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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formance

[오페라] 리날도 Rinaldo @예술의 전당

by Vanodif 2016. 5. 16.










 전에 실었던 오페라 <리날도> 포스팅 → 클릭 











예당 회원 이벤트 당첨으로 초대권을 받은 공연.

이번에는 오페라축제에 좀 더 집중하고 싶어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고맙게도 당첨이 되었다.

단 다셧 명에게만 두 장씩 주는 초대권인데, 받고 보니 15만원짜리 S석. -_-

1층 좌측열에 앉았는데... 흠.

참 좋았는데, 역시 2층 중간 앞좌석이 더 나았을 거란 생각을 했다.

물론 오페라의 경우 1층 중간열 조금 앞쪽 좌석이 가장 좋을 것 같지만서도.


한국오페라단이 이탈리아 예술가들과 함께 공연을 올렸던 오페라 <리날도>.

CD로만 듣던 <Lascia ch'io pianga 울게 하소서>와 <Cara Sposa 사랑하는 아내여>는 물론이고

카운터테너의 노래를 직접 들을 수 있다는 것에 흥분되었던 공연.

막이 오르기 전부터 심장은 두근두근, 기대감이 가득 찼다.










먼젓번 올렸던 <리날도> 포스팅의 정보 그대로 내용은 진행되었다. 그 포스팅을 올리면서도 궁금했던 점이 하나 있는데, 헨델은 어째서 초연부터 리날도역을 카스트라토로 설정했는가, 하는 것이었다. 지금도 완전히 납득이 가는 것은 아니고. 


헨델 당시 여성은 무대에 설 수 없었다. 하여 재능 있는 소년을 어린 시절 거세시켜 변성기를 강제로 변경함으로써 여성의 파트를 담당하게 하였다. 그리하여 생겨난 것이 카스트라토. 그들은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으나, 남성성을 거세당한 아픔을 평생 짊어지고 살았다. 아, 이건 카스트라토 이야기고. -_-; 여성의 목소리를 담당하였던 카스트라토는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이 오페라의 실질적 주인공이라 보아야 할 '아르미다'를 타이틀롤로 잡은 작곡이 많았던 것이고. 이 <리날도>에서조차 리날도 보다 아르미다의 존재감과 매력과 분량이 훨씬 많습니다. '리날도'라는 제목은 전체 스토리 선상에서 보자면 초라하기 그지 없어요.  그런데 헨델은 왜, 어째서 굳이 '리날도'를 제목과 타이틀롤로 정했던 것일까? 왜? 왜? 어째서?


정확한 이유는 내가 알 길이 없다. 다만 어떤 목적에서 그랬건 간에, 결과적으로 재미난 장면이 하나 생겼다. 바로 리날도와 알미레나, 그리고 아르미다가 한꺼번에 등장하는 장면이 그것이다. 현대의 오페라에선 카운터테너(혹은 메조 소프라노)와 두 명의 소프라노가 한꺼번에 혹은 번갈아가며 한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인데, 헨델의 시대를 상상하자면 세 명의 카스트라토들이 노래를 부르는 구도였을 테지. 그런데 가만 있자... 당시 카스트라토들이 그렇게 많았으려나?? 


영화 <파리넬리>를 보면 파리넬리가 알미레나의 <울게 하소서>와 리날도의 <사랑하는 아내여>를 둘 다 부르는데, 그렇다면 당시 파리넬리는 1인 2역, 혹은 1인 3역까지 했다는 말인가?ㅡ싶고.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리날도의 내용이 궁금하다면 위에 실은 시놉시스, 혹은 이전에 올린 <리날도> 포스팅을 참고하시기를 바란다.












원작으로부터 살짝 변경이 있었다고 했는데, 극장이라는 현대적 요소가 가미되었다. 근데 왜 '극장'이라는 요소를 넣어야 했던 걸까ㅡ는 아마도 무대장치 때문이었을 듯. 무대가... 변하지 않았습니다... 발레 공연 보다 무대 장치가 훨씬 간소하고 초라했다. 에이, 발레 때문에 눈 다 버려놨어. -_ㅜ 


주인공 안토니오 지오반니니의 노래가 흐르기 시작했을 때, 사람들은 아무런 동요를 하지 않았다. 심지어 내용을 알고 갔던 나도 동요하지 못(?)했는데, 무대 앞 중앙에 서있는 그에게서 나오는 목소리라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음...









