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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let

[발레] 2018 K-Ballet World 월드발레스타 갈라 @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by Vanodif 2018. 9. 4.



* 발레는 시각이 주가 되는 종합예술입니다. 

해서 몸을 앞으로 기울이면 뒷좌석 사람들의 시야에 큰 방해가 됩니다. 

다른 장르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발레를 감상하실 땐 

의자의 등받이에 등을 기댄 반듯한 자세로 감상하시는 것이 매너입니다. 


혹시 앞좌석 사람이 몸을 앞으로 기울인다면 

"앞으로 기울이시면 뒤에서 안 보입니다"라고 조용히 말씀해 주셔요. 

무용수분들을 비롯한 수많은 분들께서 열심히 준비해서 보여주시는 공연인데 

모두가 함께 쾌적한 감상을 할 수 있도록 타인을 배려합시다. *





<2018 K-Ballet World 월드발레스타 갈라>

* 일시 : 2018.09.05(수) ~ 2018.09.06(목)

* 장소 :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 예술의전당 홈페이지 : https://www.sacticket.co.kr/SacHome/perform/detail?searchSeq=36415





2018 K-Ballet World <한국의 발레를 세계로, 세계의 발레를 한국으로> 

국내외 최고의 발레스타들이 펼치는 클래식과 모던 발레 갈라  


<출연>  
다닐 심킨(베를린주립발레단 수석무용수)
Daniil Simkin(Berlin Staatsballet Principal)

ㅡ 러시아 발레 잡안 출생. 어렸을 때 독일로 감. 10세 때부터 어머니로부터 발레를 배움.

   http://www.daniilsimkin.com/


크리스티나 샤프란(마린스키발레단 제1솔리스트)
Kristina Shapran(Mariinsky Ballet Solist)

ㅡ https://www.mariinsky.ru/en/company/ballet_mt_women/shapran


티무르 아스케로프(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
Timur Askerov(Mariinsky Ballet Principal)

https://www.mariinsky.ru/en/company/ballet_mt_men/askerov

니나 캅초바(볼쇼이발레단 수석무용수)
Nina Kaptsova(Bolshoi Ballet Principal)

ㅡ 이 분... <호두까기 인형>의 설탕요정춤이 아주 압권인 분이다.

    https://www.bolshoi.ru/en/persons/ballet/72/


알렉산더 볼취코프(볼쇼이발레단 수석무용수)
Alexnader Volchkov(Bolshoi Ballet Principal)

https://www.bolshoi.ru/en/persons/ballet/130/

박티아르 아담잔(아스타나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Baktiyar Adamzhan(Astana Ballet Principal)

http://astanaopera.kz/en/rukovodstvo-i-artisty/baletnaya-truppa/vedushhie-solisty/baxtiyar-adamzhan/

박예은(한국국립발레단 솔리스트)
Yeeun Park(Korea National Ballet Solist)

ㅡ 말랑말랑 고운 발목의 박예은 님이다. 다시 볼 수 있다니 기쁩니다. → 박예은 님 부상 소식이다. ㅠ 김지영 님 보게 되는 건 행복하지만, 박예은 님 다치신 건 정말 속상하다.ㅠ 치료 잘 받으셔서 얼른 나으셔요...

    http://www.korean-national-ballet.kr/en/staff/artist/view?id=418


김지영(한국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Jiyoung Kim(Korea National Ballet Principal)

ㅡ 사실 김지영 님 너무너무너무 보고 싶었고, 더군다나 김지영-이재우 커플을 정말 많이 보고 싶었기 때문에 나로서는 기쁜 소식이지만, 기뻐만 하기엔 박예은 님의 부상이 속상해서 그렇게 기뻐하면 안 될 것 같다. 안 그래도 8월 31일 진주에서 있었던 김지영 프리기아와 이재우 스파르타쿠스를 결국 볼 수 없게 되어 넘 속상했는데.ㅠ 내게는 선물 같은 공연인데... 암튼, 김지영 님. 넘 보고 싶었어요.ㅠ♥

    http://www.korean-national-ballet.kr/en/staff/artist/view?id=405


이재우(한국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Jaewoo Lee(Korea National Ballet Principal)

ㅡ 설명이 필요 없는 이재우 님! 보고 싶었어요!

    http://www.korean-national-ballet.kr/en/staff/artist/view?id=410

홍향기(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Hyanggi Hong(Universal Ballet Principal)

ㅡ 애정하는 햇살햇살 향기 님♥. 어떤 작품을 보여 주실까. <돈키호테 그랑 파 드 되>일까, <춘향 파 드 되>일까.

    http://www.universalballet.com/eng/ballet/dancer_view.asp?kind=1&dan_seq=53

콘스탄틴 노보셀로프(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Kostantin Novoselov(Universal Ballet Principal)

ㅡ 유니버설 최애 남성 무용수 콘스탄틴. 그 어떤 작품이라 해도 믿고 봅니다.

    http://www.universalballet.com/eng/ballet/dancer_view.asp?kind=1&dan_seq=13

강미선(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Miseon Kang(Universal Ballet Principal)

ㅡ 깨끗하고 순수한 강미선 님 춤을 볼 때 마다 내 맘도 따라 착해진다는 착각이 들어요.

    http://www.universalballet.com/eng/ballet/dancer_view.asp?kind=1&dan_seq=9

이현준(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Hyunjun Rhee(Universal Ballet Principal)  

ㅡ 힘현준, 힘바질! 스케이트 회전 같았던 빙글빙글 깔끔한 제자리 회전을 이번에도 볼 수 있을까?

    http://www.universalballet.com/eng/ballet/dancer_view.asp?kind=1&dan_seq=198
          


[알립니다] * 9월 5일 출연 예정이었던 국립발레단 박예은의 부상으로 인해 출연자가 김지영으로 변경되었으며, 프로그램은 탈리스만에서 스파르타쿠스로 변경되었습니다.         


