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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회] The Pianists Series 3 안나 페도로바 리사이틀 Anna Fedorova Recital @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by Vanodif 2018. 12. 2.





<The Pianists Series 2 샤를 리샤르-아믈랭 리사이틀 Charles Richard hamelin Recital>

* 일시: 2018.12.04(화) 20:00

* 장소: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 예술의전당 홈페이지: https://www.sacticket.co.kr/SacHome/perform/detail?searchSeq=34791




[Beyond Fantasies] 

세계 음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젊은 피아니스트 안나 페토로바의 연주는 ‘새로움’, ‘혁신’이라는 리뷰가 늘 따라붙는다. 혁신적인 피아니스트가 당신의 환상, 그리고 그 이상을 자극할 환상곡의 향연을 즐겨보자. 


<출연> 피아니스트 안나 페도로바 Anna Fedorova



[프로그램] 

“Fantasies” 


스크랴빈 - 피아노 소나타 제2번 g#단조 “소나타 환상곡”, 작품번호 19 

Scriabin - Piano Sonata No. 2 in g# minor “Sonata-Fantasie”, Op. 19 


쇼팽 - 환상곡 f단조, 작품번호 49 

F. Chopin - Fantasie in f minor, Op. 49 


베토벤 - 피아노 소나타 제2번 c#단조 “월광”, 작품번호 27 

L. v. Beethoven - Piano Sonata No. 2 in c# minor “Moonlight”, Op. 27



Intermission 


모차르트 - 판타지 d단조, 작품번호 397 

W. A. Mozart - Fantasia in d minor, K. 397 


슈만 - 환상곡 C장조, 작품번호 17 

R. Schumann - Fantasie in C Major, Op. 17








[감상 후]


시간이 너무 흘렀는데... 음. 다시 공연 때의 기억을 떠올려 보자. 직후처럼 자세히는 쓰지 못하겠고 전체적인 인상만 쓰게 될 것 같지만, 안나 페도로바의 연주는 워낙 인상적이었어서 대략적인 감상을 쓰더라도 기억을 저장하기엔 충분할 것 같다.


예습을 했을 때, 안나 페도로바의 영상으로 크게 뚜렷한 감동을 받지는 못했었다. 그래서 어째서 열 네 번의 콩쿠르 우승을 했는가가 궁금했었다. 그리고 공연장에 앉아 들었을 때도 처음에는 내 귀가 의심스러웠을 정도로 별 감흥이 없었다. 인터미션 때 일행은 "매력이 없는데?"라며 의아해했을 정도였다. 그 마음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뭔가가 이상했다.


