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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Text

오비디우스, 「암소로 변한 이오」

by Vanodif 2017. 5. 18.



이오

공주

[Io ]
요약
강의 신 이나코스의 딸로, 제우스의 사랑을 받아 암소로 변하는 등 온갖 고난을 겪는다. 제우스와 사이에 에파포스를 낳는다.
헤라를 발견하는 제우스와 이오

헤라를 발견하는 제우스와 이오원본보기

외국어 표기Ἰώ(그리스어)
구분공주
별, 별자리목성의 위성
관련 인물아르고스, 이나코스, 프로메테우스, 에파포스
관련 지명이오니아 해

이오 인물관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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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 인물관계도
가이아우라노스크로노스레아오케아노스테티스이나코스멜리아제우스에파포스멤피스리비에포세이돈아게노르아이깁토스다나오스린케우스아미모네포세이돈아바스아글라이아아크리시오스프로이토스제우스다나에메가펜테스페르세우스아낙사고라스페르세스

강의 신 이나코스 멜리아 사이에서 태어난 딸로, 제우스와 사이에 에파포스를 낳는다.

신화 이야기

개요

『제우스와 이오』 중 이오의 모습

『제우스와 이오』 중 이오의 모습코레지오, 1531년, 비엔나 미술사 박물관

제우스에게 사랑을 받았다는 이유로 아마도 이오만큼 헤라로부터 학대를 받은 여자도 없을 것이다. 『비블리오테케』에 의하면, 이오는 원래는 헤라를 모시는 여사제였다고 한다. 그리스와 로마의 많은 원전들이 이오에 관해서 전해주고 있는데, 특히 오비디우스가 쓴 『변신 이야기』는 아름다운 문학적 표현과 생생한 심리묘사로 이오에 관해 전하고 있다.

제우스는 강의 신 이나코스의 아름다운 딸 이오가 강에서 돌아오는 모습을 보고 첫 눈에 반해 도망가는 이오를 붙잡아 그녀의 순결을 빼앗는다. 제우스는 아내 헤라의 눈을 피하기 위해 온통 먹구름으로 주위를 덮고 이오와 사랑을 나누고는 그래도 혹시나 헤라가 눈치 챌까 이오를 하얀 암소로 변하게 한다.

암소로 변해도 여전히 아름다운 이오! 헤라가 모든 상황을 눈치 채고는 암소를 선물로 달라고 하자 제우스는 “창피스러운 마음”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다 결국 암소를 선물로 준다.

이에 헤라는 눈이 백 개 있는 아르고스에게 암소를 감시하게 한다. 오비디우스에 의하면 아르고스는 돌아가며 한 번에 두 개의 눈만 감은 채 자고 나머지 눈은 뜨고 있기 때문에 암소가 된 이오의 모든 행동은 아르고스의 눈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이오는 아버지 이나코스에게 발굽으로 바닥에 글을 써서 암소로 변하게 된 사연을 알려준다. 사랑하는 딸의 행복한 결혼과 귀여운 손자를 고대하던 이나코스는 딸의 불행에 애통해하며, 자신이 불멸의 존재인 신이라는 사실에 절망한다. “이렇게 큰 슬픔 앞에서 죽지도 못하다니, 내가 신이라는 사실이 괴롭기만 하구나. 죽음의 문이 나에게는 닫혀있어 나의 아픔은 영원토록 계속되겠구나.”

한편 제우스는 이오의 불행을 보고는 헤르메스를 불러 아르고스를 죽이라고 명령한다. 헤르메스는 피리를 불어 아르고스를 깊은 잠에 빠지게 하고는 아르고스의 목을 벤다. 이에 분노한 헤라는 이오가 광기와 공포에 휩싸인 채 온 세상을 헤매게 한다. 그러자 제우스는 이오에 대한 벌을 거두어달라고 간청하고 다시는 이오와 불미스러운 관계를 맺지 않겠다고 맹세하며 헤라의 분노를 가라앉힌다. 마침내 이오는 예전의 모습을 되찾고 제우스의 아들 에파포스를 낳는다. 그리고 나중에는 여신으로 숭배를 받게 된다.

『비블리오테케』에 의하면 이오는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네일로스(지금의 나일강) 강가에서 에파포스를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헤라가 쿠레테스를 시켜 아이를 빼돌리자 이에 분노한 제우스가 쿠레테스를 죽였다고 한다. 이오는 나중에 이집트의 왕 텔레고노스와 결혼하여 그 곳에서 이시스 여신으로 경배를 받았다고 한다.

