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당. <지젤>.
유니버설 발레단이 30주년을 맞아
오랜만에 <지젤>을 올린다고 한다.
며칠에 걸쳐 하기 떄문인지 의외로 현장표는 구할 수 있었어서 다행.
해서, 2만원 B좌석으로 구매했다.
하고 보니 지난 번 <백조의 호수> 좌석이었던 2층은 8만원이었던. +_+
확실히...
2층에 앉다가 3층에 앉으니까 좀 서운하긴 하더라.
예전에 1층 맨 앞의 로얄석에 앉아 <백조의 호수>를 보았던 적이 있는데
너무 가까이서 보았기 때문인지 무용수들의 얼굴표정까지 볼 수 있는 건 좋았는데
땀방울과 숨소리와...
그런 것도 괜찮았는데 결정적으로 군무를 제대로 감상하는 것이 힘들었어서
오케스트라 연주회나 군무가 유명한 발레는 2층 맨 앞좌석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그 좌석을 차지하려면 부지런을 떨어 예매를 해야 하는데...
뭐, 그렇게까지 해서 보는 편은 아니어서는.
그냥 구할 수 있으면 즐겁게 보고, 안 되면 집에 오고.
부담 없이 즐기려는 유형이어서 말이다.
<지젤>은 이전에 두어 번 보았지만 유니버설 발레단의 <지젤>은 처음이다.
유니버설 발레단 작품은 아주 예전에 <호두까기 인형>을 본 것이 다였고.
원래 실내 촬영은 안 됩니다. 이렇게 찍으면 안 되어요.
무대 위 자막화면이 특이해서 공연 시작 전에 살짝 찍었다.
처음에 저 자막판을 보고는 '이게 왜 여기에...?' 싶었다.
보통 해외 뮤지컬단의 공연 때 가사와 대사 번역을 위해 사용되는 자막화면이
대사가 없는 발레공연에 어째서 등장한 것이지?
그런데 공연 도중도중 상황에 맞는 대사나 설명이
때에 맞춰 아주 짤막하게 자막으로 뜬다.
음... 꽤 도움이 되긴 했는데...
그래도 난 없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산란스러워.
더군다나 처음에 작품설명을 친절하게 해주셨기 때문에 더더욱 자막까진 필요 없었다 생각한다.
다만 어린 관객층이 많았으니 도움을 위해 설치한 것이 아닐까, 싶긴 했고.
이번 공연이 특별했던 것은
공연 시작 직전에 문훈숙 단장님께서 나오셔서 작품 줄거리와 함께
발레 '마임'을 간단하게 설명해주셨단 점이다.
그러니까
오른손의 손등으로 왼쪽 뺨을 바깥쪽으로 스치듯 얼굴선을 따라 아래로 둥글리는 동작은
"그대의 얼굴이 아름다워"란 의미라던가
두 손을 위로 들어 올리면서 머리 위에서 두세 번 휘굴리면
"같이 춤을 춥시다"란 뜻이라던가
윌리(처녀정령들) 부분에서는 죽은 자들의 영혼이 주는 죽음의 분위기를 내기 위해
손끝보다 팔꿈치가 먼저 올라감으로 처연함을 표현한다거나 등등.
아주아주 유용한 설명이었다.
덕분에 다음엔 어떤 동작이 나올까 싶어 두근두근대는 것이
흡사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었을 정도로
작품 감상이 풍성해졌다.
고마워요, 단장님.
사진을 찍으면 안 되는데... 하면서 찍었다. -_-
뭐... 한참을 박수치고 커튼콜까지 다 끝난 후에 살짝 찍은 것인데
다시 막이 올라가 전체 무용수들이 드러나서 사람들 다 화들짝 놀랐다.
아래 사진은 그렇게 찍은 것.
끝나고 지젤과 알브레히트 무용수들의 포토타임이 있었던 모양인데 그냥 왔다.
음... 오늘 지젤분(김채리 님)은 두어 번 실수를 하셨긴 했지만
몸의 비율이 좋고 아름다운 데다가, 기술도 기술이지만
연기력이 너무나 뛰어난 분이었어서
광기에 휩싸인 연기를 하셨을 땐 눈물을 찔끔거렸을 정도였다.
그것도 3층석에서 말이다!
2층석에서 보았더라면 정말 울었을지도.
발레 보다가 눈물 찔끔거린 건 처음있는 일이다...*
모든 발레리나가 다 그러하지만 이 분은 특히나 몸속의 뼈와 내장이 다 공기로 이루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을 정도로
전혀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았던.
아... 발레는 역시 눈이 너무 즐거워서는.
유명한 발레 속에 등장하는 여주인공들의 캐릭터를 좋아하지 않는다.
다 지나치게 연약하고 연약하기만 한 캐릭터여서.
그러나
여성의 사회적 의미를 굳이 생각지 않는다면
사랑과 낭만과 아름다움 자체 만을 생각하고 감상한다면
발레는 확실히 너무 예쁘다.
무대도, 의상도, 무용수들도, 동작도.
화려하고 낭만적이고 아름다워서 두 시간 동안 황홀의 세계를 살게 돼.
도중 6인무가 있었는데 한 분이 좀 어색하다? 싶었더니 외국인인 듯 싶었다.
몸은 좀 딱딱하고 절도 있게 춤을 추셔서는 여섯 명 중에 눈에 잡히던.
6인무에서 튄다는 것은 좋은 의미는 아니겠지.
에또...
뭐가 있을까.
음악은 참 좋았다.
들으면서도 '연주 좋다' 하며 들었고.
발레라는 장르가 여성에게 초점이 맞추어진 장르이긴 하지만서도
이 <지젤>은 특히 여성적인 발레라 생각한다.
<백조의 호수>에선 그래도 남성들의 춤이 꽤 있지만
이 <지젤>은 여성들의 춤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래서 더욱 처연하고 아름답다는 느낌.
아, 칼군무가 아주 일품이다.
1막의 마을에서 추는 칼군무는 그닥 감동적이지 않았어서 흐음...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윌리들의 군무에 이르자
아, 그런 칼군무를 연습하려면 얼마나 열심히 한 것일까!
절로 박수가 터져나오도록 칼군무가 멋졌다.
그런데 우리나라 관객들은 박수에 너무 짠 것 같아...
무용 공연은 박수를 많이 칠수록 무용수분들이 힘을 얻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클래식 음악 연주회와는 감상형식이 다른데 말이다.
국립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때는 그래도 박수와 환호가 많았어서 분위기가 좋았는데
오늘 공연은 박수에 너무... 짰다... ㅡㅜ
내일(화요일, 이젠 오늘) 스케줄만 없었더라면 마지막 공연에 꼭 다시 가고 싶었는데.
마지막 공연이라 현장표가 있을진 모르겠으나... 오늘 상황을 보면 있을 것 같고.
마지막 공연이니 실수는 거의 없을 것이고, 또한 공연의 내용은 정말 좋을 것이라 예상하는데 말이다!
아... 가고 싶어라. -_ㅜ
멋진 해설이 감상을 훨씬 풍성하게 만들어준
근사한 공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