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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formance

[연주회] 디오티마 현악사중주 QUATUOR DIOTIMA @ 일신홀

by Vanodif 2018. 6. 18.




[2018일신프리즘시리즈4-스페셜 콘서트] 

<드뷔시 서거 100주년 기념 디오티마 현악사중주 QUARTUOR DIOTIMA>

* 일시 : 2018년 06월 19일 (화) 19:30

* 장소: 일신홀


* 일신홀 홈페이지: http://www.ilshinhall.com/concert/list_view.html?idx=502&year_1=2018





[프로그램]


Pierre Boulez : Ⅰa, Ⅰb from “Livre pour quatuor” 

Gerard Pesson : “Farrago” String Quartet No. 3 *한국초연 


INTERMISSION 


Claude Debussy : String Quartet op. 10






[2018일신프리즘시리즈4-스페셜 콘서트] 




* 사진출처: http://en.remusik.com/20160523/



디오티마 현악사중주 QUATUOR DIOTIMA


Yun-Peng Zhao, violin 

Constance Ronzatti, violin 

Franck Chevalier, viola 

Pierre Morlet, cello 


디오티마 콰르텟은 1996년에 파리국립고등음악원 출신 연주자들에 의해 창단된 현악사중주단으로, 현재 세계 각지로부터 초청받아 연주하고 있다. 디오티마라는 이름은 독일 낭만주의 문학가 횔더린이 그의 소설 히페리온에서 연인의 이름으로 붙여준 이름이자, 이를 모티브로 사용한 오늘날의 작곡가인 루이지 노노의 현악사중주 *“조용한 파편들”의 또다른 제목이다. 

(*“조용한 파편들, 현악4중주를 위한 디오티마(Fragmente-Stille, an Diotima for string quartet, 1980)” : 이 곡의 악보에는 휠더린(F. Holderlin)의 시에서 발췌한 53개의 인용구가 배치되어 있고, 이 인용구들은 내면세계의 섬세함을 묘사하는 것으로 노노의 음악 중 가장 난해한 음악으로 꼽힌다.) 


디오티마 콰르텟은 헬무트 락헨만, 브라이언 퍼니하우, 토시오 호소카와와 같은 현대 작곡가들과 공동작업을 해오고있으며 알베르토 포사다스, 제라르 뻬쏭, 레베카 선더스, 트리스탄 뮈라이 등 현대작곡가들에게 작품을 위촉하여 초연하였다. 


이처럼 현대 작곡가들과의 협업 뿐 아니라 디오티마 콰르텟은 바르톡, 드뷔시, 라벨, 야나첵과 같은 20세기 초반의 작품들, 베토벤, 슈베르트와 같은 고전 레퍼토리도 폭넓게 연주하고 있다. 이들의 연주는 세계 여러 매체를 통해 소개되었고, 특히 쇤베르크의 현악사중주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 녹음은 독일에서 높이 인정받았으며 스페인과 프랑스에서는 여러 녹음들이 최우수 음반으로 수차례 선정되었다. 2009년부터는 “Naive” 레이블과의 독점계약으로 음반을 내고 있다. 


디오티마 콰르텟은 베를린 필하모니와 콘서트하우스, 루브르 오디토리움, 씨떼 드라 뮤지끄와 같은 주요 공연장에서 연주하고 있으며, 스트라스부르 무지카, 브뤼쎌 아르스 무지카, 헬싱키 무지카노바, 제네바, 리스본, 부다페스트 음악제와 같은 세계적 페스티벌에 정기적으로 초청되어 연주하고 있다.


* 출처: http://www.ilshinhall.com/concert/list_view.html?idx=502&year_1=2018










예습을 하면서 너무 낯선 현대음악에 걱정이 많았다. 일행 역시 난해함 때문에 심지어 공연 시작하기도 전에 '이 공연 인터미션 때 집에 가면 안 될까...?'라고 물었을 정도였다. 나 역시 그러고 싶었을 정도로 예습할 때의 곡들은 난해했다.