 
[프로그램]
  
레 부르주아 (안무: 벤 코벤베르그 음악: 쟈크 브렐)
Les Bourgeois (Choreography: Ben Van Cauwenbergh Music: Jacques Brel)
해적 그랑 파드되 (안무: M. 프티파, V. 챠부키아니 음악: 아돌프 아당, 체자레 푸니) 
Le Corsaire Grand Pas de Deux (Choreography: M. Petipa V. CHabukiani Music A. Adma, C, Pugni)
르 파크 (안무: 앙젤린 프렐조카유 음악: 볼프강 A. 모차르트)
Le Parc (Choreography: Angel Preljocaj Music: V. A. Mozart)
백조의 호수 3막 그랑 파드되 (안무: 마리우스 프티파, 음악: 피터. I. 차이코프스키)
Swan Lake Act 3 Grand Pas de Deux (Choreography: M. Petipa Music: P. I. Tchaikovsky)
말괄량이 길들이기 (안무: 장-크리스토프 마이요 음악: D. 쇼스타코비치)
The Taming of the Shrew (Choreography: Jean-Christophe Maillot Music: D. Shostakovich)
잠자는 숲 속의 미녀 그랑 파드되 (안무: 마리우스 프티파 음악: P. I. 차이코프스키) 
The Sleeping Beauty Grand de Pas de Deux (Choreography: M. Petipa Music: P. I. Tchaikovsky)
다이아나 & 악테온 그랑 파드되 (안무: 아그리피나. 바가노바 음악: 세자르 푸니) 
Diana & Acteon Grand Pas de Deux Choreography A. Vaganova Music S. Pugni)
돈키호테 그랑 파드되 (안무: 마리우스 프티파 음악: 루드비히 밍쿠스)
Don Quixote Grand Pas de Deux (Choreography: M. Petipa Music: L. Minkus)
지젤 2막 파드되 (안무: 장 코랄리 음악: 아돌프 아당)
Giselle Act 2 Pas de Deux (Choreography: Jean Coralli, Jules Perrot Music: Adolphe C. Adam)
춘향 파드되 안무 (안무: 유병헌 음악: 차이코프스키)    
The Love of Chunhyang Pas de Deux (Choreography: Brian Yoo Music: P. I. Tchaikovsky)
**탈리스만 그랑 파드되 (안무: 마리우스 프티파 음악: 리카르도 드리고)

Talisman Grand Pas de Deux (Choreography: M. Petipa Music: Riccardo Drigo)








오늘은 2층 황금좌석에 앉았다. 다행히 내 앞과 왼쪽 옆, 그리고 뒷좌석 모두 비었어서 나는 몹시 쾌적하게 감상했지만... 몹시 좋았다. 이런 모순이 있나.;; 목요일은 3층 B블럭 감상. 2층과는 좀 많이 다르겠지...? 그래도 토월 3층은 괜찮으니깐.


[9월 5일] 

베를린 주립 발레단의 다닐 심킨 Daniil Simkim과 아스타나 국립발레단의 박티아르 아담잔 Bakhtiyar Adamzhan의 활약이 돋보인 공연이었다. 다닐 심킨은 수상 경력 만큼이나 워낙 유명한 분인 것 같은데 아담잔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어마어마한 점프와 공중회전으로 인해 수많은 환호를 받으셨다. 깜짝 놀랐어. 그리고 전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출신의 유코 호리사와 Yuko Horisawa의 어마어마한 푸에떼도 많은 갈채를 받았다.


나로 말하자면 물론 그분들께 굉장히 감동 받았지만, 전체적으로 볼쇼이의 <잠미녀 그랑 파드되>와 <춘향 재회의 파드되>가 좋았다. 그리고 <스파르타쿠스> 역시 좋았다. 자세한 소감은 각 작품에 쓰기로. 참, 가능하다면 일행의 의견도 실어 보겠는데, 위의 사진에서 보듯 5일에는 두 사람이 따로 앉았다. 원래 일행의 시간이 안 되는 날이기 때문에 내 표만 구입했던 것인데, 갑자기 시간이 된다 하여 부랴부랴 현장표로 샀던 것이다. 해서, 이 날 나는 2층에서, 일행은 3층에서 따로 감상했어서 두 사람의 감상이 많이 다를 수 있겠다.


※ 프로그램 노트의 설명은 파란색으로 적는다. 모든 설명을 다 적진 않고 내게 필요한 정보만 발췌할 예정이니, 모든 작품에 대한 설명이 궁금하신 분들은 프로그램 노트를 구입하셔요. 2천원으로 저렴하며 영어 설명도 있습니다.






후기를 좀 더 꼼꼼하게 쓰고 싶었지만 늘처럼 고질병적 에너지 부족에 이후 큰 공연들을 계속 가는 바람에... 다 날리고 꼭 쓰고 싶었던 몇 마디만 쓴다.


첫날 <백조의 호수> 에서 오딜 역을 맡으신 마린스키의 크리스티나 샤프란의 춤에 몹시 실망했던 것은, 내내 선이 불안한 데다 32 푸에떼를 16회 정도에서 그치면서 다른 춤을 추셨기 때문이다. 26회 정도까지야 이해할 수 있다지만 설렁설렁하는 동작이 16회에서 그치니 그 마린스키의 명성이 몹시 불만스러웠다. 지그프리드역인 마린스키의 티무르가 고군분투했으나 어쩔 수 없었다. 그 춤은 오딜을 가장 빛나게 하는 춤이므로 내 실망은 거의 상처로 인한 분노에 가까웠다. 분노에까지 이른 것은 납득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프로 중의 프로인 그녀가 어째서.


다음 날 공연을 보지 못했던 일행은 그 춤을 여전히 불쾌하게 인식한다. 다음 날 들은 사정 이야기를 해주어도 본인이 본 공연의 인상이 너무 깊게 남기 때문이었다. 다음 날, '부상 때문이었다'는 안내방송을 들으면서 비로소 납득이 되었다. 


그리고는 흑조 오딜의 춤이 백조 오데트의 춤으로 바뀌었는데... 춤이 굉장히 좋았다. 위태롭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바로 그 위태로움 때문에 오데트의 처연함과 유리처럼 깨어질 듯 연약함이 한껏 부각되었다. 언제 부서질지 모를 그녀의 모습으로 인해 오데트가 주는 인상은 극에 달했다. 오히려 지금껏 본 어떤 오데트보다 더욱 위태로워 보여 가장 인상깊고 아름다웠다. 전날도 오데트의 춤으로 바꾸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물론 오딜의 춤이라 미리 알린 상태였기 때문에 무리를 해서라도 하고 싶었던 마음이라 이해하지만.