연주 방식도 그러했지만 문제는 곡 선정이었다. 온통 '환상곡'으로 채워진 프로그램. 그래서 공연 시작 전부터 기대했던 '환상곡'다운 느낌이 있었다. 그런데 그런 것이 모조리 무너졌다. 이유는 댐퍼 페달이었다. 댐퍼 페달을 아끼는 환상곡이라니. 보통 '환상곡'에서는 소리가 울리는 댐퍼페달을 누른 상태에서 연주하다 필요한 부분에서 음 정리를 위해 살짝 살짝 떼는 모습을 많이 보았는데, 페도로바는 필요한 부분에서만 살짝 살짝 누르다가 나중에 2부에서는 아예 오른발을 댐퍼페달 옆에 둔 채 연주하는 것을 보고는 충격에 휩싸였다. 아니 슈만의 환상곡을 댐퍼페달을 거의 밟지 않은 채로 연주할 수가 있단 말인가...??? 그런데 왜? 어째서??? 그 결과 지금껏 들어온 환상곡과는 완전히 달랐다. 아련하고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그런 환상곡이 아니었다. 건조하고 다소 각진, 뚜렷한 환상곡. 이 낯선 느낌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그런데 말이다, 환상곡을, 더군다나 베토벤의 <월광>에선 베토벤 본인이 “피아노의 페달을 반드시 써서 극도의 섬세함을 표현해야 한다”라고 지시했을 만큼ㅡ그런데 그러고 보니 그 페달이 댐퍼페달이라는 지시는 없었던 걸까?ㅡ환상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가 강조됨에도 불구하고 연주자가 댐퍼 페달을 아끼기로 했다는 것에는 이유가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좀 더 집중해 들었다. 그러다 슈만 환상곡 2악장에서였던가, 기어코 눈물이 떨어지고 말았다. 그 이유는, 댐퍼 페달을 밟으면 간단하게 해결되는 것을 굳이굳이 밟지 않은 채 너무나 정성스레 공들여서 연주하고 있는 그 땀방울이 한 음 한 음에서 배어 나왔기 때문이다. 내가 듣기엔 이러했다. "음을 들으세요. 음을. 댐퍼페달의 트릭이 아니어도, 정직한 음과 리듬만으로도 환상은 존재하니, 내가 이끄는대로 '현실적인 환상'을 느껴주세요"라는 페도로바의 절규가 들리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사실주의적 환상곡. 현실적 환상곡. 피아노의 마네 Manet. 르네상스 이후 수백 년을 미술의 기본으로 지배해왔던 원근법과 명암법이 의도한 2차원 캔버스의 3차원화를 다시 3차원의 2차원화로 환원시켜 버린 마네의 발칙함이자 사실에의 절실함. 마네는 원근법과 명암법을 없앰으로써 '당신이 지금 보고 있는 것은 공간감 깊은 현실의 공간이 아니라 납작한 화폭에 불과하다. 이것은 그림이란 말이다. 착각하시 마시라'를 일깨웠다. 이 날 안나 페도로바의 연주에서 내가 느낀 것도 바로 그것이었다. 모든 음의 울림을 지속시킴으로써 공간감을 더하고 환상적인 분위기로 이끄는 댐퍼 페달을 인색하게 사용함으로써, 마치 "이것은 피아노 건반을 울려서 내는 음입니다. 어떤 몽환적인 효과나 장치가 아니예요"라 말하는 것 같았다. 


처음에 당황스러웠던 것은, 지금껏 내가 즐겨왔던 클래식 연주에서의 많은 시각적 느낌들이 댐퍼 페달에서 비롯되었음을 그녀의 연주로 인해 깨닫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페도로바의 연주 동안 내 앞에 환상은 펼쳐지지 않았다. 건조하고 정직하기만 한 연주. 그녀는 나에게 뭔가 다른 것을 느끼길 요구하고 있었다. 


당혹감을 누른 채 집중을 계속하자 음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댐퍼페달의 화려한 분장을 지운 한 음 한 음의 민낯이 어떤 모습인지. 날것 그대로의 음을 그녀가 어떻게 섬세하게 타건 만으로 그 강약을 조절하는지. 그렇게 개개 음들이 들리더니 이제 한 마디의, 한 소절의 음들이 점점 들리고, 그렇게 듣다 보니 곡의 구성이 들리는 것이었다. 그냥 음이 어쩌고저쩌고 그저 환상의 세계로 풍덩 뛰어들기만 했던 내게는 완전히 새로운 세계가 열린 경험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게 곡의 구성을 파악할 지식이나 능력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음악적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도 음들이 이렇게 모이니까 굴러가는 모양이 나는구나, 이렇게 음이 진행되니까 푸른 색이 나는구나, 식으로 마치 걸음마를 내딛는 것처럼 막연하게나마 음의 실체들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는 깨달았다. 페달의 울림이 아니라 곡의 구성과 연주자의 치밀하고 섬세한 연주가 환상을 빚어낸다는 것을.


내내 고생했던? 1부가 지나고, 한소끔 감정을 정리한 후 맞이한 2부 모차르트와 슈만의 곡에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환상곡의 맨얼굴'을 볼 수 있었다. 엄청난 화장과 치장을 하지 않더라도 말갛고 깨끗한 환상곡은 마음 깊은 울림과 감동을 주었다. 


안나 페도로바의 연주에는 '혁신적'이라는 평이 따라다닌다는데, 어째서 그런 것인지ㅡ내가 깨달은 것이 맞는 건지는 모르나, 나의 취향으로 보았을 때ㅡ알겠다. 혁신적이었다. 과연 혁신적인 환상곡이었고, 그런 혁신 자체가 환상적이었다.


