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발레단의 낭만발레의 정수 <지젤 Giselle> 공연이 끝났다.
맘 같아서는 세 번을 보고 싶었으나, 스케줄이 안 되어서 두 번으로 만족해야 했다.
나는 토요일, 일요일 공연을 갔는데, 지젤 역으론 이은원, 박슬기 님.
알브레히트 역으로는 이동훈, 이영철 님이 연기하셨다.
국립발레단 홈페이지에 있던 시놉시스.
자세한 설명으론 좀 많이 부족하지만 자세히 적는다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읽지 않으니까.
발레 <지젤>에 대한 꼼꼼한 포스팅을 찾았는데 일단 주소를 걸겠다.
http://blog.naver.com/kcis_/30178295053
이렇게 주소를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다시 베껴 적는 것은, 내용을 적으면서 내가 익히기 위함이다.
위의 원래 주소에 가시면 훨씬 더 많은 사진들과 풍성한 내용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기억하고 싶은 부분만 발췌하여 조금 내게 익숙한 표현으로 바꾸면서 베껴 적을 것이니
어지간하면 저 주소로 가서 확인하세요.
<지젤 Giselle>
* 음악 : 아돌프 아당(Adolphe Charles Adam)
* 대본 : 테오필 고티에(Theophile Gautier, 문학가/시인/무용비평가)
→ 하인리히 하이네(Heinrich Heine)가 『독일론(De 'Allemagne)』에서 인용한
빌리(Wili)에 관한 시 구절을 읽고 빌리에 관한 장면으로 발레를 만들었다.
* 안무 : 초연 - 장 코랄리(Jean Coralli), 쥘 페로(Jules Perrot)
1880년대 - 마리우스 프티파(Marius Petipa)
이후 - 파트리스 바르(Patrice Bart)
* 내용 :
고티에가 원래 만든 대본에서는 귀족들의 무도회에서 한 미녀가 밤새 광란의 춤을 추는 배경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나중에 좀 더 현실적인 내용으로 각색하는 과정에서 독일 시골의 순수한 처녀인 지젤로 내용이 바뀌었다고.
1막.
포도를 재배하는 시골 마을 라인란트Rhineland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로, 남자 주인공 알브레히트 Albrecht는 귀족 청년으로, 공작의 딸 바틸드 Bathilde라는 약혼녀가 있지만, 시골 처녀 지젤에게 반해 자신을 로이 Loys라는 이름으로 소개하면서 지젤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알브레히트의 열렬한 구애로 순진한 지젤은 그와의 사랑에 빠지면서 그와의 사랑에 대해 꽃점을 쳐보는데, 꽃잎의 갯수가 불행으로 끝나는 것을 보고 실망한다. 지젤이 버린 꽃을 집어 든 알브레히트는 꽃잎 하나를 떼어내고는 지젤에게 그들의 결말이 행복이라 주장하고, 둘은 춤을 춘다. 이렇게 지젤이 알브레히트의 사랑을 받아들이고, 그녀를 짝사랑하던 마을 청년 힐라리온 Hilarion은 화가 나 알브레히트를 공격하려 단도를 꺼내는데, 이에 대한 반사적 반응으로 알브레히트는 허리춤에 있는 검을 꺼내려는 동작을 하지만, 로이라는 시골청년 행세를 하기 위해 그 검은 하인에게 주어 숨겨둔 상태다. 알브레히트는 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귀족다운 당당함으로 힐라리온을 물리치는데, 이 일을 통해 힐라리온은 귀족의 상징인 검을 꺼내려 하던 알브레히트의 행동을 의심하게 된다. 지젤은 춤추는 것을 아주 좋아하지만 심장이 약하기 때문에, 지젤의 엄마는 그녀가 춤추는 것을 말린다.
