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니버설 발레단 홈페이지 : www.universalballet.com/
그램 머피의 <지젤>에 대한 정보가 있는 기사 :
http://www.newsis.com/ar_detail/view.html?ar_id=NISX20150614_0013726429&cID=10702&pID=10700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5&no=571131
↑ 자세한 기사들 입니다. 참고하면 좋아요.
<지젤>의 원작 내용이 궁금하다면
http://vanodif.tistory.com/683
을 참고하시기를.
원작 <지젤>의 내용을 간단하게 말하자면
순박한 시골처녀 지젤은 심장이 약한데 춤추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 그녀는 평민으로 분장한 귀족청년 알브레히트와 사랑에 빠진다.
알브레히트의 약혼녀 앞에서 지젤을 짝사랑하던 힐라리온이 알브레히트의 정체를 드러내고
배신감에 절망한 지젤은 숨을 거둔다.
죽은 지젤은 남성에게 배신당해 죽은 처녀유령인 '윌리'의 멤버가 된다.
윌리의 여왕 미르타의 지휘 하에 윌리들은 밤에 혼자 숲을 헤매는 남성들을 죽음의 춤으로 이끌고
힐라리온이 희생된다.
그리고 알브레히트 또한 그들의 타겟이 되었을 때 지젤이 막는다.
밤새 알브레히트를 보호하는 춤을 추다가 결국 새벽이 되고
알브레히트는 살아남은 가운데 윌리들과 지젤은 사라진다.
ㅡ인데, 그램 머피의 지젤은 원작의 기본 스토리라인을 존중하되 완전히 새로운 해석이 되었다.
가기 전에 검색을 하다가 이 장면을 보았는데,
윌리로 변신한 지젤의 분장에서 나는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이렇게 매력적이고 정확한 윌리에 대한 해석이라니!
윌리 분장을 본 것 만으로도 내가 이 작품을 좋아하리란 확신이 들었다.
완성도가 높은 작품은 한 부분만 보아도 전체를 가늠할 수 있는 법이지.
인상적인 장면들이 많았는데...
일단 그램 머피의 <지젤>과 원작 <지젤>의 스토리상 차이점부터 짚고 시작하자.
자세한 차이점은 위의 기사들을 참고하면 더 좋다.
스포일러 많습니다.
작품 아직 안 보신 분들은 조심히 판단하여 읽으시기를.
그램 머피의 <지젤>은 원작의 프리퀄Prequel(전사)에서 시작한다.
윌리의 여왕인 미르테는 애초에 지젤의 아버지인 울탄을 사랑했던 여성이었다.
그런데 공연장 앞 화면 설명에는 울탄이 미르테를 배신했다고 나오는데... 배신 당했으니 악령이 되었겠지?
무튼, 울탄은 지젤의 어머니인 베르테를 사랑하고, 무대에서는 처음 두 사람이 사랑하는 장면부터 나온다.
두 사람 사이에는 갓난아기(지젤)가 있고. 그런 두 사람의 사랑을 미르테와 윌리들이 방해하며 저주하는 가운데
베르테와 지젤을 지키려던 울탄은 죽어 윌리들에게 끌려간다.
갓난아기 지젤을 품에 안은 채 홀로 웅크린 베르테.
시간이 흘러 아기 지젤은 처녀가 된다.
몇 달 전 기사에 실린 '무녀의 딸 지젤'이라는 부분에서 놀랐더랬는데, 베르테는 과연 무녀가 맞다.
마을 사람들을 괴롭히는 윌리들로부터 마을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빛나는 크리스탈을 사용하는 베르테는
무녀이자 이를 테면 제사장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미르테가 처음 괴롭혔을 때는 울탄을 지킬 능력이 없었던 그녀가,
이후 어떤 경로로 그 강력한 크리스탈을 지닐 수 있었는지가 표현되지 않아 개연성이 좀 떨어지는 면이 있다.
무튼, 동굴과 같은 무대세팅에서 마을 사람들과 함께 의식의 춤?을 추는 지젤은, 마을 청년 힐라리온의 끝없는 구애를 받는다.
그리고 베르테는 이 부분에서 지젤과 힐라리온이 연결되기를 바란다는 느낌을 준다.