위의 동영상 26초부터 나오는 안토니오 지오반니니의 목소리라거나...









미성으로 유명한 카운터테너 필립 자루스키 Philippe Jaroussky 의 노래를 들으면 뭐랄까, 더빙을 씌운 노래 같아 보인달까.  처음 보았을 때 놀랍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친 김에 카운터테너의 공연을 좀 더 공유하고 싶으나 어서 <리날도> 후기를 끝내야 하기에 카운터테너의 노래 감상은 다은 기회로.


내 경우엔 미리 <리날도>의 내용과 배역별 파트를 숙지하고 갔었기 때문에 그래도 금방 정신을 차릴 수? 있었지만, 오페라가 꽤나 진행되고 나서 앞과 옆좌석에서 관객들이 살짝 동요하는 것을 보았다. "지금 저 남자 가수가 이 노래 하는 거야?" 하며. 이 내용을 모르고 왔거나 카운터테너가 등장한단 사실을 모르고 왔다면 당연한 반응일 텐데. 덕분이었는지 집중도는 좋았던 것 같다. 


안토니오 지오반니니의 경우 기교가 화려하다기 보단 음이 안정적이었다. 음색은 메조 소프라노에 가까운데, 음... 지금까지 카운터테너 분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한결같이 느꼈던 특징이 하나 있다. 힘도 좋고 목소리도 깔끔한데, 여성 가수에 비교했을 때 맑지 않다는 점. 여성의 경우 소프라노는 물론이고 메조 소프라노의 목소리도 '맑다'고 느껴지는 반면, 카운터테너분들의 경우 더 음이 높다 해도 딱히 '맑은 음색이다'라는 느낌은 좀처럼 나지 않았다. 뭐랄까, 목소리에서 새어 나오는 빛이 느껴지지 않는다 할까? 기교도 좋고 음색도 훌륭하고 감정표현까지 뛰어나다 해도, 이상하게 빛의 울림이라는 느낌이 드는 그 '맑음'을 느끼기 힘들다. 그것은 내 개인적인 결함 때문일 수도 있겠고. 내 귀가 썩 훌륭한 편인 건 아니니까. 


그런데 이번 <리날도> 공연에서 지오반니니는 연기력이 좀... 별로였다? 눈을 감고 듣는다면 노래는 훌륭하게 하지만 그 노래를 부르는 캐릭터가 어떤 감정인지를 느끼기 힘들 것 같았다. 분노하는 것인지, 기쁜 것인지, 절망에 잠긴 것인지, 대체 어떤 감정인 것인지 말이다. 그것은 노래할 때의 한결같은 자세 때문이라 생각하는데, 턱을 당기고 부르는 그 자세를 말한다. 위에 실은 동영상에서도 그러했지만 








이 동영상에서도 그는 어김없이 고개를 숙이다시피 할 정도로 턱을 당긴 상태에서 노래를 한다. 그것은 후두 상승을 막기 위한 발성자세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그렇게만 노래를 하다 보니 노래는 훌륭한데 폭발하는 감정 같은 것이 느껴지지 않더라는 거다. 오히려 외국어로 노래하는 한국인 가수 분들이 훨씬 감정표현이 좋다고 느꼈을 정도로.


음. 그런데 한국인들이 노래를 잘 하긴 잘 하신다. 세계적으로도 뛰어난 성악가가 많고, 시카고에서 있었던 학교가 작았지만 나름 성악으로 유명했는데, 최고 장학금은 한국인 유학생들이 모조리 휩쓸고 있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그 외에도 한국인들이 세계적으로 노래를 잘 한다는 말을 여기저기서 여러 번 들었고. 


