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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Book Review

도스또예프스끼, 『아저씨의 꿈』, 1859 <도끼 전집 ⑥>

by Vanodif 2014. 11. 3.














도스토예프스키, 『아저씨의 꿈』, 1859 <도끼 전집 ⑥>








알고 보니 『백야 外』라는 제목으로 출판된 단편집이 1848년에 발표된 단편들을 엮은 책이더라. 나중에 주문해서 받아보니 그러해서, 덕분에 책 순서가 좀 바뀌었다.


이 『아저씨의 꿈』에 대한 줄거리는 책뒷면에 번역하신 박종소 님의 평에 있는 줄거리가 아주 자세해서 그것을 대신 올린다. 줄거리 쓰는 것도 지겨워서. +_+ 좀 편하게 가볼까.






********** 다음의 줄거리와 후기는 지나친 스포일링이 있으니

 

을 아직 읽지 않은 사람은 읽지 않으시길 강력하게 권합니다. ************






<줄거리>


허영심 많고 세속적인 어머니 마리야 알렉산드로브나가 자신의 집을 방문한 쇠약하고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부자 공작 노인에게 딸 지나이다 아파나시예브나를 시집보내려는 계략으로 시작한다. 딸 지나는 어머니의 생각에 반대하고 오히려 폐병으로 병석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가난한 가정교사 바센까(바샤)에 대한 옛사랑을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그녀는 결국 어머니의 집요한 설득에 넘어가 공작과 결혼하기로 마지못해 승낙하고, 어머니가 공작의 혼미한 기억력과 판단력을 이용해서 공작이 지나에게 청혼하도록 만드는 것을 묵인한다. 그러나 뛰어난 미모의 지나를 사모하여, 그녀에게 청혼을 해놓고 초조하게 답을 기다리고 있는 젊은 관리 모즈글랴꼬프는 마리야 알렉산드로브나의 계획을 엿듣게 되고, 이런 사실에 분개한 나머지 먼 친척 아저씨뻘쯤 되는 공작에게 모녀의 계략에서 빠져나갈 방법을 가르쳐 준다. 때마침 자신의 결혼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후회하고 있던 공작은 그가 가르쳐 준 대로 자신의 청혼이 실제 사건이 아니라 꿈속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해명함으로써 하나의 우스꽝스러운 에피소드로 만들어 버린다. 공작과의 결혼을 통하여 부와 명예와 상류 사회로의 진출을 꿈꾸었던 모녀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가고 그들은 마을을 떠나지만 먼 훗날 다시 젊은 관리 모즈글랴꼬프가 어느 변방에서 모녀를 재회했을 때 그녀는 결국 고위직 장군의 아내가 되어 있었다.














열린 책들의 도끼 전집은 러시아어 전공자들께서 나누어 맡아 번역하신 느낌인데,『아저씨의 꿈』 또한 번역 뿐 아니라 뒤에 실린 평이 아주 좋다. 특히 이 책에는 두 가지의 평이 실려 있는 만큼 더 풍성한 작품 해석을 접할 수 있고.


책을 읽으면서 이전까지 읽었던 책과는 아주 다르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이전의 『가난한 사람들』이나 『네또츠까 네즈바노바』등이 꽤 감상적이었던 것에 반해 이 책은 풍자와 해학성이 강한 작품이었다. 나중에 평을 보니 내가 느낀 바가 맞았다고 되어 있고. 한 작가의 작품을 발표순으로 읽다 보면 얻게 되는 장점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특별한 재능이 없더라도 작품상의 큰 변화는 금세 알아차릴 수 있게 되는 것. 그리고 그런 큰 변화에는 대개 작가 자신의 생에 있어 큰 변화를 겪었을 가능성 또한 높다. 평에 따르면 이 『아저씨의 꿈』은 도스또예프스끼 작품의 '중기'를 시작하는 것으로, 중기 작품의 대표작이라 한다. 도끼 씨는 『가난한 사람들』로 시작되는 초기 작품 활동 중 1849년에 혁명사상을 옹호한 클럽의 회원이라는 이유로 체포되어 시베리아로 유배를 당하게 되는데, 이 때 총살 당하기 직전까지 가는 경험을 겪게 된다. 그 경험은 훗날 도끼 씨의 작품 활동에 큰 영향을 ㅡ 당연히 ㅡ 미치게 되고. 1856년에 사면, 복직되어 '중기'에 해당하는 작품활동을 재개하게 되는데, 그 첫작품이 이 『아저씨의 꿈』인 것이다. 그동안 그는 외적, 내적으로 큰 변화를 겪은 것이고, 그 영향이 작품활동에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일 테지. 