그렇게 춤을 추는데 윌리들의 공격이 시작되고(하얀 천이 무대 뒤를 휙~ 스치는 부분은
아주 간단한 것으로 섬뜩하게 만들었던 영리한 장치였다! <전설의 고향> 같달까),
베르테는 예의 크리스탈로 윌리들을 쫓아내고 마을 사람들을 지킨다.
춤이 끝나고, 베르테는 지젤에게 그 크리스탈을 준다.
한국의 수묵화와 같은 무대장치가 멋드러진 장면, 한적한 곳에서 홀로 약초를 캐는 지젤을 보고 한 눈에 반한 알브레히트.
원작에서 알브레히트는 귀족청년이다. 그리고 원작의 교훈은 '분수를 지켜 신분에 맞는 결혼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불행해진다' 였던 만큼, 그의 귀족이란 신분이
지젤의 평민이란 신분과 화합할 수 없는 절대 장해물이 되었다.
그런데 그램 머피의 버전에서는 그 신분의 장벽이, '다른 문화의 장벽'으로 설정되었다.
즉 지젤의 세계는 개량한복이라는 의상을 통해 자연에 순응하는 순박한 한국 전통사회를 묘사했다면,
알브레히트의 세계는 스타워즈에 등장할 법한 의상에서 알 수 있듯, 다소 차갑고 딱딱한 현대물질문명의 세계다.
음... 이 부분의 해석이 난 참 불편했는데...
외국인이 파악하는 한국은 항상 그렇게 촌스럽고 순박한 세계로 묘사되곤 하거든.
몇 년 전 미드 <로스트>에서 현재 한국이 몇 십년 전 베트남처럼?(베트남 분들 미안해요. 베트남에 대한 나의 왜곡된 시선이겠지;;)
색바래고 촌스러운 모습으로 표현된 것을 보고 경악한 적이 있는데,
영화 <어벤져스>에서도 그러하다면서? 난 아직 안 봐서 모르겠지만.
서양인이 파악하는 한국은, 서울의 이 현란한 기술과 문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복을 밉고서 소달구지를 미는,
신령님들께 복을 기원한답시고 나무 앞에 정화수를 떠다 놓고 손을 비벼대는,
그런 무지몽매하고 순박한 존재들로 그려지는 것이 난 참 불편하단 말이다.
그런데, 이 그램 머피의 지젤에서, 전막에 '어쩜 저리 촌스러운 옷을 입혔지? 좀 예쁘게 입히지' 싶었던 의상이
바로 한국적인 것을 표현한 것임을 알게 되면서 마음이 좀 언짢더란 거다.
자연과 문명을 대조시키고 싶었더라면, 차라리 푸른 풀을 연상시키는 의상으로
요정의 세계와 현대 문명의 세계를 대조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물론 세계초연의 안무에 최대한 한국적 요소를 많이 넣기 위해 한국적인 의상과 배경,
그리고 음악에까지 노력을 기울인 것은 황홀하고 멋진 일이었지만.
워낙 서양인들의 한국에 대한 지나치게 낭만적?이고 시대착오적이며 왜곡된 인식에 신물이 나 있는 나여서는.
어... 이야기는 또 다시 삼천포로 빠졌... -_-
다시 돌아가서;;
현대물질문명사회에서 온 알브레히트는 자신의 세계의 상징인 뾰족뾰족망토를 숨기고는
지젤과 같은 세계의 차림으로 지젤에게 다가간다.
약초를 캐던 지젤이 처음 알브레히트를 보는 장면은 아...!
낭만도 그런 낭만도. 정말 너무 사랑스럽다.
그러면서 두 사람의 빠 드 되가 시작되는데, 바로 좀 전 힐라리온이 구애했을 때와는
비슷한 동작을 쓰면서도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설레고 수줍은 마음을 어쩌면 그렇게 잘 표현하시는지.
둘 다 사랑스러워서. >_<
작품 전체를 통해 독특한 안무가 많았는데, 이 장면 빠 드 되에서는 고난도의 동작들이 많았다.
이번 지젤은 시종일관 알브레히트에게 안겨 있었더랬는데, 공중에서 하는 동작들이 많아서 아마 많이 힘드셨을 듯.
그리고는 바닥에 앉은 지젤을 빙 돌리며 일으켜 세우는 장면은 마치 아이스 발레를 보는 느낌이 나더라.
