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철, 『사라다 햄버튼의 겨울』
문학동네 2010.10.18
1년 반 동안 동거하던 S가 어느 날 자세한 이유도 말하지 않은 채 이별을 고하고 자카르타로 떠난 후, 안정적인 병원 방사선과의 일을 무단결근으로 쉬다가 결국 백수의 생활을 하는 주인공의 집으로 S가 떠난 직후 '장동건을 닮은' 고양이 한 마리가 기웃거린다. 그런 고양이를 화자는 받아들여 '사라다 햄버튼'이란 이름을 붙이는데, 당시 먹고 있던 '샐러드'를 친숙한 발음 '사라다'로, 당시 TV에서 보고 있던 설기현의 소속팀이던 '...햄튼'을 순전히 발음상의 편의란 이유로 '햄버튼'으로 바꾸어 이름을 지은 것이다. 근처 바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여대생 R과 히히덕거리는 것과 사라다햄버튼을 산책시키는 것, 인터넷 게임에 빠져드는 것으로만 생활을 하던 화자에게 어느 날, 캐나다에서 온 아버지가 잠시 동안 동거를 하러 들이닥친다. 외동으로 자란 화자는 어릴 적부터 부모님과의 관계가 그다지 살갑지는 않았는데, 어릴 적 부모님 이혼 후 화자는 엄마와 살기를 선택했고, 아버지는 캐나다로 가 한참 어린 나타샤와 결혼해 살다가 나타샤가 여동생을 낳기 직전인 지금 께에 목재건축의 스승인 데릭의 한국출장을 보조하러 따라온 것이었다. 그러면서 화자는 그동안 알 수 없었던 자신의 출생에 관한 비밀과 어느날 갑자기 떠난 S와 사라다햄버튼의 관계 등에 관한 사실을 알게 된다.
아버지가 소개해준 아르바이트 직장의 사장이 사실은 자신의 생부였단 사실을 알게 되고, 이젠 돌아가신 어머니는 생부와의 사이에 태어난 화자를 끔찍히 아껴 아버지와의 사이에 다른 아이를 갖기를 원치 않았다는 것.
중성화 수술이 되어 있는 것을 보고 사라다 햄버튼을 아끼던 주인이 있었음을 알게된 화자가 정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주인을 찾으려 낸 광고에 고양이 탐정이 나타나 우연히 S와 사라다햄버튼의 원주인 PK 사이에 모종의 관계가 있었을 것임을 짐작하게 된다.
또한 은근히 마음에 두고 있던 대학졸업반 아르바이트생 R은 자신의 과 인기 일본인 교수로부터 청혼을 받아 2주 후에 일본 훗카이도로 가서 살게 되는 것을 알게되는 등, 화자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잔잔한 침묵들이 깨어지고 상황이 이리저리 요동치기 시작한다.
그런 상황에서 화자는 있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R에겐 축복을 빌며 이별을 하고, 함께 캐나다에 살기 원하는 아버지와 나타샤의 뜻에 따라 캐나다에 갈 것 같은 암시를 보이고, 또한 PK에게 사라다 햄버튼을 넘겨주기 위해 기다리는 장면에서 끝이 난다.
--- *
제15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으로, 2009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이 당선되어 등단한 김유철의 장편소설이다. 그저 산책하듯 살아가는 이 시대 젊은이의 일상을 담백하고 자연스러운 서술로 따라가는 소설은, 길 잃은 고양이와 보낸 한 철을 소소하고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ㅡ 네이버 평.
--- *
책의 뒤편에 보면 심사평이 있는데 하나같이 '쉽게 읽히는,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책이지만 문학동네 수상작의 자질이 있는지는 확신하기 힘들었다'는 공통평이 있다. 즉, 뛰어나진 않았으나 다른 것 보단 나았다는 뜻이다. 하루키의 책을 많이 읽었다는 작가의 말대로 하루키의 글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책. 무심하고 담백하게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과 말투. 유난히 많이 등장하는 책이름과 노래제목 등. 상당히 하루키스러우나 좀 더 깔끔하고 좀 더 담백하고 좀 더 깨끗하고 좀 더 싱겁달까. 그런 편이다.
하루키를 닮은 작가답게 아주아주 쉽게 읽힌다. 마치 누군가의 일기를 읽는 것 처럼 술술. 그렇게.
이 작품의 가치를 찾으려 애쓴 기운이 역력한 한 심사위원은, 작가가 '샐러드 햄튼'이었어야 할 고양이의 이름을 '사라다 햄버튼'으로 바꾼 것 자체가 화자가 지닌 '삶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시선'을 표현한 것이라 했다.
하루키, 바나나, 가오리, 꼬엘류 등의 책이 입맛에 맞다면 가볍게 잡아보기를 권한다.
뭐 읽고 나서 후회할 것은 없는 책이다. 깔끔한 결말도 괜찮고.
물론 하루키보다도 가볍다는 점 잊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