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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let

[발레] 마타 하리 Mata Hari by KNB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by Vanodif 2018. 10. 29.




* 발레는 시각이 주가 되는 종합예술입니다. 

몸을 앞으로 숙이시면 뒷사람이 감상하는 데 큰 방해가 되어요.

의자 등받이에 등을 붙인 채로 감상하시는 것이 매너입니다.

또한 핸드폰은 반드시 꺼주세요.

<마타 하리>는 드라마 발레라 도중에 박수칠 타이밍을 잡는 것이 쉽지는 않네요.

충만히 감상하시고 커튼콜 때 힘찬 박수와 아낌없는 환호로 무용수분들을 응원해주셔요. 

관객의 응원을 먹고 더욱 힘내시는 우리 무용수분들이십니다. 


어지간하면 이번 공연은 프로그램북 사시길 권합니다.

프로그램북의 캐릭터 설명이나 줄거리가 큰 도움이 되거든요.

없이는 내용 따라가기 힘드실 수 있어요.


노란색 하이라이트된 부분은 해당 페이지로 링크되어 있습니다.






<마타 하리 Mata Hari> by 국립발레단 KNB

* 일시 : 2018.10.31(수) ~ 2018.11.04(일) 평일(수~금) 오후 7시 30분 / 주말(토) 오후 2시, 7시 / (일) 2시

* 장소 :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 국립발레단 홈페이지 : http://www.korean-national-ballet.kr/ko/performance/view?id=1048

* 예술의전당 홈페이지 : https://www.sacticket.co.kr/SacHome/perform/detail?searchSeq=35659




[공연소개] 

자유와 사랑을 갈망한 무희 마타 하리.

그녀를 둘러싼 미스터리와 20세기 초 격정의 시대가 발레로 다시 태어나다.

안무가 레나토 자넬라가 국립발레단을 위해 안무하는 새로운 버전의 <마타 하리>가 올라간다. 

마타 하리(1876~1917)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과 프랑스 사이를 오간 여성 스파이로 알려져 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무용수로서 꿈을 간직하고 있던 그녀의 삶에 주목해, 발레리나가 되고 싶었던 마타 하리 삶을 전막발레로 탄생시킨다. 20세기 초 유럽 사교계를 휘어잡았지만 기구한 운명을 벗어 날 수 없었던 팜므파탈 마타 하리가 자유를 갈망한 댄서로 부활한다.



음악 |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Dmitry Shostakovich 

안무 | 레나토 자넬라 Renato Zanella 

무대 | 알레산드로 카메라 Alessandro Camera 

의상 | 카를라 리코티 Carla Ricotti 

의상제작소 | NICOLAO ATELIER di STEFANO NICOLAO. - Venice 

조명 | 자코포 판타니 Jacopo Pantani 

영상 | 세르조 메탈리 Sergio Metalli 

그래픽 | 마티아 메탈리 Mattia Metalli 

지휘 | 티베리우 소아레 Tiberiu Soare 

연주 |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Korean Symphony Orchestra 

예술감독 | 강수진 Kang Sue Jin 

공연시간 | 120분(1막 55분, 휴식 20분, 2막 45분)



[시놉시스]


1막 - "베일의 춤"

1917년 10월 14일 밤, 사형 집행을 기다리고 있는 마타 하리. 20세기 초 가장 유명했던 댄서의 짧고 강렬했던 삶이 저물고 있는 가운데 마타 하리는 눈을 감고 지난날을 회상한다. 네덜란드 식민지군 장교 매클라우드와 결혼한 마타 하리는 인도네시아 자바섬에서 불행한 결혼 생활을 보낸다. 그곳에서 현지의 아름답고 매혹적인 춤을 접하게 되고, 다시는 딸을 만나지 못할 각오로 자유를 찾아 프랑스 파리로 떠난다. 새로운 길을 찾고자 떠난 파리에서 변호사이자 평생의 친구로 지낼 클뤼네와 댄서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와줄 극장주 아스트뤽을 만나 파리 사교계에 발을 들인다. 신비롭고 이국적인 춤을 추는 마타 하리가 등장하자 대중은 열광했고, 그녀는 하루아침에 유명인사가 되어 엄청난 부를 얻는다. 


2막 

마타 하리의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유럽을 뒤흔들고 있던 ‘발레 뤼스’에 합류하고 싶었으나, 발레 뤼스의 디아길레프로부터 거절당한다. 큰 실망감에 빠진 마타 하리는 러시아의 젊은 장교 마슬로프를 만나면서 행복을 되찾고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마타 하리의 무용수 인생은 완전히 끝이 났고, 프랑스 정보국장 라두로부터 스파이 제안을 받은 적이 있던 마타 하리는 독일과의 접촉이 빌미가 되어 결국 체포된다. 마타 하리는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무죄를 입증하지 못했고, 누구도 도움의 손길을 건네지 않는다. 마슬로프마저 마타 하리를 배신하자 그동안 자신을 스쳐 간 많은 사람을 떠올리며 회의감에 젖은 채 죽음을 맞이한다. 



[주요 배역]

-인도네시아 자바섬에서- 

매클라우드 : 마타 하리의 남편, 

네덜란드 식민지군 장교 

루이스 : 마타 하리의 딸 

젊은 장교 : 마타 하리와 춤을 함께 추며 짧은 순간 사랑에 빠짐 


-프랑스 파리에서- 

마슬로프 : 마타 하리가 유일하게 사랑한 러시아 장교 

클뤼네 : 마타 하리의 평생 친구 변호사 

아스트뤽 : 마타 하리가 댄서로 활동할 수 있게 돕는 극장주/기획자 

루소 : 마타 하리의 애인 은행가 

라두 : 마타 하리에게 프랑스 스파이를 제안하는 프랑스 정보국 대위 

칼레 : 마타 하리에게 독일 스파이를 제안하는 독일군 장교 

디아길레프 : 발레 뤼스의 설립자, 마타 하리의 발레 뤼스 합류를 거절함 

니진스키&카르사비나 : 발레 뤼스의 무용수






※ 아래에는 좀 더 자세한 프로그램북의 시놉시스를 파란색으로 옮겨 적는다. 이는 이 시놉시스를 읽는다 해도 어차피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내용을 따라가는 것이ㅡ장담하건대ㅡ아주 어렵기 때문이다. 프로그램북에는 시놉시스 외에도 강 단장님의 인사말씀이나 자넬라의 안무 의도, 캐릭터별 설명, 특히 각 무용수분들의 짧은 멘트를 비롯한 다양한 정보들이 실려 있는데, 일찍 가서 프로그램북을 사서 그 모든 것을 다 꼼꼼히 읽고 공연 보실 것을 강력히 권합니다. 그래야 내용을 간신히 따라 갈 수 있... 지 않을 지도 모른다. 그 정도로 복잡한데, 대충의 구조를 알고 보면 훨씬 재미있으니 지금 옮겨 적는 파란색 시놉시스를 읽고, 프로그램북의 인터뷰 등에 실린 깨알같은 정보들을 다 읽은 후 사진으로 첨부하는 캐릭터 의상의 특징까지 미리 확인하시길 권한다. 시놉시스는 꼼꼼하게 읽으세요. 그래도 헷갈리실 겁니다.



시놉시스 


1막 ㅡ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10번'


<파리 생 라자르 감옥의 12호> (어두운 실내에 마타 하리가 있고 네모난 조명이 그녀를 비추고 있으면 감옥이다.)

1917년 10월 14일 저녁, 마타 하리는 사형집행을 기다리고 있다. 20세기 초 가장 유명했던 무희의 짧고 강렬했던 삶이 끝나가고 있었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자신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것은 바로 남성들이 지배하는 이 세상이며, 스파이 혐의는 조작이라는 사실을. 이 세상에서 여성이 해방되어 자유를 누린다는 것은 깨지기 쉬운 꿈에 불과했다. 언젠가 세상이 자신의 무고함을 알아줄 것이라 생각하며 그녀는 미소를 짓는다. 그러나 그러한 날은 세상 사람들이 두려움 없이 자기생각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을 때 비로소 오게 될 것이다. 마타 하리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감방을 춥고 습했다. 마타 하리는 눈을 감고 지난날을 회상한다.


<인도네시아 자바섬에 있는 매클라우드의 집>

마타 하리의 본명은 마르하레타 헤이르트라위다. 벨러로, 네덜란드 식민지군 장교 매클라우드와 결혼했다. 둘 사이에는 아들과 딸이 있었지만, 앙심을 품은 누군가가 아이들에게 독약을 먹여 딸 루이스만 살아남았다(아들 독살 이야기는 이 공연에서는 표현되지 않는다). 그녀는 자바섬에서 보냈던 시간을 떠올린다. 그곳은 결혼 생활이 깨진 곳이었지만 또한 새로운 삶이 시작된 곳이기도 했다.


<장교들과의 만찬>

매클라우드와 다툰 마타 하리는 그와 함께 타락한 장교들의 만찬에 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만찬에서 자바섬 무희들의 아름다운 공연과 매력적인 젊은 장교(마슬로프 역할의 무용수분께서 이 역할을 맡으시는 것 같다)에게 매료되어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매클라우드는 마타 하리를 홀로 남겨둔 채 사람들과 함께 그곳을 떠난다. 마타 하리와 젊은 장교는 사람들에게서 벗어나 둘이서 춤을 추고, 그 순간 그녀는 그토록 원했던 다정하고 부드러운 사랑을 느낀다. 그러나 장교의 아내가 질투심에 불타 소동을 피우기 시작한다. 그녀는 남편이 자신을 떠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거칠게 발악하다 결국 지갑에서 소총을 꺼내 자신을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마타 하리는 그 사건을 하나의 경고로 생각하게 된다. 그녀가 그곳에 계속 머문다면 결국 고통스러운 삶의 다음 희생자가 되고 말 것이라고 말이다.


<매클라우드의 집>

마타 하리는 눈물을 흘리며 집으로 돌아온다. 남편은 술에 취해 짜증이 나 있다. 죽은 여자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하지만 매클라우드는 그녀의 이야기에 전혀 관심이 없고, 대화는 곧 격렬하고 난폭한 싸움으로 이어진다. 그녀는 이런 삶에서 탈출하기로 마음먹고 딸 루이스를 데려가려고 하지만, 남편은 그녀가 떠난다면 다시는 딸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프랑스 파리>

마타 하리는 더 이상 자바섬에 머물고 싶지 않아 얼마 되지 않은 돈을 가지고 그곳을 떠나 유럽에서 최고 인기있는 도시인 파리를 정복하기로 마음먹는다. 파리에서의 새로운 삶은 멋진 도전이 될 것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인 사람들이 그곳에 모여 있었다. 마타 하리는 파리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친구들을 사귀기 시작한다. 그 중에는 마지막까지 그녀의 곁을 지킨 변호사 클뤼네도 있었다. 파리의 사교계는 새로움에 목말라 있었다. 마타 하리가 꾸며낸 그녀 자신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독특하고 이국적인 무용수가 등장했다는 소식이 널리퍼졌다.


<극장 무대 뒤>

아스트뤽은 기자이자 에이전트, 극장 경영자, 공연 기획자로, 파리 벨 에포크 시대의 가장 유명한 공연 및 인물들이 그를 거쳐갔다. 당시 그는 발레 리허설을 유심히 지켜보며 새로운 영감을 찾고 있었다. 새롭고 이색적인 아티스트를 발굴해 성장시키고 싶었기 때문이다. 클뤼네는 오디션을 주선해 아스트뤽에게 마타 하리를 소개한다. 아스트뤽은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며 처음 보는 춤을 추는 마타 하리에게 매료되어 어떤 망설임도 없이 그녀를 선택한다.


<기메 박물관>

베일을 한 겹씩 벗는 춤을 선보인 그녀의 데뷔 공연은 대성공이었다. 아스트뤽은 하룻밤 사이에 스타가 된 그녀에게 자신이 에이전트가 되어 화려한 커리어를 펼치게 해주겠다고 제안한다. 

이러한 날들을 회상하고 있는 12호 감밤은 몹시 춥다. 과거의 자유로운 삶과 성공은 결국 그녀가 오늘밤 이곳에 있게 된 이유가 되었다.


<감옥에서 '전쟁의 바람'을 회상하다>

1905년 3월 13일 마타 하리는 기메 박물관에서 공연을 했다. 마타 하리가 큰 성공을 거두고 벨 에포크 시대가 절정을 이루던 그때, 독일 황제 빌헬름 2세는 일찌감치 제1차 세계대전의 판을 짜고 있었다. 실제로 전쟁이 발발하자 독일은 1905년에 이미 세워놓은 '슐리펜 계획'에 따라 다른 나라를 침략했다. (이 부분이 아마 전쟁을 묘사하는 남성군무 부분인 것 같다.)


<파리의 궁전>

악몽에서 깨어났을 때 마타 하리는 차가운 바닥에 누워 있었다. 전쟁이 그녀의 완벽한 세상을 무너뜨렸으므로 전쟁을 용납할 수 없었다. 마타 하리의 애인 루소가 나타나 그녀에게 자신을 따라오라고 한다. 그녀는 다시 파리의 대형 무도회장에서 새로운 공연을 선보였던 밤을 떠올린다. 아스트뤽, 클뤼네, 루소, 그리고 이후 마타 하리를 가장 심하게 박해하는 프랑스 정보국 소속의 라두도 그곳에 있었다. 그날 밤 그녀는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는 젊은 러시아 장교 마슬로프를 만나게 된다. 곧 독일군 정보 장교 칼레도 합류한다. 칼레는 시간이 흘러 프랑스군이 마타 하리가 이중 스파이 노릇을 했다고 믿게 만든다.