묶여있는 프로메테우스

오비디우스와 아폴로도로스보다 훨씬 이전에 아이스킬로스는 연극 작품 『묶여있는 프로메테우스』에서 이오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극의 초반부에는 헤파이스토스 신이 제우스의 명령을 받고 프로메테우스를 암벽에 결박하는 장면이 나오고 그 이후에 전개되는 장면들은 묶여있는 프로메테우스와 그를 방문하는 사람들의 대화로 진행되면서 에피소드의 형태로 이루어진다. 그 방문자들의 하나가 이오인데 이오는 제우스가 그녀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면서헤라의 질투와 미움 때문에 암소로 변해 온갖 박해를 받으면서 온 세상을 떠돌다 그에게 오게 된 것이다.

이렇게 해서 이오와 프로메테우스와의 대화를 통해 그녀의 과거사와 미래사가 밝혀진다. 이오는 자신이 온갖 고난을 겪으며 방랑을 하는 사연을 프로메테우스에게 다음과 같이 이야기해준다. 제우스의 눈에 띄어 사랑을 받게 된 이오는 밤마다 환영과 환청에 시달리게 되는데, 끊임없이 들려오는 환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큰 행운을 타고난 아가씨! 왜 그토록 오래 동안 처녀의 몸으로 계시나요? 아가씨에게는 가장 위대한 결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제우스께서 아가씨에 대한 사랑이 타올라 아가씨와 사랑을 나누시길 원하십니다. 아가씨, 제우스와의 동침을 거절하지 마시고, 풀이 무성하게 우거진 레르나의 풀밭으로 나가서 아버지의 가축 떼가 있는 축사로 가세요···”

이오가 용기를 내어 아버지인 이나코스 신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하자 그는 신탁을 구한다. 그런데 이나코스에게 내린 신탁의 내용은 이오를 집과 고향에서 내쫒아 정처없이 돌아다니게 하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제우스가 보낸 벼락이 온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들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오는 암소로 변한 채 “신이 내린 채찍”인 쇠파리에 쫒기면서 방방곡곡을 헤매게 된다.

이상은 이오가 프로메테우스에 들려준 자신의 과거사이고 이오에게 일어날 미래의 일은 프로메테우스의 말을 통해서 이오에게 전해진다. 일찍이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의 신전에서, 말을 하는 기적의 떡갈나무를 본 적이 있는데, 그는 이 떡갈나무로부터 이오의 미래사에 관해 듣게 되었고, 이제 그 내용을 이오에게 전해주게 된 것이다. 그 핵심적인 내용은 다음에서 언급하는 바와 같이, 이오가 미래에 제우스의 신부가 된다는 것이다. 이오는 온갖 고난을 겪으며 방랑을 하다 아주 멀리 나일 강까지 와서 제우스를 만나게 된다. 나일 강가에서 제우스는 그녀를 다시 사람으로 변하게 하고는 사랑을 나누고 이오는 제우스와의 관계에서 에파포스를 낳는다.

프로메테우스는 더 나아가 그녀의 후손 중의 하나가 프로메테우스의 고통을 끝내게 할 것이라는 말도 덧붙이는데, 이 사람이 바로 영웅 헤라클레스이다.

이오의 후손들

제우스의 사랑과 이오의 고난으로 맺은 결실이 바로 에파포스인데, 이후 에파포스의 후손들은 그리스뿐만 아니라 페르시아, 아프리카에 있는 많은 왕가의 시조들을 낳았고 뛰어난 영웅들도 배출한다. 메두사의 목을 벤 페르세우스와 불세출의 뛰어난 영웅 헤라클레스도 이오의 자손들이다. 이렇게 해서 이오의 고난으로 태어난 후손들은 그리스뿐 아니라 그 밖에 여러 지역을 아우르는 명문가의 조상들이 된다.

