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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formance

[연주회] 바이올리니스트 유시연의 테마콘서트 XV @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by Vanodif 2018. 3. 27.





* 예술의전당 홈페이지: 

https://www.sacticket.co.kr/SacHome/perform/detail?searchSeq=33507



프로그램 


W. A. Mozart - Sonata for Violin & Piano in B-flat Major, K.454 

A. Dvořák - Romance for Violin & Piano in f minor, Op.11 

풍년가 

E. W. Korngold - Romance from the Violin Concerto in D Major, Op.35 

A. Pärt - Fratres for Violin & Piano 

이신우 - Violin Fantasy No.2 ‘Laudate Dominum’ Mozart in memoriam








W. A. Mozart - Sonata for Violin & Piano in B-flat Major, K.454 






칼칼한 바이올린의 소리가 인상적이었고 중음주법이 좋았으며 유난히 비브라토가 아름다웠다. 전체적으로 바람의 느낌이 났는데 이전에 들었던 다른 연주들과의 차이점은, 바람의 성질이 아니라 움직임이 느껴졌다는 점. 서늘하고 희박한 입자가 느껴지는 공기층으로서의 바람의 느낌이 아니라, 바람이 천을 들어 올려 선득선득한 느낌들이 연주 전체를 통해 강하게 느껴진 것이 특별했다.






A. Dvořák - Romance for Violin & Piano in f minor, Op.11 




드보르작의 이 곡 후반부에서 긴장이 완전히 풀리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은 바이올린 소리에서 빛과 색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보통 음악을 들으면 형태가 먼저 떠오르곤 하는데, 이 곡에선 온통 색의 향연이었다. 음마다 색이 컬러플하게 바뀌어서 정줄 놓고 즐겼는데, 음... 신기한 것이, 바이올린 음색에서 톤다운된 색을 느낀 것은 거의 처음이어서. 그러니까 빨강이 떠오르는데 쨍한 빨강이 아니라 검은색이 섞인 핏빛 빨강이었고, 파란색도 맑은 검은색이 섞인 듯한 서늘하고 깊은 파랑, 초록도 깊은 초록, 노랑도, 보라도, 등으로 쨍한 원색이 아닌, 맑은 블랙이 스며든 듯한 색들만 떠올라서 신기했다. 악기 연주를 들으면서 그런 적은 처음이어서. 나중에 생각해 보니 뒤에 나오는 현대음악들 때문이었던 것 같았는데, 현대음악 특유의 칼칼한 금속성 쇳소리 느낌이랄까, 그런 것이 맑은 블랙으로 느껴졌던 것 같다ㅡ지만 미천한 음악적 지식에 정확한 이유를 내가 알 리는 만무하다.






이 사이에 있었던 <풍년가>는 대단했다. 15회의 연주회를 이어오시면서 매번 국악을 연주하셨다는데, 그러시면서 국악기의 소리를 내기 위해 독특한 주법을 연마했다 하셨다. 그래서였던 것 같다. 소리가 살짝 낯설었던 것은. <풍년가>는 우리가 다 알고 있는 바로 그 <풍년가>였다. "풍년이 왔네~" 하는 바로 그. 그런데 장구, 장구의 방울, 바람소리 나는 천조각, 피아노와 함께 연주하신 <풍년가>에서 바이올린으로 전반부에서는 피리 소리를, 후반부에선 태평소 소리가 나서 정말 신기했다. 상상도 못했던 소리. 그리고 확실히... 연주법이 많이 달랐다. 아마 그 독특한 연주법 때문에 국악기인 피리와 태평소 소리가 났던 것 같은데, 굉장히 흥겹고 즐거운 연주였다. 유시연 바이올리니스트는 흥부자. 뜨거운 박수와 환호를 받으신 연주였다. 아마도 유시연 님의 특화된 장점으로서의 연주 같았다.






E. W. Korngold - Romance from the Violin Concerto in D Major, Op.35 




이 곡. 거의 모든 곡이 그러했지만, 예습했을 때보다 직접 들었을 때 훨씬 좋았다. 초고음의 향연. 아찔했다.






