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포스팅: 2018년 6월 30일
최종 포스팅: 2018년 9월 13일
노란색 하이라이트 된 부분에는 해당 정보의 홈페이지가 링크되어 있습니다.
* 박수는 연주자가 인사를 할 때 뜨겁게 칩시다.*
[예술의전당 개관30주년 기념-월드 프리미어 시리즈 II <정경화 & 조성진 듀오 콘서트>]
SAC 30th Anniversary Concert
World Premier Series II
< Kyung Wha Chung & Seong-Jin Cho Duo Concert >
* 일시: 2018년 9월 12일 수요일 오후 8시
* 장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 예술의전당 홈페이지: https://www.sacticket.co.kr/SacHome/perform/detail?searchSeq=31745&reviewYn=Y
[프로그램]
바흐 반음계적 환상곡과 푸가 d단조 BWV 903
J. S. Bach Chromatic Fantasia and Fugue in d Minor, BWV 903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제7번 c단조 Op.30, No.2
Beethoven Violin Sonata No.7 in c minor Op.30, No.2
Intermission
슈만 바이올린 소나타 제1번 a단조 Op.105
Schumann Violin Sonata No.1 in a minor, Op.105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 A장조
Franck Violin Sonata in A major
정경화 님 연주는 이번 달에 들었기에 얼마나 황홀한지 알고 있다. 연세가 무색하도록 젊으면서도 깊은 음악. 그때의 감동을 다시 느끼게 되리라는 생각에 기대감이 차오른다. 조성진 님 연주는 한 번도 직접 들은 적이 없는데, 이번 연주회 티켓 오픈 5분 만에 전석매진이 되는 것을 확인하고는, 그동안 조성진 님 연주회 티켓을 살 수 없었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물론 정경화 님과 조성진 님이 함께 연주하시기 때문에 더욱 예매하는 손들이 빨랐을 것이다. 세계적 비르투오소 정경화 님과 이미 최고의 인정을 받고 있는 피아니스트 조성진 님의 연주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다는 엄청난 매력을 저항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전석매진이 되긴 했지만 간혹 반환표가 들어올 수 있으니ㅡ반환표도 생기자마자 빛의 속도로 사라지긴 합니다만ㅡ아쉬운 분들은 매의 눈으로 반환표를 노려 보시길 권합니다. 반환표가 뜬다 싶으면 고민하지 마시고 바로 클릭하셔요. 그리고 교양인으로서 대가들과 예당이 베푸는 이 아름다운 공연을 두고 암표매매 같은 건 하지 맙시다. 맑고 깨끗한 공연문화를 함께 즐겨 보아요.
※ 후기는 좀 많이 감정적이고 감상은 심하게 엉뚱하다. 뜬금포까지 심하다. 지나치게 주관적이어서 공감이 힘들 것이니 어지간하면 파란색 글자만 읽고 영상만 즐기시길 권합니다.
정말 대단했다... 일단 내 예습이 충분치 않았고. 바흐의 곡이 처음부터 있었나...? 언제 추가된 건지 모르겠는데, 암튼 바흐 곡은 예습을 하지 못했다. 정경화 님 독주회를 들은 적 있고 조성진 님 독주회를 들은 적이 없는 나로서는 참 반가운 연주였고. 우리가 사랑하고 전세계가 사랑하는 정경화 님. 등장하시자마자 사람들의 애정 어린 환호와 박수가 그렇게 따뜻할 수 없었다. 그리고 지난 로콩에서의 독주회 때도 그러했는데, 이번에도 "사랑해요!"라는 사랑고백이 있었다. 정경화 님은 어휴, 얼마나 귀여우신지. 머리 위로 팔을 올려 동그라미를 만드시는가 하면 여기저기 특유의 잼잼손인사... 녹는다 녹아.ㅠ 넘 귀여우심.
무대 위, 특히 연주가 시작되면 정경화 님의 나이는 공기 중에 먼지로 흩어져 사라지고 마법이 시작된다. 작고 귀여운 소녀였다가, 비탄에 잠긴 처녀였다가, 행복에 찬 신부였다가, 힘찬 여전사였다가, 카리스마 가득한 여제였다가 사람을 홀리는 마녀에 이르기까지. 요란하지 않지만 분명히 다채로운 모습을 매순간 빛내는 마법사가 되신다. 연주를 다 끝내신 후 의자에 툭, 걸쳐 앉으셨을 때에야 비로소 아...! 이 분이 연세가 있으시지!를 깨달았다. 그만큼 연주 중에는 연세를 가늠하기 힘들었다.
조성진, 조성진, 조성진! 그 이름을 증명하는 실력을 드디어 경험했다. 연주를 다 듣고 나서 나는 이상적인 남자친구의 느낌을 받았다. 서두르지 않고 다그치지 않고 상대의 발걸음에 다정한 마음으로 자신의 걸음을 맞추고, 상대가 힘들어하면 기다려 줄 줄 알고, 더 힘들어하면 듬직하게 끌어주고, 위트있지만 심술궂지 않고 자상한 연인. 그런 사람과 사랑을 하면 참 여성이 행복하겠구나, 싶은 그런. 연주를 들으면서 내내 그런 느낌을 받았는데, 끝난 후 일행이 내가 말하기 전에 이 말을 해서 이 또한 깜짝 놀랐다. '참 착하고 좋은 남자친구 같더라'.