<침실>

공연이 끝났다. 마타 하리의 머릿속에는 마슬로프 생각 뿐이지만 은행가이자 그녀의 애인인 루소와 밤을 지낸다. 그녀를 깊이 사랑한 루소는 그녀에게 교외의 저택을 선물한다. (집 모형을 주는 것으로 표현)


<발레 뤼스>

유럽 전역에서 명성을 떨친 마타 하리는 아스트뤽에게 발레 뤼스의 파리 공연 때 디아길레프와의 만남을 주선해 달라고 요청한다. 그녀는 발레 뤼스의 <세헤라자드>에서 니진스키와 카르사비나가 보여준 연기에 매료되어 그를 꼭 만나고 싶었다. 그녀가 무대 뒤에서 잠시 니진스키를 만나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이 부분은 반갑게 다가가는 마타 하리를 니진스키가 거절하는 안무로 되어 있다), 아스트뤽이 다가와 디아길레프가 그녀를 만날 생각이 없다는 소식을 전한다. 이후 마타 하리는 자신을 위로하러 온 루소와 크게 다투고 급기야 그와 이별하게 된다. 하지만 그날 밤 동료들을 만나러 극장에 온 마슬로프가 무대 위로 그녀를 찾아와 둘 사이에는 불꽃이 타오른다. 그녀는 그를 보며 자바섬에서 만났던 젊은 장교를 떠올렸고, 그를 세상 누구보다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두운 과거를 회상하는 동안 마타 하리가 갇혀 있는 감옥의 문 사이로 아침 햇살이 스며든다. 지금은 죽을 때가 아니다. 아직은 그녀에게 삶이, 더 할 말이, 그리고 희망이 남아 있었다.



2막 ㅡ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5번'


<마타 하리의 저택>

아름다운 저택에서 마타 하리와 클뤼네가 신문을 읽고 있다. 신문은 이미 그녀에 관한 기사를 싣지 않은 지 오래였다. 그녀는 아스트뤽이 발레 뤼스와의 계약을 성사시킬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아스트뤽은 이제 파리가 그녀의 춤에 관심이 없다는 소식을 전하고, 이에 마타 하리는 크게 실망한다. 그녀에게 행복을 주는 살마은 마슬로프 뿐이었다. 하지만 그날 마슬로프는 러시아 영사관의 호출을 받았고, 그녀는 그가 걱정되었다.


<프랑스 정보국> (천장에서 수평으로 나란히 여러 개의 전등이 내려오면 이 장면입니다.)

전쟁이 다가오고 있었다. 라두는 마타 하리가 군대의 주요 인사들과 친분이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두 사람 사이에 날카롭고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은 대화가 오간다. 그는 마타 하리가 프랑스에 해가 될 수 있는 외국 인사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서로 협력하기로 타협하고, 라두는 마타 하리에게 라두 자신이 알고 있고 그녀와도 관계있는 사람들에 관한 모든 정보를 요구한다.


<마타하리의 저택>

마타 하리는 라두와 만난 뒤 마슬로프가 하루 빨리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녀는 마슬로프가 절실히 필요했다. 전쟁은 임박했고 무용수로서의 그녀의 삶은 끝났으며, 타락한 사교계에서 그녀는 외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마슬로프가 전선으로 떠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하자 마타 하리는 그를 붙잡으려고 하지만 그는 절대로 조국을 배신할 사람이 아니었다.


<파리의 궁전>

시간이 흘러 아스트뤽은 새로 등장한 무용수 콜레트의 공연을 도와달라는 초대에 응하면서 마타 하리를 억지로 데려간다. 어쨌든 마타 하리가 파리 사교계의 일원으로 남아 있는 것이 중요했다. 놀랍게도 예전에 마타 하리가 공연했던 바로 그곳(샹들리에가 중앙에 내려오는 무대입니다)에서 루소가 콜레트의 공연을 주최하고 있었다. 파리의 사교계는 이제 마타 하리에게는 아무 관심도 없었으며, 새롭게 등장한 신인 콜레트에게 열광하고 있었다.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것을 알게 된 마타 하리는 파리는 이제 자신이 있을 곳이 아님을 깨닫는다.


<파리 생 라자르 감옥의 12호>

마타 하리는 감옥에 앉아서 아스트뤽이 자신을 위로하려고 애쓰던 모습을 회상한다. 그녀는 누군가 다가와 자신에게 베를린에서 공연도 하고 도움이 될 만한 사람들도 만날 수 있게 해주겠다고 제안했던 일을 떠올린다.

무대에 서고 싶었던 마타 하리는 아스트뤽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유대인이었던 아스트뤽은 독일인들과의 관계는 지원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마타 하리는 'H21"이라는 암호명으로 독일에 협력하게 되고, 아스트뤽을 영원히 잃게 된다. 마타 하리는 베를린에서 공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지만, 공연은 전쟁으로 인해 취소되고 만다. 이제 그녀는 생존을 위해 하루하루 고군분투해야 했다. 독일군 정보 장교 칼레는 마타 하리가 부상당한 마슬로프를 만나러 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녀는 마슬로프와 감동적인 재회를 하지만 그곳에 오래 머물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언제까지라도 그를 기다리고 그를 위해 헌신할 작정이었다. 언제나 자유로운 나비처럼 행동했던 그녀가 이제 진정한 사랑의 포로가 된 것이다.


<다시 파리로>

프랑스와 독일 모두 마타 하리가 전하는 정보에 실망했다. 그녀는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에게 불리한 문서들이 수집되고 있었고, 양국 정보국 모두 그녀를 제거하고 싶어했다. 한쪾은 자국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서, 다른 한쪽은 그녀와 손해보는 거래를 한 것에 대해 보복하기 위해서였다. 칼레는 라두에게 마타 하리가 독일에 협조하고 있던 사실과 그녀가 이중 스파이였음을 알린다. 그녀는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즉시 체포된다.


<사형집행>

재판정 한가운데 선 마타 하리에게 사형 판결이 내려진다. 사회 전체가 하나가 되어 마타 하리를 비난했고,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큰 피해가 발생한 것이 모두 그녀의 행동 때문이라고 확신했다. 라두가 원하는 대로 된 것이다. 진실한 친구인 클뤼네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그녀를 버렸다. (그런데 공연에서는 이 장면에서 클뤼네를 찾지 못했다. 내가 놓친 건지도.) 그녀는 자신의 마지막 희망이었던 마슬로프를 애타게 기다리지만 그는 상관의 명령대로 절대 그녀와 가까운 관계가 아니었다고 말한다. (이 부분은 고뇌하던 마슬로프가 갑자기 군인들의 로봇-좀비춤을 추는 것으로 표현된다.) 그제야 마타 하리는 모든 투쟁을 멈추고 사형 집행을 받아들인다. 감독의 12호 문이 열리고, 짙게 깔린 안개 사이로 아름답게 차려입은 그녀가 나타난다. 그녀는 사수들을 뚫어지게 바라보다 (공연에서는 사수들을 상징하는 군인 모자가 걸린 옷걸이들을 마타 하리가 넘어뜨리는 것으로 표현된다) 결국 영원히 눈을 감는다.






위의 시놉시스를 꼼꼼하게 읽었어도 막상 공연 중엔 헤매게 될 것이다. 해서, 인물들의 복장을 미리 표시하니 특징을 알아두고 공연을 본다면 작품을 따라가는 데 조금은 도움이 될 것이다.





* 마타 하리: 11벌의 의상을 갈아 입으므로 가장 의상이 많이 바뀌는 분이 마타 하리다.

* 마슬로프: 옷이 몇 번 바뀌시는데 무조건 푸릎까지 오는 블랙 롱부츠 신으신 분이 마슬로프.

* 매클라우드: 가끔 흰색 상의를 풀어 헤치기도 하지만 주로 상의는 회색/베이지 계열, 하의는 검정색 제복을 입는다. 

* 아스트뤽: 검정 정장 안에 크고 하얀 옷깃.

* 루소:  검정색 턱시도에 팔의 소매가 유독 시스루. 2막에 가면 시스루 옷을 입은 남성들이 많이 등장하지만 유독 팔의 시스루가 두드러진다면 애인 루소입니다.

* 라두: 1막에서는 하늘색 제복을 입고 등장. 2막 파리 정보국 장면에서(천장에서 여러 개의 등이 나란히 내려오는 장면) 위아래로 구두까지 온통 검정색 의상을 입는다.

* 칼레: 1막에선 베이지에 가까운 카키색 제복을 입고, 2막의 전쟁신에선 역시 온통 검정색으로 입는다. 칼레는 전쟁신 때 관객석에서 보았을 때 오른쪽, 라두는 왼쪽에 위치한다.

* 카르사비나와 니진스키: 발레 <세헤라자데>의 무대의상. 핑크색 바지를 입고 머리에 카르사비나는 깃털을 꽂고 니진스키는 터번을 썼다.. 였던 것 같다.

* 디아길레프: 앞머리에 부분적으로 흰머리가 있다.

* 콜레트: 길고 하얀 술이 달린 치마와 <호두까기 인형>의 눈송이 군무가 쓰는 것과 비슷한 머리에 붙는 흰 모자.

* 클뤼네: 긴 회색 시스루 겉옷.


이 공연을 처음 보시는 분이라면 이 의상 특징이 도움 될 거예요.


앞의 중앙에 계신 분은 오케스트라 지휘자 티베리우 소아레 Tiberiu Soare. 

오케스트라는 코심 Korean Symphony Orchestra.











* 국립발레단의 <마타 하리>에 대한 훌륭한 포스팅: 

https://blog.naver.com/gokams_kopis/221384529114


→ 미리 읽고 가면 작품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마타 하리는 프랑스와 독일을 오간 이중 스파이로 세게에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녀는 네덜란드의 작은 시골 마을을 벗어나 더 넓은 세상에서 자유로운 인생을 살고자 했던 20세기 초 페미니즘 사고를 가진 시대를 앞서간 여성이다. 


어린 나이에 결혼으로 자유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큰 꿈을 가지고 떠난 인도네시아에서는 군인인 남편의 폭언과 학대로 결국 이혼을 선택하고 사랑하는 딸마저 포기하면서도 새로운 자유를 찾아 파리로 떠난다. 이후 파리에서 동양의 춤을 선보이는 신비롭고 이국적인 매력을 가진 댄서로 인기를 얻고 유럽 전역을 무대로 많은 고위 인사층과 어울리며 유럽 사교계를 매혹시켰지만, 1차대전이 발발하면서 이중 스파이라는 혐의로 자유와 독립을 찾아 온 파리에서 수감되고 만다. 


2017년 마타 하리가 세상을 떠난지 100년이 되던 지난 해에는 마타 하리의 많은 자료들이 공개되었다. 마타 하리가 친구와 주고 받은 손편지, 신비로운 댄서라는 스포트라이트 기사와 이중 스파이 기사 스크랩까지 많은 분량의 지난 자료들이 공개되면서 안무가 레나토 자넬라는 이중 스파이라는 의혹을 받은 불운했던 여성이라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무용수가 되고 싶었던 마타 하리의 삶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1막에서는 불행한 결혼생활의 마침표를 찍은 인도네시아 자바섬에서 보았던 동양의 춤을 신비로운 베일의 춤으로 파리에서 선보여 많은 남성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던, 20세기 초 최고의 댄서로 부와 명예를 얻은 댄서 마타 하리의 삶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2막에서는 진정으로 사랑한 연인의 배신과 이중 스파이의 혐의를 얻고 사형에 이르는 비극적인 삶을 발레 작품으로 선보인다. 


마타 하리의 자유를 갈망하는 몸짓과 신비로움을 자아내는 베일의 춤이 어떻게 발레로 탄생하게 될지 기대가 된다. 남성 중심의 시대적 흐름 속에서 스스로의 삶을 지키면서도 주체적인 여성이 되기를 갈망한 마타 하리의 사랑과 증오, 열정과 욕망의 이야기를 국립발레단의 신작 <마타 하리>로 만나 볼 수 있다. 

ㅡ 출처: http://www.apsk.co.kr/news/articleView.html?idxno=1982



자넬라는 실존 인물 마타 하리에 대한 평가를 묻자 "마타 하리는 여성해방과 자유를 꿈꾼 인물"이라며 "팜므파탈의 대명사가 된 마타 하리는 사회에 의해 만들어지 이미지일뿐이며 사회에 의해 파멸된 인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출처: MSN 뉴스











게오르그 솔티 Georg Solti 지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조지 숄티라 해서 누굴까 했는데 마에스트로 게오르그 솔티 경이네. 위의 레나토 자넬라 인터뷰에 나오는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이다. 이번 <마타 하리>에 사용된 음악입니다.




LEONARD BERNSTEIN, conductor 

Boston Symphony Orchestra


I. Moderato - Allegro non troppo (0:00) II. Allegretto (19:11) III. Largo (24:42) IV. Allegro non troppo (43:11)


발레 음악을 이렇게까지 예습할 필요가 있나 싶긴 한데, 그래도 처음 대하는 <마타 하리>라선지 음악을 들으며 이리저리 상상해 본다. 확실히 차고 단단한 솔티 경 지휘 보단 드라마틱한 번스타인이다. 안무가 어떻게 진행될 지는 모르지만 <마타 하리>에 어울릴 것도 같다. 서사적이고 비극적이다. 많은 사건이 연상되며 건조하고 복잡한 곡이다.




Herbert von Karajan, Conductor


I. Moderato 

II. Allegro 

III. Allegretto 

IV. Andante - Allegro


그리고 두 번째 곡인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0번 작품 93이다.








헐... 지금 검색하다 발견했다. 국립발레단의 김명규A 님이시다?!? 뀨투버신 겁니까! 완전 꿀팁. 고마울 뿐이죠, 이런 꿀영상은. 디아길레프와 니진스키의 이야기라든가, 특히 카르사비나와 니진스키의 관계와 표현에 대한 팁은 감상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2탄도 있었네.

I 구독구독 you, 좋아좋아 you, 알람알람 you. 뀨투버 님 화이팅!






