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후기에는 2018 FEB 13에 쓴 예습이 함께 기록되어 있다.
<출연>
리더 및 협연 | 사라 장
바이올린 | 신아라(악장) 김다미 김지윤 윤동환 김덕우 양지인 양정윤 김계희
비올라 | 이한나 정승원 윤소희 홍윤호
첼로 | 박노을 이정란 심준호
베이스 | 성민제 최진용
[프로그램]
비탈리 Vitali 샤콘느 Chaconne
비발디 Vivaldi <사계> 중 (봄 1,2악장, 여름 3악장, 가을 1악장, 겨울 1,2,3악장) Four Seasons EXCERPTS (Spring 1st mov+2nd mov. Summer 3rd mov. Autumn 1st mov. Winter 1st, 2nd and 3rd mov.)
Intermission
피아졸라 Piazzolla <사계> The Four Seasons of Buenos Aires
아래에는 프로그램 노트에 있는 최은규 음악 칼럼니스트의 훌륭한 곡목해설을 옮겨 적는다.
[프로그램 노트]
비탈리, <샤콘느>
비탈리의 <샤콘느>는 "지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이라는 수식어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아마도 바이올리니스트가 g단조의 코드를 내려 긋는 순간부터 이 말에 깊이 공감하게 될 것이다. 단조 음악 특유의 슬픔의 정서는 처음부터 우리 가슴을 파고들 뿐 아니라 갖가지 변주를 통해 더욱 고양된다. 이처럼 독특한 매력을 지닌 비탈리의 <샤콘느>는 수많은 음악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이 곡이 비탈리의 작품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음악학자들도 있다. 이 곡의 낭만적인 성격과 대담한 전조로 보아 18세기 초반의 작품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인 듯하다. 이 곡의 작곡가로 알려져 있는 이탈리아의 바이올리니스트인 토마소 안토니오 비탈리(Tomaso Antonio Vitali, 1663-1745)가 훌륭한 바이올린 곡을 몇 곡 남긴 것은 사실이지만, 오늘날 전해지는 그의 작품들은 대개 소박한 성격을 보여주므로 <샤콘느>처럼 슬프고 격정적인 곡이 과연 그의 작품일까 잠시 의문이 들기도 한다.
<샤콘느>의 필사본이 발견된 곳이 이탈리아가 아닌 독일이라는 점도 이상하다. 필사본 형태로 드레스덴의 작센 주립도서관에서 발견된 <샤콘느>의 악보엔 '포마소 비탈리노의 파트보(Parte del Tomaso Vitalino)'라고 표기되어 있다. 작곡가의 성 '비탈리(Vitali)'를 '비탈리노(Vitalino)'로 쓴 것도 조금 이상해 보이는데, 이는 톼소 비탈리의 부친이자 역시 뛰어난 음악가였던 지오반니 바티스타 비탈리와 구별하기 위해 '축소'의 의미를 나타내는 '비탈리노'로 표기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처럼 확실한 자필악보가 남아있지 않은 탓에 비탈리의 <샤콘느>가 누구의 작품인지에 대한 논란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지만, 이 곡이 매우 감동적인 바이올린 명곡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특히 이 곡의 바이올린 독주파트의 현란한 기교와 감성적인 호소력은 대단한데, 이는 오늘날 대부분의 바이올리니스트들이 19세기 바이올리니스트 다비트의 편곡판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작곡가 멘델스존의 절친한 친구이자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악장으로 활동했던 다비트(Ferdinand David, 1810-1873)는 드레스덴 주립 도서관에서 발견된 '토마소 비탈리의 파트보'를 바탕으로 비탈리의 <샤콘느>를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작품으로 편곡했다. 그 과정에서 바이올린 독주 부분을 더욱 화려하고 기교적으로 가다듬어 현대인이 들어도 대단히 현란한 작품으로 재탄생시켰다. 아마도 비탈리의 <샤콘느>가 다비트의 화려한 편곡을 거치지 않았더라면 이 곡이 오늘날처럼 이렇게 유명해지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다비트의 편곡 이후 여러 작곡가들이 이 곡을 바이올린과 오르간,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 등을 위한 다양한 편성으로 편곡했으나 바이올린 파트 만큼은 다비트가 편곡한 그대로 연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늘 공연에서도 막스 뮐러가 바이올린 독주와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해 편곡한 버전이 연주되지만, 바이올린 독주 파트는 다비트의 편곡판이 사용된다.
