했다. 선 좋고 회전 좋고 높이 좋고 연기 좋고. 그럼 다 좋은 거지! 전체적으로 기품있고 다정한 왕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참, 남성 무용수분들의 발등을 본 적은 없었는데, 박종석 님 발등의 고가 아름다워 놀랐다. 그러고 보니 남성 무용수분들도 토슈즈를 신으시는구나! 생각도 못했네. 뭔가 감동.
신승원 마리: 신승원 마리. 갈수록 신승원 님의 매력에 푹푹 빠지고 있는 게 느껴진다. 오늘 깨달은 신승원 님의 매력은 이것이다. 발끝이 예쁘다. 그리고 다리를 아름답게 쓰신다. 다른 분들에 비해 키가 살짝 작으신 편인 신승원 님을 보면서 마치 유니버설의 마밍처럼 팔다리를 길게 쓰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눈이 시원해져. 그런데 신승원 님은 다리를 예쁘게 사용하시는데, 묘하게 교차시키시는 모습 때문인지 다리를 움직이실 때면 훌쩍 길어 보이신다. 더 중요한 것은 발끝이다. 발끝을 예쁘장하게 쓰신다. 무슨 말인고 하니... 신승원 님의 프랑스 인형 때 도도하고 새초롬하다 느꼈던 것이 이번 마리 때도 느껴졌다. 똑같은 건 아니고 좀 다른데, 마리는 새초롬하다기 보단 음... 성격은 잘 모르겠지만 암튼 발끝이 쫀득쫀득하다?? 이, 이해가 될까.;;; 내 눈엔 그렇던데. 콕, 콕, 찍는데 이상하게 그게 찌르듯 따가운 게 아니라 사뿐하면서도 살짝 끝이 쫀득한 느낌이어서 그게 너무 예쁘다. 리프트를 하면 발끝이 끝까지 착, 하고 달라붙으며 모양을 만들어 그 발끝에 시선이 모이면서 몹시 세련되다는 느낌이 들고. 박슬기 님은 손끝이 야물딱지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신승원 님은 발끝이 예쁘장하다는 느낌이다. 가볍고 정확하고 안정되고 회전 좋고 리프트 상태에서 공중걸음하실 때는 아예 발을 땅에 닿지도 않으시는 듯한 느낌이었고. 마리에서는 성격이 잘은 보이지 않았지만 발끝이 야물고 예뻐서 그런 쪽으로 인상이 잡힐 수 있겠고. 대체 신승원 님의 매력은 어디까지란 말인가!
코르 드 발레: 눈송이춤이 시작되면 나도 모르게 체셔캣이 되어 있다. 입이 귀에 걸려서 내려올 줄을 몰라. 호르몬 검사를 했더라면 내 행복수치가 뺨뺨 올라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을 게다. 첫 눈송이 한 분이 나와서 나풀나풀 뛰어다니시기 시작하면 가슴이 두근두근. 그러면서 이리저리 추시다가 마지막 부분에 회오리치듯 겹겹이 반대 방향으로 휘몰아치면서 회전하다 자연스레 대열을 맞추는 부분이 되면 심장이 터질 것 같다. 너무 아름답습니다. 그 많은 분들이 어떻게 춤을 추면서 그토록 대열을 맞출 수 있을까. 매스게임에는 바닥표시가 정사각형으로 촘촘히 박혀 있지만, 무대에서는 넓은 수직선이 다인데 그 복잡한 춤을 쉴 새 없이 추고 계속해서 대열과 모양을 바꾸면서도 어째서 줄이 다 맞는 걸까. 그것은 그 많은 분들 모두의 점프 높이와 보폭과 팔 다리 목의 각도와 타이밍에 호흡까지 똑같다는 걸 의미한다. 거기다 군무는 눈송이춤만 있는 것이 아니다. 꽃의 왈츠의 그 우아함. 음악에 맞춰 아름다운 꽃봉오리들이 동시에 이리저리 똑같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얼마나 열심히 연습하셨을까 생각이 들곤 한다. 코르 드 발레.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발레를 좀 많이 본다 싶지만 생쥐군단을 보라고. 매일같이 달라지는데 어떻게 어제의 공연과 오늘의 공연이 같을 수 있는가. 금요일 공연 정말정말 재미있었습니다. 모두 수고 많으셨어요. 덕분에 행복합니다.