샤를 리샤르-아믈랭의 연주도 독특했더랬는데, 안나 페도로바의 연주는 단순히 특별한 정도가 아니라 내게는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열어준 공연이었다. 이런 멋진 공연을 기획하고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더브릿지컴퍼니에 마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안나 페도로바는 2009년 루빈스타인 국제 콩쿠르 우승에서 비롯하여 지금까지 14개의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여 그 실력을 인정받은 연주자다. 조회수 몇 천만 명인지는 모르겠으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 C단조 작품번호 18 연주는 아주 유명하다 한다. 2악장은 국립발레단의 <안나 카레니나>의 안나와 브론스키 여행 장면에 사옹되었던 곡이다. 발레로 곡을 익히다니. 발레를 위해 작곡된 곡이 아닌데도.





나는 지난 공연에서 구입한 The Pianists Series 3 프로그램북을 가지고 있지만, 안의 설명이 몹시 좋으므로 가급적 구입해서 소장하시길 권합니다. 가격도 별로 비싸지 않았던 기억인데 ㅡ무료였다;;ㅡ안의 곡들 설명이 어마하게 좋다. 이곳에는 공연 후에 프로그램 노트의 내용(작성: 송정 작곡가겸 평론가)을 적기로 하고, 지금은 극히 일부만 발췌하여 파란색으로 싣는다. → 전체를 싣는다.






베토벤 - 피아노 소나타 제2번 c#단조 “월광”, 작품번호 27 

L. v. Beethoven - Piano Sonata No. 2 in c# minor “Moonlight”, Op. 27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32곡 중 가장 대중적인 인기가 높은 작품 중 하나로 1801년에 완성된 이 소나타는 환상곡풍으로(Quasi una fantasia)’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작품번호 27의 두 소나타 가운데 두 번째 곡(op. 27-2)이다.

 

월광이란 이름은 베토벤이 사망하고 5년이 지난 후인 1832년 베를린의 음악평론가이자 시인이었던 렐슈타프(Ludwig Rellstab)1악장의 분위기가 달빛이 비친 스위스 루체른 호수 위의 조각배 같다고 묘사한 데서 유래한 것이다.

 

이 곡은 같은 표제가 붙어 있는 피아노 소나타 제13(op. 27-01)과 마찬가지로 1악장이 전통적인 소나타 양식 대신 즉흥곡(또는 환타지) 형태로 구성되어 있는데, 구성의 묘미보다는 낭만적이고 감상적인 정서를 극대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 21세기의 대중들에게도 상당한 호소력이 있어서 여전히 식지 않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작품은 완성된 이듬해인 1802년 베토벤의 제자이자 그의 연인인 줄리에타 귀차르디에게 헌정되었다고 한다.

 

I.  Adagio sostenuto

어둡고 부드러운 분위기 사이로 일말의 슬픔 혹은 비탄이 언뜻 언뜻 내비치는 이 악장은 베를리오즈가 인간의 언어로는 도저히 묘사할 길이 없는 한 편의 시라고 표현한 바 있을 정도로 많은 예술가들의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가운데 가장 유명한 이 아다지오 악장에서 베토벤은 피아노의 페달을 반드시 써서 극도의 섬세함을 표현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 악장의 가장 큰 특징은 시종일관 일정한 리듬이 되풀이되는데, 이것은 베토벤이 도전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기 위한 대목에서 흔히 사용하는 패턴으로서 화성 또한 가슴을 서늘하게 만드는 전조로 급작스러운 색채변화를 꾀하고 있어 마치 정지되어 있는 지점에 미묘한 격렬함을 숨기고 있는 듯한 느낌을 안겨준다. 그런 까닭에 잔잔한 호숫가에 달이 비친 느낌과 그 표현에 잔잔한 물결이 일렁이고 있는 효과를 충분히 자아낸다. 월광 소나타이전에는 이토록 묘사적인 동시에 상징적이며 시적인 느낌이 강렬한 음악은 찾아보기 힘들고, 그 이후로는 후배 작곡가들의 수많은 표제음악과 건반음악이 추구하고자 했던 가장 높은 경지의 모델이 되었다.