비탈리의 <샤콘느>는 일정한 화성이 반복되는 '샤콘느'라는 변주 형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처음에 바이올리니스트가 연주하는 가슴 뭉클한 g단조의 코드부터 8마디 동안 계속되는 화성은 벼주가 진행되는 동안 계속 유지되며, 이 곡에 슬프고 애수 띤 분위기를 자아내는 역할을 한다. 변주가 진행되면 g단조는 b♭단조 등으로 급격히 전조되면서 더욱 대담한 느낌을 전해주며, 다비트가 편곡 과정에서 추가한 각종 장식음이나 이중음 주법 등은 이 곡을 더욱 드라마틱하게 채색한다. 이 곡 후반부에 현란한 아르페지오(펼친 화음)가 펼쳐지는 장면에선 감정의 깊이가 극한에 달하고 다시 한 번 처음의 주제가 재현되면서 전곡이 마무리된다.
비발디, <사계> 중 봄 1악장, 2악장, 여름 3악장, 가을 1악장, 겨울 1, 2, 3악장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클래식 명곡으로 꼽히는 비발디의 <사계>는 비발디가 출판한 바이올린 협주곡집 Op.8에 속한 12곡 중 제1번부터 제4번까지의 작품을 가리킨다. 이 4곡의 협주곡에는 각각 '봄', '여름', '가을', '겨울'이란 부제가 붙어있기에 이 네 곡을 하나로 묶어 <사계>로 부르게 된 것이다. 비발디의 <사계>가 널리 사랑받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계절의 변화에 따라 일어나는 자연현상을 구체적인 소리로 나타낸다는 점이야말로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일 것이다. 바람소리나 개 진는 소리, 봄의 새소리 등, 우리는 이 곡에서 자연에서 들려오는 많은 소리를 음악으로 들을 수 있다. 이 곡의 악보에는 실제로 계적을 나타내는 14행시가 붙어있으며 음악 역시 시의 내용에 따라 전개된다.
'봄' 1악장을 여는 경쾌한 합주 후에 3대의 바이올린으로 묘사되는 새들의 노래소리는 대단히 명랑해서 처음부터 우리 귀를 사로잡는다. 그 소리만으로 우리는 이 곡이 봄의 상쾌함을 묘사한 음악이라는 사실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다. 이윽고 현악연주자들이 물결같이 흐르는 음형을 연주하는가 하면, 봄 날씨의 변덕을 나타내듯 천둥번개 소리를 만들어낸다.
'봄' 2악장은 한가로운 전원 풍경을 나타낸다. 이 악장에 붙어 있는 시에 의하면 이 곡은 "여기 꽃들이 만발한 즐거운 목장에서는 나뭇잎들이 달콤하게 속삭이고 양치기가 충실한 개를 곁에 두고 잠들어 있는"모습을 나타낸다. 작곡가 비발디는 이 시에 따라 개가 '멍멍'하고 짖는 소리를 비올라로 재미있게 표현하여 탁월한 유머감각을 보여준다.
<사계> 중에서도 '여름'은 가장 가혹한 계절로 묘사된다. 이 협주곡에선 폭충을 나타내는 모티브가 자주 나타나 불안과 고통을 암시한다. 특히 오늘 연주되는 3악장은 전 악장 중 가장 격정적이며 거친 폭풍이나 바람, 천둥 등의 이미지가 생생하게 드러나는 곡으로, 이 악장에서 모든 것을 파괴하는 여름의 잔인성이 절정에 달한다. '여름' 3악장은 <사계> 전 악장 가운데서도 가장 기교적이고 화려한 성격을 보여주는 곡이기도 하다.
'가을'에 이르면 '여름'을 지배하고 있던 자연과의 투쟁이 사라지고 다시 유쾌하고 즐거운 축제 분위기로 변모한다. 오늘 연주되는 2악장에서는 "마을 사람들의 춤과 노래"가 펼쳐지가 가을의 축제가 무르익는다. 풍요로운 가을의 축복에 취해 술의 신 바커스가 내린 술을 너무 많이 마셔버린 "주정뱅이"도 등장해 흥미롭다.