아니, 이 분들, 소프트슈즈가 아닌 스케이트를 신으셨어? 싶도록 매끈한 동작이 신기하던.
이후 아이스 발레를 연상시키는 장면이 몇 번 더 나왔다. 와이어나 장치 없이 이런 효과를 내어서 놀라웠고.
아 참, 현실세계를 나타내는 1막에서는 전원이 소프트슈즈를, 그리고 사후세계를 표현한 2막에서는 토슈즈를 신고 춤을 추신다.
사랑에 빠진 지젤은 소중한 크리스탈을 알브레히트에게 넘겨주고.
음. 원작이든 신버젼이든 지젤은 여전히 알브레히트에 관한 한 마음이 헤픈 편이다.
영화와 달리 시간적 제약이 있는 발레이니 어쩔 수 없겠지만.
어떻게 처음 만난 사람에게 아무리 사랑에 빠졌다지만, 마을 전체를 지키는 그 소중한 크리스탈을 낼름 건네줄 수가 있지?
제사장 딸로서의 자격이 부족합니다ㅡ는 사족.
그렇게 두 사람은 잠시 헤어진다.
알브레히트가 없는 가운데 알브레히트의 현대문명의 종족이 지젤의 마을로 내려오고
지젤 마을 사람들과 처음엔 대치를 하다가 춤을 통해 점점 서로에게 섞여들어 함께 즐기며 시간을 보낸다.
지젤은 알브레히트의 멋진 약혼녀인 바틸드를 맘에 들어하게 되고, 바틸드 또한 지젤에게 목걸이를 선물로 준다.
두 문화 간 화합의 춤이 끝난 후 혼자 남은 지젤은 다시 알브레히트를 만나는데,
음... 이 부분 자세히 모르겠는데, 아마도 알브레히트가 크리스탈을 잃어버린 것 같다.
지젤은 실망하면서 알브레히트로부터 도망치고.
ㅡ그런데 이부분의 스토리가 좀 많이 부족한 느낌이었다. 알브레히트가 어쩌다가 크리스탈을 잃어버렸는지,
또 지젤이 절망하는 과정 등을 좀 더 상세히 그렸어야 했다는 느낌.
도망치는 지젤을 쫓으려는 알브레히트를 힐라리온이 막아선다.
'지젤은 내 여자!'라 주장하는 힐라리온과 알브레히트 사이의 한 바탕 거칠고 역동적인 대결이 벌어지고
알브레히트가 승리한 가운데, 몰려든 양쪽 문화의 사람들 앞에서 힐라리온이 몰래 주운 알브레히트의 망토를 이용해
그의 정체를 폭로한다. 바틸드는 약혼자 알브레히트에게 다가가 키스를 하고.
충격을 받은 지젤과 알브레히트, 바틸드와 힐라리온의 4인무가 시작되는데, 몽환적이면서 독특한 동작들로
네 명 각각이 느끼는 혼란과 서로를 향한 욕망을 잘 표현했다.
결국 지젤은 절망에 빠져 죽음에 이르고.
ㅡ여기까지가 1막. 엇... 무슨 1막 이야기가 이렇게 길었지. +_+; 스토리라인만 적는다는 것이 또 수다가 길어졌네.;;
1막이 지나고 인터미션 때 나와 마녀는 흥분했다!
이렇게 흥미진진할 수가! 이렇게 재미날 수가! 이렇게 쉬울 수가!
더군다나 이번 버젼에선 고전적인 발레마임을 다 생략하고 그나마의 몇 개도 새로운 동작으로 마임을 짜고서는
대부분 마임 장면은 춤으로 대체했다고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눈에 이해가 되는 저 표현력이라니!
실로 대단한 안무이고 또 대단한 연기력이다.
2막이 기대되어 어서 인터미션이 끝나기를 고대했던.
2막의 내용은 원작에 충실했다.
미르테가 윌리들과 함께 나와, 윌리가 된 지젤을 받아들이는 의식을 치룬 후,
무덤을 방문한 마을청년들을 끌고 들어가고 그 중에 힐라리온 역시 희생당한다.
(무덤에서 청년들을 끌고 들어가는 윌리들의 모습은 섬뜩하도록 잘 표현되었다.
마치 오딧세우스의 선원들을 유혹하여 끌고 들어가는 세이렌들 같았던.)