욕심 같아선 혼자라도 조금 더 좋은 좌석에서 듣고 싶었다. 일행도 그것을 적극 권했고. 하지만... 좋은 공연 혼자 자주 가 보았고, 또 앞으로도 혼자 몇 번 더 갈 테지만, 그렇더라. 그 좋은 걸 혼자 보고 눈물짓도록 감동한다 한들, 나누지 못한다면 심장이 타들어가더라는 거. 그래서 이 공간을 마련했고 이곳에 내 감상을 마음껏 쏟아놓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아끼는 사람과 좋은 공연을 나누지 못하는 것이 참 속상했다. 그래서 좀 덜 좋은 좌석으로 일행의 표까지 두 장을 예매했다.
중요한 것은 '듣는 귀'라고 생각한다. 물론 귀가 몹시 좋은 상태라면 조금이라도 더 좋은 좌석에서 듣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 귀는 아직 초보 막귀다. 그리고 기실 듣는 귀 자체로 보면 나보다 일행의 귀가 훨씬 좋고 정확하다. 다만 나는 예습을 열심히? 하고, 어찌되었건 일행에 비해 월등히 많은 공연과 전시에 노출되어 귀를 애써 훈련하고 있을 뿐이다. 조금 더 강점이라면 감성이려나. 감성은 좀 발달한 편이어서. 암튼 좌석도 중요하지만 지금의 나에겐 좌석보단 귀가 보배라 생각하고 있다. 좀 더 많은 연주를 듣고 좀 더 귀를 연마해야겠다. 그러면 1층 중앙좌석에서 듣는 효과를 2, 3층에서 누릴 수 있... 지는 않겠지.;; <회원음악회>는 1층 중앙이다! 야호!ㅡ는 또 뜬금포다. 엉엉.
암튼 일행이 정말 기뻐해서 보람 가득 뿌듯뿌듯한 연주였다. 그 정경화 님과 그 조성진 님의 연주를 들었어!
화면 지지직이라 느꼈던 부분이 물과 불의 천둥이었다.
* 프로그램 노트가 음악 칼럼니스트 최은규 님의 해설이었다. 훌륭한 강연으로 유명하신 최은규 님의 글인 만큼 꼭 읽으시기를 바란다. 각 곡의 제목 아래에 파란색으로 옮겨 적습니다. *
ㅡ 여담이지만 이번 프로그램북 참 좋았다. 평소 검정 바탕에 흰색 글자로 된 프로그램북을 좋아하지 않는데,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이번 공연의 프로그램북은 미색 내지는 연한 살구빛 바탕에 깔끔한 검정 고딕체로 큰 폰트... 이 정도면 10폰트 정도 되나...? 암튼 그렇게 인쇄되었기 때문에 눈이 피곤하지 않아 좋았다. 바로 이것이 납득 가는 구성인 거다. 프로그램북은 곡과 연주자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도구이므로 필요한 정보를 최대한 편안하고 쉽게 전달하도록 구성되는 것이 최선이다. 최은규 선생님의 깔끔하면서도 정겨운 곡 해설과 두 분의 인터뷰가 간결 명료하게 실린 프로그램북 칭찬합니다.♡
바흐 반음계적 환상곡과 푸가 d단조 BWV 903
J. S. Bach Chromatic Fantasia and Fugue in d Minor, BWV 903
Fantasia
Fugue
이 곡은 바흐가 쾨텐 궁정에서 일하던 1720년 경에 작곡된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이다. 대담한 화성과 비범한 표현력이 돋보여 마치 19세기 후반의 음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 곡 전반에 걸쳐 반음씩 순차 진행하는 반음게적 흐름이 강조되어 있어 듣는 이에게 슬프고 고통스러운 감정을 환기시킨다. 이는 그 무렵 바흐의 첫 번째 부인 마리아가 36세라는 젊은 나이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 것과도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이 곡에 나타난 독창적인 음악양식은 후에 위대한 음악가로 성장하는 바흐의 둘째 아들 카를 필립 엠마누엘 바흐의 '감정양식'을 탄생시키는 바탕이 되었다.
이 곡은 갖가지 성격의 아르페지오(arpeggio, 펼친 화음)가 반음계적으로 진행되는 환상곡과 처음의 주제를 다른 성부에서 계속 모방해가는 푸가로 구성된다. 푸가는 여러 성부들이 독자적으로 움직이고 얽혀들면서도 서로 잘 조화되어야 하는 음악이므로 처음에 제시되는 푸가 주제에 반음이 많이 섞여 있을 경우 여러 성부들을 잘 어우러지게 작곡하기가 더욱 어렵다. 그러나 바흐는 반음계가 강조된 까다로운 푸가 주제를 여러 성부에 걸쳐 능숙하게 발전시키며 푸가의 거장다운 면모를 보여준다.
Bach: Chromatic Fantasy and Fugue in D Minor, BWV 903
András Schiff
지용 Ji-Yong
안드라스 쉬프와 지용 님의 연주는 확연히 다르다ㅡ는 쓰고 보니 또 당연한 말이다. 그리고 조성진 님의 연주 역시 달랐다. 굳이 말하자면 쉬프 보다는 유연하고 지용 님 보다는 절도 있다는 느낌. 처음 연주가 시작되고 바로 맑은 냇물이 펼쳐졌다. 피아노곡에서 냇물을 떠올리는 건 드물지 않은 일인데, 신기한 건 크기가 균일한 자갈 위를 흐르는 물이 떠올랐다는 점이다. 그만큼 한 음 한 음이 균일하게 다 들렸다는 의미가 되겠다. 그렇게 흐르더니 어느 순간 자갈인 줄 알았던 돌이 투명하게 녹기 시작한다. 자갈은 어느 새 동그랗게 깎인 얼음구슬이 되어 있다. 그 부분에서 슬픔을 느꼈던 것 같다. 감각적이면서도 눅진하지 않고 건조하다. 그렇다고 거친 것이 절대 아니고 몹시 부드러운데 흐느적이거나 주체할 수 없이 넘쳐 흐르지 않는다. 정제된 낭만. 조성진 님의 바흐는 익히 듣던 바흐와 달랐다.