참고자료

  • 아이스킬로스, 『결박된 프로메테우스』
  • 히기누스, 『신화집』
  • 오비디우스, 『변신이야기』
  • 아폴로도로스, 『비블리오테케』
  • 피에르 그리말, 『그리스 로마 신화사전』, 열린책들
  • W. H. Roscher, 『Ausführliches Lexikon der griechischen und römischen Mythologie』

관련이미지

아르고스를 잠재우는 헤르메스

아르고스를 잠재우는 헤르메스출처: Wikimedia원본보기

[네이버지식백과]이오 [Io] - 공주 (그리스로마신화 인물백과)






「암소로 변한 이오」








암소로 변한 이오

 

하이모니아[1]에는 급경사면으로 둘러싸인, 나무로 우거진 계곡이

하나 있는데, 사람들은 그곳을 템페라고 부른다. 그 사이로

핀두스[2] 산 깊숙한 곳에서 발원한 페네오스 강이 거품을 일으키며

흘러간다. 강물은 힘차게 흘러 떨어지며 엷은 안개 너울을 펼치는

구름을 만들어내는가 하면, 숲 속의 나무 우듬지들에

물을 뿌린다. 이 굉음은 주위의 모든 것을 압도한다.

이곳이 위대한 강 페네오스의 집이자 거처이고, 이곳이 그의 안방이다.

그는 이곳의 바위 동굴 안에 자리잡고 앉아 자신의 물들과,

그 물속에 사는 요정들에게 판결을 내려주곤 했다.

그 지방의 강들이 다프네의 아버지를 축하해야 할지,

아니면 위로해야 할지 알지 못한 채 그곳으로 맨 먼저 몰려왔으니,

미루나무로 둘러싸인 스페르키오스, 쉬지 않는 애니페우스,

연로한 아피다누스, 유순한 암프뤼소스와 아이아스가 그들이다.

그 뒤 곧, 어느 길로 해서 급류에 실려 가든, 방랑에 지친

자신의 물들을 바다로 데리고 내려가는 다른 강들도 나타났다.

이나쿠스[3]만이 나타나지 않았다. 자신의 동굴 가장 깊숙한 곳에

숨어 그는 눈물로 강물을 불리고 있었다. 딸 이오를 잃어버린 그는

참담한 심정으로 그녀를 애도하고 있었다. 딸이 살아 잇는지

망령들 사이에 가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그는 어디서도 딸을 찾지 못하자 어디론가 사라졌다고 여겼고,

마음속으로 더 불행한 일을 염려하고 있었다.

윱피테르가 아버지의 강에서 돌아오는 이오에게 말했다.

윱피테르에게나 어울릴 소녀여, 그대는 그대의 잠자리로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게 되어 있거늘, 우거진 숲 그늘로 들어가도록 하라”.

(그러면서 그는 숲 그늘을 가리켰다.)

해가 중천에 높이 떠 있어 날이 더운 동안, 혼자서 짐승들의 은신처로

들어가기가 두렵다면, 그대는 반드시 예사 신이 아닌 어떤 신의

보호를 받으며 숲의 은밀한 곳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나는 강력한 손에 하늘의 홀들을 들고 있고 번쩍이는 벼락을

던지는 신이기 때문이다. 내게서 도망치지 마라!”

그녀는 도망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가 어느새 레르나의 목초지와 나무를 심어놓은

뤼르케움[4]의 경작지들을 뒤로했을 때, 신은 넓은 땅을 먹구름으로

뒤덮은 뒤 도망치는 소녀를 붙잡아 그녀의 정조를 차지했다.

그 사이 유노는 들판들의 한가운데를 내려다보고 있다가

느닷없이 구름들이 밝은 대낮에 밤의 어둠을 자아내는 것을

수상하게 여겼다. 그녀는 그 구름들이 강에서 온 것도,

눅눅한 대지에서 솟은 것도 아님을 알았다. 그녀는 퍼뜩

남편이 어디 있나 둘러보았다. 남편이 바람 피우다가

가끔 들킨 적이 있던 터라 그의 술책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하늘에서는 그의 모습을 찾을 수 없자 그녀는 말했다.

내 짐작이 틀렸거나 아니면 나는 모욕당하고 있는 거야.”

그녀는 하늘의 꼭대기에서 미끄러지듯 내려가 대지 위에

자리잡고 서서는 구름들에게 흩어지라고 명령했다.

하나 이때는 아내가 올 줄 알고 윱피테르가

이나쿠스의 딸의 모습을 하얀 암송아지로 바꾼 뒤였다.

암소로 변했어도 이오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사투르누스의 딸[5]

본의 아니게 암송아지의 모습을 보고 찬탄했고, 짐짓 모르는 체하며

누구의 것이고, 어디서 왔으며, 어떤 가축 떼에 속하느냐고 물었다.