포도 축제가 열리고 포도의 여왕과 왕으로 뽑힌 처녀와 총각이 화려한 춤을 선보이는 중에, 공작과 그의 딸이자 알브레히트의 약혼녀인 바틸드가 지젤의 집 앞에서 머물며 음료수를 청한다. 지젤과 바틸드는 빠르게 친해지고, 곧 애인에 대한 자랑을 늘어 놓는다. 공작과 바틸드는 지젤의 집에 들어가 휴식을 취한다. 그 사이 힐라리온이 숨겨져 있던 알브레히트의 검을 찾아내고, 그 검의 문양이 지젤의 문 앞에 걸려 있는 공작의 뿔의 문양과 같은 것을 보고 알브레히트의 정체를 확신한다. 힐라리온이 사람들과 자젤 앞에서 알브레히트가 귀족임을 밝히고, 그때 밖으로 나온 공작과 바틸드가 알브레히트와 재회하는 모습을 본 지젤은 충격과 절망에 빠져 광기에 사로잡힌 나머지 알브레히트의 검으로 자결을 시도한다. 그렇게 광란의 춤을 추던 지젤은 죽어 버리고, 지젤의 죽음에 오열하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알브레히트는 하인의 권유를 받아들여 도망친다.
2막.
숲의 공동묘지. 도굴꾼들이 무덤을 파내는 중에 힐라리온이 지젤을 잊지 못해 무덤으로 찾아오고, 번쩍이는 불빛에 놀라 도망친다. 자정이 되자 윌리 Wilis들의 여왕 미르타 Myrtha가 등장해 춤을 춘 뒤, 남자에게 한을 품고 결혼 전에 죽은 처녀유령들인 윌리들을 불러 대형을 바꾸어가며 신비로운 발레 블랑 Ballet Blanc 을 선보인다. 그녀들은 밤에 숲에 들어온 남성을 유혹해 춤을 추다 죽게 만드는데, 힐라리온이 그들에게 걸려 죽게 된다. 그리고는 알브레히트가 걸려들어 그를 죽음의 춤으로 이끌려는 찰나, 막 윌리 무리에 속하게 된 지젤이 나서서 알브레히트를 보호한다. 지젤은 알브레히트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호소하며 그를 살려줄 것을 청하지만 미르타는 계속 거절한다. 지젤은 알브레히트가 지쳐 쓰러질 때마다 다시 일으키는 방법으로 그를 보호하며 춤을 춘다. 결국 새벽 종소리가 들리고 윌리들은 사라진다. 지젤은 백합을 알브레히트에게 남기고 사라진다. 지젤 덕분에 목숨을 구한 알브레히트는 지젤의 순수성을 찬양하면서 발레는 막을 내린다.
↑ 하이네의 『독일론(De 'Allemagne)』에 등장하는 윌리에 관한 구절을 설명한 논문.
결혼식 전에 죽은 처녀유령이어서 웨딩드레스를 입고 머리엔 화관을 쓰고, 손에는 반지를 낀 채 등장한다고.
처음 등장할 때 쓰는 베일도 그래서 쓰는 것 같다.
ㅁ
Giselle by Paris Opera Ballet (2006)
국립발레단이 공연한 버전의 <지젤>. 파리 오페라 발레단.
1시간 8분 7초에 나오는, 손을 머리 위로 둥글리는 군무는 아주 유명한데, 이 군무를 '컵케이크 군무', 혹은 '플라워 군무'라고 부른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그런가...? 아주 인상적인 부분으로, 지젤의 군무, 하면 떠오르는 두 장면 중 하나다.
그리고 1시간 12분 30초부터 시작되어 1시간 13분 3초에 절정에 이르는 군무는 볼 때 마다 소름이 끼쳐.
aaa
무대에 아프간 하운드 두 녀석이 등장해 깜짝 놀랐다. 굉장한 환기가 되던.
이틀 공연 동안 실수 한 번 없던 녀석들은 어떻게 저렇게 훈련이 잘 된 걸까, 싶었다.
독자적인 생각을 하는 종이어서 길들이기에 까다로울 수도 있다면서.
노아의 방주에 탔다는 설이 있을 정도로 역사가 오래되었다던데.
바로 이 부분이 늘 소름끼치게 만드는 장면이다.
지젤 2막의 코르 드 발레는 너무나 유명해서, 이 군무를 추는 동안은 각각이 지젤이다, 라는 생각으로 춤을 추신다고 한다.
