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일신홀 프리즘 콘서트 시리즈 6 - 김은혜 타악기 독주회>
2018 Ilshin PRISM Concert Series 6 - Eunhye Kim Percussion Recital
* 일시: 2018년 9월 18일 화요일 19:30
* 장소: 일신홀
* 일신홀 홈페이지: http://ilshinhall.com/gnuboard5/bbs/board.php?bo_table=sub201&wr_id=48
[프로그램]
Iannis Xenakis Rebonds A
J.S.Bach Violin Sonata No.1 in G minor,BWV1001
Iannis Xenakis Rebonds B
John Psathas Matre’s dance Per Nørgård I Ching - III. The Gentle, the Penetrating (hexagram no. 57)
Yasuo Sueyoshi Mirage pour Marimba
Keiko Abe Prism Rhapsody
일신홀의 <프리즘 시리즈>였기에 볼 수 있었던 공연. 그토록 다양한 타악기의 멋진 연주를 들을 수 있다니! 김은혜 님은 대만 마림바 콩쿨 심사위원을 하셨던 경력 만큼이나 안정적이면서도 노련한 힘 분배, 그리고 신중하고 섬세하면서도 열정적인 연주가 돋보이는 분이었다. 그동안 다양한 악기의 독주회를 들어 왔지만 퍼커션은 처음이었는데, 오케스트라의 그것도 큰 규모의 곡에서나 가끔씩 볼 수 있는 타악기들을 바로 앞에서 보며 즐길 수 있는 것은 개인적으로 큰 수확이었다. 들으면서 타악기가 이토록 매력적인 악기였는지를 처음 깨달았고. 특히 이 날 좋은 좌석에 앉았던 터라 더욱 감상이 즐거웠다.
연주를 들을 때면 다양한 연상들이 떠오르곤 하는데, 이날 공연은 그렇지 않았다. 일행도 같은 이야기를 했어서 그 또한 신기했는데, 그에 대한 내 해석은 이러하다. 무엇보다 악기의 소리가 내게 낯설었기 때문이 아닐까. 소리 자체에 충분히 익숙하고 친근감을 느껴야 그것을 넘어선 연상을 즐길 수 있는데, 악기의 소리가 낯설면 그 소리에 집중하게 되기 때문일 거라 생각했다. 다양한 악기들의 소리가 신기해서 공연 내도록 신나기만 하다가는, 어떤 곡이었더라... 어떤 곡에서 연상이 잠깐 떠올랐는데, 이내 악기의 흥미로운 소리 때문에 또 소리에 집중하는 시간들. 그래서 생각했다. 좀 더 많이 들어야겠구나, 타악기도.
오케스트라 연주에서의 타악기를 제외하고 지금껏 가까이서 집중해 들은 타악기라곤 인디밴드 클럽에서 들은 드럼 소리 정도가 다였다. '퍼커션' 하니까 냉큼 '난타'를 떠올린 건 지금께엔 좀 부끄러운 일이지만, 나는 그 '난타'공연조차 본 적이 없기에 락밴드 공연에서 들은 드럼 정도를 경험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김은혜 님의 연주를 들으면서 '이것이 클래식의 타악기구나!'를 깨달았다. 확실히 다르다. 음악 속으로 열중하여 빠져들지만 다른 모든 것을 놓고 무아지경으로 빠져들어 가끔은 그저 감정이 이끄는대로 마음껏 폭주한다 해도 이해 받을 수 있는 락/팝이나 심지어 재즈와도 다르다. 어디까지나 작곡가의 의도를 존중하는 선 안에서 밀도 높은 열중을 하시는 모습이랄까. 역시 발레도 그러하고 클래식도 그러하고, 나는 어느 정도의 기본 라인이 있는 장르를 좋아하는 것 같다ㅡ굳이 말하자면 '선망하는' 쪽이다.
