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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let

[발레] 라 바야데르 La Bayadére by 유니버설 발레단 UBC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by Vanodif 2018. 10. 30.



* 발레는 시각이 주가 되는 종합예술입니다. 

몸을 앞으로 숙이시면 뒷사람이 감상하는 데 큰 방해가 되어요.

의자 등받이에 등을 붙인 채로 감상하시는 것이 매너입니다.

또한 핸드폰은 반드시 꺼주세요.

멋진 장면에서 아낌없는 박수와 뜨거운 환호를 보내신다면 

최고 기량 이상으로 날아오르는 무용수분들을 보시게 될 겁니다. *



※ 노란색 하이라이트된 부분은 해당 페이지로 링크되어 있습니다.





<라 바야데르 La Bayadére by 유니버설 발레단 UBC>

* 일시 : 2018년 11월 1일 ~ 2018년 11월 4일 평일 19:30 / 토 15:00,19:30 / 일 15:00

* 장소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 유니버설 발레단 홈페이지 : 

http://www.universalballet.com/korean/performances/performance_view.asp?cd=711&furl=performance

* 세종문화회관 홈페이지 : 

http://www.sejongpac.or.kr/performance/view_real.asp?performIdx=28509&performCode=grpb1801091737001




[시놉시스]


1막 1장 - 인도의 힌두사원

젊고 용맹스러운 전사 ‘솔로르’는 힌두사원의 무희인 ‘니키아’를 몰래 만나 신() 앞에 영원한 사랑의 맹세를 한다. 한편 힌두사원의 최고 승려 ‘브라민’도 ‘니키아’에게 반해서 그녀에게 사랑을 구하지만 그녀는 신분의 차이를 이유로 거절한다. 숲 속에서 ‘솔로르’와 ‘니키아’의 비밀스런 만남을 목격한 ‘브라민’은 복수를 결심한다.

1막 2장 - 왕궁

‘라자왕’은 ‘솔로르’를 자신의 딸인 ‘감자티’와 결혼시키려 한다. ‘솔로르’는 ‘라자왕’의 신망을 잃기 싫어 결혼을 받아들인다. ‘브라민’은 ‘니키아’와 ‘솔로르’의 관계를 왕에게 고해바치며, 자신이 ‘솔로르’를 죽일 수 있도록 간청하지만 ‘라자왕’은 ‘솔로르’ 대신 ‘니키아’를 죽이기로 결정한다. 한편 ‘감자티’는 ‘솔로르’의 초상화를 ‘니키아’에게 일부러 보여주고 이에 ‘니키아’는 자신의 사랑이 버림받았음을 알고 단도를 집어 들어 ‘감자티’에게 달려든다. 그러나 시녀 ‘아야’의 도움으로 ‘감자티’는 목숨을 구하고 ‘니키아’에게 복수를 다짐한다.

2막 - 왕궁 정원

‘감자티’와 ‘솔로르’의 결혼식. 축하 향연이 화려하게 벌어진다. 부채춤과 앵무새춤, 물동이를 머리에 얹은 마누의 춤과 전사들의 북춤, 힌두사원에서 온 무희들의 춤과 황금신상의 춤이 펼쳐진다. ‘감자티’와 ‘솔로르’의 결혼식 2인무에 이어서 ‘니키아’가 두 사람을 위한 축하의 춤을 추도록 불려 나온다. 그녀가 춤을 끝내려 할 때 누군가로부터 꽃바구니를 선물 받는다.

‘라자왕’과 ‘감자티’가 독사를 숨겨서 보낸 줄 모르는 ‘니키아’는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솔로르’가 보냈다고 믿고는 이전의 비통한 심정을 잊기라도 한 듯이 기쁨의 춤을 추다가 독사에 물려 쓰러지고 만다. ‘니키아’의 죽음을 원치 않는 ‘브라민’은 해독제를 내밀며 자신의 사랑을 받아줄 것을 요구하지만 ‘니키아’는 숭고한 사랑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선택한다.

3막 1장 - 솔로르의 침실

‘솔로르’는 자신으로 인해 ‘니키아’가 죽었기에 비탄에 잠겨있다. 이때 탁발승 ‘마가다베야’가 ‘솔로르’의 숙소로 와서는 신비스런 힘으로 코브라를 일으키며 위로의 춤을 춘다. ‘솔로르’는 그에게 환각 속에서라도 ‘니키아’를 한 번만 보게 해달라며 간청한다. 그리고 꿈속으로 빠져든다.

3막 2장 - 망령들의 왕국

‘솔로르’는 꿈에서 망령들의 왕국에 이른다. 아름다운 무희들이 한 줄로 길게 늘어서서는 절제된 동작으로 끊임없이 내려오는 것을 보게 된다. 그것은 마치 천사들이 하늘로부터 땅의 고대 신전으로 내려오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망령들은 그들의 거처인 천상 세계의 그림을 그려낸다. 마침내 그중에서 ‘니키아’를 찾아낸 ‘솔로르’. 비록 현실에서는 사랑을 나눌 수 없지만 사랑의 스카프로 연결되어 영원한 사랑의 맹세를 한다.