프로에게 있어 부상 역시 프로 정신 중 하나라 평소 생각한다. 더군다나 대체 무용수가 있는 국내 공연이 아니라 해외 공연이다. 그런데도 부상 관리를 못했다는 사실에 처음엔 아직 마음이 딱딱했더랬다. 일행 역시 그 점을 언급했고.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니 문득, 우리 무용수분들이 떠오르는 거다. 김지영 님이, 박슬기 님이, 이재우 님이, 홍향기 님이, 강미선 님이 해외에서 공연하시면서 만약 부상 당하셨다면? 그랬는데 현지 관객들이 나와 같이 반응한다면? 생각이 이에 이르자 가슴이 먹먹해졌다. 조금이라도 더 좋은 춤을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느라 부상을 당하셨을 텐데, 그런 진한 마음은 부상 앞에 관객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오직 결과로 인해 그 모든 절실한 진심들이 신기루처럼 사라져야 한다면. 우리 무용수분들이 해외에서 그런 일을 겪게 된다면 팬으로서의 내 마음이 너무나 아플 것 같았다. 그래서 마음을 고쳐 먹었다. 프로답지 못했던 것이 아니라 그만큼 더 정성스러웠던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다친 곳이 찢어질 듯 아프셨을 텐데도 포기하지 않고 무대에 오른 그 마음 자체가 뭉클했다. 그리고는 모든 선이... 아... 모든 선이...!! 그 와중에 모든 선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눈물이 핑 돌았다. 위태로우면서도 아름답고 정확한 그 선들. 그래서 목청껏 환호하고 박수를 보냈다. 오해해서 미안한 마음과 함께.



이번 공연의 주인공은 심킨이고 아담잔이고 유명 쟁쟁한 분들이 맞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주인공은 강미선 님이셨다. 이틀 모두를 통틀어 그 무용수분들을 초청한 주최자로서, 호스트로서의 당당하고 여유로운 그 자태에 감탄했다. 단연코 주인다운 태도를 보여 주셔서 보는 내가 다 자랑스럽고 즐거웠다.









3층 객석도 뜨겁던데...? ㅎㅎ 난리가 났었죠. 아마도 앞의 두 줄은 시야확보 때문에 비워둔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내 자리에선 시야가 전혀 방해 받지 않아서 정말 쾌적하게 감상했다.


어제 함께 한 일행이 이 후기를 읽고는 짧다고 구박을... 짧다니... 이것이 짧다니...;;; 그러니까 내 소감이 많지 않다고 구박하는 것인데, 많지 않다니...;;; 근데 갈라가 그렇다. 캐릭터 해석이나 감정 전달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감상하는 것이 큰 자리인지라 환호하고 박수치고 떠들썩하게 즐거워하면 되는 거다. 그러니 딱히 쓸 말이 많지 않아. 그냥 와! 멋지다! 엄청나다! 밖에.






 4. 레 부르주아 (안무: 벤 코벤베르그 음악: 쟈크 브렐)
Les Bourgeois (Choreography: Ben Van Cauwenbergh Music: Jacques Brel)

벨기에 안무가겸 발레감독 Ben Van Cauwenbergh의 남성 솔로 작품 <레 부르주아 Les Bourgeois>은 Jacques Brel이 만든 동명의 프랑스 샹송에 안무를 맞춘 것으로, 가볍고 건들건들하고 무사태평으로 보이지만 무용수에게 있어 뛰어난 기량과 연기력을 요구하는 어려운 작품으로, 갈라나 각종 대회에 자주 사용되곤 한다. 


Les Bourgeois는 '중산층'이라는 의미다. 음악의 가삿말은 다음과 같다. "뜨거운 마음으로 뜨거운 눈빛으로 '몬타렝의 뚱뚱한 에드리언' 술집에서 맥주잔을 바라본다. 내 친구 조조, 피에르, 그리고 나는 우리의 20대 시절의 청춘에서 벗어나려 술을 들이킨다. 조조는 자기가 볼테르라고, 피에르는 카사노바라고, 나는... 나는 그냥 자랑스러운 나 자신이라고 생각해 버린다. 자정이 지나 공증인들이 지나가면 우리는 패전트 호텔에서 나오면서 예절바르게 궁둥이를 까고 이 노래를 그들에게 불러준다. '중산층은 마치 돼지 같구나. 나이가 들수록 더 멍청해지지. 중산층은 꼭 돼지와 같구나. 나이가 들수록 멍청해지지만...'(중략)"


* 무용수 : 다닐 심킨 Daniil Simkin : 베를린주립발레단 Berlin Staatsballet





이번에 출연하는 다닐 심킨의 공연이다. 이 춤을 추실 지는 모르겠으나. 이 작품은 술취한 젊은이의 건들건들 으스대는 모습으로 중산층을 비웃고 있는데, 다닐 심킨의 귀여운 외모와 흐느적거리는 모습이 굉장히 귀엽고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낸다. 요는 그렇게 흐느적이면서도 엄청난 높이의 점프와 공중 회전을 깔끔하고 예쁜 선, 힘으로 해낸다는 점인데, '나 지금 점프 한다'라는 느낌 전혀 없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해내는 것이 포인트다. 굉장한 기술과 연기력이 필요한 춤이 맞군요.


[9월 5일]


위의 영상 그대로였다. 무용수와 춤이 그대로였단 뜻이다. 물론 공연예술 특유의 현장감과 감동은 아무리 영상으로 보아도 다 전달되지 않습니다. 위의 영상을 올리면서 다른 무용수분들의 <레 부르주아>도 몇 편 감상했더랬는데, 다닐 심킨의 춤이 가장 좋았더랬다. '자연스러움'이 그 이유였는데, 실제로 본 춤도 그러했다. 


[9월 6일]


역시나 여유롭고 능청스러우며 낙천적인 모습이 편안해 보이는 춤이었다. 오늘 내 오른쪽에 발레 애호가 여성이 한 명 앉았는데(라 바야데르와 마타하리, 그리고 마린스키의 돈키호테까지 예매를 마쳤다고), 심킨의 이 <레 브루주아>를 보았을 때 '쉼표 같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음. 그러고 보니 그런 느낌이 있다. 맛깔스러운 춤.