알미레나 역의 박미자 님은 알미레나의 분량이 그러하듯 그냥 잘 하신다ㅡ싶었는데, <리날도>의 하이라이트곡인 <울게 하소서 Lascia ch'io pianga>에선 역시 진가를 발휘하셨다. 아예 그 곡이 나오자 조명 자체가 박미자 님 만을 어둠 속에 화려하게 비추었고, 박미자 님께선 차분하게, 진중하게, 감정을 실어 그 노래를 훌륭하게 소화하셨다. 아무래도 <울게 하소서>는 그 인기 만큼이나 수많은 오페라 가수들이 불러왔는데, 그 덕분에 그 곡에 대한 바리에이션이 넘쳐나, 또 다른 어떤 음이 나올까, 하는 기대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가수분들껜 큰 부담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영화 <파리넬리>에서 워낙 징글징글하도록 기교를 많이 넣은 바람에, 귀가 자꾸 새롭고 자극적인 것을 원하게 되었다ㅡ이 곡에 대해서만 그러하다는 이야기. 그런데 한 음 한 음에 정성을 담아 노래를 하시던 박미자 님의 그 진중한 <울게 하소서>는 과연 등장인물의 감정을 표현하는 아리아답다 싶도록 우아한 절절함이 배어 나와, 결국 눈물이 핑 돌았지 뭔가. 아름다운 노래, 잘 들었습니다.







이야... 이 공연에선 굉장히 화려하시네. 멋지다. 




들으면서 헨델이 참 얄궂다 싶었다. 분명 스토리 전개상으로 보면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아르미다가 맞다. 그 어떤 배역 보다 매혹적이고 강력하며 생동적인 인물인 아르미다는 조은혜 소프라노께서 훌륭하게 소화해 주신 만큼 멋지고 화려한 캐릭터다. 그런데 정작 이 오페라에서 가장 유명하면서도 아름다운 곡을 비리비리하고 매력 없는 알미레나에게 주다니. 그 뿐 아니라 그 다음으로 유명한 <사랑하는 아내여 Cara Sposa> 또한 아르미다가 아닌 리날도에게 주었다. 참...


그런데 이 <울게 하소서>는 멜로디가 참 아름답긴 아름답지? 들을 수록 어쩌면 이렇게 처연한 음을 찾아낼 수 있었을까, 싶다.


아르미다를 소화하신 조은혜 소프라노는 성량이면 성량, 음색이면 음색, 기교면 기교, 모두 힘있고 훌륭해서 귀가 몹시 즐거웠다. 무대를 휩쓰는 카리스마가 대단하셨고.









멋진 아르미다 잘 보았습니다.




그 외 아르간테를 맡았던 바리톤 레나토 돌치니는 체격부터가 훤칠하며 시원시원 당당했는데, 목소리 또한 힘차고 풍부해서, 남성적 매력이 가득한 적장 아르간테의 역을 잘 소화하셨다. 등장하는 것 만으로도 무대가 꽉 차는 것 같았고.








연극무대, 라는 새로운 극적 장치가 끼어 들어서인지 용을 타고 등장하는 아르미다라거나, 알미레나로 휙휙 변신하는 아르미다는 볼 수 없었던 점이 아쉬웠다. 하지만 뭐, 그건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변경을 줄 것이었으면 그 황당한 결말이나 좀 손을 봐주지ㅡ하는 아쉬움을 떨칠 수가 없었다. 이건 뭐 데우스 엑스 마키나도 아니고... 어째서 뜬금 없이 모두가 화해하고는 좋아좋아 우리 모두 행복해 모드로 휘리릭 끝나 버리느냐는 거야. 개연성이 떨어져도 너무 떨어져서, 앞서 <리날도>를 포스팅할 때도 그것이 괴로웠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 부분이 그대로 진행되어 버려 살짝 실망을 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훌륭한 공연이었으며, 한국오페라단의 우수한 실력을 보게 되어 기뻤고, 또한 음반과 매체로만 접하던 카운터테너의 노래를 직접 들을 수 있어서 뜻깊은 시간이었다.


너무나 멋진 공연을 볼 수 있게 해주신 한국오페라단과 예술의 전당 관계자분들, 고맙습니다. 덕분에 황홀한 시간을 보냈어요.










안토니오 지오반니니의 얼굴이 보이죠? 사진 보다 실물이 훨씬 잘 생겼다.








오른쪽부터 아르간테 역의 머리가 시원하신 레날도 돌치니. 그리고 마고 역의 박승혁 님. 알미레나 역의 박미자 님. 아르미다 역의 조은혜 님. 그리고... 맨 왼쪽엔 전령사 역의 구자헌 님이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