A. Pärt - Fratres for Violin & Piano 




들으면서 어쩔 수 없이 이영우 피아니스트가 떠올랐다. 이는 어쩌면 유시연 바이올리니스트껜 굉장히 실례되는 말씀일 수도 있겠는데, 내가 아는 현대음악 연주가가 이영우 피아니스트 뿐이어서 그러하다. 이번에 유시연 님께서 선별하여 들려주신 현대음악은 비교적 지나치게 낯설진 않았고 소화하기 좋았지만, 바이올린으로 들은 현대음악은 거의 처음이지 싶었을 정도로 드물었기애 낯설긴 했다. 그런데 이 곡을 유시연 님께서 연주하시자 몹시 매혹적으로 들렸는데, 맨 마지막 부분에선 뭐더라... 느닷없이 죽은 새의 넋이 떠올라서 깜짝 놀랐다. 정말 매력적인 곡이고 멋진 연주였다. 연약한 악기 바이올린을 그렇게 연주하다간 바이올린 상하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었을 정도로 독특한 주법들도 인상적이었다. 연주가 훌륭하니 이렇게 낯선 곡도 멋지게 들리는구나, 싶었다. 뭔가 독특한 주법이 있다 했는데 뭐였더라. 작은 종소리처럼 들리게 하는 주법이 파르트 특유의 주법이라 하셨는데. 잊어버렸다. 어지간하면 검색하겠지만 넘 피곤해.






이신우 - Violin Fantasy No.2 ‘Laudate Dominum’ Mozart in memoriam





모차르트의 원곡. 체칠리아 바르톨리의 풍성하고 따스한 목소리.


이 곡은... 들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는데. 현대음악 치고 정말 이해하기 쉬워 반가웠다. 현장에 작곡가 이신우 님께서 와 계셨는데, 이신우 님은 최근 음악을 통해 신앙과 인간성에 대한 고찰을 시도하고 계신 것으로 알려진 분으로, 이 곡은 모차르트 서거 250년 주년 기념이었나, 암튼 그리하여 모차르트의 <라우다테 도미눔 Laudate Dominum (주님을 찬양하라)>라는 곡을 기리며 작곡하신 것이다. 체칠리아 바르톨리의 영상이 바로 모차르트의 곡이다. 


설명에서 이 곡의 카덴차 부분에선 방황하는 인간의 고뇌와 갈등과 절규가 표현되어 있고, 뒤의 코랄에선 모든 것을 감싸 안는 신의 자비와 은총이 묘사되어 있다고 했는데, 과연 신기하리만치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이 곡을 들으면서 비로소 현대음악에서 사용되는 불협화음의 가치를 처음으로 깨닫게 되었다. 어쩌면 그것은 신앙인이기에 느낄 수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는데, 바이올린으로 표현되는 인간의 방황과 고통, 절규 후에 피아노로 신의 조용하고 신실하신 음성이 들리는 부분. 그런데 이상하게 그 정확하고 (8분 25초~9분 근처) 명쾌한 신의 음성에 비해 바이올린의 음이 자꾸 불협화음처럼 빗겨가는 모습에서 신의 음성을 따르고 싶으나 인간 속의 죄성으로 인해 자신도 어쩔 수 없이 자꾸 벗어나서 고통에 몸부림치는 인간이 강렬하게 느껴졌다. 그러다 10분 즈음부터 신의 소리와 함께 조화를 이루며 절정을 향해 달리는 모습에서 드디어 신의 음성에 주파수를 맞추고 신의 길로 들어선 인간의 환희가 떠올랐는데, 이것이 내게는 명확하게 떠오르고 이해되어서 그 점이 신기하고 놀라웠다.


한 편으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비그리스도인들은 이 음악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내가 느낀 것과 전혀 다르게 느꼈다 하더라도 그리스도인이라면 내가 이것을 설명했을 때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 내가 어떤 과정을 거쳐 이런 생각과 해석에 이르렀는지, 그들에겐 두 번의 설명이 필요치 않다. 그런데 신의 사랑을 알지 못하는 비그리스도인들, 부모의 사랑을 세상 최고의 사랑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 그들이 그 설명을 듣고 그 과정을 고스란히 이해할 수 있을까?


