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괴짜들 Geek Zone>
* 일시: 2018년 4월 7일(토) - 7월 8일(일)
* 장소: K현대미술관
* K현대미술관 홈페이지: https://www.kmcaseoul.org/exhibitions
* 티몬 할인 페이지: https://www.ticketmonster.co.kr/deal/980610082?reason=er&etype=nm&useArtistchaiRegion=Y
처음 찾은 K현대미술관은 압구정 로데오 끝자락의 킹콩건물 맞은 편에 위치해 있다. 5층에서 4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에는 '평범한 사람 출입금지'였나, 암튼 그 비슷한 문구가 적혀 있었는데, 그것을 보며 나는 확실히 '평범한 사람'에 해당한다는 생각을 했다. 딱히 특이해야 할 이유도 없고. 안소현 님 작품 하나 때문에 간 전시였는데, 안소현 님 작품을 제외하곤 전체적으로 내 취향이 아니었다. 하지만 사람의 취향이야 다양한 것이니, 이처럼 자유롭고 재미난 상상력 가득한 전시를 즐거워하는 사람들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이 포스팅에는 안 작가님 작품 외에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작품들을 올리는데, 포스팅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또한 갤러리가 넓고 쾌적하고 한적하니, 여유롭게 작품 감상하며 즐기기에 참 좋다. 한가람이나 M컨템포러리, 대림미술관 등은 항상 너무 사람이 많아서 감상하기 많이 불편한데, 이곳에서는 감상다운 감상을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김지희 Jihee Kim
Sealed smile
마그리트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를 모티프로 한 작품.
명윤아 Yoon-a Myung
Becoming-Red&White
예쁜 설치 작품이었다. 옆에 막대사탕을 형상화한 작품들이 함께 전시된 것으로 보아, 그런 불량스럽고 달콤한 유혹이 연상되면서도 묘하게 붓글씨의 획을 그은 듯 젠Zen스럽달까 미니멀리즘적인 분위기가 보면 볼수록 보는 재미가 있다. 운동감도 느껴지고 말이다. 한 작품 안에 어린아이와 어른이 공존하는 느낌이랄까. 엿가락 같은 설치물 아래로 올챙이 마냥 짤퉁한 그림자도 지금 보니 신기하고. 옆에 사탕뽑기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하나에 500원이라 적혀 있던데 동전이 없어서 사먹지 못했다. 사탕 먹으면서 감상하면 더 즐거웠을 것 같은데. 다른 전시와의 차별된 점이리라. 전시 관람에 음식물 섭취는 금기해야 마땅한 사항이지만, <이상한 나라의 괴짜들>이라는 컨셉이라면 예외적으로 어울리는군.
박현진 Hyunjin Park
윤하민 Hamin Yun
미세스 최
지나가다 아누비스를 보자마자 웃음이 터졌다. 아... 이집트상형문자 책 펴지 않은 지 오래도 되었네.;; 제목이 죄다 <미세스 최>인데 어째서일까? 윤하민 작가는 공동체와 인간관계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는 분으로, '어떤 모습이라 해도 서로 다른 주체가 하나의 집단 안에서 신뢰로서 공감하는 공동체 의식과 그 힘'을 작품으로 표현하신 바 있다. 아프리카 <여왕 코끼리의 여정>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보시고는 그 코끼리 무리와 서울의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의 모습을 연결하여 사유한 결과, '출신이 어디든 서울에 있는 그 동물들을 <서울의 동물>이라 부른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 그 작업에 해당하는 작품들이 아닐까 싶다. 이 작품을 보았을 당시에는 물론 그것까진 생각하지 못했고, 그저 호루스와 아누비스, 토트 신의 모습 때문에 흥미롭게 감상했더랬다.
머리에 관만 있으면 오시리스와 이시스의 아들인 호루스 되시겠습니다. 아니면 관이 없으니 호루스의 네 아들 중 매의 머리를 한 케베세누프일 수도 있겠다. 임세티, 드와무테프, 하피와 함께 죽은 자의 장기를 보관하는 카노푸스 단지의 뚜껑에 조각되는 신인데, 미이라 제작 과정을 담당하는 아누비스, 최후의 심판 과정을 기록하는 토트 신과 함께 배치되었으니 죽은 자를 명계의 왕인 오시리스에게 인도하는 역할을 하는 호루스라 보는 것이 더 맞겠다ㅡ지만 이 생각은 하지 않고 만드셨으리라.;; 그냥 혼자 즐겨보는 생각입니다.
자칼 머리를 한 이 신은 미이라 제작과정을 주관하고, 죽은 자의 영혼을 명계로 인도하며, 최후의 심판대로 영혼을 데려가는 역할을 수행하는 아누비스다. 이집트 미술의 특징인 화장한 눈매를 보면 아누비스가 맞죠. 아 저 눈썹까지 있는 눈의 글자가 뭐더라... 반 년을 놓았더니 다 잊었군. ㅠ
따오기 머리를 한 토트 신은 지혜의 신으로 그리스 신화로 넘어가면 '헤르메스'가 된다. 무지한 인간을 불쌍히 여겨 문자를 가르쳐 준 신으로, 고대 이집트 최고의 지성이었던 서기관들의 신이기도 한 이 토트는 세트와 왕위 싸움 중에 다친 호루스의 눈을 회복하는데 도움을 준 신이기도 합니다. 바로 그 회복된 호루스의 왼쪽 눈이 '와제트'로, 이집트에 파는 '평안, 안녕, 치유'를 기원하는 부적의 형상이다. 위에 있는 아누비스 눈에 아래로 직선과 곡선을 하나씩 그으면 와제트의 눈이다. 아, 이렇게 수다를 늘어 놓는 걸 보니 나는 지금 이집트 상형문자가 그리운 모양이군.