오늘 낮에 국립 <마타하리>와 유니버설 <라 바야데르> 예매하신 분들 중 꿀좌석 득템하신 분 몇 있으실 듯. 내내 고민하다가 드디어 예매 취소를 했다. 속쓰려 죽는 줄. ㅠ 특히 금요일 <라 바야데르>는 홍향기 님이었어서 고민이 더 많았다. 유니버설에서 딱 한 분 보아야 한다면 향기님 공연을 보고 싶었는데 하필 김지영 님 공연날이랑 겹쳐서. 만약 <라 바야데르> 막공이 자하로바가 아니었더라면 고민 없이 금요일 향기님, 막공 김지영 님으로 선택했을 것이다. 근데 (아직도 미련 때문에 막공 <마타 하리>를 취소하지 못하고 있긴 하지만 아마 어지간하면 취소하게 될 것 같다) 김지영-이영철-이재우라는 나의 '드림 라인업'을 단 한 번만 보는 건 내가 넘 서운해서 결국 우리 향기님을 희생시키기로 결정했는데, 드림 라인업을 보게 되는 기쁨과 향기님을 못보는 슬픔 때문에 마음이 어지럽다. 슬픕니다. ㅠ 또 한 공연 아직 결정 못한 것이 있는데, 바로 토요 저녁 공연이다. 신승원 마타 하리와 강미선 니키아 사이에서 결정을 못 내렸는데... 강미선 니키아는 본 적이 있는 만큼 어지간하면 신승원 마타하리를 볼 것 같긴 하다. 다만 자하로바 공연 두 개만 보고 정작 우리 유니버설 무용수분들 공연을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넘 속상해서 고민 또 고민 중이다. 이번 11월 두 발레단 공연은 잔인합니다. 나의 공연비용을 아껴주기 위한 두 발레단의 눈물겨운 배려라 애써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끌어 붙여 보았지만 위로가 되지 않아요. 자하로바는 또 왜 하필 막공에 배치되어서는. ㅠ 넘 속상하다. 속상해.


음. 근데 한 가지, 김리회 님이 지난 번 <안나> 준비하다 많이 다치신 것 같아 걱정이다. 이번에도 안 나오시네. <호두까기> 캐스팅에도 없고. 김리회 님 춤 보고 싶은데. 조심조심 어서어서 회복하셔요. 눈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삼천포 여담이 계속 쏟아지고 있지만, 얼마 전 <대화의 희열>이었던가, 강수진 단장님 나오신다 해서 찾아 다운 받아 보았다. 그리고 강 단장님 인터뷰 들으면서 몹시 감동한 부분이 있었다. 일전에 '무용수분들 준비하신 것 다 보여주시지 않아도 되니 제발 다치지만 말아 주셔요'라고 몇 번 포스팅에 쓴 적이 있는데, 그것은 우리 무용수분들을 아끼는 관객으로서의 내 진심이다. 나야 계속 공연 보러 갈 테니 정말 다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그런데 유희열 님께서 '공연이 며칠 동안 계속 있을 때 초반에는 나중을 위해 몸을 아끼게 되시지 않나요? 저는 그렇게 될 때도 있거든요'라고 질문하셨는데, 이에 대해 강 단장님께서 이렇게 답하셨다.


 '몸을 아끼는 순간 부상 당하게 돼요. 그리고 관객들이 돈과 시간을 들여 그 자리에 온 것은 저의 최고 기량을 보기 위해서인데, 나중을 위해 몸을 아끼는 것은 관객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죠. 또한 할 수 있는 최고를 보여주지 않는다는 건 공연을 하는 저 자신에 대한 예의도 아닌 거예요.'


위의 문장은 강 단장님 말씀하신 정확한 문장은 아닐 수 있다. 그런데 이 말씀에 유희열 님을 비롯한 모두가 감탄했다. 그리고 나는 몹시 이상한 기분에 휩싸였는데, 관객인 나로서도 유희열 님의 입장이 이해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과서적인 답이지만 누구도 실행할 것 같지 않았던 그 문장. 화석이나 함무라비 법전, 성경 속에나 있을 것 같은 그 말을 실제로 '실천'하는 분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 얼마나 큰 위로와 감동으로 와닿았는지 모른다. 무용수분들을 아끼는 관객으로선 여전히 다치지 않도록 몸을 아껴주셨으면 좋겠지만, 그런 나의 바람과는 별개로 정석의 정석, 예술가다운 마인드로 춤과 관객을 대하시는 강 단장님의 그 곧은 마음이 고마워 눈시울이 붉어졌다. 우리 무용수분들은 그런 마음으로 공연을 하시는 거구나. 앞으로 공연 감상할 때 더욱 절실한 마음으로 보게 될 것 같다. 우리 시대의 바른 무용수. 바른 예술가. 그 존재 만으로 세상이 얼마나 명쾌하고 밝아지는가. 


공연 시작되기도 전에 삼천포가 길었다.










고민이다. 줄거리를 미리 읽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장면이 많아서 프로그램북의 장면 설명을 미리 읽지 않았더라면 혼란스러웠을 것 같거든. 그 내용을 미리 올리려니 가급적 많은 뷴들이 프로그램북을 구입하셨으면 좋겠고(There's a synopsis in English, so the Program Book will be helpful to English speaking foreigners)ㅡ이는 단지 장면 설명 때문만이 아니다. 무용수분들의 인터뷰나 캐릭터 설명, 안무가의 안무 의도 등의 내용 모두가 전체적으로 도움이 많이 되기 때문이다. 아마도 금요일 즈음에는 그래도 보실 분은 꽤 보셨을 테니 내용을 좀 실어도 되지 않을까 싶긴 한데 글쎄, 생각 중이다.


프레스콜을 놓치는 바람에 첫공이 처음 본 공연이었다. 이미 본 적이 있는 작품도 다시 보면 첫공은 거의 안무 복기하는 걸로 벅찬데, 하물며 동영상마저 없어 안무에 대한 지식이 아예 없는 상태에서 본 것이라 무용수별 감상은 많이 힘들었다. 장면과 내용 파악하느라 안무도 잘은 감상할 수 없었으니까. 목요일이 박슬기 님인데 갈 수 없어 넘 아쉽다. 다른 라인업 공연을 보아야 오늘 내가 느꼈던 김지영 님을 비롯한 무용수분들에게서 내가 받은 느낌이 맞는 건지를 확인할 수 있을 텐데.


드디어 베일을 벗은 레나토 자넬라의 <마타 하리>. 이 포스팅 맨 밑에 실은 테드 브랜드선이 안무한 <마타 하리>와는 완전히 다른 작품이다. 물론 마타 하리라는 인물에 대한 것이고 또 발레라는 장르에 한정된 특성상 유사한 안무가 없을 순 없지만, 음악도 분위기도 많이 다르다.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의 <마타 하리>는 내가 안 보아서 뭐라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지만, 공개된 영상 만으로 비교한다면 레나토 자넬라가 사용한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이 훨씬 잘 어울린다. 참, 1막이 교향곡 10번, 2막이 5번입니다.


전체적인 조명이나 의상, 무대 등은 <안나 카레니나>를 강력하게 연상시킨다. 사실상 존 크랑코의 <오네긴>, 크리스티안 슈푹의 <안나 카레니나>, 그리고 레나토 자넬라의 <마타 하리> 모두 드라마 발레이기에 서로 느낌이 비슷하다. 마치 고전 발레 작품들과 낭만 발레 작품들 사이의 느낌이 비슷하듯이 말이다. 또한 크랑코, 슈푹, 자넬라 모두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상임 안무가이거나 한때 그곳에 몸담았던 적이 있어서인지 무대라거나 조명, 전체적인 분위기가 좀 닮은 감이 있다. 그리고 이것은 내게는 큰 부러움을 자아낸 점이다. 드라마 발레의 최강자 슈튜트가르트 발레단 출신 안무가 특징이 있다는 것은 곧 그 발레단의 특색이라는 말도 되기 때문에, 발레단 고유의 특색을 구축할 수 있었음이 몹시 부러웠다. 내가 발레의 춤동작에 대해선 아는 바가 거의 없기 때문에 안무의 어떤 점을 짚어서 예로 들 순 없지만 안무의 흐름도 슈투트가르트 특유의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인데, 뭐 내가 그리 다양한 발레를 접해본 것은 아니니 우물 안 개구리 같은 감상일 수도 있겠다. 암튼 내 좁은 감상 범위 내에서는 그렇게 느꼈다는 이야기. 


개인적으로는 <안나 카레니나>때 김지영 님을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이런저런 궁금증이 많았다. 김지영 님이라면 여기서의 안나를 어떻게 표현했을까. 특히 이영철 카레닌과 이재우 브론스키와 함께 한 김지영 안나가 너무나 궁금했기 때문에 이 <마타 하리>에서 그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한 것 같다. 비슷한 장면들이 좀 있었거든. 나는 좋았다. 무용수별 감상은 금요일에 다시 하기로 하고.


검정 바닥과 검정 벽에 검정 의상은 좀 힘들긴 했다. 그리고 아쉬운 점을 미리 쓰자면 1막의 뒷부분에선 살짝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았다. 발레 보다가 다른 생각하는 일이 몹시 드문데 그런 일이 있었거든. 어떤 장면인지는 잊었다.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영상 사용이 좀 과하다. 영상이 움직이는 바람에 자꾸 무용수의 춤에서 벽의 영상으로 시선이 옮겨간다. 더군다나 내 특성상 문자가 나타나면... 그건 나를 고문하는 일이다. 벽에 프랑스어가 타이핑되는데 그러면 나는 글자로 시선이 박힐 수 밖에 없는 거다. 아까운 김지영 님 춤을 몇 번이나 놓쳤는지 몰라. 엉엉. 무용수분들의 춤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무대였으면 좋겠다.


하지만 무대장치 자체는 훌륭했다. 시놉시스에 장면이 너무 많아서 이 많은 무대를 어떻게 다 마련하시지?? 싶었는데, 영리하게도 천장에서 커튼이 내려와 방을 만들어 버리고 또 극장 무대로 만든다. 또한 길다란 창문이 주는 아득한 효과와 여기저기 문이 적절하게 열린다거나 등. 딱히 대단한 소품 없이도 멋진 장소들을 구현해내었다. 또한 샹들리에 하나로 특정 극장을 표현한 것도 재치있었다.


조명은 칭찬해야죠. 네모난 조명으로 감방을 표현했다거나, 전쟁씬에서 프랑스군 네모 조명과 독일군 네모 조명이 분리되었다가 격돌하는 것처럼 하나로 붙는 장면 등, 조명은 좋았다. 다만 검정 바닥에 검정 벽, 검정 의상으로 춤을 출 때는 조명이 무용수를 좀 더 집중적으로 비추면 좀 더 춤에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긴 했다.


의상. 특히 벨 에포크 의상은 너무 멋지지 말입니다. 한 눈에 벨 에포크! 싶었으니까. 이번에 마타 하리의 의상이 총 11벌 바뀐다 했는데, 다양하게 바뀌는 상황과 심리에 맞추어 변하는 의상이 보기에 즐거웠다. 옷 갈아 입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김지영 님. ㅎㅎ 근데 등장인물이 많은데 다른 인물들도 죄다 자주 옷을 갈아 입어서 좀 당혹스럽긴 했다. 안무와 공연 중의 등장인물을 다 숙지한 상태였다면 몹시 즐거운 포인트였을 텐데, 아직 안무와 줄거리도 모르는 상황에서 볼 때마다 사람들이 옷을 자꾸 바꿔 입어서 많이 헷갈렸다. 오페라 글래스로 보는 거 안 좋아하는데ㅡ감상의 흐름이 깨진다ㅡ이 작품은 오페라 글래스 적극 추천합니다. 하지만 나는 빌리지 않을 예정이다. 하필 안경을 안 가져가서는... ㅠ 엄청 너무 무지하게 헷갈렸다. 누구가 누구셔요??? 이재우 님만 고맙지 뭐.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으니.ㅠ 


안무는 말했듯이 익숙한 편이었다. 화려한 테크닉보단 섬세한 감정전달에 더 무게가 실리는 드라마 발레의 특성상 32 푸에떼 그런 건 없다. 이런 내용에 그런 장면은 좀 어색할 수도 있고. 엄청나게 꼬고 꼬이는 리프트나 기하학적인 안무도 없다. 다만 두 사람의 신체를 이용한 독특한 안무들이 2인무에서 자주 눈에 띈다고 생각했는데, 뭐 오늘은 내용 따라가기에 급급해서는.


코심의 연주는 좋았다. 초반에 안무와 살짝 안 맞는 부분이 몇 있었으나 전체적으로 괜찮았다 생각한다.



무용수별 감상은... 정말 자신없다. 내가 느낀 게 맞는 건지. 그냥 받은 느낌으로만 간략히 적는다. 그리고 이 느낌은 얼마든 달라질 수 있음을 밝힌다. 금요일에 다시 볼 거니깐요.


김지영 마타 하리: 말해 뭐하나. 내가 이 춤을 보고 싶어 목이 말랐지. 모든 선이 납득이 가는 각도와 힘으로 깨끗하게 펼쳐진다. 두 번의 여섯 시 다리 깔끔하시고요, 김지영 님은 믿고 보는 발레리나라 언제라도 실망이 없다. 보고 싶던 춤을 보아서 답답했던 속이 시원해졌다. 그런데 말이다. 그런데 말이야. 그런데 말이죠... 우리 김지영 님이 또... 달라지셨다. <지젤> 때 미칠 듯 사랑스러워졌다가 <말괄량이>때 선머슴 쿵쿵했던 모습이 아직 눈에 선한데, 아... 뭐지. 왜 이렇게 또 달라지시는 거지. 그러니까 깨끗하고 아름다운 선, 안정감, 유연성 등은 그대로다. 그런데 동작이 '쫀득'해지신 거다. 왈가닥 선머슴 카타리나를 추실 때 쫀득은 이상하지. 그때 김지영 님은 성질머리 에너지를 어쩌지 못하는 아이처럼 거침없었다. 그런데 매혹자 마타 하리를 연기하시자, 전체적인 동작 자체가 쫀득해지는 거다. 나는 처음 보는 김지영 님의 춤이었는데, 보면서 어어어?? 하며 몇 번이나 놀랐는지 모른다. 박슬기 님의 춤이 쫄깃하다면 김지영 님의 이번 마타 하리는 쫀득했다. 에잇... 무슨 표현이 이래.ㅠ


그러니까 전체적으로 골고루 서두르지 않고 여유롭게 동작이 진행된달까. 우아함, 기품이 이에 해당하는 단어다. 볼쇼이를 보았을 때 감탄했던 그 안정감과 기품. 김지영 님의 그런, 심장이 간지럽도록 묘한 타이밍으로 고르게 분배된 힘과 속도로 인해 그 춤을 보는 동안 짜릿함이 계속 들었는데, 아니 어쩜 이런 무용수가 다 있지? 싶지 말이다. 볼 때마다 캐릭터에 맞게 진화하고 또 진화하는 무용수. 이런 훌륭한 무용수라니. 가슴이 뭉클하다. 이런 무용수를 보고 즐길 수 있음이. 어께어서 윗팔, 팔꿈치를 지나 팔뚝에 손목, 손바닥, 그리고 손가락끝에 이르기까지 쉼없이 우아하게 진행되는 동작들을 보면서 가슴이 설레었다. 사실 김지영 님은 지적인 분위기에 잘 어울리기 때문에 산뜻한 귀여움을 봤을 때도 몹시 놀랐더랬는데, 뇌쇄적임이라거나 유혹과는 완전히 먼 분이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누구보다 고혹적이고 우아한 요염함을 보여주셔서 또 다시 충격을 받았다. 가볍지 않다. 그냥 아무 남자에게나 팔락거리며 색기를 주체 못해 펑펑 흘리고 다니는 요염함이 아니다. 충분한 자의식 하에 의도적으로 조절하여 표현하는 요염함. 고급스러웠다.