이날 너무 힘들었어서 후기를 쓰지 못했더니 시간이 지난 지금 감상이 좀 휘발되었다. 다음 후기들에 쓴 것도 겹치고. 해서 최대한 간단하게만 언급한다. 김예리 어린 마리를 비롯한 대부분 무용수분들의 훌륭한 춤에 대해서는 다른 날짜 후기에서 쓴 것과 동일하다. 천정민 님의 멋진 중국인형에 놀랐던 기억이 인상적이었고, 무엇보다 신승원 프랑스 인형의 사뿐하과 동작에 감동했던 것이 기억에 남아 있다. 또... 박예은B, 이영도 님의 스페인 인형의 호흡이 좋았던 것 같고. 아무래도 시간이 지나니까 다른 공연에의 감상과 뒤섞이네. ㅡㅜ 아쉽지만 이날 공연 감상은 이 정도로만. 다음부턴 그날그날 쓰기로.;;
매일같이 공연이 있다 보니 이젠 몸이 많이 피곤하다. 아직 31일까지 매일 공연이 남아 있는데... 내년엔 정말 공연 많이 줄여야겠다.;; 서평도 써야하는데.;;
캐스팅에서 왈츠남솔리스트 허서명, 정영재 님이 이동훈, 김명규A님으로 교체되었다. 어쩐지 허서명 님께서 프랑스남인형과 왈츠남솔리스트에 동시 출연하신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일행이 태클을 걸었더랬는데. 도플갱어도 아니시고. 하하.
24일 낮공연 캐스팅은 대단했다. 김지영 님과 신승원 님을 볼 수 없었던 건 서운했지만 그래도 별들의 축제였다. 그 중의 히어로는 이재우 님이다! 박슬기 님이 묻힌 건 처음이어서 일행과 둘이서 놀랐을 정도였다. 24일 공연 일행은 첫날 15일 공연을 같이 본 사람이었는데, 15일 낮공연이 24일 낮공연과 거의 비슷한 캐스팅이었어서, 그 사이 완전 달라진 이재우 님 때문에 둘은 멘붕 상태가 되었다. 그 며칠 동안 대체 우리의 이재우 님께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드로셀마이어를 연기하시다 스스로에게 마법을 거신 걸까 싶었을 정도로 이재우 님의 춤에 낭만이 장착되었다! 와아...!
유니버설 마밍 왕자의 중심 잡힌 기품이 멋지다면, 이재우 님이 낭만을 입자 그 기품과 우아함이 +200 되셨습니다. 지금까지의 이재우 님을 보면 우선은 그 길이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다가 높은 점프, 탄탄한 회전, 그리고 정직하고 바른 동작이 멋졌더랬다. 그런데 이제는 뭔가 매끈함과 노련함, 그리고 낭만이 더해진 느낌이었다. 이재우 님이 팔을 펼치면 손끝까지 다 펴질 때까지 한참이 걸리지. 그래서 할당된 음악 내내ㅡ어쩔 수 없는?ㅋㅡ동작이 이어져 몹시 우아해진다. 가뜩이나 긴 팔다리를 더욱 길게 사용하셔서는 동작이 끝나질 않아, 한참을 이어진다. 그 결과 우아함과 기품이 대폭 상승하여서 눈이 즐거웠다. 그 뿐인가. 두 눈은 마리를 향하면서 적재적소에서 안정되게 서포트하시는 모습도 보는 입장에서 편안했고, 한 손으로 엉덩이를 받치고 들어올려 공중부양 효과를 내는 장면도 훌쩍, 해내시는 든든한 모습. 그런데도 그 키에 믿을 수 없도록 가볍고 높고 깨끗한 점프. 다만 2막 그랑 파 드 되의 첫 남자 솔로 회전에선 음악이 좀 빨랐다. 보는 내가 당혹스러웠는데, 잘 해내셨지 말입니다. 안정감에 낭만이 더해졌으니 이제 이재우 왕자는 천하무적이 되는 일만 남은 건가! 첫공연 때는 박슬기 마리에 이재우 호두왕자가 묻혔더랬는데, 오늘은 이재우 호두왕자 완전 빛났습니다. 박수 짝짝짝!
엇... 이재우 호두왕자를 따로 표시 안 했네. 오늘은 그냥 이렇게 쓰기로.
