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이 드디어 그 막을 올렸다.
2층으로 샀는 줄 알았는데 3층이었네?
맨 앞 줄이어서 무용수분들의 춤을 더 가까이 생생하게 느낄 수 있어 좋았는데
그래도 군무를 감상하기엔 조금 뒤쪽이어도 중앙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내에선 사진촬영 금지입니다. 이렇게 찍으시면 안 돼요
ㅡ 매번 그러면서 나는 찍고 말이지. 하지만 어제는 이 사진 딱 한 장만 찍었다.
커튼의 저 예쁜 불빛 때문에.
국립발레단의 홈피 주소부터 먼저 띄웁시다.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 하이라이트다.
화질이 좀 안 좋지만 이게 어딘가.
실제 공연을 보기 전에 미리 스타일을 가늠해 보기 좋다.
하이라이트의 중요한 부분들을 감질나게 잘 편집하셨네.
실제로 가서 보면 훨씬 더 좋은 겁니다.
으로 엉덩이를 강조한 것인데, 책으로 배웠을 땐 그런가 보다 했는데 막상 발레에서 보니 우스꽝스럽던.
이라기엔 쇠라의 이 그랑드자트 섬의 일요일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 중 하나이고 말이지?
그래, 여기에 등장하는 오른쪽 여성의 복식이다.
당시엔 저것이 아름다웠을 테지?
그리고 그 시대의 사람들은 지금의 스키니를 보며 틋틋, 할 지도 모르지.
사탕요정의 춤, 꽃의 왈츠와 더불어 많은 사랑을 받는 눈송이들의 춤이다.
이 부분에서 나는 앞좌석이라 하더라도 옆좌석은 별로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은 것인데
발레 공연에서 나는 항상 중앙좌석에 앉았었기 때문에 이런 적은 처음이었던 것이다.
군무를 보기 위해 윗층의 앞줄로 선택한 것이었는데, 군무의 열이 맞지 않았다?
올해 보았던 국립발레단의 백조의 호수로 미루어 보았을 때 칼군무가 이렇게 소홀했을 리 없고
그렇다면 내 좌석이 문제인가, 싶었던 거다.
하지만 내 생각엔 칼군무라 하면 어느 방향에서 보거나 감탄스러워야 했을 듯 한데
모르지, 난 발레리나가 아니니.
군무에 이토록 집착하는 것은, 중학생 때 매스게임을 했던 경험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단 하루의 공연을 위해 수개월 간 1-2학년 모두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공연 준비를 했었기 때문에
칼군무라는 것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이루어지는지를 아주 조금은 아는 것일 지도.
발레리나/발레리노 개개인의 역량도 상당히 즐겁다.
그러나 칼군무의 매력은 나를 압도하는 것이어서.
국립발레단의 실력을 의심하고 싶진 않아서 좌석에다 불평을 한다.
아, 그리고 이 좌석은 가까이서 무용수를 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지만
무대장치 우측 끝부분에 무용수분들이 살짝 가리더라.
다음엔 앉지 않을 거야.
호두까기 인형의 클라이막스는 그랑 빠 드 되(2인무)와 이 꽃의 왈츠인 것 같다.
환상적이고 아름답고... 뭐라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의상과 빛나는 도구들과 발레리나/발레리노들의 우아한 동작으로
환상의 마법을 절정에 달하게 만든다.
발레를 보다 보면
특히 발레를 보다 보면 느끼는 점이 하나 있는데
같은 관객들과의 케미도 중요하다, 는 것이다.
무용 공연은 클래식 음악 연주회와 달라서, 본인이 감동을 받은 부분에서 박수를 치면 된다.
박수를 많이 치면 칠수록 무용수분들은 더욱 힘을 얻는 것이고.
특히 그랑 빠 드 되나 디베르티스망 처럼
개인의 역량을 한껏 과시하는 부분에서는 고난도의 동작이 나올 때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는 것이
무용수분들께 많은 힘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박수와 환호를 먹고 더욱 힘내어 춤을 추시는 것이니.
