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발레단 홈페이지 : http://korean-national-ballet.kr/
재작년이었나, 발레 영상 감상회 쉬는 시간에 '남성 무용수가 다른 남성 무용수를 들어 올리는 것은 처음 본다'라고 했더니, '스파르타쿠스를 보면 더 대단해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해서, 나는 발레 <스파르타쿠스>에선 발레리노가 다른 발레리노를 리프트하는 장면이 많을 것이라 기대했다. 그런데 그건 아니었고 ㅡ 모르지, 내가 놓친 코르 드 발레에선 그런 장면이 있었는지도 ㅡ <스파르타쿠스>는 남성미가 넘치는 남성의 발레였다.
거의 모든 발레에서 발레리노는 발레리나를 서포트해주는 몫을 주로 담당한다. 물론 파 드 되나 솔로 부분에서 화려한 기교로 주목을 받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레리나가 발레의 중심임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 <스파르타쿠스>에서는 그 역할이 전복된다. 발레리노가 중심이고 발레리나가 도와주는 격. 그런데 발레에 있어선 낯설다 할 수 있을 그런 방식이 꽤 매력적임을 알 수 있었다.
국립발레단이 <스파르타쿠스>를 올린다는 소식을 봄에 알게 되었을 때 '이 발레는 꼭 봐야지' 생각했더랬다. 그런데 갑작스레 결정된 일이었는지 작년 12월, <호두까기 인형>을 보러 갔을 때 구입한 2016년 국립발레단 달력에는 <스파르타쿠스>만 표기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였는지 나는 <스파르타쿠스>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러다 다른 공연 검색하다 발견하고는 8월 초에 서둘러 예매창을 띄웠는데 아...! 사흘 공연 중 단 한 석의 빈좌석도 없이 전석매진이 되어 버린 것이었다. 해서 중고나라라도 통하려고 이리저리 검색했는데, 그나마 있다면 '표를 구한다'는 게시물 뿐, '표를 판다'는 게시물은 올라오기가 무섭게 나가버렸다. 티켓팅 전쟁이 일어난 것이다!
원래는 표가 없기도 했고, 내가 발레를 볼 수 있는 스케줄이 아니어서 포기했었다. 그런데 급하게 스케줄이 변경되었고, 다시 발을 동동 굴러 봤으나 표는 여전히 매진이었다. '계속해서 지켜 보면 간혹 반환표가 들어오기도 한다'라는 발레 영상 감상회 매니저님의 꿀팁을 따라, 한 네 시간 지켜 봤나?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자동 로그아웃되는 데다, 그나마의 표도 들어오자마자 나가 버리기 때문에 2분 간격으로 다시고침을 하며 눈이 빠지도록 화면을 지켜보았다. 그러다, 딸칵, 딱 한 표가 반환되었고, 들어오자마자 내가 구입해 버렸다. 그렇게 구한 좌석이 1층 B열 21번석. 아, 1층... -_ㅜ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2, 3층 좌석은 아예 없었으니까. 이것도 네 시간 만에 겨우 구한 거니까 그것으로도 다행이었다. 이 1층 좌석에 대해선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겠다.
다른 것 쓰기 전에 감탄&자랑 먼저 들어가자.
커튼콜 때 사람들은 멋진 공연에 대한 아낌 없는 박수를 보냈는데, 그렇게 박수가 진행되는 동안 사진의 맨 왼쪽 검은 드레스를 입으신 김지영 수석 발레리나께서 수줍은 듯 기쁨을 감추지 못하시며 달려가 중앙의 파란 정장 신사분을 모시고 왔다. 생각지도 못한 등장. 잠시 나는 눈을 의심하고. 이내 사람들의 경악에 찬 함성과 함께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고, 내 입에선 "세상에, 유리 그리가로비치!! 세상에, 유리 그리가로비치라니! 내 눈으로 그리가로비치를 보다니...!" 라는 스스로도 믿을 수 없어 계속 되뇌는 감탄이 탄식처럼 흘러 나왔다. 발레계의 살아있는 전설, 유리 그리가로비치. 90세의 몸으로 한국땅까지 와서 직접 안무를 확인해주셨다 듣긴 했는데, 이렇게 무대에 등장해 주시다니. 어쩐지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그를 본 사람들의 박수는 끊이질 않았고, 안 그래도 발레 커튼콜 박수가 길긴 한데, 어제는 특별히 길고 더 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그를 보고 싶던 마음.