이재우 님을 과장해서 묻혔다 한 거지 박슬기 님이 묻히는 게 가능하겠나. 묻어 봐야 반짝이시는 걸. 24일에는 오페라 글래스를 빌리지 않았어서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는데, 얼굴이 좀 다르신 듯 하여 박슬기 님이 아니신 줄 알았다. 그런데 그런 야무진 손끝은 박슬기 님이신 거지. 손끝까지 끝까지 우아하고 아름다운 춤. 매끈매끈 뽀드득한 춤. 그 안정감. 특히나 뻗은 팔과 다리가 45도 90도, 135도, 180도, 즐거웠어요. 딱 뻗은 다리가 수평이나 수직이 되면 묘한 쾌감이 생긴다. 왜일까? 안정되었다는 느낌 때문인 걸까. 한 순간도 손끝이나 발끝이 풀어지는 때가 없는 박슬기 님. 갈수록 더 가벼워지시는 것이 확실한데 아...! 보는 나는 짜릿하도록 즐거운데, 다이어트하느라 너무 힘드신 건 아닐지 걱정이 된다. 너무 굶지 마시고 부디 건강관리 잘 해주셔요. 소중한 무용수분들이 건강하게 오래오래 우리와 함께 하시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1막 눈송이 군무 중간에 호두왕자 리프트로 공중걷기 하시는 부분, 너무 가벼우셔서 날아다니시는 줄. 눈이 넘 즐거워 일행과 둘이서 눈빛을 주고 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 혼자 사시는 박슬기-이재우 커플은 황홀합니다.
김예리 어린 마리는 일행과 둘이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어떻게 어린 무용수인데 그렇게 안정적이지? 선이 깨끗해. 그리고 정직하다. 정석의 선을 보여주는 춤. 항상 몸이 수직으로 곧게 서 있고 발끝도 사뿐하다. 지금 그대로만 잘 성장해 주었으면 좋겠다.
민소정, 김명규B 악마 커플은 호흡이 좋았다. 참, 그게 문제인 건데, 이번 공연 보면서 의외로 혼성 2인무가 많이 힘들겠다 싶었다.
분명 남성과 여성은 신체 구조도 다르고 힘도, 강점과 약점도 다르다. 그런 남성과 여성이 같은 춤을 동시에 춘다면 어려움이 많겠지. 우선 여성은 가볍고 길이가 남성에 비해 짧은 만큼 빠른 회전이 가능하다. 힘과 기술, 신체 비율 등의 모든 조건이 같을 때 길이가 긴 사람일수록 공기의 저항을 더 받을 수 밖에 없지 않나.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이재우 님의 빠른 회전은 물리적 법칙을 거스른 혁신적인 재능이다ㅡ는 이 무슨 아부를.;; 오늘은 이재우 히어로 모드이니 봐 주도록 하자. 암튼, 그 뿐 아니라 남성의 힘이 더 강하다 보니 힘의 면에서 표현되는 것이 다르겠다. 그래서 혼성 2인무가 빠른 템포나 회전을 위주로 안무되었다면, 어지간해선 환호를 받기가 쉽지 않다. 회전하는 속도와 지점, 타이밍이 다 잘 맞는 것이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슬기, 이영도 스페인인형의 2인무가 그토록 짜릿하고 화려했던 것이었고. 1막의 악마춤도 그런 점에서 어지간해선 쾌감을 느끼는 것이 쉽지 않은데, 오늘 민소정 김명규B님의 호흡은 좋았다. 단순 회전이 아니라 팔 뻗어 옆구르기까지 있어서 맞추는 것이 여간 힘들지 않으셨을 텐데, 꽤 잘 맞아서 보기 좋았다.
이수희 생쥐왕. 그렇지. 이수희 님이지! 들어가기 전에 생쥐왕 배역은 못 보았다. 그래서 생쥐왕이 등장하자 누구시지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넘 귀여우신 거였다. 등장부터가 어흥! 무섭지! 나 생쥐왕이셩! 하는 느낌. 그러다 들어온 생쥐군단은 ㅋㅋ 문제는 늘 맨 왼쪽 생쥐분이시다. 오늘은 생쥐왕의 동작을 막 따라하다가 생쥐왕에게 꿀밤을 먹었다. 그런데 퍽! 소리가 넘 커서 헉, 싶었다. 괜찮으실까... 아프시겠던데. 설마 어제, 그저께 맞았던 그 분은 아니셨겠죠. ㅜㅠ ㅋㅋㅋ 보는 입장에선 재미났지만요.