아... 무용수별로 간략하게만 쓴다 했는데... ㅠ


김지영 님의 연기가 고급스러운 것은 노골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노골적이지 않지만 부족하지도 않다. 그 적절한 선.


파리 사교계에서 성공하기 전의 김지영 마타 하리와, 최고의 성공을 누린 직후의 그녀는 달랐다. 만족감. 자신감. 오만함. 도도함. 그래, 그런 심적 변화에서 비롯된 태도의 변화. 김지영 님의 연기는 요란하지 않다. 하지만 깊다. 에잇, 내 최애 무용수시란 말입니다. 어쩔 수 엄서!♥



이영철 매클라우드: 이영철 님 보아서 너ㅡ무 너무 좋았다. 아아아... 보고 싶었어요. ㅠㅠ <안나>의 카레닌과 당연히 이미지가 겹치긴 했지만 달랐던 점은, 놀라리 매클라우드라는 점. 놀라리인데 단호하고, 마타 하리를 무시하면서도 갈망하고. 하지만 카레닌 때의 그 딱딱한 느낌은 아니다. 뭔가 어슬렁거리는 것 같긴 한데 스친 느낌이라 제대로 감상한 건지는 자신 없다. 금요일에 다시 볼게요. 분량이 넘 적었...ㅠ 



이재우 마슬로프: 내가 좋아하는, 김지영 님과 함께 하는 이재우 님이다. 뭐랄까, 이재우 님은 근사한 낭만재우가 되어가시는 듯. 낭만낭만합니다. 당연히 <안나 카레니나>의 브론스키가 연상된다. 둘 다 군인이고 장교인 만큼 더더욱? 게다가 둘 다 러시아인 캐릭터이지 않나? 거기다 둘 다 여주의 유일한 사랑이자 낭만이니 당연히 이미지는 겹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게 많이 겹치는 요소에도 불구하고 이재우 마슬로프는 충분히 다른 캐릭터를 표현해 주셨다. 브론스키가 주체할 수 없는 열정의 화염에 사로잡혀 모든 것을 버리고 안나에게 뛰어든 눈 먼 낭만이라면, 마슬로프는 정열적이고 낭만적이지만 녹진녹진 녹아내리기보단 정중하고 음. 조금은 소극적인? 그런 이미지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조국을 버릴 수 없는 '규칙'이 세워져 있는 사람으로서의 바름이 느껴졌고. 브론스키가 좀 낭만적으로 넘치는 면이 있었다면 마슬로프는 넘치는 순간이 없었다. 낭만은 충분한 낭만이었으나 좀 성숙한 낭만 같은 느낌이었다. 김지영 님과 두 분의 파 드 되는 가슴 떨려요. 처음에는 아주 살짝 긴장하신 것 같아 보이는가 했는데 이내 자연스러워지더니 역시 리프트했다가 언제 착지하는지를 모르겠을 정도로 두 분의 호흡이 뛰어났다. 



박슬기 카르사비나: 어? 첨엔 박슬기 님인 줄 몰랐다. 왜 담백하지? 여전히 유연하시지만 특유의 낭창낭창이 많이 절제되고 담백한 춤을 선보이셨다. 선이 워낙 좋아서 보기에 즐거웠고. 와, 새로운 매력이었다! 즐거웠어요. 아니 그런데 김지영 님도 그렇고 박슬기 님도 그렇고, 어째서 볼 때마다 얼굴이 점점 더 작아지는 거지? 아니 뭐 얼굴이야 살이 빠져서라고 이해하겠는데 어떻게 팔과 다리의 길이가 더 길어질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 이상해요. 왜 두 분은 팔, 다리가 길어지시는 거죠? 넘 아름답다.ㅠ



허서명 니진스키: 내 눈이 이상한가... 오늘 온통 무용수분들을 못 알아보는 일 투성이었는데ㅡ원래 내가 사람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긴 한다. 안면인식장애 아닙니다. 그냥 사람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할 뿐이에요ㅡ허서명 님도 몰라 보았다. 살이 많이 빠지신 것도 같고. 모르겠다. 그런데 점프를 보고 알았지! 허서명 님 특유의 높고 가볍고 깨끗해서 상쾌한 점프! 니진스키가 허서명 님만큼 예쁘게 점프했어요? 니진스키의 점프 영상은 본 적이 없는데 한 번 찾아 봐야겠네. 김명규 님께서 뀨투브에서 말씀하셨던 '공연 중 커플로 사랑을 표현했던 니진스키와 카르사비나가 공연이 끝나자마자 서로 쌩~하는 장면과, 니진스키와 디아길레프의 묘한 애정전선이라는 감상 포인트'는 완전 꿀팁이었다. 공연 끝나고 김지영 마타 하리가 달려가 안기는데도 차갑게 밀어내는 니진스키의 모습. 그리고 덮을 것을 가져온 디아길레프에게 순한 양처럼 따라가는 모습에서 그의 취향을 알 수 있었는데, 음. 조금 더 노골적이어도 재밌지 않을까요? ㅎㅎ ㅡ는 내용을 모르고 찾은 관객들에겐 너무 난해하려나.



고백합니다. 디아길레프와 클뤼네, 아스트뤽은 구별 못했어요.ㅠ 안경도 안 가져갔고 보았다 해도 얼굴을 잘 인식하는 편은 아니라. 하루빨리 무용수별 신체나 동작상의 특징을 익혀야 하는데 그걸 못해서. ㅠ 루소는 극의 흐름상 따져서 후반에야 겨우 인식했고... 라두는... 박종석 님은... 처음 등장했을 떄 하늘색 제복 입지 않으셨어요? 그땐 금방 알아 보았는데, 의상을 바꾸니 그 사람이 그 사람 같아서 또 놓쳐 버렸... 



기대가 많았던 변성완 칼레! 이야, 토요 저녁 공연은 자그마치 니진스키라고요! 아... 토요 저녁 공연 보고 싶다아... 음. 근데 첨엔 알아보지 못하다가 나중에 1차대전 발발 장면에서 프랑스군과 독일군으로 춤추실 때 알아본 것 같다. 관객석 방향에서 보았을 때 오른쪽이 맞았겠죠? 아... 니면 어... 쩌지.;; 음. 뭐랄까, '몹시 열심히 하신다'는 느낌. 그래서 보면서 뭔가 즐거웠다ㅡ즐거우면 안 되는 장면일 텐데.;; 몰라. 변성완 님을 보아서 즐거웠던 건지도. 하지만 무용수의 열심을 느낄 수 있다는 건 즐거운 일이 맞으니까. 금요일에 좀 더 자세히 감상하고 싶다. 이번에는 누가 누군지 알아내는 것도 힘들었어서.



신승원 콜레트: 아주 짧게 등장했지만, 신승원님의 가볍고 상큼하면서도 섹시함이 느껴지는 춤이었다. 보면서 뭐랄까, 우리 신승원 님껜 좀 너무 쉬운 안무인데? 싶었지만. 하하;; 테, 테크닉이 강조되는 장르는 아니니까요.;;



앞서 말했듯 벨 에포크 군무 좋았고, 아 맞다! 1막과 2막에서 한 번씩 표현되었던 전쟁씬 남성군무 좋았다. 1막 전쟁 남성군무에선 안무가 레나토 자넬라의 메세지가 더없이 확실하게 표명되었는데, '남성들의, 남성들에 의한, 남성들을 위한 역사와 사회 속에서 희생당한 여성으로서의 마타 하리'가 명확하게 표현되어서 마음이 아팠다. 마타 하리에 대한 자넬라의 애정어린 애도와 경의를 보는 것 같아서 한 명의 여성으로서도 조금의 위로를 받았고. 아, 그런데 이 두 번의 전쟁씬에서 몹시 독특한 안무가 하나 있었는데, 마지막에 로봇 같았다가 계속 보니 좀비 같았던 군무 부분이었다. 전쟁-로봇-좀비는 정말 재치있는 연상이 아닌가! 몹시 즐거운 해석이었다.



이 글을 보시지는 않겠지만 이영철 님 커튼콜 때 환호 소리 들으셨죠. 으흐흐. 네. 접니다♥. 그리고 변성완 님이랑. 뭐 거의 다 환호하긴 했지만 말이죠. 이재우 님과 우리 김지영 님 때는... 는... 거의 쉴 틈 없이 내내 춤을 추신 김지영 마타 하리와 수고하신 무용수분들 모두를 위해 팔 들고 박수치느라 팔이... 넘 아팠다. 행복한 고통이죠, 이런 건. 그리고 첫공 커튼콜 때 등장하시는 수줍은 강 단장님. 그 아름다운 모습 자주 좀 보여주시죠. 관객들이 이렇게 사랑하는데♥.



.......


짧게 쓴다 했는데... 에잇.

자야 한단 말이야.ㅠ






목요일은 볼 수 없어 넘 속상하다. 목요 라인업은 토요일에 뵐게요. 제발 다치지 마시고 만족스런 공연하시길 응원합니다.










급한 마음으로 쓰다 보니 이상한 문장이 평소보다 더욱 많습니다. 오탈자도 있을 것 같고요. 수정 힘들 예정이니 읽는 분의 완전한 문장으로 읽으시길 권합니다.



이 공연은 복잡한 만큼 여러 번 볼수록 더 재밌을 것 같다. 하필 <라 바야데르>와 겹쳐서는. ㅠㅠ 나는 두 번째 보아서 훨씬 좋았는데, 첫 번째 보았을 때 인물이 너무 헷갈린 바람에 이번엔 정확하게 알기 위해 결국 오페라글래스를 대여했다. 그래서... 놓친 부분이 많았는데ㅠ 그랬기 때문에 인물에 대한 확인이 거의 되어서 남은 두 공연 보는 것이 훨씬 수월해질 것 같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 무대는 좀 어렵다. 일행에게 미리 줄거리를 읽어 두라고 했고, 내가 다시 따로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미션이 되자 거의 멘붕 당한 표정으로 '와, 진짜 모르겠다. 이렇게 모르겠을 수가 있나 싶다'라고 말했다. 미리 설명하면서 '이렇게 들어도 막상 시작하면 헷갈릴 거야'라고 경고했을 땐 코웃음 치던 일행인데. 그리고 우리 오른쪽의 관객들은 너무 복잡했는지 인터미션 때 서둘러 주루룩 나가 버리셔서 속상했다. 객관적으로 좀 많이 복잡합니다ㅡ바로 그 점이 나와 같은 관객에겐 큰 매력으로 작용하는 것이긴 하다. 여러 번 공연 보는 것과 분석을 즐기는 습성 때문에 이렇게 복잡한 내용일수록 이해하는 쾌감이 크다. 하지만 이것은 INTP인 내게 해당하는 특징이며 INTP는 전 인구의 1에서 많아야 5%를 차지하죠. INTJ에게도 해당하겠으나 그 또한 5%를 넘지 않고. 뭐... 그러니 분석을 즐기지 않는 많은 유형들에게는 당혹스러운 작품일 수 있겠다 생각한다.


오늘 다시 본 안무는 익숙한 듯 하면서도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다. 동영상이 없어 세밀히 복기할 수 없어 아쉬울 뿐.

시간이 없으니 무용수별 감상으로 바로 들어간다.


김지영 마타 하리: 맘 같아선 한 장면 한 장면 다 떠올려 쓰고 싶지만 토요일에 두 개의 공연이 또 남아 있기 때문에. ㅠ 가능한 짧게요, 엉엉. 요염하고 쫀득한 동작 등 지난 번에 썼던 건 넘어가고, 음. 이재우 마슬로프와의 파 드 되와 박종석 라두와의 파 드 되가 아주 달랐다. 사랑하는 마슬로프와의 파드되에선 거 참... 동작이 참 묘했는데, 동글동글 원을 그리듯, 물이 흐르듯, 리본이 펄럭이듯 몹시 곡선적인 춤을 추셨다. 그러니까 한 동작의 끝과 다음 동작의 시작이 따로 분리가 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진달까. 이는 함께 파드되를 추시는 이재우 님께도 느낀 점이다. 1막에서 사랑하는 장면의 파드되와 2막에서 부상당한 마슬로프와 재회의 파드되 안무가 거의 흡사한데, 오늘 보면서 두 분께서 이 동일한 혹은 비슷한 두 안무, 그러나 다른 감정선을 차이나게 표현하기로 하신 것이 아닐까 싶었다. 1막에선 사랑의 행복한 감정에서 이 춤을 추고, 2막에선 반갑긴 하나 어려운 상황 속에 앞으로 둘 앞에 다가올 불길하고 불안한 미래를 두 사람 모두 예감하는 듯한 애절함 속에서 이 춤을 추는데, 그 점이 드러났다. 그래서 1막의 파드되에선 동글동글 리본춤을 추는 것처럼 서포트에 이은 리프트 동작이 물이 흐르듯 자연스레 이어져서 충만함이 느껴졌던 반면, 2막의 재회 파드되에선 비록 두 사람의 사랑은 그대로 느껴졌지만 동작과 동작 사이가 1막처럼 동그랗게 연결되지 않았다. 여전히 언제 착지하는지 모르게 (리프트 후에 착지하는 순간 김지영 님의 발끝은 마치 바람을 타고 내려오는 것처럼 땅을 딛는 몸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다ㅡ두 분의 기막힌 호흡에 감탄!) 서로 정성스러운 서포트와 동작으로 채워지지만 1막에서의 예쁘장하고 동글동글한 연결고리가 없어진 2막 파드되의 느낌은 불안함을 표현한 것 같았다. 오늘 감상하면서 아주 즐거웠던 부분이다.