이건 개인적인 연상이고 소감인 건데... 나는 나의 선생님을 떠올렸다. 내가 조교로 모셨던 선생님은 우리 학교에서 '가장 크신 분'이셨는데, 다른 학교 교수님들을 만나면 "ㅇㅇㅇ 선생님 안녕하신가?"라는 인사가 당연한 분이셨다. 그만큼 학교에선 '호랑이 교수님'으로 유명한 분이셨ㅡ다고 한다. 나는 몰랐던 일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나도 모르는 사이 나는 선생님의 '팬클럽 회장'이 되어 있었다. 음...
선생님을 두고 학생들이 왜 '호랑이 교수님'이라 부르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는데, 내게는 그저 자상하시고 다정하시고 너그럽기만 한 분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나중에는 수업 중에 유머까지 구사하셨는데 그것이... 희한하게 내 코드에 맞아서 나 혼자 쓰러지곤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딱히 무섭게 하셨다기 보단 너무 크신 분이셔서 학생은 물론이고 교수님들조차 어려워하셨다고 한다.
세 분 교수님의 조교를 했지만 3년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선생님의 무급조교를 하면서 왜 이전의 조교들이 그토록 조교 자리를 내어놓지 않고 버텼는지, 왜 조교만 되면 선생님의 팬이 되어 버리는지를 깨달았다. 나는 팬이 먼저 된 후에 조교가 된 특이한 케이스였지만. 흔히들 직속 상사를 욕하지 않기 힘들 듯 조교가 되면 모시는 선생님의 아름답지는 않은 모습도 대하게 된다. 그런데 선생님은 가까이서 뵈면 뵐수록 더욱 존경스러운 분이셨다. 세상에 그런 사람이 존재하는구나, 싶었을 정도로.
바깥에서 보았을 땐 무섭고 딱딱하기만 하다는 선생님이었지만, 내가 개인적으로 뵈었을 땐 누구보다 자상하고 부드러운 분이셨다.
바로 그런 바흐 같았다, 조성진 님께서 연주하신 바흐는. 지금까지 접한 바흐는 성실하고 절도 있고 규격화된 그 어떤 이미지. 조금은 딱딱하거나 단단한 이미지였다. 조성진 님께서 연주하신 바흐도 절도 있었기에 기존의 바흐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았다. 그러나... 뭔가 좀 더 자상하고 폭신한 느낌. 봄바람이 살랑 건드리고 가는 느낌, 그런 바흐였달까. 가까이서 교류해야만 비로소 알 수 있는 부드러움과 다정함을 느낀 것 같아서 참 좋았다. 또 듣고 싶다, 조성진 님의 바흐.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제7번 c단조 Op.30, No.2
Beethoven Violin Sonata No.7 in c minor Op.30, No.2
연주회에선 이 곡이 1부 두 번째 곡이었다.
예습할 때도 2악장 Adagio cantabile에서 좀 심상찮았다. 멜로디가 너무 서정적이고 아름다워서 '아, 어쩌면 공연장에서 울겠는데' 싶긴 했다. 하지만 설마 그러겠어, 하면서 방심했다가 눈물이 너무 터져서 고생했다. 정경화 님과 오랫동안 함께 호흡을 맞추신 케빈 케너 Kevin Kenner의 연주는 그야말로 찰떡궁합이지만, 조성진 님의 연주가 흐르자 이상하게 마음이 뭉클하면서 장면들이 펼쳐져서 당황스러웠다.
1악장 초반의 바이올린은 3층에서 들어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다소 가볍게 들렸는데, 쾌활하지만 불안한 소녀 같았다. 이때 조성진 님은 소년 같았다가 이내 '오빠' 같아서 신기했고. 그렇게 교류를 하던 바이올린과 피아노는 강렬하고도 부드러운 마음을 주고 받으며 성장하는 느낌이었다. 그러다 2악장이 되었는데... 와... 처연한 아가씨가 떠올라서는. 아마도 조성진 님의 맑고 차분한 낭만과 함께 울렸기 때문에 그렇게 느낀 것 같다. 흐느끼듯 가느다랗게 떨리는 바이올린의 선율에 아주 슬프고 마음을 깊게 베인 이별이 떠올랐는데, 그런 그녀를 피아노가 위로하다가 윗영상의 11:29 지점에서 하늘로 올라가는 영혼이 떠올랐고, 그를 따라가는 그녀의 마음이 그려졌다. 지금 들어도 윗영상으로는 떠오르지 않는 상상이다. 그리고는 떠난 연인이 보내는 사랑의 마음과 반가워하면서도 그리움이 사무치는 처녀의 슬픔이 느껴져 계속 울었다. 신기한 연주였다. 두 분 다 전혀 감정이 넘쳐 흐르는 연주를 하신 것이 아닌데도, 참 정갈하면서도 정제된 슬픔이 느껴져서 그것이 더 슬펐던 것 같다. 그러다 화면이 지직거리며 찢어지는 것처럼 시야가 거칠게 흔들리더니 다시 이별의 느낌, 또 흔들리더니 마무리. 애달파서.