나이를 믿을 수 없도록 정정하신 유리 그리가로비치. 사람들이 당신을 보고 환희에 찬 것을 느끼셨는지, 피곤하셨을 텐데도 오랫동안 무대에 서 계시며 박수와 환호를 받아 주셨다. 정말 너무 놀랐어. 그야말로 충격적이라 여겼을 정도로 반가웠다. 설마 무대에까지 등장해 주실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머나 먼 한국땅까지 와서 우리를 만나 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래 오래 건강하세요. ♥
1층 좌석이어서 가장 행복했던 점은 바로 유리 그리가로비치를 코 앞에서 보았다는 점이다. 어지간해선 발레에 1층석을 사지 않는 나로선 큰 행운이었다.
시놉시스를 비롯한 공연의 다른 부분들에 대해선 위의 자료가 무엇보다 훌륭하다. 그러니 참조하시라.
1층, 중앙에 아주 가까운 앞에서 세 번째 좌석.
저 좌석에선 국립발레단의 로고가 저 크기로 보인다. 그나저나 저 로고 넘 이쁘지 않아요?
좌석을 안내 받고는 한숨이 나왔다. 무대와 가까워도 너무 가깝다. 오케스트라 소리에 귀가 아프면 어떻게 하나. 오케스트라가 너무 가까워서 감상에 방해되진 않을까? 학부 때 <백조의 호수>를 1층 맨 앞 맨 중앙 좌석에서 보았다가 무용수분들의 거친 호흡소리와 시끄러운 토슈즈 소리, 땀방울, 찢어질 듯한 근육 등에 충격을 받은 이후 처음 찾은 1층 중앙 앞좌석. 뭐, 이 <스파르타쿠스>는 남성미를 과시하는 작품인 만큼 '인간다움'과 '육체미'가 부각되는 것이니, 그런 점에는 나쁘진 않겠다 싶었다. 천상의 그 무엇이나 영혼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육체와 고뇌를 표현하는 작품이란 말이지. 그러니 발레리나/리노분들의 육체성을 즐기는 것도 멋진 감상의 한 포인트가 되겠다 싶었다. 그런데 나의 크나 큰 걱정은 다름 아닌 코르 드 발레였다. 그리고 지나치게 무대와 가깝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시야의 제한이 또한 큰 걱정이었고. 그리고 내 염려는 그대로 실현되었다.
1층 중앙 앞좌석은 군무를 버리는 좌석입니다. 가장 비싼 좌석이 발레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아끼는 부분 중 하나인 군무를 제물로 삼는 자리라니 참 아이러니컬하면서도 내게는 고마운 일이지. 그래서 1층 좌석은 사지 않는데, 이번엔 단 한 좌석만 겨우 살 수 있었으므로 어쩔 수 없었다. 군무? 하나도 기억나지 않아요. 이 좌석에서 볼 수 있는 건 한 번에 한 사람 내지는 붙어 있는 두세 사람 정도 뿐. 무대와 너무 가깝기 때문에 한 번에 확보할 수 있는 시야가 너무 짧아서, 그나마 집중해서 보는 무용수분이 이리저리 이동하시면 사람들의 고개도 그분들의 동선을 따라서 이리저리 옮겨다니게 되는 코미디가 벌어진다. 강아지들도 아니고 말이죠. 그러니 무대 전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동작들을 하시면 대체 누구를 봐야 하는가? 자연히 주/조연분들 밖에 볼 수 없는 거다. 다른 모든 매력적인 무용수분들에 대해선 거의 존재감을 못 느끼는 겁니다. 물론 그만큼 주/조연분들을 확실하게 인식할 수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분들의 동선을 따라 이리저리 시선을 의식적으로 옮겨야 하는 일이 상당히 피곤하더란 말이야. 2층만 되어도 무대가 한 눈에 잡히기 때문에 이럴 일이 없는데. 아... 이제 일요일 한 번 남은 표는 아예 구할 수가 없게 되었는데. 이 귀한 <스파르타쿠스>공연의 힘찬 남성군무를 놓치다니!
어디 군무 뿐이랴. 1층 중앙 앞좌석에선 주/조연 분들이라 해서 예외는 없다. 앞에 나와서 춤을 추실 떈 참 좋은데, 코르 드 발레의 뒤로 가버리시면? ....... 그분들도 마술처럼 사라지시는 겁니다.
