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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let

[발레] 백조의 호수 Swan Lake by 국립발레단 KNB

by Vanodif 2015. 6. 29.












국립발레단 홈페이지 : http://www.kballet.org/


























25일 목요일 공연에 갔다. 일찍이 매진되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는데, 며칠 후 반환표가 들어왔는지 어땠는지 다시 표가 떴다. 3층 맨 앞 중앙좌석 한 표. 낼름 예매를 했지. 자리는 정말 좋았다. 그런데 3층 맨앞은 좀 곤란하던. 난간이 무대를 조금 가린다. 예당 오페라극장 3층에 앉을 거면 B블럭 맨 앞에서 두 번째 줄 11-12번을 선택할 일이다.


유리 그리가로비치 버전은 독특했다. 악마 로트바르트를 카리스마 가득한 천재적인 캐릭터로 만든 것이라든지 등등등... 은 위의 공식 설명에 다 있습니다. 설명을 읽고 나니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던.














몇 년 전 국립발레단의 공연 영상 일부인데, 같은 유리 그리가로비치 버전인 것 같다. 춤과 해석이 같네.

발레 <백조의 호수>에 대한 네이버 설명은 이 포스팅의 맨 끝에 싣겠다.








아, 그리고 유리 그리가로비치 안무의 볼쇼이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발레의 백미는 역시 2막에서의 이 군무. 

지젤의 윌리 군무도 그렇고 백조의 호수의 이 백조들의 군무도 너무나 아름답다.


발레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으로서 하는 무지한 말이지만

발레를 보다 가끔 예쁘지 않은 군무를 볼 때면

'중국 기예단이나 북한 사람들이라면 더 훌륭한 칼군무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실제로 유툽을 검색하면, 군무가 아니더라도 유명한 작품 <백조의 호수>같은 작품은

중국 기예단이 소름끼치도록 정확한 동작과 화려한 기교로 매끈하게 연기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말이다, 그토록 '완벽한' 공연을 보는데도 불구하고, 중국 기예단의 공연은 다시 볼 마음이 들지 않더라.

보고 나도 기술에 감탄할 뿐, 감동은 받지 못했다.

그것은 그 기예단 무용수분들의 표현력이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감상할 만한 수준이 내게 없는 건지도 모른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기술' 면에 있어서는 비록 중국 기예단에 비해 조금 아쉬울 수 있으나

이상하게 발레 무용수분들의 공연을 보면 '대단하다' 기 보단 '아름답다', '황홀하다'는 느낌이 앞선다는 점이다.

보고 보아도 또 보고 싶은 마음이 들고.

어째서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인지 그동안 잘 몰랐더랬는데, 이번에 공연을 보면서 비로소 깨달았다.


그것은 <아기백조들의 춤>으로 유명한 4인무에서 느끼게 된 것인데,





이 춤이다. 물론 이번 국립발레단의 아기백조분들이 훨씬 가볍고 상큼하십니다.

이 백조의 춤을 보는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분명 네 분이 칼군무를 추시는데 이상하게 

한 명 한 명 백조가 다 색깔과 성격이 보이더란 것이다.

이번 백조의 호수 군무는 동작의 시간이나 대열의 정확성은 물론이고 

팔, 다리, 목의 각도에 있어서까지 꽤 똑같았을 정도로 훌륭한 칼군무였는데도 불구하고

음... 어째서 다르게 보였던 걸까.

손끝의 살짝 미세한 모양? 동작에서 스며나오는 힘의 강도에서의 차이? 모르겠다, 무엇 때문이었는지 정확하게는.

무튼, 분명 똑같은 동작들을 하시는데 각각 다른 매력과 성격이 드러나서는, 보는 내내 너무 즐거웠다.

그래서 깨달았다.

그렇구나. 단지 정확하고 매끈매끈한 동작 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구나.

그런 동작을 하면서 동시에 맡은 배역의 성격을 얼마나 잘 연기하는가 하는 것이 바로 발레의 예술성이구나, 하고.




내가 본 목요일 공연에는 독일 슈트트가르트 발레단의 수석발레리노 프리드만 포겔이 지그프리드로 공연하셨다.

이분, 참 독특했는데,뭐랄까. 발레리나 같았달까. 발레리노 치고 동작이 몹시 가볍고 우아하던.

어쩌면 그것은 유리 그리가로비치의 안무 때문인지도 모른다.

