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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미술 전시] 미셸 앙리전 @ 예술의 전당 Michel-Henry

by Vanodif 2015. 10. 5.









<키아전> 후기를 쓰다 말고 부랴부랴 미셸 앙리전을 올리는 이유는, 이 전시회는 아직 기간이 남았기 때문이다. 수요일까지입니다. 관람료는 5천원. 가벼운 마음으로 가서 예쁘고 예쁜 꽃그림 보면서 기분전환 할 수 있는 전시다. 한불수교 130년이던가... 무튼 그 기념으로 얼마 전 파리 에펠탑에 태극기가 걸렸다던데, 한국에선 시립미술관에서 프랑스 현대작가 전시회가 진행 중이다. 그것은 무료라 합니다. 아... 왜 이리 볼 것이 많은 거야. ;; 이 미셸앙리전은 그 전시의 일환인 듯 하다. 예당에서 하고 있습니다.


원래 가고는 싶었는데 그냥 꽃정물화라 해서 안 가겠다 했다가, <보테로전>에 줄이 너어어무 길어서 포기하고 나가던 길에 들어간 전시인데, 기대를 전혀 하지 않아선지, 생각 외로 아주 좋았다. 공간도 쾌적하고, 플래쉬를 터뜨리지 않는다면 사진도 허용되고. 유쾌한 음악도 흐르고, 앉을 수 있는 벤치나 의자도 설치되어 있어서, 참 기분 좋게 감상을 했다. 감동했던. 하지만 도록은 구입하지 않았는데, 도록 값이 착하지 않았기 때문. 아름다운 꽃그림 덕분에 눈이 정화정화됩니다.


발로 찍은 사진의 초라함에 대한 미안한 마음은 없다. 흥. =_= 

어쩜 저렇게 삐뚤빼뚤하게 찍을 수 있었지?;;









이렇게 밝고 여유롭고 쾌적한. 뭔가 마음이 시원해졌다.








Michel-Henry

Le Temps des Cerises

체리의 계절

Oil on canvas

130x162cm




미셸 앙리전을 보면서 살 수 있는 돈이 있다면 꼭 구입하고 싶었던 작품 두 개가 있는데, 이 작품이 첫 번째다. 사이즈를 보면 알겠지만 아주 큰 작품인데, 내 공간의 빈 벽에 이 작품을 걸어 놓는다면, 어쩌면 난 외출하기 싫어질 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지. 이 그림을 거는 순간 벽에는 창이 생기고, 그 창 밖으로 저렇게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는 것일 테니. 체리나무가 저렇게 큰 줄은 몰랐지만... 따로 설명이 필요 없는 작품이 아닌가. 샹송이나 보싸노바 같은 음악 틀어 놓고 차 한 잔 하면서 바라보고 싶은 작품이다. 책상에 앉아 공부하다가도 이 작품을 본다면 기분이 좋아질 테지.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에 하늘은 수줍은 듯 볼을 붉게 물들이고. 사락사락, 체리나무가 흔들리는 소리. 흔들리는 나뭇가지에서 반짝반짝 붉은 빛을 내는 체리 열매. 창 밖을 흐르는 맑은 강의 물비린내.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 아! 이 모든 것이 이작품 하나로 다 느껴지는 것이니 말이다. 너무 아름다워서 눈 속에 집어 넣고만 싶었다.


참, 그렇더라. 작품 자체의 훌륭함을 즐기는 것과는 별개로, 집에 걸고 싶은 작품은 따로 있던. 내 공간이 크고 작품을 걸 수 있는 벽이 많다면 눈에 예쁘지 않더라도 뇌가 즐거워지는 위대한 작품들을 걸어 놓고 싶을 테지만, 내가 비워둔 벽은 딱 하나이기에, 항상 그 벽에 걸 수 있는 단 한 점의 작품, 에 대해 상상을 해보는 습관이 생겼다. 그리고 이 작품이라면 걸고 싶을 것 같단 말이지. 이 작품 덕에 내 공간이 훨씬 아름다워질 것만 같아서.









아랫쪽 수면이 햇살에 얼금얼금 빛나고 있네. 캬아-*










Michel-Henry

Frugalite

검소함

Serigraphy

83x63cm





유화작품이 대다수였는데 그 중에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작업한 이 작품을 보니 갑자기 깔끔한 느낌이 들었다. 꽃병이 정말 투명하게 표현되었지?