ㅡ출처: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3579997&cid=58778&categoryId=58778





유니버설 발레단의 <라 바야데르>에 대한 이전 포스팅은 https://vanodif.tistory.com/815 이다. <라 바야데르>의 감상 포인트도 있지만 문 단장님께서 알려주신 발레 마임이 있으니 참고하시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 윗 영상으로 짚어 보는 감상 포인트:

★ 22:50 - 28:05 → 1막. 사원의 최고 무희 ‘니키아’와 전사 ‘솔로르’의 순수한 사랑의 2인무 

★ 46:08 - 49:12 → 1막. 신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한 남자(솔로르)를 두고 벌이는 무희 ‘니키아’와 왕국의 공주 ‘감자티’의 드라마틱하고 팽팽한 신경전 

★ 50:00 부터는 공주 감자티와 전사 솔로르의 결혼식으로 인도 궁전의 화려한 색채감을 만끽할 수 있는 다양한 춤으로 가득하다. 우선 2 미터 높이에 무게 200kg, 코가 1미터나 되는 대형 코끼리가 등장하여 웅장함으로 객석을 사로잡는다. 이어지는 결혼 축하연에서는 독특함과 테크닉이 강조된 다양한 춤이 선보이는데, 이 부분은 극의 이야기에 맞는 내용과 감정 전달보다는 무용수 각자의 기량을 선보이며 관객을 향해 인사하는 디베르티스망 divertissement이다. 

★ 53:28 → 인도 궁중 무희들의 부채춤. 여기서부턴 군무의 매력을 즐겨 봅시다.

★ 55:07 → 앵무새 춤

★ 59:08 → 최고의 테크닉으로 무장한 남성 솔로춤인 ‘황금신상의 춤’. 강추. 힘과 육체의 아름다움을 한껏 느낄 수 있다.

★ 1:01:49 → 물동이 춤

★ 1: 04:44 → 힘과 패기가 넘치는 ‘전사들의 북 춤’. 모든 춤을 강추하지만 개인적으론 볼 때마다 즐거웠던 장면이다. 걸크러쉬 폭발하는 여성 무용수의 근사한 파워가 빛나는 춤. 언니 삼고 싶어지죠.

★ 1:16:40 → 솔로르의 힘찬 독무. 아... 콘스탄틴의 춤이 막 보이는 기분이다. 완전 너무 잘 할 것 같은데.ㅠ

★ 1:21:32 → 감자티의 24회전 푸에떼.

★ 1: 22:40 → 자신을 배신한 연인 앞에서 비통함을 감춘 채 행복을 기원하는 니키아의 독무는 단연 2막의 하이라이트로서 극적 몰입을 일으킨다.

★ 1:34:21 → 3막 ‘망령들의 왕국(The Kingdom of the Shades)’은 오직 [라 바야데르]에서만 만날 수 있는 최고의 명장면으로, [백조의 호수], [지젤]의 군무와 함께 ‘발레 블랑(ballet blanc, 백색 발레)’을 대표하는 작품의 백미이다. 아름답고 애절한 음악의 변주에 따라 새하얀 튀튀와 스카프를 두른 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32명의 망령들의 가파른 언덕을 가로지르며 끊임없이 내려오는 3막의 도입부에서 발레의 숨 막히는 매력과 신비감에 매료될 것이다. 너무나 아름다운 장면이다. <라 바야데르>하면 딱 떠오르는 장면. 이 장면을 다시 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두근거린다.

★ 1:44:53 - → 비록 현실에서는 이룰 수 없지만 망령들의 왕국 속 사랑의 스카프로 연결되어 영원한 사랑의 맹세를 하는 니키아와 솔로르 두 연인의 파 드 되(Pas de deux)는 가슴이 시릴 정도로 애절하며 아름답다. 발레를 잘 모르는 관객이라도 그 매력에 흠뻑 빠져들 수밖에 없는 최고의 순간이다.

ㅡ 참고: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3579997&cid=58778&categoryId=58778








내가 성급했었군. 오늘 포스팅을 두 개를 하다 보니 지쳐서. ㅠ 스베틀라나 자하로바가 연기한 <라 바야데르> 전막 꿀영상이다. 이 영상을 가지고 위의 포인트를 잡았을 걸.


* 이번에는 윗영상으로 짚어 보는 발레 마임


★ 3:36 → 전사들의 우두머리이자 솔로르의 부하가 흰 옷을 입은 솔로르와 함께 인사를 나눈다. 한 손을 머리에, 다른 한 손을 가슴에 대는 동작은 '내 생각과 마음을 다해 인사드립니다'.

★ 3:43 ~ → '잠깐'. '들여 오너라', '내가 이것을 잡았소', '가져 가거라'. 그런데 윗윗영상인 파리오페라발레단 버전의 4:58에서는 이 부분이 완전 다르다. 솔로르 부하가 '당신은 저기에 가서 (호랑이를) 잡으세요'라고 하니까 솔로르가 '나는 잡으러 가지 않겠다. 나는 이곳 숭배의 불 앞에 있을 것이다. 가거라'라고 말한다ㅡ인데 왔다갔다 하려니 번거롭다. 그냥 위에 있는 자하로바 영상으로만 해야겠다.