그리고는 알브레히트 역시 희생목표로 잡은 미르테는 지젤에게 직접 알브레히트를 처단하기를 명령하는데.
으아...*
미르테가 지젤의 손을 알브레히트의 목에 두르고 조르라고 강요하는 부분.
미르테의 주술에 걸려 알브레히트의 목을 조르려는 자신의 손을 거부하며 밀어내는 지젤의 고뇌.
스스로의 손을 밀어냄과 동시에 미르테에게 알브레히트를 살려주기를 간청하는 지젤의 손짓.
이렇게 매력적인 장면을 집어 넣다니.
2막에 있어 원작과 크게 다른 점은, 지젤의 밤샘춤이 알브레히트를 구한 원작의 내용과는 달리,
이 그램 머피의 버전에서는 어머니 베르테가 크리스탈을 가지고 와서 미르테와 윌리들을 물리친다는 점이다.
여기서 다시, 아까 알브레히트가 어떤 경로로 잃어버렸는지 알 수 없었던 크리스탈을,
베르테 또한 어떤 경로로 습득하였는지가 설명되지 않아 개연성이 떨어졌다.
그리고 굳이 베르테가 그들을 구해야 할 필요가 꼭 있었는가? 는 좀 의아하긴 했다.
전체적으로 지젤의 분량이 대폭 줄고, 베르테와 미르테의 이야기 같단 느낌이 들었는데.
아쉽기도 하지만 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무튼, 베르테의 활약으로 목숨을 구한 알브레히트 앞에서 지젤은 하늘로 승천... 하는 것으로 끝.
윌리가 하늘로 승천...? 역시 납득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었다.
원작에서는 음. 지젤과 미르테 사이에 원한 관계가 없었기 때문에, 결국 미르테가 지젤의 그 숭고한 사랑에
감동할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작품이 끝난 뒤의 상황을 상상해 볼 여지가 있었다.
또한, 미르테가 감동하지 않아서 지젤에게 화가 났다 하더라도, 막을 내린 이후의 지젤은 여전히 윌리일 것이었으며,
미르테가 알브레히트의 일로 인해 그녀를 처벌한다 할 지라도, 그 숭고한 사랑으로 인해 그것을 다 감당해 내리라
ㅡ라는 추측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그램 머피의 버전은, 지젤 스토리 이전 미르테와 베르테의 전사를 매력적으로 상상해낸 것과,
그리하여 지젤로 하여금 알브레히트를 직접 처단하게 하는 것에 집착하는 미르테의 심리에 대해서는
원작보다 훨씬 풍성한 정당성을 부여한 반면,
해결을 지젤 자신의 힘이 아닌 어머니 베르테의 손에 맡겨 버림으로써,
그렇다면 자신의 힘으로 미르테에게 끝까지 맞서내지 못했던, 그만한 능력도 강단도 갖추지 못한 지젤이
이후에 어떻게 미르테를 혼자의 힘으로 맞서내고 감당해낼 수 있을까, 라는 의심을 떨칠 수 없게 만들어 버렸다.
그런데 또 지젤은 어디로, 어째서 뜬금 없이 승천하게 되는 것인가?
ㅡ에 대해서도 물음표가 퐁퐁퐁.
작품을 스토리로 파악하는 것은 나의 고질병임을 안다.
하지만 개연성, 이라는 것은 스토리의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아닌가.
발레라는 장르가 스토리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고전적 형태이다 보니
단순히 동작이 좋았다, 느낌이 황홀했다, 음악이 훌륭했다, 감동적이었다, 로만 받아들이고 끝내기엔 충분치 않다.
바라는 게 너무 많아 미안해요. +_+
요즘 후기가 계속 산만한데. -_-
그냥 줄거리만 간단히 쓰고 감상을 따로 썼어야 하는 건데, 마음이 벅차 나도 모르게 이것저것 섞는 바람에
줄거리도 아니고 후기도 아닌 것으로 지저분하게 되었네.
위의 사진을 잠깐만 보아도 인상적일 텐데, 실제로 보아도 인상적인 군무다.
난 왜 <센과 치히로>가 떠올랐지? 거기의 그 가면 쓴 캐릭터 있잖아.
정말 아무 연관성을 찾을 수 없는 건데, 그야 말로 이유 없이 그 캐릭터가 떠올랐던 거다.