 

II. Allegretto

연주시간 3분이 안 되는 2악장은 리스트가 두 개의 심연 사이에 놓인 한 떨기 꽃과 같다고 표현할 만큼 매혹적인 곡으로, 트리오 형식의 스케르초로서 특히 스포르찬도(하나의 음표, 또는 화음에 <돌연히 악센트를 붙여서>라는 뜻. sf, sfz로 나타낸다)의 효과가 인상적이다. 1악장의 슬픈 분위기에서 벗어나 명랑하고 익살스러운 느낌을 준다.

 

III. Presto agitato

3악장은 폭풍이 몰아치는 듯한 맹렬한 피날레 악장으로서 오른손의 날카로운 아르페지오와 공격적인 옥타브 스타카토의 연타가 쉼 없이 펼쳐진다. 이 악장에서도 스포르찬도가 빈번히 사용되어 빠른 템포에서도 다채로운 음향효과를 요구할 뿐 아니라, 전례 없는 크레센도로 낭만주의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감정의 응축과 폭발을 표현한다.

소나타 양식으로 되어 있으며, 속도 자시에 급속하고 격렬하게(Presto Agitato)라고 되어 있듯이 1악장과는 완전히 대조적인 악장으로 시종일관 마치 광풍이 몰아치는 듯한 격렬한 분위기로 진행된다.




임동혁 Dong hyek Lim


1악장, 아... 이렇게 쓸쓸하다니. 굉장히 부드러운데 뭔가 쓸쓸한 이 느낌. 댓글에 있듯 마음 속 고뇌의 시간이 그대로 묻어나는 것 같은 연주다. 부드러운 한기가 마음을 스치는 시간. 백건우 님 연주를 들었을 때는 느끼지 못한 분위기인데 이렇게 다른 매력이 빛나는구나. 예술가분들은 정말 대단하다. 2악장도 가벼우면서 곱고. 이런 쓸쓸한 느낌은 어디서 나는 걸까. 그런데 3악장. 이렇게 독특할 수가. 뭐지. 이런 3악장은 처음 들은 것 같은데...;;; 보통 꽝꽝 연주들 하시지 않나. 그런데 이런 뭔가 보글보글 잔기포로 끓어오르는 듯, 혹은 몽글몽글 멍울지며 굴러가는 농밀함으로 표현되는 건 정말 독특하다. 그 유명한 임동혁 님 연주 직접 들은 적 없는데 관심이 생겼다. 기회 되면 들어봐야겠다. 넘 매력적이다. 신경이 간지러워.





The Piano Sonata No.14 "Quasi Una Fantasia" Opus 27 No.2 (Moonlight Sonata) Movement 1: Adagio sostenuto Movement 2: Allegretto Movement 3: Presto agitato


Valentina Lisitsa


자, 조심스러운 임동혁 님의 월광과는 많이 다르지? 오히려 리시차의 연주에서 부드러운 남성이 떠오를 정도다. 사색에 잠긴 슬픔. 그리고 3악장. 그렇지! 프레스토 아지타토 Presto agitato, 격렬하고 빠르게! 리시차치고는 부드러운 연주입니다만. 그만큼 '환상적인' 느낌을 섬세하게 표현하려 했다는 뜻일 게다.





Claudio Arrau



리스트의 제자였던 마틴 크라우제에게 사사받은 클라우디오 아라우. 기교는 말할 것 없고 1악장 시작부터 가득 퍼지는 진중함. 슬픔에 흠뻑 잠겨 있으나 그것은 지적인 슬픔이다. 언제 변할지 알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무력하게 빠져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지성으로 분석하고 이해하여 차분하게, 그리고 철저하게 빠져드는 슬픔이자 고뇌의 시간. 아... 멋지다.ㅠ 세상엔 위대한 연주자가 너무 많아. 맑고 상냥한 2악장을 지나 헉, 3악장 시작의 저 현을 뜯는 듯한 느낌은 뭐, 뭐지??;;; 와 미치겠다. 격렬함과 사뿐함이 그리고 진중함과 가벼움이 부드러움과 강렬함이 여기저기서 쉴 새 없이 튀어 나온다.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모르겠는데 신경을 돌릴 수가 없이 계속 빨려드는 연주다.