 11. 해적 그랑 파드되 (안무: M. 프티파, V. 챠부키아니 음악: 아돌프 아당, 체자레 푸니) 
Le Corsaire Grand Pas de Deux (Choreography: M. Petipa V. CHabukiani Music A. Adma, C, Pugni)


* 무용수 : 다닐 심킨 Daniil Simkin, 유코 호리사와 Yuko Horisawa : 베를린주립발레단 Berlin Staatsballet





[9월 5일]


와아... 다닐 심킨, 그 명성의 증명!! 관객석을 열광의 도가니로 들끓게 만든 미친 엄청난 점프와 회전!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그 모습을 믿을 수가 없었다. 마치 '뒤질 수 없지!'라는 듯 깔끔한 푸에떼 휙휙 해내어 버리는 호리사와는 몸이 완전히 풀린 듯 너무나 화려한 자신감이 빛나서, 두 분의 춤에 눈이 멀어 버리는 것 같았다. 관객석 여기저기서 함성 터지고 감탄사 터지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들어 보니 3층 객석은 점잖으셨다면서. 아니던데. 2층에서 듣기에도 위에서 환호 많이 들리던데. 2층은 좌석이 꽤나 비었음에도 불구하고 난리났었다. 몰라, 내가 너무 정줄 놓았어서 그렇게 느꼈던 건가...?;;; 하지만 커튼콜 때 증명이 되었지 않나. 끊이지 않는 환호. 관객들의 그 흥분.


[9월 6일]


인터미션 때 내가 옆자리의 사람들에게 미리 경고?했다. 마지막 해적 그랑 파드되에서 다닐 심킨이 날아다닐 거라고. ㅋㅋ 심킨은 여기저기 훨훨 날아다녔고, 사람들 열광하고 소리지르고 박수치고 난리났다. 축제도 축제도 이런 축제가 없었지. 유코의 정확한 뿌에떼는 36회를 거뜬히 찍었고. 굉장한 춤이었다! 뭔가 더 멋진 말로 표현하고 싶어도 할 말이 없다. 그냥 굉장했다!






 10. 르 파크 (안무: 앙젤린 프렐조카유 음악: 볼프강 A. 모차르트)
Le Parc (Choreography: Angel Preljocaj Music: V. A. Mozart)


* 무용수: 크리스티나 샤프란 Kristina Shapran, 티무르 아스케로프 Timur Askerov





프랑스 누벨 바그 nouvelle vague 안무가 프렐로카쥬 Preljocaj의 아방가르드하고 아크로바틱한 안무ㅡ는 이거 무슨 보그체냐.;; 자그마치 아름다운 오렐리 뒤퐁 Aurélie Dupont 의 춤이다. 신비롭고 몽환적이며 나른하고 아름답다.


[9월 5일]


이 작품 준비하시느라 <백조의 호수> 준비가 미흡하셨던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선도 멋지고, 육체적 사랑을 탐하는 두 남녀의 모습이 잘 묘사되었다. 두 무용수의 연기력이 돋보였던 춤이었다.






 6. 백조의 호수 3막 그랑 파드되 (안무: 마리우스 프티파, 음악: 피터. I. 차이코프스키)
Swan Lake Act 3 Grand Pas de Deux (Choreography: M. Petipa Music: P. I. Tchaikovsky)


* 무용수 : 크리스티나 샤프란 Kristina Shapran, 티무르 아스케로프 Timur Askerov :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Marinsky Ballet




로열발레니 다른 엄청난 발레단이나 무용수의 영상이 아닌 이 영상을 실은 이유는, 흑조 박원아 님이 15세, 지그프리드 이선우 님이 18세 때의 영상이기 때문이다. 내가 국립이나 유니버설의 무용수분들만 간신히 아는 수준이라 다른 분들은 거의 모르는데, 선화예고 1학년 때 장학생 제의를 받아 미국으로 가서 19세인 현재 샌프란시스코 발레단 솔리스트로 계시는 분인 것 같다. 입단 1년 만에 솔리스트가 되는 위엄. 위의 영상에서 마의 32푸에떼가 38회전이 되는 걸 보고 놀랐는데, 그 회전이 음악에 너무나 맞게 자유자재인 듯 재치있고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서 더욱 소름이 돋았다.


[9월 5일]


이건 쓸 필요 없겠죠. 불쾌했다. 6일은 좀 낫기를 기대합니다.






 1. 말괄량이 길들이기 (안무: 장-크리스토프 마이요 음악: D. 쇼스타코비치)
The Taming of the Shrew (Choreography: Jean-Christophe Maillot Music: D. Shostakovich)


셰익스피어의 소설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바탕으로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에 장-크리스토프 마이요가 안무하였다. 밥티스타는 성질이 고약한 딸 카타리나를 시집보내는 데 애를 먹고, 그녀는 그 어느 누구도 자신의 신랑감이 될 수 없다고 단언하며 고집을 피운다. 그러나 그녀 만큼이나 고약한 성질의 페트루치오를 만나자 두 사람의 기질이 반응해 폭발적이고 예측할 수 없는 불꽃튀는 만남이 시작된다는 코메디다. 마이요는 이 코메디를 표현하기 위해 위트있고 빠르게 전개되는 동작성을 무용수들에게서 이끌어내어 성공적으로 안무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 무용수: 니나 캅초바 Nina Kaptsova, 알렉산더 볼취코프 Alexander Volchkov : 볼쇼이 발레단 Bolshoi Ballet





존 크랭코 안무가 아닌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의 안무였다. 존 크랭코의 안무로 예습하는 바람에 처음에 당황했다. 위의 장면입니다. 


[9월 5일]


맨 처음에 공연된 이 작품은 잘못 알고 있었어서 제대로 감상하지 못했다. 모던발레는 <Le Parc> 하나만 알고 갔더랬는데, 이 작품도 마이요 안무의 모던발레였던 것이다. 볼쇼이의 니나 캅초바와 알렉산더 볼취코프는 우아하고 기품있는 동작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카타리나의 치마가 참 아름답습니다.






 9. 잠자는 숲 속의 미녀 그랑 파드되 (안무: 마리우스 프티파 음악: P. I. 차이코프스키) 
The Sleeping Beauty Grand de Pas de Deux (Choreography: M. Petipa Music: P. I. Tchaikovsky)


* 무용수: 니나 캅초바 Nina Kaptsova, 알렉산더 볼취코프 Alexander Volchkov : 볼쇼이발레단 Bolshoi Ballet





이 영상 보니까 김지영 오로라가 보고 싶어진다.ㅠ 이번 <마타하리>땐 나오시겠지? 넘 보고 싶다. 김지영 님 춤.