일신홀 덕분에 음악에 대한 지평이 엄청나게 넓어지고 있다. 그동안 들었던 현대음악도 엄청났는데, 내가 이렇게 퍼커션 독주회를 들을 줄을 꿈이나 꾸었겠는가. 예습하면서도 그냥 그렇겠거니 싶었는데, 직접 들으니 와...! 일행은 계속해서 내게 '이런 공연을 보게 해 주어서 고맙다'는 말을 반복, 또 반복. 이렇게 특별하고 멋진 공연을 보여주신 김은혜 마림비스트와 유예리 피아니스트, 그리고 이런 귀한 기회를 주신 일신홀, 고맙습니다♥.
흔치 않은 현대음악이다 보니 해설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여, 공연 프로그램 노트에 제공된 훌륭한 설명을 곡 각각의 제목 아래에 파란색으로 옮겨 적는다.
* 출처 : https://kids.britannica.com/students/assembly/view/171820
* 출처 : https://www.lancastersymphony.org/Portals/0/Docs/EdResc/InstFeat/Percus_Large.pdf
* 출처 : https://www.lancastersymphony.org/Portals/0/Docs/EdResc/InstFeat/Percus_Small_Drw.pdf
* 출처 : https://wegotguru.files.wordpress.com/2017/05/wm4.jpg
* 출처 : https://www.pinterest.co.kr/pin/526428643913448527/?lp=true
↑ 톰톰 Tom-tom(Toms)
↑ 칼림바 Kalimba
아프리카의 Mbira라는 악기를 현대적으로 변형시킨 악기라 한다.
↑ 컵 벨 Cup bells / Rin (금빛 놋그릇 같은 부분만)
* 출처 : http://www.kolberg.com/products/en_GB/958/group/334.html#prettyPhoto
↑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아마도 이것이 아닐까 싶다. 앵클벨 Ankle Bells
* 출처: https://www.bellydance.com/Salangai-Indian-Ankle-Bells-(PAIR)-BLACK.html
이 외 더 많은 퍼커션 종류는 위키피디아를 참고하세요.
https://en.wikipedia.org/wiki/Percussion_instrument
Iannis Xenakis, Rebonds A
이안니스 크세나키스는 루마니아 출생의 그리스 작곡가이자 건축가로, 수학의 확률론을 도입한 음향운동의 구성을 주장하였고 작곡과정에 컴퓨터를 도입하는 등 독자적인 논리적 사고에 의하여 뛰어난 작품을 작곡하였다.
... (중략)...
작곡가로서의 그는 당시 전위음악에서 지배적이었던 세리에르기법(技法)을 비판하고 수학의 확률론을 도입한 음향운동의 구성을 주장하였으며, 1955년 도나우에싱겐음악제에서는 오케스트라를 위한 《메타스타시스 Metastasis》를 발표하여 크게 주목을 받았다. 이어 1962년에는 작곡과정에 컴퓨터를 도입하여 현악4중주곡 《ST/4》 등 일련의 작품을 발표하고 그 후에도 음악을 인간의 높은 지적 활동이라고 한 나름대로의 독자적인 논리적 사고에 의하여 뛰어난 작품을 작곡하였다. 주요 작품으로는 이 밖에도 《피토프라크타 Pithoprakta》(1957) 《에온타 Eonta》(1964) 《아크라타 Akrata》(1965) 등이 있다.
*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이안니스 크세나키스 [Iannis Xenakis] (두산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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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이력과 음악관을 가지고 있다. 연주도 독특하다. 내가 이해할 수 있을까 모르겠네. 수... 수학의 확률론을 도입한 음향운동의 구성...;; 재밌겠다.
제나키스의 곡은 신기했다. 아마도 화면에 보기에 왼쪽의 작은 드럼들이 톰톰이고 중간의 노란 드럼이 봉고, 그리고 오른쪽의 진고동색 드럼이 베이스드럼이 아닐까 싶다. 처음엔 차분하게 시작하신 연주의 곡이 진행될수록 마치 춤을 추시는 것처럼 율동적으로 연주하시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수학의 화... 확률론... 은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 동영상으로 듣는 것보다ㅡ당연히ㅡ직접 들으니 악기의 소리도 다채롭게 다 구별되어 들리는 데다, 몰입한 연주자 특유의 에너지와 아우라가 느껴져서 소리에서 빛이 나는 것 같았다. 그동안 타악기 최대의 매력은 리듬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물론 타악기의 리듬이 주는 특유의 강력한 매력도 느껴졌지만 이번 공연에선 각 악기 고유의 소리에 크게 매료되었다.