유리 그리가로비치의 버전에서는 악마 로트바르트의 존재가 천재성으로 재해석되어 부각되는데,

1막과 2막에서 지그프리드는 내내 로트바르트에게 지배 당한다.

결과적으로 지그프리드보단 로트바르트에게서 극단적인 남성성을 감상하게 되는 구조였고.

이런 이유로? 여성성→ 남성성을 보자면 [오데트 오딜 지그프리드 로트바르트]순이 되는 것이지. 

그 때문인지 프리드만 포겔의 연기는 기존의 발레리노분들에게서 보았던 남성성이라기 보단 여성성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다른 발레리노들과 연기를 할 때 자세히 보았는데, 도약을 했다가 착지할 때 회전이 없을 때는 대부분 발끝으로 하시던.

그런데 이 분, 도약 높이가 낮지 않더라는 거. 꽤 높게 도약하시는데 착지를 발끝으로 사뿐하게 하시던.

발레리노 중에서 단연코 가장 가볍고 우아한 동작을 보이셨다.





로트바르트는 이재우 님께서 열연하셨는데, 시원시원하고 힘차서 많은 박수를 받으셨던.

키도 커서 몸도 좋으시고 동작에서 카리스마가 대단하셨다.

매력적인 악마로 묘사된 로트바르트를 잘 소화하셨던.





그리고 김지영 님. 김주원 님과 비교되곤 하는 분인가 본데 난 아직 무용수 별로 감상을 할 만 한 수준은 못 되어서...

ㅡ지만 이번에 김지영 님의 매력을 알았다. 

그동안 김지영 님의 이름은 여러 번 대했다. 지난 번 보았던 <말괄량이 길들이기>에서돋 주연을 맡으셨었고.

'우와, 이 분, 공연 끝나자마자 몸살로 한 일주일 잃아 누우실 듯' 싶도록 온몸을 다해 말괄량이 카테리나를 연기하셨던.

다만 그 때는 그 작품의 원작 자체를 내가 혐오하기 때문에 그 훌륭한 공연에도 불구하고 후기를 쓰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에 본 김지영 님은, 괜히 '국내 최고의 테크니션'이란 수식어가 붙은 것이 아니구나, 싶었다.

아주 어려운 동작에서조차 흔들림 없는 안정감.

아니, 이 분이 동작을 하실 땐 불안할 틈이 없어. 아주 혀를 내둘렀지 뭔가.

도약이면 도약, 회전이면 회전, 모든 동작이 정확한 포인트에서 정확한 각도로 흔들림 없이 꼿꼿하게 이루어지는데,

아! 이 분의 독특한 아름다움이구나!


이번 <백조의 호수>에서 본 김지영 님은 예술가이자 동시에 뮤즈였달까.

이분의 동작에 맞추어 작품의 해석이 확확 달라지곤 했다.

발레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내가 잘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이번 작품을 보았을 때 느꼈던 개인적인 감상의 핵심이기 때문에 애를 한 번 써 보자.;;


음...


처음에 김지영 님의 오데트가 등장했을 때, 이전에 보았던 다른 <백조의 호수> 공연들에서읭 다른 오데뜨들과는 좀 달랐다.

뭐랄까, 좀 뻣뻣하다?

동작이 뻣뻣한 것이 아니라, 분명 몸매는 더없이 가냘픈데, 연기력이 많이 가냘프지는 않다는 느낌.

몸도 가볍고 동작도 우아한데, 여태껏 보았던, 부서질 듯한 몸짓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보호본능을 불러 일으키는

그런 연기력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지그프리드와 빠 드 되를 추면서 사이사이에 동작을 할 때도 

'왕자님. 저를 구해주세요. 제게는 아무런 힘이 없답니다. 전 왕자님을 의지할 수 밖에 없어요'

라는 연약함을 느낄 수 없었다.

부서질 듯 연약한 오데뜨라기 보단, 기품있고 고상한 오데트랄까.

'나는 비록 이런 악한 마법에 걸렸지만, 운명에 굴복하지 않을 것입니다'라는 듯한 의지가 느껴졌다.


이 김지영 님의 연기는 2막에서 오딜의 연기로 그대로 이어졌는데, 이것이 또한 새로운 묘미였다.

보통 <백조의 호수>는 전막의 오데트와 후막의 오딜의 상반된 1인2역이 그 백미로 꼽히곤 하는데,

그 때문에 대부분의 발레리나분들은 1막의 오데트를 가능한 연약하고 처연하고 무력하게,

그리고 2막의 오딜을 강렬하고 탐욕스럽고 유혹적인 캐릭터로 연기하시는 경향이 있다.

