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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스토리 초대장 삭제로 인한 고민 중

by Vanodif 2018. 10. 25.



내 공간의 글을 감춘 이유는 지금 생각 중이기 때문이다.


거대 블로그인 네이버나 다음의 블로그를 사용하지 않고 굳이 이 티스토리에 둥지를 튼 것은 '초대장' 시스템이 맘에 들었기 때문인데, 그 초대장 시스템이 없어졌으니 애초 내가 이곳을 선택한 이유가 사라졌다. '방문자 수'를 원했더라면 네이버를 선택했을 것이다. 나는 불특정 다수보다 특정 소수를 선호하는 취향을 지녔기에, 네이버에서 티스토리의 글이 사라졌을 때도 상관없었다. 내 글을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서든 찾아올 것이므로. 소통이나 인기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개인적 기록을 의도한 공간이기에 방문자의 숫자는 내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많이 오면 기분이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불쾌해지기도 해서. 이 공간을 아끼지 않는 어중이떠중이들의 무례한 발자국이 난무한 느낌이 들기도 하거든. 내 딴에는 정성들여 포스팅하는 만큼 '내 글을 찾는 방문자'를 철저히 원한다.


두 번째 고민은 티스토리의 결정이 납득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티스토리는 카카오ㅡdaum의 계열 블로그로 알고 있는데, <다음 daum>에는 이미 모두에게 개방된 다음블로그가 있다. 그런데 어째서 이 티스토리까지 개방함으로 두 개의 다음블로그를 만들려고 하는가? 티스토리를 굳이 다음 블로그화 하려는 이유가 납득되지 않는 거다. '초대장'으로 시작한 시스템 자체가 매니아 취향을 지닌 자들을 겨냥한 것이 아니었나? 그간 티스토리 블로거들의 수준이 높았던 것은 티스토리언들 자체가 매니악 취향, 즉 덕후 기질이 농후한 이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째서 티스토리만의 독특함을 버리기로 선택한 것인지 이해되지 않는다. 티스토리 블로그의 정체성에 대한 이해가 나와는 많이 달랐던 모양이라고 지금께엔 생각이 모이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티스토리언 Tistorian의 정체성은 '아마추어 전문가'다. 멋진 야매랄까. 근사한 덕후. 그런 사람들이다. 전공자나 정식 전문가 특유의 딱딱함 없이 누구나 친근히 읽을 수 있는 말랑한 문체와 컨텐츠를 지녔지만, 전문가 못지 않은 지식과 이해를 아낌없이 공유하는 사람들. 덕후의 정의가 아니겠나. 오히려 전공자나 전문가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하는 영역까지 거침없이 발굴해내는 재능이 빛나는 사람들. 그것이 내가 생각하고 바라는 티스토리언이기에 나자신 티스토리언임이 자랑스러웠다. 그런데 티스토리언에 대한 티스토리측의 정의는 달랐나 보다.


티스토리가 대중성을 선택했다면, 그 '대중성' 자체로 보면 네이버가 절대 유리하다. 물론 티스토리만의 '기능'이 많으니 그 기능들 때문에 티스토리를 선택한 사람이라면, 티스토리의 대중화 선언이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그런 분들은 계속해서 양질의 포스팅을 하면 된다. 그런데 나의 경우 이곳을 선택한 이유 자체가 가입절차의 특수성이자 다른 각도에서의 개방성(번거로운 인증 필요 없이 초대장 하나로 가입이 가능했다는 점) 이었기 때문에, 내가 이곳에 머물러야 하는 이유를 상실하여 지금 당황스러워하는 중이다. 정작 티스토리측은 '왜 초대장을 없애기로 결정했는지'에 대한 이유는 전혀 설명해 주지도 않고 있고.


티스토리가 대중성을 선택했으니, 그렇다면 나의 결정은 당연히 네이버다. 기왕 대중화를 노릴 것이면 철저하게 대중화되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중성에 대한 나의 회의가 뿌리 깊은 관계로 이글루로 갈까, 다른 해외 블로그를 파볼까, 다시 싸이로 돌아갈까 어쩔까 고민 중이다. 뭐, 아무 데로나 가면 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내가 싸이에서 모셔온 두 분의 친구분 때문이다. 예전에 관심을 가졌던 사람이 자꾸 공간을 바꾸는 바람에 따라가다가 나중엔 짜증이 나서 그만둔 적이 있다. 그때 사람은 매력적이나 지나치게 잦은 변화로 인해 심적 피로감이 몹시 심했던 기억이다. 그랬던 내가 소중히 생각하는 분들을 이곳으로 초대했는데, 내가 이 공간을 버리고 또 다른 곳으로 초대한다면 그분들께 너무 폐를 끼치게 되는 일이라, 그것 하나 때문에 지금 고민하고 있다. 내 글이야 어디서건 검색하면 찾을 수 있을 테니 검색으로 오신 분들은 검색으로 나를 찾을 수 있을 테다. 공간이 결정되면 이곳에 올리고 갈 수도 있어서 그쪽은 걱정이 없고.


그 두 분과 가끔 이곳에서 소통해주시는 분들이 소중해서 속이 많이 상한다. 소통을 목적으로 하지 않은 만큼 가뜩이나 소통 없는 이 공간에서 다정하게 말을 걸어주시는 분들이 참 고맙고 좋은 건데.


모르겠다. 완전히 납득한 끝에 결정을 내리고 나면 돌이키지 않는 성격이라 결정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편이다. 짧게는 한 달에서 길게는 반 년, 혹은 1년까지도? 그때까지 이곳에 포스팅을 할 수도 있고, 다른 공간을 시도할 수도 있다. 뭐, ㅡ무슨 이유에서건ㅡ티스토리에 이대로 머무르기로 결정할 수도 있겠지. 아직은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상태다. 다만 결정이 날 때까지는 이것저것 시도하느라 잔뜩 변덕스러운 공간이 될 예정이다. 피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