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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formance

[오페라] 파우스트 Faust by 서울시오페라단

by Vanodif 2015. 11. 26.















예매: 세종문화회관 홈페이지 → 클릭* 











어제 25일. 수요 수업 휴강 덕분에 누릴 수 있게 된 마지막 수요일인 문화수요일 할인가격으로 감상한 오페라 <파우스트>. 

오페라 감상은 실로 오랜만이었던 건데, 더군다나 세종회관 대극장에서의 관람은 몇 만 년 만이냐.

예전에 지금 예당 다니는 것처럼 세종회관에 다닌 적이 있었는데, 대극장의 1층 좌석에서만 보았었기 때문에 

3층 좌석에서 보는 것이 이런 건 줄 몰랐지. 세종회관 3층의 문제에 대해선 들은 적이 몇 번 있었는데, 흠.

다행히 1열은 아니었어서 무대가 가리는 건 없었지만서도, 3층 1열 좌석이 그렇게 나쁘다면서. 무대 반이 가린다며.

예당은 무대가 그렇게까지 가리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윗층들의 1열은 

난간이나 앞에 튀어난 설치물 때문에 시야가 불편하긴 하다.

윗층들은 3열 이상을 구입하도록 합시다.


서울시오페라단 창단 30주년 기념 작품으로 선택된 이 <파우스트>는, 독일의 문호 괴테의 <파우스트>를 프랑스의 샤를 프랑수아 구노가 오페라로 만든 작품이다. 1859년 3월 19일 파리 리리크 극장에서 초연되었으며, <파우스트> 전설을 주제로 한 16편 가량의 오페라 중 가장 성공한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


<줄거리>


[1막] 나이든 화학자 파우스트가 독약을 손에 쥔 채 죽음 앞에 고뇌하던 중 악마를 부르고, 메피스토 펠레스가 나타난다. 파우스트는 젊음을 달라고 소원을 말하고, 그 댓가로 죽은 후 파우스트의 영혼을 메피스토가 취하기로 거래한다. 젊음을 되찾은 파우스트는 순수한 처녀 마르그리트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2막] 마을 광장의 축제에 학생들, 군인들, 마을 사람들이 흥겹게 논다. 전쟁에 참전하게 된 발랑탱이 친구 시에벨과 등장하여, 누이동생 마르그리트를 걱정하고, 마르그리트를 흠모하는 시에벨은 자신이 잘 돌볼 것이라 말한다. 메피스토 펠리스가 점쟁이로 분장해 시에벨의 손금을 읽고는 '시에벨이 만지는 것은 다 시든다'고 말하고, 메피스토에게서 불길함을 느낀 발랑탱이 메피스토를 찌르려 하지만 칼이 부러진다. 사람들은 흥겹게 춤을 추고, 마르그리트에게 파우스트가 춤을 청하지만 마르그리트는 거절한다.


[3막] 시에벨이 마르그리트에게 꽃을 준다. 메피스토가 파우스트에게 보석을 주며 마르그리트의 마음을 사라고 말한다. 온갖 보석을 본 마르그리트는 기쁨의 노래 '보석의 노래'를 부른다. 파우스트와 사랑에 빠진 마르그리트는 겨우 파우스트를 보내지만, 메피스토가 다시 파우스트를 마르그리트에게 데려오고, 결국 둘은 함께 밤을 보낸다.


[4막] 마르그리트는 임신을 하고 파우스트는 그녀를 버린다. 그럼에도 여전히 파우스트를 사랑하는 마르그리트는 교회에 가서 참회의 기도를 한다. 그때, 메피스토가 악마들을 이끌고 와서 그녀에게 지옥에 갈 것이라며 노래한다. 전장에서 돌아온 발랑탱은 마르그리트 소식을 듣고 파우스트에게 가서 결투를 하지만, 악마의 도움을 받은 파우스트가 발랑탱을 죽인다. 죽어가던 발랑탱은 파우스트와 놀아난 마르그리트를 저주한다.


[5막] 미쳐버린 마르그리트는 아기를 살해하고 감옥에 갇힌다. 마르그리트가 천사들에게 자신을 하늘나라로 데려가 달라고 노래한다. 뒤늦게 후회한 파우스트가 그녀를 감옥에서 꺼내어 달아나려 하지만, 파우스트에게 묻은 발랑탱의 피를 본 마르그리트는 파우스트를 저주하며 숨을 거둔다. 마르그리트의 영혼은 천사들의 합창 속에 하늘나라로 간다. 파우스트는 메피스토에게 이끌려 지옥으로 간다.