윱피테르는 암송아지의 출생에 관해 더 묻지 못하도록 그저

대지에서 태어난 것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그러자 사투르누스의 딸은

그것을 선물로 달라고 했다. 어떡한담? 애인을 넘길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의심을 살 것이다. 수치심은 넘겨주라고,

다른 쪽에서 사랑은 그러지 말라고 설득했다.

사랑이 수치심에 이겼을 것이다.

하나 암송아지같이 가벼운 선물을 누이이자 아내인 그녀에게

주기를 거절한다면 그것은 그녀의 눈에 암송아지로

보이지 않을 수도 있었던 것이다. 여신은 시앗(남편의 첩)을 선물로 받았으나,

래도 당장 의구심이 싹 가시지는 않았으니,

윱피테르가 또 몰래 바람 피우지나 않을까 두려웠던 것이다.

그녀는 마침내 그것을 아레스토르의 아들 아르구스에게 지키라고 맡겼다.

 

 

백 개의 눈을 가진 아르구스

 

아르구스의 머리에는 백 개의 눈이 있었다.

한 번에 두 개씩 돌아가며 휴식을 취했고,

나머지 눈들은 치켜 뜨고 파수를 보았다.

그는 어떤 자세로 서 있든 이오를 감시할 수 있었으니,

설사 그가 등을 돌려도 이오는 그의 눈들 앞에 있었다.

그는 그녀에게 낮에는 풀을 뜯게 했고, 대지 아래로 해가 깊숙이

지고 나면 가두고 그녀의 목에 모욕적인 고삐를 채웠다.

그녀는 나뭇잎과 쓰디쓴 풀을 뜯어 먹었다.

불행한 그녀는 침상 대신 늘 풀이 나 있는 것도 아닌

땅바닥에 누웠고, 진흙투성이의 강물을 마셨다.

그녀는 아르구스에게 팔을 내밀고 애원이라도 하고 싶지만

그녀에게는 아르구스에게 내밀 팔이 없었고,

투덜거리고 싶어도 입에서는 울음소리가 나왔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그 소리에 깜짝 놀랐고 제 목소리가 무서워졌다.

   그녀는 또 가끔 뛰놀곤 하던 이나쿠스 강의 강둑[6]에 갔다가

물에 비친 괴상한 제 뿔들을 보고는 깜짝 놀라

질겁하고 자신의 모습 앞에서 도망쳤다.

물의 요정들도 그녀가 누군지 알지 못했고, 이나쿠스 역시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아버지와 언니들을 따라다니며

자신을 쓰다듬게 내버려두었고 감탄하는 그들에게 자신을 내맡겼다.

연로한 이나쿠스가 풀을 좀 뜯어 그녀에게 내밀자,

그녀는 아버지의 손을 핥고 손바닥에 입맞추며 눈물을 억제치 못했다.

말이라도 할 수 있었다면 그녀는 제 이름과 슬픈 운명을 말하며

도움을 청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말 대신 발굽으로 땅바닥에

글을 써서 자신이 변신하게 된 슬픈 사연을 알렸다.

아아, 슬프도다!” 아버지 이나쿠스는 깜짝 놀라 소리지르며,

신음하는 눈처럼 흰 암송아지의 뿔들과 목에 매달렸다.

아아, 슬프도다!” 그는 탄식했다. “네가 바로 내가 온 세상을

찾아 헤매던 내 딸이더란 말이냐? 차라리 너를 찾지 못했더라면

찾았을 때보다 이 고통은 더 가벼웠을 것을! 너는 침묵을 지키며

아무리 물어도 대답하지 않고, 가슴 깊숙한 곳에서 한숨 쉬며

음매하고 우는구나. 네가 할 수 있는 것이 그것밖에 더 있겠느냐!

이런 줄도 모르고 너를 위해 신방과 결혼식 때의 횃불들을 준비하며,

먼저 사위를 보고, 곧 손자 보기를 바라고 있었지. 하나 이제 너는

소 떼 중에서 네 남편과 네 아들을 찾지 않을 수 없게 되었구나.

나는 이토록 큰 슬픔을 죽음으로도 끝낼 수 없으니

내가 신이라는 것이 괴롭구나. 죽음의 문은 내게 닫혀 있고

내 슬픔은 영원토록 지속되어야 하니 말이다.”