'겨울'에서 자연은 무섭고 차갑게 표현된다. 1악장 처음부터 차가운 얼음의 날카로움을 연상시키는 짧은 음표와 기묘한 불협화음은 "차가운 눈 속에서 얼어 떠는" 사람들의 움츠린 모습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자연의 잔인성으로 일관하는 '여름' 협주곡과는 달리 '겨울' 협주곡에선 추운 겨울 따뜻한 방안에서 불을 쬐며 느끼는 만족감을 표현한 2악장의 선율이나 3악장의 따뜻한 남풍의 주제가 추우의 고통을 누그러뜨리며 '사계'전체의 결론을 긍정적으로 이끌어간다. 어쩌면 비발디는 '겨울' 협주곡 속의 따뜻한 선율로써 겨울에서 다시 봄으로 순환하는 계절의 자연스런 흐름과 더불어 절망 속에서 다시 희망이 샘솟아나는 인생의 순환을 표현하려 했는지도 모르겠다.
피아졸라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
탱고의 대가 아스토르 피아졸라(Astor Piazzolla, 1921-1992)가 아니었다면 오늘날 탱고음악이 그처럼 인기를 얻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본래 탱고의 산지는 아르헨티나의 수도인 항구 도시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보카 지역으로 그곳에 살던 항만 노동자들의 고단한 삶을 달래주는 춤곡이 바로 탱고였다. 평소 '탱고도 재즈처럼 변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피아졸라는 탱고에 대한 기존의 고정관념을 뒤엎고 좀 더 예술적이고 자유로운 표현력을 발휘해 독창적인 탱고를 만들어냈다. 이는 '새로운 탱고'(El Nuevo Tango)로 불리며, 현대인들에게 강한 호소력을 지니고 있다.
오늘 음악회에서 연주하는 피아졸라의 <사계>는 피아졸라의 '새로운 탱고'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피아졸라 탱고의 뛰어난 예술성을 보여준다. 잘 알려진 비발디의 '사계'와 마찬가지로 피아졸라의 '항구의 사계'도 본래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을 묘사하고 있지만 좀 더 현대적이고 독특하며, 리드미컬하다. 무엇보다 이 곡은 기본적으로 탱고음악이므로 탱고 리듬을 바탕에 깔고 있다. 본래 '탱고(tango)'의 어원은 '만지다'는 뜻의 라틴어 '탄게레(Tangere)'에서 비롯된 만큼, 탱고 리듬에선 촉각을 자극하는 관능성이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오늘 음악회에서는 레오니드 데샤트니코프가 바이올린과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해 편곡한 버전이 사용된다. 이 버전은 명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가 자주 연주하여 널리 알려졌다.
'봄'은 봄의 생명력을 나타내듯 활기차고 리드미컬한 성격을 보여주는 곡으로, 중간중간 오케스트라의 독특한 음향효과가 가미되어 흥미롭다. 오케스트라의 현악기 주자가 줄걸이 판과 브리지 사이를 긁어대며 타악기외 같은 소리를 만들어내는가 하면, 독주 바이올리니스트는 활을 브리지 가까이서 연주해 카랑카랑한 음색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여름' 역시 리드미컬한 곡이지만 '봄'에 비해 긴장감과 불안감이 느껴지는 곡이며, 음과 음 사이를 끌듯이 연주하는 글리산도 주법이 재미있게 표현된 곡이기도 하다. 이 곡에선 비발디의 곡이 잠시 인용되어 비발디 작품과의 연관성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곧이어 피아졸라 음악 특유의 감성적인 선율로 이어진다.
'가을'에선 독특한 음향효과가 강조된 도입부에 이어 오케스트라의 첼리스트가 인상적인 독주를 선보여서 독특하다. 사계절 중 가장 감성적인 가을의 성격은 첼로 선율과 무척 잘 어울린다. 그러나 곧이어 다시 활기찬 탱고 리듬이 살아나고 바이올리니스트가 현란한 연주를 선보인다.
겨울은 차가운 계절이지만 피아졸라의 '겨울'은 전곡 중 가장 따스한 음악이다. 첫 부분부터 저음현의 풍부하고 따스한 선율이 우리의 감성을 자극하며, 바이올린의 신비로운 독주가 이국의 겨울을 나타내는 듯하다.