J.S.Bach, Violin Sonata No.1 in G minor, BWV1001
1717년 말, 바흐는 바이마르를 떠나 작센 지방의 소도시 쾨텐의 궁정 악장이 되어 수많은 기악곡을 작곡하였다. 1723년까지 이곳에서 지내는 동안 바흐는 세 곡의 소나타와 세 곡의 파르티타로 구성된 무반주 자이올린을 위한 소나타와 파르티타를 썼는데 그 중 첫 번째 소나타이다. 교회소나타(sonata da chiesa)의 느림, 빠름, 느림, 빠름의 4개 악장형식으로 제1악장은 짝수 박자로 특히 장중하고, 제2악장은 푸가, 제3악장은 바로크 시대에 흔히 삽입되는 형식인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의 민속춤곡 형식을 썼다. 이 곡은 바이올린의 모든 가능성을 구사하여, 유려한 음색과 대위법 형식을 통해 완성도 높은 다성음악을 보여주며 단일 악기의 음악이라고 생각될 수 없을 정도로 폭넓은 표현을 하고 있다. 특히 이번 연주는 타악기 연주자 김은혜의 마림바 독주를 위한 편곡으로 연주되므로, 마림바의 특성에 맞도록 여러 시도들을 차용하였다.
I - Adagio 0:06 II - Fugue 3:40 III - Siciliano 8:22 IV - Presto 10:30
대체로 푸가를 많이 연주하는데 김은혜 님께선 전 악장을 다 하셨다. 그리고 윗영상의 연주자는... 열심히 하셨습니다만 개인적으론 위의 영상으로 예습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은혜 님 연주와는 비교가 안 됩니다. 김은혜 님의 연주는 굉장히 노련하고 매력적이었다. 모든 곡이 충분히 숙지, 숙달되어 있어 마치 피아노로 연주하는 바흐를 듣는 것 만큼이나 자연스러웠는데, 손가락 끝에 솜을 장착한 채 피아노나 하프시코드로 바흐를 연주하는 것 같았다. 위 아래 영상 모두에서 쓰는 것 보다 부드러운 말렛을 사용하셨는데, 마치 말렛의 헤드가 하얀 솜으로 된 것 같았다. 말렛의 선택은 연주자께서 결정하는 것이라 하니 김은혜 님께서 선택하신 말렛이 주는 효과?에 따르면, 마치 꿈결 속에서 바흐의 음악을 듣는 것처럼 몽롱하고 몽환적인 분위기가 펼쳐졌다. 그리고 마림바 연주하시는 것을 보면서 든 생각인데, 말렛이 꼭 연장된 손가락 같아 보였달까. 몰랐는데 일행의 말에 따르면 마림바의 건반?도 피아노의 건반과 같다 했다. 음... 마림바를... 검색해야겠군....;; 이 후기는 언제 끝나나, 그래.;; 지금은 다 끝내려고 앉았는데.ㅠ 다녀와야?겠다.;; → 작성하고 왔다. 헉헉;; 작성이라기보단 긁어서 실은 것이지만. 그래도 유툽 영상은 열심히 찾은 거다.;; (마림바에 대한 포스팅: https://vanodif.tistory.com/1258) 검색하고 보니 일행의 눈썰미가 실로 정확하지 뭔가! 마림바의 건반은 피아노 건반과 같은 방식으로 배열되어 있다고 한다.
소리가 엄청나게 예뻐요. 같은 마림바인데 위의 영상과 소리가 이렇게 다르나?? 김은혜 님의 마림바 소리는 더욱 아름다웠다. 이 곡은 폭신한 솜으로 하셔서 소리가 아련했지만, 다른 마림바곡에서는 울림이 크고 멋진 소리가 났다. 말렛과 연주자의 기량 차이일 테지.
J.S. Bach Sonata No.1 in G minor BWV 1001 1. Adagio 0:00 2. Fuga (Allegro) 4:28 3. Siciliana 10:02 4. Presto 13:10 Itzhak Perlman Violin
그리고 이자크 펄만의 바흐 원곡.
