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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let

[발레] 심청 Shim Chung by 유니버설 발레단 UBC

by Vanodif 2016. 6. 13.














유니버설 발레단 홈페이지 :


http://www.universalballet.com/korean/index.asp















발레 <심청>에 관련된 훌륭한 기사들은 아래를 참고하세요.



http://navercast.naver.com/magazine_contents.nhn?rid=1439&contents_id=37733



http://navercast.naver.com/magazine_contents.nhn?rid=1523&contents_id=24710



http://navercast.naver.com/magazine_contents.nhn?rid=1487&contents_id=116714




* 아래의 제가 찍지 않은 모든 사진들은 위 기사들에서 데려와 고마운 마음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




















 발레 심청 


안무 : 에이드리언 델라스 Adrienne Dellas


음악 : 케빈 바버 피카드 Kevin Barber Pickard


대본 : 박용구 (음악평론가)


의상 : 실비아 탈슨 Sylvia Taalsohn


초연 : 1986년 국립극장










 한국인은 모두가 알지만 발레에서 다듬어진 줄거리 




[1막 - 빠른 전개]


<1장>


심청의 탄생과 모친의 죽음, 어린 심청이 성숙한 처녀로 자라는 단계, 개울에 빠진 심봉사가 스님에게 구조되었다가 공양미 300석 이야기를 듣고, 이를 알게 된 심청이 중국 선원들에게 자신을 팔고 길을 떠나는 장면이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


<2장>


중국으로 향하는 배의 선상. 술 취한 선원들, 선장의 춤, 선원들의 춤이 남성 군무와 독무로 화려하게 펼쳐진다. 기존의 명작 발레 중에서 <스파르타쿠스>를 제외하고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역동적인 남성들의 춤이다. 잠든 심청은 밤의 요정의 인도로 아버지의 꿈을 꾼다. 푸르스름한 조명 아래 펼쳐져 발레블랑의 느낌이 들지만 발레리나 군무 없이 단지 세 명이 등장하고, 남성이 신비한 경험의 주체가 되는 발레 블랑의 공식과도 다르다. 이윽고 폭풍우가 몰아치고 심청은 아버지가 눈을 뜨기를 기원하며 바다에 몸을 던진다.



[2막 - 격을 갖춘 디베르티스망]


2막은 바다 속 용궁 장면이다. 줄거리 없이 볼거리가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춤을 위한 장면이다. 왕자가 주도하는 도입부 - 여성 군무인 '진주의 왈츠' - 엔젤피쉬+뎀젤피쉬+인어+광대 물고기의 바리아시옹이 차례로 펼쳐진다. 그런 다음에 심청이 도착하여 용궁 식구들의 동정을 사게 된다. 파드되가 펼쳐지고 왕자는 심청에게 용궁에 남기를 간절히 청한다. 그러나 심청에게는 눈앞의 부귀영화와 사랑보닫 효성이 우선이다. 결국 심청의 효심에 감동한 왕자는 심청을 연꽃에 태워 물 위로 올려 보낸다. 밝고 활기 넘치는 음악의 파드되부터 애절한 분위기 속에 심청이 용궁을 떠나는 장면은 심청과 바다의 왕자 사이의 짧은 사랑과 이별이며, 둘 사이에는 명백한 연인의 감정이 존재한다. 신데렐라의 호박마차에 해당하는 연꽃은 다른 세상으로 이동하는 수단이므로 대단히 중요하게 처리된다. 