★ 4:01 - 4:11 → 이 숭배의 불이 피어 오르면 나는 여기에서 (아마도) 제사를 드리겠다. 음. 원래 양 손바닥을 가슴에 대는 것은 '신 앞에 나의 모든 것으로 복종합니다'라는 의미이므로 '제사를 드리다'로 해석했다. 버, 번역 공부입니까??;; 암튼 이것은 솔로르가 니키아를 몰래 만나기 위해 전사들을 따돌리는 장면이다. 그리고는 박수를 쳐서 고행수도승인 마게다베야Magedaveya를 부른다.

★ 4:34 - 4:36 → 저기 사원 안에 있는 니키아 (물항아리를 어깨 위로 받친 모습으로 예전에 인도 사원에서는 무희/무녀들이 주로 물을 수도승들에게 따라주곤 했으므로 이는 '무희'(라 바야데르)를 의미한다. 그리고 여기서 솔로르가 고행수도승에게 말하는 무희는 '니키아'를 의미한다)를 여기 불러 오너라... 인 것 같다. 

★ 8:23 → 너는 니키아를 불러 오너라.

★ 13:12→ 당신은 이런 분이시고(즉 사제시고) 저는 무희입니다.  브라민의 고백에 대한 니키아의 거절.

★ 13: 35 → 신께 (독신을) 맹세하셨잖아요! 

★ 14:09 → (나중에) 여기로 나오세요, 박수 치면.  원래는 '나중에 여기로 솔로르가 옵니다'였던 것 같은데 내 기억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고, 그때그때 마임이 살짝 변할 수도 있겠다. 솔로르는 전사고 머리에 깃털을 꽂았기 때문에 이마 위로 손을 세워 올리는 동작이 솔로르를 의미한다.

★ 14:51 → (좀 있다) 나올 겁니다, 니키아가.

★ 21:22→ 여기 있는 21:23 신성한 불에 대고 21:24 나는 21:25 당신을 향한 



이 두 개의 마임을 굳이 캡처한 이유는 다른 작품에도 많이 등장하는 마임이기 때문이다.


★ 25:09 - 25:18 → 너는 힘이 강하니 내 딸과 너를 결혼시키겠다.

★ 29:25 - 29:32 → 브라민: 주위를 물러 주십시오. 왕: 왜 그러시오? 브라민: 비밀입니다.

★ 29:52 - 29:57 → 저 둘을 결혼시키면 안 됩니다.

★ 30:26 → 이 자(니키아의 베일)를 30:27 내가 


한 손을 주먹쥐고 밑으로 내리거나 두 주먹을 교차하여 아래로 내리는 동작은 '죽이다'라는 뜻. 이것 또한 자주 쓰이는 마임이다.

에잇... 넘 힘들어서 더는 못 쓰겠다. 대체로 중요한 건 거의 했으니 나머지는 적당히 알아 들을 수 있을 듯. 마임을 알고 나면 발레가 참 시끄러워지죠. 특히 여러 무용수가 많은 장면의 경우, <잠미녀>나 <호두까기>처럼 무용수분들이 개별 마임연기를 하실 때면 정말 시끄럽다? ㅋㅋㅋ 즐거워요.


그나저나 아아... 자하로바... 테크닉도 테크닉이고 깨끗한 선에 뛰어난 연기력, 안정감에 우아한 동작까지 무엇 하나 뛰어나지 않은 것이 없구나.ㅠ






유니버설의 무용수분들이야 별처럼 빛나는 분들이지만, 이번 2018년 11월 유니버설발레단의 <라 바야데르> 공연의 특징은 뭐니뭐니해도 스베틀라나 자하로바 Svetlana Zakharova의 공연이다. 자하로바는 우크라이나 출생 발레리나로 갈리나 울라노바(1910~1998), 마야 플리세츠카야(1925~2015)의 뒤를 이은 '살아있는 전설'이다. '프리마 발레리나 아졸루타 Prima ballerina assoluta (최고를 넘어선 절대적 경지의 무용수)', '안나 파블로바의 재림', '제2의 갈리나 울라노바', '마야 플리세츠카야의 후예' 등 수많은 별칭으로 불린다. 세계 정상급 발레단인 러시아 볼쇼이발레단 수석무용수 겸 이탈리아 라 스칼라 발레단 에투알이다. 언제쯤 볼 수 있을까 하며 유툽을 검색했던 그 자하로바가 한국에 온 것이다! 유니버설의 미친 (너무 놀란 나머지 표현이.... 우아한 문 단장님이신데 죄, 죄송합니다;;) '경이로운' 섭외력에 감탄합니다.


자하로바에 대해서야 검색하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지만 멋진 포스팅을 소개하니 궁금하시면 참고하세요.


https://nannerl20.blog.me/221339071483


http://www.newsis.com/view/?id=NISX20181029_0000456969&cID=10701&pID=10700





자하로바의 <라 바야데르> 그랑 파 드 되다. 그녀의 팔과 다리가 올라갈 때마다 심장이 바이킹을 탄다. 어쩌면 동작을 저토록 우아하게 할 수 있는가!








향기님 공연 못 간다. ㅠ 넘넘 서운하다. 