그런데 2막 파리 정보국에서 마타 하리를 다그치는 박종석 라두와 춤을 추실 때는 동글동글 연결이고 우아한 동작이고 없고 뾰족뾰족 날카로웠다. 음. 쓰다 보니 이번 공연에선 마타 하리의 파드되가 하나의 감상 포인트가 될 것 같네, 그러고 보니. 박종석 라두와의 파드되에선 건조하고 메마르며 차갑게 뾰족뾰족 날카로웠던 반면, 이영철 매클라우드와의 파드되에선... 와... 1막에서 이혼하려 할 때 두 분의 파드되는 현실 싸움인 줄.;; ㄷㄷㄷ 보통 싸움이 실감나는 건 남남 무용수 사이에서나 느꼈던 일인데, 다른 성별의 파드되에서 이렇게 살벌한 실감나는 싸움은 처음 느낀 것 같다. 순간 두 분 진심으로 서로에게 화나신 줄. 아... 아니시죠...?ㅠ;; 엉엉. <마타 하리> 막공 보고 싶다. 막공 때 얼마나 더 재밌을 거야. 우리 김지영 님, 이영철 님, 이재우 님의 파드되. 막 빛이 터질 텐데. 후기 쓰다 말고 넘 속상합니다.ㅠ <마타 하리> 막공 가시는 분들 부럽습니다. 아, 암튼, 이영철 매클라우드와 이혼의 파드되에선 몹시 거친데 뭔가 끈적하기도 하고, 또 날카롭기도 한 그런 느낌이었다.


내친 김에 변성완 칼레와의 파드되까지 쓰자. 음... 뭐지? 변성완 님은 왜 따뜻하지? 박종석 님과 대조가 되어 그러나, 막 너무 파갑고 그렇기 보단 좀 인간미는 있으나 그렇다고 마타 하리의 사정을 봐줄 만큼 마타 하리에게 애정은 없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래서 파드되는 부드러웠는데ㅡ변성완 님의 정성스런 서포트와 리프트도 나는 좋지 말입니다ㅡ이재우 마슬로프 때처럼의 애정은 느껴지지 않고ㅡ느껴지면 큰일이죠;;ㅡ정성스럽긴 한데 목적의식이 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 인간적으론 차갑지 않으나 자신의 직책이 마타 하리를 이용해야 하는 독일의 장교이므로 그렇게 표현하신 것이라 생각하면 몹시 매력적인 해석이 된다. 보통 독일군은 무조건 딱딱하고 차갑다고만 생각해 버리지 않나. 그런데 그런 해석을 뒤집은 셈이 되니까. 그리고 생각해 보면 충분히 있을 법한 인물이다. 우리가 스테레오타입에 갇혀 있어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을 뿐. 처음엔 좀 의아했는데, 점점 춤을 더 보면서 더 흥미로워졌다ㅡ는 어엇, 변성완 님 후기가 되어 버렸네.;; 이넘의 삼천포. 암튼, 변성완 칼레와의 파드되에서 김지영 마타 하리에게선 당연한 말이지만 애정은 표현되지 않았다. 우아하지만 담백한 춤이라 느꼈던 기억.


에또... 베일춤에선 언제 베일을 벗는지 모를 정도로 퐁, 하고 베일이 날아가는데, 그렇게 날아가 땅에 떨어진 베일은 마치 꽃잎 같아 보였다. 그 춤을 추시는 김지영 님에게서 신비롭고 이국적인 향이 느껴지는 것 같던 기분. 이번 안무는 천천히 추는 부분이 많았는데, 그런 안무와 캐릭터의 특성을 김지영 님께서 아주 잘 살려 춤을 추신 것 같다. 지난 번 말했던 균일한 힘과 속도의 배분이 주는 우아함과 은근함, 그리고 농염함. 아까 베일춤 보면서 뭔가 심장이 간질간질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는데, 아, 언어로 집어낼 수가 없네. 묘하고 은근했던 느낌. 음.


안 되겠다. 너무 동작별로 가면 내가 잠을 잘 수가 없어.ㅠ 오늘 암래도 김지영 님 후기만 간신히 쓰고 잘 것 같은데.;;


실은 정말 한 번 더 볼 수 있다면 좋겠다. 일요일 오후 막공을 <라 바야데르>로 결정하지 않았더라면 이 심장의 가려움이 좀 해소되었을 것 같은데 넘 속상하네. 뭔가 잡힐 것 같은데 아직 선명하지 않아서. 지난 첫공을 스토리 따라가는 데 다  써버려서 그렇다.ㅠ


아직 선명하진 않은데 그래도 막공은 못 보니까 부족하나마 있는 감상을 끌어 모아 본다면... 음. 오늘 김지영 마타 하리에게서 느꼈던 것이 좀 이상했는데, 뭔가... 좀 무서울 정도로? 야망이 가득해 보였달까. 이것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ㅠ 암튼, 안무가 자넬라는 안무 전체를 통해 '남성 위주의 삶에 의해 철저히 왜곡 당하고 희생 당한 여성들, 그리고 남성들에 의해 파멸한 여성의 상징 마타 하리'를 표현했다. 그것은 더없이 확실하고 선명한 메세지였어. 그래서 그것에 초점을 맞추니 '그렇다면 마타 하리는 가녀리고 순수한 피해자였겠군' 하는 편견이 생각에 자리잡고 있었던 거다. 그런 시각에서 김지영 마타 하리를 보았으니 첫공 땐 캐릭터 해석이 안 되었던 것. 그런데 오늘 공연을 보니ㅡ아직 나자신 만족스럽게 납득하진 못했지만ㅡ김지영 님이 표현하는 마타 하리는 전적으로 순수하고 순결하고 가녀리기만 한 피해자는 아닌 것 같았다. 아니, 오히려 그녀는 '전사'에 가까웠다. '혁명가'. 그런데 세상을 바꾸기 위한 혁명가가 아니라 자신의 야망을 위한 혁명가 같았다. 한 마디로 이기적으로 보였다는 뜻.


그녀가 이혼을 결심했을 때 딸 루이스는 의식에 없었다. 루이스가 달려오려 했을 때 잠시 놀랐지만 그녀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그 점이 몹시 신기했는데, 어쩌면 김지영 님께서 표현하신 마타 하리는 모성애가 크지 않은 여성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점이 이렇게까지 신기한 이유는 나라도 그렇게 해석했겠기 때문인데, 그런 해석이 쉬이 납득을 받는 세상이 아니기에 나는 많이 놀랐다. 김지영 님께서 그렇게 해석하신 것이 맞을까? 어쩌면 '모성애의 본능 유래설' 자체에 깊은 회의를 갖고 있는 나의 프리즘으로 굴절시켜 이해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한 번 더 보고 싶은 거였는데.ㅠ


차가웠다. 처음 부분에서 이영철 매클라우드에게 매달리는 김지영 마타 하리에게서 큰 애정이 느껴졌다기 보단 뭔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한 필사적인 몸짓으로 보였고, 자신에게 비난을 퍼붓는 젊은 장교의 아내에게 뻔뻔하게 손찌검 같은 단호함을 보인 모습은 싸늘했고, 그 직후 장교 아내가 자살하자, 놀라긴 했으나 사색이 되어 어쩔 줄 모르는 것이 아니라 '어서 이 자리를 떠나야겠다'라는 대사라도 들리는 듯 단단한 모습으로 짐을 싸 이혼하려는 모습. 루이스를 둔 이별의 결정 등 거의 모든 부분이 냉정하게 다가왔다. 사교계에서 사람들의 찬사를 받을 때는 매끈매끈했으나 따스함을 느낄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오직 마슬로프와 사랑을 나눌 때만이 모든 욕망과 가면을 벗은 듯 부드럽고 따뜻한 면을 보여 주었는데, 와... 그런 성격 표현이 그때그때 느껴진 것이 난 사실 믿기 힘들었다. 내가 뭔가 잘못 이해했나 몇 번을 생각했나 몰라.


생각해 보면 늘 김지영 님이었다. 나로 하여금 내 예상을 늘 벗어난 해석을 하게 하는 무용수. 내가 어떤 예상을 하건 그 예상을 벗어나는 캐릭터를 느끼게 하시는 분. 그것을 떠올리니 아, 정말로 내가 느낀 것을 표현하신 것이 맞을까가 몹시 궁금해지는 거다. 막공... 아깝...ㅠ 


맘이 급하다 보니 글이 자꾸 다듬어지지 못하고 엉망진창이 되고 있는데, 뭐... 시간은 없고 하고픈 말은 많고. 이런 수다쟁이.ㅠ


자, 이제 김지영 마타 하리에 대해 하고 싶었던 남은 한 가지 감상 후기를 시작하자. 마지막 직전의 장면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이중 스파이로 낙인 찍혀 무대 뒤쪽 중앙에 서있는 김지영 마타 하리를 사람들이 지나가며 머리를 치고, 어깨를 부딪히고, 팔을 잡아 당기고, 목을 조르며 지나간다. 사실 이 부분에서 첫공때나 금요일때나 눈물 글썽였던 건 안 비밀. 그런데 김지영 마타 하리는 이를 악물고 저항하며 버틴다. 머리를 쳐도 머리를 세게 흔들며 저항하고, 팔을 붙잡으면 팔을 뿌리치며 버틴다. 마슬로프에 대한 마지막 희망을 버리지 않은 채 그 멸시와 조롱을 끝까지 이 악물고 버텨내는 그 모습이 너무 아팠다. 그녀를 조롱하는 그 자들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녀에게 환호했던 바로 그 관객들이었기 때문이다.


비단 무용수의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 모두는 그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지 않나. 나를 사랑하는 이들로부터 멸시와 외면을 받는 것만큼 좌절스런 순간도 많지 않을 것이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그 상황에서 그녀가 악바리로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을 자신이 사랑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을 사랑하고 유일하게 자신이 사랑했던 마슬로프까지 배신하자 그녀는 죽음을 맞닥뜨릴 수 밖에 없게 된다. 하지만 끝까지, 사수들을 묘사한 옷걸이를 거칠게 넘어뜨리는 김지영 마타 하리는 아무 것도 포기하지 않았다. 비록 시놉시스에는 그녀가 마슬로프의 배신 이후 모든 것을 포기했다고 되어 있으나, 내가 느낀 것은 그렇지 않았다. 총 맞아 죽는 마지막 순간까지 꼿꼿하게 세상을 두 눈 부릅뜨고 쳐다 본 마타 하리는 그녀 생애 단 한 순간도 삶을 포기한 적이 없었던 것이다.


자신을 환호하던 이들로부터 외면 받는 스타. 


작년 김지영 님의 <댄서 하우스>가 아직도 마음에 눈보라치고 있는 나는, 김지영 님께서 은퇴하실까봐 늘 조마조마하고 불안하다. 이렇게 찬란한데. 이토록 나를 자극하는 캐릭터 해석을 내놓는 무용수를 못 본다 생각하면 마음이 쓰라리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김지영 님을 사랑하는데. 우리가 사랑하는 김지영 발레리나가 은퇴하시지 않았으면 좋겠다.


밤이 깊으니 잔뜩 감상적이 되어서는. 나중에 수정할 수도.


이잇... 결국 다른 분들 후기는 ㅠㅠ 속상해라. 지금 시각 새벽 3시 21분. 의외로 내 후기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거여서. 어서 자야겠다.


2018.11.06


이재우 마슬로프: 지금은 기억이 많이 휘발되어 넘 안타까운데ㅠ 조금이라도 더 떠올려 보자. 세 분의 마슬로프를 다 보고 난 소감으로 이재우 마슬로프는 그 중 가장 적극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낭만적인 이재우 마슬로프는 <안나 카레니나>의 브론스키와 닮았지만 결정적으로 자신이 전쟁 중에, 혹은 곧 있을 전쟁발발을 피부로 느끼며 준비하고 있는 군인이자 장교로서의 본분을 항상 의식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마타 하리를 누구보다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그의 뒤에는 항상 조국이 있었기에 브론스키처럼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다 버릴 수는 없었다. 그런 점이 마슬로프의 상황을 더욱 애절하게 만들었다. 


전쟁 중에 자신을 찾아온 김지영 마타 하리를 다시 만났을 때 그는 몹시 괴롭고 슬퍼 보였다. 그녀를 너무나 그리워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조국을 두고 그녀를 선택하지 않을 것임을, 사랑을 위해 전쟁에서 장교로서의 책임감을 버리고 도피하지 않을 것임을 알았기에, 고통에 처한 그녀를 도와줄 수 없는 그의 표정이 안타까워 보였다. 그러면서 마타 하리를 리프트하고 서포트하는 그 자상하고 섬세한 손길은 그의 깊은 마음을 보여주었다.


결국 마타 하리에 대한 배신을 결정하는 순간이 되었을 때, 그의 고뇌는 세 분 중 가장 납득가는 것이었다. 그만큼 그녀를 사랑했기 때문에 고통이 지극했다. 그러나 내내 표현하셨듯, 그는 결국 조국에 대한 책임을 버릴 수 없는 군인이었다. 해서, 결국 배신을 결정하여 로봇이자 좀비가 되어 버리는 그의 표정은 보기에 참 아팠다.


낭만적 사랑꾼과 책임감 강한 군인으로서의 정체성 표현과 그 둘 사이에서의 갈등을 훌륭히 표현하신 캐릭터라 생각한다. 낭만 재우는 몹시 애정하는 캐릭터여서♥.