ㅡ 최은규(음악 칼럼니스트)
※ 어떤가. 위의 평이 참 근사하지 않은가? 최은규 님은 내가 현재 읽고 있는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52가지』라는 음악입문서를 쓰신 분인데, 칼럼니스트 본인께서 바이올리니스트이시기 때문에 전공자 특유의 아주 섬세한 감상포인트를 알려주셔서 이 책을 감사한 마음으로 아껴 읽고 있다. 쉽고 친절하고 매력적인 입문서이니 강력 추천한다.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9594854
비탈리 Vitali 샤콘느 Chaconne
예전에 비탈리의 샤콘느를 들으러 갔다가 실망했던 날 내 공간에 오자마자 폭풍 검색해서 구매했던 표였다. 너무나 기대했던 이 곡이 망쳐지자 어떻게 해서든 내 귀를 맑은 음악으로 씻어야만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후 얼마 전 박소영 독주회에서 귀가 씻기긴 했다. 너무나 만족스러운 첫음과 훌륭한 연주 덕분에 먼젓번 공연에서 속상했던 나와 일행의 눌린 마음이 보상을 받았다. 그 후기를 올려야 하는데... 그 사이 본 공연이 또 쌓여 있어서 후기는 자꾸 휘발되고 있다.ㅠ 이제 드디어 오늘, 기다리고 기다리던 비탈리의 샤콘느를 사라 장의 연주로 듣게 된다. 심장이 두근두근. 이 음악 듣다가 터져 버리면 어떻게 하지ㅡ하는 오버를 하고 있지 뭔가. (2018 FEB 13 예습)
ㅡ 사라 장의 <샤콘느>는 너무 좋았다. 한 음 한 음이 스칠 때마다 음에서 펼쳐지는 빛의 향연. 마치 프리즘을 통과하는 빛을 보듯, 다양하게 빛나는 빛의 느낌이 화려하면서도 황홀해서 처음 여덟 마디가 지나기도 전에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렇게 빛나는 음이 흐르는 내 귀에서도 깨끗한 빛이 흐르는 것만 같았다. 내내 귀병풍을 한 채 눈을 감고 듣느라 연주하시는 모습은 전혀 감상할 수 없었다.
내가 아직 감상하는 법을 잘 모르긴 하나, 그동안 바이올린 독주회를 몇 번 간 소감으로는 의외로 낮은 음은 다들 잘 연주하시는데, 중음과 저음을 썩 잘 연주하시는 분들도 고음에서는 음이 불안한 경우를 많이 보았다. 그런데 사라 장의 연주에서 놀랐던 점이 바로 고음, 특히 초고음이었다. 초고음이 더욱 정확하고 맑았으며, 표현하고자 하시는 느낌을 충분히 표현하시는 것 같아 많이 놀랐다. 그리고 사라 장의 비브라토가 특히 아름다웠는데, 듣는 온몸이 간지러울 정도로 파르르 떨리는 음에 가슴이 설렜다. 근데 가녀리고 약한 느낌으로 연주하실 때는 내가 앉은 박스석에선 소리가 충분히 들리지 않았어서, 1층 중앙 에서 들으면 얼마나 더 멋질까하는 생각을 했다. 콘서트홀 1층 중앙좌석을 딱히 탐해본 적은 없었는데, 얼마 전 예당 시상식 때 그 비슷한 자리에 앉았더니 그 전에 몇 번 1층 뒤쪽 좌석에 앉았을 때와는 확연히 다른 소리가 느껴져서 놀란 바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연주자의 차이였을 수도 있겠으나... 암튼, 이 <샤콘느>를 들을 때는 사라 장의 연주 만을 골라서 들었기 때문에 다른 악기의 연주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ㅡ는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난 사라 장의 이 곡을 들으러 갔던 거여서. 그리고 이 곡은 살짝 아쉬웠던 두세 음을 제외하곤 거의 완벽하리라 만치 멋진 연주였어서 정말 만족했다. 덕분에 이 곡 듣고 나자 에너지 노란불 뜨기 시작. 어, 이제 첫곡 끝났는데. 다, 당황;;; 하며 나머지 곡들을 위해 겨우 마음을 추스렸다. 아... 정말 좋은 연주였다. 영혼이 정화되는 듯한 맑고 아름답고 애절한 연주, 고맙습니다. 절망에 빠져 고통스러워하던 내 귀를 구해 주었어요!
비발디 Vivaldi <사계> 중 (봄 1,2악장, 여름 3악장, 가을 1악장, 겨울 1,2,3악장) Four Seasons EXCERPTS (Spring 1st mov+2nd mov. Summer 3rd mov. Autumn 1st mov. Winter 1st, 2nd and 3rd mov.)