기본 스토리라인은 이러하다. 공연마다 조금씩 특별한 장치들이 있고. 이번 공연에서는 꽃파는 장수의 등장이 그 중 하나이다.









어제 공연에 대한 훌륭한 리뷰들이 있는데, 그 리뷰들을 참고하시기를.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5/11/26/0200000000AKR20151126079300005.HTML?input=1195m



http://blog.naver.com/ringcycle/220550874657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1340









기자들과 일반인들 리뷰의 공통점은 '노래가 좋았다'인 것 같다. 기자분들은 하나같이 연출과 무대장치도 좋았다며 칭찬을 하시지만... 글쎄. 그쪽으로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일반인이 보기에는 응? 싶었던. 전체적이고 객관적이며 전문적인 평가는 위에 걸어둔 리뷰를 읽기를 권합니다. 난 워낙에 개인적인 취향에 편향된 후기를 쓰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그러려고 이거 쓰는 겁니다? 내 취향에 따른 평을 하는 것.









칭찬을 먼저 하자. 노래는 훌륭했다. 파우스트 이원종 테너는 목소리도 미성이고 노래 실력이 좋으시던. 고음이고 뭐고 걱정 없이 시원시원. 감정표현도 좋으셨다, 그런데... 성량이 좀 작으신 건가? 다른 분들은 비슷하신데 이 분만 목소리가 작게 들렸다. 


메피스토 펠레스 박기현 베이스는 뭐... 카리스마 너무 좋으시던. 베이스 저음이 더없이 근사하게 극 전체를 잡아주었고, 시종일관 여유로운 표정과 동작으로 건들건들 뺀질거리는 캐릭터로 재해석된 구노의 메피스토를 훌륭하게 연기하셨다. 의상 갈아입느라 수고하셨... 여덟 벌이던가요? 일행이나 또 다른 어떤 분의 후기를 보니 이 박기현 님을 최고로 꼽으셨을 정도로 인상적인 메피스토를 연기하셨다. 


나의 페이보릿은 마르그리트의 정주희 소프라노셨습니다. 내가 메조를 좋아하는데, 정주희 소프라노는 뭐랄까, 메조와 소프라노의 매력을 둘 다 가지고 계시달까. 너무 가늘고 심장이 간지러울 정도의 미성은 아니신데, 고음에서는 깨끗한 미성을 시원하게 내시더라. 그러면서도 저음에서는 중후하고 풍성한 음색이셔서, 개인적으로 참 즐거워하는 목소리셨던 거다. 다른 분들에 비해? 연기력도 좋으셨고. 아주 귀가 황홀해지던 목소리셨습니다. 


시에벨의 정수연 메조 소프라노도 참 좋았다. 다른 곳에선 그런 체형의 메조가 잘 없는 건지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카운터 테너가 시에벨을 한다거나, 아예 남성 연기자가 시에벨을 연기하고는 메조 소프라노가 따로 노래를 입히는 경우도 있는 것 같던데, 우리나라엔 정수연이라는 멋진 메조 소프라노가 계신 걸까나요. 노래 당연히 너무 좋으셨고, 덕분에 감상이 즐거웠다. 


그 외 서울시합창단과 스칼라오페라합창단의 그 많은 인원이 함께 한 합창은 우아... 조화로우면서도 힘찬 것이 너무 좋았다. 딱 들어도 '이 분들, 연습 어마어마하게 하셨구나!' 싶었을 정도로 조화로워서 듣는 내내 즐거웠다. 


음악을 담당하셨던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연주도 좋았다. 어느 악기 소리 하나 튀어나오는 법 없이 전체적인 조화가 자연스럽게 흐르는 것이, 이분들 역시 연습 많이 하신 표가 났다.


오랜만에 귀가 호강호강했습니다. 


그리고 괴테의 <파우스트>에 대한 구노의 재해석의 탁월함은 위에 실은 리뷰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렇지. 비록 괴테 작품의 결말에 안도의 숨을 내쉬었긴 했지만, 생각해 보면 파우스트는 지옥으로 떨어지는 것이 맞지.









이제 불만을 말해 보자.