막상 공연이 시작하고, 일행과 나는 귀를 믿을 수 없었다. 정제되고 깨끗한 소리와 재치있는 표현들. 완벽한 호흡 덕분에 분명히 예습한 곡들임에도 불구하고 신세계가 펼쳐졌다. 귀가 너무 즐거운 나머지 이런저런 상상을 떠올리지조차 못할 정도였는데, 그냥 귀에 흘러 들어오는 음만으로도 행복했다. 인터미션이 되고, 우리는 누가 뭐라할 것도 없이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디오티마 사중주가 연주하는 드뷔시를 꼭 들어야겠다는 생각. 


완벽한 호흡 속에 귀를 간지럽히는 미묘함의 즐거움.


특히 불레와 뻬쏭의 곡에서는 어떻게 소리를 내는 걸까? 싶도록 가느다랗고 아련함이 돋보였는데, 덕분에 현대음악이 이렇게 즐겁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사진 맨 오른쪽의 비올리스트 프랑크 슈발리에는 연주 내내 다른 연주자의 소리를 들으며 훌륭하게 중심을 잡으며 호흡을 맞추었고, 또 연주 후 인사할 때는 함박웃음을 지어서 더욱 즐거웠다. 아니더라도, 듣는 내내 나도 모르게 입이 귀에 걸린 상태로 들은 연주였다. 


일신홀 덕분에 이렇게 훌륭한 디오티마 사중주의 연주를 들을 수 있어 현대음악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기쁨을 누린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Pierre Boulez : Ⅰa, Ⅰb from “Livre pour quatuor” 


다소 낯선 현대음악이라 정보가 많지 않은데, 프로그램 노트의 설명이 훌륭하니 파란색으로 옮겨 적는다.


※ 프로그램 노트의 글: 임수연 님


피에르 불레즈 Pierre Boulez (1925 - 2016) - 현악사중주를 위한 <책> Livre pour quatuor (1948-49/2011)


20세기 최고의 작곡가 중 한 사람인 프랑스의 피에르 불레즈는 1942년, 17세에 파리음악원에 입학하여 올리비에 메시앙(Olivier Messiaen)에게 화성학을 배웠고, 드뷔시와 베베른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도나우싱엔 음악제를 창설하고 18개 악기를 위한 <폴리포니 X>를 초연하여 비상한 반향을 일으켰으며 1970년, 클리블랜ㄴ드 오케스트라 음악 고문을 지낸 데 이어 1971년, 레너드 번스타인의 후임으로 뉴욕 필하모닉 음악감독에 임명되었다. 이같이 지휘자로도 큰 명성을 지녔으며 세계적인 현대음악단체인 앙상블 엥테르꽁탕포랭(Ensemble intercontemporain)의 음악감독이었던 불레즈의 음악은 12음기법의 확장과 치밀한 짜임새, 색채의 미묘한 뉘앙스가 특징이다. 그는 프랑스 정부로부터 후원을 받는 파리 퐁피두센터 소속 프랑스 국립음향연구소(RCAM)에 헌신하였고, 2016년 1월 5일 독일 바덴바덴 자택에서 향년 91세로 타계하였다.


불레즈의 현악사중주를 위한 '책'은 복잡한 준비작업을 거친 작품이다. 원래는 1949년에 작곡되어 1954년부터 어러 해에 걸쳐 부분적으로 개작되었고 1985년에 이르러 아르디티 현악사중주의 요청으로 6개의 곡으로 완성되었다. 이 중 오늘 연주되는 Ia, Ib는 1968년에 현악오케스트라 버전으로 개작하여 1988년에 다시 손을 보았으며, 오늘날에는 현악오케스트라 편곡 버전이 더 자주 연주된다. 오늘 디오티마 콰르텟이 연주하는 버전은 2011-12년 디오티마 콰르텟과 불레즈의 공동작업으로 완성된 개정 악보로, 이것이 현악사중주의 최종 버전이다. 디오티마 콰르텟은 1996년 결성 당시 이 곡을 연주하려는 계획이었으나 극복할 수 없는 연주상의 어려움과 의문을 해결하지 못하고 훗날 2011년에 불레즈를 직접 만나 오랜 작업 끝에 비로소 최종 개정판을 함께 완성하였다. 6개 악장 전곡의 연주시간은 약 65분이다.