일행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수희 님은 개그욕심이 있는 것 같다로 동의. 뭐랄까, 정말 열심히 하신달까. 너무너무 열심히 해주셔서 그 모습이 더 재미나고 웃겨서 즐거웠던 이수희 님의 춤이었다. 확실히 한 동작 한 동작에서 말풍선이 튀어나온단 말이야... 인터미션 때 생쥐왕이 이수희 님인 걸 보고는 무릎을 탁! 치고 갔... 이 아니고 감탄했습니다.
호두병정과 생쥐군단의 싸움에서 오늘 보았던 재미난 점은, 호두병정과 생쥐왕의 동작이었다. 둘은 같은 안무를 주고 받으며 싸우지만 동작의 표현이 다르다. 호두병정은 모든 춤이 정확한 각도로 단정하다면, 생쥐왕은 모든 동작이 좀 자유분방하달까. 손목도 잔뜩 앞으로 꺾고는 발도 훨씬 불량한? 자세로 안으로 둥글린다. 그런 모습의 대조를 보면서 또 새로운 즐거움을 느꼈는데, 참... 내가 이 <호두까기인형>을 이번에만 여섯 번 째 보는 건데도 그걸 이제야 깨닫다니. 아직 내공이 너무 부족하구나, 싶다. 덕분에 봐도 봐도 질리지 않지 말입니다. 이수희 생쥐왕의 정성 가득한 춤, 즐거웠다.
박예은B님과 박종석 님의 스페인 인형도 호흡 좋았다. 화려함이 주요 포인트이기에 이 춤에선 남성 무용수분이 아무래도 여성 무용수분의 가벼움과 속도를 따라가기 힘드셨을 텐데, 박종석 님께서 굉장히 열심히 해주신 것이 딱 보였다. 시원했어요.
한나래 인도인형. 멋진 비율과 아름다운 외모를 뽐내시는 한나래 님. 인도인형 춤에서 동작과 동작 사이의 연결이 자연스럽고 우아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마리에서 그 부분을 감상했으면 좋았을 걸 싶었다. 막공연에는 안 나오시네... ㅠ
전호진 중국인형. 오늘 아주 포텐 터지셨던. 그 높은 점프와 그 가볍고 정확한 공중 연속 2회전+1.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졌죠. 이겁니다. 발레 <호두까기인형> 중국인형의 매력이! 너무나 멋진 기술에 전호진 님의 관절이 걱정되었는데... 부디 건강관리 잘 해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제 강효형, 변성완 러샤인형을 이야기하도록 하자. 우리 강효형 님은 언제나 한여름 낮 햇살 같은 에너지 뺨뺨이 지치지도 않는 무한체력에너자이저임에 틀림없다. 그 엄청난 귀여움에 사람들의 많은 사람을 오늘도 받으셨지. 그런데 강효형 님의 수퍼울트라다이너소어에너지에 전혀 밀리지 않는 유일한 인형이 바로 변성완 에너자이저! 오늘 일행은 지난 <발레육성프로젝트>를 같이 보았기에 변성완 님에 대한 기대를 공유하는 사람이었는데, 지난 번 변성완 러샤인형 때는 다른 사람과 보았어서 이 일행은 볼 수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 변성완 님을 보고는 '역시...!'하며 기뻐했다. 사실 이 일행과 어제 토요일 공연도 같이 보았더랬는데, 그 공연에서 변성완 님은 악마로 나오셨다. 그때도 '춤이 힘차면서 거칠지 않고 부드럽다'는 평을 했었다. 그런데 오늘의 변성완 러샤인형은 그야 말로 에너에너하셔서는 강효형 님과 둘이서 그대로 지구를 폭파시켜 버리는 줄 알았다. 어디서 그런 에너지가 나온답니까. 뭐니뭐니해도 변성완 님은 시종일관 즐거워 보이셨다. 춤추는 것이 너무나 행복하고 좋은 것 처럼 있는 힘껏 춤을 추시고 또 즐거워하셔서 보는 우리의 마음이 더욱 즐거워졌다. <발레 육성 프로젝트>에서는 감성적이고 세련된 춤으로 인상 깊었는데, 이번 <호두까기>에서는 파워풀한 에너지와 즐거움으로 기억되는 분이다. 정말 잘 보았습니다.