아마도 얼굴만 와글와글 모여 있어 보여서 그렇게 연상한 것이 아닐까 싶은데. =_=
무슨 이야기를 할까... 음악?
음악 감독은 영화음악을 만드는 크리스토퍼 고든이 다 작곡했다고.
후기들을 읽어보면 알 테지만, 음악이 아주 좋다. 작품과 잘 어울려.
이 음악에 역시 한국적 요소가 많이 들어갔다 하는데, 뭐라드라,
중중모리, 자진모리, 휘모리장단이 다 들어갔다든데 내가 한국음악을 잘 모르니.
꽹과리, 장구도 많이 쓰였고, 곳곳에 한국전통음악적인 리듬과 비트가 매력적으로 들어가 있다.
알브레히트 종족과 지젤 종족이 처음 대치하는 부분에서 팀파니를 비롯한 강한 퍼커션이 사용되는가 하면,
지젤이 실망하는 부분 등에서는 최소의 악기들만 사용하여 길게 음을 늘이는 등,
내용에 적절하게 음악을 사용하여 더욱 동작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나는 느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마녀에게는 오히려 동작보다 음악에 더 신경이 쓰였다는, 나와는 상반된 평이 있었고.
개인차인 게지. 각자 집중하는 성향이 다르다 보니.
하지만 마녀도 나도, 전반적으로 음악이 매력적이고 좋았다는 것에는 의견이 같다.
원작의 음악은 두어 소절만 사용했다고 들은 것 같은데,
왜, 꽃잎 딸 때의 그 소절이 사랑스럽게 살짝 스며 나올 때 '이야...!' 하고 감탄했던.
낯선 음악 가운데 익숙한 멜로디를 적절한 부분에 잘 사용했구나! 하며.
또 무슨 이야기를 할까. 무대장치?
앞부분 동굴 같은 무대장치가 내려올 때 감탄했었지.
친근하고? 소박하고 서민적인 의상에 실망하면서도, 얼음동굴처럼 반짝이는 동굴무대장치가 환상적이고 아름다웠다.
하얗게 반짝이는 크리스탈도 예뻐서는, 크리스탈이 가는 곳마다 시선이 좇아가던.
그리고 수묵화 무대는 참신했었지.
설마 그런 무대가 등장하리라곤 상상도 못했거든.
한 눈에, 저 바위산 뒤로 먹빛구름이 가로로 얇게 걸려 있을 것 같던.
그런데 그 수묵화와 같은 바위산에서 알브레히트의 문명족이 내려온다는 것이 아이러니한 재미를 주었다.
잠시 윌리들이 스치기도 했지.
2막에서 윌리들이 등장하는 나무 장치에 대해서는,
위에 실은 어떤 기사에서 '팀버튼 작품에 나올 만한 나무'라 했는데 적확한 표현이다.
나무의 가지 자체가 팔과 다리를 뻗은 발레리나의 모습 같아 보이던.
기괴하면서도 매력적인 무대였다.
윌리의 이 분장을 생각해내신 분께는 기립박수를 보내야 하지 않겠는가.
한국적이면서도 충분히 세계적이다 할 만 한 처녀귀신 분장이라 생각한다.
원작 윌리들의 우아한 분장도 참 좋지만, 전설의 고향에 나올 법한 처녀귀신의 느낌도 있고
또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어느 여성의 다소 극단적인 차림이라 해도 너무 이상하지는 않은 분장이 한 눈에 맘에 들었다.
거기다 눈썹까지 완벽히 하얗게 칠한 모습은 창백한 유령의 모습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해.
아, 난 이 차림이 왜 이렇게 맘에 들지.
으스스함과 환상적인 느낌을 동시에 잘 담아낸 모습.
원작에서도 미르테의 춤은 중요하지만, 이번 버젼에서는 미르테의 존재감이 더욱 부각된 만큼 많은 분량을 차지했는데,
이 미르테 무용수분은 많은 갈채를 받았다.
카리스마 가득한 안무와 동작이 일품이었던.
울탄과 남성들의 등에 올라타 사지를 감아들 때는 무슨 기생충이나 벌레 같이 소름끼치다가
윌리들을 이끌 때는 카리스마 있는 여왕의 모습이었다가
남성들에게, 힐라리온과 특히 알브레히트를 처단하는 것에 집착할 때는 끔찍한 강박증 환자처럼 보였을 만큼 표현을 잘 하셨다.
