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universalballet.com/korean/performances/performance_view.asp?cd=704&furl=performance
https://www.sacticket.co.kr/SacHome/perform/detail?searchSeq=33143
두둥! 드디어 시작한다. 발레 시즌 시작을 알리는 공연!
<백조의 호수>, <오네긴>은 말할 것도 없고, 프로그램이 정말 좋네. 모르는 작품도 많이 다루어서 더욱 많이 배우겠다. <멀티플리시티>는 작년에 보았던 것 같은데ㅡ아닌가ㅡ. 무엇보다 <화이트 슬립>이 반갑다. 이 또한 내용은 잘 생각나지 않지만 작년에 잘 보았던 인상이어서. 기대됩니다!
흑조 파드되가 홍향기 님과 이동탁 님이라니. 어휴, 우리 힘향기 님이시라면 흑조 파드되도 거뜬하고 말고요! 믿고 보는 향기 님. 무리 마시고 제발 다치지 않으셨음 좋겠다. 향기 님의 그 에너지 만으로도 이미 관객은 충전되니까. 막공연 볼 수 없어 넘 아쉽네. ㅠ
파란색은 프로그램 노트에 있는 설명.
말라게냐 Malaguena
출연: 유니버설 발레단원
에스파냐 안달루시아 지역의 무곡 말라게냐의 리듬 속에 군무의 화려한 스텝이 돋보이는 무대. 독보적인 캐릭터댄스 실력자로 정평난 안무가 반리리의 신작.
→ 플라멩코를 연상시키는 의상과 춤. 강렬한 인상. 어두워서 무용수분들이 잘 보이지 않았는데, 그래도 눈에 띄는 마밍과 특히 데니스의 동작이 기품있고 좋았다.
백조의 호수 Swan Lake - 흑조 파드되
출연: 홍향기, 이동탁
<백조의 호수> 2막에 등장하는 흑조 '오딜'이 '지그프리드'왕자를 유혹하며 추는 2인무로 연속 32회전 (Fouette) 테크닉이 압권인 명장면
→ 홍향기 님의 선이 아름다웠다. 아직 분위기가 달궈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32회전을 해내시는 위엄. 뜬금 없지만 향기 님은 더 예뻐지셨고. 전막 발레에선 로트바르트도 잠깐 등장하는 장면인데 2인무로 추신 만큼 섬세한 감정 표현이 좋았다. 그런데 향기 님은 넘 착하게 생기셔서... ㅋㅋ 얼굴도, 몸선도, 동작도 착함착함 하시다며. 물론 유혹하는 오딜을 잘 연기해 주셨으나 어떤 느낌이냐면 타고난 천성이 악해서 오데트를 망쳐버리고 싶은 오딜이라기 보단, 지그프리드를 유혹해야 하기 때문에 유혹하는 느낌이랄까. 전막이 아니어서 그렇게 느낀 건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단순히 내가 홍향기 님을 좋아하기 때문에 내 눈에는 착하시게만 보이는 걸 수도 있겠고.
춘향 The Love of Chunhyang - 초야 파드되
출연: 강미선, 이현준
유니버설발레단 제2의 창작발레 <춘향> 중 첫눈에 반한 '춘향'을 두고 과거시험을 보러 가게 된 '몽룡'이 혼인서약 후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장면.
→ 나는 처음 보는 작품이었다. 처음에 춘향 옷을 보고 실망했는데, 왜냐하면 발목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겉옷을 벗고 속옷 차림이 되자 발목이 보여서 안심했다. 의상은 심청을 연상시키는 하얀 한복이었는데 아름다웠다. 춤도 심청을 떠올리게 하는 안무였는데, 리프트가 굉장히 많았고 로맨틱했다.
발레 101 Ballet 101
출연: 블라디미르 쉬클리야로프
규칙적인 리듬 위에 펼쳐지는 101개의 위트 넘치는 발레 포지션. 초청무용수 블라디미르 쉬클리야로프가 한국 관객을 위해 직접 선별한 작품.
→ 이거... 아래에 내가 '설마'했던 바로 그 작품이었...;; 블라디미르 쉬클리야로프 Vladimir Shiklyanov는 마린스키 발레단 수석무용수인데 굉장했다. 일단 온몸의 근육이 너무 아름답고요, 역시나 그 안정감은 탄탄한 기본기에서 나오는 것이리라. 잘 웃고 유머러스하기도 한 모습이 즐거웠다. 그런데 101번 동작에선 아래에 실은 동영상과 달라서 깜놀. 스포일링을 막기 위해 묘사하진 않겠습니다.