[3막 - 한국적 아름다움의 향연]


3막은 <심청>의 가장 중요한 장면이자 한국적인 발레의 정수라고 내세울 수 있는 부분이다. 막이 열리면 궁전 안에서 국왕이 비를 간택하고 있다. <백조의 호수>나 <신데렐라>에서 그런 것처럼 왕의 마음에 단 번에 드는 여인은 없다. 그러다가 궁궐 건물들의 처마 사이로 푸른 하늘이 보이는 궁전의 정원으로 장면이 바뀌면 관객은 탄성을 자아내게 된다. 우리 궁궐 건축의 아름다움에 새삼 놀라고, 무대의 배치가 독창적이면서도 세련된 것에 다시 한 번 놀랄 것이기 때문이다. 이윽고 연꽃이 궁전에 도착하고 그 속에서 심청이 나타나 국왕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찾고 있던 왕비로 그 자리에서 간택되는 것은 물론이다. 조명이 어두워진 가운데 대금 세레나데가 밤의 그윽한 분위기를 아주 효과적으로 묘사한다. 일종의 삽입 장면이지만 가장 한국적인 음악이 연주되면서 온갖 모진 역경을 이겨낸 심청에게 새로운 인생이 펼쳐질 것을 상징하는 효과적인 장치다. 그리고 국왕과 심청의 '달빛 파드되'가 펼쳐진다. 우리 창작발레를 대표하는 파드되이자 그 로맨틱한 뉘앙스나 난이도에 이르기까지 어느 유명 발레의 2인무 못지 않은 최고의 춤인데, 두 주인공의 바리아시옹과 코다가 포함되는 그랑 파드되가 아니라, 아다지오만 남은 5분 남짓한 춤이기에 더욱 집약도가 높다. 이제는 관객에게도 많이 익숙해져서 갈라에서도 인기 레퍼토리로 자리 잡는 중이다.


날이 밝아 남녀의 4인무, 궁녀들의 춤, 탈춤에 이어 전국의 봉사들이 궁전에 출현한다. 심청은 드디어 뒤늦게 도착한 심봉사를 발견하고 감격의 재회를 한다. 이 순간은 보는 관객의 마음 속에도 효에 대한 감동이 파도처럼 거대하게 밀려온다. 심봉사가 죽은 줄 알았던 딸의 존재를 확인하고 그 모습을 보고 싶은 욕망이 최고조에 도달한 찰나 조명이 한껏 밝아지면서 그가 눈을 뜨게 되는 것을 표현한다. 심봉사는 마법사의 손이 된 듯 다른 봉사들의 눈도 뜨게 한다. 눈을 뜬 봉사들이 그 기쁨을 드러내는 장면은 무척 해학적이다. 그들은 어깨동무를 하고 자기들 몸에서 가장 먼 발끝을 바라보면서 빙글빙글 돌리며 무대 앞으로 거침없이 걸어 나온다. 오케스트라 피트 바로 앞까지 단번에 도달하자 이번에는 앞이 보여서 떨어질 염려가 없다는 제스처를 한다. 이제 모든 등장인물들이 흥겹게 축하하는 기쁨의 피날레가 남았을 뿐이다. 




ㅡ이 훌륭한 줄거리와 발레 내용 설명의 출처는 

유형종 무용 칼럼니스트께서 월간 객석에 실은 평론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위에 실은 기사 중 첫 번째 것이에요.


http://navercast.naver.com/magazine_contents.nhn?rid=1439&contents_id=37733












↑ 별 열 개짜리 동영상 ★★★★★★★★★★















맨 앞줄 붉은색 곤룡포를 입은 왕의 옆에 푸른 한복을 입으신 분이 바로 문훈숙 단장님이시다. 요즘 유니버설 발레단의 공연에는 시작할 때 문훈숙 단장님께서 공연되는 발레의 내용과 마임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을 해주시는데 그 재미에 푹 빠져 있던 터라. 이번에 단장님의 강연대가 보이지 않아 궁금했었다. 그런데 공연이 시작되자 중년 심청의 모습으로 등장하시는 문훈숙 단장님의 모습에 깜짝 놀랐지 뭔가. 발레 <심청>의 초대 심청이셨던 문 단장님께서 시간을 지나 황혜민 심청과 함께 중년 심청으로 등장하신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역시나 우아하신 자태에 감탄했고.