그런데 이번 관객들은 나와 케미가 맞지 않았다.
특정 무용수의 지인들이었는지, 무슨 기교를 보이기는 커녕 등장만 했는데 박수가 터진다던지(응?)
ㅡ 뭐... 그럴 수 있지. 열심히 하시라는 의미에서 환영의 박수를 보낼 수 있지.
고난도의 기술은 다 넘기고 특정한 어떤 씬이 마련되었더니 박수를 보낸다던지.
ㅡ 아름다운 장면들에 박수를 보내는 것도 무용수분들껜 힘이 되지.
의아했던 건, 어떻게 푸에테(제자리 회전)가 15회를 넘어가고
삐께가 20회전을 넘는데도 박수를 아낄 수가 있는 것이지?
난 등줄기를 타고 소름이 끼치던데. 정줄 놓고 환호를 보내도 모자랄 판에. +_+
특히 이번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은 무용수분들의 '기술'에 중점을 두었다 한 것인데 말이다.
몰라. 나와는 가치체계가 다른 관객들이었어서는.
그분들이 틀렸다는 이야기가 아니지 않은가.
다만 '나와는' 맞지 않았다는 이야기.
이번 유리 그리가로비치의 버전은 발란신의 버전과는 꽤 달랐다.
호두까기 인형과 마리가 사탕요정과 기사 역할의 춤을 춘 것은 마린스키 발레단의 버전과 비슷하다 하겠으나
나중에 둘이 결혼을 하더라???? ㅡ 다분히 디즈니적인 해석이었던.
그리고는 또 끝에는 마리가 꿈에서 깨어나는 설정...
좀 부산스러웠다.
해서, 무대 장치도 복잡할 수 밖에 없었고.
디즈니적인. 지극히 미국적인 해석이었다 할까.
개인적으론 그냥 사탕요정으로 변하고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 버전을 좋아한다
에또... 스페인의 핫초컬릿은 여기에선 전통춤 플라멩고로,
아라비아의 커피는 아라비아의 춤으로,
중국의 차는 중국의... 뭐였지? 난 처음엔 탁구채인 줄 알았는데 부채인 것도 같고. 또 티팟 같은 옷도 입었고.
그 다음 마지팬이나 슈거케인 등등은 이번 버전에선 러시아 민속무용과 프랑스춤이 되었다.
프랑스 춤에선 애견을 사랑하는(그래서 파리엔 애견 분비물을 치우는 사람이 따로 있다 들었는데)
프랑스 사람을 표현했는지 푸들 인형이 나왔고.
내가 기대하고 고대했던 사탕요정의 춤은 독무라기 보단... 그랑 빠 드 되 중의 솔로 부분으로 들어갔는데
그래도 춤은 즐거웠다. 기량도 훌륭했고.
뭐, 등등의 차이가 있었습니다. 1막 보단 2막이(언제나 그러하듯) 더 흥미로웠어서는.
전석 매진이라더니 1막 때는 빈 자리가 많이 보였더랬다.
근데 그날 특히 시내에 차가 지나치게 많았었는데
(해서 나도 택시 타면 20분도 안 걸리는 거리를 1시간 반 전에 나서서 겨우 도착했다)
그래서였는지, 2막 때 되어서는 오히려 좌석이 꽉꽉 차던.
전석 매진이라면 시야제한석 현장구매 가능하겠는 걸요?
다만 이번엔 내년 3월에 있는 차기작 지젤을 예매할 수가 없었다.
안 한다고 하더라. -_ㅜ
칫...*
왜요, 왜 안 하는 건데요. 어차피 예당이잖아.
아, 아니다.
올 한 해 예당에서 관객에게 다가가는 발레를 보여주려 애쓰셨던 강수진 단장님과 국립발레단원 여러분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 결과 발레 애호가 한 명, 아니 두 명 더 획득하셨어요. 하하.
수고 많으셨어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