지젤 Giselle -지젤 파드되
출연: 한상이/최지원, 콘스탄틴 노보셀로프/마밍
사랑의 배신으로 죽음을 맞은 '지젤'이 처녀귀신 '윌리'들로부터 연인 '알브레히트'를 지켜내고자, 새벽종이 울릴 때까지 연인과 함께 추는 처연하면서도 아름다운 2인무.
→ 한상이 님이었구나. 그동안 <지젤>을 여러 번 보았지만 이 파드되가 이토록 어려운 동작으로 구성되어 있었던 건 줄 몰랐었다. 오페라건 발레건 전막을 절대로 선호하는데, 이렇게 갈라로 따로 떼어내서 보니까 전막에선 놓치게 되는 특징을 다시 보게 되는 장점도 있군. <지젤>에서의 콘스탄틴은 평소답지 않게 살짝 긴장한 듯 보였더랬다.
해적 Le Corsaire - 해적 3인무
출연: 조이 아나벨 워막, 이동탁, 콘스탄틴 노보셀로프/간토지 오콤비얀바
노예로 팔려갈 위기에 처한 '에도라'를 구한 해적 '콘라드'와 그의 충신 '알리'. 그들이 함께 펼치는 3인무.
→ 알리 역이 이동탁 님이셨나? 콘라드의 키가 많이 컸던 걸 보면 콘라드가 간토지였던 것 같은데. 암튼 우아... 알리... 완전 어마어마한 높이의 점프와 굉장한 회전에 경악. <해적>은 발레영상회에 처음 참석했을 때 보았던 작품이었는데, 그때 영상 보면서도 굉장하다 싶었더랬다. 그런데 직접 보니 시원시원한 점프와 회전이 매우 화려했다. 에도라 역의 조이 아나벨 워막은 최근 수석무용수가 되신 분 같은데, 기술이 아주... 32 푸에떼를 어떻게 그렇게 깔끔하게 소화하시지? 헤아렸을 땐 34인가 5인가 하셨던 것 같은데. 팽이가 돌아가는 줄 알았다.
오네긴 Onegin - 회한의 파드되
출연: 강미선, 이현준
뒤늦게 사랑을 깨닫고 매달리는 '오네긴'과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어렵게 뿌리치는 '타티아나'가 엇갈린 운명에 절규하는 감동의 2인무.
→ 개인적으로 아직은 제대로 감상하기 힘든 작품이다. 자꾸 겹쳐지는 환영이 있어서. 마음이 많이 아팠다.
멀티플리시티 Multiplicity, Forms of Silence and Emptiness - 첼로2인무
출연: 김나은, 곽태경
120분 전막 중 최고의 은유로 일컫는 바흐와 여성무용수의 2인무. 첼로로 형상화된 여성무용수의 몸짓과 '바흐'로 분한 남자무용수의 활 움직임이 어우러져 표현된 최고의 명장면
→ 나토 두아토라는 이 안무가를 기억해야겠다. 작년 발레축제 때도 유니버설에서 나초 두아토 안무작을 선보였던 것 같은데. 안무가 세련되고 멋지다. 이 첼로 작품은 그가 바흐의 곡에 심취해 오랫동안 들은 후 떠오른 이미지를 형상화한 것으로 알고 있다. 첼로를 연주하는 첼리스트를 보면 여성의 몸을 안고 춤을 추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많은데, 그런 이미지를 동작으로 잘 만든 것 같다. 대부분 첼리스트가 첼로를 연주하지만, 중간중간 첼로가 첼리스트를 끌어당겨 자신을 연주하도록 하는 장면에선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즐거웠다.
멀티플리시티 Multiplicity, Forms of Silence and Emptiness - 토카타
출연: 유니버설발레단원
천재 작곡가 바흐와 토카타와 푸가 D단조 BWV 538의 웅장한 오르간 선율 위 그의 죽음을 복선하는 7명의 남성 군무
→ 이 작품이 끝나고 나도 모르게 '안무 너무 멋지다!'하며 소리내어 감탄했을 정도로 멋진 안무였다. 동영상을 찾을 수가 없네.ㅠ 발레 동영상은 좀 많이 풀어주셨으면 좋겠는 것이, 아무리 동영상으로 본다 해도 공연에서 직접 보는 것과 가장 다른 장르가 발레이기 때문이다. 여태껏 발레 공연에 데려간 많은 사람들 중 깜짝 놀라지 않은 이가 단 한 명도 없어. 모두가 동영상으로 보던 것과 완전 다르다며, 훨씬 재밌고 멋지고 아름답다고 한결같이 입을 모은다. 그러니 가능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동영상으로 예습과 복습을 할 수 있도록 영상이 많이 풀렸으면 좋겠다. 대가에게 다가오는 죽음을 참 멋지게 표현한 안무였다. 그런데 여기에 블라디미르 쉬클리야로프도 있었어요? 비슷해 보이는 분이 계셨는데 어두웠어서 맞는지 모르겠네. 춤선이 눈에 띄게 아름다웠다.
