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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Author

플로베르와 모파상

by Vanodif 2013. 6. 10.

 

 

 

 

 

 

 

 

 

 

『보바리부인』을 쓴 프랑스의 대문호 귀스타브 플로베르에게는 말년에 제자가 하나 있었는데, 바로『여자의 일생』을 쓴 귀 드 모파상이다. 모파상은 플로베르에게 글쓰는 연습을 철저하게 받은 것으로 유명하며, 그 일화 중 하나로, '계단'이 있다.

 

 

 

 <목걸이>라는 단편으로 세계적인 작가가 된 모파상이 청년 시절에 당시 프랑스 문단의 거장 플로베르를 찾아갔다. 제자가 되기 위해서였다. 플로베르는 소설을 배우러 온 청년 모파상에게 대뜸 물었다.

어느 층계로 올라왔는가?”

나무 층계로 올라왔습니다.”

그래? 그 층계가 몇 개였지?”

잘 모르겠는데요.”

그래? 그렇다면 자네는 소설가가 될 수 없을 걸세.”

그래서 모파상은 다시 나가 나무 계단을 세어보고 선생에게 와서 서른 여섯 개라고 말했다. 그러나 플로베르의 질문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 계단을 올라올 때 일곱 번째 계단에서 무엇을 발견했지?”

그래서 모파상은 다시 돌아가 일곱 번째 계단을 살펴보니 못이 빠져 있었다. 모파상이 플로베르에게 그 이야기를 했을 때 플로베르의 질문은 또 이어졌다.

그럼 그 일곱 번째 계단에서는 어떤 소리가 나던가?”

모파상은 그 계단에서 들리는 소리를 스승에게 이야기하기 위하여 수십 번을 밟아보았다.

                                                       - 남미영, 『우리아이 즐겁게 배우는 생활 속 글쓰기』, 21세기북스, 2006, 220쪽

 

 

 

 

 

 

Gustave Flaubert

 

 

 

 

 

사실주의의 대표작가이자 자연주의의 선도자인 플로베르는 작품을 쓰기 전 사전조사를 치밀하게 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의 그런 문학적 견해로 인해 제자 모파상은, 사물을 다각도에서 정확히 관찰하는 것을 훈련받은 결과, 사실주의의 한 형태라 할 수 있는 자연주의 작가의 길을 걷게 된다.

 

 

 

 

 

 

Guy de Maupassant

 

 

 

 

 

학교 다닐 때 내가 수업시간표를 짜는 규칙은 이러했다. 먼저, 나의 선생님 강의를 첫 번째로 선택하고, 그 다음 최교수님이라고ㅡ선생님의 제자셨지만 선생님보다 연세가 많으셨던ㅡ할머니 선생님이 계셨는데, 그 분의 강의를 선택한다. 그리고 난 다음 남은 시간에 다른 내가 듣고 싶었던 교수님이나 강의들로 채워 넣곤 했었다. 내 선생님이나 최선생님께서 하시는 강의의 주제나 제목이 무엇인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그분들의 강의는 '무조건' 듣고 싶었으니까.

 

곤란한 것은 선생님과 최선생님의 강의가 겹치는 학기인데ㅡ그런 경우는 거의 없으며 딱 한 학기였었지만ㅡ당연히 선생님 강의를 선택했었지만 속이 많이 상했었다. 해서, 최선생님께 말씀드리고는 그 학기에 최선생님의 다른 학부 강의를 '청강'했던 기억이다. 후후후, 하시며 빙그레ㅡ 특유의 인자한 미소를 지으시던 최선생님.

 

"참, 예뻐요...*"

 

상처를 받은 그날,

곁에 계시다 나보다 더 상처받은 표정으로 어쩔 줄 몰라하시며 나를 위로하시던 모습.

그 온유하고 보드라운 성품.

 

 

최선생님의 강의 시간에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모파상은 플로베르에게서 이렇게 훈련을 받았다 해요.

'가서, 나무를 관찰하고 오게. 그리고 글을 써오게.'

해서 관찰 후 글을 써서 가져오면 읽은 후 플로베르가 말했죠.

'잘 했네. 이제 가서, 그 나무를 다시 한 번 관찰하게. 그리고 또 써오게.'

모파상은 같은 나무를 다시 관찰하고 다시 글을 씁니다.

그러면 플로베르는 고개를 끄덕이며 할하죠.

'잘 했네. 이제 다시 가서 다시 관찰하고, 다시 써오게나.'

이렇게 모파상은, 하나의 사물을 다각도에서 관찰하여 글을 쓰는 훈련을 플로베르에게서 받았다 합니다.

사물의 보는 관점을 다양하게 계발시키기 위함이었지요.

그리하여 모파상은, 사물을 과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는 사실주의의 영향을 받았던 것입니다."

 

 

최선생님 특유의 아련한 눈빛이 오후의 노란 햇살에 신비롭게 빛나던 모습이 그 순간 내 망막에 맺혀,

아직도 그리움으로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