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또한 예당 홈피에 없는 공연이다. 예당 회원만을 위한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일부만 보여주는 오픈 리허설도 아니고 전막 프레스콜 초대라니. ㅠ 올해 30주년 기념이라 더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예당의 회원사랑은 날이 갈수록 더 감동스러워진다. 그린회원은 연회비 겨우 2만원인데, 그거 가입하고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정말 많다. 이 <지젤> 전막 프레스콜은 자그마치 오페라극장 2층 좌석인데, 1인 2매이니 이 이벤트 한 번만 초대 받아도 연회비 2만원의 몇 배나 되는 혜택을 받게 된다. 게다가 다른 회원이벤트가 얼마나 풍성한지... 물론 회원인 내 입장으로선 한 명이 더 가입하면 그만큼 내가 받을 혜택이 줄어들 수 있겠으나... 그런 개인적 탐욕을 부리기엔 예당이 베푸는 혜택이 너무 멋진 거다. 정말이지 어떤 공연장도 이렇게까지 회원을 아낄 순 없는 겁니다. 어지간하면 그린회원 가입해서 예당이 주는 많은 혜택을 누리십시다.
나야 뭐, 국립발레단의 이번 <지젤>공연은 전공연 다 예매해서 보게 되었지만, 이렇게 전막 프레스콜까지 초대 받으니 아아아... 행복하구나...! 낮 2시라 시간 마련하기 힘들었지만 <지젤>을 위해서라면야! 평소 함께 가는 일행들은 낮시간이 되지 않아서 혼자 가려다 1인 2매 표가 아까워서 한 명이라도 더 보았으면 하는 마음에 카페에서 일행을 구하려 글을 올리던 도중, 2층이라는 좌석이 넘 아까워 급작스런 일정인 줄 앎에도 불구하고 무례를 무릅쓰고 함께 가고팠던 사람에게 물어 보았는데, 다행히 시간을 빼주어서 기쁘다.
고마워요, 예당과 국립발레단. 즐겁고 고마운 마음으로 감상하겠습니다.
* 예술의전당 홈페이지: https://www.sacticket.co.kr/SacHome/membership/msMembership
* 국립발레단 홈페이지: http://www.korean-national-ballet.kr/ko
전막 프레스콜에 대한 훌륭한 기사는
http://news1.kr/articles/?3265947
http://www.nocutnews.co.kr/news/4941571
를 참고하세요.
시작하기 전엔 오늘 어떤 무용수께서 지젤을 맡으실 지 알지 못했다. 그... 어떤 오케스트라더라... 그 국립발레단과 오래 호흡을 맞추신 지휘자 님께서 나오시는 걸 보자 마음이 놓였다. 그 분 맞지? 아닌가... 지휘자 님은 공연메이트가 잘 기억하는데. 서곡이 지나고 막이 오르고 힐라리온과 알브레히트가 나오고 사람들이 나오고... 그리고 지젤이 나왔다. 두둥! 김지영 님! 시야가 환해지던 그 느낌. 이번에 오프닝과 토요 저녁 무대, 그리고 클로징 무대는 박슬기 님과 한나래 님께 양보하셨지만 으아아 김지영 님이다.ㅠ 걱정 없이 볼 수 있겠어. 정말 반가웠다. 그런데 김지영 님이... 자꾸 어려지시는 거지. 처음 등장하셔서 춤을 추시는데 어찌나 사뿐 상큼하신지. 그리고는 역시 2층이라 그런가, 표정 연기가 아주... 늘 3층에서만 보았어서 그런 표정을 다양하게 지으시는 줄은 몰랐는데, 위의 기사에도 있듯 표정연기가 압권이었다. 활발했다가 토라졌다가 시무룩했다가 다시 발랄하다가... 나중에 미치는 장면에서는 또 울 것 같아서 입술 깨물면서 참았다. 울면 또 피곤해져, 안 돼, 하며. 뭐, 오른쪽 어떤 분은 지젤이 미칠 때 훌쩍이시던. 너무너무 연기를 잘 하셨다. 갈수록 연기가 더 좋아지시는 거예요, 김지영 님은.
