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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let

[발레] 백조의 호수 Swan Lake by 유니버설발레단 UBC

by Vanodif 2016. 4. 18.



 유니버설 발레단 홈페이지 → 클릭 











서울 공연 놓치고 천안까지 갔다... 는 내가 무슨 열혈 발레 애호가는 아니고. 마음이 답답한데 천안이면 너무 멀지 않고 해서 가볍게 바람도 쐴 겸 해서 다녀왔다. 천안 예술의 전당. 신기하지 않아요? 천안분들껜 일상인 것이 이렇게 서울에 있는 사람에겐 신기하게 여겨지네.


천안엔 한 10년도 더 전에 가본 기억이 있는데, 그때도 간단하게 들렀다 온 거라 기차역에서 사먹은 호두과자 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그런데 예당의 위치가 그러한 것이겠지만, 너무 한적한 곳에 있는 것인지 주변에 워터파크와 모텔들 외엔 뭐가 없던. 아니, 그 아무 것도 없는 곳에 무인모텔은 왜 그리 많은 거지?ㅡ는 여지 없이 시작부터 삼천포로.


천안예당은 부대시설이 좀 많이 부족했다. 뭔가 사먹을 곳도 마땅찮고, 커피숍을 가려 해도 건물 내 연결이 되어 있지 않아 불편했고ㅡ는 이해는 하는 점이지만.


다만 굉장히, 아주 좋은 점 하나가 있다면, 가장 저렴한 3층좌석을 샀음에도 불구하고 서울 예당의 3층 앞좌석 보다 더 나은... 2층 중간좌석 정도? 의 효과가 나더란 거다. 그것은 천안예당 대공연장의 규모가 서울예당 오페라극장의 규모보다 좀 작기 때문이었는데, 덕분에 관객석이 바짝 앞으로 당겨져 있어서 가격대비 굉장히 눈이 호강했다ㅡ인데, 사실상 너무 가까운 편이어서? 오케스트라의 훌륭한 연주소리가 너무 커서 내게는 살짝 방해가 되었다. 1층 앞좌석은 최고의 좌석이지만 역시 난 사양하련다. 군무도 감상하기 힘들고, 무용수분들의 숨소리, 토슈즈 소리 다 들어야 하고, 오케스트라의 소리까지 너무 가까이 들어야 하니 나는 공짜가 아니면 도무지 가지 않을 그 좌석이 몇 십 만원씩 해주니, 군무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저 고맙고 고마울 따름이다. 윗층 좌석값은 부디 올리지 말아 주세요ㅡ는 서울 예당 이야기였습니다.


천안예당 대공연장의 규모가 작아서 관객석은 좋았지만 상대적으로 안타까웠던 점은... 무대 또한 작아 보였다는 점이다. 글쎄, 실제 크기는 어떨까? 체감 크기는 어떤 정도였나 하면, 같이 갔던 일행이 대뜸, '어, 이번 공연의 무용수분들은 다른 무용수들 보다 덩치가 많이 큰 거야?' 하고 물었을 정도였다. -_- 릴리풋Lilliput에 온 걸리버가 된 듯한 모양새로 어쩔 수 없이 공간을 넓게 쓰는 큰 동작은 살짝 아끼셔야 했던 무용수분들을 보는 것은 그렇다 쳐도, 무대를 두르거나 가로지르며 회전을 하시는 솔로분들은 정말 안쓰러웠다. 아니, 저러다 부딪히기라도 하시면 어떡하나, 조마조마, 하며. 한 순간은, '학예회 온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어서 스스로 깜놀하기도. 학예회라 하기엔 지나치게 고급한 기술들의 향연이어서. 이런저런 생각들이 많이 들었던 천안예당에서의 공연.


결론적으로, 그래도 관람석 자체의 메리트가 크기 때문에 천안예당에서 5월 말에 있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 공연도 가볼까 했지만... 오가는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걸려서 그건 포기하기로 했다. 나들이 삼아 일부러 간다면 모를까, 길에서 버리는 시간이 너무 아깝습니다. 천안 예당은 처음이었어서 설명이 길었네. 천안예당 덕분에 좋은 가격에 좋은 좌석에서 훌륭한 공연 잘 보았습니다.






