실제로 2막 내내 코르 드 발레는 무대를 떠나지 않으며, 지젤이나 미르타가 독무를 출 때도,
지젤과 알브레히트가 파 드 되를 출 때도 배경을 채우며 그 존재감을 뽐낸다.
그만큼 발레 <지젤>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칼군무가 되지 않으면 장면이 지저분해지는데,
특히 저 동작으로 대열을 바꾸는 중에도 열과 팔, 다리의 각도가 다 맞는 것을 보면 등골이 오싹해지는 희열을 느끼게 되지.
저 아름다운 옷을 입고 저 아름다운 24명, 아니, 2인을 더해서 실제로는 26명의 발레리나들이
그토록 정확한 동작을 해낸다는 사실이 경이롭다.
토, 일 공연 두 번 다 저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너무 예뻐!"라는 감탄사와 함께 박수가 터져 버리더라.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발레리나분들.
짜릿한 즐거움을 선사해 주셔서 고마워요.
미르타 역을 하신 분. 팜플렛을 사지 않아서 누구신지 모르겠는데
카리스마가 아주 대단하셨다.
시원시원하면서도 아름다운 동작이 인상적이었던.
이 은원 님은 2막, 알브레히트와의 파 드 되에서 무슨...
하얀 한숨을 형상화한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말도 안 되도록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공중에서 다리가 휘날리는 모습이 깃털도 아니고 아지랑이 같았어.
토요일, 이 분이 맞나?
난 앙트르샤를 예상하지 못했어서 아주 깜놀해 버렸어.
너무나 힘차게 잘 하시던.
난 아직 무용수 별로 감상을 할 만한 수준은 못 되는데,
찾아 보니 박슬기님은 유명하신 것 같았다.
1막에서 사랑스러운 지젤을 잘 연기하셨고, 2막에서는 뛰어난 기교를 보여주셨어.
앙트르샤. 놀랍도록 멋지셨고요.
발레리노 두 분 다 귀족다운 기품을 잘 연기하셨다.
거의 모든 발레가 1막 보다 2막이 훨씬 더 재미있다. 환상적인 공간이 펼쳐지기 때문인데,
이 <지젤>은 특히나 2막을 월등히 좋아한다.
그런데 이번 국립발레단의 <지젤>은 1막도 꽤 재미있더라.
다들 섬세하게 연기를 하시던.
2막의 검고 하얀 무대는 내게는 별로 좋지 않았다.
으스스한 분위기와 죽음의 기운을 느끼게 하는 효과는 큰 것이 맞는데, 그냥 눈이 즐겁지 않았어.
하지만 덕분에 절제미랄까, 그런 것이 더 느껴졌다.
1막의 디베르티스망에서는 기대 외로 화려한 동작들이 많이 터지지 않아서?
마녀는 재미가 없었다고 평을 했다.
알브레히트 역의 앙트르샤는 혀를 내두를 만큼 굉장한 기술이었지만
전체적으로 기교 보다는 내용 전달에 더 신경을 쓰신 것 같달까.
이 버전이 그런 것일 텐데.
중간중간에 시간이 정지된 것처럼 모두가 정지한 동작이 몇 번 나왔는데,
덕분에 내면 연기를 더 집중해서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좋던데.
작년에 보았던 유니버설 발레단의 <지젤>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시작할 때 문훈숙 단장님께서 직접 나와 발레 마임을 설명해주셨던 것이 두고두고 큰 도움이 되고 있고,
김채리 님의 광기 연기는 아직도 눈에 선하다. 너무 실감나서 울고 싶었던.
또한 그 때는 2막의 배경이 푸르스름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개인적으로 그것이 더 맘에 든다.
올해는 그램 머피의 새로운 안무를 세계 초연으로 선보인다고 하는데 기대가 되고.
이 사진. 유니버설의 지젤. 상상이 잘 안 되는데.
파격적인 내용이라고 한다.
지상세계 무녀의 딸로 지젤이 등장한다고...?
너무 파격적이어서 내가 지젤을 좋아하는 이유인 낭만성이 훼손될까 두렵긴 하지만
확실히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