00:00 - Allegro con brio 07:56 - Adagio cantabile 19:11 - Scherzo 22:53 - Finale
00:00 Allegro con brio 07:04 Adagio cantabile 15:44 Scherzo: Allegro - Trio 18:58 Finale. Allegro
슈만 바이올린 소나타 제1번 a단조 Op.105
Schumann Violin Sonata No.1 in a minor, Op.105
Mit leidenschaftlichem Ausdruck
Allegretto
Lebhaft
1850년 9월 2일, 슈만 가족은 뒤셀도르프에 도착했다. 오랜 세월 라이프치히와 드레스덴에서 지냈던 슈만엥게 라인 강이 흐르는 도시 뒤셀도르프와의 만남은 '새로운 인생'을 의미했다. 뒤셀도르프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으로서 생애 최초로 '정규직'을 얻게 된 슈만의 마음이 그 당시 얼마나 들떠 있을지는 짐작할 수 있으리라. 뒤셀도르프 사람들도 새로운 음악감독을 열렬히 환영했고 슈만의 창조력 또한 다시 왕성하게 되살아났다. 그해 10월 슈만은 첼로 협주곡을 작곡한 데 이어 10회의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를 지휘했고, 교향곡 제3번 '라인'을 비롯한 걸작들이 이 시기에 집중적으로 쏟아져 나왔다.
슈만의 바이올린 소나타 제1번도 이토록 들뜨고 희망에 부풀었던 시기에 탄생했다. 슈만이 이 곡을 쓰기 시작한 것은 1851년 9월 12일이고 그로부터 나흘 만인 16일에 전 악장을 모두 완성했다. 그 다음 달인 10월에 슈만의 부인이자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인 클라라 슈만은 뒤셀도르프 오케스트라의 악장 빌헬름 요제트 폰 바질레프스키와 함께 이 소나타를 연주해 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일기장에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우리는 이 소나타를 연주했고 특히 애수 띤 1악장과 사랑스러운 2악장에 감동했다. 단지 3악장만이 조금 덜 매혹적이었고 딱딱하게 느껴져서 잘 연주하기가 어려웠다."
3악장에 대한 불만에도 불구하고 이 소나타는 당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들의 사랑을 받았다.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악장으로 활동했던 페르디난트 다비트도 슈만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사적으로 연구했고, 독일 바이올린 악파의 적자이자 브람스의 친구인 요제프 요아힘 역시 이 곡을 연주했다.
1악장 도입부를 들어보면 그 매혹적인 제1주제에 단숨에 반할 것이다. 바이올린의 저음역에서 굵고 풍부한 소리로 표현되는 제1주제는 열정적이며 우울하다. 이 악장 마지막 부분에서는 도입부에서 들었던 제1주제의 단편이 불안한 어조로 반복되며 모호한 분위기를 풍긴다.
2악장은 비록 기악곡이지만 마치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는 듯한 성격을 보여준다. 클라라 슈만의 말대로 '사랑스러운' 성격이 있으며, 마치 질문을 하듯 선율이 전개된다. 슈만은 이 곡에 그 어떤 이야기나 표제도 붙이지 않았지만, 마치 질문과 대답처럼 연주되는 2악장을 들으면 이 음악에 어떤 이야기를 붙이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게 될 것이다.
3악장은 비록 클라라 슈만의 인정을 받지는 못했으나 끝없이 달려가는 빠른 음표들의 움직임은 마치 슈만의 우울하고 어두운 미래를 나타내듯 특별한 느낌을 자아낸다.
슈만은 이 소나타를 쓴 이후 차츰 건강상태가 악화되는 것을 느꼈고 지휘 능력까지 저하되어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혼란을 주기도 했다. 결국 1854년부터 정신을 놓아버린 슈만은 라인 강에 투신자살을 기도했고, 다행히 구조되기는 했지만 1856년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요양원에서 말년을 보냈다.
원제: Sonata for Violin and Piano No.1 in a minor, Op.105
작곡가: 로베르트 슈만
국적: 독일
출생 - 사망: 1810년 ~ 1856년
음악사조: 국민악파 음악
슈만은 두 곡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를 썼다. 두 곡은 어느 것이나 같은 시대로서, 제1번은 1851년에 만들어 이듬해에 출판되었는데, 이미 병이 악화되어 있으므로 선율은 음울한 색채에 싸여서 답답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 두 개의 바이올린 소나타 중 제2번은 비교적 많이 연주되며, 요아힘도 이 곡을 매우 높이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제1번 쪽이 간결하며 정열이 담겨져 있어 오히려 뛰어나다고들 말하고 있다.
제1악장 Lebhaft.
무겁게 가라앉은 선율인데, 밑바닥에는 커다란 활기를 숨기고 있다.
제2악장 Allegretto.
밝고 생생한 정열이 악상을 펼친다.
제3악장 Lebhaft.
곡은 여기서 꽃을 피운다. 선율은 아름답게 변화하고, 교묘한 수법에 의해 감명 깊은 코다를 쌓는다.
[네이버 지식백과] 바이올린 소나타 제1번 a단조 Op.105 (최신명곡해설 & 클래식명곡해설 - 작품편, 2012. 5. 31., 삼호뮤직)
다음은 이 곡에 대한 유석희 교수님의 해설을 싣는다. 자세하여 감상에 도움이 많이 되는 해설이니 연결하는 홈페이지로 가서 차근차근 읽어 보시길 권한다.
■환각 속 내면 응시하는 고통스러운 낭만주의 정수
슈만이 바이올린소나타들을 작곡한 1850년경 이미 그는 정신이상 증세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당시 슈만의 내면은 그 자신이 아닌 어떤 수상한 환각들로 가득 찬 상태에서 고통스럽게 요동치고 있었지만 창작열은 여전히 꿈틀거리고 있어 작품들이 왕성하게 쏟아진다. 개정 보수된 교향곡 제3번과 제4번, 피아노삼중주 제3번과 환상소곡집 등과 같은 피아노작품들을 비롯하여 서곡 〈율리우스 시저〉 등이 이즈음 작곡되었다. 또한 바이올린소나타 제1번과 제2번,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환상곡, 그리고 그가 죽은 후 오랜 세월이 지나 출판된 바이올린소나타 제3번도 이때 만들어졌다.