그리고 우리의 지젤, 강미선 님은...
하아...* 발레리나분들을 볼 때 마다 난 한숨을 쉬곤 하는데
저 사람들은 대체 뼈가 공기로 이루어져 있나, 생각이 들거든.
팔다리를 만져서, 실제로 '살과 뼈로 이루어진 것인지'를 확인해 보고 싶단 충동이 모락모락.
아니, 강미선 님은 도대체가 몸무게가 느껴지지 않더란 말이다.
제자리에서 도약하여 공중에서 다리를 뻗은 채 알브레히트의 팔에 살포시 얹혀지는 건 대체 뭐지?
물론 그만큼 알브레히트 역의 이동탁 님이 든든하고 말짱하게? 받아내셨기 때문에 가능했겠지만.
모든 동작에 있어 너무나 무게가 느껴지지 않아, 보는 내내 '저 발레리나는 사람이 아니야'라 생각했던.
마임이 없어 쉴 새 없이 고난도 동작들을 이어가야 했는데도,
보기에 전혀 힘들어 보이지 않도록 훌륭하게 소화해 내신 것에 박수를.
가볍고 사랑스러운 연기를 참 잘 하셨다.
다만 후반에는 3인무, 4인무, 군무가 너무 많아서 지젤 특유의 처연함과 숭고함을
충분히 표현할 안무가 주어지지 않았어서 아쉬웠어요.
원작의 경우 감상을 할 때는 그랑 빠 드 되나 디베르티스망 등에서의 바리아시옹 등 솔로 동작에서
무용수들의 기량에 감탄하며 환호를 보내는 편이다.
이미 내용이나 안무에 대해서는 기존 지식이 있으니 각 무용수분들의 솜씨 감상에 집중하는 재미가 있지.
그런데 이번 그램 머피의 버전은 일단 내용이 다 바뀌었고, 무대와 동작, 음악 모든 것이 다 새로웠기 때문에
무용수분들 개인의 역량을 감상하기에는 따라가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참신한 매력에 시간가는 줄 모르긴 했다. 여기저기 감탄할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어서.
아주 혼을 빼앗긴 느낌.
그런데... 앞에서 말했듯 이번 지젤에선 독무가 별로 없었고 대신 2인무, 특히 3인무가 많았고 4인무도 비중있게 들었기 때문에
충분한 독무에서 각 무용수분들의 기량을 확인하고 감탄할 기회가 적어서 아쉬웠달까.
뭔가 전체적 변화를 소화해내는 것에도 빠듯했다는 느낌이 들었거든.
좀 더 환호하고 좀 더 박수를 치고 싶었는데, 새로움의 충격 자체에 정신이 없었던 것 같아.
아마 다른 관객들도 비슷한 느낌이었을 것 같다.
해서, 전체적으로 박수나 환호가 거의 터져나오지 않았지만, 그것은 무용수분들의 기량이 덜했기 때문이 전혀 아니라,
(내 경우에는 신선한) 충격에 빠진 관객들이 작품 이해하기에 바빠서 미처 기량에 환호할 만큼의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무용수 분들은 부디 실망하지 않으셨으면. +_+;
에또 그리고 힐라리온과 바틸드의 비중도 늘었는데, 아까 말했던 힐리라온과 알브레히트의 빠 드 되,
또 지젤과 알브레히트, 힐라리온, 바틸드의 빠 드 꺄트르는 현대적 동작들이랄까, 고전발레에선 잘 볼 수 없는
동작들이 많아 재밌었다.
그런데 개인 무용수의 현란한 기술을 뽐내는 독무가 적었던 것은 역시 아쉬웠어요.
아 참, 그리고 2막에서의 칼군무는 짜릿했다. 독특하고 새로운 동작들이 많아서 보기에 즐거웠고.
처음 윌리 입단식?에서 지젤을 중심으로 팔을 모으고 열을 바꾸고 원을 이루던 모습도 아름다웠다.
그런데...
<지젤> 뿐 아니라 모든 발레를 통틀어 내가 가장 좋아하고 기대하는 부분인 2막 윌리들의 군무 한 부분.