유니버설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하이라이트 동영상이다.  

차이코프스키의 곡에 마리우스 프티파와 레프 이바노프가 안무한 작품.










유니버설 발레단의 공연을 보러 가면 시작 전에 무대 왼쪽 앞에 놓여 있는 단상이 눈에 띈다. 그 말인 즉 문훈숙 단장님의 설명이 있을 것이라는 의미다.  그리고 문 단장님의 설명은 특히 나와 같은 초보 발레 관람자에게 있어선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것입니다. 거 참 발레 마임이라는 것이 뻔할 것 같은데, 어찌 매번 조금씩 다른 것을 더 첨가해 주시는지, 설명 듣느라 넋이 나갈 정도였다. 설명 자체가 너무 재밌는 데다, 문 단장님의 우아하고 기품있는 자태와 동작까지 감상할 수 있으니, 아...! 그런데 이번 천안에선 여태까지 들었던 것 중 가장 설명을 많이 하시던. 이번 <백조의 호수> 공연에서 그렇게 설명을 자세하게 해주시는 것이었을지도 모르지. 5월 말에 있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와 또 <지젤> 공연을 염두에 두신 듯, 그 두 작품과 이 <백조의 호수> 특유의 안무를 비교하며 말씀해 주시는 것이 흥미로웠다. (음. 그런데 검색해 보니 5월의 그 공연은 유니버설의 공연이 아니라 키예프 발레단의 공연이네.) 화려함을 뽐내는 고전발레인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서는 양 팔을 사선 아래로 비스듬히 뻗은 상태에서 손목을 위로 꺾고, 처연함과 몽환적인 분위기가 특징인 낭만발레 <지젤>에서는 버드나무 가지처럼 고개, 팔, 손목을 안쪽 아래를 향해 축 늘어뜨리며, 고전발레와 낭만발레의 특징 모두를 감상할 수 있으며, 특히 백조라는 새를 모티프로 하는 <백조의 호수>에서는 새를 표현하기 위해 가슴을 앞으로 내민 상태에서 양 팔을 뒤쪽으로 쭉 뻗는 동작이 많다시는 설명을 들으며 아하! 싶었다. 나는 아직도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본 적이 없는데... 안 그래도 보고 싶었던 공연인데, 그 설명을 들으니 너무너무 보고 싶어져 버렸지 뭔가. 에또... 이상한 짓을 해볼까. 









이런 만행이라든가. 느하하.  -_-

이 모든 것이 다 친절하신 문훈숙 단장님의 설명 덕분이 아니겠습니까ㅡ라며.

사랑합니다, 문 단장님.♥





16일 공연에서 오데트/오딜 역은 최지원 님께서, 지그프리드는 이동탁 님께서 맡아 열연해 주셨다. 이동탁 발레리노는 한 눈에 신체조건이 탁월하시던. 키가 186cm라던가. 그리고 유니버설 수석무용수답게 모든 기술이 안정적이었다. 곧 결혼하신다는데. 행복행복하세요.♡ 공중2회전이 잦았는데, 뭐 그 정도쯤이야 싶을 정도로 가뿐하고 깔끔하게 해내시던. 점프 높이도 시원하게 좋았습니다. 작년, 유리 그리가로비치가 안무한 국립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에선 로트바르트의 악마적 카리스마가 부각되는 반면 지그프리드는 의도적으로 나약하게 그려진 느낌이 많이 들었더랬는데, 이번 프티파와 이바노비치 안무를 올린 유니버설의 <백조의 호수>ㅡ말하자면 전통버전ㅡ에선 지그프리드의 힘과 카리스마가 돋보였다. 그리고 이는 평소 이동탁 발레리노의 카리스마 빛나는 연기력과 잘 어울리는 점이라 하겠다. 힘 있고 강단 있는 지그프리드, 잘 보았습니다.