Iannis Xenakis, Rebonds B
Rebonds의 두 번째 악장으로 A와 같이 단순한 리듬으로 시작하지만 그 패턴과 템포는 다르다. 크게 두 개의 주제가 교차하며 등장하는데 제1주제는 왼손의 단순한 리듬과 오른손의 액센트가 어우러지면서 흥미로운 소리를 만들어낸다. 이어 등장하는 제2주제는 32분음표를 나열하며 새로 등장하는 나무악기로 연주한 후 다시 조금 복잡해진 양식으로 연주된다. 이처럼 계속 교차하며 두 개의 주제를 보여주는데, 제1주제는 A처럼 같은 템포 안에 점차 리듬을 쌓아가며 복잡해지고 밀도가 높아지지만 제2주제는 밀도가 높아지며 복잡하기보다 매번 변화를 주고 있다. 2/3 지점에서 이 두 주제는 서로 뒤엉키며 끝으로 향한다. Rebonds B에는 봉고, 톰톰, 베이스드럼의 가죽악기와 나무악기가 포함되어 있다.
와, 이 곡은 귀에 쏙쏙 들어온다. 들을수록 빠져든다.
Rebonds A도 좋았지만 B는 참 좋았다. 일행은 A는 그냥 그랬는데 B가 훨씬 좋았다고 했고. 이 B에서는 A에서 사용된 봉고, 톰톰, 베이스드럼으로 구성된 북면이 가죽으로 된 타악기 외 나무악기도 사용되었다고 했는데, 윗영상 1:49 부분의 나무악기가 아마도 템플 블럭 Temple Block이 아닐까 싶다. 템플 블럭은 우드 블럭 Wood Block과 함께 한중일 절에서 사용하는 목탁을 모티프로 제작된 악기다.
음... 타악기 제조회사 Vic Firth에서 만든 타악기 101 시리즈 영상인가 보다. 저 사람 자꾸 보네. 설명이 자세해요.
글쎄, 이 Rebonds B에 대한 감상을 쓰고 싶은데 타악기에 대한 감상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기도 하고. 설명에 있듯 리듬의 밀도가 높아지...?는 것이 좋았다...?ㅡ이렇게 쓰면 되나?;; 암튼 내 심장 박동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했고 아름다운 규칙 속에 한껏 자유로운 리듬을 듣는 쾌감이 있었다. 가죽악기와 나무악기의 소리가 구분되는 것이 또 신기했고. 악기의 음색에 반했던 연주입니다.
John Psathas, Matre’s dance
뉴질랜드 작곡가인 존 싸타스 John Psathas는 세계적인 타악기 연주자인 이브닝 글래니와 함께 작업을 하면서 그의 작품이 많은 타악기 연주자들에 의해 더욱 많이 연주되고 있다.
타악기와 피아노를 위한 듀오곡으로 종종 춤과 함께 공연되기도 하는 이 곡은 프랭크 헤르베르트의 책 '모래언덕'을 춤으로 한 작품을 참고하여 작곡되었고, 1991년 뉴질랜드 웰링턴에서 초연되었으며 1994년 개작되었다. 재즈와 그리스의 전통적인 색을 담고 있고, 어느 한 부분도 한 조각도 반복되지 않으며, maximum-energy를 표현한다. 피아노는 대부분 타악기의 특징을 잘 살리고 있으며, 전체에 걸쳐 격렬한 에너지를 나타내고 있는 이 곡은 두 연주자에게 강도 높은 치밀한 호흡을 집요하게 요구한다.
John Psathas (born 1966)의 작품은 Evelyn Glennie, Michael Houstoun, Michael Brecker 그리고 New Juilliard Ensemble과 같은 선명하고 확고한 입장과 명성을 가진 음악가들의 레파토리가 되고 있으며 가장 빈번하게 연주되는 뉴질랜드 작곡가 중 한사람으로 꼽힌다.. 그는 또한 국제적인 명성을 쌓아왔으며 뉴질랜드와 해외 여러 다양한 단체로부터 정규적으로 작곡 요청을 받고 있기도 하다.