허서명 프랑스 인형은 제자리 점프가 아무래도 독보적이실 듯 하다. 높이가 굉장히 높고 깨끗해서, 보는 눈이 상쾌해진다. 일행은 허서명 님의 우아함과 기품에 반한 듯 계속해서 칭찬이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 이영철 님. 오늘은 오페라 글래스를 빌리지 않았어서 자세히 볼 수 없었지만 그래도 찾아서 보았다. 파트너 무용수를 서포트할 때는 가려서 잘 보기 힘들었지만 한 동작 한 동작 열심열심 땀방울이 보이는 것 같은 기분은 나의 상상이었을까? 네 분이 동시에 점프하실 때 한 분이 너무 빠르거나 튀게 높이 뛰시면 통일감이 좀 덜한데, 오늘 네 분도 높이와 타이밍이 잘 맞아서 쾌감이 컸다. 개인적으로 이영철 님은 성격 연기가 일품이라 여기고 있기에, 개인적인 해석의 자유가 허용되는 배역으로 보고 싶은 욕심이 있지만, 이렇게 파 드 꺄트르... 가 되겠습니까? 4인무로 추시는 것도 든든함과 안정감에서 오는 쾌감이 있다. 수고 많으셨어요! 막공 때는 오페라 글래스 빌릴 거에요. 으흐.
코르 드 발레. 눈송이 춤에서 나는 녹았습니다. 오늘 코르 드 발레는 더 좋았던 것 같아. 자유분방하게 흩날리다 어느 순간 대열이 이루어져 있고 칼군무가 펼쳐지면 소오름이 돋. 넘 아름다워요. 그리고 꽃의 왈츠에서도 지그재그 앞으로 뛰어 나오며 춤추실 때 황홀하다.
25일 김지영 마리 막공연은... 1시간 전에 가서 시야제한석을 구입하려고 한다. 시야제한석에서 오페라 글래스로 볼 예정. 반드시 쟁취하겠습니다! 응원하며 기대할게요. 크리스마스 저녁은 김지영 마리와 함께.♥
어제 막공을 보면서 이 공연 보길 잘 했다는 생각을 몇 번 했는지 모른다. 그동안 공연을 보면서 첫날 A블럭에서 보았던 사선까지 일치하는 눈송이 군무의 쾌감이 자꾸 생각나서 이번에는 C블럭을 구매했다. 그런데... 모든 역사는 무대 오른쪽에서 일어난다는 사실을 깜빡했던 거여서 공연이 시작하자마자 후회했다. 담번에 A블럭과 C블럭 중 고민할 땐 A블럭으로 구입하기로. 좌석 선택 실패로 좀 속상하긴 했지만 그런 속상함일랑 모두 날려 버리는 훌륭한 공연이었다. 그리고 관객 매너도 좋았죠. 모든 관객의 호응이 크리스마스 공연 만 같다면 참 좋겠다. 환호와 박수가 잦고 많아서 무용수분들 포텐 여기저기서 터졌던 공연. 무용수분들도 관객들도 훌륭했습니다. 국립발레단과 함께 하는 크리스마스 파티에 온 기분이 들었다. 수고 많으셨어요.
김지영 마리: 김지영 마리의 전반 춤이 끝나고 일행과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이 공연을 보기를 정말 잘 했다. 여섯 번의 국립 호두까기를 보면서 참 즐거웠지만, 김지영 마리의 공연을 나는 보아야 했구나를 공연을 보면서 더 절실히 깨달았다. 그 안정감. 노련미. 정확한 동작의 쾌감. 김지영 님은 모든 선이 수직 수평 대각선의 정확한 각도를 자랑한다. 보는 눈이 정화되는 느낌. 가벼움, 살짝 느린 듯 정확하여 기막힌 박자 감각이 주는 우아함, 회전이건 동작이건 항상 수직을 유지하는 몸의 중심선이 주는 안정감과 정돈된 느낌. 손끝발끝의 세련된 마무리 등 다른 무용수분들의 장점 모두를 갖추고 있는 분. 충분하나 결코 과하지 않은 표현에서 나오는 기품. 거기다 김지영 님 만의 독보적인 여유로움과 노련미로 인해 보는 마음이 참...