그리고 최지원 발레리나. 작년 유니버설의 <라 바야데르>에서 내가 본 먼젓 날 김채리 님의 니키아와 짝을 이룬 감자티 공주 역으로 나오셨던 분이다. 그 때도 훤칠하신 키가 인상적이었지. 음. 이 공연을 보는 중에는 그 사실을 몰랐더랬는데, 바로 그 감자티 역을 하셨다고 하니까 이제 연결이 된다. 확실히, 이번 공연에서 받은 느낌과 같아서. 아마 이것이 발레감상에 있어 또 하나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영화와 달리 발레는 다른 공연예술과 마찬가지로 순간이라는 시간적 제약을 강력하게 받기 때문에 더욱 빛이 나는 장르인데, 특히 발레의 경우 똑같은 안무가, 똑같은 발레단의 똑같은 발레임에도 불구하고 날짜별로 다른 무용수분들 특유의 기술이나 재량, 성격 등이 달라서 즐길 수 있는 다양성의 폭이 탁월하게 확장된다는 특장점이 있다. 그 뿐인가. 아예 무용수까지 같다 하더라도, 첫날 공연과 중간날 공연, 그리고 마지막 공연 모두 순간순간 완전히 다른 연기를 보게 되는 일까지 있으니, 이런 재미까지 쏠솔하게 다 누리자면... 해서, 유니버설 발레단과 국립 발레단, 예당 등 큰 공연장에서 착한 가격으로 발레 대중화를 위해 애써주시는 노력이 눈물 겹도록 고마운 것이다ㅡ는 또 다시 삼천포지만 하고 싶었던 이야기. 음. 이번엔 무슨 이야기 하려다 이렇게 곁길을 탔더라... 아, 최지원 발레리나. 맞다. 그러니까 이번 <백조의 호수>를 보며 최지원 발레리나 특유의 성격이 느껴졌는데, 그것이 이전의 감자티에서 느꼈던 특별했던 느낌과 일치하더란 이야기.


이번 최지원 발레리나의 오데트/오딜은 작년에 보았던 국립발레단 김지영 발레리나의 오데트/오딜과 비교될 수 밖에 없었는데, 양 발레단이 선택한 서로 다른 안무가의 버전에는 각각 잘 맞는 연기를 하셨다고 생각한다. 유리 그리가로비치 안무의 김지영 발레리나가 표현한 오데트가 '지적이고 강단 있고 품격 있는 오데트' 였다면, 이번 프티파/이바노비치 안무로 최지원 발레리나가 표현한 오데트는 음... 뭐랄까, 상당히 독특했는데... 발레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자꾸 키득키득 웃었거든. 그것이, 오데트를 보는 것이 너무 즐거워서 그랬다. 언어로 콕 집어 뽑아내기 힘든 느낌이긴 한데, 한 번 해 보자. 


그러니까, 최지원 님의 훤칠한 키와 가늘고 길쭉길쭉한 팔다리 때문이었을까. 작고 가녀리고 연약하여 보호본능을 불러 일으키는 오데트라기 보단, 다른 백조들을 거느리는 '왕언니'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막 강하고 드세고 카리스마 가득한 그런 왕언니가 아니라, 왜 딸 많은 집안의 장녀 있잖아. 실제 장녀들은 그런 성격이 아닌 걸로 알고 있지만, 흔히들 상상하는 품위 있고 책임감 있는 그런 장녀. 그 느낌이 들었다. 다른 백조들을 시녀로 거느린다기 보단 동생들로 보살피는 것 같았고. 