이 작품은 불레즈의 1948년작 피아노 소나타 2번 4악장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전체적으로 음렬이 중요한 소재로 다루어진다. 이 작품에서 불레즈는 쇤베르크의 엄격한 음높이의 음렬을 초월해서 그의 소나타에서 시작됐던 경향을 계속 이어나갔다. 하이든에서 제 2비엔나 악파, 바르톡에 이르기까지의 사중주의 고른 음색과 최대한 다양한 음색의 구현을 추구했던 서정소품의 전형적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이 곡에서 불레즈는 아르코, 피치카토, 꼴레뇨, 브릿지 위에서 소리내는 음 등의 여러 주법들에 의해 다양한 소리를 만들어내며 일시적인 음과 지속음 사이의 관계를 통해 서로 다른 다양한 부분들을 형성하고 있다. Ia는 서정성, Ib는 쉼표의 중요함과 빠른 작은 모티브들, IIIa에서는 15세기의 정선율, IIIb에서는 밀도있는 다성음악 전개 등이 존재한다. 


악장이라기 보다는 책의 페이지라고 할 수 있는 이 작품은 부분적으로 발췌하거나 연주자 임의의 순서로 연주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작곡가가 밝힌 바 있다. 이는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나, 피아노 소나타 3번을 작곡한 시기인 1957-60년에 불레즈가 관심을 쏟았던 열린 형식에 관련된 것이다.


→ 아주 훌륭한 설명이다. 나같은 음악감상초보 일반인에서부터 전공자에 이르기까지 만족할 만한 설명이 아닐까 싶다. 또한 음악을 들으면서 생각했던 거의 모든 장점들이 다 언급되어 있다.





바로 디오티마의 연주다. 흐억, 스럽도록 낯선 현대음악이다.;; 아... 일신 프리즘 한 달 건너 뛰었더니, 그나마 그간 프리즘 다니면서 간신히 덜 낯설어졌던 현대음악이 다시 a perfect stranger가 되어 버렸다. 내일 고생 좀 하겠네...ㅠ 하지만 음악의 지평을 넓히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랴. 힘들게 길들여지는 만큼 오래오래 즐길 수 있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일신 프리즘이 아니었으면 과연 이 공연을 내가 시도할까 싶다.


[공연 감상 후]


유툽으로 감상했을 땐 난해하기만 했다. 그런데 음... 일신홀이 소리가 좋은가? 일신홀에서 그렇게 예쁜 소리는 처음 들은 것 같은데. 좌석이 좋았나... 황금좌석이긴 했다. 암튼, 분명히 똑같은 곡인데도 이 동영상에서 나오는 것과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이것이 공연장에서 직접 듣는 소리의 매력이다. 기대 이하일 수도 있으나, 대부분 예습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경우가 많은데, 디오티마의 이 불레 곡은 예습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좋았다.


매 곡마다 연주를 시작하기 전에 신중하게 마음을 고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디오티마 사중주의 제1바이올린이 드디어 활을 움직이기 시작하고, 그에 꼭 맞게 나머지 악기들도 연주를 시작한다. 그런데 힘찬 '아르코(보잉)' 보다는 대부분 은근한 꼴 레뇨나 피치카토, 혹은 활을 떨어뜨린 탄성으로 소리내는 리코셰Ricochet 등이 주로 사용되었으며, 들리는 듯 아닌 듯 할 정도로 몹시 여리고 가는 음들이 들릴 때마다 형형색색의 색깔들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 곡을 들으면서 하필 전날 영화 <프로메테우스>를 보았기 때문인지, 처음에는 낯선 외계의 행성이 떠오르다가 이내 동굴 속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떠올랐다. '책'으로 맞추고 상상했더라면 좀 더 맞추어 연상을 즐길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는데, 시작 전에 프로그램 노트를 잘 읽지 못해서 난 그런 장면을 떠올린 것 같다. 실제로 들었을 때 정말 즐거운 연주였다.


"조화로운 불협화음"이란 표현이 딱 떠오른 연주였는데, 일행도 그 표현에 동의했을 정도로 기이하게 납득이 되는 아름다운 모순이었다.