돈키호테 Don Quixote - 결혼식 파드되
출연: 조이 아나벨 워막,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키트리'와 '바질'의 결혼식 장면으로 <돈키호테>의 하이라이트. 남성무용수의 회전과 점프, 여성무용수의 32회전 푸에테 등 현란한 기교가 어우러진 화려한 2인무.
→ 앞서 <해적>에서 검증된 조이의 푸에떼. 역시 거뜬하게 해내셔서 즐거웠다. 그리고 이 <돈키호테>에서 비로소 내가 기대했던 콘스탄틴을 보았는데, 그 아름다운 선과 스피드, 깔끔한 회전, 높고 깨끗한 점프, 그러면서도 잊지 않고 챙기는 낭만까지. 역시 콘스탄틴! 싶었다. 너무 즐거워요.
로미오와 줄리엣 Romeo & Juliet - 발코니 파드되
출연: 마리아 쉬린키나, 블라디미르 쉬클리야로프
안무가 레오니드 라브롭스키가 마린스키 발레단을 위해 만든 <로미오와 줄리엣>의 명장면으로 수줍은 듯한 순수함과 그에 못지않은 우아함이 어우러진 사랑의 2인무.
→ 드디어 등장한 마린스키 세컨드 솔리스트 마리아 쉬린키나는 참 아름다웠다. 그리고 마린스키답게 안정감이 돋보였고. 거의 모든 선이 45도 90도 135도 180도 등 정확해서 눈이 시원해지는 느낌. 블라디미르와 함께 낭만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화이트 슬립 White Sleep
출연: 강미선/한상이, 이동탁/데니스 자이네티노프, 유니버설발레단원
독일 안무가 레이몬드 레벡이 2017년 안무한 신작으로 시각의 상실을 망각의 현상인 치매에 비유한 작품. 긴 호흡과 섬세한 움직임이 전하는 치유와 위로의 손길
→ 작년 유니버설이 초연했던 작품 화이트 슬립. 발레에서 스크린 활용의 완벽한 예. 이 화이트 슬립은... 작년에도 그렇게 느꼈는데 참 먹먹하다. 엔딩작품으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작품. 다만, 여운이 너무 길어서 환호를 할 수가 없었다. 여운이 사라질 때까지 시간을 좀 주셨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음악도 너무나 아름답고 안무도 참... 뭐랄까. 상실을 겪는 자를 향한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안무랄까. 혼자 앉아 보았더라면 내내 소리죽여 울고 싶을 것 같은 작품이었다. 처연하면서도 단단하고 두렵고 그럼에도 따스하고 간절한 그 어떤 느낌 때문에 마음이 뭉클했는데, 이 작품이 자아내는 감정과 그 분위기에 고요히 압도되었다. 치유와 위로의 손길이라는 표현이 맞다.
동작에서는 <오네긴> 회한의 파드되와 연결되는 장면이 있었으며, 분위기로는 <멀티플리시티 - 토카타>와 연결선상에 있었다. 아니, 분위기나 감정선상으로도 <오네긴>을 연결시킬 수 있겠다. 보면서 동작 하나하나를 해석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러기엔 감정 몰입이 너무 심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분석욕에 군침을 흘리는 뇌와, 느끼느라 넋을 잃은 심장으로 자아가 쪼개지는 것 같던 기분.
다른 관객 없이 혼자서 보고 싶은 작품이었다. 동영상으로 풀렸으면 좋겠어. 너무나 좋은 작품을 훌륭히 표현해주신 유니버설 발레단원분들께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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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안정적이고 참 좋았는데, 다소 느리다는 느낌이 강했다. 특히 각 작품의 마지막 동작에서는 거의 모든 음이 느렸다. 개개 무용수에게 맞출 수 없다면 차라리 MR이 무용수분들껜 더 좋지 않을까 싶은데. 훌륭한 연주를 듣는 건 좋지만, 발레 공연에서 메인은 무용수가 되어야 한다. 빠른 것보단 느린 음악이 낫긴 한데 힘이 빠져.
그리고 유니버설 공연을 예당 오페라에서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유니아트도 나름의 매력이 있긴 한데, 멀티플리시티나 화이트슬립, 오네긴을 유니아트에서 할 순 없는 거여서. 예당 오페라극장의 세련됨과 깔끔함이 작품의 효과를 극대화시킬 거라 생각해요.