못 보아서 안타까운 마음에 향기 님 사진 앞에서 찍었다.





스베틀라나 자하로바. 볼쇼이 수석 중에도 프리마 발레리나 아졸루타. 그 명성을 확인했다. 다섯 마리 백조로 구성된 것 같던 한 명의 발레리나. 보면서 몇 번이나 심장이 떨어졌는지 모른다. 자세한 후기는 나중에.










2018 11월 공연은 두 발레단의 공연이 겹쳐서 좀 많이 힘들었다. 한 번에 두 가지에 집중하는 것을 힘겨워하는 편인 데다 순발력이 좋지 못해 한 공연에서 다른 공연으로 금방금방 집중이 전환되지 않아서 힘겹기도 했고, 또... 무튼 그랬다. 이 후기도 제대로 쓸 수 있을까 모르겠지만 그래도 자하로바였으니 쓰는 데까지 써보자. 1일 첫공과 4일 막공을 따로 쓸 에너지는 없다. 그냥 한 번에 쓰는 걸로.


우선 오랜만에 뵙는 문 단장님의 우아한 자태, 반가웠어요. 막공 때의 아름다운 의상과 기품있는 동작, 그리고 사려깊은 해설은 볼 때마다 감동입니다. 한국팬들을 위해 이렇게 훌륭한 무용수분들을 초청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설마 자하로바를 우리나라에서 보게될 줄은 몰랐거든요. 


그리고는...


다른 사항부터 시작하자. 음. 세종회관은 많이 불편했다. 편리하고 쾌적한 예술의전당에 다니다 세종회관 대극장에 갔더니 우선 화장실이 너무 적었고. 자그마치 세 시간짜리 공연인데 여자화장실 수가 어떻게 한 층의 절반에 겨우 여섯 칸인가. 인터미션 때마다 바깥 복도까지 줄을 서야 했어서 첫날엔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막공 땐 훨씬 비싼 2층 좌석이었는데 화장실은 더욱 부족했는지 공연이 시작하기도 전이었는데 줄을 길게 서 있어서 3층으로 갔어야 했다. 너무한 거 아니예요? 제발 여자화장실 좀 늘립시다.


그리고 대극장 로비에 주차정산기 숫자 늘려주세요. 줄이 너무 길어서 필요 이상의 시간이 듭니다. 에또... 나 뭐에 물린 것 같은데.ㅠ 다른 곳에 안 가고 세종회관에만 갔다가 일행 차 타고 집에 왔는데 다리에 뭐가 엄청 물려 있었다. 불쾌하고 불편하다. 11월 중순에 마린스키 공연 세 번이나 예매했는데 한 번은 취소할까 고민 중. 교통도 불편하고 주차도 불편하고 화장실은 너무 불편하고. 무대는 예당 오페라보다 넓은데 깊이가 얕아서 3막의 지그재그 등장 부분에선 효과가 덜했다. 예당 오페라에서 봤을 땐 저 멀리서부터 영혼들이 점점 다가오는 느낌이 들었는데, 세종대극장에선 처음부터 가까이서 등장해서 옆으로 많이 퍼지는 것 같았거든. 모르겠다, 두 극장에서 다 유니버설의 <라 바야데르>를 본 적이 있는 나와 일행에게는 그렇게 보였다. 


세종회관 대극장의 장점을 말해 볼까요. 음... 2층의 내가 앉은 좌석은 독특했는데, 계단 맨 끝에 위치한 자리였어서 앞에 가리는 것이 없어 그 점이 매우 좋았다. 그리고 첫공 때 3층에서 보았지만 나는 맨 앞좌석에서 보았기 때문에 무용수들이 훨씬 가깝게 보였다. 덕분에 무용수분들의 동작과 표정을 맨눈으로도 섬세하게 감상할 수 있었던 점이 좋았다. 에또 어셔분들께서 인터미션 때 열심히 다니시면서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 감상해 주시라', '이야기를 삼가 주시라', '핸드폰 꺼 주시라'고 쉴새없이 말씀하셔서 관객들의 감상매너가 좋았다. 그것은 참 쾌적하고 고마운 점이죠. 극장 이야기는 여기까지ㅡ아ㅡ이 <라 바야데르> 감상에 관해서는 나는 3층이 나았다. 3층 맨 앞좌석은 무대 맨 앞쪽에 무용수께서 위치하셨을 때 발목까지 가린다는 단점이 있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 무용수분들의 동작, 연기, 표정, 몸근육 감상과 군무의 아름다움을 한 번에 다 감상할 수 있는 훌륭한 좌석이었다. 아마 예당 오페라 3층이나 2층 앞좌석까지 해당할 만한 자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2층의 중앙 좌석은 표정과 세밀한 감상에는 뛰어났으나 군무가 취약했다. 유니버설이라면 막공의 군무가 굉장한 건데 이상하게 첫공보다 감동이 덜했다? 그래서 왜 그럴까 생각을 하니 한 쪽 다리를 올렸을 때 튀튀에 가려 들어올린 다리가 보이지 않는 거였다. 첫공의 3층에서는 아주 잘 보여서 가슴 떨렸던 그 장면들이 반감되어 속상했다. 군무를 즐기시려면 3층 중앙좌석을 추천합니다. 표를 따로 예매하는 바람에 일행은 첫공 때 3층 중앙 오른쪽 블럭의 뒤쪽에 앉았는데, 나는 눈물나도록 감탄했던 3막 코르 드 발레가 별로였다고 했거든. 아무래도 옆에서 보면 사선이 망가질 수밖에 없다. 그래도 첫공에 중앙에서 보았을 때 그 정도 싱크로면 자랑스러운 군무라 생각한다. 역시 군무는 유니버설!