Michel-Henry

Cerises aux Coquelicots

체리와 개양귀비꽃

Oil on canvas

90x90cm




미셸 앙리의 작품은 이상하게 멀리 떨어져서 보면 꽃이 입체적으로 보이는 효과가 난다. 가까이서 보면 그냥 붓터치일 뿐인데, 멀리서 보면 이상하게 동그란 꽃의 형상이 튀어나와 있는 것 같아 보이는 것이지. 마녀는 '매직아이 같다'고 했을 정도로. 난 매직아이를 못 찾아내는 막눈인데. +_+ 내 경우는 대각선으로 뒤쪽에서 볼 때 상당히 입체적으로 보이던.












바짝 가까이 다가가 찍은 사진이다. 입체의 비밀을 알겠는가? 물론 이런 것으로 꽃 전체의 봉긋한 입체감까지는 이해할 수 없지만, 적어도 꽃잎의 입체감은 이해할 수 있다. 미셸 앙리의 작품을 보면, 다른 것은 심지어 과일까지도 그냥 색칠을 했는데, 유독 꽃잎만 임파스토 기법을 사용하여 마띠에르를 풍성하게 표현한 것을 알 수 있다. 나이프를 사용했을지 붓을 사용했을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의 터치로 꽃잎 한 잎을 표현했으며, 붓 가장자리에 남는 물감으로 꽃잎의 가장자리와 꽃잎들 사이의 경계를 표현하였다. 바로 윗사진을 보면 물감 자국으로 심지어 꽃잎이 뒤집힌, 즉 뒤에 있는 꽃잎이 앞의 꽃잎을 넘어선 모양까지 표현하고 있는데, 꽃에 대한 지극한 관심과 애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실제로 미셸 앙리는 전국원예협회 회원이시라고? 상당히 여성취향이신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향기로운 것을 탐하는 마음은 고상한 것이지. 












Michel-Henry

Pommiers et Coquelicots

사과나무와 개양귀비꽃

Oil on canvas

130x162cm





역시나 몹시 아름다운 작품이다. 이 작품에선 오른쪽의 다소 희미하게 뭉그러진 부분이 눈에 띄었는데, 조금 남아 있는 창문을 표현한 것이 아닌가 한다. 사과꽃이 핀 저녁하늘과 개양귀비꽃. 좋구나.













Michel-Henry

Transparence

투명성

Oil on canvas

100x100cm




이 작품은 마녀가 많이 좋아한 것인데, 하늘하늘한 커튼과 그 뒤의 보일 듯 가려진 풍경에 심장이 좀 간지러워진달까. 앞의 움직이지 않는 화병 속 붉은 꽃과 과일 뒤로 커튼의 천이 사락, 움직이고, 그 뒤 창 너머로 보이는 나뭇가지와 꽃이흔들리는 것이, 평화로운 분위기를 낸다. 이 작품에서 투명성을 뽐내는 것은 세 가지인데, 일단 창문과(이 창문은 열려 있을 수도 있겠지. 난 꽃이 흔들리지 않는 것으로 보아 닫혀 있는 것으로 상상했다) 커튼과 유리병이다. 특히 왼쪽의 유리병은 자칫 그 존재를 놓쳐버릴 정도로 투명한데, 제목 그대로 '투명함' 자체를 감상하는 작품이라 하면 되겠다. 투명함과 함께 하니 꽃과 과일은 더욱 붉음이 강조될 뿐 아니라, 그 물질성, 즉 꽃의 부드러우면서도 만져지는 물질성과 과일의 둥그면서도 묵직한 그 물질성이 더욱 부각된다. 이런 저런 말 다 접어두고 그냥, "예쁘다".