하지만 어떻게 하겠나. 1층 좌석에 앉은 이상 더 이상 어찌 하려야 할 수 없는 일이지 않은가. 그런 상황에서 취할 행동은 그 위치에서 즐길 수 있는 것을 최대한 즐기는 것이다. 해서 실컷 누린 최대의 장점이 바로 무용수분들의 훌륭하디 훌륭한 몸매였다. 으흐흐흐...
하필 남성미와 육체미가 강조된 작품이었어서 그 자리가 더욱 좋았다. 그리고 하필 주연이 이재우 님이어서 내 눈은 구름 위를 떠다니게 되는 거였다. 190이 훌쩍 넘는... 195cm의 키에 믿기 힘들 정도로 길쭉길쭉한 팔다리. 그리고 내 손으로도 가려질 것 처럼 가뜩이나 작은 얼굴에는 구렛나루 분장을 하셨어서 얼굴이 아예 사라지고 있던 분. 세상 혼자 사는 비현실적인 비율의 발레리노분이 눈 바로 앞에서 온갖 동작들을 하시는 거다. 보면서 계속 든 생각은, '세상에서 가장 몸이 아름다운 남성은 발레리노일 것이다'란 것이었다. 이재우 님이 등장하지 않으실 때 다른 발레리노분들을 보면, 그분들도 아주 멋진 몸을 지니고 계심을 알 수 있다. 일반인들 사이에 서 있으면 빛이 나실 걸? 그런데 이재우 님이 등장하시면 그 멋진 다른 발레리노분들이 오징... 아, 아닙니다. 발레리노분들 역시 죽었다 깨어나도 오징어는 될 수 없는 존재들입니다.;; 음... 으, 은행나무?!? 가 되어 버리는 것이었다. 비주얼깡패 이재우 님의 몸은 정말 너무 아름다웠다. 어지간한 배우들은 이재우 님 옆에 서면 오징어가 되실 것 같은데. 사진이 못 나와서 그런데, 실물로 보는 얼굴이 훨씬 잘 생기셨고.
발레리노분들 뿐 아니었다. 발레리나분들도 앞좌석에서 보니 몸을 자세히 볼 수 있었는데, 아무리 깡마른... 많이 마르신 발레리나라 하더라도 온몸 구석구석에 잔근육이 깨알같이 박혀 있었다. 특히 조연 예기나 역을 맡으신 그 여리여리한 박슬기 님이 팔을 뻗으면 가는 팔에 근육이 쫘악 갈라지고, 뒤돌아서면 날씬한 어깨와 등에 근육들이 예쁘고 멋지게 오글오글 붙어 있는 모습을 보며, 남성과 여성 모두의 육체미를 즐길 수 있어 좋았다. 딱히 헬스 같은 거 하실 필요 없이 매일 하시는 동작 만으로도 그런 예쁜 잔근육들이 온몸 구석구석 붙을 정도로 피땀 흘려 연습하시는 무용수분들을 응원합니다. 발레리나 발레리노분들, 몸이 너무 아름다워요.
좌석의 장점을 하나 더 말하자면, 1층 관객들은 박수매너가 좋더군. 무용수분들 힘 받으시도록 여기저기서 박수를 많이 쳐주시고 '브라보'도 자주 외쳐 주셨어서 신났다. 나는 '브라보!'는 속으로만 엄청 외치고 실제로는 거의 외치지 않는 편인데 그것이... 목소리가 큰 편이 아니어서는. 어차피 질러 봐야 듣지도 못하실 거고. -_ㅜ 보통 여성분들의 목소리보단 남성분들의 목소리가 훨씬 크고 넓게 울리고 퍼지니, 남성분들이 '브라보!' 라고 힘차게 외쳐 주시면 난 참 좋더라. 그러면 난 손바닥이 찢어져라 박수를 칩니다.
1층 앞좌석이어서 또 하나 좋았던 점은 ㅡ 은 정말 좋은 점인 것인데 ㅡ 발레 동작을 좀 더 정확하게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특별히 이날 금요일 공연에선 더욱 큰 혜택이었던 것이, 여주인공 프리기아 역을 맡으신 분이 다름 아닌 국내 최고의 테크니션 '김지영 발레리나'셨기 때문이다. 군무와 함께 하실 때 보면 어린 발레리나분들 중 키와 팔다리가 더욱 길쭉한 분들은 좀 계셨다. 그러나 발 하나 들어올리는 동작에도 김지영 님은 다르시더라. 부드럽고 자연스럽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확'해.