쇼팽 - 환상곡 f단조, 작품번호 49 

F. Chopin - Fantasie in f minor, Op. 49 


형식에 구애 받지 않고 작곡가의 상상력이나 자유로운 표현으로 담겨진 악곡형식을 환상곡이라고 한다.


소팽의 작품에서 환상이라 이름이 붙여진 곡은 즉흥환상곡환상 폴로네이즈가 있지만, 진정한 의미에서의 환상곡은 이 작품 하나뿐이다. ‘Fantasie in f minor, Op. 49’ 1841년 작곡한 쇼팽의 모든 작품 중에서 최고위에 속하는 것의 하나로 인정되고 있다. 당시 쇼팽은 상드(George Sand)와 열렬히 사랑하고 있었는데 서로에 대한 사랑의 감정은 끊임없이 그에게 영감을 주며 작곡할 수 있는 원천이 되었다. 독일의 평론가 니스크가 쇼팽의 천재성이 가장 최고로 달하던 때라고 말할 만큼 쇼팽이 음악적으로 매우 높은 위치에 있을 무렵, ‘환상곡은 탄생하게 된다. 곡의 유래에 대해서는 한 가지 에피소드가 있다. 어느 날 상드와 언쟁을 한 쇼팽이 우울한 마음으로 피아노 앞에 앉아 있는데, 상드와 화해시키려고 리스트가 찾아왔다. 불평을 호소하는 쇼팽 앞에서 상드는 사과했고, 안심한 리스트가 방을 떠나자 쇼팽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화해를 하게 되었다. 이 곡은 그러한 정경을 배경으로 작곡되었다고 하는데, 쇼팽이 그러한 환상 비슷한 것을 품고 작곡했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쇼팽의 걸작 중 하나임에는 틀림이 없다.


순수한 아름다움과 신비감마저 느끼게 하는 이 곡은 무거운 발자국 소리와도 같은 짙은 압박감과 함께 조용하고 부드럽게 시작되며, 이후 몽환적이고 신비한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후반부에는 화려한 멜로디와 부드러운 멜로디가 섞여 나온다. 발라드와 같은 형식이지만 3/4박자가 아닌 4/4박자로 작곡한 것도 특징이다.




Anna Fedorova


페도로바 영상이 있어 다행이다.





머레이 페라이어 Murray Perahia


올해 예당 연주를 놓쳐서 후회하고 있는 머레이 페라이어 연주.







스크랴빈 - 피아노 소나타 제2번 g#단조 “소나타 환상곡”, 작품번호 19 

Scriabin - Piano Sonata No. 2 in g# minor “Sonata-Fantasie”, Op. 19 


환상(Fantasy)’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작품은 1892년부터 1897년까지 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작곡되었는데, 스크라빈이 계속해서 개정, 수정하면서 더 시간이 소요되자 결국은 그의 열렬한 후원자이자 출판업자였던 벨라예프의 촉구로 완성, 1898년에 출판되었다.


이 곡은 스크라빈의 초기 작품들 중 대표적인 걸작으로 피아니스틱한 기교가 돋보이며 우울한 러시아적 감성이 잘 묻어난다. 스크리아빈은 부제 소나타 판타지를 통해서 소나타 형식 안에서 보다 자신만의 인상과 느낌을 자유롭게 표현하여 판타지적 요소를 불어넣었다. Andante Presto로 구성된 2악장의 소나타형식 틀을 유지하고 있고, 3음이 생략된 3화음을 주요 동기에 배치하거나 4도 구성화음이 나타나며, 빠른 전조나 이명동음적 전조가 자주 보이는데, 이는 인상주의적인 분위기와 병렬적 구성을 나타내는 듯하다. 이외에도 싱코페이션의 리듬, 복합박자의 사용, 세분된 리듬, /감 화성 등 다양한 화성의 자유로운 사용과 모방, 동형진행, 오스티나토 등의 대위적 기법이 나타나며, 반음계적 진행과 넓은 음역의 분산화음과 그 위에 펼쳐지는 상성부의 선율은 쇼팽이나 리스트의 피아노 음악의 영향을 받았음을 느끼게 한다.

