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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formance

[시상식] 제3회 예술의전당 예술대상 시상식

by Vanodif 2017. 2. 18.





예당 홈피에서 응모해서 갔던 예술대상 시상식.

좌석은 비지정석이며, 예약할 때의 좌석선택은 인원수 파악을 위한 번호였다.

일찍 갈수록 좋은 자리를 받게 되니, 내년에 갈 때는 미리미리 가 있을 것.

그걸 몰랐어서 일찍 가진 못했지만, 그래도 D블록의 1, 2번 자리는 괜찮은 자리였다.





이번에는 딱히 어셔 분들에게서도, 방송에서도, 사진촬영 금지에 대한 주의사항을 받지 못했다. 

그래선지 심지어 공연 중에도 플래쉬 없이 사진을 찍는 분들이 계셨는데, 우리는 차마 그러지는 못했다.


시상식이야... 흔한 시상식과 비슷했다. 대부분 지루한 형식이지만

어제 시상식은 의도적이었는지 실수였는지 모르겠는데, 사전 리허설이 없다 하셨다.

해서, 시상자도 수상자도 모두 당황하셨는데, 그분들은 곤란하셨겠지만 오히려 관중의 입장에선 그것이 더 흥미로웠다며.

덕분에 보통은 지루한 시상식이 재미있어졌다.

하지만 역시 당사자분들은 아쉬우셨겠지.

내가 좋아하는 문훈숙 단장님과 김지영 발레리나께서 큰 상을 받으셨어서 참 기뻤다.


예술대상 시상식은 처음 가보는 것이기도 했지만, 이 시상식에 신청을 했던 것은 축하공연 때문이었다.

SAC 어린이 예술단과 김영욱, 선우예권, 그리고 유니버설 발레단의 <심청> 공연.


SAC 어린이 예술단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생각 외로 상당히 멋졌다? 놀랐는데

오케스트라에 합창단, 국악까지 접목한 그 예술단을 지휘하신 지휘자님은 대단하시단 생각이 들었다.

연주도 노래도 기대이상이어서 많이 놀랐다.

역시 한국인은 예술에 강하다며.


그리고 기대했던 김영욱/선우예권의 사라사테ㅡ지고이네르바이젠.

김영욱 님의 정식연주를 직접 들은 것은 처음이었다. 가볍게 연습하시는 것을 한두 번 들은 것이 다여서.

지고이네르바이젠이 이렇게 좋은 곡이었던가ㅡ싶었던 연주.

마치 햇빛에 투명하게 비치는 거미줄을 뽑아내는 듯한 섬세한 연주가 참 좋았다.

역시, 이래서 유명하신 거구나, 싶고.

곡의 특성상 선우예권 님의 피아노 연주에는 몰입하지 못했는데 언제 기회되면 들어봐야겠다.

김영욱 님은 하우스콘서트에 다시 안 나오시나? 하콘은 월/화요일에 공연이 있어서 나로선 힘들긴 한데...

왜 목요일엔 없는 걸까. ㅜㅠ 3월부턴 월요일 저녁이 자유로울 테니, 하콘에 다시 다녀봐야겠다

ㅡ지만 김영욱 님의 연주를 하콘에서 들을 수 있을까. 가능한 가까이서 듣고 싶은데.


마지막 축하공연은 무려 유니버설 발레단의 <심청>이었다. 그것도 황혜민 님!

두 부분을 발췌해서 공연해 주셨는데, 처음 것은 배 위에서의 장면이었다.

나는 뱃사람들의 힘찬 군무가 나오면 어떡하나ㅡ그러기엔 무대가 좁은데;;ㅡ걱정했는데

다행히 노 사이를 왔다갔다하는 장면이 나왔다.

그 장면은 묘하게 예쁜 장면이라 적절했다 생각해.

그리고는 '달빛 세레나데'가 안 나오면 안 될 텐데...ㅡ그랑 빠 드 되이니 말이다ㅡ했는데

다행히 나왔다, 달빛 세레나데.


군무 때문에 어지간한 발레는 2층 이상 층에서 보는데, 그러면 상대적으로 놓치게 되는 것이

이처럼 감정선이 섬세한 빠드되이지. 

내가 군무를 더 선호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희생시키는 부분이다.

그런데 아...! 역시 황혜민 님.

가까이서 보아도 여전한 그 중력을 거스르는 무게감.