이 음악을 들으며 짜릿한 쾌감을 느낀 것은, 이 음악을 들으며 감상하는 순간, 수백 년 전 '주님을 찬양하라'를 만든 모차르트의 신앙과, 이 곡을 작곡하신 이신우 님의 신앙, 이 곡을 연주하신 유시연 님의 신앙과, 이 곡을 감상한 나의 신앙. 그 무엇으로도 엮일 일 없을 네 사람의 신앙이 그 순간 시공을 초월하여 이 곡 하나로 섬광처럼 연결되어 빛이 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다. 비록 지금의 내가 그닥 신앙적이라 할 순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안의 신앙으로 인해 이런 연결감을 느낄 수 있다는 건 근사한 일이다. 물론 이신우 님의 작곡이 그만큼 훌륭했으며, 또 유시연 님의 연주가 섬세하고 표현력이 훌륭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앵콜곡은 앞서 연주하셨던 <풍년가>와 <Amazing Grace>의 재즈 버전이었는데 참 유쾌했다. 다양한 주법을 연구하심으로 다른 어떤 연주자와도 구별되시는 유시연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는, 바이올린 연주 감상에 있어 내게 신세계를 열어준 고마운 공연이다.






공연소개 


6년 동안의 테마콘서트 시리즈가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힘이 되어주신 청중, 함께 연주한 연주자들, 그리고 가족과 동료, 지인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바이올리니스트 유시연이 열다섯 번째 테마콘서트 ‘Gratitude’ (감사)의 무대를 정성스럽게 준비하였다. 


다채로운 프로그램과 독특한 연주법이 돋보이는 이번 공연에서는 ‘Gratitude’의 감정을 바이올린으로 표현하여 클래식 음악의 숭고함을 청중과 함께 공감하고자 한다. 흔히 접할 수 없었던 인상적이고 신비로운 작품들을 새롭게 소개하는 이번 테마콘서트가 지치고 고된 삶을 정화할 수 있도록 청중께 드리는 ‘감사의 선물’이 되기를 바란다. 



P R O F I L E 


Violinist 유시연 

우아한 해석과 음색에 대한 천부적인 섬세함, 특유의 고전적인 순수미를 바탕으로 바로크부터 현대, 클래식 음악과 세계의 민속음악을 오가며 새로운 음악적 결실을 일구어가는 바이올리니스트 유시연. 


선화예고 재학 시 동아콩쿨에서 1위로 입상한 그녀는 서울대 재학 중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커티스 음악원에서 학사를 마친 뒤, 영국 왕립음악대학과 예일 대학에서 석사학위와 Artist Diploma를, 뉴욕 주립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0년부터 숙명여대 교수로 재직하며 현재 교육자이자 솔로이스트, 그리고 Trio de Seoul의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암스테르담 로열콘세르트허바우에서 데뷔 리사이틀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네덜란드 순회공연을 가졌고 미국, 영국, 오스트리아, 스페인, 독일, 폴란드 등지에서 리사이틀과 협연을 하여 전문 연주자로서의 경력을 쌓아나갔다. 한편 2008년과 2009년에는 베를린 필하모닉 캄머 잘에서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의 후원으로 베를린 데뷔 리사이틀을 열어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또한 매년 하절기에 영국 캠브리지 대학에서 열리는 Cambridge International String Academy의 교수로 초청되어 마스터 클래스와 연주를 하고 있다. 


유시연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작업으로 2002년부터 매년 열고 있는 ‘유시연의 테마 콘서트’를 꼽을 수 있다. 고전 레퍼토리는 물론 탱고, 민속음악, 바로크, 종교음악 등을 심도 깊게 연구하여 바이올린 음악의 지평을 확장해왔고, 2012년에는 SONY 레이블에서 [Pasion, Amor & Piazzolla]라는 제목의 앨범을 발표했다. 


또한 그녀는 국악에도 관심을 보여 우리 소리에서 사용되는 농현, 시김새, 음영을 바이올린으로 표현하여, ‘아리랑’, ‘보허자’, ‘한오백년’과 같은 작품을 통해 국악과 서양음악의 융합을 새로운 장르로 개발하여 2014년 새 앨범 ‘회상’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유시연의 홈페이지 www.siyeonryu.com 


Piano 박수진 

-미국 커티스 음악원 학사 -미국 뉴잉글랜드 콘서바토리 석사 및 Graduate Performance Diploma, Artist Diploma 취득 

-미국 피바디 음대 박사 

-한국일보 콩쿠르 1위, 프랑스 성 늠브레체 국제 콩쿠르 2위 등 다수 입상 

-서울, 대전, 부산시향, 코리안 심포니, 크라코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과 다수 협연 -콘서트 시리즈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시리즈’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음악대학 피아노과 교수 


장구 장경희 

-서울예술대학교 국악과 졸업

-창작국악그룹 그림(the林) 동인 

-Juris Kuns 해금사운드 타악 

-안은경 Purity 타악 

-공연예술창작터 수다 음악감독, 타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