그러니까 이런 느낌이었다. 다른 마리분들은 한 분 한 분 매력이 반짝반짝 빛나서 짜릿하다. 자신의 마리를 뽐내는 느낌. 관객은 그 멋진 마리에 진심 다해 박수를 보내게 된다. 근데 김지영 마리는 그냥 마리 그 자체다. 모든 것이 자연스럽고 안정되고 여유롭고 멋지고 다정해서, 내가 공연을 보러 간 것이 아니라 김지영 마리의 집에 초대 받아 간 것 같다. '우리 집에 잘 왔어요. 편안히 즐기셔요'라는 느낌. 1막 눈송이 춤 때의 공중 걷기에서는 한없이 가볍고 여유롭게 공중을 날아 다니사는가 하면, 회전을 해도 그 어떤 불안이 없다. 고난도 리프트 동작에서는 팔을 등 뒤로 뻗은 채 날아 버리셔서 사람들의 환호가 터졌고, 수직으로 다리를 올리면 180도가 주는 정확함과 경쾌함. <호두까기 인형>에서의 마리는 주연이지만 딱히 성격 표현이 없어선지 관객의 입장에서 그리 애착이 가는 배역은 아니다. 군무와 인형들 등 흥미를 끄는 다른 배역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지영 마리는 다른 그 어떤 배역도 줄 수 없는 '공연의 주인공'으로서의 다정함과 여유로움이 있었다. 하다못해 커튼콜 때까지 발레의 히로인인 여주인공으로서 박수를 한 몸에 받기 보단(그것이 당연한데도), 아역 호두까기를 세심히 챙기시는 여유를 보며 감탄했다. 김지영 마리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참 너무 행복했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무용수분들이 모두 등장하신 무대여서 마음이 행복으로 꽉꽉꽉 들어찼다. 그래서 더욱 '파티 같다'는 기분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돈을 내었으니 공연을 보여주세요'가 아니라ㅡ는 나는 평소에도 그런 생각은 없지만ㅡ그냥 좋아하는 분들의 집에 초대 받아 가서 맘껏 박수치고 서로를 향한 애정을 표현하고 확인하며 즐거운 파티를 보내는 기분. 크리스마스 파티는 김지영 마리와 함께.♥ 사랑합니다, 김지영 님.
이재우 드로셀마이어: 앉아있는 드로셀마이어 옆에 마리가 서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리움이 밀려들었다. 눈에 익숙한 커플이어서 그러했던 것 같다. 이동훈 호두왕자는 훌륭하고 멋지게 김지영 마리를 서포트하셨다. 그런데 김지영-이재우 커플이 내 눈에 익어서였는지 두 분이 함께 있는 모습에 맘이 편안해졌던 건 어쩔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김지영 님과 함께 하시는 동안 이재우 님의 안정감과 정확성이 눈에 띄게 좋아지셨던 것이 기억난다. 그리고 24일 공연을 보면서 박슬기 님과 호흡을 맞추시는 이재우 님은 이제 또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하고 계신 것이 느껴져서 멋진 성장을 하는 좋은 무용수시라는 생각을 했다. 본인의 춤을 멋지게 소화하면서 동시에 여성 파트너를 섬세하게 서포트하는 남성무용수는 의외로 많지 않다. 서포트를 훌륭하게 잘 하시거나 솔로춤을 뛰어나게 잘 추시는 것 만도 어려운 일인데, 이재우 님은 그 둘을 다 잘 하시는 드문 무용수이다. 거기다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는 분이어서 앞으로 또 어떤 모습을 보여주실지 기대가 크다. 그동안 이재우 님의 춤에서 개그 코드의 섬광을 보긴 했는데, 25일 공연의 드로셀마이어에서는 좀 더 익살스러우셨다. 맘 좋은 따뜻한 분 같았다니깐. 일행도 이재우 드로셀마이어의 장난기 어린 표정과 동작에서 놀랐다.
김기완 호두병정: 생쥐왕과 싸울 때 기품있고 깨끗한 선이 시원했다.
이수희 생쥐왕: 아... 넘 재밌었다. 키가 크셔서 드로셀마이어도, 생쥐왕도 참 잘 어울리셨고. 25일 이수희 생쥐왕은 어떤 느낌이었는가 하면, '호두왕자의 그 범생이 기질이 맘에 안 들어. 불량기 없는 존재는 참을 수 없다고!'였달까. ㅋ 악한 건 아니지만 잔뜩 불량한 생쥐왕 같아서 보면서 즐거웠다.