그 부분이 없어져서 개인적으로 절망에 가까운 실망을 잠시 했었습니다. orz
내가 <지젤>을 보러 가는 건 그 장면을 보러 가는 것인데.-_ㅜ
↑ 이 장면 말이야.
마지막 장면이다.
와이어에 한 팔을 의지하여 공중으로 빨려 올라가는 부분.
얼마나 힘드셨을까... 싶었던.
그런데 환상적이었고.
작품 시작하기 전에 문훈숙 단장님께서 잠시 작품에 대한 필요한 정보를 주시는데,
작년 <지젤> 시작하기 전에는 문 단장님께서 나와서 발레 마임에 대해 설명해 주셨었다.
그것이 <지젤> 뿐 아니라 고전, 낭만 발레의 감상에 두고두고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몰라.
그런데 이번에 또 나오셔서는, 어느 관객에게라도 생소할 이 그램 머피의 해석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을 해주셨는데
그 덕분에 작품의 감상이 더욱 풍요로워질 수 있었다.
친절한 배려 고맙습니다, 문훈숙 단장님.
발레에 대한 지식이 없는 일반 관객으로서, 단장님의 그런 배려는 귀한 도움이 되거든요.
덕분에 발레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는 거고요.
이번에는 원작 <지젤>과 이번 버전의 차이점에 대해 잠깐 설명해 주셨다.
원작에서는 2막에서 윌리들이 처연하게 팔을 늘어뜨리고 있는데, 그램 머피 버전에서는 날카롭게 각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이는, 남성에게 배신 당해 죽은 처녀귀신들이 복수를 할 때 분노를 느꼈을 것이라는 그램 머피의 해석 때문이라고.
과연 그러하지 않겠나. 복수를 하는데 곱고 아름답게 하지는 않을 테지.
그리고, 고전마임에서는 사랑을 표현할 때 가슴 앞에 손을 교차하는 데 비해,
그램 머피의 버전에서는 얼굴 앞에 손가락을 팔랑거리며 쓸어 내리는 것으로 사랑에 빠진 것을 표현했다고.
그리고는 미르테의 주술로 인해 알브레히트의 목을 조르려는 자신의 손을 뿌리치는 지젤의 모습은
문 단장님의 사전 설명이 없었더라면 그렇게 상세하게 감상하고 즐길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램 머피 Graeme Murphy 는 <백조의 호수>를 찰스 황태자와 고 다이애나 비의 스캔들로 재해석한 것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또한 노년의 클라라가 과거를 회상하는 것으로 <호두까기 인형>을 재구성한 것으로도 유명하고.
그런 그가 <지젤>의, 다소 뻔하다면 뻔하달 수 있는 이야기의 전사를 파고 들어
이렇게 매력적인 해석을 해내고 또 획기적인 안무를 짰다는 것에 환호를 보낸다.
또한, 재창작 작품으로 세계 초연이라는 큰 모험을 감행하신 문훈숙 단장님의 안목과 결단력에 큰 박수를 보낸다.
덕분에 관객은 새롭고 다양한 감상을 즐길 수 있게 되었으니까.
새로운 버전의 안무, 가 주는 매력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지금껏 발레 공연에 마녀를 데리고 간 것이 꽤 여러 번 되지만
이번 만큼 마녀가 열광했던 적은 없었다.
<지젤>의 원작버전을 작년 유니버설 발레단 공연과 올해 국립발레단 공연으로 두 번 함께 보았지만,
그때도 그다지 큰 감흥을 보이진 않았다.
그런데 이번 공연에서 마녀는 흥분했다.
+ 아니까 보이더라! 그동안은 네가 원하니까, 가자고 하니까, 표를 샀으니까 '같이 가줄게'란 기분이었는데
앞의 원작들을 보고 내용을 알고 나니까, 이렇게 새로운 버전이 주는 새로운 해석을 즐기는 일이
얼마나 신나는 것인 줄 이제야 알겠다!
아마 이전에 너를 따라 원작들을 미리 보아 알지 못했더라면 이번 버전을 이렇게까지 즐길 순 없었겠지.
그런데 원래 내용을 다 알고 보니까, 차이점을 비교하는 것이 참 재밌어.
고맙다. 내게 이런 세계를 열어주어서.
마녀의 말이지만 내 심정이라고 별 다르지 않았다.