...(중략: 길어서 줄였지만 홈페이지의 해설을 읽어 보시기를 권한다)...
이처럼 슈만은 한층 섬세하고 복잡한 음형, 화성적인 변화와 미묘한 음색과 음향을 구사하기가 훨씬 수월한 실내악이나 소나타에 더 집중하였다. 또한 피아노가 참여하는 실내악 작품들에서는 피아노의 존재감을 더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소나타들에서도 피아노가 주도적 역할을 하는 가운데 바이올린이 충실한 동반자 혹은 상반되는 캐릭터로 설정되어 피아노와 갈등하는 양상을 일관되게 보여주고 있다. 1851년 무렵 그가 작업한 작품들은 모두 단조로 되어있는데 모호함과 긴장감으로 가득 찬 내면 풍경은 이미 정신적 파국을 예감케 한다.
이 작품들에서는 바이올린의 잦은 피치카토 주법과 격하게 몰아치는 빠른 패시지들이 주조를 이루고 있지만 음형은 중간음역에 머물고 있어 출구를 찾을 수 없는 슈만의 암담한 심경이 그대로 투영된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이 바이올린소나타 제1번을 작곡할 때 정신분열증세가 그를 깊숙이 지배하고 있었다. 주변 친구들과 가족들은 이미 그의 증세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환각상태에 돌입하고 있었던 슈만의 상태는 지속적으로 그를 지배하여 마침내 그의 정신세계를 해체시키는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이 작품은 슈만 작품 중 가장 개인적이고 내밀한 분위기를 지닌 낭만주의의 정수에 있는 작품이다. 매우 주관적인 이미지로 가득 차 자신의 내면을 고통스럽고 집요하게 응시하며 스스로 고문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는 고통스러운 산물이다. 그 속에는 그가 겪어야 했던 모든 심리적, 현실적 경험들이 고통스럽게 녹아들어 표출되었고 자아분열 증상까지 더해져 우울하고 착잡한 느낌을 확산시키고 있다. 나아가 이를 극복할 방법을 찾아 몸부림치다 결국 파멸해가는 자신의 모습을 향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이 작품은 5일 동안 단숨에 쓰였고 초연은 1852년 바이올리니스트 페르디난도 다비드와 부인 클라라에 의해 이루어진다.
△제1악장 Mit leidenschaftlichem Ausdruck 도입부는 매우 격정적으로 제1주제를 제시한 후 경과부를 지나 제2주제가 나오고 짧은 음형을 추가하면서 캐논방식이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통해 부지런히 구사되고 코다에서 절정을 이룬다.
△제2악장 Allegretto 론도 형식의 로망스풍으로 간주곡적인 성격이 강하다.
△제3악장 Lebhaft 멘델스존 피아노삼중주 제2번의 도입부와 흡사한 느낌의 소나타형식으로 빠른 패시지들로 이루어져 그 긴박하고 휘몰아치는 분위기가 걷잡을 수 없는 그의 내면의 초조감과 불안을 투영하고 있다. 토카타풍의 제1주제와 함께 트릴을 가진 경과부를 거친 뒤 제2주제가 잠시 나타나고 코다에서 제1악장을 회상하며 제2주제와 함께 정점을 찍고 끝난다.
[출처] 로베르트 슈만 바이올린소나타 제1번 A단조 작품번호 105|작성자 유석희
↑ 위의 영상에서처럼 1익장 끝나고 박수치면 안 됩니다. 곡이 끝난 뒤 연주자가 인사할 때 열정적으로 칩시다.
1악장은 '고혹적이다'라는 표현만 떠올랐다. 정경화 님과 조성진 님 두 분의 서로에게 맞추어 연주하시는 모습이 참 좋았는데, 그런 배려는 멋진 호흡으로 표현되었다. 정경화 님께서 이끄시나 하면 조성진 님이 이끄시고, 서로를 들으면서 '함께 연주'하셔서 듣기에 좋았다.
클라라 주미 강, 손열음 님 듀오는 언제 들어도 즐겁다. 이 분들 공연도 티켓오픈일시 알람 맞춰 놓고 광클해야 살 수 있는 걸까.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 A장조
Franck Violin Sonata in A major
I. Allegro ben moderato 0:05 II. Allegro molto 5:32 III. Recitativo Fantasia: ben moderato 13:20 IV. Allegretto poco mosso 19:33
이 곡에 대한 감상을 어떻게 쓰나... 제대로 쓸 수 있을까... 고민이다. 일행에게 큰소리 떵떵쳤는데.ㅠ 큰소리치면서 그랬다. "아마 아무도 공감이나 납득 못 할거야." 100퍼 확신한다. 그 연주에서 나와 똑같은 상상을 한 사람 있으면 제발 연락 주세요. 단언컨대 나와 소울메이트일 겁니다...?;;
반쯤 정줄 놓고 읽기를 권한다. 위의 영상으로도 상상이 안 되는 연상이니까.
내가 이 곡을 연주회에서 세 번 들었다. 정경화 님 독주회에서 한 번, 송영훈 님 독주회에서 한 번, 그리고 이번에 정경화ㅡ조성진 듀오 때 한 번. 그러면서 앞뒤로 예습과 복습들을 했다. 그래서 영상까지 포함해 이 곡을 들은 횟수는 꽤나 많다. 아직 클래식 초보인 나로서는 아주 많이 들은 셈이다. 그런데 여태껏 스무 번 넘게 들으면서도 이런 연상은 단 한 번도 한 적 없다. 정경화ㅡ조성진 님 연주에서 엉뚱하게 이런 연상이 펼쳐져서 깜짝 놀랐다. 자주 들은 만큼 익숙한 곡인데도 말이다.