Psathas 는 뉴질랜드의 Taumarunu에서 성장했으며 이후 Napier에서 살았다. Wellington의 Victoria University 에서 작곡과 피아노를 공부하기 위해 고등학교를 조기 졸업하였다. 그는 스스로 생활비 보조를 위해 재즈 트리오의 일원으로 연주를 하기도 했다..그는 한동안 벨기에에서 작곡가인 Jacqueline Fontyn 에게 심층적인 공부를 하였다. 뉴질랜드로 돌아온 그는 빅토리아 대학에서 강의를 하기 시작했으며 작곡 위촉으로 꽉찬 바쁜 시간을 보냈다.
작곡가로서 그의 초기 성공은 1991년 작곡한 극도의 에너지를 요구하는 퍼커션과 피아노를 위한 듀엣 작품인 Matre's Dance 로부터 시작되었다..이 작품은 퍼커셔니스트인 Evelyn Glennie의 도전에 의해 매우 훌륭하게 연주됨으로써 Psathas의 이름을 국제적인 것으로 만들었다. 이 작품과 Drum Dances 는 빠른 속도로 타악기 연주자들을 위한 표준적이고 규범적인 레파토리가 되었다.
그의 작품을 출판하는 출판사에 따르면 John Psathas 의 새로운 작품은 매우 개성적이고 독특한 실체로서 어떤 다른 작곡가의 작품과도 유사하지 않다. 그의 음악이 가지는 사운드는 정의 하기 어려운 것으로 재즈적인 즉흥성과 화성을 갖고 있는가 하면, 휘몰아치는 듯한 저항할 수 없는 리듬적인 진행과 락 음악이 가지는 흥분감과 미니멀리즘이 갖는 반복적인 텍스쳐를 분명하게 갖고 있다. 그러나 이들 작품은 아직 감지할 수 없는 또 다른 어떤 요소들과 혼합되거나 섞여 있지는 않다. 이와 같이 정의하기 어려운 그의 음악이 갖는 요소들은 뉴질랜드 현대 클래식 음악계에 있어 가장 독창적인 목소리를 내는 음악가중의 한사람으로 인정되고 있다..
[출처] John Psathas (born 1966) - The Greek Concert|작성자 레인트리
Percussion: Satoshi Seki
Piano: Yo Ueda
재즈와 그리스적인 특징을 갖고 있으며 반복되는 부분이 없다고 하는 곡. 그리스적인 것은 내가 잘 모르겠고 재즈적인 분위기는 확실히 있었다. 피아노와 함께 맞추는 그... 리듬이라 할까, 타이밍이랄까, 그런 호흡이 좋았던 곡이다. 찾아 보니 이 곡도 악기의 구성을 다양하게 할 수 있나 본데, 김은혜 님께선 팀파니와 톰톰, 봉고... 다 사용하셨나? 암튼 팀파니를 사용하셨다. 검색하니 톰톰, 봉고, 팀발레스 같이 생긴 악기만으로 연주한 영상도 많다.
연주자 이름이 없네... 연주는 이 영상과 흡사했다.
Percussion: James Larter
Piano: Adrian Blanco
이런 구성의 영상이 많다.
Per Nørgård, I Ching - III. The Gentle, the Penetrating (hexagram no. 57)
닐센 이후 가장 중요한 덴마크 작곡가로 불리는 페르 뇌고르는 독특하면서도 방대한 음악세계를 만들었다. 50년대 홀름뵈와 시벨리우스 등 북유럽 음악에 영향을 받은 그는 60년대 파리에서 지내며 서유럽 음악을 접하고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였다. 이는 바로 음렬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그는 마치 프렉탈 구조처럼 끝없이 이어지며 확장되는 무한한 음렬을 주요 작곡기법으로 발전시켰다. 70년대 이후에는 예술가 뵐플리를 소재로 많은 영향을 받고 창작하였으며 80년대 이후로는 '시간'에 흥미를 느껴 이와 관련된 여려 요소를 가지고 창작활동을 하였다.