그가 이렇게 탄식하고 있을 때, 눈이 별처럼 총총한 아르구스가

그를 밀치고 딸을 아버지에게서 떼어내 멀리 떨어진 풀밭으로

끌고 갔다. 그리고 멀리 떨어진 높은 산꼭대기 위에 자리잡고 앉아

사방으로 망을 보았다.

   하늘의 신들의 통치자[7]는 포로네우스[8]의 누이의

그토록 큰 고통을 보다못해 반짝이는 플레이야스[9]가 낳아준

아들[10]을 부르더니 그에게 아르구스를 죽이라고 명령했다.

그러자 메르쿠리우스(헤르메스)는 지체 없이 날개 달린 샌들을 매어 신고,

잠을 가져다 주는 지팡이를 강력한 손에 들고 모자를 썼다.

이렇게 차려 입고 윱피테르의 아들은 아버지의 성채에서

대지로 뛰어내렸다. 그곳에서 그는 모자를 벗고

날개를 치우더니 지팡이만 손에 들었다.

이것으로 그는 도중에 모은 염소 떼를 몰며 목자처럼

호젓한 시골길을 지나가며 손수 만든 목적(목동이 부는 나무 피리)을 불었다.

유노의 파수꾼은 그 신기한 소리와 재주에 현혹되었다.

이봐요, 그대가 누구든 여기 이 바위에 나와 나란히 앉아도 좋아요.”

아르구스가 말했다. “가축 떼를 위하여 이보다 풀이

많은 곳은 어디에도 없으며, 그대도 보다시피

이곳에는 목자들을 위한 서늘한 그늘도 있소.”

그러자 아틀라스의 외손자[11]는 그 곁에서 온갖 이야기로 무료함을 달랬고,

갈대피리를 불어 그자의 깨어 있는 눈들을 제압해보려 했다.

하지만 아르구스는 부드러운 잠을 물리치려고 노력했고,

또 그자의 눈들 중 일부가 잠이 들어도 다른 일부는

깨어 있었다. 그자는 또 어떻게 해서 그것이

(갈대피리는 근래에 발명되었으므로) 발명되었는지 물었다.

 

 

쉬링크스

 

   그러자 신이 말했다. “아르카디아의 서늘한 산중에는,

노나크리스[12]에 사는 나무의 요정들[13]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요정[14]이 한 명 있었는데, 요정들은 그녀를 쉬링크스라고 불렀소.

그녀는 사튀루스들[15], 그늘진 숲과 기름진 들판을 차지하고 사는

온갖 신들의 추격을 피해 달아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소.

하나 그녀는 하는 일에 있어 오르튀기아[16]를 본보기로 삼았고,

처녀성에서도 그것은 마찬가지였소. 디아나 여신처럼 허리띠를 매면,

보는 이들이 그녀를 라토나의 따님으로 여길 정도였소.

그녀의 활이 뿔로 만들어졌고, 여신의 활이 황금으로 만든 것이

아니었다면 말이오. 그래도 보는 이들은 속곤 했지요.

어느 날 판[17] 신은 뤼카이우스[18] 산에서 돌아오는 쉬링크스를 보고는

머리에 뾰족한 솔잎 관을 쓰고 이렇게 말했소……”

메르쿠리우스는 이어서 판 신이 무슨 말을 했으며,

요정이 어떻게 그의 간청을 거절하고 길도 없는 황무지를 지나

달아나다가 마침내 모래가 많은 라돈 강의 조용한 강가에

이르게 되었는지 이야기하려던 참이었다. 그리고 거기 강물에 막혀

더 이상 도망칠 수 없게 된 그녀가 강물 속의 언니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바꿔 달라고 간청했으며, 판 신은 이제야 쉬링크스를

붙잡았다고 기뻐했으나 그의 품에 안기는 것은

요정 대신 늪지대의 갈대들뿐이었다고 말이다. 판 신이

한숨을 쉬고 있을 때 바람이 갈대를 스치며 탄식하는 소리와도 같은

가느다란 소리가 났으며, 신은 이 새로운 예술과 감미로운 소리에

현혹되어 나는 그대와 이렇게 아름다운 소리로

언제까지든 대화를 나누리라!”하고 외쳤다고 말이다.

그리하여 그는 길이가 서로 다른 갈대들을 밀랍으로 이어 붙인 다음

이 악기에 소녀의 이름을 붙여주었던 것이다.

