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아트센터는 아주 크고 쾌적한데, 막상 오페라하우스 2층 좌석이 일렬로 배열되어 있어 어이가 없었다. 가뜩이나 2층의 경사가 완만한데 좌석이 지그재그가 아닌 일렬로 배열되어 있어, 앞사람 머리가 무대시야의 한중간을 떠억 하니 가리고 있어서 힘들었다. 그렇다고 내가 고개를 좌우로 돌려 보자니 고개도 아프거니와, 그럼 뒷사람이 볼 수 없지 않나. 이해가 안 가던 좌석배치. 1층 좌석은 지그재그이려나? 성남아트센터면 거리상도 괜찮고, 가는 길도 잘 닦여 있어서 천안예당보다야 갈 만 한 곳인데, 정작 좌석이 이러해서 난감했다. 다음에 기회 있으면 2층 맨 앞좌석이나, 차라리 2층 맨 뒷좌석을 구매하도록 하자. 아, 그리고... 아이들이 바글바글. 코미디이니 아이들이 바글거린다 해서 그것이 나쁘겠는가. 하지만 적어도 교육욕심?에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거면, 미리 관람할 오페라에 대한 교육을 집에서 시키고 데려 오도록 하자. 한참 뛰어놀고 싶을 5-7세 어린이들이, 알지도 못하는 오페라를 보려고 세 시간이나 앉아 있는 것이 가능하단 말인가. 내 뒷좌석의 아이는 몇 분 지나지 않아 자꾸 엄마에게 "왜 자꾸 노래만 불러, 응?"하며 1부 내내 징징거렸는데, 그것이 그 아이가 무식해서 그러한 것이겠는가 말이다. 평소 집에서 오페라 한 곡 들려주지도 않은 채 케이팝이나 주구장창 들려주면서, 이렇게 뜬금 없이 오페라 공연에 데려와서는 '감상하라'하고 앉혀 놓으면, 아이가 잘 감상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결국 그 모자는 1막이 끝나고 인터미션 시간에 퇴장해 버렸다ㅡ다행스럽게도. 문제는 내 옆에 앉은 자매인데... 엄마가 어찌 된 사람인지, 2층은 좌석이 완만하기 때문에 어린이라 해도 방석이 금지되어 있다는 직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막무가내로 방석을 밀어 넣었다? 덕분에 뒷자리에 앉은 아이는 좀 불편했을 듯. 그런데 더 신기한 것은, 아이 둘만 관람을 시키고는 정작 엄마는 들어오지 않았다? ㅡ 이건 뭐지. -_- 이 아이들은 오페라 끝까지 앉아 있었는데, 내내 발로 차고 구르고 해서 인터미션 때 직원에게 특별 주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2막 내내 계속 그러했다. 당연하지 않은가. 익숙지 않고 지겨운 오페라를 미취학 아이들 둘이서 엄마의 돌봄도 없이 앉아 보는 건데. 그렇게 해서 주변 사람들이 큰 피해를 보았던 것인데, 이것은 당연히 아이들이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 엄마의 문제였을 것이다. 자신이 안 보는 오페라를 왜 아이들 둘이 보게 하느냔 말이야. 그렇게 사진촬영 금지되어 있다고 해도 여기저기서 찰칵찰칵. 뭐... 그건 예당에서도 아직 그러하긴 한데... 무튼, 오페라와 별개로 좌석과 관객들이 불편했다.
기사가 별로 없네... 아래에 하나 싣는다.
http://www.kg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55003
많은 기대를 했었다. 세비야의 이발사는 그동안 CD로 듣기만 했지, 한 번도 직접 관람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Una Voce Poco Fa라는 곡을 직접 듣게 된다는 기대에 가득 부풀었더랬다. 결론은, 괜찮았다. 그런데 내가 어쩌면 희극을 별로 좋아하진 않는 편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발레 <말괄량이 길들이기>도 그러했고, 이 <세비야의 이발사>는 좀 많이 지겹더라. 그것이, 배우분들이나 뭐가 이상했다는 것이 아니라, 로시니의 작사작곡 자체가 지루했다는 것이다. 반복이 많아도 많아도 너무 많다. 그래서 지겨워. 좀 그런 생각이 들었지. '이것이 그 당시에는 정말 재밌었을까? 사람들은 이 지겹도록 긴 오페라를 보면서 내내 키득거렸을까?' 이것은 함께 보았던 일행도 마찬가지로 궁금해했던 점이었다. 이것이 그들에겐 어째서 그렇게 재밌었던 걸까ㅡ하며. 그래서 아쉬웠던 점은, 수많은 다양한 자극과 속도감에 익숙한 현대인이 보기엔 이 오페라는 좀 너무 지루하다. 그러니 연출가의 재량으로 곡을 좀 줄여 주었으면 어땠을까. 혹은 가사를 살짝 바꿔 주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현대의 오페라는 뮤지컬에 해당한다. 하지만 오페라를 즐기는 것은, 과거의 것을 과거의 형태 그대로 감상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을 감상하는 사람인 내가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이다. 그래서 이런 괴리감이 작품을 볼 때마다 되풀이되는 것 같다. 뭐... 하긴, 이런 풀 오페라 자체를 더욱 즐기는 사람들도 많겠지. 그런데 과연 이것이 그렇게 내내 재밌었다면, 인터미션 때 1/4에 해당하는 관객들이 쑤욱 빠져나가진 않았을 것 같다.