1악장이 시작되고 곡이 흐르자 달빛이 비추었다. 저녁의 사늘한 바람이 몸을 스치고, 달빛을 따라 닿은 호숫가에서 별이 빛나더니... 백조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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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백조의 호수>였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여태껏 프랑크의 이 곡을 들으면서 단 한 번도 그렇게 떠올린 적 없었다. 그리고는 등장하는 오데뜨. 파르르 몸을 떠는 그녀에게 다가가 사랑을 속삭이는 지그프리드. 그에게 몸을 기대는 오데뜨. 그녀의 슬픈 저주 이야기. 애처로워하는 지그프리드의 사랑에의 다짐. 조성진 님 건반이 표현하는 잔물결에 비치는 달빛이 부드럽게 연인을 감싸고, 오데뜨의 슬픔은 사랑의 선율을 타고 은빛 희망으로 빛난다. 어둠 속에 푸름과 흰색으로 가득한 1악장.
그리고는 2악장이 되자마자 등장하는 로트바르트! 와... 여기서 심장 쫄깃하며 섬뜩했는데, 아니, 어쩌면 이렇게?!!!? 그리고는 오데뜨와 똑같이 생겼으나 분명한 흑조 오딜! 로트바르트와 함께 카리스마 가득한 유혹과 마법의 춤을 추는 오딜의 선율에서 펼쳐지는 정경화 님 바이올린의 그 농염함과 다크 카리스마에 또 깜짝 놀라고. 오데뜨의 흉내를 내었다가 이내 날카롭게 자신의 선을 펼치는 오딜의 고혹적 화려함에 넋이 나간 지그프리드는 홀린 듯 끌려가고, 그런 지그프리드를 마음껏 농락하는 오딜은 지그프리드에게 춤으로 주문을 건다. 한참 희생의식?이 진행되는 중에 갑자기... 이 부분이 어이 없었는데, 난 데 없이 오데뜨가 휙, 끼어든다??? 그런 연상이 되면서 정줄 날아가는 줄. 이제부터 상상은 <백조의 호수>와 상관 없이 비약되는 거다. 오데뜨가 끼어들어서는 지그프리드를 보호하면서 '정신 차리라'고 종용한다. 그러면서 악귀처럼 달려드는 오딜과 로트바르트를 상대로 싸우는데... 여기저기 쥐어 뜯긴 오데뜨의 하얀 깃털이 흩날리고. 결국 물리치지만 오데뜨는 피투성이가 되었다.
3악장이 되고, 푸른 달빛이 가득한 호숫가에는 피가 흥건한 오데뜨가 홀로 숨을 몰아쉬며 엎드려 있다. 회복을 위해 달빛 호숫가에 몸을 뉘인 오데뜨를 지그프리드가 찾아간다. 오딜과 로트바르트와의 싸움보다 지그프리드의 위태하게 흔들리는 마음에 더 큰 상처를 받은 오데뜨는 슬픔과 깊은 절망을 말하고, 지그프리드는 가슴을 치며 후회한다. 지그프리드의 회한과 끈질긴 사랑의 고백으로 인해 오데뜨는 그를 용서하기로 하고, 그런 그녀에게 푸른 달빛이 비친다. 달빛이 은빛으로 빛나면서 상처가 치유된다.
사랑스러운 4악장은 두 사람의 결혼식입니다. 희한하게 외젠 이자이와 연결되지? 나도 신기했다. 마법이 풀린 백조들은 아름다운 처녀들로 변신하고, 왕자 측 들러리 남성들의 힘찬 노래와 춤이 펼쳐지다가, 잠시 그들의 위기상황 장면을 연극으로 재현하다가 종이 울리고, 오데뜨와 지그프리드의 노래, 하늘로부터 빛과 함께 내려오는 축복의 소리, 다시 축하의 종이 울리고 두 사람의 키스와 함께 곡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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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혹스러운가? 미, 미안.;; 내게는 너무나 선명하게 떠올랐던 연상이었어서 어쩔 수 없다
ㅡ지만 이것으로 당황스런 연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조성진 님 앵콜곡으로 연결되어요,ㅠ
와 이 영상은 선우예권 님의 피아노로 이루어졌네.
얼마 전 놓친 조슈아 벨 연주다! 최은규 님의 훌륭한 강연까지 듣고서 다른 공연을 예매한 탓에 갈 수 없었어서 쓰라렸는데.ㅠ 지금 뉴욕에 있는 se이 곧 조슈아 벨 공연에 간다고 하던데 정말 부럽다.ㅠ 섬세한 연주를 하는 꽃미남 바이올리니스트로 유명하다 합니다.
예습하다 보니 가슴이 설렌다.
두 번째 앵콜곡. Debussy’s 3rd Movement “Clair de Lune” on his “Suite bergamasque" 안 그래도 공연 전 조성진 님 CD를 사면서 드뷔시를 사려고 하다가 바로 이 달빛 Clair de Lune이 없어서 쇼팽으로 샀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인터미션 때 일행에게 하면서 '조성진 님의 이 곡 연주는 언제쯤 직접 들어 볼 수 있을까' 한숨쉬었다.
정경화 님과 함께 한 첫 번째 앵콜곡이 지나고, 수많은 박수 속에 다시 나오신 정경화 님은 조성진 님을 "한 곡 더 연주하라"시며 피아노 의자로 떠밀고는 들어가셨다. 당황하시던 조성진 님. 관객은 생각지도 못한 보너스★에 정줄 놓고 환호하고... 정경화 님 넘 귀여우시지 않아요? >_<♥ 그 여유와 재치.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무튼 졸지에 한 곡 더 연주하게 되신 조성진 님은 의자에 앉아 건반을 닦으시면서 한동안 고민하시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첫음이 들리자마자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온 감탄사 "아...!!!" 그리고는 서둘러 귀병풍을 만들고 눈을 감았다.
