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이 리스트 콩쿠르 갈라콘서트 후기를 좀 읽으려 했더니 없네... 모처럼 귀한 초대권을 주신 분이 계셔서 이 공연을 가기로 한 것인데, 이 날 원래 7시 40분에 끝날 예정이었던 마린스키 발레단 공연이 8시에 끝나는 바람에, 오페라극장에서 바로 앞 콘서트홀에 가는 건데도 시간이 늦어서 기다렸다 입장했다. 이 공연 때문에 마린스키 공연을 일요일로 변경하려 했지만 이미 표가 매진이어서 어쩔 수 없이 무리한 건데, 20분이나 발레 공연을 늦게 마칠 줄은 몰랐다. 암튼 그래서 앞의 곡을 놓쳐 버렸는데. -_ㅜ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다.
리스트, 시적이고 종교적인 선물 중 "고독 속의 신의 축복"
바그너/ 리스트, 트리스탄과 이졸데 중 "사랑의 죽음" S.447
슈베르트/ 리스트, 물 위에서 노래함 S.558 No.2
슈베르트/ 리스트, 마왕 S.558 No.4
리스트, 순례의 해 중 첫번째 해(스위스), 오베르만의 골짜기, S160 No.6
Intermission
리스트, "진노의 날" 중 죽음의 무도, S.126
리스트, 피아노협주곡 1번 내림 마장조, S.124
리스트, 피아노협주곡 2번 가장조, S.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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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수상자인 알렉산더 울만 Alexander Ullman의 연주는 섬세하고 여유로웠다. 리듬이 근사하게 휘몰아친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리스트의 피아노협주곡 2번 가장조에서는 파도를 타듯 연주하는 부분에서 전율이 일었다. 기술이 뛰어나기도 했지만 그의 가장 큰 장점은 여유였던 것 같다. 늦게 간 바람에 울먼의 곡은 마지막곡 하나 밖에 들을 수 없었어서 아쉬웠다.
2위 수상자인 홍민수 님은 연주가 너무 내 스타일이라 깜짝 놀랐다. 한 음 한 음이 정확하게 구별되어 들리면서도 충분한 울림이 있고 힘찼다. 딱 듣기에 '남성 피아니스트다' 싶도록 단단하면서도 그 울림으로 인해 촉촉한 느낌이 묻어나는 소리를 내신 것이 놀라웠다. 들을 수록 더 듣고 싶어지는 연주.
3위 디나 이바노바 Dina Ivanova는 키가 아주 크셨는데... 울먼과 이바노바 두 분 다 키가 많이 크고 팔다리가 가늘고 길었다. 그래서 보기에 그로데스크했는데, 하필 연주하신 곡이 마왕에 죽음의 무도여서 더더욱 잘 어울렸다. 왼팔을 좀비 마냥 뒤로 터는 것은 이바노바의 독특한 연주버릇인 듯. 소리는... 음... 이바노바 곡을 들으면서 앞의 현대무용 <슈팅스타>에서 느꼈던 것과 연결되는 생각이 들었는데, 여성은 전체적인 흐름을 표현하는 반면 남성은 개별 음이나 부분을 정확하게 표현한다 싶었다. 당연히 성과위주의 사회에선 남성의 방식이 절대 유리한 셈인데, 너무나 오랜 기간 남성에 의한 남성을 위한 사회와 문화가 구축되어 있다 보니, 내게도 그 남성적인 부분의 명징성이 더 이해하기 쉽고 듣기에 유쾌하게 들렸다.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좀 더 생각해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암튼 이바노바의 마왕은 응? 마왕인가? 싶도록 부드러워서 살짝 당황했다. 늦지 않게 여유롭게 갔더라면 좀 더 충만하게 감상할 수 있었을 텐데. 그리고... 음악회는 공연 메이트나 차라리 낯선 사람과 가는 편이 좋은 것 같다. 내가 몰입하고 나오는 데 시간이 좀 걸려서 음악회에서는 아무래도 주변상황에 좀 예민해지는 경향이 있다. 정작 귀는 막귀면서 원. 말하자면 이바노바는 엘렌 그리모 때의 느낌과 좀 비슷했다. 소프트 페달을 밟고 연주하는 것 같이 음이 좀 작게 모이는 느낌이었다.