그 두 배역의 연기를 한 명의 무용수가 얼마나 극명하도록 다르게 표현해내느냐가 

무용수의 자질을 가늠하는 수단으로 여겨지기도 했고.

물론, 아주 다르게 표현하실 때도 짜릿한 쾌감을 느꼈다.그런 연기도 보기에 참 즐겁다, 몰입도도 좋고.


그런데 김지영 님의 오딜은, 오데트 만큼이나 달랐다.

음... 이건 또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다른 무용수분들의 오딜은 시종일관 '나는 오데트예요, 지그프리드'라며 오데트인 척, 지그프리드를 유혹하기 위해

가능한 뇌쇄적인 표현력을 과시하는 반면,

김지영 님의 오딜은 처음부터 오데트 만큼이나 당당하던.

마치, "난 오딜이야. 오데트의 대역이 아니라고. 알아 보겠지, 지그프리드?" 라는 듯.

굳이 지그프리드를 쫓아다니며 유혹하려는 의지가 없이

오데트가 아닌 자기 자신을 연기하는 오딜의 모습을 보여주었달까

ㅡ오오, 상당히 매력적이던!


그런데 이것은 어쩌면 유리 그리가로비치의 해석에 따른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전체 흐름과 썩 잘 어울렸거든.

내가 받아들인 유리 그리가로비치의 안무에 대한 해석은 다음과 같다.

물론 아는 것 없는 나만의 해석이니, 그냥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하고 읽고 넘어가면 그만.


1막에서 파티 후 로트바르트가 지그프리드를 찾아가 그를 유혹한다.

지그프리드는 자신의 마음 속에 나쁜 것에 대한 동경이 눈을 뜨는 것을 감지한다.

그러나 지금껏 선한 것을 동경하며 살아온 지그프리드는 호수에서 순수한 오데트를 만나자 기존의 자신의 성향대로 사랑에 빠진다.


2막이 되어 다시 파티가 시작되고 로트바르트가 오딜을 데리고 등장했을 때.

원작에서는 지그프리드가 오데트의 모습을 한 오딜을 보고 오데트로 착각하여 사랑을 맹세한다고 되어 있지만,

앞에서의 로트바르트와의 2인무와 김지영 님의 당당한 오딜을 조합하여 해석한다면,

지그프리드는 첫눈에 오데트가 아닌 오딜, 그 자체를 알아본다.

그래서 처음에는 오딜을 자꾸 의심하는 장면이 두어 번 나오지.

그런데 로트바르트가 '오데트잖아'라며 둘을 이어주고

여전히 당당하게 고개를 치켜 든 오딜.

지그프리드를 유혹하려는 의지 따위 비추지도 않은 채

"내가 오데트가 아닌 걸 알잖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매력에 끌리는 거잖아? 안 그래?"

라는 듯, 오딜로서의 춤을 당당하게 춘다.

마지막에 로트바르트가 오데트인 척 다시 유혹해 봐, 하는 모습이 잠시 보이고,

짜증나는 듯, 잠시 오데트인 척 가련한 춤을 추려다가...? 다시 오딜의 춤을 추는 것으로 내게는 보였는데,

결국 지그프리드는 시종일관 그녀가 자신이 사랑을 맹세하기로 한 오데트가 아닌 오딜임을 앎에도 불구하고

오딜의 악마적 매력에 빠져서 사랑의 맹세를 하게 된다는 것.

그렇게 맹세를 하기가 무섭게 오딜은 "흥! 내 그럴 줄 알았지!" 라는 듯 지그프리드의 손을 경멸에 찬 손짓으로 탁! 하고 치던.

아주, 막 소오름이.

비겁한 것은 지그프리드였고, 당당한 것은 오데트와 오딜이었다.


파티가 끝나고 다시 찾은 호숫가에서 만난 오데트는 지그프리드를 외면하지만

마지막 로트바르트와의 결전에서 로트바르트의 일격으로 죽음에 처할 뻔 한 지그프리드를 

몸을 던져 막아 구원한 것도 결국 오데트였다.




자아...*

여기서 또 한 번 해석의 비약을 즐겨 볼까.

이 부분이 내가 김지영 님이 예술가이자 뮤즈로구나, 느낀 부분인데.