일단 평소 조성진 님의 바로 이 Clair de Lune 영상을 종종 듣는데, 그때마다 은빛으로 잔잔하게 빛나는 고요한 달빛이 떠오르곤 했다. 그런데 이 날은 달랐다. 몹시 캄캄한 호숫가. 깊고 검었다. 그리고는 회색빛 감도는 창백한 푸른빛으로 일렁이는 달빛은 어딘지 모르게 위태로워 보였다. 그때, 회색인 듯 검은 물체가 호수에서 움직인다. 검은 깃털. 와... 여기서 소름끼치는 줄.;;; 오딜... 오딜이었던 거다. 난 소리지를 뻔 했어.;; 생각지도 못한 오딜이 등장해서는... 은 오딜도 상처를 입었지. 치유를 받고 있는데, 그 오딜이 몹시 슬퍼 보였다. 내 상상에 등장한 오딜은 그녀 역시 로트바르트의 마법에 걸렸거든. 그녀는 오딜이고 싶지 않았다. 마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오딜이어야 했으나, 그녀의 마음은 자신이 오딜의 마법에 걸렸다는 것 자체로 상처를 입었다. 오딜의 검은색 농밀한 슬픔이 가득 느껴지던 연주. 그런데... 달빛이 그녀를 핥아 치유된 부분의 깃털이 하얗게 변하기 시작했다...? 새하얗게 변한 깃털이 하나 하나 뻗어 나오고, 이윽고 그 깃털들에서 무지개빛이 뻗어 나와 호숫가를 가득 채우면서 곡이 끝났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연상은 나 역시 당혹스러운 것이며, 그러하기에ㅡ그럴 리 절대 없다고 확신하지만ㅡ만에 하나라도 이 연주에서 나와 똑같은 연상을 한 사람이 있다면... 꼭 연락을 주, 주세요. 우리는 아마 인, 쿨럭, 연일 겁니다?
이런 연주를 들을 수 있어 행복하다. 너무나 듣고 싶던 조성진 님의 바로 그 곡을 이렇게 훌륭하게 들려주시다니. 선물도 이런 선물을 받을 수가 있나! 깜놀 감동해서는 또다시 눈물 펑펑.ㅠ 꼭 듣고 싶었던 곡을 멋지게 연주해주신 조성진 님, 고맙습니다♥.
첫 번째 앵콜곡이다. 이 곡을 들었을 땐 사실 정신이 좀 없었다. 그래도 느낌이 연결되었고. 두 분의 호흡이 사려깊다고 느꼈다.
조성진 님의 연주. 두 영상의 연주를 편집하면...???
마지막 앵콜곡, 엘가의 <사랑의 인사>. 이 곡도... 이미 감상할 수 있는 에너지가 바닥난 상태였다. 난 편하게 앉아서 듣기만 했는데, 오랜 시간 서서 열정적인 연주를 하신 정경화 님은... 그 에너지는 대체...!! 나보다 훨 젊으시지 않나♥. 반성합니다, 에너지 부족.ㅠ
끝나고 아들인 듯, 손자인 듯, 남친인 듯 조성진 님 손을 잡고 무대 구석구석 데리고 가 관객들에게 얼굴을 보여주시던 정경화 님의 노련한 여유. 사람들 쓰러지고... ㅋㅋ 그러시니까 연주회 때마다 사랑고백을 받으시지. 여기저기 잼잼손인사까지 넘 사랑스러우시다. 그런데 싫은 표정 한 번 없이 여기저기 다 따라다니며 인사 시키시면 인사하는 조성진 님을 보며 '참 착하다' 생각했다.
두 분 연주 중에는 나이를 잊었다는 말을 앞서 했는데, 신기하게도 어떨 땐 심지어 조성진 님이 정경화 님의 '오빠'같다는 느낌이 들었을 정도로 정경화 님의 연주는 맑고 순수했고 조성진 님의 연주는 믿음직스럽고 성숙했다. 정경화 님의 노련미야 두 말할 필요가 없고. 조성진 님은 착한 교회/성당/절 오빠 같은 느낌이라며 일행이랑 고개를 끄덕.
과하지 않은 정제된 낭만이 황홀한 연주였다. 이런 연주를 해주신 정경화 님과 조성진 님, 그리고 예당에 마음 깊은 고마움을 전합니다♥.
[프로필]
ⓒSim Juho
정경화 Kyung Wha Chung
바이올리니스트 Violinist
정경화는 세계 무대에서 최고 수준의 예술성을 인정받아온 거장 바이올리니스트이다. 강렬한 음악적 감수성과 예술적 완성을 향한 끊임없는 추구로 전세계 음악 애호가들의 높은 찬사를 받아왔다.
뉴욕 줄리어드 음악원에서 전설적인 스승 이반 갈라미언을 사사했다. 그밖에는 조셉 깅골, 폴 마카노비츠키, 요제프 시게티, 시몬 골드베르크 등의 지도를 받았다. 1967년 레벤트리트 콩쿨 우승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쌓아나가기 시작했고, 1970년 앙드레 프레빈이 지휘하는 런던심포니와의 연주가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며 유럽 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이후 앙드레 프레빈을 비롯, 게오르그 솔티, 클라우스 텐슈테트, 리카르도 무티, 버나드 하이팅크, 다니엘 바렌보임, 클라우디오 아바도 등이 이끄는 세계 최정상급 오케스트라들과 협연하며 맹활약해왔다. 또한 피아니스트 라두 루푸, 스티븐 코바세비치, 크리스티안 짐머만, 피터 프랭클 등과 듀오 무대를 이어왔으며, 최근에는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와 집중적으로 호흡을 맞춰왔다.