물론 도중에 몇몇 아쉬운 부분은 있었지만, 이렇게 새로운 버전을 대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짜릿하더란 거다.
더군다나 그램 머피는 훌륭한 해석가이자 안무가인 만큼 더욱 즐거웠고.
또한 그램 머피 안무는 팔다리를 음... 나는 '수학적'으로 사용한다고 생각했고,
마녀는 '곡예단, 혹은 마술사'처럼 사용한다고 생각했다는 말을 했는데,
현대의 마술사들은 일종의 과학적 지식을 토대로 눈속임을 의도하는 사람들이니 결국 수학적, 이란 말이 틀리지 않을 듯하다.
좀 기하학적으로 보이기도 했고. 무튼 3인무, 4인무, 군무 등에서 빛을 발할 만한 매력적인 동작들이 많았다.
에또... 그러고도 나는 할 말이 남았는가.
그렇다. 이 장황한 글을 아직도 끝내지 못하고 수다로 풀어내고픈 말은 바로, 모던 발레, 에 관한 이야기다.
그저께 보았던 현대무용 <적>. 그리고 그 직후에 접한 이, 말하자면 현대발레라 할 수 있는 그램 머피의 <지젤>.
작년에 국립발레단의 <봄의 제전>을 보고는 모던발레와 모던댄스의 경계에 대해 혼란에 빠진 이후
아직까지 그 경계를 찾아낼 수 없었더랬다, 그런데 이번에 이렇게 두 작품을 나란히 보니까 확연하게 차이를 알겠다.
현대무용은 특별한 틀이 없고, 혹은 현저히 적고, 현대발레는 고전발레에 비해 파격적으로 자유롭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레의 형식과 틀이 있다.
이는 안무에 있어서도 그러하고 개인 무용수분들의 동작에 있어서도 그러하다.
음악에 있어서 또한 마찬가지고.
두 작품 다 현대음악 혹은 동작에 한국전통의 요소를 가미한 것이었다.
그러나 현대발레의 경우 우선 기승전결이 있고, 스토리를 표현하기 위한 '구성'에 집중한다.
하여, 현대무용에 비해서는 훨씬 이해가 쉽고 명확하다
ㅡ그 말은, 무용에 관한 지식이 많지 않은 일반 관객의 입장에서 보고 즐길 것이 더 많다는 뜻이다.
작품 자체의 난해성에 빠져 물음표 속에 길을 헤매는 것도 나름 매력적인 경험이지만,
작품의 이해 자체에 들이는 에너지가 적다면, 그 외 작품 구석구석을 감상할 여유가 더 늘어나는 것이지.
그리고... 무엇보다
발레는 '우아하다'.
현대무용의 동작이 시원시원하고 거침 없어 멋있는 것에 비하여
현대발레의 동작 역시 시원시원하더라도, 발레동작 특유의 절제미가 있다.
그리고 아무리 날카롭고 거친 동작을 보인다 해도
기본적으로 발레리나분들의 동작은 너무 우아하고 아름다워요.
그냥 그냥 황홀하단 말입니다. +ㅁ+
ㅡ좋은 의미로 하는 말이다. 보는 내내 눈이 즐거웠으니.
현대무용에는 현대무용 특유의 매력이 있고
발레에는 발레 고유의 매력이 있다.
그동안 막연하고 난해하게만 여겼던 현대발레를 이렇게
일반인도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준 노력과 재능에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이런 새롭고, 새로워서 두려운 시도를 근사하게 소화해내신 유니버설 발레단에도 아낌 없는 환호를.
이런 발레를 적게는 1만원에서 많게는 10만원으로 즐길 수 있다니 믿을 수가 없다.
생각해 보라. 술 한 번 간단히 먹는데도 3만원이 드는데, 1만원이면...
(1만원 좌석도 충분히 괜찮은 곳이 많다.)
술 한 번 안 마시면 이 엄청난 무대와 오케스트라와 의상과 안무와
무엇보다 발레리나 발레리노분들의 저 황홀한 공연을 세 번이나 즐길 수 있단 말이다.
나는 화요일과 수요일, 도저히 시간이 안 되어 더는 즐길 수 없게 되었지만 -_ㅜ
이것은 정말이지 유니버설 발레단과 예당이 대중에게 선사하는 큰 선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