 

J. Engel이 쓴 ‘Scriabin: A biographical essay’에는 이 작품에 대한 설명이 다음과 같이 쓰여 있다.

스크라빈 자신은 이 곡에 대하여 처음 본 바다에 대한 인상을 표현하였다고 말했다. 또한 첫 번째 악장은 조용한 분위기로 남국 해변의 밤의 정취를 묘사하였다. 발전부에서는 어둡고 깊은 바다를 묘사하려 하였다. 이어 재현부에서 나오는 E Major 부분에서는 앞서 나왔던 발전부의 어두운 바다 뒤에 오는 부드러운 달빛을 표현하려고 하였다. 두 번째 악장은 매우 빠른(Presto) 템포가 제시되며, 폭풍우와 같이 휘몰아치는 광대한 바다를 묘사하고 있다.”

 

I. Andante

소나타 알레그로 형식으로 느린 템포를 고수하고 있는 점과 제시부의 마지막에 도돌이표가 생략되어 있음이 전통적인 소나타 형식과 차이를 보인다. 못갖춘마디로 주요 동기의 에코효과로 시작하는데 이는 밀려들어왔다가 부서지는 파도의 움직임을 묘사하는 듯하다. 짧은 클라이막스 후에 E장조(또한 C#단조)로 전조되고 점차 불규칙한 리듬분할과 복합 박자, 세분된 리듬으로 확장된다.


II. Presto

종결구(Coda)를 갖는 3부 형식으로, 1악장과 대조적으로 매우 빠르고 강렬하며 셋잇단음표의 일관된 리듬이 보인다. 크레센도와 데크레센도를 번갈아가며 파도의 인상을 준다.


→ 작곡가겸 평론가의 해설은 이렇구나. 감상에 있어 꿀팁이 한가득이다. 일반인으로서 다 알아듣진 못하더라도 정말 고마운 해설이다.




I. Andante

Anna Fedorova






II. Presto

Anna Fedorova






Yuja Wang


미니드레스에 킬힐 외 실력으로도 핫한 유자 왕 Yuja Wang. 지난 달 sh이 카네기홀에서 직접 들었다고 해서 엄청 부러웠는데. 2013년에 벌써 내한공연한 적이 있었다고?








모차르트 - 판타지 d단조, 작품번호 397 

W. A. Mozart - Fantasia in d minor, K. 397 


‘Fantasy in d minor, K.397’은 빈에 머물며 모차르트의 창작 활동이 원숙기로 접어든 1782년에 작곡되기 시작했는데 미완성 작품으로 모차르트의 사후에 발견되었다. 코ㅔ헬이 1862년에 작품목록을 작성할 때는 이미 자필악보는 없어졌고 초판에는 피아노포르테를 위한 서곡 판타지 W.A.모차르트 작곡 유작 단편이라고 적혀 있었다고 한다. 발견된 필사본에서 곡은 제 97마디, D장조 딸림 7화음으로 끝나 있으나 초판이 나온 지 2년 후에 브라이트코프 운트 헤르델 출판사에서 출판된 악보에는 딸림 7화음 뒤에 쉼표를 넣어서 10마디가 추가되고 D장조 완전 종지를 하고 있는데, 이는 모차르트를 존경하던 뮐러(August E. Mueller, 1767-1817)가 보완한 것으로 알려져 연주자에 따라선 임의대로 끝을 맺는다고도 한다. 전체는 자유로운 형식의 즉흥곡 양상을 띠고 레치타티보, 아리오소, 카덴차 등 다양한 양식을 보이고 있는데 이 다양한 변화는 모차르트의 천재성에 따라 훌륭하게 마무리되고 있어 그의 소품 중에서 특히 사랑 받고 있는 작품 중의 하나이다.