김지영 님의 상당히 다르면서도 비슷하고, 비슷하면서도 상당히 다른 오데트ㅡ오딜의 연기를 보다 보니

어쩌면 애초 오데트와 오딜은 같은 존재였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즉, 오딜은 오데트의 어두운 모습이었단 것이지.

한 사람 안의 선한 모습은 오데트, 악한 모습이 오딜.

그런데 오데트는 오데트의 모습으로 변장한 오딜이 되어

자신을 구원하기 위해 꼭 필요한 지그프리드의 사랑의 맹세의 진정성을 시험하기로 한다.

해서, 처음부터 오데트인 척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지.

'나는 오데트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분명히 오데트가 아니예요. 하지만 매력적이죠.

그대는 오데트로서의 내게 맹세했던 그 사랑의 맹세를 얼마나 지켜낼 수 있나요?'라 묻는 듯

시종일관 오데트인 척 하지 않았던 오딜.

그리고 지그프리드가 맹세한 순간 "결국 그 정도였군요!" 라며 그의 손을 탁!

다시 만난 호수에선 "당신은 비겁했죠"라며 지그프리드를 외면했지만

그래도 그에 대한 자신의 사랑과 그 사랑에 대한 자신의 고결한 성실함으로 인해

결국 로트바르트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의 몸을 던져 지그프리드를 구해내는 오데트.

이런 해석.


ㅡ분명 비약이 많을 겁니다. 다만 나는 그렇게 느꼈다는 이야기.

김지영 님의 단단하고 기품있고 정확한 동작과 연기력 덕분에 이렇게 신나게 작품을 즐겼지 뭔가.

앞으로는 김지영 님 이름 보고 공연 보러 가게 될 지도.

오래오래 멋진 공연 많이 보여주세요.











2년 전 김지영 님의 오데트.










에또... 스페인과 나폴리 공주의 춤이었던가... 무튼 중간중간 있었던 디베르티스망도 참 좋았고, 

무엇보다 광대 발레리노분의 36회전! 으아. +_+;

정말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작품 보았을 땐 장면장면이 멋지고 황홀하여 할 말이 많았더랬는데, 

그동안 바빠서 후기를 미루다 보니 그 많고 세세한 감동들이 죄다 날아가 버렸네.

이런 휘발성 기억이라니. -_-


작년까지 <백조의 호수>를 보았을 때는 발레 마임을 전혀 몰랐었는데, 이번에는 미리 공부를 했다.

그런데 유리 가로비치의 버전에는 백조의 호수 발레 마임이 빠졌던. -_ㅜ

원래 유명한 마임은 다음과 같다.
















아 참, 그리고 아메리카 발레 시어터 ABT에서 얼마 전 75년 만에 세계 최초로 흑인 오데트의 공연이 있었다면서?

미국인 미스티 코프렌드? 라는데. 그리 많이 어두운 피부색은 아니긴 하지만 흑인 오데트라니. 감동적이다.

관련 기사는 http://news.jtbc.joins.com/html/086/NB10948086.html











 백조의 호수 



[백조의 호수]는 [호두까기 인형], [잠자는 숲 속의 미녀]와 더불어 차이콥스키의 3대 발레음악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차이콥스키 당대에는 그 진가를 인정받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여성 무용수의 각선미와 우아한 포즈를 살리는 것에 안무가 치중되어 있어 단순한 춤곡 반주, 그 위에 장대한 나열 형식 등의 발레 작품에 익숙해져 있던 사람들에게 차이콥스키의 음악은 춤추기 위한 음악보다는 절대음악의 성격을 지닌 난해한 작품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처음 상연되었던 1877년, 평가가 얼마나 가혹했던지 차이콥스키는 두 번 다시 발레음악을 작곡하지 않겠다고 마음속으로 맹세할 정도였다 한다. 그것은 시대를 앞서간 자의 고독과 시련이었다. 이 작품으로 차이콥스키는 발레음악의 지위를 격상시켰다. 100년간 안무가들에게 종속되어 있던 발레음악은 이 작품의 출현으로 인해 무용의 반주가 아닌 무용과 대등하게 가까운 지위로 올랐다.