연기력... 아... 성악가 분들. -_ㅜ 뭐, 이건 연극이나 뮤지컬이 아니잖아요. 다들 성악으로 특화된 분들이신데, 뭐 완벽한 연기력까지 기대하는 건 무리가 아니겠어요? 싶겠지. 그렇다. 그 말이 맞다. 그러니 기대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흙. 그 어색어색 동작들을 어쩌면 좋을까요. 특히 2막 축제에서의 춤... 왜, 왜 그러시는 거예요들. orz  '죽을 만큼 신나게 춤을 추자!'라면서! 그런데 왜 다들 손만 붙잡고 서있는 거냐고. 노래가 너무 좋았으니 결국은 괜찮은 겁니다만 그래도 명색이 오페란데. 연기와 노래를 함께 하는 장르인데. 연기력 조금만 키워주세요, 응? 하지만 성악가분들의 연기력 부족은 뭐, 그리 큰 문제는 아닌 겁니다.


문제는 의상이었다. 내용상 시대배경이 16세기 독일이라면서? 그런데 존 듀께선 2015년 서울로 현대화시키셨다. 괜찮은 시도라 볼 수 있는 건데, 문제는 음악이다. 구노의 <파우스트>는 음악이 좋다. 음... 좋기만 한 건 아니긴 하지만, 무튼 그건 좀 있다 다루기로 하고. 구노의 음악은 오페라 성악가분들의 기량을 뽐낼 수 있도록 잘 작곡된 곡들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말이야, 그 음악들이 그 시대에 어울리는 음악이더란 말이다. 이를 테면, 미니스커트를 입고서 춘향가를 부르는 느낌이랄까. 그것이 나쁠 리 있겠는가? 문제는 소화력이다. 미니스커트를 입고 춘향가를 부를 테면, 곡 자체에 대한 현대적 해석을 곁들이는 것이 필수다. 춘향가나 판소리 등을 원곡 그대로 부른다는 것은, 그것이 만들어지고 향유되었던 그 시대적 분위기까지를 포함하여 그 곡을 즐기고 싶은 것이기 때문에, 그 시대의 복장인 한복을 입고서 부를 때 감상의 효과는 극대화된다. 그러므로 미니스커트라는 현대적 개념으로 과거의 문화가 녹아있는 노래를 표현하려면, 그 노래 자체에도 현대적 감각을 입히는 편이 더 어울린다는 뜻. 바로 그 점이 아쉬웠다.


아쉬웠다, 로는 설명이 부족할 정도로 불쾌했다. 표현이 좀 심하지? 난 그만큼 눈이 괴로웠거든. 이건 뭐 우주복을 입은 채 섬세한 살풀이를 추는 것 같았달까. 분명히 16세기, 많이 생각해도 18세기 정도에 어울릴 법한 멜로디와 가사인데 현대의 복장과 무대장치로 표현하니, 그 모습이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더란 말이다. 이건 뭐 개그도 아니고. 더군다나 '2015년 서울' 이라는 세팅도 의문스러웠다. 등장인물들의 그 90년대스러운 복장, 특히 시에벨의 그... 난감한 헤어와 복장은 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한단 말인가? 그런데 또 무대장치는 미친듯한 미니멀리즘을 뽐내고 있다? 불빛 나는 기둥 몇 개로 다 처리하는 건 아래에 실은 동영상에서의 무대장치와 흡사한 것인데, 안 그래도 맘에 들지 않는 그 무대장치보다 더 성의가 없다. 그리고 미니멀리즘의 극치였던 소파... 도대체 그런 소파와 그런 노래가 어울린단 말인가? 아 너무 쉽게 만드신 것 아니예요? 공연 내내 그 훌륭한 음악/노래와 무대/의상이 너무 어울리지 않아 눈이 괴로워 차라리 눈을 감으려 했으나, 아니 이건 프랑스어로 부르는...-_- 자막을 보았어야 했지. 


이것은 전통적인 장르에 '모던'이라는 단어를 붙일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이라 생각한다. 아마도 내가 모던댄스와 달리 모던발레를 소화하기 힘들었던 것과 마찬가지의 이유로, 모던 오페라도 힘겨워하고 있는 것 같은데. 올해 보았던 유니버설 발레단의 <그램 머피의 지젤>이 그토록 감동스러웠던 건 그런 이유에서다. 발레의 중심은 동작이다. 그러므로 발레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할 때는 동작과 의상/무대를 함께 재해석한다. <그램 머피의 지젤>에서는 새로운 해석에서의 컨셉과 동작 모두가 어울리도록 재해석되었기에, 그 작품은 하나의 새로운 작품으로 재탄생할 수 있었다. 오페라의 중심은 노래다. 그러므로 오페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할 때는 노래와 의상/무대를 함께 어울리도록 재해석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중심인 노래를 그대로 둔 채 무대장치와 의상 만을 현대화시키는 건,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히는 셈이다.