* 공연 직후 저녁 공연 기다리는 동안 썼던 후기.


 

발레 <마타 하리>는 보면 볼수록 재미있는 작품이다. 한 번 보았을 땐 당혹스러웠고, 두 번 보았을 땐 조금 편하게 감상할 수 있었고, 세 번 보니 더욱 재미있다. 프로그램 북의 시놉시스를 읽으면서 이해되지 않았던 장면도 납득이 가고. 디아길레프가 마타 하리와 결별하는 장면은 두 번을 보아도 놓친 부분이었는데 세 번째 보면서 잡았다. 디아길레프와 마타 하리, 그리고 칼레가 함께 등장하는 장면이 그 부분이다. 안무는 반복이 많았으나 개연성 있는 반복이었다. 1막과 2막의 많은 부분이 세세하게 대구를 이루는 안무로, 줄거리 진행과 상황에 대한 적절한 표현으로 이루어졌다. 군데군데 감옥 회상 장면이 삽입되어 필요 이상으로 복잡해졌는데, 중간의 감옥 삽입 장면은 왜 있어야 하는 건지 아직 이해 못하겠다. 좀 더 보면 이해되려나.

 

박슬기 마타 하리: 이제부터 박슬기 님을 선슬기로 부르도록 하쟈. 모든 선이 그렇게 정확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김지영 님의 선이 정확하면서 적절한 무게감이 실린다면, 박슬기 님 선은 정확하며 가볍다. 어느 쪽에 장단이 있는 건 아니고 두 무용수께서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그런 동작의 차이로 드러난다. 박슬기 님의 선이 너무나 명쾌해서 보는 내내 눈이 호강을 했다.

 

박슬기 님 연체인간설. 그거 아세요? 박슬기 님 사실은 만 년 묵은 예쁘장한 낙지가 둔갑한 사람이라는 거? 어쩌면 그렇게 유연하신가. 동작이 화려하고 예쁘다. 유연성은 한국 최고이시지 않을까 싶은데. 깨끗한 선에 유연한 동작이면 완벽이 아닌가. 거기다 연기력까지 풀로 장착된 분이다. 스타. 별이다. 반짝반짝. 빛나는 박슬기 님을 보는 내 눈에서 별이 터진다.

 

박슬기 님이 표현하신 마타 하리를 보니 첫공과 금공(금요일 공연) 때 느꼈던 김지영 님 춤의 느낌이 맞았음을 알겠다. 확실히 다르다. 두 분의 해석이 아주 다르다. 박슬기 님의 마타 하리는 사실상 레나토 자넬라의 안무 메세지에 충실히 잘 맞는 캐릭터 같다. 물론 자넬라는 남성 중심 사회에 의해 이용되고 왜곡되며 파멸된 여성으로서의 마타 하리를 표현함과 동시에 자유를 갈망한 자주적이고 강인한 여성으로서의 마타 하리역시 표현하고자 했다. 내가 느낀 바로는 김지영 님은 독립적인 마타 하리에 무게가 많이 실렸고, 박슬기 마타 하리에는 남성에 의해 이용되고 파멸한 마타 하리가 부각되었다. 신승원 님까지 보고 나서 비교해야 할 텐데, 공연 본 직후인 지금 기록하지 않으면 나중에 휘발될 것 같아서.

 

김지영 마타 하리는 야망이 가득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처음부터 남성 지배적인 삶을 인식하고 있었고 오히려 그것을 이용하여 야망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여성성을 활용했다. 활용하여 남성들을 유혹했고, 유혹 당하는 그들을 즐기며 거머쥔 성공을 탐닉했다. 남성들과 대중의 사랑을 만끽했지만 그들을 사랑하지 않았다. 김지영 마타 하리가 사랑한 사람은 오직 마슬로프와 자기 자신 뿐이었다. 그래서 배신하기 전 마슬로프를 기다리는 동안 사람들의 멸시를 악바리로 버텼다. 그리고 마침내 마슬로프까지 배신을 했는데도 그리 심하게 무너지진 않았다. 그것을 보면 오히려 김지영 마타 하리가 가장 사랑한 사람은 오로지 자기 자신 뿐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녀는 죽는 순간까지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남성들에 의해 자신이 파멸되고 있음을 알았지만 무기력하게 상처 받는 대신, 그들을, 사수를, 남성들을, 세상을 끝까지 눈 똑바로 뜨고 노려 보았다. 그런 그녀의 꺼질 줄 모르는 야망과 강렬한 의지는 숭고함을 불러 일으킨다.

 

박슬기 마타 하리는 자넬라의 제작 의도를 읽었을 때 내가 상상한 마타 하리의 모습 그대로였다. 상상했던 만큼 충분히 스며들어 감상할 수 있었던 캐릭터다. 박슬기 마타 하리는 남편을 이용한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남편의 사랑을 원했다. 그녀는 남편의, 남성들의, 대중의, 사람들의 사랑을 원했다. 그랬기에 그들의 사랑이 주어졌을 때 진심으로 그 사랑을 즐거워했다. 김지영 마타 하리가 야망이었다면, 박슬기 마타 하리는 생존이었다. 그녀는 여성의 모든 생존권을 쥐고 있는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살아남고 싶었다. 그래서 그들을 바라고 그들에게 희망을 걸었다. 김지영 마타 하리가 남성 중심의 사회를 이용해서 오히려 그 위에 군림하고 싶어 했던 것과는 다르다.

 

이처럼 박슬기 마타 하리를 상냥하고 부드럽고 여성스러운 여성으로 이해했을 때 쉬이 해석되지 않는 부분이 하나 있었다. 1막 처음 장교파티 때 반한 젊은 장교의 부인의 항의를 뿌리친 것. 김지영 마타 하리가 자신의 욕망에 대한 방해물로서 그 여성을 뿌리친 것 같았다면, 박슬기 마타 하리는 생각지 못한 부인이라는 존재에 놀라 충격을 받은 것으로 해석했을 때 그나마 납득이 간다. 그러고는 부인이 자살하자 패닉 상태가 되어 어쩔 줄 몰라 하다 달아난 박슬기 마타 하리. 딸 루이스와의 이별 앞에서도 계속 망설이던 모습에서 엄청난 야망이나 욕망은 느껴지지 않았다. 여성스러운 마타하리다.

 

그처럼 남성의 사회에서 생존하고 싶었던 박슬기 마타 하리였기에 딱히 김기완 마슬로프에게 미친 듯 반한 것 같아 보이진 않았다. 그녀는 누구라도 자신을 지켜주었으면 하는 것 같아 보였다. 그래서 사람들이 자신을 외면하고 비난했을 때 그녀는 몹시 힘들어 보였다. 그래도 견뎠던 것은 자신을 지켜 줄마지막 희망인 마슬로프가 있었기 때문인데, 그마저 결국 배신하자 마타 하리는 간신히 잡고 있던 이성을 놓아 버렸다. 절망에 가득 차 옷걸이들을 넘어뜨리는 그녀에게서 피 토하는 오열이 들리는 것 같았다. 철저하게 남성들에 의해 이용되고 왜곡되고 파멸한 여성 마타 하리. 박슬기 님의 마타하리였다.

 

박슬기 님은 어찌나 가벼우신지, , 글쎄 뼈와 살이 공기로 이루어졌다면서요? 리프트 때마다 훌쩍, 훌쩍, 대체 무게감을 느낄 수가 없다. 부드럽고 유연하고 사뿐한 박슬기 님. 우리의 빛나는 별.

 

김기완 마슬로프: 수원에서 보았던 <돈키호테> 때 선명했던 김기완 님의 특징이 다시 숨었다. 무슨 밀당 하는 기분. ㅠ 역시 점잖고 정중하고 부드럽다. 그런데 뭔가 건조하다. 담백하달까. 줄곧 그런 느낌이었기 때문에 마지막 배신 직전에 엄청나게 괴로워하는 모습이 좀 당혹스러웠는데, 어쩌면 인간에 대한 도리 자체에 신경을 쓰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게 표현된 것이 아닐까 생각을 잠시 했다.

 

박슬기 마타 하리와 김기완 마슬로프의 2막 재회의 파드되에서 박슬기 마타 하리는 정말 괴로워 보였다. 김지영 마타 하리와 이재우 마슬로프의 그 장면에서 두 사람이 서로를 그리워하고 있었고, 그 서로에 대한 그리움 자체가 고통스러웠던 것으로 느껴졌는데, 이는 김지영 마타 하리가 대중의 관심이 사라진 것에 대해서는 일찌감치 포기를 했으며 오로지 마슬로프만을 사랑하고 그에게 희망을 걸고 있었기 떄문이다. 이재우 마슬로프 역시 김지영 마타 하리를 마음 깊이 사랑하고 있었고. 그런데 박슬기 마타 하리와 김기완 마슬로프의 재회에서 딱히 서로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이 묻어난다기 보단, 사람들의 외면 자체에 마음 고생을 많이 한 박슬기 마타 하리와 그런 그녀를 의아해하며 동정하는 김기완 마슬로프 같아 보였다. 두 커플이 주는 인상이 너무나 달라서 보면서 짜릿하게 즐거웠다. 우리 국립 무용수분들 정말애정하지 않을 수가 없어.

 

송정빈 매클라우드: 그렇지. <안나> 때 슬재빈의 그 빈이셨지! ㅎㅎ 음. 송정빈 매클라우드를 보니까 어제의 이영철 매클라우드에 대한 확신이 선다. 이영철 매클라우드는 놈팽이에 거칠고 딱딱했지만 여자로서건 인간으로서건 김지영 마타 하리를 갈망하긴 했다. 그래서 법정에서 다들 매달리는 마타 하리를 외면했을 때 그는 일말의 여지를 주었는데, 그것이 그녀를 육체적으로 탐해서 그랬던 건지, 아니면 그녀를 좋아해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다. 한편, 송정빈 매클라우드는 가차 없었다. 어떤 느낌이냐면 송정빈 매클라우드의 경우 단순히 마타 하리를 자신의 상자 속에 가둬두고 싶은 것 같았다. 권위적. 송정빈 매클라우드는 권위적이었고, 자신의 권력을 휘두르고 싶어했다. ‘여자는 남자의 소유물이지!’ ‘아내는 남편의 액세서리지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송정빈 님 공포물 전문 무용수로 나가시는 것 아니예요…?? ㅎㅎ 몹시 독특한 매력이다. ‘공포 발레라는 장르 꼭 생겼으면 좋겠다. 송정빈 님 완전 잘 하실 듯.

 

박종석 루소: 그래. 기억났다. 작년이었나 재작년이었나 김지영 님 파트너로 공연하셨던 박종석 님. 그때 역시나 선이 바르다라 인식했었다. 내가 어제의 박종석 라두에 대해 따로 쓸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박종석 님 춤이 그렇다. 진중한 가벼움 또는 산뜻한 무거움. 즉 무거운 가벼움 내지는 가벼운 무거움이다. 그런 모순이 공존하는 춤. 박종석 님의 춤은 진중하다. 몸통 가운데에 중심이 잡혀 있어 선이 아름답고 무게감이 느껴진다. 가볍지 않은 성격의 캐릭터라는 느낌. 그런데 팔다리 동작이 산뜻하고 특히 점프가 가볍다. 폼이 나는 동작들. 그래서 동작에서 기품이 느껴진다. 유니버설의 마밍에게서 느꼈던 기품과 비슷한 종류다. 박종석 루소 역시 그러했다. 선이 아름답고 진중하면서도 질척이지 않는 산뜻함.

 

아 맞다. 디아길레프의 거절 이후 박종석 루소와 박슬기 마타 하리의 언쟁에서 두 분 정말 날카로웠다. 거기서 싸우다 순간 루소의 손이 올라갔을 때, 그때까지 늘 사랑스러웠던 박슬기 마타 하리가 그 손을 막으면서 할퀴는 고양이 같은 표독스러움이 드러났는데, 박종석 루소는 그 모습에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그 장면은 1막 처음에 매클라우드와의 언쟁 장면과 비교되는데, 매클라우드의 폭력 앞에 무력하게 무릎을 꿇었던 마타 하리는 이제 인기와 사랑을 한껏 경험한 사람으로서 같은 유형의 폭력에 맞서는 모습을 보일 정도로 성장한 것으로 이해했다. 이 이야기는 살짝 삼천포네…;;;

 

김명규A 니진스키: 오늘의 깜짝 히어로죠! 뀨투버 님, 아니 그렇게 점프가 높으셨어요? 깜짝 놀랐다. 허서명 님도 점프가 높지. 그런데 허서명 님의 점프는 높으면서 가볍다. 김명규A님의 점프를 가볍다할 순 없다. 하지만 몹시, 모옵시 높고 힘차다. 너무너무 재밌었던 것이, <세헤라자데> 공연 중에는 높은 점프와 힘으로 남성미 뿜뿜하시던 김명규A께서 <세헤라자데>가 끝나자마자 여성여성하신 모습으로 변신하는 거였다! 으하하하 보면서 혼자 얼마나 키득거렸는지. 달려오는 박슬기 마타 하리를 대하는 김명규A 니진스키의 모습에서 어머, 왜 이러니, 증말. 저리 가! 가라는 말 안 들리니?’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슬쩍 귓바퀴를 스치는 동작하며, 그러다 이영철 디아길레프.. .사실 이 부분 엄청 기대했던 부분인데ㅋㅋㅋㅋㅋ 이영철 디아길레프는 그냥 다정하셨다. 그런데 금방만 해도 박슬기 마타 하리에게 까칠거리던? 김명규A 니진스키가 디아길레프 팔 안에선 곱고 순한 양이 되는 거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완전 으너무 재밌었다.ㅠ 끝나고 일행에게 물었더니 일행 역시 그 장면 완전 표현 즐거웠다고. 앞으로 뀨투버 님 눈여겨 봐야겠다. 기술도 좋으시고 연기도 넘 깜찍하시고. ㅋㅋ 파트너와의 호흡까지 좋다면 어마어마할 것 같다. 김명규A 님의 다음 공연도 기대된다. 즐거웠습니다.