No.아티스트 & 연주 
12막 정경 / 유진 오먼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2왈츠
3아기 백조들의 춤
4헝가리 춤 차르다슈

1분감상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음원제공 : 소니뮤직

'백조 = 발레리나'의 공식을 세운 발레음악의 절대강자

19세기 후반 러시아 발레의 유산인 [백조의 호수]는 차이콥스키의 음악에 마리우스 프티파의 안무로 러시아에서 초연됐다. 원래 이 백조 이야기는 러시아에 널리 알려진 전설을 재구성한 것이다. 그 내용은 이러하다. 여인으로 변해 호수에서 목욕하는 백조의 옷을 한 사냥꾼이 감춰 결혼했으나 몇 년 후 백조는 옷을 찾아 날아갔다는 것인데, 어쩐지 우리나라의 ‘나무꾼과 선녀’ 이야기와 비슷하다.

순백 의상의 발레리나 펼치는 아름답고 신비한 발레

1875년 차이콥스키가 작곡가 림스키 코르사코프에게 보낸 편지에 보면 볼쇼이 극장의 베기체프에게 새로운 발레 작곡을 의뢰받았는데 발레 음악을 해보고 싶었기 때문에 승낙했다고 나와 있다. 이 발레의 주제를 누가 제안했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차이콥스키 자신이 발레의 제재를 내놓았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다. 차이콥스키는 이 작품의 작곡 의뢰를 받기 4년 전에 우크라이나 카멘카에 살고 있는 조카들, 자세히 말해 동생 알렉산드라의 아이들을 위해 백조 목각 장난감을 만들어 미니 공연을 해 주었다 한다. 거기에 쓴 음악은 독일 작가 무제우스의 메르헨(동화)을 바탕으로 작곡한 것이다. 이 소품의 내용은 3막과 비슷한데 자신의 [교향곡 3번]을 완성한 직후였던 차이콥스키는 이 구상을 토대로 살을 붙였다. 즉 이 소품에서 몇 곡을 차용해 2막을 2주 만에 완성하고 1876년 4월20일 49곡 전곡을 탈고했다. 대본은 볼쇼이 극장의 총감독 겔체르와 베기체프가 공동으로 집필해 전4막의 대규모 낭만 발레로 발전시켰다.

형편없는 안무와 무대로 대실패한 초연

[백조의 호수] 초연은 1877년 2월20일 벤젤 라인징거의 안무로 볼쇼이 극장에서 펼쳐졌다. 안나 소베슈찬스카야가 주역을 맡은 이 공연은 성공하지 못했다. 형편없는 안무, 형편없는 무대 배경과 무대 의상, 오케스트라의 보잘 것 없는 연주를 고려하면 당연했다. 게다가 1880년 벨기에 안무가 조셉 한센의 안무로 볼쇼이에서 공연한 버전은 초연보다 더욱 참담한 실패로 기록됐다. 앞서 언급했듯 절대음악적인 분위기, 빈약한 의상과 무대 장치가 한 몫 했다. 오데트를 춤춘 발레리나 소베슈찬스카야 역시 전성기가 지난 발레리나였다.

요즘 공연되는 [백조의 호수] 버전은 따로 있다. 1895년 상트 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에서 초연된 마리우스 프티파와 레프 이바노프가 주연하고 프티파가 안무를 담당한 악보다. 프티파는 차이콥스키가 1893년 사망한 뒤 볼쇼이 극장에서 [백조의 호수]를 발견했다. 그는 총보를 검토한 뒤 음악과 예술성이 뛰어난 작품 임을 발견하고 마린스키 극장 지배인에게 이 발레를 차이콥스키 추도공연의 레퍼토리로 공연할 계획을 세웠다. 일은 진행되어 차이콥스키의 막내 동생인 모데스트가 대본의 일부를 수정하고 작곡가 드리고가 곡의 일부를 변경했으며 차이콥스키 만년의 피아노곡과 18개의 소품집에서 3곡을 선곡해 관현악으로 편곡해 넣었다. 처음에는 1894년 이바노프의 협력으로 추도공연으로 2막만을 공연했는데, 큰 호응을 얻었고 거기에 힘입어 다음해 1895년 1월 27일 무대에 올라갔는데, 레냐니가 주역을 맡은 이 공연은 대성공을 거두게 된다. 이 공연에서 프티파는 1막과 3막, 이바노프는 2막과 4막을 안무했지만 건강이 나빠진 프티파가 백조의 호수에 거의 과거와 같은 실력을 발휘할 수 없었기에 이바노프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는 오데트와 왕자가 마법을 깨고 결혼에 이르는데, 지금까지 대부분의 백조의 호수는 이들이 안무한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물론 남자 백조들이 나오는 매튜 본은 예외로 해 두자.