에잇... 에너지 없다더니 극장 후기에서 이렇게 폭풍수다를. 에너지 아껴야 하는데. ㅠ



브라민: 쿵. 쿵. 쿵. 쿵! 걸음걸음마다 탐욕이 뚝뚝 떨어지는 그 무게감과 연기. 마초적이고 단순하고 정열적이고 음흉하고 탐욕스럽지만, 정작 사랑하는 니키아 앞에서는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봄바람 같은 브라민은 미운데 싫지만은 않고 그랬다. 연기 참 좋았어요.



강미선 감자티: 강미선 님은 중요한 장면에서 기대치를 채워주시는 분이므로 별로 걱정은 안 했다. 그런데 상대가 자하로바다 보니 격렬하게 싸워야 하는 부분에서 팔을 세게 잡아 내팽개치지 못하시던.... 너무 살살 조심스레 잡으셨어서 첫공 땐 좀 당혹스러웠다. 막공 땐 여전히 조심스럽게 잡기는 하셨지만 팔을 세게 들어 올리는 등 연기로 조금은 커버를 하셨다. 그래도 The 자하로바를 상대로 그 정도 도도하고 오만하고 이기적인 감자티 연기는 선방하신 거죠. 2막 약혼식장에서의 23푸에떼를 비롯한 어려운 장면들을 거뜬히 소화하시는 건 걱정 없는 강미선 님이시니깐요. 믿은 만큼 든든하게 보여주셔서 맘이 편했다.



강민우 황금신상: 그 잘생긴 강민우 님을 온통 황금칠로 가려 버리고... ㅠ 하지만 덕분에 강민우 님의 아름다운 몸매와 근육을 실컷 감상할 수 있었지요. 첫공 땐 뭔가 긴장하신 듯 보였는데 막공 때는 자연스럽게 해주셔서 즐거웠다.



탁발승: 그 누구죠? 솔로르와 니키아의 만남을 도와주는 탁발승분. 브라민을 향해 점프하실 때 매번 무릎이 정확하게 수직을 이루어서 즐거웠다. 항상 겁에 질려하는 모습과 열심히 도와주는 연기를 잘 하셨다.



그리고 유니버설의 군무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죠. 이상하게 유니버설은 숫자라 많아질수록 더 잘 하시는 놀라운 특징이 있다?


1막 스카프 군무: 보면 볼수록 소품을 가지고 하는 군무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절감하게 된다. 그냥 맨손으로 하는 군무도 어려운데 소품의 각도까지 계산해야 하니 말이다. 그런데 그 소품이 망토라거나 스카프처럼 천으로 된 것이면 더욱 난감하다. 부채나 봉과 달리 형체가 잡혀있지 않은 소품인 데다, 특히 스카프의 경우 바쁘게 춤을 추는 와중에 어떻게 스카프를 잡는 너비까지 맞추어 잡겠나. 거기다 무용수분들의 팔길이가 모두 같을 수 없다 보니, 스카프의 경우 정말 아름답기 힘들다. 어지간하면 삐뚤빼뚤하기 일쑤다. 음. 언제 볼쇼이나 마린스키의 <라 바야데르>를 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네. 이 스카프 군무를 어떻게 출 지 몹시 궁금하다. 아 참, 곧 마린스키의 <돈 키호테> 하는구나. 그때 망토 군무 눈여겨 봐야겠다. 유니버설의 이 스카프 군무도 처음에는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뒷부분에 한 발 들고 뒤로 도는 장면에서 와... 어떻게 그렇게 정확하게 똑같이 회전을 할 수가 있는 건지. 한두 번도 아니고 여러 번을! 멋있었다.



2막 빨강 4인무: 이건 첫공 때 느낌이었는데, 빨강 4인무분들이 몹시 잘 맞는다 생각했다.



2막 파랑 4인무: 막공 때는 파랑 4인무가 더 좋았는데 음... 관객석에서 보았을 때 오른쪽에서 두 번째 분. 분명 다른 분들과 똑같이 하시는데 왜 눈에 띄었지? 춤이 조금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뭐가 더 좋았더라. 아, 가벼움. 똑같은 높이로 점프하고 다리 들고 팔 들고 하셨는데 아주 살짝 다른 분들보다 다리 동작이 가벼워 보이셔서 계속 쳐다보았다. 예뻤어.