지금껏 고전발레, 낭만발레, 현대발레에 현대무용, 한국무용까지 간간이 찾아 보곤 했지만, 창작발레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장르 자체가 서양의 것인데 우리나라에서 창작해 보아야 서양의 것을 따라갈 수 있겠는가ㅡ하는 의심은 뿌리깊은 사대주의 사상의 잔재이자 맹목적 편견의 증거였을 터. 이번 <심청>을 보면서 스스로를 돌아보며 반성 많이 했습니다. 나 자신 서양문학을 전공으로 하는 사람이자 심지어 서양에서 비롯된 종교를 신앙으로 가진 자로서, 나름 열려있는 사고를 자랑한다 자만하고 있었지만 기실 그것은 자기기만이자 착각이었을 뿐, 알고 보니 깊은 우물 안에 갇혀 허우적대고 있었음을 발견하고는 심히 부끄러웠다. 물론... 이 발레 <심청>은 대본만 한국인이 만들었고 안무와 음악은 미국인의 손에서 빚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땐 기분이 씁쓸했지만, 그래도 현재 공연되는 발레의 안무는 최초의 안무로부터 많은 수정과 발전이 있었다고 한다. 문훈숙 단장님께서도 그간 심청을 연기하시면서 안무에 많은 동작을 넣으셨다 하고. 이 모든 장황한 말의 핵심은, 유니버설 발레단의 창작발레 <심청>은 상상을 초월하는 멋진 작품이었다는 것이다.


전체적인 인상을 말해 보자면 '프리미엄 종합선물셋트'였다. 여기저기 즐길거리가 많은데, 하나하나 다 맛있는 것으로만 채워진 발레. 한국판 <호두까기인형>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특히 '연꽃송이 춤'은 <호두까기인형>에서의 '눈송이들의 춤'을 연상시켰는데, 양 손에 연꽃송이를 들고 춤을 췄으니 어쩔 수 없었으려나 싶다. 그 외 파드되에서부터 파드트루아, 파드 꺄트르 등 인원별로 다양한 춤들이 마련된 덕분에 안무의 구성이 화려하게 되었다. 


1막 1장에서는 한국의 서민적 삶을 보여주었고, 1막 2장의 배 갑판과 2막의 바닷속 용궁에서의 모습은 전세계인 누구라도 상상할 수 있을 보편성을 갖추었고, 3막에선 다시 한국적인 것으로 돌아가되, 가장 화려한 궁중의 연회를 보여줌으로써, 한국적 특수성과 세계적 보편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낸 훌륭한 작품이라 하겠다. 러닝타임 총 두 시간에 육박하는 길고 긴 발레임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알 수 없었을 정도로 흥미진진하고 재미난 구성과 안무, 음악, 춤이 어우러진 발레 <심청>은, 기대를 넘어도 한참 넘어선 멋진 작품이었다. 이렇게 멋진 발레를 만들어낸 수많은 분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냅니다.


음악에 대해 말하자면 안무와 참 잘 어울렸는데, 이는 음악에 안무를 맞추는 것을 생각하면 그만큼 안무가 음악에 자연스럽게 잘 어울리는 것이었다 하겠다. 적당히 한국적인 가락도 있으면서 전체적으론 전통적인 발레음악으로 무리 없이 인식되는, 좋은 발레곡이었다. 다만, <백조의 호수>의 메인 테마 멜로디처럼 한 번 들었을 때 귀에 딱, 걸리는 부분은 없었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었는데, 그 점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낭만과 긴박감, 즐거움, 슬픔 등의 감정을 고루 잘 버무려낸, 잘 만든 음악이었다고 생각한다.