달빛이 비치는 호수, 백조와 인간의 신비한 사랑

카리스마 가득한 춤을 선보이는 마력의 흑조 오딜의 모습

[백조의 호수] 는 그랑 파드되(2인무)나 파티장면의 디베르티스망(줄거리와 관계없이 무용수의 기교를 자랑하기 위한 춤) 에서 고전발레의 특징이 많이 나타나지만 어슴푸레한 달빛이 비치는 호수, 백조와 인간의 사랑이라는 비현실적 이야기는 낭만발레의 특징을 갖는다. 특히 의상에 있어서 라인징거 초연 시는 긴 의상이었으나 프티파-이바노프 판에서는 짧은 튀튀(발레복)로 바뀌면서 정확한 다리 동작을 강조해 백조의 신비함이 유연하게 나타난다.

백조가 깃털을 가지런히 하기 위해 목을 둥글게 돌리는 움직임, 접혀있는 날개처럼 양쪽으로 팔을 굽히는 동작, 날갯짓하는 가슴, 날개 끝이 파르르 떨리는 섬세한 움직임, 다리의 물방울을 톡톡 털어내는 모습 등 새의 동작을 딴 표현이 압권이다. 또한 우아하고 청초한 백조 오데트와 요염하고 강한 흑조 오딜 역을 한 발레리나가 스타급 발레리나의 연기와 테크닉을 모두 만끽할 수 있다는 매력도 빼놓을 수 없다.

전 4막의 이 작품을 세계적으로 볼쇼이 발레단(볼쇼이의 그리가로비치는 2막으로, 키로프는 3막으로 바꿔 공연하고 있다.)의 안무와 로열 발레단의 안무 두 가지가 가장 많이 알려져 있고 인정받고 있는데, 똑같은 곡에 맞춰 안무를 한 것이라도 내용이나 안무, 스타일도 많이 다르다.

가장 큰 특징을 꼽아보면, 로열 발레단의 것은 왕자와 오데트 공주가 함께 죽는 비극적 결말인데 비해 볼쇼이의 것은 사랑의 힘으로 악마를 물리치고 오데트가 마법에서 풀려나 인간으로 돌아온다는 결말을 취하고 있다. 로열 버전은 전체적으로 색채가 좀 화려한 편이고 주역 무용수 두 사람에게 초점이 맞춰지는 반면, 볼쇼이 버전은 악마 로트바르트에게도 상당한 비중을 두어 볼만한 솔로를 추도록 안무했고 전체적인 색채가 로열에 비해 무채색에 가까운 편이다. (이 경향은 잠자는 숲 속의 미녀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특히 로트바르트에 관한 부분이 확실히 구분되는데, 로열의 경우 거의 움직임이 없이 마임만으로 존재감만을 표현하는데 반해 볼쇼이의 경우 로트바르트가 상당한 비중을 가지고 왕자와 함께 춤추며 치열한 대결구도를 보인다.

1막
성 안의 마을 왕자의 성년식 날. 왕자는 친구(광대인 경우도 많음)와 선생님과 함께 마을 축제에 나간다. 마을 처녀들과 즐겁게 춤을 추는 왕자와 친구. 이때 여왕이 등장해 왕자의 성인식을 치르고 선물로 화살을 준다. 백조가 날아가는 것을 본 지그프리트왕자는 생일선물로 받은 화살을 들고 숲으로 사냥을 간다.

2막
숲 속의 호수가 백조를 쫓아 숲으로 온 왕자는 호숫가에서 인간의 모습으로 변하는 오데트 공주를 발견한다. 마법에 걸린 공주와 시녀들인 백조들은 해가 지자 호숫가에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오고 오데트 공주에게 반한 왕자는 그녀에게 청혼한다. 공주가 악마의 마법에서 풀리려면 한 사람의 변치 않는 사랑을 받아야 한다는 말을 들은 왕자는 사랑의 맹세를 하고 다음날 있을 무도회에서 그녀와 결혼을 발표하기로 약속을 하고 헤어진다.

