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면 머릿속을 흐르던 비탈리의 샤콘느는 박소영 님의 연주를 들은 직후 사그라들기 시작해 사라 장의 훌륭한 연주를 들은 후 사라졌다. 그리고 요즘은 종일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21번 K304 2악장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정확히는 정경화 님의 연주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가슴을 베는 바이올린 음이 머릿속을 울리기 시작해, 일을 하다 쉬는 시간에, 길을 걸을 때, 만나는 동안 친구가 자리를 비웠을 때, 샤워할 때 등 비어있는 시간마다를 빼곡히 채워 흐른다. 이 곡은 예전에 다룬 적이 있었는데, 백주영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에서 처음 들은 후 계속 꽂혀 있는 곡이다. 정경화 님의 연주를 꼭 듣고 싶은데.
7분 20초부터 나오는 2악장이다. 모차르트가 어머니를 잃은 직후 쓴 작품으로, 그의 밝은 바이올린 소나타 중 유일하게 슬픈 곡이다. 다른 연주자들의 연주도 좋은데... 정경화 님의 이 곡은 들을 때마다 울게 된다. 가슴 저미는 그리움이 뚝뚝 묻어나는 연주. 한 음 한 음마다 바이올린이 몸을 떨며 울고 있다. 작곡가와 연주자의 맑게 고양된 슬픔을 들을 때마다 눈물을 참을 수 없는 연주여서 취했을 땐 절대 듣지 않는 동영상이다. 어쩌면 음을 저렇게 아끼실 수 있을까.
8분 59초. 바이올린의 여제 안네-소피 무터의 연주다. 정경화 님의 연주와는 많이 다른데, 좀 더 담백하고 사색적인 분위기가 강조된 느낌이다. 후반부의 바이올린에선 마치 이상화된 어머니의 모습이 보이는 듯 아름다운 여성이 떠오른다.
14분 9초부터 시작하는 이 연주는 더욱 다른 느낌이다. 이 연주가 안 좋다고 하는 말이 당연히 아니다. 무려 리히터와 올레그 카간인데. 다만 이 곡에 관한 한 내 취향엔 정경화 님의 연주가 좀 더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