Gerard Pesson : “Farrago” String Quartet No. 3 *한국초연


제라르 뻬송 Gerard Pesson (1958- ) - 현악사중주 3번 '파라고' String Quartet No.3 Farrago (2013)


제라르 뻬쏭은 1957년 프랑스 태생의 작곡가로, 소르본느 대학에서 문학과 음악학을 공부했고 '우연성 음악'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파리국립고등음악원에서 작곡을 공부하고 라디오 프랑스의 음악 프로듀서로 활동했으며, 1986년에 현대음악 정기간행물 <Entretemps>을 창간했다. 2007년에는 베를린 예술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했고 현재 파리국립음악원 작곡과 교수이며 이르캄 예술가로 초청되었고 그의 작품들은 유수의 악단들에 의해 널리 연주되고 있다.


'파라고'는 라틴어로 여러가지 곡식의 혼합을 의미한다. 쥐베날(Juvenal)은 이 단어를 그의 첫번째 작품 <풍자>에서 사용하면서 자신의 시가 인간의 기분과 열정으로 이루어진 것임을 알린다. 이는 예민한 무의지적 기억(레미니상스)의 효과에 의해 마르셀 프루스트가 찻잔 - 마을과 정원 - 에서 그의 책의 모든 소재가 흘러나오는 것을 경험한 것과 마찬가지 성격의 것이다.


이처럼 <파라고>에서 음악은 끊임없는 순환에 매인 일군의 소우주들로 이루어진 것으로, 각 요소는 다른 요소에 의해 변형되어 다시 나타나고, 각 음색은 다음 음색을 향해 미끄러지는 등, 모든 음악적 오브제는 그 자신의 회귀에 의해 매번 윤곽이 잡히고 세공된다. 이 회귀는 수사가 다른 모든 것들의 상호적이고 동시적인 후렴인 하이퍼 론도 효과를 유발한다. 마치 지속성이, 분출하는 음계와 반복적인 음들로 된 프레스티시모로 끝을 맺게 되는 그 격렬한 에너지에 의해 유지되는 항구적인 기억의 유액인 것처럼.


<파라고>의 형식은 중세의 문학 형식인 파트라지라고 불리는 것과 공통되는 몇 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다: 가속도, 대조, 예측 불능의 불연속, 의사 대칭, 돌연한 의미의 편차, 왜곡, 삽입, 들끓거나 영속적으로 움직이는 느낌 등이 그것이다.


음악은 완전히, 매우 밀도 있는 화성들, 4도나 5도를 꽉 채우는 작은 밀집 음군들 ㅡ 전음계의 순결함이나 시그널처럼 던져진 동음으로 해결되기도 하는 긴장 ㅡ 로부터 도출된다. 그 때문에 네 악기들이 꽤 짧은 중음이나 높은 중음 음역에서 단 하나의 악기 ㅡ 메타 악기 ㅡ 처럼 연주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순간의 신경질적인 충격들, 두들기는 잡음의 텍스추어, 기계 같은 반복, 비올라에 의해 연주되는 풍자적 성격의 울림이 있는 그 주제 ㅡ 나의 근작들 중 여러 작품들에서 다시 나타나는 주제 ㅡ 까지도 모두 그 화성으로부터 발생한 결과이다. 나는 이따금 그것을 '프루스트 테마'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왜냐하면 그것이, 여기서도, 형식의 구성에 있어 개념의 용출과 비약(횡설수설)으로 발전할 수 있는 혼잡함에 대해서 말하는 것인 <프루스트의 순간들>이라는 부제가 부튼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트리오에서 온 것이기 때문이다.


<파라고>의 돌진하는 시간을 몇 개의 느린 순간들이 중단시키게 된다. 그 느린 순간들은 멀어지고 사라지듯 서서히 변화하는 화성에 의해 인도되는 거의 지워진 선율을 중심으로 축조된다. 그 선율들 중 하나는 루이 쿠프랭의 자유분방한 프렐류드에서 유래한 것이다.