[백조의 호수] 중 군무 장면 <출처 : Paata Vardanashvili at en.wikipedia>

3막
궁전 무도회장 왕자는 오데트가 오기 기다리면서 손님들을 맞는다. 왕자를 위해 초대된 각국의 공주들 가운데 신붓감을 고를 것을 종용받지만 왕자는 거절하고 여왕은 화를 낸다. 그때 악마 로트바르트가 오데트와 닮은 자기 딸 오딜을 데리고 등장한다. 악마가 데려온 흑조 오딜을 오데트로 착각한(혹은 오딜에게 반한) 왕자는 그녀와의 결혼을 발표하고 로트바르트의 요구에 따라 영원한 사랑을 약속한다. 이때 본색을 드러낸 악마와 오딜은 사라지고 왕자는 슬픔에 잠겨 숲으로 달려간다.

4막
숲 속 왕자의 배신으로 영원히 백조로 살게 된 오데트. 용서를 빌기 위해 달려온 왕자와 오데트는 서로의 운명을 슬퍼하는데, 그들을 갈라놓기 위해 나타난 악마 로트바르트가 나타난다. 여기서부터 열린 결말. 로열 버전은 악마와 싸워 두 사람이 함께 죽든가, 왕자는 죽고 오데트는 백조가 되어서 날아가고, 볼쇼이는 사랑의 힘으로 악마를 물리친다. 두 사람이 호수에 빠져 죽지만 영원한 사랑의 상징으로 부활하는 경우(아메리칸 발레 시어터)도 있다.




제1곡 정경

Moderato b단조 4/4. 제2막 첫머리에서 연주되는 곡으로, 오데트의 신상을 암시하는 듯한 어두운 분위기이다. 하프의 아르페지오와 현의 트레몰로를 타고 오보에가 '백조의 주제'(악보 1)를 분다. 왕자 지크프리트가 사냥하러 가서 호숫가에서 춤추는 백조를 발견한다. 지크프리트와 백조의 만남의 음악이다.

발레 모음곡 백조의호수

제2곡 왈츠

A장조 3/4. 제1막 지크프리트의 성인식 장면 중간에서 연주되는 우아한 왈츠이다. 전주에 이어 바이올린을 주체로 한 현악기군이 왈츠의 으뜸 선율(악보 2)을 연주한다. 이 선율은 몇 개의 매혹적인 악상을 사이에 끼우면서 몇 번 반복되고 화사한 기분을 고조시켜 간다.

발레 모음곡 백조의호수

제3곡 네 마리 백조의 춤

Allegro moderato f샵단조 4/4. 제2막의 중간부에서 네 마리의 백조가 춘다. 파곳이 묘한 반주를 새기는 가운데 클라리넷의 2중주가 리드미컬한 선율(악보 3)을 전개한다.

발레 모음곡 백조의호수

제4곡 정경

Andante non troppo G플랫장조 6/8. 역시 제2막에서 연주되며 무대 순서로 말하면 제3곡 뒤에 연주되는 것이다. 유명한 지크프리트와 오데트 두 사람의 춤으로 왕자가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이다. 하프의 카덴차가 목관의 화음을 누비는 것처럼 하면서 도입되고, 목관이 새기는 리드믹한 화음의 악상을 끼고 독주 바이올린이 중심 선율(악보 4)을 연주해 간다.

발레 모음곡 백조의호수

제5곡 차르다슈(Czardas)

제3막 지크프리트의 비를 정하는 무도회 후반에서 각국의 민족 무용이 잇따라 추어진다. 차르다슈는 그 하나로서 헝가리의 민족 무곡이다. 느린 라수(Lassú)와 빠른 프리스카(friska)의 두 부분으로 이루어졌다. 라수(악보 5 a)는 Allegro moderato A장조 4/4 프리스카(악보 5 b)는 Vivace A장조 2/4의 격렬한 무용이다. 이 춤 뒤에 지크프리트는 로트발트의 간계에 빠지고, 그 딸 오딜을 약혼자로 택하고 만다.

발레 모음곡 백조의호수

제6곡 정경

Andante E장조 3/4 Allegro agitato a단조 4/4 피닐레. 사랑에 패한 오데트는 도망치듯 호수까지 오자 물에 뛰어든다. 그것을 쫓는 지크프리트이다. 오보에가 악보 1의 선율을 쫓기듯이 연주하여 긴박감을 높인다. 이윽고 호수에서 나타난 두 사람의 모습에 맞추어 관현악이 끝막의 악상을 당당히 연주하고 빛나는 대단원을 고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발레 모음곡 「백조의 호수」 (최신명곡해설 & 클래식명곡해설 - 작품편, 2012. 5. 31., 삼호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