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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Text

윌리엄 셰익스피어, 『햄릿』 William Shakespeare, Hamlet

by Vanodif 2018. 7. 8.



* English text: https://www.w3.org/People/maxf/XSLideMaker/hamlet.pdf


* 한글 번역 1: http://globalshakespeares.mit.edu/media/hamlet-q1-lee-hyonu-2009-script-1.pdf


* 한글 번역 2: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kesen&logNo=220899352138&proxyReferer=https%3A%2F%2Fwww.google.co.kr%2F






hamlet-q1-lee-hyonu-2009-script-1.pdf






연극 <햄릿 - The Actor>를 보고 다시 읽은 『햄릿』. 


셰익스피어의 『햄릿』은 이전에 몇 번 읽었으나 정식으로 수업을 들은 적이 없었기 때문에 혼자 본문과 주석만을 읽으며 줄거리 정도만 적당히 이해하고 있었다. 셰익스피어 비극에 등장하는 고귀한 주인공으로 하여금 필연적 파멸에 이르게 하는 '비극적 결함 Tragic Flaw' 중 햄릿에 해당하는 것은 '우유부단함'이라는 것.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이라는 유명하디 유명한 문구와, 존 밀레이의  유명한 그림으로 인해 강조되는 불쌍한 희생자 오필리어의 광기와 슬픔 정도 인식했을까. 원어로 읽으면 반할 수 밖에 없는 셰익스피어의 현란한 입담과 소름끼치도록 완벽한 문장들이 즐겁긴 했으나, 딱히 깊이 들어가서 작품을 분석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세계 최고 명작 중 하나인 『햄릿』답게 우수한 평들과 논문이 즐비하지만 그 또한 진지하게 읽은 적 없었다. 『햄릿』 보단 『리어왕』이 더 재밌다고 여기고 있었고. 그런데 이번에 연극 <햄릿 - The Actor>를 보고는 후기를 제대로 쓰고 싶어 다시 읽은 『햄릿』은 생각보다 많이 재미있었다. 이전에 읽었을 때는 왜 이런 재미를 몰랐지? 




↑ 위에 실린 pdf 파일들은 사진의 두 책이 아닙니다.



내게는 『햄릿』 영문판 두 권이 있다. 그것도 똑같은 Arden판이다. 아직도 판매가 되고 있나, Arden은? 오래전에 구입하기도 했지만 두 권 다 헌책방에서 건졌다. 두 권 다 필기가 되어 있는데, 그 중 한 권은 이화여대생이 아주 꼼꼼하게 필기를 해둔 것이라 그 책으로 다시 읽었다. 필기는 당연히 큰 도움이 된다.


잘 읽고 싶은데 수업을 듣지 않은 책을 살 때는 헌책방을 찾는 경향이 있ㅡ었ㅡ다. 과거형인 이유는 헌책방에서 원서를 사지 않은지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헌책방에서 원서를 살 때는 가능한 안에 많이 필기되어 있는 책을 선호한다. 더군다나 그것이 개인적 감상이 아니라 강의 필기라면 그 이상 좋은 책이 없다. 성실하고 꼼꼼하게 필기된 책을 읽는 것은, 그 강의를 내가 직접 듣는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나 자신, 자칭 필기의 제왕인 만큼, 그런 책은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딱히 사려고 했던 책이 아니더라도 나만큼 꼼꼼하게 필기한 책은 그냥 구입할 수 밖에 없다. 그런 책을 어떻게 팔 수 있는지 그 마음을 이해할 순 없지만, 그 책에 들인 필기자의 시간과 노력과 정성을ㅡ더군다나 필기가 많이 되어 있을 수록 더 저렴한 가격에ㅡ데려올 수 있는 것은 크나큰 행운이자 행복이다. 내가 죽고 나서 누군가 내 책들을 이어 받게 된다면, 그들 역시 나의 책들을 그렇게 소중한 마음으로 받아 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으나, 막상 죽고 나면 I wouldn't give a shit about it.


Arden판은 책 앞뒤를 빽빽하게 채우는 서론과 훌륭한 평들, 그리고 본문 하단의 작품 사전이나 다름 없도록 어마무시한 주석들이 꽃이다. 수업을 들을 때 참고하기엔 몹시 훌륭하지만 혼자 읽기엔 앞뒤 서론과 논문들은 좀 부담스럽긴 하다. 딱히 궁금한 것만 발췌해서 읽거나 거의 읽지 않게 되곤 한다. 그러나 본문 아래에 있는 각주는 꽤나 유용할 것이니 구할 수 있다면 추천한다.


옆의 '열린책들' 에서 펴낸 『햄릿』은 박우수 선생님의 번역판인데, 음... 좀 복잡하다. 일단 '박우수'라는 이름을 믿고 안의 내용을 다른 출판사 번역판과 비교하지도 않은 채 구입했다. 워낙 총명하다 유명한 분이셔서 그분의 책을 직접 읽어 보고 싶었다. 그런데... 번역이 음. 모르겠다. 내가 가진 아든판에 실린 셰익스피어 판본과는 다른 판본을 사용하신 건지는 모르겠는데, 아주 가끔 번역되지 않은 문장들이 있다. 아마도 문맥의 매끄러움을 위해 번역 않으신 것 같은데... 영문판을 읽다가 궁금해서 한글판을 찾으면 그 부분이 없는 적이 몇 번 있었기에 기운이 좀 빠졌달까. 그리고 셰익스피어 시대적 느낌을 반영하기 위해 일부러 그렇게 하신 것 같긴 한데, 몇몇 단어들이 좀 너무 고풍스러워서 몰입이 쉽지 않았다. '상감'이라거나 '세자'라거나... 갑자기 12세기 배경 덴마크 왕국이 조선시대 경복궁으로 탈바꿈하는 것 같아 당혹스러웠다. 하지만 전체적인 번역은 큰 그림을 그리고서 흐름을 잡아 하셨다는 느낌이다. 주석이 많지는 않지만, 읽다가 '응?' 싶은 부분마다 영민하게 콕 짚어 적절한 설명을 주석으로 달아 주셔서, 읽으면서 '자상하시다' 생각을 했다.


열린책들 『햄릿』의 최대 미덕은 본문 뒤에 있는 박우수 선생님의 『햄릿』에 대한 해설이다. 이번 <햄릿 - The Actor>를 분석함에 있어 내가 막연히 인식하여 '분석해야겠다' 생각했던 것이 거의 모두 다루어져 있어, 마치 내 마음을 읽힌 것 같은 생각이 들어 깜짝 놀랐다. 그만큼 깊이 있고 풍성한 해설 덕분에 본문 해석에 있어서의 이런저런 당혹감은 상쇄되고도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