 

이영철 디아길레프는쓰려야 별로 장면이 많지 않아서.ㅠ 다만 김지영 마타 하리를 못 본 척 지나치는 모습에서 이상주의자 같이 뭔가 꿈꾸는 듯한 느낌이 있었던 것만. 혹시 뀨투버 님의 연기에 다, 당황하셨던 건 아니시죠? ㅋㅋㅋ 애정하는 이영철 님. 커튼콜 때 비중이 작았어서ㅡ2층 관객분들은 다들 넘 점잖으시더군요, 어제도 그랬고. 관객 호응은 3층이 나은 것 같아요ㅡ환호를 하지 않으려 했는데, 등장하시자 저도 모르게 튀어 나오는 환호. 애정하는 분이시니깐요.

 

하지석 라두: 몹시 날렵해 보이셨다. 댄디하고 날렵하며 멋스러운 도시 남성이 떠올랐는데, 동작이 시원하고 깔끔하셨다.


정은영 콜레트: 당연한 말이지만 신승원 콜레트와 아주 달랐다. 상큼하고 발랄하면서 섹시한 신승원 콜레트에 비해 정은영 콜레트는 성숙하고 우아했다.











빠울루 꼬엘류의 책 『스파이』는 국립의 다정한 선물. 마타 하리의 삶을 모티프로 쓴 책으로 그녀의 삶과 이 작품에 대한 이해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고마워요, 국립발레단♥. 잘 읽을게요.


이 토요일 저녁 공연은 내가 너무 힘들었다. 연이은 발레 감상인데 두 가지 발레의 감상으로 가뜩이나 스위치 전환 속도가 느린 나로서는 에너지 소모가 컸고, 잠이 부족했고,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하루에 두 번 발레 감상은 내게 무리다. 이것도 저곳도 못하는 느낌. 이럴 경우 항상 낮공연이 죄다 휘발되어 버리곤 했기에 이날은 저녁 공연 전까지 쉬는 시간에 가져간 랩탑으로 내내 후기를 작성하느라 쉬지도 못했고 아... 암튼 몸이 너무 힘들어서 저녁 공연은 거의 날렸다. 집중력 40% 이하. 암튼 그래서 인상에 남는 장면만 간단히 언급하고 넘어가기로 한다. 신승원 님의 마타 하리였는데. 아까워.ㅠ 박슬기 님이랑 신승원 님 보려고 욕심 낸 거였지만 담부턴 절대 하루 두 번 감상은 안 할 테다. 집중력이 형편 없었던 만큼 감상은 짧을 예정이다.



신승원 마타 하리: 김지영 님이 '욕망', 박슬기 님이 '생존'이었다면 신승원 마타 하리는 '자유'였다. 자유를 향한 갈망이 가장 두드러지게 다가왔던 춤. 사실 지금 께엔 기억이 많이 휘발되었으나 이것 만큼은 분명히 기억한다. 신승원 님의 의지. 그리고 이것은 일행도 동일하게 느낀 점이다.


신승원 님의 강점이다, 감정의 강렬한 표현. 신승원 님의 캐릭터는 모호한 법이 없다. 산뜻하고 쾌활한 역도, 가슴 절절하도록 농밀한 감정도 훌륭하게 표현한다. 적극적이다. 그리고 명쾌하다. 관객들이 보기에 쉽고 마음이 후련해지는 캐릭터. 이것은 캐릭터에 대한 철저한 이해와 확실한 해석이 바탕이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신승원 님의 남다른 강점이다. 그녀의 표현은 어렵지 않으며 개연성이 뛰어나고 명확하다. 주저함도 없다.


세 명의 마타 하리 중 가장 감정 표현에 적극적이었던 신승원 마타 하리. 그녀는 마슬로프에게 한눈에 반했고ㅡ예전에 좋아했던 젊은 장교와 닮았기 때문이건 어쨌건ㅡ그런 그에게서 그녀는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다른 두 마타 하리와 다르게 돌아서다 말고 한참을 뒤돌아서 마슬로프를 쳐다보던 신승원 마타 하리. 그런 점을 우리가 사랑하는 것이죠. 어려운 표현은 개연성만 갖춘다면 그 나름대로 해석의 재미가 있다. 하지만 이번의 <마타 하리>처럼 작품 자체가 어려운 경우, 신승원 님의 그런 적극적이고 명확한 표현은 관객을 향한 친절이다. 또한 마슬로프와 재회했을 때도 그녀의 표현은 명확했다. 반가워요, 그리웠어.


신승원 마타 하리의 모든 포텐이 다 쏟아진 부분은 마지막 장면이었다. 그녀가 먼저 반헀고 더 표현하고 더 좋아했던 대상인 마슬로프의 배신을 확인한 그녀는 문자 그대로 폭주했다. 미친 듯 사수들을 넘어뜨리더니 결국 총을 맞아 죽는 순간까지 그녀 안의 모든 분노를, 좌절을, 절망을 쏟아부으며 처절하게 쓰러졌다. 죽음의 순간이 어찌나 강렬하고 절절했던지, 막이 내리고 나서도 마음이 먹먹했다. 역시 신승원 님. 강렬한 감정의 연기에 있어선 독보적이다. 참고로 세 명의 마타 하리를 다 본 일행은 신승원 님의 마타 하리가 가장 맘에 들었다 했다.



박종석 마슬로프: 신승원 님의 강렬함에 살짝 가린 듯한 인상이었으나 이 공연 때 내 컨디션이 말이 아니었기에 확신할 수 없다. 신승원 마타 하리의 적극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동적이란 인상이었는데, 마지막 배신의 순간에 몹시 강렬한 고통을 표현했어서, 고통의 표현 자체는 좋았으나 전체적 캐릭터의 성격 흐름으로 보자면 물음표가 살짝 떴다. 내가 피곤했어서 잘못 감상한 것일 게다.



김희현 매클라우드: 김희현 님은... 낮공연의 칼레에서는 사실 별로 큰 인상을 받진 못했다. 그런데 이 매클라우드 역에서 깜짝 놀랐다. 평소의 딱딱하고 건조하고 규칙적이며 피 한 방울 들어가지 않을 것처럼 권위적이고 재수없는 마초 군인의 모습과 술취했을 때의 난잡하고 방탕한 모습의 공존이 인상적이었다. 상반된 두 성격을 한 인물 안에 훌륭하게 녹아내셨다.



변성완 니진스키: 음... 이번에 변성완 님께서 표현하신 두 명의 캐릭터를 보면서 느낀 건데, 변성완 님의 춤은 좀 부드럽구나. 남성의 춤 치고 부드럽다. 속도가 살짝 느리고. 우아하고 섬세하다. 살짝은 여성스러운? 그런데 그 여성스러운 느낌을 니진스키의 캐릭터로 표현하신 것이라면 훌륭했다. 앞서 김명규A 님께서 표현하신 니진스키가 공연 중에는 남성적이지만 실제로는 여성스러운 니진스키를 표현하였다면, 변성완 니진스키는 한결같이 여성스러운 섬세한 면이 있는 사람이었다. 김명규A 니진스키가 공연이 끝나고 자신에게 달려온 마타 하리를 피하는 데 신경을 쏟았다면, 변성완 니진스키는 마타 하리를 피하자마자 디아길레프를 찾아 두리번두리번거렸다. 그리고 디아길레프가 와서 수건을 덮어주자 그제야 안심한 듯한 표정. 두 분 다 니진스키의 성적 정체성을 각각 납득이 가도록 잘 표현하셨다 생각한다.



송정빈 아스트릭: 은... 잘 기억나지 않는데... 완벽주의적 운영자라는 느낌이 스쳤던 기억이 난다. 그렇지만 마타 하리에게는 다정한.



이영철 루소: 이번에 이영철 님 정말 대단하셨죠. 박종석 님과 함께 모든 공연에 출연하셨다! 우아아... 그 강철체력은 대체 어떻게...!! 놀라웠다. (이에 대한 감탄과 경의를 저는 환호로 표현했죠!ㅡ는 아니었어도 환호했겠지만.ㅋㅋ) 매클라우드는 비중이 높고 루소는 분량이 많다. 두 역할 다 훌륭하게 하셨지만 나는 루소의 이영철 님도 참 좋더라. 왜 좋았는고 하니, 역시 이영철 님 하면 캐릭터 해석이죠. 내가 느꼈던 이영철 루소는 돈 많고 기품 있고 다정한 부자였다. 어디였더라, 클뤼네, 아스트뤽, 루소, 그리고 라두였던가? 암튼 남성 4인무 부분이 있었는데, 그때 이영철 님은 단연코 가장 기품있었다. 적절한 연륜과 여유가 느껴지는 품위. 가볍지 않고 속 좁지 않지만 권위적이거나 꼰대스럽지 않은 부드러움과 가진 자 특유의 여유가 가득 묻어나는 춤. 뒷부분에서 솔로를 추실 땐 마치 '나 돈 많아. 나는 돈 많은 은행가지요, 하하하' 하며 밉지 않게 자랑하시는 것 같았다. 그리고는 한 번에 한 사람에게만 모든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집중하는 마음은 고귀함이었다. 거기다 '아니다' 라는 것에 대한 확신이 섰다면 뒤돌아 보지 않는다. 그 길로 새로운 사람을 찾는다. 그러나 그 마음에 이전에 자신을 상처준 사람에 대한 복수의 마음은 없다. 아니라 하기에 그렇게 받아 들이고 다음 사람에 집중하는 것이 뿐. 여유롭고 자상하며 애정이 많으나 질척이지 않는 사람. 크게 막 비중이 돋보이는 역할은 아니었지만 멋진 캐릭터를 표현해주셔서 정말 즐거웠다. 사실 루소가 이렇게 멋진 캐릭터로 표현될 수 있으리라곤 생각도 못했다. 역시 이영철 님이다.


마타 하리에게 정성을 다하는 동안 이영철 루소의 눈은 항상, 항상 신승원 마타 하리를 향해 있었다. 그녀를 바라 보는 그 따스한 시선. 그녀를 대하는 자상한 손길. 그녀만을 위하는 이영철 루소는 마치 골드 리트리버 같았을 정도다. '무엇을 원해? 내가 당신을 위해 뭘 더 해줄까?'하는 음성이 들리는 것 같았다. 이런 이영철 님은 넘 사랑스럽지 말입니다♥. 그런 그를 디아길레프의 거절로 인해 자존심이 상한 마타 하리가 잔뜩 날을 세워 상처를 주었을 때, 이영철 루소는 멍하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는 것 같았다. 이게 무슨 일이지. 왜 그러는 거야. 왜 그래요, 라는 듯 오히려 말로 온통 할퀴어대는 마타 하리에게 그가 상처 받은 것 같았다. 그런 이영철 루소에게서 불과 전날의 이영철 매클라우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결국 납득할 수 없도록, 그리고 견딜 수 없도록 마타 하리의 히스테리가 극에 달한 순간 그는 손을 올렸다. 그런데 평소 때려 본 사람 같지 않은 것이 손이 살짝 어색했다. 그 부분에서 신기했는데, 바로 전날 이영철 매클라우드가 올린 손은 확신에 가득찬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루소로서 올린 손목을 신승원 마타 하리가 강하게 붙잡자, 그는 이내 무기력하게 손을 뺀다. 그는 거친 남자가 아니다.


어쩌면 이영철 루소가 마타 하리를 떠난 이유는, 그녀의 거친 성격 때문이 아니라 그녀를 납득할 수 없다는 점과, 그녀로 인해 거친 행동을 하게 된 자신을 원치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을 깊게 고민하기엔 그는 너무나 튼튼한 멘탈을 지녔다. 간단하고 명확하고 밝고 명쾌한 세상. 그가 살아가는 세상이었다. 해서 자신이 납득할 수 없는 마타 하리는 더 이상 자신의 연인일 수 없음을 확신한 그는 고민 없이 명쾌하게 다음 대상 콜레트로 넘어간다. 그리고 자신의 넉넉한 애정을 아낌 없이 쏟는다. 그런 그가 마타 하리를 다시 만났을 때, 그녀를 원망하지도 무시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녀에 대한 애정 역시 더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그냥 여느 사람들을 대하듯 건조한 정중함으로 마타 하리를 대한 그는, 이전에 마타 하리에게 드러했듯 콜레트에게 모든 관심을 기울였다. 해서, 마지막 재판정에서 마타 하리가 그를 붙들었을 때도 그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그에게 마타 하리는 아예 무관심 속으로 들어간 존재였기 때문이다. 함께 하는 동안 최선을 다했기에 이별을 했을 때 더는 아무런 감정도 남지 않은 루소. 이영철 님이 표현한 루소는 정말 매력적이었다.



다른 분들은... 피곤했어서 잘 감상하지 못했...



토요일 공연에서는 발레리나 8인무였나, 그분들 춤이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벨 에포크 군무도 좋았고. 전쟁씬의 남성 군무도 좋았다. 슈투트가르트는 남성 무용수를 잘 활용하시는 듯. <안나 카레니나> 떄의 농부 군무도 좋았던 기억이다.






막공... 김지영, 이영철, 이재우 님을 비롯한 모든 막공분들 화이팅! 






이제 좀 다른 말을 써볼까.



이번 국립의 <마타 하리>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알고 있다. 예상했던 일이고 놀랍진 않다. 혹자는 '폭망'이라는 표현까지 썼지만, 감상은 예술가가 제시하는 작품을 접한 관객의 권한이자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므로 그 표현을 두고 심하다는 생각을 할 필요는 없다. 그렇게 본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정말 감동적이고 훌륭했다'고 찬사를 보내는 관객도 있기 때문이다. 예술가가 작품을 생산하여 대중에게 발표한다는 것은 그 작품으로 인한 모든 찬사와 함께 혹독한 비판과 비난까지 감수하겠다는 뜻이다. 그런 각오로 대중 앞에 작품을, 자신을 노출시켜야 한다. 그러니 작품에 대한 비판 중에 받아 들일 것이 있으면 받아 들이되 결코 개인에 대한 비난이 아니니 상처는 받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비판이나 비난도 관심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전부터 발레를 좋아하던 사람들이 혹평을 한다면 그것은 국립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아 주셨으면 한다. 애정이 없다면 기대도 없고 실망할 것도 없기 때문이다. 이토록 고리타분한 말을 장황하게 써내려가는 이유는 지금부터 내가 할 작업이 비판이기 때문이다. 평론가도 아닌 일개 관객이자 국립발레단을 좋아하고 신뢰하는 팬으로서 아쉬움을 굳이 꼽는 것은 유쾌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 <마타 하리>는 해석의 묘미는 뛰어났으나 대중적이지 않았다. 즉, 대중을 향한 배려가 부족했다. 작품을 여러 번 본 내게는 오히려 매력으로 작용한 점이지만, 절대 다수의 관객은 한 번 만 감상하기 때문에 배경지식이 충분하지 않았던 그들에겐 많이 곤혹스럽고 불편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불편함은 첫공연에서 내가 느꼈던 것이기도 하다. 해서, 몇 가지 아쉬운 사항을 살펴 본다.