<파라고>는 한 세트를 구성하는 세 가지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다. 샘플들의 저장고, 혹은 건반악기의 건반들과 마찬가지라 할 수 있으며 따라서 형식적인 반음계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요소들은 선율적 단편들, 잡음과 배음의 텍스쳐 같은 것들로, 내가 '아코디언 연주에서의 밀집 음군', 공전하는 5도들 또는 회전하는 기계라고 부르는 것으로, 이 모든 요소들은 내가 말했던 밀도있는 화성으로부터 발생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배합에 의해 종종 군데군데 끊기고 모순되기는 해도 하나의 생각에서 다른 생각으로의 모핑(컴퓨터 그래픽에서 화면을 차례로 변형시키는 특수촬용기술)에 의해 펼쳐진 흐름 같은 것인 시간성 안에서의 유사음에 의해 일종의 이야기가 축조된다. 파라고 앙상블의 이러한 요소들은(여기서 우리는 곡식의 혼합이라는 의미를 다시 떠올리게 된다) 모자이크의 끼움돌들처럼 서로 굳게 결속돼 있으면서도 반목하고, 자성을 띠면서도 역설적으로 조금씩 구성되는 어떤 이미지를 형상한다.


내가 <역청(아스팔트)>과 관련해서 이미지와 파노라마 촬영 이야기를 했던 것처럼 나는 <파라고>와 관련해서는 이야기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 두 음악은 힘있는 각운들과 수사들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장애물들의 지리학, 신경질적인 성향, 간결한 선이라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으며, 이것들은 마치 음악이 중단된 것처럼, 아니 그보다는 기진맥진해 생략된 것처럼ㅡ모든 음역들을 가로지르는 글리산도들ㅡ유보되고 잠정적인 목표로 이끈다.


파라고라는 단어가 이탈리아어로 바늘을 의미하는 ago로 끝난다는 것을 언급하는 것이 꽤 마음에 든다. <파라고>의 음악이, 표면이 빛, 색채 만큼이나 내가 내 음악을 직조했던 점착하는 침묵도 받아들이도록 접거나 묶게 만들어진 화가 시몽 한타이의 유명한 그림들처럼 한 코 한 코 꿰매어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2013년 10월

제라르 빼쏭 Gerard Pesson


→ 작곡가의 해설이 훨씬 어렵네.;; 이 곡은 유툽에서 구할 수 없어 몹시 아쉽다. 아래에 올린 뻬쏭의 다른 곡 <Nebenstuck>에서 사용된 특수주법들이 다 사용된 곡이어서 새로운 소리를 즐기는 재미가 있었는데. 앞서 불레의 곡에서 사용되었던 아르고, 피치카토 등도 다 사용되었고, 브릿지 위 현을 '문질러서' 소리내는 것도 있었다. 브릿지 아래쪽 현을 활로 켜는 것도 있었고. 그 외 몹시 미묘한 음들을 들을 수 있었는데, 마치 '공기의 소리'를 듣는 기분이 들어서 내게는 엉뚱한 상상들을 불러 일으켰다. 처음에는 '모기들의 회의'가 떠올랐다가, '모기'를 연상하기엔 소리가 너무 고와서 '천사들의 연회'를 떠올렸다. 그러다 천사들에 잠재된 반전이 떠올랐다가 나중에는 어찌된 일인지 마약에 취한 천사들?이 연상되어 혼자 즐거워했던 곡이다. 여기저기 나비 날아오르고 물안개 피어오르던 시간. 장면들이 시시각각 변하긴 했지만 예상치 못했던 이미지들이 펼쳐져 즐거웠던 곡이다. 디오티마의 완벽에 가까운 호흡이었기에 가능했다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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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곡은 유툽에서 찾을 수 없다, 아쉽게도. 그래서 예습이 힘들다. 그의 다른 곡을 보면 활로 바이올린의 현이 아니라 브릿지나 몸통을 문지른다거나 치는 등의 특수주법을 통해 독특한 느낌을 낸다고 한다. 아쉬우나마 페쏭 곡의 분위기를 가늠하기 위해 그의 다른 곡을 올려 본다.