물오른 연기력도 연기력이지만 탄탄한 테크닉과 함께 김지영 님 발레의 최대 장점은 안정감이라 난 생각한다. 거의 모든 선이 수직으로 곧고 정확하다. 상체의 중심이 수직으로 아름답게 잡혀 있기 때문에 언제나 기품 있으면서도 불안함이 없다. 그냥 팔만 뻗으셔도, 다리만 올리셔도 선이 깨끗해서 눈이 시원해지는 거다. 그래, 춤만 보아도 알겠다, 김지영 님이신 걸. 사실 그건 무용수에게 있어 참 중요한 점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생각하는데, 뭐니뭐니해도 무용수는 동작으로 말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김지영 님의 동작이 그러하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함. 불안하거나 잡다한 동작이 없는 명쾌함. 참 좋은 무용수다. 기술이면 기술, 감정연기면 연기, 표현력,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김지영 님의 춤이 참 소중하단 생각을 했다. 2막 윌리에선 뭐... 꽃잎이 바람에 흩날리나? 싶도록 박종석 님 팔에서 리프트되어 하늘하늘거리시는 모습.
김지영 님의 감정선을 좋아하는 것이, 연기력이 더욱 좋아지셔서 충분하고 충분하나 결코 과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체할 수 없는 낭만이 넘쳐 흐르는 스타일이 아니다. 낭만적이지만 깔끔한 감정선으로 인해 역시나 '바르게 자란 아가씨'라는 이미지다. 다만, 딱딱하게 바른 것이 아니라, 이번에는 좀 엉뚱하기도 하고 귀엽고 때로는 작은 새 같기도 한 다양한 모습을 지닌 착한 아가씨였다. 엄마가 찾으러 왔을 때 알브레히트 뒤에 숨었다가 능청스럽게 등장하는 모습이라든가, 꽃잎에서 진지하게 두려워하는 모습이라든가, 표정이 더욱 다양해지신 것 같다. 사랑을 하시나...? 하하. 멋진 무용수의 춤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박종석 알브레히트는 음. 아무래도 지젤만 보게 되는 구조상 알브레히트에는 주의가 덜 가게 되는데, 오늘 본 박종석 님은 안정감이 돋보였다. 역시 표현이 과하거나 가볍지 않고 진중하게 품위있는 느낌이었는데, 좀 신기했던 것이 남성성이 좀 두드러졌다? 남성성이라 해서 마초스러움이 아니고, 낭만에 덜 휩쓸리는 느낌이었달까. 유니버설 발레단의 마밍을 보면 고전주의가 떠오르고 콘스탄틴을 보면 낭만주의가 생각나곤 한다. 국립의 이재우 님은 지금 변신 과정이어서... 이를 테면 고전주의에서 낭만을 입고 있는 중이라는 느낌이라면 이영철 님은 고전과 현대를 넘나드는 엽기 예측불허 전천후다. 그런데 오늘 본 공연 만으로 느끼기에 박종석 님은 근대의 느낌이랄까. 각각 그 시대의 장점 만을 의미하는 표현이다. 진중하지만 무겁진 않으며 가볍지만 얄팍하지 않은 느낌. 아직은 잘 모르겠다. 목요일, 토요일 공연 때 다시 보면 알겠지.
이재우 님이 쿠르랑드 공작, 이슬비 님이 공작의 딸 바틸드. 아버지와... 딸... 이라고요...?? 너무하신 거 아닙니까. 그렇게 젊고 매력적인 아빠라니세상에! ㅋㅋ 이슬비 님의 그 공작 영애로서의 도도함이 돋보였다.
패전트 파드되의 김리회 님은 산뜻했다. 보면 볼수록 김리회 님의 매력을 조금씩 더 알아가게 되는데, 김리회 님 역시 선이 참 좋다. 모든 선이 정확하고 깔끔해서 보기 좋다. 맞다, 김리회 님이 타이밍이 매력적이셨지. 오늘 공연에선 그 점은 눈여겨 보지 않아서 놓쳤다. 패전트 파드되 남성이 허서명 님이셨구나. 회전이 깔끔하셨던. 허서명 님의 매력은 나보단 내 공연메이트가 더 잘 보는 편이다. 토요일 낮에 같이 보게 되겠다.