   퀼레네[19] 출신의 신은 이런 이야기를 더 하려던 참에 아르구스의 눈이

모두 제압되며 잠을 못 이기고 모든 눈꺼풀들이 감기는 것을 보았다.

그는 즉시 목소리를 억누르고는 아르구스의 풀어진 눈들 위로

요술 지팡이가 지나가게 하여 그자가 더 깊이 잠들게 했다.

그리고 그는 지체 없이 낫처럼 굽은 칼로 꾸벅꾸벅 졸고 있던

그 자의 머리가 목에 이어지는 부위를 친 다음 피 흘리는 그자를

바위 아래로 내던져 그 가파른 절벽이 피투성이가 되게 했다.

아르구스여, 그대는 누워 있구나! 그토록 많은 눈에 들어 있던

빛도 모두 꺼져버리고, 그대의 일백 개의 눈을 하나의 밤이

차지하고 있구나. 사투르누스의 딸은 이 눈들을 수습하여

자신의 새[20]의 깃털들에다 옮겨놓으며

그것의 꼬리를 별 같은 보석들로 가득 채웠다.

   그녀는 당장 분노에 불탔고 분노의 실현을 뒤로 미루지 않았으니,

그녀는 아르고스 출신 시앗의 눈과 마음 앞에다 공포를

안겨주는 복수의 여신을 세우고 가슴속에는 광기의 가시막대기를

심어 온 세상을 도망 다니게 했던 것이다.

닐루스 강(나일강)이여, 그대가 그녀의 엄청난 노고의 마지막을 장식했도다.

이오는 강가에 닿자마자 강둑에 무릎을 꿇었다.

그러고 나서 그녀는 목을 뒤로 젖히고 그녀가 유일하게

들 수 있는 얼굴을 저 높은 별들을 향하여 들더니

자신의 불행이 끝나게 해 달라고 간청하는 것 같았다.

그러자 윱피테르(제우스)가 두 팔로 아내[21]의 목을 끌어안고는

이제 그만 벌을 끝내라고 간청하며 말했다. “앞일은

염려 마시오. 그녀는 그대에게 결코 근심거리가 되지 않을 것이오.”

그리고 그는 스튁스 강의 늪들을 증인으로 불렀다.

여신의 분노가 가라앉자 이오는 이전의 얼굴 모습을 되차ㅉ고,

이전의 이오가 되었다. 그녀의 몸에서 센 털이 사라지고,

뿔이 오그라들고, 크고 둥근 눈이 작아지고,

쭉 찢어진 입이 좁아지고, 어깨와 손이 되돌아오고,

발굽이 사라지며 각각 다섯 개의 손발톱으로 나뉘었다.

그녀에게 눈부시게 희다는 것 말고는 소의 흔적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요정은 다시 두 발로 서게 된 것에 만족하고 똑바로 섰다. 하나

그녀는 암소처럼 음매 하고 울게 될까봐 말하기가 두려웠고,

겁에 질린 채 오랫동안 쓰지 않던 말을 한 마디씩 시험 삼아 내뱉었다.

 

 

에파푸스의 모욕

 

   이제 이오는 아마 옷을 입은 군중들에게 여신으로서 경배 받고 있다.

그녀는 에파푸스란 아들을 낳았는데, 그는 위대한 윱피테르의 씨에서

태어난 것으로 믿어지고 있으며, 사방의 도시들에서 어머니와 함께

신전을 공유하고 있다. 태양신의 아들 파에톤은 그와 성품도 비슷하고

나이도 같았다[22]. 한번은 자기 아버지는 포이부스[23]라고 파에톤이

큰소리치며 양보하려 하지 않자 이나쿠스의 외손자가

참다 못해 말했다. “너는 바보같이 네 어머니가 하는 말을 그대로 믿고

아버지에 대한 그릇된 생각으로 잔뜩 부풀어 있구나.”

그러자 파에톤은 얼굴을 붉혔고, 부끄러워 차마 화도 내지 못하고

에파푸스의 모욕적인 말을 어머니 클뤼메네에게 전했다.

그리고 어머니께서 더욱 더 괴로우시겠지만하고 그는 말했다.

나는 그토록 자유분방하고 드세건만 말 한 마디 못 했어요.

그런 모욕적인 말을 듣고도 한 마디 항변도 할 수 없었다는 것이

부끄러웠어요. 진정 내가 하늘의 씨앗에서 태어났다면

어머니께서는 내 자체가 그렇게 높다는

증거를 보여주시고, 내가 하늘에 속한다는 내 주장을 확인해주세요.