[9월 5일]


재미난 것이, 3층에서 보았던 일행은 이 춤의 무용수분들이 누구인지 전혀 몰랐는데도 끝나고 소감을 물었을 때 희한하게 이 작품을 최고로 꼽았다는 점이다. 그래서 내가 "The 볼쇼이야!라고 말하자 충격을 받는 그 표정. 그러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서 지난 번 볼쇼이 <백조의 호수>를 보고 네가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넋이 빠졌었구나... 이제 알겠다. 나도 팬이 될 것 같아."


32 뿌에떼에 엄청난 점프와 회전들이 넘쳐나는 다른 작품들에 비하면, 이 <잠자는 숲 속의 미녀> 그랑 파드되는 사실 별로 인상적이지 않다. 물론 어려운 안무이지만 다른 작품들이 워낙 엄청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담백해 보이지. 그런데 볼쇼이의 춤이 그러하더라. 볼 때도 좋은데, 돌아서면 자꾸 눈에 어른거린다. 희한하게도.


일행이 좋아했던 포인트는 '오르골의 실사판'을 본 느낌 때문이라 했다. 어째서 살아있는 사람이 인형 같이 완벽하고 어여쁘지? 라는 느낌인 건데, 그것이 '선의 위력'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탄탄한 기본기에서 비롯된 깨끗한 선. 그래서 보면 볼수록 눈이 편하고 정화된다. 볼쇼이와 마린스키 무용수분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느꼈던 것이 굉장한 안정감이었는데, 한 눈에 '탄탄한 기본기'라는 구절이 떠오르도록 모든 무용수의 깨끗한 선이 돋보였더랬다. 개인적으로 느꼈던 차이로는 마린스키는 무겁게 기품있다, 였고, 볼쇼이는... 그냥 모든 것이 완벽했었다. <백조의 호수>때 이야기다. 그리고 5일에 보았던 니나 캅초바와 알렉산더 볼취코프의 춤은 '역시 볼쇼이다웠다'. 


깨끗한 선 뿐 아니라 너무나 적확한 타이밍이 주는 쾌감이 있다. 결코 서두르지 않으면서도 절대 늦지 않는 바로 그 타이밍. 그것이 주는 효과는 '기품'이다. 우리나라 무용수분들 동작의 가벼움이 압도적인 매력이라면, 볼쇼이와 마린스키 무용수분들의 동작에는 무게감이 느껴진다. 팔이나 다리를 움직일 때 좀 더 힘이 실리는 것 같달까. 그래서 동작의 타이밍이 미세하게 다르고, 거기에서 느껴지는 기품있는 무게감이 있다. 그것이 볼쇼이 무용수분들은 좀 더 적당하게 표현한다는 느낌. 아 온통 느낌 투성이네.ㅠ 그렇게 느끼는 걸 달리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오로라 공주의 솔로 바리에이션에서 캅초바는 말로 형용할 수 없으리 만치 사랑스럽고 귀여웠는데, 그것이 애교를 떠는 것도 아닌데도 품위있게 귀엽더라는 이야기. 가벼움을 표현하는데도 우리 무용수분들은 몸 자체가 가벼운 느낌을 준다면(그것이 큰 매력이자 경쟁력이라 생각한다), 캅초바는 동작이 가볍다는 느낌이었다. 우리 무용수분들이 저 하늘로 퐁 하고 날아가 버릴 것 같다면, 캅초바는 지상 가까이에서 땅에 발이 닿지 않는 것 같달까. 그 모습이 참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보는 내내 입이 귀에 걸렸더랬다.


볼취코프 데지레 왕자는 그 기품이... 점프를 하신 상태에서 그대로 허공에서 시간이 잠시 멈추는 느낌이 드는데, 그 모든 것이 '나 지금 점프 해요'가 아니라 너무나 자연스럽게 숨쉬듯 진행되고 다음 동작으로 부드럽게 연결되기 때문에 막 짜릿하진 않지만 전체적으로 안정감이 돋보였다. 그런 점이 '기품'으로 인식되는 것 같다.






 8. 다이아나 & 악테온 그랑 파드되 (안무: 아그리피나. 바가노바 음악: 세자르 푸니) 
Diana & Acteon Grand Pas de Deux Choreography A. Vaganova Music S. Pugni)


* 무용수: 강미선 Misun Kang, 박티아르 아담잔 Bakhtiyar Adamzhan




<다이아나 & 악테온 Diana & Acteon>은 원래 1886년 마리우스 프티파가 마린스키 발레단을 위해 La Esmeralda의 한 부분으로 넣은 <아르테미스와 악테온>의 이야기를 1935년 아그리피나 바가노바 Agrippina Vaganova가 키로프 발레단을 위해 '아르테미스'의 로마 이름인 '다이아나'로 이름을 바꾸어 <다이아나와 악테온>으로 올린 작품이라 한다. 로마 신화는 사실상 그리스 신화를 이름만 로마 이름으로 바꾸어 베낀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원래 그리스 신화에서 달의 여신이자 사냥의 여신, 처녀 여신인 아르테미스는 태양의 신이자 궁술과 치유의 신인 아폴론의 누이다. 어느 날 테베의 영웅이자 사냥의 고수인 악테온이 사냥하러 갔다가 우연히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가 목욕하는 장면을 보게 되는데, 인간 청년에게 알몸을 들킨 것에 화가 난 아르테미스는 악테온에게 말을 하지 못하도록 저주를 내린다. 그 때 함께 사냥 왔던 친구들이 악테온을 부르고, 자신도 모르게 대답한 악테온은 사슴으로 변신하게 된다. 사슴이 된 악테온을 자신이 키우던 사냥개들이 물어 뜯어 죽이게 된다는 잔인한 이야기. 그러나 바가노바의 <다이아나 & 악테온> 버전에서는 그런 내용은 지우고 다이아나와 악테온의 열정적인 사랑을 묘사한다. 달의 여신 다이아나는 붉은색 키톤을 입고서 간혹 손에 사냥의 신임을 나타내는 활을 들고 춤을 추고, 사냥으로 다져진 젊고 강인한 인간 남성의 육체미를 뽐내는 악테온은 허리춤에 간신히 걸치는 로인클로스loincloth를 입고 등장한다. 보면 알듯이 이 안무에서 악테온의 높고 시원하고 남성미 가득한 점프가 인상적이다.


위의 영상을 보고는 반해 버렸는데, 우크라이나 출신 베를린 국립 발레단 Berlin State Ballet 수석 무용수 이아나 살렌코 Iana Salenko의 미친 선... 과 아르헨티나 태생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 American Ballet Theatre의 수석 무용수 에르만 꼬르네호 Herman Cornejo의 높고 힘찬 점프에 감탄했다.


