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2년 최초의 안무가 필리포 탈리오니가 자신의 딸 마리를 위해 만든 작품을 프랑스에서 복원한 라코트 판 동영상이다.
두 번째 사진에 나오듯 실피드 역은 오렐리 뒤퐁으로,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에뚜알Étoile(수석 무용수)가 맡았고,
제임스는 마티유 가니오가 담당했다.
<줄거리>
'실피드'는 '공기의 요정'으로, 시작 부분에 의자에 앉아 잠이 든 제임스를 사랑한다.
제임스는 에피와 약혼했고, 제임스의 친구 구론은 에피를 짝사랑한다.
난로 앞에서 불을 쬐는 마녀를 제임스는 쫓아내려 하고, 마녀는 처녀들의 손금을 봐주던 중
에피의 손금을 보고는 '제임스가 아니라 구론과 결혼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실피드가 제임스에게 사랑을 고백하다가 약혼반지를 빼앗아 달아나고,
결혼식날 에피를 버려둔 채 제임스는 실피드를 좇아 숲속으로 간다.
마녀가 가마솥에서 스카프를 꺼낸다.
제임스와 실피드는 숲에서 요정들과 함께 춤을 추는데,
제임스가 실피드를 안으려 해도 실피드는 도망간다.
실피드를 잡기 위해 제임스가 마녀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마녀는 그 스카프를 실피드에게 두르면 달아나지 않고 제임스의 것이 될 것이라 말한다.
제임스가 실피드에게 스카프를 두르자 날개가 떨어지고, 마침내 실피드는 죽는다.
절망한 제임스 뒤로 에피와 구론의 결혼행렬이 지나고
절망에 빠진 제임스 또한 죽는다.
엄청난 비극입니다, 그쵸?
'공기의 요정'이라 생각하고 기대한 것 만큼 도약을 높이 하시진 않아서 좀 심심하다 싶었지만,
가만히 보면 확실히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죽은 영혼, 정령인 지젤이나 백조를 연기하는 <백조의 호수>의 오데뜨 역시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지만,
'공기의 정령'이라는 설정 자체가 가장 가벼운 존재를 표현하고자 함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발레를 보면, 오렐리 뒤퐁의 동작은 실로 가볍지 않은가.
특히 공기의 '요정' 답다, 싶도록 토라지는 모습이라든지, 스카프에 호기심을 보이는 모습 등에 있어
연기력이 아주 뛰어난 무용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영상과 줄거리와 이 모든 설명들을 준비해 주셨던 '로엔그린'님께서
'남자 무용수의 얼굴이 여성인 양 아름답다'고 하셨는데
과연 여성이라 해도 믿을 만한 미모다.
제임스의 약혼녀 에피와 어머니.
발레에서 어머니라든지 다른 어른의 역할로 나오는 분들은 대개 춤을 추지 않으시는 걸까... 하고 잠시 의문을 가졌다.
그 의문을 해소시켜주었던 마녀.
나이 든 역할로 나오는 무용수가 적극적으로 춤을 추는 것은 처음 보았네.
신선했다.
오른쪽의 남성이 에피를 짝사랑하는 구론인데, 그를 보며 '막장 드라마인가' 싶었지.
친구의 약혼녀를 짝사랑하다 못해 마녀에게 자신과 에피의 손금궁합을 봐달라고 하다니!
이 장면에서 마녀의 마임이 바로 지난 번 <지젤>에서 설명들었던 것이었는데,
얼굴을 손등으로 감싸내려오는 이 동작은 '얼굴이 예쁘다'를 의미한다.
즉, 직전에 구론의 손금을 본 마녀가
'구론, 너의 미래의 색시는 얼굴이 예쁘구나'하고 한 것이지.
실피드를 쫓아간 제임스가 숲에서 요정들과 더불어 춤을 추고.
아아 이 부분.
1시간 41분 정도에 나오는 부분인데... 실피드가 죽는 순간을 표현한, 거의 결말이다.
이 부분을 혼자서 몇 번을 돌려 보았는지 모르겠다.
모임에서 보았을 때도 이 부분이 애처롭게 와 닿았는데
제임스가 다시 들어올려도 파사사 가라앉는 실피드의 모습이 공기, 그 자체인 듯 가볍다.
발레리나는 정말이지 경이로운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