유니버설을 신뢰한다. 유니버설이 발레축제에서 선별해 보여주었던 작품들이 아니었다면 나는 아직도 모던발레의 매력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낯설고 부담스럽고 거북했던 모던발레를 이렇게까지 즐길 수 있게 된 건 유니버설의 작품 안목과 실력 덕분이다. 유니버설의 공연을 따라가다 보면 수준 높은 발레수업을 받는 기분이 든다. 보여주는 작품 하나하나가 다 가르침이고 수업이고 공부다. 이렇게 자상하고 다정한 유니버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발레 갈라>는 고전발레에서부터 낭만발레, 캐릭터발레, 드라마발레, 그리고 모던발레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장르를 총망라한 공연이다. 게다가 <발레 101>은 노골적으로 발레의 모든 동작을 보여주는 작품이니 만큼 발레 공부에 이보다 더 좋을 순 없겠다. 가능한 많은 분들이 이 <발레 갈라>의 친절함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
중요한 건 어제 다 썼으니 오늘은 간단하게만. <말라게냐>에서 데니스가 아닌가 본데. 물론 데니스 춤 좋았는데, 앞줄 중앙 오른쪽에 있는 남성무용수가 누구지? 기품있는 동작이 인상적이던데. <백조의 호수> 흑조 파드되에선 오늘 홍향기 님의 연기력이 돋보였다. 유혹했다가 밀어내고, 지그프리드가 오데트가 아닌 것 같다며 의심하자 휙 돌아서서는 백조인 척 가녀린 척 천연덕스럽게 연기하시는 모습이 넘 귀여웠다. ㅋㅋ 오늘 푸에떼 32 넘 좋았어요. 빠른 회전 시원했고요. 아 참, 이동탁 님은 공중2회전이 어제도 오늘도 깔끔 그 자체이시던. <춘향> 강미선 님은 몸이 유연하시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순수함이 돋보였고. 때묻지 않은 마음을 지닌 춘향을 잘 표현해주셨다. <발레101> 오늘 일행은 내 공연 메이트였는데, 이 작품이 가장 재밌었다고 했다. 이제 스포일링을 하자면 맨 마지막 장면에 마네킹 조각이 나옵니다. 블라디미르의 동작선이 정확해서 정석의 동작을 실컷 감상할 수 있었다. <지젤> 오늘은 최지원 님과 마밍이었는데, 최지원 님은 몹시 가벼우셨다. 혼자 점프를 하셔도 가벼웠고, 리프트를 받으면 바람에 날리는 천조각처럼 하늘하늘했다. 마밍은... 어디가 좀 아픈가? 여전히 멋지고 좋은데 뭔가 좀 달라진 것 같아서. 독무가 아니어서 그런 것이려나? 모쪼록 아프지만 않으셨음 좋겠다. <해적> 이동탁 콘라드는 힘이 좋으셨다. 강인하면서도 깔끔한 공중회전이 돋보였다. 조이는 푸에떼 32가 트레이드 마크가 될 듯. 사실 이 <해적>에서의 오늘 푸에떼는 하다가 도중에 시선중심이랄까, 그것을 놓치신 것 같았다. 정면을 보고 돌아야 하는데 어느 순간 뒤를 보며 회전을 했거든. 그런데 그 와중에 회전을 계속 하면서 자연스레 다시 정면으로 돌아서는 것을 보고 감탄했다. 그리고 콘스탄틴. 역시 콘스탄틴이지 뭔가! 높은 점프, 빠른 회전, 힘찬 리프트, 낭만적인 감성표현, 좋은 춤선, 무엇 하나 빠뜨리는 것이 없다. 살이 부쩍 많이 빠져서 몸이 더 가벼워졌고 훨씬 날렵해 보인다. 그럼에도 힘이 좋으니 참 신기하지. 대단한 무용수다. <오네긴>의 강미선 님이 오늘은 좀 보였다. 춤으로 느껴지는 성격을 유추해 보자면 순수하고 고운 마음씨를 지닌 분 같다. <돈키호테> 조이는 또 다시 이어진 32 푸에떼로 가장 많은 박수를 받았다. 나는 콘스탄틴에게 더욱 큰 박수를 보냈지만서도. 높은 도약 따위 손쉽게 휙휙 해내는 콘스탄틴은 믿고 보는 무용수다. <로미오와 줄리엣> 마리아 쉬린키나는 우유로 만든 사람 같다. 팔과 손동작이 참 아름답다며. <화이트 슬립> 아...! 보면 볼수록 좋은 작품이다. 오늘은 자꾸 눈물이 나려고 해서 꾹꾹 참았는데, 마지막에 결국 터져 버렸다. 에잇... 공연 보다 울면 급속도로 피곤해지는데. ㅠ 음악이 너무너무 좋다. 그리고 음악에 맞는 안무도, 메세지도 참 좋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완벽하다 하더라도 무용수가 충분히 표현하지 못한다면 아무 것도 될 수 없을 테다. 그런데 유니버설은 너무나 훌륭하게 표현해 주었다. 한상이 님은 전에도 느꼈던 건데 키가 크고 다리가 기시더라. 참 아름다우셔요. 그리고 간절함에서 포기로, 그리고 망각으로 넘어가는 연기를 잘 해주셨다. 아, 이 작품 임팩트가 너무 커요. 박수 소리가 생각보다 작았을 텐데, 그것이 작품이나 춤이 못했기 때문이 절대로 아니라, 너무 잘 하셨기 때문에 그런 겁니다. 정신이 나가는 거예요... 결국 울어버린 바람에 커튼콜 홍향기 님때 환호를 질렀으나 목이 잠겨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커튼콜 환호는 포기. 