2막 전사들의 북춤: 유니버설의 북춤은 일품이지! 특히 이 춤을 볼 때마다 홍일점 무용수께 관객은 열광한다. 이번에 첫공 때는 지금껏 보았던 유니버설의 <라 바야데르> 북춤에 비해서는 살짝 긴장하신 것 같아 보였다. 그런데 막공에서는... 그렇지! 이거죠! 싶었을 정도로 힘찬 에너지 뿜뿜하셔서 정말 즐거웠다. 남성 무용수분들도 신나고 멋있었고, 북을 치시는 분도 힘이 가득 느껴져서 좋았다. 유니버설의 <라 바야데르> 북춤은 흑인분장을 하지 않는데, 나는 그것이 참 좋다. 



3막 영혼 군무 + 세 명 영혼: 이 중에 특히 가운데 무용수분은 남다른 우아함이... 눈에 띄었다. 



3막 코르 드 발레: 아... 그렇죠. 이것이죠. 첫날 3층 맨 앞 중앙좌석에서 본 나는 거의 울 뻔했다. The 자하로바에 가리지 않는 우리 유니버설의 군무! 사실 첫공 때 나는 자하로바의 춤에 거의 멘붕 상태로 충격을 받은 상태였기 때문에 어지간한 부분은 다 덜하다 느껴졌던 상태였다. 다들 긴장하시는가봐 싶었으니까. 그런데 이 영혼 군무는 '이것이 첫공이란 말인가' 싶었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막공은... 앞서 말했듯 한쪽 다리가 튀튀에 가려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그 느낌이 반감되어 버렸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무의 우수함을 알 수 밖에 없었다.


이번 <라 바야데르>에서 유독 크고 작은 군무들이 빛났는데, 2인무에서부터 32인무+3=35인무에 이르기까지 특히 다리선이 몹시 눈에 띄었다. 일자로 서신 다리도 그러한데 한 다리를 들어 올리셨을 때 그 들어올린 다리의 무릎과 정강이 선이 정확하게 일치하는 거. 그리고 회전할 때와 열이동할 때의 일치감 또한 몹시 빛났다.


군무라는 게 말이다, 생각해 보면 정말 아찔한 춤인 거다. 몸통의 선이 같아야 하고, 다리, 목, 얼굴, 발, 팔, 손목에 손가락까지 그 모든 선과 각도가 다 같아야 한다는 거다.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힘든 일인데 춤을 추시는 거다. 그러면서 점프를 하고 회전을 하는데 그 회전하는 타이밍과 각도와 속도가 정확히 같다는 거. 두 명도 아찔한데 32명이 똑같이 하는 건 그야말로 기적에 다름 아니다. 그러니 손에 소품이라도 들려 있으면 현기증 나는 거다. 그런데 유니버설이 그것을 해낸다. 모르겠다. 물론 볼쇼이의 <백조의 호수> 군무 느낌과 같진 않다. 하지만 원래 좋았던 유니버설의 군무가 볼 때마다 더 좋아지고 또 보면 또 더 좋아지고 있어서 군무 좋아하는 나는 행복하다. 자랑스런 유니버설의 군무. 이번에는 생각탓인지 체형들도 거의 비슷해 보였는데, 그래선가 보는 눈이 더욱 즐거웠다. 자하로바와 로드킨이 아무리 화려하게 날아 올라도 전혀 색바래지 않던 유니버설의 영혼 군무. 칭찬, 칭찬합니다♥.



데니스 로드킨 솔로르: 볼쇼이다웠다. 볼쇼이 무용수에게 기대하는 정확한 선과 깨끗한 동작, 우아하고 기품있는 춤. 모든 것을 충실히 보여주었다. 첫공 때 2막에서 강미선 감자티와 춤을 출 때는 좀 타이밍이 늦다 싶었는데, 그것은 내가 볼쇼이와 마린스키 무용수들에게서 느꼈던 살짝 느린 타이밍보다 조금 더 늦은 정도였다. 아마도 몹시 높은 점프를 했기 때문에 그랬던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나는 남성 무용수의 높은 점프는 솔로에서 보는 것이 더 좋더라. 여성 무용수와 파드되를 할 때는 가급적 높이와 속도를 맞춰 주시되 팔과 다리, 목과 얼굴의 각도를 맞춰 주시면 그것이 더 보기에 아름답고 기분이 좋아진다. 여성과 파드되를 하면 당연히 여성의 높이가 낮을 수밖에 없는데 굳이 혼성 파드되의 같은 동작에서까지 높이를 과시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인 건데, 모르겠다. 아직 감상이 미숙해서 이렇게 느끼는 건지는. 좀 더 보다 보면 그것이 좋아 보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2막 감자티와의... 그것도 그랑 파 드 되에 해당하나? 아다지오ㅡ남성 솔로ㅡ여성 솔로ㅡ코다로 마무리 되었으니 형식은 그랑 파 드 되가 맞... 아... 코다가 없었던가? 그 대신 감자티 23 푸에떼였나... 암튼ㅡ또 생각을 말로 했다, 쿨럭ㅡ남성 솔로 때의 로드킨 솔로르는 어마어마했다. 그 미친 높이!! 뛰어난 회전! 아아아아 퓨즈 날아가고 사람들 환호 터지고...! 높고 깨끗하고 가벼운 점프가 인상적인 로드킨. 참 희한하게 높은데도 착지가 사뿐하단 말이죠. 그리고 니키아건 감자티건 들어 올리는 것 같지 않게 휙휙 높이높이 자연스럽게 들어올려 버리는 힘과 기술이 노련했다. 김기민 님을 보았을 때만큼 소름 돋지는 않았지만 볼쇼이다웠다. 멋졌다.