김지영 님의 춤을 볼 때마다 느끼는 점은, 이분은 '모범생 같은 춤을 추신다'는 거다. 그것이 답답하다거나 그런 느낌이 아니라, 뭐라 할까. 믿을 수 있다는 신뢰감에 가깝다. 김지영 님의 춤은 과하지 않다. 그렇다고 막혀있지도 않다. 충분한 감정은 전달하지만, 음... 사람으로 표현하자면 지적이고 품위있는 왕족 아가씨 같달까.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하고 싶은지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그녀의 동작에는 애매함이 없다. 그렇다고 오만함이나 과시욕도 없다. 넘치지 않으면서 절제력 있고 속깊은 자신감이 충만하게 표현되어, 보는 사람이 필요 이상의 감정에 휩쓸려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 그녀가 담담하고 기품있게 보여주는 바를 보고 즐기면 되는 것이다. 해서, msg 들어가지 않은 좋은 재료로 담백하게 만든 음식을 먹은 것처럼, 김지영 님의 발레를 보면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절도 있는 표현과 뛰어난 기술로 인해 마음이 편안하다. 참 좋은 무용수라 생각해. 이번에도 아름답고 정숙한 프리기아를 누구보다 꼭 맞도록 표현해 주셔서 즐거웠다.
그러면서도 위의 저 동작을 하시면서 공중에서 아래의 다리를 위로 끌어 올리셨을 땐 등줄기에 소름이 오도돗. "이건 무슨 기예예요??" 고난도의 동작을 깔끔하게 해내시는 김지영 님.
김지영 님 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고난도의 리프트가 많았다. 꽤 많았다. 그런데 이재우 님은 한 손으로 김지영 님을 번쩍번쩍 들어올리고, 아... 전체적으로 곡예에 가깝지 않나 여길 정도로 고난도의 동작이 많았어서, 무용수분들이 얼마나 많이 고생하며 준비하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국립발레단 무용수분들. 덕분에 보는 입장에선 황홀했어요.
크랏수스를 연기하신 변성완 님은... 음. 참 잘 하셨는데, 전체적으로 강-강-강했달까. 시종일관 힘이 많이 들어 있으신 것 같아 보였다. 뭐, 질투심 많고 비열한 크랏수스의 성격이 그러하긴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1막 첫부분에서 승전한 로마 장군으로 등장하셨을 때는 자신감 가득한 여유로움을 좀 보여주셨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감 넘치는 승전국이자 대로마제국 장군인 크랏수스의 여유로운 모습에서, 노예 스파르타쿠스의 더욱 뛰어난 자질에 대한 질투에 휩싸이다, 스파르타쿠스에게 잡혔다가 의도적으로 풀려난 것에 대한 모멸감에 괴로워한 끝에 결국 스파르타쿠스의 뒤를 치는 비열한 캐릭터로 변화하는 과정을 좀 더 보여주었으면 더욱 매력적이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뭐, 이건 애초 안무 자체에서 충분히 표현되지 않았던 것이긴 하다.
그리고 매력적인 예기나 역의 박슬기 님... '요부'라는 단어를 인간으로 쓰면 '박슬기 님의 예기나'가 되겠다 싶도록 요염한 매력을 한껏 발산해 주셨다. 어떤 순간도 표정 하나, 손짓 하나 그냥 하시는 법이 없으시던 모습을 보며 감탄을 했는데, 상큼 발랄하면서도 뇌쇄적이고, 거침이 없고, 결단력 있고, 심지어 똑똑하기까지 한 멋진 캐릭터를 훌륭하게 소화하셨다. 기실, 작품 전체를 통해 가장 매혹적인 캐릭터가 바로 이 예기나였던 것 같아. 2막에서 프리기아에게 한 눈을 파는 크랏수스를 저지하며 '내 남자는 내가 지킨다'를 보여주는 당당한 자신감에서부터, 모멸감에 어쩔 줄을 모르는 크랏수스에게 '내가 도울 테니 다시 스파르타군을 치라!'하며 독려하는 카리스마, 그리고 대로마제국 귀족의 여성으로서 환멸스러웠을 노예 스파르타군들 속에 홀로 들어가 그들과 몸을 섞는 용기와 결단력, 그리고 강단. 이내 크랏수스가 로마군을 끌고 들어오자 단박에 확 돌아서는 그 단호함 등 모든 면에 있어 굉장히 매력적인 여성인 예기나는 그 다양한 매력을 몸으로 표현하기 참 어려웠을 것 같은데, 박슬기 님은 예기나의 성격을 각각의 매력 그대로 표현해 주셨다. 와... 대단하시던.
