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문화회관 홈페이지:
http://www.sejongpac.or.kr/performance/view_real.asp?performIdx=28394&performCode=chpi1712201341001
프로그램
J. S. Bach - Partita No.1 in B-flat Major, BWV 825
L. v. Beethoven - Piano Sonata No.30 in E Major, Op.109
Intermisson
R. Schumann - Fantasiestücke, Op.12
B. Yusupov - Musical Carpet
J. S. Bach - Partita No.1 in B-flat Major, BWV 825
0:04 I. Praeludium 1:51 II. Allemande 4:53 III. Courante 7:42 IV. Sarabande 12:42 V. Menuet 15:38 VI. Gigue
오늘 일행은 처음 만난 사람이었어서 공연 감상이 편하진 않았다. 어쩔 수 없지. 낯선 사람을 공연에 초대했을 때 감수해야 하는 불편이다. 긴장했어선지 1, 2악장은 잘 듣지 못했다. 자리가 너무 앞이기도 했고. 3악장에서 달려가는 듯한 분위기에 환기가 되었다. 그리고 펼쳐진 4악장 사라방드. 아... 순식간에 휘릭 하며 초록이 펼쳐지더니 풀냄새가 나던 연주. 목까지 올라오는 티셔츠를 단정하게 받쳐 입은 남성이 조용히 숲을 산책하는 느낌. 위 영상의 표트르 안데르제프스키의 연주와는 많이 다른 연주였다. 신선한 풀향기가 나더니 조르륵 흐르는 맑은 물내음. 그리고 비치는 따스한 햇살과 바삭거리는 햇살 냄새. 그러다 나뭇잎 사이로 얼금얼금 비치는 햇살의 희롱과 온기. 발 밑에 부서지는 마른 나뭇가지. 얼굴에 그늘을 드리우는 초록 잎들의 수다. 그런... 느낌에 힐링 받는 것만 같아 정말 행복한 연주였다. 정직하고 차분하고 속깊은 연주. 믿을 만한 사람을 표현하는 연주가 있다면 박혜현 님께서 연주하신 바흐 파르티타 1번 사라방드의 느낌을 낼 것 같다.
L. v. Beethoven - Piano Sonata No.30 in E Major, Op.109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0번 작품 109. 내가 어디에서 이 곡을 처음 들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데, 도입 부분이 너무나 인상적이어서 기억하고 있던 곡이다. 너무 아름다워서 예습하면서 가장 기대했던 곡.
그런데 이 곡에 있어서 전혀 다른 해석을 하셔서 놀랐다. 나는 이 곡의 1악장 도입부를 들을 때마다 기억의 강물이 찰랑이는 것을 떠올리는데, 박혜현 님은 도입부분을 다소 빠르고 강렬하게 연주하셨어서 평소 내가 갖던 이미지가 완전히 뒤집어졌다. 그래서 연주하시는 바를 따라 상상을 하려고 했는데,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런데 이해는 못했어도 뭔가 너무 좋은 그 느낌. 설명할 순 없지만 좋다는 거. 그래서 또 행복해하다가 마지막 악장에서 아...!
처음엔 단정한 남성이 혼자 마을을 걸어 어디로 가는 것 같았는데, 그러다 아름다운 여성을 만나고, 함께 산책을 하는 기분. 서로 차분히 마음을 나누다가 어느 순간 살짝 의견 충돌을 보이다가 다시 풀어지고 그런 상상. 박혜현 님은 전체적으로 바르고 정직하다는 느낌의 연주를 하셨는데, 난 그것이 참 좋다. 내가 바른 사람을 좀 많이 좋아해.
R. Schumann - Fantasiestücke, Op.12
Fantasiestücke (Fantasy pieces) Op. 12 (1837) (score), Robert Schumann (1810-1856). Martha Argerich, piano. 1. Des Abends (00:00) 2. Aufschwung (3:25) 3. Warum? (6:23) 4. Grillen (8:27) 5. In der Nacht (11:20) 6. Fabel (14:46) 7. Traumes Wirren (17:20) 8. End vom Lied (19:32)
슈만의 판타지. 이를 어찌할 것이냐. 차분하고 이성적인 느낌이 강한 박혜현 님이 연주하시는 슈만은 어떠할 것인가. 너무 넘쳐 흐르진 않았다. 깔끔하게 정리되는 낭만. 그런 낭만이 주는 매력이 있지. 저녁의 고즈넉함이 펼쳐지다가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도 떠오르는 다채로운 연주였다.
B. Yusupov - Musical Carpet
역시 난해했다. 현대 작곡가라 그런가... 예습했던 유수포프의 다른 곡들보다 더 난해했다. 다만 이 곡에 오기까지 들었던 박혜현 님의 차분함을 붙잡고 들었다. 군데군데 이해 못할 노트들이 많았으나, 그건 내 지식이 미천한 탓이다. 시종일관 날리지 않는 깔끔한 연주 잘 들었습니다. 한 음 한 음 또렷이 들리는 주법에 귀가 깨끗해졌어요.
앵콜곡은 성가 <오 신실하신 주>였다. 차분히 분위기 정리하기에 좋았다.
Pianist 박혜현
"민첩한 테크닉과 스마트한 이성, 프로페셔널한 피아니스트로서 모든 장점을 지닌 박혜현의 음악은 순수성을 지니고 있다. 그녀의 순수한 음악은 나의 마음을 움직였고, 음악이 끝남과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나게 만들었다." -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
피아니스트 박혜현은 예원학교와 서울예고(우등졸업)를 거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에서 수학하였다. 이후, 도미하여 New England Conservatory에서 석사과정(우등졸업) 및 전문연주자 과정을 마치고, 귀국하여 이화여자대학교 음악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논문: 쇼팽 소나타 제 3번 Op.58에 나타난 연주 기법: 연주 사례를 중심으로, 2015)
일찍부터 박혜현은 음악저널콩쿨·음악춘추콩쿨·음연콩쿨·난파콩쿨 등 국내 유수의 콩쿨에서 우승하였으며, Missouri Southern International Piano Competition 입선, Philharmonic Soceity of Arlington Young Artist Competition Piano 부문 1위, Yokohama International Competition 5위 입상 및 Ravel 특별상을 수상하면서 국제콩쿨에서도 두각을 나타내었다. Korea Youth Orchestra의 초청 Mozart Piano Trio 연주, 한국피아노학회콩쿠르 입상자 연주, 서울대 춘계음악회 연주, New England Conservatory의 St. Botolph Hall Chamber Music Recital 연주, Heifetz International Music Institute 'Stars of Tomorrow Series’ 초청연주, Heifetz International Music Institute 'Gala Closing Concert of Celebrity Concert Series’ 초청연주, New England Conservatory Keller Hall 두오연주, Bob Ensor 교수 초청 ‘Crowder College’ 연주, 영산그레이스홀 금요초청음악회 독주회, Asia Grand Piano Festival 연주, 군산시민회관 해설이 있는 음악회 연주, 비상 피아노 협회 두오연주 등 국내외에서 다양한 무대로 관객들을 만난 그는 2015년부터 ‘일상을 접어두는 순간’이라는 제목으로 시리즈 콘서트를 기획하고 있으며, 관객이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클래식 음악의 고급스러움을 부각시키는 무대를 만들어 호평을 얻었다. 현재 나사렛대학교 겸임교수, 이화여자대학교, 안양예술고등학교에 출강하여 후학을 양성하며 나사렛 앙상블 부회장, 한국피아노학회, 한국비상피아노협회 회원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