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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Amy Winehouse

by Vanodif 2011. 7. 28.
 




Love Is A Losing Game (Live at SXSW)

 

 

에이미 와인하우스.

 

그녀의 음악을 처음 들은 건 Rehab이었는데, 처음 듣는 순간 아! 하는 감탄사가 나왔다. 재즈와 소울, R&B를 현대적 감성으로 Mix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을 받는 에이미 특유의 콘트랄토에 가까운 목소리 때문인지 난 그녀가 적어도 서른은 훌쩍 넘었을 것이라 여겼다. 그리고... 좀 있다 2008년 그래미 어워즈에서 최고상을 받는 장면을 보곤 더욱 큰 충격을 받았다. 일단은 그래미 어워즈인데 시상식 장소에 있지 않고 영국에서 노래한다는 점이 이상했고, 그리고 무엇보다 You Know I'm No Good과 이어 Rehab을 부르는 모습에서... 음...

 

 

 

 

 

 

 

 

첫눈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 사람, 얼마 살지 못하겠구나."

 

그녀를 본 사람이라면, 더군다나 그녀의 노래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대개 느끼는 것이라 한다. 그래미 때 미국의 시상식장에 갈 수 없었던 것도, 영국인 에이미가 마약재활치료를 받고 있었기 때문인데(Rehab은 자신의 경험을 노래로 쓴 것이다), 마약혐의 때문에 미국비자가 잘 나오지 않았고, 결국 부랴부랴 날아가면 시상식장에 닿을 정도로 아슬하게 나오긴 했는데 그렇게 갔다간 노래를 망칠 것 같아 그냥 영국에서 노래하기로 했었다는 글을 나중에야 읽었다.

 

 

 

 

“You Know I’m No Good” (2008 Grammys)

 

 

 

 

그래미 때 노래를 한 에이미는 그나마 덜 나쁜 상태였던 걸로 추정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춤. 그래, 춤 때문인 것 같다. 프리스타일로 부담 없이 추는 춤이 귀엽게 보일 수도 있겠는데 내겐 어쩐지 너무나 불안해 보였어서. 그런 춤을 그런 느낌으로 출 수 있다니, 하는 생각. 저런 헤어스타일에 저런 깡마른 몸매에 저런 목소리에 저런 춤에 저런 창법. 모든 것이 썩 잘 어울리긴 하는데 동시에 뭐라 말로 하기 힘들만큼 '기괴해서', 그냥 첫눈에 '아... 이 사람 곧 죽겠구나...'란 생각이 들었었다.

 

 

 

 

 

 

 

 

에이미에게 마약을 소개했던 남편과의 시끄러운 이혼, 알콜중독, 마약남용, 남자문제 등 내내 스캔들 메이커로 살았던 에이미의 그 모든 비극의 원인은 바로 그 목소리가 아니었을까? 타고난 목소리. 남들 부르기 힘들어하는 노래를 아이가 모래성을 쌓고 무너뜨리며 놀듯 자유자재로 아무렇지도 않게, 심지어 손톱을 다듬으며, 불러내는 그 천재성이야말로 그녀의 구원이자 동시에 몰락의 근원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Valerie” (Live)


 

 

 

 

 

 

 

 

2011년 7월 23일에 있은 27세 에이미의 죽음에 대해 그녀의 엄마는 딸의 죽음을 알고 있었다, 고 인터뷰 했다. 죽기 전날 딸을 만났는데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있었다고. 마약에 찌들어 죽어가는 딸을 끌어안고 서로 '사랑해'라는 말만을 되풀이할 수 밖에 없었다 한다. 그런데 그런 딸을 두고 어떻게 집에 갈 수 있었을까, 그 엄마는...* 그렇게 마약이 요구하는 끔찍한 죽음의 댓가를, 사랑하는 이들의 도움 없이 고독과 어둠 속에 에이미 혼자 치러야 했던 걸까.

 

 

 

 

 

 

 

 

살아 생전 에이미의 인터뷰를 보면, 그녀를 지탱하는 것이 '섹스'라 했다. 그녀는 마치 삶에서 섹스 이외에는 가치를 전혀 찾을 수 없었던 사람처럼 섹스에 탐닉했고, 또한 술과 마약에 중독되었다. 그녀의 그 인터뷰처럼 쿨하고 처절하고 공허한 인터뷰를 나는 본 적이 없다. 삶에서 낙오되지 않으려 전전긍긍하며 삶의 괴팍한 취향에 비위를 맞추기 위해 온갖 짓을 서슴지 않는, 지구 위를 살아가는 많은 '우리'를 마치 비웃기라도 하듯 자신의 삶을 기꺼이 잔인하게 파괴하는 이런 불나방들은, 확실히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다. 타인이 아닌 스스로를 파괴하는 자 특유의 자조와 멸망의 미, 라는 거. 결코 멋지다 생각하진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나는 내지 못하는 어떤 용기를 기꺼이, 혹은 어쩔 수 없이 내어 자신의 삶을 태우는 그 모습에 언제나 심장이 저렸다. 그리고 기어이 그녀의 삶은 재가 되어 버렸고, 내 심장은 무너져 내린다. 이젠 그녀의 새로운 노래를 더는 들을 수 없단 사실이 이처럼 암울하다니.

 

  

  

 

 

 

 

 

이 세상의 삶이란 천재들이 살아내기엔 지나치게 버겁거나, 혹은 지나치게 시시한지도 모른다.
그래서 많은 천재들이 간단하게도 옷의 먼지 털듯 생을 툭툭 털어버리는가보다.

 

 

 

 Rest In Peace, Dear Am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