[9월 5일]


와... 대, 대단했다! 강미선 다이아나의 그 감쪽같은 모습. 요정 같은 가벼움도 있으면서 여신의 우아함이 장착된 강미선 다이아나는 참 멋졌다! 여신의 도도함도 살짝 느껴졌는데 꼿꼿하고 빠른 회전은 역시나 깨끗하고, 자주 하신 작품이 아닐 텐데도 노련함이 빛났다. 덕분에 이 작품 전막으로 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박티아르 아담잔... 와...!!! 말해 뭐할까. 환호하느라 목이 터지는 줄. 음악 소리가 넘 커서 환호가 들리지도 않았을 것 같지만 말이다.ㅠ 믿을 수 없도록 높은 점프와 화려한 회전. 그야말로 육체미 가득한 사냥꾼 악테온의 화신에 다름 아니었다. 점프 하나에 힘과 에너지가 터져나와 관객석을 강타하는 그 기분. 관객석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습니다. 아주 훌륭한 춤이었다!






 2. 돈키호테 그랑 파드되 (안무: 마리우스 프티파 음악: 루드비히 밍쿠스)
Don Quixote Grand Pas de Deux (Choreography: M. Petipa Music: L. Minkus)


* 무용수: 유코 호리사와 Yuko Horisawa, 박티아르 아담잔 Bakhtiyar Adamzhan : 아스타나국립발레단 Astana National Ballet 




아, 안 돼... 자하로바로 예습하는 건 반칙이다.ㅠ 어떻게 저렇게 꼿꼿하게 32 푸에뗴를 하지? 하지만 우리 강미선 키트리도 못지 않았다.


아무래도 내일, 모레 공연은 32 푸에뗴 축제가 될 것 같지? 화려화려할 겁니다.


[9월 5일]


처음 아다지오에서는 실망을 많이 했다. 아담잔의 춤은 아직 긴장되어 있었고, 특히 호리사와의 춤이 너무 경직되었기 때문인데, 선이 괜찮았으나 유연성이 많이 떨어지고 긴장감 때문인지 동작이 뻣뻣해서 보는 입장에서 불편했다. 그러다 바질 역 아담잔의 솔로가 펼쳐지고 그의 높은 점프가 터졌다. 그때 알았다. 이 분 만만하지 않겠구나. 키트리 역 호리사와의 솔로 바리에이션은 아직도 긴장이 풀리지 않아 보였다. 그러다 마지막 코다 부분에서 아담잔의 어마어마한 높이와 멋진 선의 점프와 회전이 터져서 관객의 넋을 빼놓았다. 여기저기 충격의 환호가 터졌고. <돈키호테>그랑파드되 코다 특유의 바질 마네쥬 바로 직후 펼쳐지는 키트리 32 뿌에뗴가 주는 축제와 흥분의 분위기가 있는데, 바로 그것을 호리사와가 너무나 훌륭하게 이어서 터뜨려 버렸다! 와... 그 때 왜 호리사와가 왔어야 했는지는 실감했는데, 32 뿌에떼가 무려 40번이 넘었다...????? 나는 42번을 헤아렸는데 광란의 흥분에 휩싸여 제대로 세었는지는 모르겠다만, 암튼 40회는 넘었다. 그것이 위태하게 넘은 것도 아니고, 정말 깔끔하게 휭휭 해내시는데, 와, 그런 건 난 처음 본 것이어서 정줄 날아가는 줄 알았다. <돈키호테> 그랑파드되의 화려함을 유감없이 보여준 두 분의 멋진 춤이었다.






 7. 지젤 2막 파드되 (안무: 장 코랄리 음악: 아돌프 아당)
Giselle Act 2 Pas de Deux (Choreography: Jean Coralli, Jules Perrot Music: Adolphe C. Adam)


* 무용수: 홍향기 Hyanggi Hong,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Konstantin Novoselov : 유니버설발레단 Universal Ballet





자하로바로 예습하면 안 된다니까는.ㅠㅠ  자꾸 보게 된다. 저런 가벼움과 처연함과 유연성. 숨이 멎을 것 같다. 이 사람은 뭐만 하면 다리 6시가 되니.


[9월 5일]


이것도 일행과의 의견이 갈렸던 작품이다. 왜 그런 건지는 알겠지만서도... 일행은 3층 A블럭에 앉았는데 아래의 화면 설명이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서 홍향기 지젤인 줄 몰랐었다고. 나도 얼굴 만으로는 처음에 향기 님인지 헷갈렸는데, 화장 때문일까나? 향기 님의 춤을 좋아하는 것은 그 캐릭터에 일관된 성격이 조금 묻어 있기 때문이다. '향기님이다!'하고 알아 보게 된달까. 뭐냐면 '착하고 순박하다'라는 느낌인 건데, 모르겠다. <스파르타쿠스>의 아이기나 역을 하시면 어떠하실지. 지금의 나로선 상상이 잘 안 가는데 말이다. 홍향기 님은 특유의 선하고 착한 그 느낌이 참 좋다.


5일 공연을 보면서 빠른 동작 뿐 아니라 오히려 천천히 하는 동작이 더 힘들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스파르타쿠스>의 프리기아 안무가 그러했고, 또 대표적으로 <지젤>의 이 그랑 파드되 앞부분에서의 지젤 안무가 그러하다. 천천히 다리를 올리는 동작을 정확하게 하는 것이 고도의 집중력과 균형감각을 요하는 것임을 알 수 있었는데, 홍향기 지젤께서 차분하게 잘 해내셨다. 그리고 한국인 무용수분들 특유의 그 공중에서의 가벼운 동작은 볼 때마다 마음이 설렌다. 향기 님 역시 작지 않은 키에도 솜털같은 가벼움을 잘 표현해주셨다. 선도 예쁘시고. 


콘스탄틴 알브레히트는... <지젤>에서의 알브레히트 춤이 24 바뜨리를 제외하곤 그리 인상적이진 않지. 콘스탄틴 특유의 높고 시원한 점프를 많이 볼 순 없는 안무였지만, 시종일관 섬세한 리프트와 동작이 좋았다.