음악학자 Hermann Keller(1885-1967)는 이 곡을 연주할 때 즉흥성이 강한 첫머리는 전체의 기분을 만들어 내고 안단테는 너무 늦어지지 않도록, 또한 지나치게 표정을 꾸미려 하지 말도록 주의하여야 한다고 말한다.


안단테-아다지오-프레스토-템포 프리모-프레스토-템포 프리모-알레그레토로 여러 템포 변화를 가진 단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자유로운 형식 안에 프레이징의 구조는 분명히 드러난다. 악상의 큰 변화, 갑작스런 전조, 레치타티보와 같은 Cadenza, 반음계의 사용, 급변하는 템포 등으로 나타나는 갑작스러운 분위기 전환과 즉흥적인 성격을 특징으로 한다.


첫머리의 안단테 서주는 환상적인 분산화음으로 아다지오로 안내하며, 이어서 아다지오에서는 애수에 찬 아리아풍의 아름다운 주제 선율을 들려준다. 중간에 카덴차풍 패시지를 지나 활기차고 아름다운 D장조의 알레그레토가 인도되며 카덴차풍의 자유로운 패시지를 지나 추가된 코다로 종결된다.




Mozart: Fantasie in d KV397 - 0:00

Anna Fedorova





조성진 Seong-jin Cho


이 험난한 음질에도 이토록 맑고 투명하게 빛나는 조성진 님의 피아노는.





Charles Richard-Hamelin


어머. 지난 번 The Pianists Series 2에서 들었던 샤를 리샤르-아믈랭의 연주다! 반갑♡. 역시 가벼움의 표현이 뛰어나고 섬세하며 사려깊은 연주다.







슈만 - 환상곡 C장조, 작품번호 17 

R. Schumann - Fantasie in C Major, Op. 17


슈만의 모든 피아노곡들 중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Fantasie in C Major; Op. 17’ 3악장으로 구성된 대곡으로 작곡 배경은 매우 복잡하다. 1836년 연인 클라라와 강제로 결별해 있던 여름, 슈만은 폐허(Ruins)라는 부제로 그의 마음 속 불안감과 비통함, 사랑에 대한 깊은 고뇌를 담은 단악장의 곡을 작곡했다. 그러던 그 해 말 베토벤을 존경했던 슈만이 베토벤 기념비를 위한 기부금 조성에 도움이 되고자 트로피(Trophaen), ‘종려(Palmen)’를 부제로 두 개의 악장을 작곡하여 이 세 악장을 모아서 베토벤의 기념비 건립을 위한 그랜드 소나타라는 제목으로 판매용 사본을 본(Bonn)위원회에 제공하고 클라라에게 헌정할 마음으로 라이프치히 출판업자 키스트너(Kistner)에게 출판을 의뢰하였으나 거절당하였다. 결국 수정을 거쳐 1839환상곡(Fantasie) Op. 17’이라는 제목으로 출판하게 되었으며 리스트(Franz Liszt, 1811-1886)에게 헌정하였다.


환상곡(Fantasie)으로 출판되면서 각 악장의 부제가 없어지고 대신 곡의 서두에는 독일의 낭만파 시인인 프레드릭 본 슐레겔(Fredrich von Schlegel, 1772-1829)로부터 인용한 시구 4행이 모토(Motto)로 인용되어 있다.


이 세상의 모든 울리는 소리 가운데 

다양한 지상의 꿈에 관해

가만히 속삭이는(신비한) 한 음이 들린다

듣고자 예민하게 귀 기울이는 이에게.


‘Fantasie in C Major, Op. 17’은 자유로운 형식과 구성을 가진 대규모 소나타 형식의 환상곡으로 작품 곳곳에서 슈만 특유의 낭만적 작곡기법이 녹아있는 독자적인 작품이며, 그의 열정과 함께 체념까지 아우른, 그의 클라라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표현한 곡이라고 할 수 있다.