스베틀라나 자하로바 니키아: 드디어 자하로바다... 사실 막공 때 등장 씬의 춤을 주변 사람의 심한 기침소리 때문에 놓쳐서 넘 속상했다. 충격적으로 아름다운 장면이었는데. 첫공 때 말이다. 자하로바가 등장했다. 계단을 내려오는 그녀의 발등은 아름답게 아치를 그리는 고가 빛났다. 베일이 벗겨지고 드러난 단아한 자태. 사람들의 한숨소리. 그리고는 그녀가 팔을 들어 올린다. 참 이상했다. 팔 하나 들어 올리는데 눈물이 핑 돌았다. 여태까지 키 큰 여성 무용수는 발레에서 약점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가능한 무게를 벗고 중력의 법칙을 거스르는 비인간성을 과시하는 것이 발레다 보니, 아무래도 작고 마른 무용수일수록 무게감은 적게 느껴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자하로바는 173cm라는 큰 키에도 불구하고 점프건 리프트건 가벼웠다. 왜 그렇지? 기본 뼈 무게가 없을 수 없는데. 마법이라도 펼쳐진 것 마냥 신기했다. 그런데 그녀의 가벼움은 놀랍긴 했으나 그것이 그녀의 절대 매력은 아니었다. 그녀의 절대 매력은 우아함이었다. 길고 유연한 몸이 그토록 우아하고 아름다울 줄 몰랐다. 





위에 있는 자하로바의 이 영상을 다시 가져 왔다. 10:57에 팔을 한 번 움직였을 뿐인데 그녀의 팔은 백조가 되었다. 11:07이 되자 또 다시 몸을 비트는 백조가 팔 끝에서 빚어진다. 11:30에는 양 손에 백조가 한 마리씩 고개를 드는 것 같고, 특히 12:22에서 팔을 움직일 때 길이가 길어서 한참을 가는 모습의 우아함을 보라. 동영상이 아름다운가? 실제로 보면 넋이 날아갑니다. 동영상은 실제 공연의 1/20의 강동도 줄 수 없어요. 영상과 실제 공연의 차이가 가장 극명한 것이 발레다. 


2막 니키아의 춤에서 자하로바는 정말... 말로 형용할 수 없이 아름답고 처연했는데, 그것이 그녀의 긴 몸과 팔다리에서 나온 느낌인 건지 그녀의 뛰어난 연기력인 건지 모르겠으나ㅡ둘 다겠지ㅡ보는 내내 울고 싶도록 슬프고 아름다웠다. 아름다운 비율에 기술에 우아함에 연기력마저 뛰어난 자하로바. 그녀는 완벽했다. 그리고 그녀의 큰 키와 긴 팔다리가 만들어내는 독보적인 우아함이 이 장면에서 드러났다. 54:33의 머리와 얼굴을 한 팔로 감싸는 동작 하나를 보라. 팔이 길다 보니 느린 음악이 진행되는 내내 천천히 균일한 속도로 한참을 감싼다. 그리고 마침내 손으로 귀를 감쌀 때까지 손동작까지 진행되는데, 그 부분은 이 영상에 세밀히 잡히지 않았다. 접때 유니버설의 <지젤>이었나를 보았을 때 몇인무 중 한 분의 동작이 '우유같다'고 한 적이 있는데, 그 이유를 알았다. 자하로바에게서도 같이 느꼈던 점이었기 때문이다. 그 '우유같은' 느낌은 바로 손이었다. 큰 키와 긴 팔다리만큼이나 자하로바는 손과 발도 길어 보였는데, 그것이 발레리나에게는 아주 큰 장점이더라는 거. 발이 기니 고가 더 길게 휘고, 또 포인을 했을 때 다리가 훨씬 길어 보인다. 또한 발목이 유연할 경우 발이 작은 무용수에 비해 그 유연성이 더욱 강조되어 보인다는 생각을 했다. 국립의 박예은 님 발목이 유난히 부드럽다 생각했더랬는데 이번에 박예은 님 발을 확인 못했네. 담번에 볼 때 발이 크신지를 보아야겠다. 암튼, 우유같던 유니버설의 그분(누구신지 몰라 답답ㅠ)도 손이 크다 생각했는데, 자하로바도 손이 길다 보니 손목의 유연성이 강조되고 또 손가락끝까지 다른 무용수에 비해 더 많은 시간동안 계속해서 동작이 이어지는 거였다. 