이젠 생쥐군단 등장할 때면 나도 모르게 기대하는 마음이 되는데, 막공 때의 생쥐군단은... ㅋㅋㅋ 한 분이 잠시 비보잉 비슷한 동작을 하시더니 전체가 다 일어나 생쥐왕의 지휘 하에 단체 매트릭스 장면을 연출하시는 거였다. 관객들 쓰러지고. ㅋㅋ 그런 아이디어 내시느라 힘드셨을 텐데 덕분에 관객들은 너무나 즐거웠다. 호두까기의 생쥐군단 장면이 점점 더 재밌어지고 있어.
김예리 어린 마리: 리틀 김지영 같은 느낌. 깨끗하고 단정한 선이 상쾌하다.
안우재 프릿츠: 안우재 프릿츠는 강효형 러시아인형과 함께 14번의 모든 공연에서 같은 역을 맡은 무용수이다. 지쳤어도 가장 지쳤을 법 한데 이 두 무용수는 전혀 지치지 않은 모습으로 에너지 넘쳤던 모습이 기이할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안우재 군은 어린 무용수인데, 공연이 거듭될 수록 점프가 더 좋아지고 선이 깔끔해지는 것 같았다. 여유로워지기도 하고, 힘차고. 신체조건이 탁월하게 좋아서 기대가 많이 됩니다.
천정민 할리퀸: 훌륭한 회전과 도약으로 초반이었는데도 많은 박수를 받으셨다. 이번 공연에서 천정민 님의 장점을 발견한 것도 큰 수확이었다.
민소정, 김경식 악마: 호흡이 잘 맞으셨어서 보기에 즐거웠다.
김성은 인도인형(여): 참 유연하고 우아한 선. 아름다웠다.
김명규A 중국인형: 김지영 님이 아니었더라면 막공의 영웅으로 생각했을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 일곱 번 보는 공연 중 여섯 번을 나와 빗나가셨어서 막공 때 나는 처음 보았던 건데, 이야... 1막에 등장하셨을 때부터 점프를 하시는 모습에 뭔가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는 2막 중국인형 춤에서... 높은 도약을 하신 직후의 독특한 포즈. 마치 '놀랄 준비 되셨나요?'라는 듯 관객들을 주시하는. 그래서 그 포즈에서 만도 관객석에선 웃음이 시작되었는데, 이어서 진행된 화려한 연속 공중 2회전+1에서 깨끗하고 힘찬 모습,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잘 해'라는 자신감 가득한 그 모습에 관객들의 탄성이 새어 나왔다. 그 다음 이어지는 연속 점프 점프 앤 점프. 도무지 멈출 것 같지 않던 그 점프에 발 밑에 트램플린이 있는 것 같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관객석에선 있는 힘껏 박수가 터져 나왔고. 커튼콜 때까지 이어지는 백덤블링에 또 깜짝. 덕분에 크리스마스 파티의 화려함이 증폭되었다. 즐거웠습니다.
강효형 러시아인형(여): 14회 전공연을 에너지 뺨뺨 에너자이저로서 분위기를 달구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등장 순간부터 춤추는 내내 터질 듯한 에너지에 감동했어요. 화려한 머리장식이 아깝지 않도록 정확하고 빠른 회전으로 인해 눈이 넘 즐거웠다. 강효형 러시아인형만 지나가면 한바탕 즐거움의 회오리가 공연장을 휩쓸고 지나간 기분이 들었으니까.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푹 휴식하시고 2월에 <허난설헌-수월경화> 공연의 안무로 다시 뵈어요.♥
신승원, 허서명 프랑스 인형: 막공 땐 오페라글래스를 빌려서 보았는데, 일행이 신승원 님 얼굴이 아름답다며 놀랐다. 보면 볼수록 예쁜 얼굴. 내 느낌으로는 예쁘기도 하신데 '매력적인' 마스크를 지니신 것 같아. 그리고 갈수록 신승원 님의 춤에 빠져든다. 사뿐사뿐 가벼우면서도 다리와 다리가 스칠 때나 땅을 스칠 때면 느껴지는 그 묘한 쫀득함이랄까, 살짝 찰기가 느껴지는 동작이 자꾸 시선을 끈다. 다음 동작의 느낌은 어떠할까 궁금해지고.
일행은 허서명 님을 좋아하는데, 다리가 기신 데다 점프가 높고 깔끔하셔서 허서명 님의 제자리 점프를 보고 나면 구름 위에 잠시 올라갔다 내려오는 기분이랄까. 상쾌하고 시원한 기분이 든다. 부상 나으신 것 다행이에요.