아 참, 앵콜곡이 귀여웠는데 자그마치 3인 연탄곡이었다. 세 명이서 피아노 한 대에 앉아서 치다가 도중 이바노바가 셀카를 찍는 흉내를 내더니 울만은 폰 받는 시늉을 하고 홍민수 님은 휘청거리시고. ㅋㅋ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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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공부도 할 겸 프로그램북에 있는 곡의 설명을 옮겨 적는다.
F. Liszt, Harmonies Poetiques et Religeuses, S.173 No.3 "Benediction de dieu dans la soliltude"
리스트, 시적이고 종교적인 선물 중 "고독 속의 신의 축복"
바그너/ 리스트, 트리스탄과 이졸데 중 "사랑의 죽음" S.447
Schubert/ Liszt, Auf dem wasser zu singen S.558 No.2
슈베르트/ 리스트, 물 위에서 노래함 S.558 No.2
1832년 슈톨베르크 백작의 시에 슈베르트가 작곡한 성악곡으로 3절의 유절형식으로 구성되었다. 리스트는 슈베르트의 많은 가곡들을 편곡하였는데, 그 중 '물 위에서 노래함'은 서정적인 선율이 돋보이는 곡이다. 석양아래 파도 위에 떠있는 작은 배를 보며 자연과 삶에 대해 떠오르는 마음을 담아 이야기한다.
Schubert/ Liszt, Erlkönig, S.558 No.4
슈베르트/ 리스트, 마왕 S.558 No.4
1815년 슈베르트가 18세가 되던 해 괴테의 시를 바탕으로 작곡한 가곡으로, 1782년에 창작한 발라드 오페라 <여자 어부> (Die Fischerin)의 일부 내용이 담겨 있다. '마왕'의 전설은 덴마크 설화에 뿌리를 두는데, 요한 고트프리트 헤르더라 독일어로 번역한 <마왕의 딸> (Erlkonigs Tochter)을 접한 괴테가 이에 영감을 받고 작시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해설자, 아버지, 아들, 마왕' 네 명이 인물이 등장하며, 오른손 셋잇단음표로 표현되는 말발굽 소리는 긴박한 상황을 표현한 것으로 전체적인 구성에 있어 연주자의 높은 테크닉을 필요로 하는 난곡으로 손꼽힌다. 1837년 12월 라이프치히에서의 연주 당시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은 리스트에게 '그에게는 신들린 광기가 있다'고 평했다고 전해진다.
[당연히 리스트에는 광기가 있겠죠. ㅋ]
F. Liszt, Années de Pèlerinage. Première Année: Suisse, S. 160 No.6
리스트, 순례의 해 중 첫번째 해(스위스), 오베르만의 골짜기, S160 No.6
리스트가 작곡한 피아노 솔로 작품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순례의 해> (Années de Pèlerinage)는 일종의 음악적 여행기이다. 총 3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첫번째 해 '스위스', 두번째 해 '이탈리아', 세번쨰 해의 경우 부제로 국가명이 붙진 ㅇ낳지만 대부분 이탈리아를 소재로 한다. 작품 전체를 완성시키는 데에 40년이 걸린 만큼 리스트는 오랜 세월 동안의 다양한 음악의 발전을 담아냈다.
<순례의 해>는 총 3권으로 23개의 개별곡과 2권에 추가된 3곡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오베르만의 골짜기'는 가장 중요한 작품으로, 바이런의 <차일드 헤럴드의 순례>의 인용은 물론, 이 곡을 헌정한 소설가 에티엔 피베르 드 세낭쿠르가 1804년에 출판한 서간체 소설 <오베르만>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지칠 줄 모르는 갈망으로 고뇌를 하는데, 그는 진실한 인간성을 위해 자기자신을 포기하고자 하지만 자신을 엄습한 속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채 결국에는 부르주아로서의 생활을 따르고야 만다.