멜로디도 멜로디였거니와 노래의 가사 자체가... 의상과 어울리는 현대적인 내용입니까?? <보석의 노래>에서 마르그리트는 멋진 옷을 보고는 '나는 이제 공주인 거예요. 나는 공주예요'라며 노래하는데, 아... 요즘 아가씨가 그렇게 반응하나요? 그렇게 오그리토그리 손가락이 사라져버릴 것 같은 생각을 진심으로 하는 거냐고요. 물론 좀 독특한 분들은 있겠지만서도, 마르그리트는 독특한 캐릭터는 아니었지 않나. 구노의 <파우스트> 속 대사들은 낭만의 시대에나 어울렸을 법한 대사들이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입에서 나왔다간 눈 앞의 사람들이 오그라드는 주먹을 남몰래 숨기게 되는 대사들인 거라고. 그러니 그 대사/가사에 어울리는 복장을 해야 관객은 그 시대로 온전히 빠져들 수 있는 겝니다. 보면서 '저 사람들 왜 저래' 싶은 느낌이 들어서 힘들었다. 가사라도 좀 바꾸시지 그랬어요.


에또... 세종회관은... 무대가 커서 발레의 군무를 보면 좋겠다 싶었지만서도. 이전에 다녔을 땐 관심이 없어 몰랐는데 박스석이 없다? 이유는 어마어마한 파이프오르간 때문이지요. 근사하던. 그런데 문제는 자막이었다. 자막이... 1층관객은 앞좌석 뒤에 스크린이 있어서 상관 없었겠... 은 아니었겠는데. 그래도 고개 왔다갔다하느라 힘들었겠는데. 무튼, 3층에선 그야말로 넌센스였다. 자막을 보고 무대를 보려면 고개를 휙휙 돌려야 해. 이 무슨... 어째서 무대 옆이나 위에 자막을 설치하지 않았는지 모를 일이다. 물론 무대를 오롯이 감상하는 데 방해가 되는 시스템이긴 하지만, 가사를 외국어로 부르지 않나. 고개 휙휙 돌려 보는 것 보다야, 눈에 좀 거슬리더라도 무대 근처에 자막이 있는 편이 낫습니다. 세종회관 대극장은 파이프오르간 연주가 있는 공연이 좋을 듯. 메시아 공연에라도 가야 하나.


뭐, 이렇게 쓰니 공연 자체가 엉망이었던 것 같지만 그런 뜻은 아니다. 전체적인 공연 감상은 "좋았다" 이고, "추천하겠다"이다. 무엇보다 오페라 공연에서 노래가 만족스러웠다면 일단 성공이 아니겠나. 구노의 <파우스트> 재해석은 더없이 좋았으며. 그리고 연출에 있어서도 축제/지하철/클럽 설정과 메피스토의 다양한 의상으로 표현한 '악은 일상의 어디에나 있다'라는 메세지는 재치 번뜩이면서도, 심오한 생각거리를 주는 좋은 점이었다. 다만 좋은점에 대해선 앞에 실었던 전문가들의 리뷰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이상의 좋은점들을 요목조목 잘 분석해주셨기 때문에, 비전문가의 촌스러운 시각으로 보았을 때 거슬렸던 부분들을 말하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이다. 한 번 더 볼 기회가 있다면? 보고 말고요.








구노의 <파우스트>를 보며 궁금증이 들었는데, 시에벨을 어째서 메조소프라노로 설정했는가 하는 것이다. 작품 설명을 보면 어떤 곳에선 시에벨을 '발랑탱의 친구'라고 하는데, 그러하다면 마르그리트의 오빠와 동년배일 확률이 높으니 성인 남성인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또 어떤 정보에선 '이웃집 소년'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아직 어린 소년이기 떄문에 변성기 전의 목소리를 표현하기 위해 메조소프라노를 설정한 것이려나? 이것을 검색해봤지만 만족스러운 답을 얻지 못했다. 아시는 분 말씀해 주시면 고마울 거예요. 나였다면 '메조소프라노'를 두고 동성애적 코드로 풀어내겠지만서도ㅡ현대인으로서 당연한 것이리라. 그런데 동성애적 코드로 푼다면 전체 극에 있어 훨씬 매력적인 양념이 되겠지만, 동성애라 해서 남성적인 옷을 입히는 건 시시하단 말이지. 같은 드레스로 갑시다? 무튼, 시에벨을 메조소프라노로 설정한 점이 이해가 되지 않아 검색신공을 펼쳤으나, 물음표를 떨칠 수 없어 아직도 궁금.







2005년 취리히에서 있었던 공연인데 무대장치가 좀 다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