같이 간 일행은 의상부분에서 불만이 많았다 했는데, 의견인 즉 한국적인 의상이 너무 초라하고 예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나는 의견을 달리 한다. 심청의 의상이 단촐한 것이야 낮고 가난한 신분이라는 설정 상 당연한 일이었다. 오히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소복이 온갖 화려한 의삼이 넘치는 용궁의 장면에서 단 번에 주인공임을 알아볼 수 있게 하는 효과를 내어서 내게는 더 좋았다. 물처럼 몸의 선을 따라 붙어 흐르는 깔끔한 의상은 가냘픈 심청의 순수함과 곧은 마음을 더욱 부각시켰다. 의상에 있어 나의 유일한 불만은 3막에서 심청이 입은 홍원삼의 길이였다. 황혜민 발레리나의 아름다운 발등이 감추어지는 것이 못내 못마땅했던 것도 있지만, 그래도 발레인데, 발동작을 좀 더 보고 싶었는데 발이 거의 보이지 않는 길이였어서 좀 속상했었다.  클래식튀튀 만큼 확 다 드러내지는 못하더라도, 발목 조금 위쪽까지는 보여주시지. 맨 위의 포스터 사진을 보더라도 저렇게 다리를 들었는데도 다리의 아름다운 선이 거의 보이지 않지 않는가 말이다.


다음은 내용구성, 즉 대본. 박용구 음악평론가는 일제강점기 때부터 활동하신 비평가시라는데, 외람된 표현이지만 <심청>은 정말 '영리한' 구성이라 생각한다. 그만큼 구성이 좋았단 뜻입니다. 단순한 스토리라인 속에 다양한 볼거리를 넣기 위해 용궁에서의 디베르티스망을 넣으신 것은 대본으로서도 안무로서도 참 좋은 아이디어였는데, 이 용궁부분이 바로 <지젤>에서는 2막의 발레블랑이 펼쳐지는 무덤가인 것이며, <호두까기인형> 2막의 크리스마스랜드이고, <백조의 호수>에서는 호숫가에 해당하는 장면이 되어, 마음껏 화려한 춤과 의상, 기술을 선보일 수 있는 장이 되는 것이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효녀 심청' 했을 때 당연히 떠올리는 뺑덕어멈이 빠진 점인데, 생각해 보면 뺑덕어멈까지 넣었으면 너무 길어지고 이야기가 번거로워졌을 것 같다. 그것이 스토리 만으로 진행해나가는 장르라면 괜찮겠지만, 발레에서의 스토리는 무용을 표현하기 위함이니, 그 뺑덕어멈 부분을 과감히 삭제함으로써 무용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살짝 고개를 갸우뚱했던 것은 용궁에서 용왕과의 로맨스 부분이었는데, 꼭 그 부분을 넣었어야 했는가 싶었다. 한껏 낭만이 펼쳐지는 용궁의 장면에서 낭만의 절정이라 할 용왕과의 로맨스가 등장한다면 낭만의 효과가 극대화되는 것이 맞지만, 압축, 정제, 간결한 스토리로 화려한 무용을 뒷받침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 생각하는 내 입장에선, 뺑덕어멈을 삭제한 과감성에 반해 용왕과의 로맨스를 넣은 것은 조금 집중을 흐트러뜨리는 요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그러면서 아무리 효심 때문이라고 하지만, 자신의 절절한 사랑고백을 거절하는 심청을 손쉽게 납득하는 용왕의 모습도 좀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이었고. 그 외 용왕과의 절절한 로맨스 직후 지상에서 만난 왕과 곧바로 또 다시 로맨스에 들어가는 심청을 보면서 아니, 심청은 바람둥이인가? 싶기도 했다. 심청의 순수하고 흔들리지 않는 곧은 효심을 생각하면, 이처럼 쉽게 사랑을 바꾸는 심청의 모습이 납득하기 힘들기는 하다. 무튼, 용왕과의 로맨스라는 부분이 살짝 작품을 필요 이상으로 복잡하게 만들었단 느낌은 있었지만, 앞서 이야기했듯 용궁 장면에서의 낭만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의도였다고 해석하면 크게 무리는 없겠다.


엇... 안무에 대해 안 썼는가? 썼는 줄 알고 있었다.;; 발레 <심청>의 꽃은 안무입니다. 안무가 참 좋아요.