 3. 춘향 파드되 안무 (안무: 유병헌 음악: 차이코프스키)    
The Love of Chunhyang Pas de Deux (Choreography: Brian Yoo Music: P. I. Tchaikovsky)


* 무용수: 강미선 Misun Kang, 이현준 Hyounjun Rhee : 유니버설발레단 Universal Ballet





유니버설의 <춘향>은 아직 제대로 된 영상이 풀리지 않았다. 파 드 되라고만 나와 있는데, 아마 <초야 파드되>가 아닐까 싶은데 모르겠네. 위의 영상도 이전 버전인 것 같다. 의상이 다르다. <첫날밤 파드되>가 맞다면 아주 낭만적이고 아름다울 겁니다. → 음... 윗영상의 18초부터 나오는 춤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왜 모르겠지. ㅠ  확실한 건 <초야 파드되>는 아니고 맨 마지막의 <재회 파드되>였던 것 같다. 몽룡의 가슴팍을 치는 장면이 있었거든.


[9월 5일]


이 <춘향 파드되>에 대해서는 일행과 나의 의견이 달랐다. 일행의 좌석이 3층인 데다 B블럭이 아니어서 좀 그랬던 건지는 모르겠는데, 일행은 이 파드되가 별로 인상적이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내게는 몹시 좋았던 파드되여서. 3층에서 보면 그러하려나? 6일 공연이 3층인데 좀 두려워지는데.;;


내가 이 춤을 좋아했던 이유는 강미선 님 때문이다. 강미선 님의 선이 그렇게 좋았나? 하고 새삼 놀랐을 정도로 거의 모든 선이 정제되고 아름다웠는데, 그동안 내가 강미선 님의 매력을 순수하고 깨끗하다 정도로만 알고 있었던 것은 초보의 막눈이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5일에 본 소감으로는 순수하면서도 영리하고 지적인 양반집 아가씨의 매력이 한껏 묻어나서, 춘향을 그렇게 표현하셨구나ㅡ하는 생각을 했다. 


내가 갈라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각 무용수께서 해석하신 캐릭터의 제각기 다른 성격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데, 이는 주로 갈라에 올라오는 춤이 그랑 파드되처럼 감정이나 감성이 아니라 기교 만을 뽐내는 춤이 많기 때문이다. 성격을 파악하기엔 길이가 턱없이 짧기도 하고. 그래서 기교만을 보고 환호하고 돌아서는 셈이 되는 건데, 그렇게 끝나고 나면 무용수분들이 분석하고 이해하신 캐릭터의 성격을 알 수가 없어서 '소통'을 하지 못한 기분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강미선 님께서 그걸 해내셨다. 이 짧은 시간에 그것도 그랑 파드되로 춘향의 성격이 다가왔어서 내게는 참 좋은 공연이었다.


이현준 님은... ㅋㅋㅋ 강미선 춘향의 얼굴 뚫어지겠어요. ㅋㅋㅋ 어찌나 절실한 눈빛으로 강미선 춘향을 내내 쳐다보시는지. 보는 내 마음이 설레었다. 뭐랄까, 골드 리트리버 같으셨다? ㅋㅋㅋ 사랑이 느껴지는 두 분의 춤, 정말 좋았어요.






**탈리스만 그랑 파드되 (안무: 마리우스 프티파 음악: 리카르도 드리고)

Talisman Grand Pas de Deux (Choreography: M. Petipa Music: Riccardo Drigo)


→ 무용수분 부상으로 취소됨. 아쉽다. 궁금했는데. 국립이나 유니에서 언제 꼭 올려 주셔요.




음... <탈리스만 Talisman>은 처음 접하는 작품이다. 마리우스 프티파 Marius Petipa가 리카르도 드리고 Riccardo Drigo 에 안무한 자그마치 4막 7장의 작품으로 1889년 마린스키 발레극장에서 초연되었다. 이 파드되가 유명하다고 하네.



아마도 인도 신화에 이야기를 붙인 건가 본데, 내가 인도 신화 쪽에는 지식이 별로 없다. 주인공은 하늘의 여왕 암라바티 Amravati의 딸인 니리티 Niriti로, 니리티는 일정 나이가 되면 지상으로 내려가 지상의 세속적 사랑의 유혹을 견디는 시험을 받게 되어 있었다. 만약 지상에서 인간과 사랑에 빠지면 두 번 다시 어머니가 있는 신들의 세계로 돌아올 수 없게 된다. 그런 그녀가 지상으로 갈 때가 되자 어머니 암라바티는 그녀에게 자신의 왕관에 붙어 있던 별모양 '부적 Talisman'을 건네 준다. 그것은 니리티를 지상의 위험으로부터 지켜줄 것인데, 만일 그 부적을 잃어버리게 되어도 니리티는 신들의 세계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 그런 그녀에게 바람의 신인 바유 Vayou를 동행시켜서 둘을 지상으로 내려 보낸다.


지상에 내려온 니리티는 직공 카두르 Kadoor의 집 근처에서 젊은 마하라자(Maharajah : 군주) 누레딘(Noureddin)을 만나고, 한눈에 반한 누레딘은 니리티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키스하려 한다. 서둘러 도망가던 중에 니리티는 어머니가 주신 부적(탈리스만)을 떨어뜨리고, 그 부적을 주운 누레딘은 자신의 가슴팍에 걸고 다닌다. 


니리티를 향한 사랑으로 인해 델리 Dehli 왕의 딸과의 결혼을 파혼한 누레딘은 그 후 몇 번이나 변장한 니리티와 바유를 만나는데, 번번이 탈리스만을 달라는 요청을 거절하다가 그 부적에 어떤 힘이 있으리라 짐작하게 된다. 하여, 바유에게 술을 먹여 탈리스만의 비밀을 듣게 된다.


만취한 바유는 니리티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고, 그런 니리티를 붙잡은 누레딘은 사랑을 고백하며 청혼한다. 회유와 협박에도 니리티가 끝내 거절하자 누레딘은 탈리스만을 떼어 니리티에게 던진다. 탈리스만을 손에 넣은 니리티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어머니가 계신 하늘 나라로 다시 돌아가려는 순간, 누레딘의 절절한 눈물에 마음이 흔들리고, 천상의 기쁨과 지상의 행복에 차이가 없음을 깨닫게 되어 결국 탈리스만을 떨어뜨리고 누레딘의 품에 안긴다ㅡ라는 이상한 이야기.