1970년 데카에서 차이코프스키 협주곡과 시벨리우스 협주곡이 담긴 데뷔음반을 발표한 후 최근 워너클래식에서 ‘바흐 무반주 전곡’과 ‘아름다운 저녁’을 발표하기까지, 정경화는 지난 약 45년간 데카, RCA, 도이치 그라모폰, EMI 등 굴지의 레이블을 통해 여러 전설적인 명반들을 남겼다. 협주곡에서 실내악에 이르는 총 33장의 정규 레코딩을 발표했는데, 그 가운데 `89년 크리스티안 짐머만과 녹음한 슈트라우스와 레스피기 바이올린 소나타 음반(DG 레이블)은 이 작품들에 대한 평가를 드높인 획기적인 결과물이었고, `94년 사이먼 래틀 지휘로 녹음한 바르토크 바이올린 협주곡 2번과 랩소디(EMI 레이블)와 함께 그라모폰 상을 수상했다.
그녀는 지난 `95년 ‘아시아위크’가 뽑은 ‘위대한 아시아인 20인’ 가운데 클래식 연주자로 유일하게 선정되었으며, 영국 선데이타임스가 선정한 ‘최근 20년간 가장 위대한 기악 연주자’에 오르기도 했다. 2017년에는 크라이슬러, 그뤼미오, 밀스타인 등과 함께 그라모폰 명예의 전당 바이올린 분야에 이름을 올렸다. 2014년 런던 로열 페스티벌홀 리사이틀, 2016년 베르비에 페스티벌 개막연주, 2017 뉴욕 카네기홀 바흐 무반주 전곡 연주 등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15년 뉴잉글랜드 콘서바토리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줄리아드 음악원 교수를 맡고 있다.
ⓒHarald Hoffmann DG
조성진 Seong-Jin Cho
피아니스트 Pianist
압도적인 재능과 타고난 음악성으로 세계적 연주자로 급성장하고 있는 조성진은 현재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차세대 연주자 중 한 명이다. 신중하고 시적이며, 확신에 차 있으면서도 부드럽고, 비르투오소적이고 다채로운 연주를 하는 그는 타고난 균형감각을 바탕으로 대담함과 순수함의 조화를 이루어 낸다.
조성진은 2015년 가을, 쇼팽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머쥐면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016년 1월 도이치 그라모폰과 전속 계약을 맺은 그는 같은 해 11월 첫 음반을 발매했다. 이듬해 11월에는 드뷔시 독주 음반을 발매했고, 두 음반 모두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았다.
활발한 연주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조성진은 지난해에 참여해 이미 매진을 기록한 바 있는 카네기홀 ‘건반 비르투오소’(Keyboard Virtuoso) 시리즈의 무대에 다시 한번 오를 예정이다. 이 밖에도 오는 2018/19 시즌에는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헤바우의 ‘마스터 피아니스트’(Master Pianists) 시리즈에 참여하고 베를린 필하모니 챔버홀, 프랑크푸르트의 알테오퍼, 로스앤젤레스의 월트디즈니 콘서트홀 등의 무대에 설 예정이다. 프랑스의 라 로크 당테롱 음악제, 스위스의 베르비에 음악제와 그슈타트 메뉴인 음악제, 독일의 라인가우 음악제에도 참여한다.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프랑스 라디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핀란드 라디오 오케스트라,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스칼라 극장 오케스트라와의 협연도 예정되어 있다. 또한 지휘자 자난드레아 노세다 및 유럽연합 청소년 관현악단과 함께 콘세르트헤바우, 로열 앨버트홀,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무대에 서고, 마렉 야노프스키가 지휘하는 쾰른 서부독일 방송교향악단과 독일 순회 연주를, 안토니오 파파노가 지휘하는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와 아시아 순회 연주를 할 예정이다.
조성진은 사이먼 래틀, 발레리 게르기예프, 에사 페카 살로넨, 자난드레아 노세다, 안토니오 파파노, 정명훈, 블라디미르 아시케나지, 유리 테미르카노프, 크시슈토프 우르반스키, 파비앙 갸벨, 마렉 야노프스키, 바실리 페트렌코, 야쿠프 흐루샤, 레너드 슬래트킨, 미하일 플레트네프 등 세계 최고의 지휘자들과 한 무대에 섰다. 2017년 11월에는 공연을 취소한 랑랑을 대신해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베를린, 프랑크푸르트, 홍콩, 서울에서 연주했다. 조성진이 협연한 그 밖의 주요 오케스트라로 로열 콘세트르헤바우 오케스트라, 파리 오케스트라, 마린스키 오케스트라,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베를린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 로열 리버풀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NHK 교향악단,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서울시립교향악단,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덴마크 국립 교향악단, 러시아 국립 관현악단, 디트로이트 심포니 오케스트라, 북독일 방송교향악단, 이탈리아 RAI 교향악단, 헤센 라디오 방송 교향악단 등이 있다.
1994년 서울에서 태어난 조성진은 여섯 살에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해 열한 살에 첫 공식 독주회로 데뷔했다. 2009년에는 일본 하마마쓰 국제 피아노 콩쿠르 최연소 우승자가 되었고, 2011년에는 17세의 나이로 모스크바 차이콥스키 콩쿠르 3위에 입상했다. 이후 2012년에 파리로 건너가 파리 음악원에서 미셸 베로프를 사사했고, 2015년에 학업을 마치고 현재 베를린에 거주하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