Antonio Vivaldi (1678 - 1741) ♪ The Four Seasons (1723) Concerto No.1 in E major, Op.8, RV 269, "La primavera" (Spring) i. Allegro ii. Largo e pianissimo sempre iii. Allegro pastorale Concerto No.2 in G minor, Op.8, RV 315, "L'estate" (Summer) i.Allegro non molto ii. Adagio e piano -- Presto e forte iii. Presto Concerto No.3 in F major, Op.8, RV 293, "L'autunno" (Autumn) i. Allegro ii. Adagio molto iii. Allegro Concerto No.4 in F minor, Op.8, RV 297, "L'inverno" (Winter) i. Allegro non molto ii. Largo iii. Allegro Julia Fischer, violin Academy of St. Martin in the Fields Conductor: Kenneth Sillito Director: Rhodri Huw Filmed in the National Botanic Garden of Wales, July 2011
비발디의 <사계>가 이렇게 매력적인 곡이었는지 몰랐다. 사라 장의 리드로 이루어진 연주였는데 아... 어쩜 호흡이 그리도...! 크레센도, 디크레센도가 마치 한 사람의 호흡인 양 딱딱 맞게 이루어지는 소리에 짜릿했다. 내 자리에서는 바이올린 연주자분들의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 많이 아쉬웠다. 아 참, 제2바이올린의 김덕우 바이올리니스트는 작년 하콘에서 들었던 <클럽M>연주에서 뵈었던 분이란 사실을 연주회 끝난 후 프로그램북을 보고야 알았다. 훤칠하니 멋진 외모에 연주가 좋아서 인기가 정말 많았더랬는데. 올해도 예당에선가 클럽M연주가 있는 것 같... 은 아... 앙대... 며칠 전 1월 카드값 나온 거 보고 충격 받았다. 한 달 만에 70만원을 공연에 지르다니. 내가 무슨 수준 높은 애호가도 아니고. 그냥 좋아서 팔랑거리며 찾아다니는 일반인인데 말이다. 엉엉.
피아졸라 Piazzolla <사계> The Four Seasons of Buenos Aires
반도네온 연주자 출신 작곡가인 피아졸라의 곡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지만, 탱고를 썩 즐기지 않는 나로서는 연주회 순간에는 즐기지만 돌아서면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아, 리베르탱고는 예외구나. 리베르탱고는 탱고 곡 뿐 아니라 다른 많은 곡들 중에서도 즐겨 듣곤 했던 곡으로 손꼽힌다. 참 작곡을 귀에 꽂히도록 잘 하는 것이 맞는데.
피아졸라의 <사계>는 작년에 들었던 <아디오스, 피아졸라>에서와 또 박슬기 님 안무작품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되었던 기억이 있다. 의외로 가는 곳마다 자주 듣게 되는 곡이긴 하다. 다만, 내가 직접 검색해서 전곡을 다 들은 적은 없는 곡이다.
피아졸라ㅡ탱고ㅡ아르헨티나ㅡ부에노스 아이레스엥서 '보르헤스'까지 이어지는 선이 살짝 낯설다. 탱고 특유의 날카로우면서도 나른한 끈적함이 보르헤스의 나른함과는 갈 수 있지만 지극히 건조한 문체로 잘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아르헨티나 하면 보르헤스가 아닌가 말이다ㅡ는 현재 26시간 동안 깨어있는 터라 좀 잠꼬대를 하고 있는 것 같기도. 암튼, 예습을 하지 않으면 그만큼 충만히 즐기기 힘들기 때문에 이 곡은 다 듣고 자야겠다.