낭만적이고 음울하며 불길함과 체념이 번갈아 나온 뒤 마침내 정화된 분위기로 끝을 맺는다.
F. Liszt, Totentanz Paraphrase on "Dies Irae", S.126
리스트, "진노의 날" 중 죽음의 무도, S.126
Totentanz는 사전적 의미로 "죽음의 무도"를 뜻하는데, 어원은 중세시절부터 전래된 미술이나 문학적 결과물로부터 유래되었다고 전해진다. "죽음 앞에 인간은, 지배 계급이건 피지배 계급이건 다를 바가 없으며 숙명적으로 다가온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1838년 리스트는 프랑스 작가 마리 다굴(Marid d'Aoult) 백작부인과 이탈리아 피사로 도피하는데, 그곳에서 안드레아 오르카냐의 그림 "죽음의 승리"를 보고 감명을 받아 죽음의 무도를 작곡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작품들에서 1849년에 완성된 작품으로 1853년 한 번의 개정 이후 1859년에 완성되었으며, 16세기 작곡가 아우구스트 뇌르미게르 이외에도 수많은 작품들이 이를 주제로 작품을 남겼지만 오늘날까지 회자되는 작품은 생상스와 리스트 두 곡 뿐이다.
Andrea Orcagna
Triumph des Todes
1350
Fresko fragment
F. Liszt, Piano Concerto No.1 in E flat major, S.124
리스트, 피아노협주곡 1번 내림 마장조, S.124
리스트가 19세였던 1830년에 곡을 쓰기 시작하여 1849년에 완성, 1853년에 수정한 곡이다. 1852년 2월 친구였던 베를리오즈가 지휘를, 리스트 자신이 연주하며 빈의 바이마르 궁정 연주에서 초연을 하였지만 당시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지 못해 수정을 거듭하여 10년이 지난 뒤에야 빛을 본 곡이기도 하다. 리스트가 평생에 걸쳐 작곡한 피아노 협주곡은 단 세 곡에 불과한데, 그나마 1, 2번 만이 세상에 알려졌고 그 중 1번이 자주 연주되고 있다. 3번의 경우 리스트 서거 후 104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서야 악보가 발견되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총 네 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악장을 끊지 않고 이어서 연주하는 이 곡은 각 악장의 주제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지만 그 안에서의 구성은 자유로운 것이 특징이다. 제2악장에서는 협주곡으로는 드물게 트라이앵글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데, 빈에서 초연된 이후 "트라이앵글 협주곡"이라는 별명이 붙어 지금까지 통용되고 있다. 평론가 벨레 바르로크는 피아노 협주곡 1번에 대해 "평범한 주제들이 변주에 의한 소나타의 순환형식을 왅벽하게 실현한 곡"이라고 평했다고 전해진다.
F. Liszt, Piano Concerto No.2 in A Major, S.125
리스트, 피아노협주곡 2번 가장조, S.125
피아노협주곡 2번은 리스트가 1839년에 만든 초안을 1861년에 마지막으로 개정하여 그의 제자였던 폰 브론자르트에게 헌정한 작품이다. 1857년 1월 7일 바이마르에서 리스트의 지휘와 한스 폰 브론자르트의 협연으로 초연되었으며, 리스트의 자필 악보에 "콘체르토 심포니"라고 기록되어 있는데, 이 제목은 영국 출신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였던 헨리 리톨프(Henry Litolff)의 작품으로 피아노 오블리가토가 있는 교향곡을 의미한다. 리스트가 발전시켰던 주제변형 기법과도 긴밀히 연결된 용어이기에 이를 마음에 들어했던 리스트는 그의 작품에서 제목을 빌려왔지만 1863년 출판 당시 <피아노협주곡 2번>으로 발행되었다. 피아노협주곡 1번이 화려한 기교와 높은 테크닉을 요구한다면, 피아노협주곡 2번은 피아노와 오케스트라와의 보다 유기적인 흐름으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