처음 오데트 등장 때 혼자 춤을 추면서 팔을 교차할 때마다 살짝 고개를 파르르 떨던 모습은, 정말 한 마리 고독하고 애처로운 백조 같았다. 캬-! 하고 감탄스러웠던 디테일 표현이었고. 그러다 지그프리드를 처음 만났을 때 아, 난 넘 귀여워서 막 웃었는데... 숨는 것도 막 화들짝 종종거리며 숨지도 않더란 거다. '어머나' 하며 슬쩍 날개를 머리 위로 드리우긴 하는데 호기심은 있어. 그런데 뭔가 낯선 사람이니 도망은 가야겠고, 그런데 궁금은 하지 또? 그렇게 슬금슬금 도망다니는 것 같지도 않게 도망다니다 지그프리드와 마주치자, 잠시 얼음ㅡ이 되어 가만히 쳐다보다 다리를 오들오들... 떨기 시작... 아놔... 귀여워 미치는 줄. -_ㅜ 그러다 또 지그프리드의 카리스마에 반해서는 이리 휘영청 저리 휘영청 넘어가는 그 모습이, 순수하다기 보단 순진한 처자 같아 보여서 사랑스러웠다. 별다른 짜릿한 매력은 없지만, 사람 미워할 줄 모르고, 호기심은 있는데 또 은근 겁도 많고. 책임감은 있는데 힘은 없고, 뭐 그런 캐릭터? 이쯤 되니 난 최지원 발레리나 개인의 성격이 궁금해지는데 말이다. 왜냐하면 지난 번 <라 바야데르>에서도 비슷하게 느꼈었거든. 다른 발레리나분들의 감자티는 자존심 드높고 오만하고 심지어 잔인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유독 최지원 발레리나의 감자티는 딱히 니키아을 미워하거나 경멸하거나 증오하는 것 같아 보이지 안았거든. 오히려 처음엔 니키아의 마음을 돌려 보려 애원하는 듯 하게 보일 정도로 '착한 감자티' 같았어서. 그런데 이번 오데트 역시 가냘프고 처연하다기 보단 '착한 오데트'라는 느낌이 강했다. 모르긴 몰라도 최지원 님은 착하시지 않을까, 혼자 상상해 보고. 으하하.


이처럼 순진하고 어설프고 엉뚱한 매력을 뽐내는 최지원 님의 오데트였지만, 기실 매력은 오딜에서 폭발했다. 캬아...! 글쎄, 같이 갔던 일행은 오데트와 딱히 많이 구별되지 않는오딜이었다고 평을 했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아무리 상반된 캐릭터를 표현한다지만, 그 두 캐릭터를 표현하는 무용수가 같은 한 사람인데, 어떻게 극과 극으로 다른 사람처럼 아예 다를 수 있겠는가. 어느 정도 무용수 본인의 기본 성격이나 성향은 가지고 가는 것이라 본다. 다만 그 안에서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 그것으로 황홀한 것이지. 그런데 이전 김지영 발레리나의 오데트와 오딜은 오히려 굉장히 다른 연기력에도 불구하고 같은 사람의 다른 인격이라는 느낌이 들었을 정도로 짜릿한 해석을 가능케 했는데, 이번 최지원 발레리나의 오데트/오딜은 꽤나 다른 사람 같아 보이던 걸. 물론, 다른 발레리나들이 흔히들 표현하는 '교활함'이 최지원 님의 오딜에선 보이지 않았다는 점은 역시... 쿡쿡... 어쩔 수 없는 최지원 님의 성격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되려 그 '교활함'이 보이지 않은 오딜은 상당히 쿨하고 시원하고 자신감 가득한 '멋진' 캐릭터로 새로운 매력을 발했다. 딱히 나쁜 여성이라기 보다는, 자신감 가득하고 거칠 것 없는, 카리스마가 멋져서 따르고 싶은 언니 같은 캐릭터였다. 뭔가 클럼지한 오데트에 비해 오딜은 매끈매끈했고. 그녀가 회전을 할 때면 길다란 팔다리를 시원시원하게 쭉쭉 뻗었고, 춤을 출 때면 마치 지그프리드를 향해 '나를 좀 봐주세요' 가 아니라, '자, 나를 감상해 봐! 어때, 멋지지?' 라고 말하는 듯할 정도로 자신감이 가득 차 보였다. 지그프리드가 내민 손을 잡을 땐 '그래. 네가 내민 손을 내, 잡아 주지' 라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 또 나 혼자 키득. 보는 내내 나는 너무나도 재밌었는데 말이죠.