그리고 하늘하늘 나풀거리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상대적으로 가까이서 보는 바람에, 황혜민 님의 그 볼록하니 예쁜 발등을 맘껏 감상할 수 있었고.

우리나라의 보물이라 생각해.





맨 왼쪽에 계신 분이 예당 사장님이신 고토벤... 고학찬 님이시다. 참 좋아하는 분인데.

뭐랄까, 예술이 너무 좋아 어쩔 줄 모르시는 분 같아 보인달까.

예당 구석구석에 등장하며 활약?하시는 고토벤 님을 보면,

이 분은 정말 예술을 너무나 사랑하시는구나, 생각하게 돼.

세종문화회관이라는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예술관이 있지만, 

예술의 대중화에 앞장 선 선두주자는 단연코 예당이라 생각한다.

대형 에술단체 뿐 아니라 중소 민간 단체에 대한 지원도 굉장하고.


이번에는 엉뚱하게? 즉흥적으로 예술대상 1, 2, 3회 대상 수상자분들을 한 번에 다 무대로 올리셨는데

으하하, 수상자분들 모두 당황하시던.;;

그런데 보는 입장에선 마음이 녹는다, 녹아.


1회 대상 강수진 단장님.

2회 대상 으아아... 백건우 님. ㅜㅠ

3회 대상 문훈숙 단장님.


모두모두 내가 너무나 좋아하고 좋아하는 분들이셔서, 그 분들이 한 무대에 선 것을 본 것 만으로도 가슴이 벅차.

고토벤 님의 재치있는 제안이 아니었더라면 불가했을 장면이었다.

일반인으로서 어디 가서 이런 장면을 보겠어요. 


그나저나 백건우 님의 싸인이 담긴 CD에 당첨된 사람들은 좋겠다.

죄다 9번만 뽑으시고선... 받고 싶었던 건데. ㅜㅠ

내년에도 그런 행사를 해주실까? 받고 싶다아.

백건우 님의 CD야 맘 먹으면 얼마건 사겠지만 그런 게 아니잖아.

친필싸인이 담긴, 것도 베토벤 연주곡 CD를 받는 건데.

부러웠다.






얼굴이 안 나왔는데 -_- 맨 오른쪽이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님 (1회 대상 수상)

중간이 백건우 피아니스트 (2회 대상 수상)

맨 왼쪽이 문훈숙 유니버설 발레단 단장님 (3회 대상 수상) 이시다.

딱 보면 표가 나지? 우아한 발레리나분들은 다리를 X자로 한 상태로 인사를 하십니다들.



당연히 시상식은 지루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생각 외로 재밌었다.

그들 만의 리그라 할 수도 있겠으나, 그리고 고토벤님께서 염려하셨던 말씀대로

클래식 예술에 점수를 매기고 시상을 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지탄을 받았다 하심도 일리가 있고 이해가 간다. 

하지만, 뭐랄까, 나의 느낌으론 '그동안 예당에서 수고하신 분들을 위한 작은 감사의 표시입니다'란 것 같았달까.

그래서 아늑하고 포근하고 좋기만 했다, 나는.


ㅡ지만 개인적으로는 이것도 썩 나쁘진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지금에야 규모가 작으니 '최다관객동원'이란 이름으로 상을 주고 있지만 언젠가 칸느 영화제처럼

전세계적인 예술가들이 다 모여서 한 해 동안 가장 열심히, 또 잘 한 사람들에게 상을 주고 서로 축하하고

그러면서 일반 관객들과도 즐기며 좋은 시간 보내는 그런 세계적인 시상식으로 발전하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내 공간은 위치가  의외로 나쁘지 않아서,

예당, 세종회관, 국립현대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 리움 미술관,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등 

샤롯데를 제외한 어지간히 큰 공연장/미술관들 모두와 가까운 편이다.

원하면 어디든 택시로 30분 이내 거리인 건데

그 중에 예당을 가장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예술의 대중화' 때문이다.

일반인으로 하여금 예술에 이 정도나마 다가갈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어준 예당이 참 고맙고, 

그래서 가장 아낀다.

어디까지나 예술성이 뛰어난 작품과 예술가들을 무대에 올리면서도

일반 대중 감상자들을 좀 더 배려하는 느낌인 것이어서 더욱 고마운 것이다.




지루할 줄로만 생각했던 시상식이 의외로 즐거웠어서

내년에도 기회 된다면 신청해서 가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