가장 아쉬운 점은 뭐니뭐니해도 구성이다. 줄거리를 읽고 가도 파악하기 힘든 구성은 지나치게 복잡했다. 가장 불필요한 장면은 감옥장면이었다. 중간중간에 삽입된 감옥을 네모난 조명으로 표현한 재치는 빛났으나, 작품의 구성상 필요 이상의 혼돈을 초래했다. 그렇다고 처음의 감옥 장면 만을 놔둔다면 마지막의 처형 장면과 수미상관적 구조를 비슷하게 이루긴 하나, 이것은 <안나 카레니나>를 강렬하게 연상시킨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도 감옥 조명이 아까우니 첫부분만 표현해도 괜찮을 것 같긴 하다. 1막 처음 장교들과의 만찬도 삭제했으면 좋겠는데 그 이유는 두 번째 아쉬운 점에 설명하겠다. 


남편 매클라우드와의 불화와 연인 마슬로프와의 사랑, 파멸, 이것은 흡사 <안나 카레니나>의 구조를 상기시킬 위험이 있다. 하지만 마타 하리와 안나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댄서'와 '스파이'다. 해서, 나라면 장교 만찬에서 살짝 표현되었던 자바섬 무희들의 춤을 배우는 장면을 따로 떼어내어 집중적으로 넣었을 것 같다. 그리고는 춤을 추고 싶어하는 그녀를 매클라우드가 새장 속에 가두듯 집안에 가두며 춤을 못 추게 하는 장면, 딸 루이스 앞에서 심하게 싸우고 다투는 장면, 결국 마타 하리에게 거칠게 폭력을 행사하고, 자유에의 억압과 학대를 견디다 못해 이혼을 한 후 댄서로서의 꿈을 펼치는 마타 하리를 묘사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그 외 전쟁씬도 2막에 한 번만 나오는 것이 좋다. 1막에선 전쟁씬 대신 베일춤에 이어지는 마타 하리의 데뷔 무대를 좀 더 길게 표현하거나, 사람들에게 환호 받는 장면, 여기저기서 기자들이 사진을 찍어대는 장면, 싸인해주는 장면, 발레뤼스에 사람들이 열광하고 그것을 보러 가는 장면 등을 강조하면 좋겠다..


두 번째 아쉬운 점은 안무다. 드라마 발레에서 안무가 딱히 복잡하거나 어려워야 할 필요는 없다. 개인적으로는 테크닉보다 감정표현을 강조하는 드라마 발레의 매력을 잘 살리는 것이 좋다고 본다. 화려한 테크닉을 뽐내는 고전/낭만 작품은 이미 많이 있으니, 마치 한 편의 연극이나 영화를 본 것처럼 작품이 빚어내는 감성에 흠뻑 빠져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만드는 것이 드라마 발레의 독특한 매력이라 생각한다. 문제는 반복이다. 작품의 흐름상 1막 젊은 장교와의 파드되와 그 젊은 장교를 닮은 마슬로프와의 파드되, 그리고 2막 마슬로프와의 재회 파드되의 안무가 반복되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작품 구성도 어려운데 안무 반복까지 많으니 관객은 지루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하여, 1막 처음 장교와의 만남을 과감히 삭제하는 편이 낫다고 본다. 그리고 자바섬의 춤에서 영감을 받은 새로운 안무도 좀 더 보고 싶다.


다음은 음악이다.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10번과 5번 전곡을 쓴 것은 좀 무리였다. <안나 카레니나>의 라흐마니노프 프렐류드처럼 인상적이거나 대중적이지 않은 곡인 데다, 그 곡에 맞춰 안무를 구상했다는 말은 곧 스토리도 그 곡에 끼워 맞춰질 수 밖에 없었다는 뜻이 된다. '드라마 발레'의 '드라마'가 목표로 하는 감정의 전달에는 '스토리'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스토리를 짜고 음악을 맞춘 것이 아니라 음악에 스토리를 맞추었기 때문에 음악과 스토리, 그리고 그 스토리에 맞는 감정과 생각을 담고 있는 안무가 일치하지 않는 장면이 생기는 건 피치 못할 일이다.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을 쓴 것은 좋았다. 그러나 전곡에 스토리와 안무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에 맞게 음악을 편집하여 썼으면 좋았을 것이다. 특히 사람들을 만나는 장면에서 그 유명한 쇼스타코비치의 <왈츠 II>를 삽입하였더라면 졸리다가도 아는 곡에 정신이 번쩍 들었을 텐데 아쉬움이 크다.


의상의 복잡성은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한 점인데, 거의가 무채색 계열 옷인 데다가 군복과 정장 투성이라 누가 누군지 알아보기 힘들었다. 특히 <마타 하리>는 타이틀롤을 제외하곤 거의가 남성 무용수를 위한 작품이었다. 카르사비나와 콜레트가 있었으나 그들의 '성격'이 표현될 기회가 없었을 정도로 그들의 역할은 미미했다. 하여, 무채색의 군복이나 정장을 입은 남성들이 가득한, 복잡한 구성을 지닌 이 작품에서 누가 누군지 한 눈에 알아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아무리 전쟁 시기라고하나 부유한 은행가 루소의 경우 옷에 황금색을 넣거나 아니면 황금빛 반짝이는 회중시계를 옷에 걸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주인공이 아닌데도 옷을 바꿔 입음으로써 나를 당황시킨 프랑스군 라두와 독일군 칼레의 경우, 전쟁씬에서 전쟁의 파괴성과 암울함을 강조하기 위해 1막에서의 각각 파란색, 카키색의 제복에서 검정색 복장으로 갈아 입은 것은 납득이 되었다. 하지만 원래의 제복을 입고 춤을 추었어도 괜찮았을 것 같고, 아니면 검정 셔츠의 깃이나 소매, 혹은 조명을 각각 파랑과 카키로 표현하여 어느쪽이 프랑스군이고 독일군인지를 알려주었으면 좋을 것 같다. 여담이지만 검색하니 1차대전 때 프랑스군의 파란색 군복독일군의 카키색(정확히는 German gray인 회녹색)군복은 고증이 잘 된 의상이었다.


무대는 전반적으로 세련되고 재치있었다. 일행은 무대에 크게 만족을 했다. 그런데 내 취향으로는 이 역시 필요 이상으로 복잡하다. 특히 영상의 경우 몇몇 장면에선 안무의 감상을 방해할 정도로 화려하여 시선을 끌었는데, 춤보다 영상이 더 인상적이고 매력적인 것은 발레 작품에 있어 장점만은 아니라고 본다. 꼭 필요한 영상배경을 꼽으라면 마타 하리가 프랑스로 가는 장면과 전쟁 장면, 마슬로프와의 재회 파드되에서 고드름 또는 가시나무처럼 가지가 뻗는 장면(두 사람의 불안한 감정과 불행한 결말을 암시한다), 그리고 스파이로 의심 받는 장면에서의 글자 영상이다. 실제 마타 하리가 스파이로서 사용한 암호는 '음표 암호'였다고 하니, 그 암호를 넣어도 좋을 것 같다. 


마지막 아쉬운 점으로 최근 국립발레단의 작품이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작품에 너무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 있기는 하나, 이것은 아직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부분이다. 왜냐하면 큰 그림을 그리시는 강 단장님의 경향으로 보아 드라마발레와 창작발레가 매력적인 슈투트가르트의 작품들을 지금 '배우는 단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기 때문이다. 물론 정답은 강 단장님만이 아시는 일이다. 창작발레의 걸음마 단계인 우리로서는 배울 때 집중적으로 배워서 그들의 장점을 익히는 것도 중요하기에, 슈투트가르트의 장점을 어느 정도 배우고 나면 다른 우수 발레단의 장점을 또 배우게 되지 않을까ㅡ그렇게 되면 좋겠다고 개인적으로 바라고는 있다. 강 단장님과 국립발레단 화이팅!



이번 <마타 하리>에 대한 아쉬움과 내가 생각하는 개선 방안을 적어 보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내 취향대로 분석한 것이고, 이랬으면 더 좋겠다는 뜻일 뿐 지금의 안무가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다. 지루한 면은... 있으나 각 장면과 안무의 구성이 어떤 의미에서 이루어졌는지를 반복하여 보면서 조금씩 알아가는 재미는 확실히 있었다. 음. 역시 반복을 좋아하는 자넬라인가? 관객에게까지 반복을 요구하... 나야 좋기만 하다만.



아쉬움을 썼으니 이제 장점을 써볼까. '장점'이라는 단어보단 '레나토 자넬라의 <마타 하리>' (와... 우리 국립 안무가분들 어서어서 성장해주셔요. 안무가 이름이 붙는 ㅇㅇㅇ의 <ㅁㅁㅁ>라는 작품 이름, 넘 근사하지 않아요? 어서 세계적인 안무가가 나오셨음 좋겠다)에 있어 내가 생각하는 '감상 포인트'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겠다. 저 위에 뀨투버님... 김명규A님께서 짚어 주신 포인트는 더욱 훌륭하니 그것을 먼저 참고해주셔요. 많이 겹칩니다.


1. 마타 하리의 파드되. 마타 하리는 크게 매클라우드, 마슬로프, 라두, 그리고 칼레와 파드되를 춘다. 그리고 각 파트너와의 관계에서 빚어지는 감정이 춤에 드러나게 된다. 우리 김지영 님은 그것을 아주 훌륭하고 맛깔스럽게 해내셨다. 먼저, 매클라우드와의 파드되에는 한때 애정이 있었거나 있을 거라 믿었으나 식어버린 남편 매클라우드에 대한 실망, 배신감, 절망 등이 스며든 불화가 나타날 것이다. 마슬로프와의 파드되에는 끝까지 믿음과 희망을 놓지 않았을 정도로 유일하게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마음이 두드러진다. 라두와의 파드되에는 자바섬에서 단신으로 건너온 마타 하리에게 부와 명예라는 혜택을 안겨준 프랑스의 정보국장으로서 당연하게 요구하고 의심하는 마음과, 자신을 그렇게 대하는 라두를 향한 마타 하리의 경멸이나 거부감이 표현될 수 있겠다. 그리고 마타 하리에게 원하는 것이 있어 거래를 제안하는 독일군 장교 칼레와의 관계에서 나오는 감정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즐거운 감상 포인트였다.


2. 데뷔 장면에서의 고혹적이고 매혹적인 베일춤. 이것에는 이견이 없겠죠.


3. 김명규A님 덕분에 알게된 니진스키ㅡ카르사비나, 니진스키ㅡ디아길레프 사이의 미묘한 감정 표현.


4. 프랑스군 라두와 독일군 칼레로 상징되는 두 국가 사이의 전쟁 장면이 어떻게 표현되는가.


5. 자신에게 열광했던 바로 그 관객들에 의해 비난과 멸시를 당하는 순간에도 오뚝이처럼 버티는 마타 하리.


6. 마타 하리의 비극적인 죽음.






호평과 악평으로 나뉘는 작품은 반성과 사유를 이끌어내는 만큼 많은 발전을 가능케 한다. 분석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는 천편일률적 호평만 가득한 작품 보다는 이렇게 논란을 불러 일으키는 작품이 더 반갑고 재미난 것이 사실이다. 다만 국립발레단 관계자분들께서 이 글을 읽으실 리는 없겠지만, 혹시라도ㅡ만에 하나ㅡ그런 일이 있다면, 그런 비판들에 상처 받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발레와 국립발레단에 대한 애정과 신뢰가 없다면 그냥 안 보면 될 일, 이렇게 투덜거리며 속상해들 하지도 않을 테니 말이다. 기실, 대부분... 이라기보단 내가 보았던 '모든' 비판은 거의가 구성과 안무, 음악 등에 대한 것이었지, 우리 국립 무용수분들에 대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이렇게 불친절한 작품을 뛰어난 우리 국립발레단 무용수분들이어서 이 정도라도 살렸다는 평들이었다. 


작품 내내 어마어마한 양의 안무를 소화하셔야 했던 세 분 마타 하리,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그리고 다른 배역 무용수분들과 군무분들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런저런 사항들이 있었지만 나는 내년에도 <마타 하리>를 볼 수 있기를 벌써부터 기대하고 있다. 구성은 조금 더 친절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으나, 지금 그대로의 구성과 안무로도 나는 만족할 수 있다. 이번에 네 번 본 것으로 이해하지 못한 장면들을 더 찾아내는 재미를 깨알같이 누릴 것이며, 또 나름의 분석에 기반하여 각각 무용수분들이 표현하시는 캐릭터를 감상하는 재미를 흠뻑 누릴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국립무용수분들과 국립발레단 관계자분들, 안무가 레나토 자넬라와 팀분들, 그리고 우리 예술의전당 관계자분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렇게 멋진 공연 올려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음... 유툽을 검색하면 그나마 나오는 발레 <마타 하리>는 거의가 테드 브렌드선 TED BRANDSEN이 안무한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의 공연이다. 이번 국립발레단이 올리는 <마타 하리>를 안무한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상주안무가인 레나토 자넬라의 안무와는 당연히 많이 다를 것인데, 그래서 조금이나마 비교를 위해 포스팅 끝에 살짝 끼워 넣는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번 국립발레단의 <마타 하리>와는 다른 안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