음악이 진행되는 동안 초반에 동작을 다 하고 완성 자세로 기다리고 있게 되면 '가벼움'이 부각된다. 그래선지 우리나라 무용수분들은 대개 가볍고 상쾌하고 아련한 무언가를 느끼게 되는 편인데, 그것은 우리 무용수분들의 장점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볼쇼이나 마린스키의 경우 안정감과 우아함이 더 부각되는 것은 아마도 항상 수직으로 잡혀 있는 중심선과 더불어 음악 내내 멈춤의 순간이 짧고 동작이 골고루 이어지기 때문인 것 같은데, 거기에 자하로바의 긴 팔다리와 손발까지 더해지니 우아함이 극에 달하는 거였다. 아주 놀라웠다. 이 영상에서는 좀 빠르게 나왔는데 54:44의 다리를 꼬는 장면에서도 다른 무용수분들에 비해 시간이 더 걸리고, 55:01에서 55:05까지, 팔 하나 돌리는데 자그마치 4초나 걸리는 모습이 굉장한 우아함으로 느껴졌다. 55:16에선 다리를 들자 발끝에서 또 백조가 울고 있고, 아 증말... 보면서 이 사람은 팔 다리 네 개와 전체까지 총 다섯 마리의 하얀 백조로 이루어진 무용수구나 싶었던 것이, 팔 하나가 따로 감정을 전달하고 다리 하나가 따로 감정을 전달해서 처음 보았을 땐 정신이 날아가는 것 같았다. 아... 55:21과 55:54, 56:25의 저 우아함과 애절함을 보라. 이것은 기술과 연기력을 넘어 그녀의 긴 팔다리 때문에 가능한 느낌이라 생각한다. 


에 또 한 가지 신기했던 점이 있는데, 음... 윗영상의 안무와 이번 유니버설 때의 안무가 살짝 다르네. 1막에서 솔로르와의 파드되18:15과 18:42 직후에 솔로르 팔에 의지해 뒤로 몸을 넘기는 안무였는데 영상에선 회전을 시키는군요. 몸을 뒤로 넘기는 안무가 훨 아름답다, 당연히. 그런데 그때 처음 보는 모습이었는데... 어떻게 설명하지. 그러니까 허리가 지탱된 상태에서 뒤로 몸을 넘길 때 엉덩이 바로 윗선이랄까 골반선까지 넘어가는데 자하로바는 바로 허리선에서 뒤로 꺾여서 몹시 새로웠다. 그러니까 엉덩이가 직선으로 선 상태에서 허리만 뒤로 꺾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골반까지 움직이는 것만큼 많이 넘어가지 않아 유연성이 덜해 보이긴 했는데 그만큼 선이 깨끗했달까, 그런 느낌이었다. 그것이 내가 보기에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조차 판단이 서지 않는데, 이는 다른 비교대상이 없기 때문이다. 신기했다.


위의 영상에서도 자하로바의 선이 몹시 아름다울 텐데, 저 영상 때보다 지금의 자하로바는 더욱 노련해진 것 같다. 특히 첫공 때의 선은 미치도록 황홀했는데, 그냥 다리를 들어 올리면 45도, 90도, 135도, 그리고 정확한 180도 6시 정각 팡세를 대체 몇 번을 했는지 모른다. 아예 정해진 각도로 몸이 자동 설정된 것마냥 각도가 너무나 정확하고 깨끗했다. 눈이 정말 호강했다.


이토록 완벽의 완벽을 다한 자하로바인데 아쉬움이 있을 수 있을까. 발칙하게도...;; 내가 그러했다. 캐릭터가 읽히지 않았다. 순간순간의 감정, 기쁨과 반가움과 슬픔과 절망 등은 누구보다 풍성하게 잘 표현되고 전달되었다. 그런데 전체적인 니키아의 성격이 읽히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김지영 님이나 홍향기 님을 비롯한 우리 무용수분들의 캐릭터를 내가 즐기는 것은 그 무용수분들의 특징에 익숙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 볼쇼이 <백조의 호수>때 누구였나, 암튼 그때의 무용수에게서는 바로 읽혔고, 또 다른 무용수분들도 대체로 보이는 편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도 아닌 자하로바인데 캐릭터가 읽히지 않아서 당혹스러웠다. 어쩌면 긴 몸이 만들어내는 지극한 기품에 온통 마음이 빼앗겨 캐릭터 이해에까지 신경을 쓰지 못해서인지도 모른다. 암튼 두 번의 공연을 다 보았는데도 자하로바가 묘사하는 니키아의 성격이 보이지 않아서 그 점이 우울했다는 이야기.


영상 만으로도 아찔하도록 황홀한 자하로바의 춤을 직접 눈을 보다니 아직도 믿을 수가 없다. 첫날 보았던 자하로바 니키아의 자태가 아직도 눈 앞에 둥둥 떠다니는 것은 볼쇼이를 본 직후의 현상과 마찬가지다. 하필 국립의 <마타 하리>와 겹쳐서 그 정도가 나뉠 수밖에 없겠으나, 그래도 한동안 넋을 잃은 채로 다닐 것 같다.


우리 향기님과 콘스탄틴의 춤을 볼 수 없었던 건 속상하지만... 이렇게 훌륭한 공연 볼 수 있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유니버설 발레단 무용수분들과 관계자 여러분♥. 



그나저나... <발레 춘향>의 회색군무와 장원급제군무가 무지 보고싶지 뭔가. 내년에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이상한 문장이나 오탈자 수정은 없을 계획입니다. 읽으시는 분의 올바른 문장으로 이해해 주세요.





자랑스러운 유니버설 코르 드 발레.





믿을 수 없는 비율. 어떻게 저 키에 저런 얼굴이 나오지??





도도했던 강미선 감자티도 수고 많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