 

 

ㅡ오비디우스, 『변신이야기』(천병희 옮김),



[1] 하이모니아(Haemonia)는 그리스 텟살리아 지방의 옛이름이다.

[2] 핀두스(Pindus /Pindos)는 텟살리아 지방 서쪽에 있는 큰 산맥으로 최고봉 2,497미터이다.

[3] 이나쿠스(Inachus /Inachos)는 아르고스의 하신 겸 왕이다.

[4] 뤼르케움(Lyrceum /Lyrkeion)은 그리스 아르골리스(Argollis)지방과 아르카디아 지방 사이에 있는 산이다. ‘뤼르케움의(Lyrceus)는 여기서 아르카디아의란 뜻이다.

[5] 유노. 사투르누스(크로노스)의 딸.

[6] 강둑(ripas)’ 대신 찢어진 입(rictus)’으로 읽는 텍스트들도 있다.

[7] 윱피테르(제우스)

[8] 포로네우스는 이나쿠스의 아들로 이오의 오라비다.

[9] 여기서는 플레이야데스들 중 한 명인 마이야를 말한다. 플레이아데스들은 아틀라스의 일곱 딸들로 사냥꾼 오리온에게 쫓기다가 윱피테르에 의해 하늘로 옮겨져 성단이 되었는데, 마이야, 엘렉트라(Elektra), 타위게타(Taygete), 할퀴오네(Halkyone), 켈라이노(Celaeno /Kelaino), 스테로페(Sterope)와 메로페(Merope)이다. 이 책에서는 마이야만 언급된다.

[10] 메르쿠리우스(헤르메스)

[11] 메르쿠리우스.

[12] 노나크리스(Nonacris /Nonakris)는 그리스 아르카디아 지방의 산 및 도시이다. ‘노나크리스는 흔히 아르카디아란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13]나무의 요정의 라틴어 hamadryas나무와 수명을 함께하는 요정이란 뜻으로 나무가 죽으면 요정도 함께 죽는 것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14] 요정들은 그리스 신화에서 젊고 아름답고 음악과 무용을 좋아하는 소녀들로 여신들처럼 영생하지는 않지만 장수한다. 그들은 실을 잣거나 노래하며 동굴에 살지만 디아나 같은 여신들이나 칼륍소(Calypso / Kalypso)와 키르케(Circe /Kirke) 같은 신분이 높은 다른 요정들의 시중을 들기도 한다. 거처에 따른 이름이 있는데, 나무 특히 참나무의 요정들은 드뤼아데스(dryades 단수형 dryas), 샘과 시내와 호수의 요정들은 나이아데스(naiads 단수형 nais), 산의 요정들은 오레이아데스(oreiades 단수형 oreas)라 불린다. 그들은 윱피테르, 아폴로, 메르쿠리우스, 디오뉘소스 같은 큰 신들의 주목을 끌기도 하지만 대체로 판(Pan), 사튀루스, 프리아푸스(Priapus) 따위의 사랑을 받는다.

[15] 사튀루스들은 디오뉘수스 신의 종자들로 말의 꼬리 또는 염소의 다리를 가진 음탕하기로 이름난 숲의 정령들이다.

[16] 오르튀기아(Ortygia)는 디아나 여신의 별명 중 하나로 아폴로와 디아나의 남매신이 태어난 델로스 섬의 다른 이름인 오르튀기에(Ortygie)에서 유래했다.

[17] (Pan)은 그리스 신화에서 염소의 뿔에 염소의 발굽을 가진, 숲과 가축 떼의 신이다.

[18] 뤼카이우스(Lycaeus /Lykaion)은 그리스 아르카디아 지방의 산이다.

[19] 퀼레네는 그리스 아르카디아 지방의 산으로 메르쿠리우스가 태어난 곳이다.

[20] 공작.

[21] 유노(헤라).

[22] 에파푸스와 파에톤이 같은 또래의 친구라는 이야기는 다른 문헌에는 나오지 않는다. 여기 나오는 파에톤 이야기는 그리스 비극작가 에우리피데스의 현재 단편만 남아있는 비극 『파에톤』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3] 포이부스는 빛나는 자란 뜻으로 태양신으로서의 아폴로의 별명이지만, 여기서는 태양신 솔(Sol)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