이야기는 이렇게 찾아 읽었는데, 전체 공연 영상을 아직 못 보아서 저 장면이 그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는 당일 프로그램 노트의 설명을 보아야 알 것 같다.






 5. 스파르타쿠스 그랑 파 드 되 (안무: 유리 그리고로비치 음악: 아람 하차투리안)

Spartacus Grand Pas de Deux (Choreography: Yury Nikolayevich Grigorovich Music: Aram Khachaturian )


* 무용수: 김지영 Jiyoung Kim, 이재우 Jaewoo Lee : 국립발레단 Korean National Ballet


<스파르타쿠스> 줄거리는 국립발레단이 제공한 시놉시스를 참고하세요. 

http://www.korean-national-ballet.kr/ko/performance/view?id=10






아마 이 부분일 확률이 많을 것 같다. 가장 어려우면서도 아름다운 부분이라. 


[9월 5일]


위의 영상에서 보는 춤이 맞다. 사실 'The 김지영&이재우' 커플이긴 하나 걱정이 안 된 건 아니었다. 처음부터 준비하신 것이 아니었고, 이재우 님은 박예은 님과 함께 위의 <탈리스만>을 준비하셨다가 박예은 님 부상으로 작품이 바뀐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보고 '역시 김지영 님이다' 싶었다. 언제 어디서라도 믿고 맡길 수 있는 김지영 발레리나. 그리고 든든한 우리 이재우 님. 


일행은 '두 분의 호흡이 기대 만큼 안정적이지 않았다'라는 소감을 말했다. '기대 만큼은'이란 표현이 적절하다. 두 분의 케미를 워낙 알고 있기 때문이다. 김지영 프리기아와 이재우 스파르타쿠스의 파드되가 얼마나 근사한지를 익히 보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내 눈에도 '보통 때 만큼의 기량이 110% 나오진 않았다'는 느낌이 들긴 했다. 하지만... 하지만 김지영 님은 김지영 님이었다. 그 깨끗하고 근사한 선. 너무나 손쉽게 해내시는 고난도 동작들. 그리고 난 김지영 님 특유의... 뭐라고 표현할까, 때로는 '지적인' 느낌으로, 또 때로는 '정직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그 느낌이 참 좋다. 바르고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 특유의 분위기랄까. 김지영 프리기아는 마음이 강하면서 정직한 사람인데, 5일 춤에는 그 마음이 살짝 불안하게 느껴지긴 했지만 그래도 원래의 그 성격이 흔들리진 않았다. 망설임 없는 점프와 이재우 님 팔 위에서 계속해서 펼쳐지는 연기들. 아... 내가 이 춤을 참 보고 싶었지.ㅠ


그리고 이재우 님이 무대에 등장하자 무대가 꽉 찼다. 물론 CJ토월은 좀 작긴 합니다만. ㅋㅋ 그런 게 아니라 내 마음이 꽉 찼다는 뜻이다. 김지영-이재우 커플이 등장하면 내 마음은 늘 꽉 찬다. 믿을 수 있고 불안하지 않기 때문. 이재우 님께서 김지영 님을 서포트하시는 모습이 참 좋다. 스파르타쿠스의 캐릭터가 그러하듯 강인함이 돋보였지만, 강인하면서도 사랑하는 프리기아에겐 낭만적인 그 모습이 역시 이상적이랄까. 이재우 님의 낭만이 점점 깊은 정중함으로 발효되고 있는 것 같아 보여서 보는 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아름다운 향기가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서두르지 않으면서도 적확한 타이밍에 정확한 동작을 하시는 모습에서, 힘 만을 내세우는 설익은 남성미가 아닌, 진정한 내면의 힘이 단단하게 영글어가는 멋진 남성미가 느껴졌달까. 아, 좀 더 멋지게 표현하고 싶은데. ㅠ 사실 이 장면에서 스파르타쿠스의 역할은 거의 프리기아를 서포트하는 장면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딱히 성격이 드러날 만 한 곳은 없는데도, 그 짧은 순간순간 이재우 님의 눈빛, 손짓 등에서 그런 것들이 섬광처럼 스쳐서 짜릿했다.


김지영 님은... 어쩜 그렇게 더 예뻐지시지? <말괄량이> 땐 넘 귀여워지셨어서 놀랐는데, 그동안 너무나 '아름다워'지셨다. 빠지실 살이 어딨다고 살이 더 빠지셨는데, 팔다리 자체가 길어진 것 같아 보였는 데다 다리 선이... 와... 다리 선이 그렇게 아름답다니! 일자로 쭉 뻗은 다리선이 너무 예뻐서 넋놓고 보았다. 물론 얼굴은 더더욱 작아지셨고. 참... 김지영 님을 보면 마음이 뭉클하다. 어쩌면 한결같이, 아니 갈수록 더더욱 그렇게 노력하는 무용수라니. 춤 자체로 이미 독보적이신데도 그것으로 안주하지 않고 끝없이 노력하고 달리는 그 모습에 자꾸 감동해.ㅠ 하지만 제발 건강 조심하셨으면 좋겠다. 보는 눈은 너무나 황홀하지만, 너무 무리해서 다이어트하시는 걸까봐 걱정이다. 팬의 입장에선 무용수분들 다치시는 것이 가장 속상하니까.


참, 이재우 님도 살이 좀 더 빠지셨다? 두 분 너무 멋진 커플 되시는 거 아닙니까? ㅎㅎ 발레리노의 몸이야 워낙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몸이지만, 거기다 이재우 님의 몸은 원래 아주 멋지지만, 살이 더 빠지시니 좀 더 날렵해 보이셨다. 하지만 리프트가 힘들진 않으실까ㅡ싶지만 김지영 님이 워낙 여리여리 꼬꼬마가 되셔서는.


믿고 보는 김지영-이재우 커플의 <스파르타쿠스> 파드되. 6일에도 기대합니다! 



[9월 6일]


어제 프로그램 노트를 꼼꼼하게 읽지 않았다. 아래에 조그맣게 5일만 해당하는 공연이라고 적혀 있었다. 에잉. 영재커플 한 번 더 보고 싶었는데. ㅠ 이틀 다 보길 잘 했다. 오늘은 옆자리에 초등3학년 발레꿈나무 어린이가 엄마와 함께 앉아 있었다. 그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오늘 국립발레단 공연 없다는 말을 듣고 크게 실망을 했다. 내가 다 미안해지도록.;; 보아도 또 보고 싶다, 김지영 님과 이재우 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