이영철 왈츠 솔리스트(남): 오페라글래스를 빌린 건 이번에도 이영철 님 때문이었다. 열심히 하시는 그 모습이 보기 좋았고. 다른 분들에 비해 여유가 느껴졌던 것은, 물론 본인의 춤도 훌륭히 추시지만 계속해서 파트너와 주변 사람들을 살피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처음에 일행은 그 모습을 조금 산만하다 여겼으나, 곧 이영철 님께서 안무를 하신다는 사실을 생각해 내고는 안무가의 입장에서 무대를 살피시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견을 내었다. 그러신 걸지도. 나는 세심하게 주변을 배려하시는 모습이라 여겼어서 좋았다. 화려함을 뽐내는 역할은 아니지만 든든한 선배 무용수께서 자신감 있게 리드해 주셔선지 이영철 님이 등장하시면 무대가 조금 안정되는 것 같다. 물론 이영철 님을 좋아하는 관객으로서 느끼는 심리적 안정감도 있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내년엔 또 새로운 안무와 춤 해석 기대할게요.♥
코르 드 발레: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그동안 B블럭에서 공연을 보면서 첫날 보았던 A블럭 눈송이 군무 감상의 그 짜릿함이 자꾸 떠올랐다. 그래도 전체적인 감상에의 욕심으로 다음에도 B블럭을 구입하겠지만서도... 무튼 그런 이유로 C블럭에서의 군무를 즐기고 싶었더랬다. 그런데 너무 가장자리여서일까? 눈송이 군무의 처음 파트는 사선으로 좀 망가지긴 했다. 하지만 곧 사선 칼군무가 펼쳐졌고, 황홀해졌다. C블럭 끝부분은 시야제한이 좀 문제가 되는 곳이니 다음에는 구입하지 않을 예정이다.
눈송이 군무를 보면서 유리 그리고로비치는 어떻게 이런 안무를 할 수가 있었나 하며 감탄하게 된다. 자유롭게 흩어지던 눈송이가 어느 새 열과 행을 맞추고 있고, 둘 셋 씩 무리지어 추는 듯 하더니 또 모양을 이루고 있고. 그 연결되는 안무가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마치 마법을 보는 것 같다. 안무도 훌륭하고 그런 안무를 똑같은 보폭과 동작과 점프와 호흡으로 칼같이 맞추어주신 국립 코르 드 발레 24분.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아낌 없는 박수를 보내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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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후기를 읽고 오탈자를 확인해주거나ㅡ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탈자가 많지만;;ㅡ후기에 대한 평을 해주곤 하는 마녀는 이번 후기를 썩 좋아하진 않았다. 평소 내 글과 좀 다르게 많이 들떠있는 데다 너무 칭찬일색이라고. 그래서 매력이 좀 덜하다는 것이 후기에 대한 마녀의 감상?이었다. 나 스스로도 알고 있고 의도한 바였어서 그 점을 짚어준 것이 즐겁고 기뻤다. 개인 블로그에 쓰는 글이므로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쓰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연말이기도 하고 또 <호두까기 인형>이니 가급적 좋은 점 만을 쓰려고 했다.
갈수록 아티스트 한 분 한 분에 대한 애정이 생겨서, 좋아하는 사람에게선 좋은 점만 보려고 하는 나의 성향 때문인지 자꾸 장점만 보려고 하고 있는데, 그건 읽는 마녀에게 재미가 없는 일이고 쓰는 나 자신에게도 조금의 아쉬움이 남는 일이니, 내년에는 평소처럼 자연스럽고 나다운 후기를 쓰려고 한다. 다만 올해 호두까기까지는 좋아좋아 모드로 가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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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의 크리스마스 선물인 <호두까기 인형>의 다채로운 파티가 끝났다. 국립의 모든 무용수분들과 관계자분들 덕분에 아름답고 즐거운 크리스마스가 되었어요.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제 푹 휴식을 취하시고 즐거운 연말 보내시고 내년에 반가운 마음으로 다시 뵐게요. 그리고 이런 멋진 공연을 너무나 좋은 공간에서 훌륭한 음악과 함께 착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게 해주신 예술의전당 관계자분들께도 마음 깊이 감사와 사랑을 전합니다. 아직 기간이 남았는데도 사은품에 눈이 멀어? ㅋ 막공 때 골드회원 연장을 했으니, 2018년에도 충성하겠습니다? 하하.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