공연이 끝나고 차를 타고 오면서도 계속해서 일행과 <화이트 슬립>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아직도 마음이 뭉클뭉클해.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는 따로 연주를 들어봐도 좋겠다 싶을 정도로 연주가 좋았다. 그런데... 그래도 음악이 느려요. 오늘 일행은 계속 반주가 느리다고 고개를 저었을 정도. 어제보단 마지막 동작에 좀 더 잘 맞추었는데, 그래도 전체적으로 동작들이 자꾸 남으니 상대적으로 동작이 덜 멋있어 보이는 거다. 흑조 파드되에서 이동탁 님과 홍향기 님, 곤란하지 않으셨어요?? 동작 많이 남던데. 로미오와 줄리엣이나 오네긴처럼 감정선이 중요한 드라마 부분에서는 느린 음악이 좋은 효과를 내지만, 빠른 동작이 또 하나의 감상 포인트인 돈키호테나 해적, 흑조 파드되 같은 곡에서는 반짝반짝 빛나야 할 동작들이 어정쩡해졌다. 평소 그 무용수분들의 실력을 알기에 보는 입장에선 좀 당혹스러웠고. 귀는 정말 즐거웠는데 말이죠. 아쉬웠다.
어제 오늘 표가 둘 다 A블럭이었네. 최근 A블럭 1열의 매력을 알아가고 있어서 그런 건데, 그래도 한 번은 B블럭에서 보려고 했던 건데. 일요일로 예매했었던 표가 B블럭이었던 거다. 결국 공연이 겹쳐서 일요 갈라를 포기해야 했지만... 아쉽고 또 아쉽다. 이 좋은 공연을 한 번 더 못 보다니. ㅠ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다. 안 보고 지나가 버리기엔 너무 좋은 공연이다. 유니버설 발레단원 여러분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렇게 훌륭한 공연 보여주셔서 고마워요. ♥
※ 화이트 슬립에 대한 정보: http://www.jackdevant.com/white-sleep-universal-ballet/
안무: Raimondo Rebeck
음악: Philip Morris Glass
초연: 2017년 유니버설발레단
Raimondo Rebeck about the White Sleep
Maybe the words dementia or Alzheimer’s are too much but “White Sleep” is inspired by this disease. For 17 minutes, I am trying to touch on the idea of things that you forget slowly in life. My grandmother, who meant the most to me, suffered from the disease, so I saw how things slowly disappeared from the mind. I think with memories, there are two opinions. Sometimes, it is harder to forget than to remember but also sometimes it is harder to remember than to forget. So what I’m trying to do is to play with this. It’s not dramatically bad to forget. I talked to those who suffer from dementia, including my grandmother, and found out that it’s hard when they can’t remember things in the beginning but then they cross a line where it doesn’t bother them anymore and it’s not so bad for them to forget. It’s like they forgot how to forget. If you forgot everything, you cannot forget anything. I saw this as a positive thing. If your mind starts to forget things and it becomes empty, one can see it as a total darkness or pure white. I saw it as white and named the piece “White Sleep.”
트루먼쇼에 나왔던 음악이구나. 이렇게 좋은 음악이었다니. 필립 글래스는 영화 <디 아워스> OST도 작곡했네. 음악이 좋았던 영화로 기억하는데.
흑조 파 드 되 32푸에떼 ㄷㄷㄷ
<오네긴> 회한의 파 드 되
아 진짜 이거예요, <발레 101>????? 찾으니까 이거 나오는데??? @#$%#@$@
엇, 블라디미르 쉬클리야로프의 공연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