한국적인 것을 보여주는 1막 1장과 3막에서는 한국무용의 안무를 볼 수 있다. 음... 무용하시는 분들은 발레, 한국무용, 현대무용 전공자 모두 예고에서 세 무용의 수업을 다 들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말을 들었을 때, '발레전공자가 한국무용 수업을 왜 들어야 하지?'라고 일반인 입장에서 생각했더랬다. 그런데, <심청>을 보고는 무릎을 쳤지. 아... 내가 무식했구나, 싶었고. 1막 1장 심청네 마을의 첫장면에서 나오는 발동작이 인상 깊었는데, 발꿈치를 안쪽으로, 발끝을 바깥쪽으로 하여 무릎을 구부린 자세는 확실히 한국무용을 떠올리게 했다. 그 외에도 3막에서의 탈춤은 뭐, 여지 없는 한국무용인 것이고. 이처럼 한국적인 것이 서양의 것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서로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참 보기에 즐거웠다.


1막 2장 배 갑판에서의 안무는 위의 비평에서도 다루었지만, 발레에선 드물게 볼 수 있는 발레리노 군무가 힘차고 멋졌다. 굉장히 남성적인 장면으로, 폭풍우치는 상황의 설정과 둥둥 울리는 북소리, 그리고 역동적인 동작으로 긴박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데 탁월했다고 생각한다. 올 8월에 국립발레단이 <스파르타쿠스>를 공연한다는데, 덕분에 그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남성의, 남성적인 발레라니. 어떤 느낌이 들까. 무튼, 이 배갑판 장면에서 기존의 가녀린 발레와는 다른 남성군무의 매력을 즐길 수 있었다.


3막의 왕궁 장면에선 왕과 심청의 파드되가 눈물이 나도록 아름다웠다. 낭만의 정점을 찍은 파드되. 그런데 가만히 보면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라 엄청난 고난도 동작들의 연속임을 알 수 있다. 위에 실은 동영상의 1: 14: 30부터 시작되는 부분인데, 보면서 헉! 하고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닐 정도로 묘기에 가까운 어려운 동작들이 많이 등장한다. 참, 그리고 이 부분에서 왕이 심청을 안고 옮기는 동안 심청이 한 발로 땅을 살짝살짝 터치한다든가 하는 부분이 독특했다. 마치 물 속에서 유영하는 듯한 느낌을 자아내는 안무가 많았어서, 앞의 용궁에서의 이미지와 연결되어 좋았다.


그리고 있은 심봉사와의 상봉 장면에선... 관객들의 박수가 터져 나왔을 정도로 가슴을 울리는 감동이 있었다. 그만큼 구성도, 음악도, 안무도, 그리고 무용수분들의 연기도 훌륭했기 때문이었는데, 그동안 발레를 보면서 아름다운 동작을 만들어낸 것도 아니고 뛰어난 기술을 선보인 것도 아닌데, 극의 흐름과 무용수분들의 연기력 때문에 관객들이 자발적으로 큰 박수를 보낸 것은 처음 겪은 일이어서 놀라기도 했고, 그로 인해 더 큰 감동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심봉사가 눈을 떴을 땐 또 한 번의 큰 박수가... 무슨 마당극이나 드라마라도 본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쯤 되면 우리 창작발레, 자랑스러울 만 한 거죠.


안무 상의 아쉬운 점을 들자면... 음... 아무래도 다양한 종류의 안무를 선보이느라 여유를 내기 힘들었겠지만, 그래도 코르 드 발레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대대적인 여성군무가 없었다는 점이 못내 아쉬웠다면 아쉬었다. 내가 <지젤>을 좋아하는 건 바로 2막의 코르 드 발레 때문이니까. 하지만... 한 편으론 여기에 그것까지 추가했더라면 정말 너무 버거웠으려나 싶기도 하고 그러네.









위 사진은 1막 2장 배 갑판 위 장면에서 심청이 인당수에 뛰어내리기 직전의 모습이다. 이렇게 보면 잘 모르겠습니까? 실제로는 폭풍치는 파도가 화면으로 출렁이는 데다, 배의 돛 두 개가 격렬하게 흔들리고, 또 빠른 템포의 음악과 춤 동작 때문에 긴박감 가득한 분위기가 조성된다. 무대장치는 국내진이 맡았다던데 참 잘 만들었다 싶었고. 