Claude Debussy : String Quartet op. 10


끌로드 드뷔시 Claude Debussy (1862 - 1918)

현악사중주 작품 10 String Quartet in G minor, Op. 10 (1893)


드뷔시는 바그너의 음악을 비판적으로 계승하는데서 출발하여 20세기의 문을 연 프랑스의 작곡가이다. 수많은 현대 작곡가들에게 영향을 끼친 드뷔시의 음악은 기존의 조성을 색채감 있는 화성진행을 이용하여 탈피하였고, 인상주의 회화에서 영향을 받았다. 이 밖에도 가믈란 음악으로부터 받은 영감, 말라르메, 베를렌과 같은 상징주의 시인들과의 교우 등이 그의 작품에 크게 영향을 주었다. 오페라 <펠레아스와 멜리장드>를 비롯, 24개의 피아노 전주곡집, 12개의 피아노 에튀드 등을 남겼으며 1918년 파리에서 암으로 생을 마쳤다.


1893년 작곡한 드뷔시의 단 하나뿐인 현악사중주 G minor는 벨기에의 바이올리니스트 외젠 이자이 (Eugene Ysaye, 1853 - 1931)가 활동하던 이자이 사중주단 Quatuor Ysaye에 헌정된 곡으로 1893년 12월 29일 파리 국민음악협회에서 초연되었다. 드뷔시의 현악사중주는 라벨, 쇤베르크, 바르토크의 사중주와 더불어 20세기의 기념비적인 현악사중주로 평가받는다. 총 네 개의 악장으로 되어있는 이 곡은 순환형식으로 1악장의 주제가 전곡을 일관되게 통일하고 있다. 2악장은 스케르초 악장으로 경쾌한 악장이고, 조용하고 느낌이 풍부한 3악장을 지나 매력적인 첼로의 서주로 시작하는 4악장은 정열적인 1주제에 이어 대조적인 싱코페이션 리듬의 2주제가 나오고 코다로 끝맺는다.


→ 귀찮아서 예습할 때는 기록하지 않았더랬는데, 예습을 하면서 드뷔시의 곡이 당대로서는 실험적이었다는 말에 놀랐더랬다. 실험적이라 보기엔 너무 낭만적인 드뷔시의 곡들만 그동안 즐겼기 때문일 텐데, 이렇게 유툽 동영상을 걸어 놓고도 생각보다 현대적인 곡이 낯설고 신기했다. 어쩌면 드뷔시는 미술의 마네에 해당하는 사람이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앞의 불레나 뻬쏭의 곡을 듣지 않았더라면 드뷔시의 이 현악사중주 작품 10은 몹시 현대적으로 들렸을 것에 틀림없다. 다만 앞에서 들은 불레와 뻬쏭이 워낙 현대적이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해가 쉽다고 여겨진 이 드뷔시가 클래식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 또한 즐거웠다. 앞선 곡들이 조화로운 불협화음과 한 음 한 음의 무게를 느낄 수 있게 한 미니멀리즘적 음의 배치, 독특한 주법으로 인한 색다른 분위기 등으로 현대성이 돋보였다면, 드뷔시의 이 곡에선 디오티마의 쫀득쫀득한 호흡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음... 희한하게 디오티마의 연주는 쫀득하면서도 매끈하다기보다는 폭신한 느낌이 전체적으로 강했는데, 앞서 말했듯 '공기'의 질감을 표현한달까ㅡ이게 말로 설명이 될까;;ㅡ암튼 그런 느낌이었다. 사물을 만지는 바람도 느껴지고, 대기의 온기와 냉기도 느껴지는, 그런. 음악적 지식이 미천하여 이렇게 밖에 설명할 수 없어 안타깝다.ㅠ 그저 귀에 들어오는 소리 자체가 즐거워서 상상조차 떠올리지 못했던 곡.







Claude Debussy - String Quartet op. 10

I. Animé et très décidé 

II. Assez vif et bien rythmé 

III. Andantino, doucement expressif 

IV. Très modéré



즐거웠다. 많이 즐거운 연주였다. 현대음악이 이토록 예쁘고 매혹적일 수 있으리라고는 기대하지 못했는데, 디오티마의 탁월한 해석과 20년이 넘는 호흡 덕분에 현대음악의 새로운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었다. 일신홀 덕분에 즐거움이 늘어가고 있다. 일신홀은 내게 있어 현대음악의 메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