일단은 이 작품을 밢표한 후 도끼 씨는 15년 동안 한 번도 이 작품을 다시 들여다 본 적이 없다, 고 했는데, 그 정도로 이전 작품과는 많이 다르다. 그렇다고 하여 형편 없는 작품이라 할 수는 없는 것이 1978년에 도끼 씨의 작품들 중 최초로 연극화 된 작품이기도 해서, 그만큼 연극사에 있어서는 가치가 큰 작품이라 한다. 이전의 사실주의 경향이 있는 작품들에 비해 이 작품이 해학으로 치장된 다소 밋밋한 느낌을 주는 것은, 복귀 후 문단에서 다시 입지를 갖는 것이 그의 목표였기 때문에, 이런저런 검열을 피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의 많은 작품들 중 최초로 연극화 되어 무대에 오른 작품이라 했는데, 그만큼 이 작품은 드라마적이다. 여기저기 '연극 같다', '심지어 영화 같다'는 낙서를 나는 해두었는데, 인물들의 대사는 연극에서 등장인물들의 대사 같으며, 그 외 설명들은 연극에서의 지문인 양 인물들의 상태나 행동을 세세하게 보여준다. 눈 앞에 인물들이 그려진달까. 대신 그만큼 인물에 대한 작중화자(작가 자신)의 설명은 줄었다는 것 또한 특징이다. 심리의 변화를 전지적 작가의 관점에서 치밀하게 분석해가는 것이 조금 줄고, 대사나 행동을 통해 인물의 외적으로 드러나는 것을 자세하게 씀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그 인물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 있게 하는 기술. 그렇다 해도 독자에게 작가가 말을 거는 일은 가끔 일어납니다.


이 작품에서 풍자하는 것은 소위 상류사교계 부인들의 이중적인 모습을 폭로하는 것인데, 어찌 보면 작가가 좀 신경질적이지 않나, 싶도록 병적인 모습으로 그려내어서 그만큼 현실감이 더 떨어지는 느낌마저 준다. 모든 사람 앞에서 친절하고 품위 있는 마리야 알렉산드로브나 부인이 남편 앞에서 내뱉은 언어는 폭력에 다름 아니며, 그런 말을 듣고도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남편 아파나시 마뜨베이치나, 시종일관 이 사람 저 사람에게 휘둘리는 K공작의 모습은 현실성이 없어, 작품 자체를 한 편의 코미디로 느껴지게 만든다.


마리야 알렉산드로브나. 이 사람은 극단적인 속물인데, 사람들에게 자꾸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어 한다. 내적인 기준에서 비롯된 자존감이 없고, 타인으로부터 인정을 받아야만 정체성을 안심하는 부류랄까. 매력이 없지는 않은데 딱히 끌릴 만한 사람은 아닌, 그런. 그렇다고 완전히 사악하지도 못하고 두뇌가 몹시 뛰어나거나 성격이 치밀한 것도 아닌, 그런 인물이다.


모즈글랴꼬프. 작품 내내 더 이상 시시할 수 없도록 시시한 모습만 보여주었던 모즈글랴꼬프는 작품의 맨 마지막에 가서 난 데 없이 매력적인 모습을 섬광처럼 잠시 흘낏, 비추는데, 뭔가 그에 대해 더 그렸다면 재밌겠는데, 생각하자마자 작품은 끝이 나버린다. 이래서 도끼 씨의 작품은 늘 오픈엔딩 같다고 느껴지는 것이려나. 작품을 맺는데 있어 그간 모든 사건과 인물들에 대한 정보를 갈무리하여 정리해야 할 터인데, 이전에 없었던 (K공작을 속이는 장면에서 아주 살짝 감지되긴 했지만 그걸로는 충분치 않았다) 그의 매력적인 특성이 새로이 제시되는 것은, 독자로서는 작가가 다소 고약하다는 느낌이 든달까, 그렇다. 내내 주체 못할 열정만 있지 어리석고 명석하지 못하며 귀까지 얇고 변덕스러운 젊은이, 시시한 인물로 그려지던 모즈글랴꼬프가, 254페이지에 이르러 뜬금없이 '메피스토펠레스의 조소와 같은 웃음'을 저녁 내내 얼굴에 띠는가 하면, 맨 마지막 장에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지나가 높은 시장의 부인이 되어 있는 것을 보고 자괴감에 빠진 그가, 난 데 없이 '이윽고 기분이 좋은 듯 잠이 들어 버렸다. 그리고 세 번째 역에서 눈을 떴을 때는 전혀 다른 상념을 지닌 활발하고 건강에 넘친 인간이 되어 있었'던 것은, 이때까지의 그가 보여준 모습을 고려했을 때 쉬이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다. 해서, 이후의 글에서 그의 그런 모습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적어 개연성을 확립해 주었더라면... 하는, 독자로서의 아쉬움이 남는다. 좀 더 읽고 싶단 말이지.


이전 작품에서까지 반복적으로 제시되었던 자아분열의 모습은 이 작품에선 많이 완화되어?, K공작의 치매성 착각과 꿈에 대한 착각으로 표현된다고 볼 수 있겠다. 또한 『분신』에서 큰 골랴드낀과 작은 골랴드낀이라는 다른 몸체로 분리되었던 정반대 자아의 모습은 이 작품에선 '속물의 이중성'이라는 좀 더 납득이 가는 형태로, 마리야 알렉산드로브나의 이중적인 모습 속에 순화되어 표현되었다.


이전 작품의 강렬한 매혹은 조금 덜하지만, 유머와 해학, 상류층의 희화를 통한 풍자, 라는 점에서 도끼 씨 작품으로선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