중간에 파헬벨의 캐논 모티프가 들어있네. (2018 FEB 13 예습)
ㅡ위의 크리스티안 스바르바르 버전으로 예습하고 갔는데, 공연장에서 다른 연주가 나와서 깜짝 놀랐다. 최은규 음악 칼럼니스트의 설명에도 있듯 레오니드 데샤트니코프(Leonid Desyatnikov)가 편곡한 곡으로 연주하셨기 때문인데, 완전히 다른 곡인 것처럼 색다르고 독특하다. 시작 부분이 특히 많이 다르고, 비발디의 <사계>가 많이 느껴지는 버전이라 하겠다. 전체적으로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땀이 느껴지는 탱고라기 보단 서정적이고 우아한 정열이 곳곳에 불협화음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음들과 더불어 다채로워서, 듣는 재미가 풍성했다. 덕분에 노랗게 꺼져가던 에너지바에서 다시 빛이 났을 정도. '끈적임'이라는 속성에 내가 좀 힘들어하는 편인데, 탱고 치고 끈적이기보단 담백하면서도 다양한 포인트와 함께 위트있고 재미난 곡이어서 내게는 참 좋았다. 특히 처음 연주하셨던 '여름'의 마지막 부분에선... ㅋㅋ 아 좋단 말이지, 이런 마무리. 온갖 예상과 기대를 깨는 재미난 편곡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가을'에선 전설의 피아니스트 메나헴 프레슬러가 "음악을 아름답게 하는, 어떤 종류의 음색이라도 첼로로 자유로이 표현해낼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갖춘 연주자"라고 격찬한 첼리스트 박노을 님의 독주가 인상적이었다. 음... 비발디의 <사계>에서도 그렇고 사라 장과 박노을 님의 듀엣 부분이 좀 있었는데, 두 분의 연주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사라 장도 혼자 막 달리며 연주하기 보다는 리더답게 다른 연주자분들을 고려하면서 자신의 연주를 즐기셨는데, 악기 음색의 특성상 화려할 수밖에 없는 사라 장의 맑고 가벼운 바이올린을 박노을 님의 첼로가 부드럽고 따스하게 감싸 안는 느낌이어서 듣기에 좋았다. 이것은 어쩌면 여성 연주자와의 호흡이어서일지도 모르겠단 생각도 스쳤는데, 사라 장이야 어느 연주자와도 훌륭히 호흡을 맞추시겠지만, 여성 연주자 특유의 부드럽고 매혹적이면서도 전체적인 조화를 훌륭히 살리는 연주여선지 두 분의 듀엣이 참 듣기 편안하면서도 즐거웠다. '나 혼자 달려'가 아니라 '우리 함께 만들자'란 느낌이어서 들으며 행복감이 모락모락 커지는 기분이 들었던 연주였다. 아... 또 듣고 싶어라.
마지막 피아졸라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에서는 앉아서 연주하실 수밖에 없는 첼로만 제외하고 모두가 서서 연주하셨더랬는데, 앞서 앉아서 연주하셨던 두 곡과 무엇이 다를까에 집중했다. 내 막귀로 자세히는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서서 연주하셨던 피아졸라의 곡에서 조금 더 자유로움이 느껴졌달까. 호흡은 여전히 칼호흡이었지만, 같이 가면서도 각 연주자분들의 특성이 조금은 더 살아나는 듯해서 그 조화로운 다채로움에 귀가 또 다시 즐거웠던 연주였다.
이번 연주에서 아쉬웠던 건 관객들 밖에 없다. 박수 매너야 훌륭했지만 그놈의 폰 소리... 공연장 안에선 아예 전파가 차단되는 기능 없어요? 119 같은 긴급통화만 가능한 그런 기능 없으려나... ㅠ 그리고 악장 사이에 그넘의 기침소리소리소리 쿨럭쿨럭 어흠어흠 어흐 에흐 콜록 소리... 뭐... 우리나라 공연장의 특징이긴 하겠지만서도. 작년, 리시차의 재치있던 반응이 기억나지만 좀 심하긴 하다. 마치 잔뜩 부담스런 자리에 있다는 표를 내기라도 하듯이 말이다. 부담스러우시면... 그냥 주무시는 편이 주변에선 가장 좋아요. 억지로 깨려고 이리저리 부산스레 움직이지 마시고, 코만 골지 않으시는 선에서 가만히 편안히 주무시면 고맙습니다.
사라 장은 어릴 때부터 예당 무대에서 연주를 했다고 한다. 해서, 예당 30주년 기념 연주회로 마련된 것이었는데, 그래선지 앵콜곡은 Happy Birthday to You를 아주 멋드러지게 편곡하여 들려주셨다. 센스쟁이님들. 이후의 30년, 아니 60년, 오래 사신다면 90년까지도 계속 예당과 함께 한국을 빛내주셨으면 좋겠다. 훌륭한 연주를 들려주신 사라 장과 17인의 비르투오지분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이런 연주를 들을 수 있게 해주신 예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