이집트 신화는 동물의 머리에 사람의 몸을 합성하여 신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윤하민 님의 작품에선 그 신들의 형상에서 인간의 몸이 제거됨으로 신들은 다시 동물로 환원되었다.
변경수 byunkyung. Soo
Bolloon-Y #3
Balloon이 아니고 Bolloon이다. 해서, 작가분의 이름을 Kyungsoo Byun으로 고치지 않았다. 몇 번이나 저렇게 적혀 있는 것으로 보아 의도적인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 이집트에선 사람의 몸에 동물의 머리를 결합시켜 신으로 만들었는데, 사람의 몸에 풍선을 결합시키면 그것은 어떤 존재가 되나? 머리가 가벼우니 그대로 하늘로 동동 뜨려나?
변경수 님의 이 작품은 윤하민 님의 <미세스 최>와 반대의 선에 서있는 것 같다. 과학기술과 인터넷의 발전으로 인해 인류 역사상 유례 없는 커다란 공동체 속에 많은 것을 공유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오히려 그 속에서 각각의 고립화는 더욱 심화되어 가고 있음을 지적하는 변경수 작가의 작품들은 얼핏 보면 비슷한 존재들인 것 같지만 자세히 살펴 보면 제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으며, 또한 각각 자신만의 시공과 상념에 빠져 있다. 각각 다르지만 같은 공동체 속에서 공동체 의식을 느끼는 동물들의 모습을 표현한 윤하민 님과, 비슷해 보이지만 서로 단절되어 따로 존재하며 살아가는 개체의 모습을 지적한 변경수 님. 두 분의 작품을 같은 공간에서 감상하는 것도 또 하나의 감상 포인트가 될 수 있겠다.
이정민 Jungmin Lee
The Dreamer2
보자마자 London Grammar의 <Hey Now>가 생각났던 작품이다.
흔한 이름이어선지 작가분 정보를 골라 낼 수가 없는데.
Rene Magritte
La Carte Blanche
1965
* 사진 출처: https://www.wikiart.org/en/rene-magritte/the-blank-signature-1965
마그리트의 이 작품이 연상되기도 하고. 다양한 동물이 뛰어 노는 숲에 대한 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작가의 의도는 알 수 없다.
이정민 Jungmin Lee
The Dreamer4
이정민 Jungmin Lee
The Dreamer3
김영철 Youngchul Kim
A Shoe Tree <Untitled Days>
신발이 주렁주렁 열린 나무가 재미나서 찍었다. 권력의 꼭대기로 올라가려 서로를 밟고 올라서는 사람들도 떠오르고. 재미로 나무를 타고 오르는 어린아이들의 에너지가 느껴지기도 하고.
안소현 님 작품에 대한 후기는 http://vanodif.tistory.com/1184 에 올립니다.
안소현
초대
162.2 x 130.3 cm
Acrylic on canvas
2016
안소현
기란 게스트 하우스
90.9 x 65.1 cm
Acrylic on canvas
2016
안소현
pink wall
193.3 x 130.3 cm
Acrylic on canvas
2017
안소현
푸른집 랑골리
53 x 65.1 cm
Acrylic on canvas
안소현
< 내 모자야 >
53.0 x 72.7 cm
Acrylic on canvas
2016
안소현
소녀의 불꽃
53.0 x 65.1 cm
Acrylic on canvas
2016
안소현
정류장
193.9 x 130.3 cm
안소현
8.11.S.Z
193.9 x 130.3 cm
Acrylic on canvas
2017
안소현
Table
193.9 x 130.3 cm
Acrylic on canvas
2017
안소현
542
193.3 x 130.3 cm
Acrylic on canvas
2017
안소현
사막의 밤
72.7 x 90.9 cm
Acrylic on canvas
2015
안소현
Animal Tetris
Pencils on paper
2013
안소현
안소현
오늘 하루는
65.1 x 45.5 cm
Acrylic on canvas
2018
안소현
다 괜찮을거야!
130.3 x 80.3 cm
Acrylic on canvas
2018
안소현
두 사람
162.2 x 112.1 cm
Acrylic on canvas
2016
안소현
엄마 손 잡고, 안녕 강아지
31.8 x 40.9 cm
Acrylic on canvas
2018
함미나 Mina Ham
Node of Sleep-1
렌티큘러 작품도 아닌데 물감과 조명 만으로 좌우로 이동함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것처럼 보이던 것이 신기한 작품이었다. 동영상으로 찍어도 그 느낌이 담기지 않았는데, 직접 눈을 보아야 그 신비로움을 감상할 수 있다.
변경수 byunkyung. Soo
Inconnu no.2
앞에 올린 작품들과 좀 떨어져 배치되어 있었는데, 역시나 찍고 보니 변경수 님의 작품이라 나도 집에 와서 놀랐다. 어쩌면 내 취향인 걸 지도. Inconnu는 '낯선 사람'이란 뜻이다. 안소현 님 작품을 감상한 후 에너지가 급작스레 떨어졌다. 딱히 다른 작품들을 감상할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안소현 님 작품을 감상하는 데 에너지를 아낌 없이 썼는데, 그렇게 휙휙 나머지 작품들을 지나다 이 작품이 눈에 띄었다. 이미 남은 에너지는 없고, 사진만 간단히 찍었더랬는데, 이 작품은 정면에서 보는 것과 측면에서 보는 것에 차이가 있다. 여러 층이 보입니다. 다시 가게 될 것 같진 않지만 만에 하나 다시 이 전시에 가게 된다면 안소현 님 작품 외 변경수 님 작품에 시간을 들이고 싶다.
작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던. 내가 못 찾고 스친 거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