그리고 나의 슬픈 코르 드 발레. 미안해요. 난 저 네 분 외의 분들은 거의 볼 수 없었어요. '이 좌석은 군무를 버렸어!' 하며 속으로 피눈물 흘리면서 보았는데 아...! 다른 날 좌석을 구할 수라도 있었다면 다시 가서 군무를 봤을 건데, 그럴 수가 없어서... 올 <스파르타쿠스>의 군무는 날아갔습니다. 다음 기회에 2층에서 꼭 즐겁게 감상할게요. 아, 슬프다.
이 작품에서는 배경 무대장치가 자주 바뀌었는데, 바뀌는 동안 남녀 주연과 조연분들이 한 분씩 독무를 추셨다. 네 분이서 번갈아가면서 추셨는데, 그분들 춤이 너무 좋아서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음... 쓰고 보니 이재우 님은 몸에 대한 설명 밖에 안 했네? +_+; 아니 그게 그게 아니고...;;; 1층이어서 그랬단 말이다. ㅜㅠ 이 작품엔 주연 스파르타쿠스의 미친 도약이 유명한데, 아니 1층 앞좌석이다 보니 도약의 높이가 가늠이 되어야 말이지. 그 높이가 그 높이 같아 보인다고! 모르긴 몰라도 엄청난 높이의 점프를 하시는 것 같던데. 3막 후반부에서의 도약에선 한 140-150cm 정도 높이로 뛰시는 것 같아 보였다. 엄청나지 않은가? 아담한 여성을 그냥 훌쩍 뛰어 넘으시는 거야! 1층이어서 가장 속상했던 점은 코르 드 발레를 못 본 것과 바로 이 이재우 님의 점프를 충분히 즐길 수 없었다는 점이었다. 다음 공연 땐 꼭 2층 좌석을 미리 구매해야지.
뭐... 1층 좌석의 단점을 크게 부각시켜 썼기는 했는데, 그래도 오랜만에 1층에서 발레를 감상하니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매력들이 새로이 보여서 좋았긴 했다. 앞서 말했듯 무용수분들의 몸매와 특히 동작을 더 정확하게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은 굉장한 장점인 것이고, 또 무용수분들의 표정연기를 더 자세히 볼 수 있었단 점도 좋은 점이었다. 오케스트라가 있었다면 귀가 좀 힘들었겠지만 (2층에서 감상했다면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즐겁기만 했을 것이다), 때마침 오케스트라가 없었기 떄문에 귀는 불편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동작의 자세한 감상이라는 장점이 생각보다 많이 즐거운 점이었어서, 다음에 다른 작품을 볼 때도 1층을 한 번은 구매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 작품을 한 번만 본다면야 2-3층 혹은 심지어 그 이상 층의 좌석을 사겠지만, 두 번 혹은 세 번 정도 볼 수 있다면 1층도 좋을 것 같다.
2012년이었던가... 이재우 님께서 <스파르타쿠스> 공연에서 크랏수스를 멋지게 소화하셨다고 후기 쓰신 것을 어떤 블로그에서 보았는데 (당시 프리기아는 김지영 님), 이번에 이렇게 이재우 님께서 스파르타쿠스, 그리고 김지영 님께서 프리기아를 맡으신 걸 보니, 무용수분들도 그러하고 그 두 공연을 모두 본 관객이라면 감회가 새롭겠구나ㅡ싶었다. 나도 2012년 공연을 보았더라면 좋았을 걸. <스파르타쿠스>는 좀 더 자주 공연해 주셨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론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빼고, 이 <스파르타쿠스>를 넣어 주시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너무나 훌륭한 국립발레단의 <스파르타쿠스> 잘 보았습니다. 관계자분들 수고 많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