1악장 Durchaus Fantastisch Und Leidenschaftlich Vorzutragen (전체적으로 환상적이고 열정적으로)

슈만 스스로 클라라에게 보낸 편지에서 1악장은 아마 내가 지난 날 만든 곡 중에서 가장 열정적인 것이다라고 고백했듯이 이 악장에는 그야말로 음 하나하나, 매 부분마다 절망과 고통으로 가득한 그의 사랑의 열정과 혼이 가득히 담겨있음을 알 수 있다.


연속적인 빠른 반주 위에 클라라 선율이 제시되며 불안정한 화성과 함께 환상적인 색채감을 느끼게 한다. 빠르게-느리게-빠르게-느리게로 진행하며, 16분음표 반주형태의 리듬이 주를 이루고 헤미올라, 당김음, 교차리듬 등이 나타난다. 1악장의 마지막인 아다지오의 코다에 이르러 베토벤의 연가곡집 An die ferne Geliebte(멀리 있는 연인에게) Op. 98의 제6곡의 선율을 인용하였는데, 이는 클라라와 헤어져 애달프고 그리운 슈만의 마음을 담아낸다.

 


2악장 Mässig. Durchaus energisch (보통 빠르기로. 시종일관 정열적으로)

사랑의 환희 내지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는 듯한 2악장은 슈만이 처음에 표제를 붙인 ‘Trophies(트로피, 상패)’처럼 꽉찬 화성 진행으로 당당한 선율을 그리며 힘차게 시작하는 행진곡 풍의 곡으로 자유로운 론도 형태이다. 전체적으로 붓점 리듬과 당김음이 지배적으로 나타나며 풍성한 다이내믹의 사용으로 화려한 분위기를 나타낸다. E♭장조의 넓은 음역의 아르페지오(Arpeggio)로 시작하는 2악장은 론도 주제부가 3번 나타나는데, 조성의 변화 없이 리듬만 변형되어 음역을 넓게 사용하여 마치 오케스트라적 효과를 연상케 한다. 이는 베토벤이 영웅적인 이미지를 표현하고자 할 때 E♭ 조성을 사용한 영향으로 보이며, 이 곡의 리듬이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Op.101 No.28 2악장의 주제 리듬을 바탕으로 한 점 또한 동일하다.


악마의 난이도라 일컫는 CodaE♭장조로 Viel bewegter(아주 역동적으로)의 지시어로 나타난다. 흔히 A-B-A-C-A-B-A의 순서로 마지막에 A주제로 마무리되는 전형적인 론도 형식과는 달리 슈만은 Coda를 사용한 새로운 소재를 만들었다. 음정의 심한 도약과 부점 리듬으로 격렬한 코다를 만들며 슈만이 즐겨 사용한 4도 음정의 도약도 나타나는 것을 볼 때 기존의 양식에서 탈피한 그의 낭만성을 엿볼 수 있다.

 


3악장 Langsam getragen. Durchweg leise zu halten (느리게 음을 충분히 올리며 부드럽게)

2악장에서 격정적인 감정을 표현한 것과 대조되는 3악장은 보통 빠르고 화려한 소나타의 마지막 악장과 달리 매우 느리며 아주 서정적이다. 낮고 조용하게 존재하는 것 같은, 느리면서 절제된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듯한 감정선을 표현하며 운명적인 깨달음이 드러난다. 아르페지오 음형이 조용히 마음을 울리며, 대담한 전조와 자유로운 형식을 볼 수 있으며, 오른손과 왼손의 반진행과 지속음을 통해 교차되는 음정들은 신비로운 느낌을 주기도 한다.

ㅡ저자: 송정(작곡가 겸 평론가)






I. Durchaus fantastisch und leidenschaftlich vorzutragen (매우 환상적이고 열정적으로)

안나 페도로바 Anna Fedorova




II. Mäßig. Durchaus energisch (적당한 빠르기로 힘차게)






III. Langsam getragen. Durchweg leise zu halten (느린 템포로 일정하게. 조용함을 유지하면서)





이진상 Jinsang Lee


오! 지난 번 <예술의전당 회원음악회> 떄 신영옥 님과 함께 공연하셨던 이진상 피아니스트다! 역시... 따각따각 정갈하게 각진 음이 넘 매력적이다. 또 듣고 싶은 연주자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