그리고 용궁에서의 디베르티스망. 온갖 화려한 의상이 다 동원되어서 눈이 즐거웠던 장면이다.









3막에서 왕과 심청의 로맨스가 펼쳐지는 파 드 되. 너무나 아름다운 장면.



음... 내가 이번에 토요일 2부를 선택했던 이유는 황헤민 님 때문이었다. 명실공히 유니버설 발레단의 현재 간판스타 황혜민 발레리나의 연기를 집중해서 보고 싶어서였는데, 역시 그 진가를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키가 작지만 작은 얼굴과 길쭉한 팔다리의 비율 때문에 동작이 시원해 보일 뿐 아니라, 연기력이 어찌나 좋으신지, 중간중간 눈물을 찔끔거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그... 갸벼움을 무엇으로 설명하나. 몸에 뼈가 없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깃털이나 비눗방울 같았달까. 몸을 공중으로 휙 하고 날리면 깃털처럼 남성 무용수분들의 팔에 사뿐하게 얹혀지는 모습. 물론 발레리노분들의 힘과 기술도 좋으니까 가능한 것이었겠죠. 그 뿐인가. 발레리노분들이 툭, 하고 건드리면 비눗방울 마냥 저리로 퐁, 저리로 퐁, 하고 날아다닌다. 아니, 이 사람은 혈관이 공기로 가득 차 있나? 싶을 정도로 무게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더란 거다. 이번 8월에 있을 유니버설의 <지젤>. 황혜민 님의 날짜로 예매해두었는데, 생각만 해도 녹아내린다. 발레리나분들의 공연을 볼 때마다 인간과 요정 사이의 존재, 라는 생각이 드는 건데, 그런 최상의 아름다움을 관객들에게 선사하기 위해 다이어트에서부터 발레연습에 이르기까지, 평생을 매일같이 얼마나 애쓰실까를 생각하면 숙연한 마음이 든다. 접때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님께서 TV에서 식단을 공개하신 적이 있는데 경악스러웠거든. 평생을 다이어트 속에 살면서 그 격렬한 동작들을 소화하며 예술적으로 표현까지 해내는 발레리나분들 덕분에, 이런 낭만적 아름다움을 우리가 누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모든 발레리나와 발레리노분들의 삶에 축복과 박수를 보냅니다.


선장 역을 맡으신 이동탁 님은 훤칠한 키에 체구가 워낙 좋으셔서 춤에서도 힘이 강렬하게 느껴져 좋았고.


에또... 엄재용 님이야 늘처럼 황혜민 님과의 찰떡호흡을 자랑하시고. 동작이 세심하시다고 느꼈는데... 황헤민 님의 심청에 이미 만취된 상태였어서, 다른 무용수 분들의 동작을 자세히 볼 여유는 없었다. 부끄럽습니다.;;



문훈숙 단장님을 비롯, 역대 심청들이 중년 심청으로 출연해 주신 것도 참 특별했다. 그리고 심봉사 부분에선 해학성마저 갖춘, 프리미엄 종합선물셋트 같았던 창작발레 <심청>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 없을 자랑스러운 우리 발레라 생각한다. 발레를 보고는 심장이 터질 듯 신이 났는데, 그래서 이번 주에 한 번 더 예매를 해놓았다. 그것도 황헤민 님 공연인데... 다른 발레리나분들의 심청도 보고 싶은데 말이다. 강미선 님이 연기하시는 수요일은 스케줄 때문에 도저히 안 되고 ㅡㅜ, 이번에 처음으로 심청을 맡으셨다 하는 한상미 님도 보고 싶은데, 화요일도 시간적으로 좀 위태롭고... 아무래도 한 번 더 본다면 김나은 님이나 홍향기 님의 심청이 되지 않을까 싶긴 한데, 어찌될 진 모르겠다.









가녀리고 아름다운 황혜민 님과 멋진 엄재용 님.

부부는 닮는다는데, 아니나 다를까 두 분 참 잘 어울리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