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죽음을 나는, 수긍할 수 있을까? ★ 6/10
프랑수아 오종, 이름이 작품을 말한다.
쓸 데 없이 점수에 짠 내가 별 6을 준 것은 꽤 높은 점수다.
더군다나 이 작품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오종의 <타임 투 리브 Time To Leave>와 비슷한 상징과 장면이 등장하기에
'비슷하다'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별 여섯 개를 준 것은 정말 많이 준 것이라 하겠다.
줄거리는 위의 내용이나 네이버를 대충 검색해 보면 알 테고...
****************** 스포일러성 글이 조금 있을 것이니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은 주의하시길. ***********************
오종 감독의 작품에는 물이 자주 등장하는 것 같다. 아니면 내가 그런 작품들만 보았거나.
<타임 투 리브>와 <사랑의 추억> 둘 다에 (19금) 쓰*썸이 등장하는데, <사랑의 추억>에선 뉘앙스만 띄웠다 하면
<타임 투 리브>에선 그 모티프를 가지고 본격적으로 작업?을 했다는 느낌이 들어.
내가 <타임 투 리브>를 너무나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 장면 때문인데,
쓰*썸이라는, 지극히 *태스럽고 기이한 취향이라고 일반적으로 인식되는 그 행동이
그 영화에서는 너무나 숭고하고 설득력있고 아름답게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사랑의 추억>에선 살짝 터치만 있는 정도로 맛을 보여주긴 하지만, 음... 생각하자면 많은 것을 분석할 여지를 준 장면인 것 같으나
그냥 생각하지 않으려고. 시간도 시간이거니와 오종 감독의 작품은 분석 보다는 느끼고 싶다ㅡ욕구를 주는 편이어서.
이 작품은 오종 감독 개인의 어린시절 경험을 녹여낸 것이다.
가족과 함께 간 바닷가에서 노부부를 보았는데, 남편이 바다로 들어갔다가 그대로 실종이 되었다.
수색을 해도 찾지 못해 결국 아내 혼자 짐싸서 돌아가는 모습이 인상에 남았었다고.
해서, 그 모티프를 가지고 오종의 장기인 '스릴러'로 구상했다가 '드라마'로 풀어내기로 방향을 바꾸었다는데,
난 그 결정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몰론 <스위밍 풀>에서 확인할 수 있듯 오종의 스릴러 실력도 만만치 않다.
스릴러로 만들었으면 그것대로 난 좋아했을 거야.
그리고 이렇게 드라마로 아련하게 풀어준 것이 참 너무 좋은 것이지.
시작과 전개 뿐 아니라 결말이 썩 맘에 드는 작가나 감독은 극히 드문데
오종은 나의 취향에 꼭 맞는 결말을 만들어 내는 흔치 않은 감독이다.
이 작품 역시 결말이 마음에 들었으며.
그리고 주연배우 샬롯 램플링 또한 이 작품을 위해 아픈 개인사를 힘겹게 떠올렸다 한다.
여동생이 20대 때 자살을 했다고.
그 뿐 아니라 샬롯 램플링과 브루노 크래머는 25년 전에 다른 감독의 작품에서 부부로 연기를 했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작품에서 다시 부부가 된 두 사람을 25년차 부부로 설정한 것이었고.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듯 배우들이 자연스런 연기를 하는 것에는, 그런 세밀한 곳까지 고려한 배경이 있었구나, 싶고.
오종은 아무래도 샬롯 램플링을 많이 좋아하는 것 같다. <스위밍 풀>에도 등장했었고 또 최근작 <영 앤 뷰티플>에도 또 다시 등장시켰다.
미드 <덱스터>에서 정신과 의사로 나온 배우인데, 이 배우 특유의 건조하면서도 예리한 분위기를 좋아해서 감상이 더욱 즐거웠다.
아 참, 이 영화를 보면서 미드 <블랙 미러 Black Mirror> 시즌2-에피1 [Be Right Back]을 떠올렸다.
[Be Right Back] 또한 남편이 사망한 후 그 남편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아내의 이야기를 모티프로 전개하는데,
물론 풀어내는 방식이 [Be Right Back]의 경우는 그동안 눈부시게 발전한 과학기술을 매개로 사용했지만
감정의 흐름에 있어서는 조금 유사하다고 느낀다.
둘 다 멋진 작품이야.
오종 감독의 오종스러움은 이것이다.
남편이 죽었다는 확신이 듦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을 부정한다ㅡ까지는 흔히들 제시하는 전개다.
그런데 여기서 아주 살짝 꼬집어 비트는 것이지.
남편이 살아있다 ㅡ 억지로 ㅡ 여기고 있으면서 다른 남성과 관계를 맺는다, 는 것.
이것은 불륜이 아닌 상황을 스스로 불륜의 상황으로 만들어 버리는 기이한 현상으로 느껴지는데
굳이 훼손된 시체를 확인하고자 한 모습이라거나
그러고 나서도 시계를 부인한다거나 하는 모습을 보면서
처음엔 물음표가 하나 둘 생겨나다가 어느 순간, 그 물음표들이 투명해지더니 슬픔으로 녹아 차오르더라.
그 덤덤한 애절함 때문에 오히려 심장이 더 아려오는 느낌.
역시
오종이다.
아... 뭔가 더 쓰고 싶은데... 오종 작품 두 개를 이어서 보아서는... 시간도 늦었거니와...
부담이 되네.
말도 막 꼬이고. -_ㅜ
그렇다고 나중에 다시 쓸 것 같진 않고...
이 작품 이야기는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