Michel-Henry

Variation Rouges

붉은 색의 변화

Oil on canvas

97x130cm



붉은색을 참 좋아하시는 것 같다ㅡ생각을 했지. 나이가 들수록 붉은색과 보라색을 좋아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래서일까? 의외로 어르신들 중에선 남성분들이 붉은색을 좋아하는 경우가 많으시던. 로스코의 마지막 붉음이 떠오르고. 피. 생명. 에너지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겠지. 보면 알겠지만 아주 다양한 붉음이 사용되었다. 배경마저 온통 붉어서 이것이야 말로 매직아이 같았는데, 하하. 뭐랄까, 내게는 좀 버거운 붉음이긴 했다. 붉은색은 눈과 심장이 너무 쉬이 피곤해져. 하지만 저 똑같은 붉음 속에서 꽃을 꽃이게, 화병을 화병이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를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되어 좋았지. 구별되지 않는 붉음일 테지만 꽃잎만큼은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위에서 말한 꽃잎에만 부여한 마띠에르 때문. 덕분에 극단적으로 꽃이 부각되는 효과를 갖는다. 검정이라는 다른 색으로 표현된 가지나 잎보다도, 배경과 같은 색인 꽃잎이 더욱 눈에 띄는 것이 재밌는 건데, 붉음에 검정이 더 눈에 띌 것 같지 않아? 그런데 빛과 함께라면 그렇지도 않더라는 거. 과연 우리가 중요하다고 믿는 어떤 것은 중요한 것이 맞는가? 강하다고 확신하는 것은 강한 것이 맞고, 옳다고 확신하는 것은 옳은 것이 맞는가? 라는 질문을 다시 한 번 던져 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Michel-Henry

Les Roses des Provins

프로뱅의 장미

Oil on canvas

100x100cm















처음 보았을 땐 그리 특별한 줄 몰랐는데, 보면 볼수록 우아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다. 특히 저 꽃잎들 겹치는 것을 보라. 대각선으로 내리꽂는 나뭇가지를 배경으로 꽃잎 하나하나의 질감을 섬세하게 표현함으로 꽃송이의 양감을 강조했다. 미셸 앙리는 꽃을 메인으로 하여 뒤에 풍경이나 배경을 많이 그렸는데, 마치 사람 대신 꽃을 그린 것 같았지. 그만큼 꽃의 절대적 아름다움에 집중한 것이다. 그의 작품에서의 화자는 사람이 아닌 꽃이다. 꽃이 홀로 서서 자신의 농염함을 자랑하고, 위의 <붉은색의 변화>에서는 꽃의 열정과 카리스마를 뽐낸다. 혹은 아래의 작품처럼 꽃은 품위 있는 안내인이 되어, 창 밖의 풍경으로 감상자를 인도하기도 한다. 미셸 앙리의 꽃을 가만히 보다 보면, 작품 마다마다에 꽃들의 성격이 설정되어 있는 것만 같아서 웃음이 나오더라. 즐거운 감상시간인 겁니다.










Michel-Henry

Campagne Romaine

로마평야

Serigraphy

67x48.5cm






이 작품이다. 내게 충분한 돈이 있다면 구입하고픈 두 번째 작품. 실크스크린 작품답게 시야가 맑아지는 느낌이 난다. 분명하고 또렷해서 명쾌한 느낌이 나지. 이 작품은 냉장고 자석으로 판매하길래 구입해서 냉장고에 붙여 두었다. 막상 붙이고 보니 은색 냉장고에서 그닥 그 아름다움을 드러내지 못하는 것 같아 속상해졌는데, 하얀 냉장고나, 차라리 검정색 냉장고에 붙이면 냉장고를 빛내줄 것 같다. 


이 작품 또한 내 공간에 건다면 공간 자체를 넓혀주겠지. 그리고 낭만으로 가득 채우게 될 테다.  무엇보다 꽃향기가 가득할 것이며. 과일까지 있으니 더욱 명랑한 기분이 될 것 같다. 강은 보이지 않지만 마을에서 전해지는 생활의 에너지가 느껴지고, 또 저 뒤로 푸르스름하게 보이는 산으로 인해 아늑함과 안정감이 생긴다.산 위로 펼쳐진 저녁놀이 시작하려는 하늘, 그리고 하얀 햇빛. 향기로우면서 편안한 작품이다.



















Michel-Henry

A L'Ombre d'un Bouguet

꽃다발 그늘 아래서

Oil on canvas

89x116cm





<프로뱅의 장미>와 다소 비슷한 작품.












Michel-Henry

Fruits et Roses

과일과 장미

Oil on canvas

100x73cm




어, 이 작품은 작품 자체에 인상을 받았다기 보단, 액자까지 포함하여 '작품'으로 인식했던 것이다. 하얀 벽을 도려내는 검정 액자로 인해 작품의 붉음과 꽃병의 투명함이 더욱 눈에 띄었다. 











Michel-Henry

Trois Pommes

세 개의 사과

Oil on canvas

100x81cm












에파뉘 épanoui 는 '꽃이 핀', '무르익은' 의 뜻이다.

가을. 단풍구경도 좋지만 가까이 편하게 미셸 앙리전에서 

향기롭고 상쾌한 꽃구경을 다녀오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