한나래 미르타를 칭찬하도록 하자. 이야... 멋지셨다. 거칠지 않고 부드럽고 매끈하나 얼음처럼 차가운 카리스마. 윌리들을 일으켜 세우고는 여자를 배신한 남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라는 분노의 춤을 출 때 차가운 불꽃이 활활 타오르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부레 Bourre로 이동하실 때... 증말 무슨 유령이신 줄. 아니 사람이 움직이는 게 보이질 않아. 특수효과를 준 것 마냥 그냥 움직임 없이 슥슥 앞으로 나아오시는 거다...! 무, 무섭게.;; 그런 아름다운 공포 너무 좋아합니다♥ 처음 등장하셨을 때 선 정말 아름다우셨고. 목요일 한나래 미르타를 기대합니다.
한 가지 슬픈 것은 윌리 군무 모두 참 좋았는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아라베스크로 열을 바꾸는 장면에서 열이 좀 무너졌다. 위의 기사에서는 군무가 훌륭했다고 되어 있는데, 전체적으로 몹시 훌륭했다. 다만 내가 모든 발레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바로 이 장면이기 때문에 나는 살짝 서운했다.
이 영상의 6시 59분부터 시작되는 장면이다. 이 장면에서 열이 기막히게 잘 맞으면 소름이 돋으며 등에서 불꽃이 터지는 느낌이 나는데, 오늘은 아주 살짝 아쉬웠다. 2층에선 그랬단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딱 그 한 장면 뿐, 다른 장면은 멋지고 훌륭한 군무였다.
그리고 군무는 역시 2층보단 3층이다. 2층에선 각도상 앞줄만 크게 보이고 전체 구조가 다 잘 보이진 않는다. 모르지, 오늘은 2층 한 중앙의 앞에서 셋째줄에 앉았는데, 무대에서 너무 가까워서 그렇게 보였는지도. 2층도 뒷자리는 나을지 모르겠다. 오늘 앉은 자리는 표정연기와 개별 동작을 감상하기엔 너무나 근사한 자리였으나, 군무의 전체 대열을 감상하기엔 최고의 자리는 아니었다는 게 내 개인적인 의견이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바는 다른 거니까.
음악, 역시 넘 좋았고요. 윌리 군무 때 무대 중앙의 구름인 듯 뭉쳐있는 연기도 굉장한 효과를 냈다. 윌리들이 영혼임을 한층 강조하면서도 으스스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낭만적인 분위기를 더하는 장치였다.
신승원 님이 안 보이시네... 그리고 이영철 님을 못 찾았다. 전체 캐스팅이 홈피에 게시되지 않아 모르겠어.ㅠ 변성완 님도 못 찾았고. 이번엔 오페라 글래스를 빌리지 않을 예정인데. 찾을 길이 없으려나아.ㅠ
드디어 <지젤> 시작이다! 국립과 유니버설의 <지젤> 배틀. 이 얼마나 기다렸던 공연인가! 다만 유니버설도 예당 오페라였더라면 더 좋았을 걸. 예전에 본 적이 있지만, 그땐 지금보다도 더 새내기 감상자였어서 그나마의 지금 만큼도 즐기지 못했었다.
암튼 오랫동안 기다렸던 두 발레단의 아름다운 <지젤> 배틀을 응원합니다. 무용수분들 제발 다치지 마셔요.
친절한 예당 담당자분들의 안내로 감상한 전막 프레스콜 <지젤>. 그... 책임자이신 듯 보이는 키 큰 여성 담당자분은 항상 따뜻한 미소로 사람들을 대하시는데, 그분이 작년 <호두까기 인형> 때 물품보관소 옆에서 방긋방긋 웃으며 얼마나 친절하고 따뜻하게 안내를 해주시는지, 그만 홀려 버려서는 아직 석 달도 더 남은 회원권을 연장했지 뭔가. 주차권이니 수첩이니 막 챙겨주시는 바람에. ㅋㅋ 지난 번 갈라 때도 보니까 여기저기 출몰하시던데. 그 분만 보면 마음이 왜 즐겁지. 근데 아니 이 말을 하려던 게 아닌데.; 그러니까 내가 하려던 말은, 예당 덕분에 전막 <지젤>, 그것도 김지영 지젤을 한 번 더 볼 수 있어 넘 좋았다는 것이다. 남은 이번 주와 일요일까지 매일 만나요, 예당과 국립발레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