배우들은요? 만족입니다. 가장 눈에 들어온 분은 로지나 역의 박미자 소프라노시다. 이름을 보고는 반가웠지. 지난 번에 보았던 오페라 <리날도>에서 알미레나 역을 맡으셨던 분이거든. 그 때도 Lascia ch'io pianga (울게하소서)를 박미자 님께서 너무나 훌륭하게 소화해 주셨어서 소름이 끼쳤더랬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 로지나의 Una Voce Poco Fa는 그 현란한 고음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음색이 몹시 맑고 아름다운 분이다. 내가 아직 오페라 가수분들은 잘 모르는데, 박미자 님 한 분 우선 기억하려고. 무지개빛 종달새가 날아오르는 듯한 아름다운 Una Voce Poco Fa, 잘 들었습니다.
아... 역시 바르톨리입니다. -_ㅜ 내가 가지고 있는 CD도 바르톨리 공연 CD인데, 우리의 체칠리아 씨는 공연쟁이시니까요. 저 풍성한 저음 어쩔.ㅜㅠ. 내 CD는 바르톨리 씨가 젊었... 은 아직 젊으시다! 바르톨리 씨가 어렸을 때 녹음하신 것인데, 목소리가 좀 달라지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내가 너무 좋아하는 음색이다. 로지나의 성격과 가사를 생각하면 바르톨리의 음색이 더 어울릴 것 같고 그랬다.
Una voce poco fa
A voice a while back
그리고 조수미 님의 화려한 기교를 넘어갈 수 없다. 아... 왜 의상과 화장을 저렇게... ;; 하지만 그것과 상관 없이 맑은 음색과 화려화려한 고음이 빛난다. 저것이 사람의 목소리란 말이냐... 싶도록 신기하고 뇌가 찢어지도록 맑고 아름답다.
독일 소프라노 디아나 담라우.
긴 호흡. 화려한 기교.
비버리 실즈. 독창적인 애드립. 이렇게 노래 부를 수 있는 기분은 어떤 걸까.
아... 이 노래만 따로 포스팅 하나 올릴까.;; 어디까지나 이 곡 하나 들으러 갔던 오페라여서는. 온갖 화려한 기교가 넘쳐나는 곡이라 이렇게 영상으로 감상하는 것도 참 즐겁네.
그런데 박미자님께서 부르신 Una Voce Poco Fa는 유툽에 없어서 너무 아쉽다. 유툽에 나오는 박미자 소프라노의 동영상은 대개가 실제보다 녹음이 별로던데. 이 노래 하나를 아주 만족스럽게 들었으니, 이 오페라를 본 것은 나머지 그 무엇에도 상관 없이 성공한 셈이다.
피가로를 맡으셨던 김동섭 바리톤은 우아... 성량이... 아주 깊고 넓고 멋졌습니다.
알마비바 백작 역을 맡으신 강동명 테너는 역시 테너시던. 성량은 조금 얕지만, 목소리가 맑았다. 남성의 맑은 목소리는 또 다른 매력이니까.
바르톨로 역의 박상욱 베이스는... 음... 바질리오 역의 이준석 바리톤과 베이스와 바리톤이 내내 헷갈렸었다. 박상욱 베이스의 목소리가 어떻다는 것이 아니라, 이준석 바리톤의 목소리가 워낙 낮고 음량이 수퍼공룡급이셔서는. 쩌렁쩌렁 울리며 공간의 블랙홀을 형성하는 목소리라니. 그런데 박상욱 베이스께서 "아! 역시 베이스시구나!"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전반적으로 풍성하게 잘 하셨지만 앉아서 2중창이었나, 3중창을 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거기에서 끝없이 내려가시는 것을 듣고 소름이 끼쳤더랬지. 참 멋진 음색을 지니셨다.
오케스트라 연주 참 좋았는데, 도중에 가수분들과 섞일 때 오케스트라 연주의 소리가 너무 커서 대부분 가수분들의 목소리가 삼켜졌던 것이 좀 아쉬웠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재밌었습니다.
알마비바 백작의 피아노 연주는 너무나 유쾌했고요.
가수분들 모두 수고 많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