뭐니뭐니 해도 흑조 오딜의 그 무시무시한 32회전 푸에떼 Fouette를 빼놓을 수 없지. 보는 것 만도 소름끼치는 회전을 시원시원하고 안정적으로 해내시는 모습에 속이 다 시원하던. 아... 그런데 천안예당의 관객분들은 왜 그렇게 박수매너가 짜신 겁니까. 어째서 20회전이 넘어가는데 박수를 아낄 수 있는가 말입니다. 그것도 토요일 공연인데! ㅜㅠ 혼자 박수치고 '이야~!', '햐!!" 하고 감탄하느라 속상했던. 무용수분들은 박수를 받으면 받을 수록 힘을 받는 것인데! 발레공연은 주말 서울예당 관객들의 박수매너가 최고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고. 무튼, 그 힘든 푸에떼를 깔끔하게 소화하신 최지원 님. 박수를 보냅니다. 


에또... 광대역으로 나온 분이 어떤 분인지 모르겠지만, 회전도, 점프력도 좋으셨고요. 또 아기백조 네 마리는 고개 각도, 다리 각도, 동작 모두 칼로 잰 듯 맞추어서 귀엽게 까딱까딱, 눈이 즐거웠다. 그 뒤를 이은 세 마리 어른 백조의 동작은, 문 단장님의 설명을 듣고 보니 과연 큰 점프력이 돋보였고.  그 외에도 2막 왕궁파티에서의 디베르티스망에서 플라멩고 춤을 응용한 스페인 춤이라든가, 탬버린과 만돌라를 소품으로 사용했던 이탈리아 춤, 그리고 당당하고 힘있는 동작과 발구르기로 위엄을 표현한 헝가리 춤은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1막에서의 빠 드 트루아(3인무) 역시 좋았는데, 관객석에서 보기에 오른쪽 발레리나분은 발이 참 예쁘시던. 발이 만들어 내는 선이 상큼하고 가벼워 보기에 즐거웠다. 그것 외에도 중간중간 인상적인 부분이 아주 많았는데, 순간의 즐거움으로 기화되어 버리고 남는 것은 그저 행복한 느낌 뿐이지 뭔가. 영화라면 다시 돌려볼 수라도 있겠건만, 순간예술인 발레는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것 참. 영화를 화면으로 보는 것과 발레를 화면으로 보는 것에는, 당연한 말이지만,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화면으로 보면 직접 공연장에선 볼 수 없는 것들까지 지나치게 자세히 보이고, 혹은 보이는 것이 보이지 않게 되기 때문이죠. 그것이 좋은 점인 것은 맞지만, 동전의 양면으로 아쉬운 점인 것 또한 맞지.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것 이외에도, 관객의 시선에서 100% 즐기는 것이 아니라, 촬영/편집감독의 시선에 따라 재단되고 편집된 화면을 보아야 하는 점 때문인데, 그분들의 안목이 훨씬 세련되었음은 두말 할 것도 없는 일이지만, 주체적인 감상을 즐기는 나로서는 의욕이 반감되는 일이어서ㅡ는 세 번째 삼천포나???


이번 공연에 대해 쓸 내용은 어지간히 다 썼다. 다만 전체적으로 말을 하자면 순전히 안무가의 해석에 대한 선호도로서, 내게는 유리 그리가로비치의 안무가 조금 더 맘에 들었다 하겠다. 이는 김지영 발레리나의 표현이 또한 그 안무에 대한 더 심도 깊은 해석을 가능케 한 시너지 효과를 내었기 때문이라 볼 수도 있겠는데, 다른 한 편으로는, 개인적으로 지적인 사람을 몹시 선호하는 특성이 있어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순전히 안무가의 해석에 대한 차이였을 뿐, 전체적으로 참 좋은 공연이었습니다.


유니버설 발레단원과 예당관계자 여러분, 아름답고 좋은 공연 보게 해주어서 고맙습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작년에 보았던 국립발레단의 유리 그리가로비치 안무 <백조의 호수> 후기 →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