역경(I ching)이란 <주역>을 삼경의 하나로 일컫는 말로, 운명을 예지하고 대처하는 방법을 강구하는 방법이 설명된 책이다. 이 책은 사람과 동물 등 모든 피조물의 삶을 음양과 여러가지 단계로 본다. 이를 그림으로 표현하여 6선 성형(hexagram)을 64가지의 조합으로 배치하였고, 작곡가는 그 중 51, 9, 57, 64번을 선택하여 총 4악장의 작품으로 완성하였다. 유럽 출신의 작곡가의 작품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동양의 흔적을 많이 엿볼 수 있는 이 곡은 서양 타악기와 함께 동양 타악기를 접할 수 있으며, 이는 인도와 인도네시아 여행을 즐겨하던 작곡가의 경험을 잘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I Ching>의 3악장은 1982년, 덴마크 타악기 연주자 걸트 몰튼슨을 위해 쓴 독주곡으로 같은 해 9월 스톡홀름에서 초연되었다. 전체 4악장이 모두 연주된 것은 그 다음 해인 1983년 10월 처음이었다. 57번째 괘는 부드럽게 불어오며 어디든 파고 들 수 있는 바람을 나타내는 것으로 유연하고 조화로운 것으로 해석된다. 칼림바와 두 개의 컵 벨을 팀파니 위에 올려 연주되는 3악장은 부드럽고 스며드는 바람의 성질을 나타낸다.
Percussion, Kasia Kadlubowska
이 곡을 위해 팀파니 페달을 검색하다가 팀파니 전반에 대해 읽어 버렸다.ㅠ 페달의 기능을 이해하시려면 아래에 싣는 포스팅의 뒷부분을 확인하세요. 그러니까 팀파니에서 음의 글리산도를 맡고 있는 팀파니 페달 기능으로 인해, 북면에 올려둔 컵 벨이 울린 후 페달을 누르면 음이 위로 상승하거나 아래로 하강하게 되어 독특한 소리가 나는 것이다.
* 팀파니 : https://vanodif.tistory.com/1257
이 곡은 연주회 시작 전에 받은 프로그램 노트를 읽었을 때부터 놀랐는데, '주역'...? 주역이라 하면 그 사주팔자... 그런 거 아닌가?? 암튼 이름도 신비로운 페르 뇌고르는 주역 중 <역경 I Ching> 3악장으로 '바람'을 묘사했다고 되어 있는데, 그렇게 들으니 과연 바람 같았다. 처마에 걸어 둔 풍경을 바람이 만지고 가는 것도 같았고. 여태껏 어떤 음악회에서도 보거나 들은 적 없는 악기들이 동원되어서 엄청나게 신기하고 신비로웠던 연주다. 이 날 공연에서 가장 인상적이었고.
등장하실 때부터 김은혜 님의 몸에서 소리가 났다? 정확한지는 모르겠는데 내가 검색한 바로는 아마도 앵클 벨이 아닐까 싶다.
이것이 앵클 벨인데, 걸으실 때마다 찰랑거리는 소리가 나서 사람들 눈은 휘둥그레지고 김은혜 님은 쑥스러운 듯 웃으며 가만히 팀파니 앞에 앉고는 칼림바와 컵 벨을 팀파니 위에 얹으셨다. 칼림바는 위에 악기 사진으로 실었는데 굉장히 흥미로운 악기였다. 언제 기회되면 칼림바도 검색하고 싶은데... 이번에는 그럴 에너지가 남지 않을 것 같다. '손가락 피아노 Finger Piano' 또는 '엄지 피아노 Thumb Piano'라는 별칭을 지닌 칼림바 Kalimba는 소리가 참 독특했다. 그리고 김은혜 님은 그 칼림바를 섬세하게 연주하셨다.
이를 본 일행은 공연 후 '퍼커셔니스트에 대한 선입견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일행의 말인 즉, 타악기에는 딱히 음률이라 할 만한 것이 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이기에 퍼커셔니스트들은 음률적인 연주에 취약할 것이란 인상이 있었는데, 김은혜 님께서 칼림바를 아주 섬세하게 연주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그것이 편견이었음을 깨달았다고 했다. 음률과 음정에도 능하면서 리듬과 강약에 특화된 분들이 퍼커셔니스트인 것 같다고. 김은혜 님과 일신홀 덕분에 참 많은 것을 깨닫고 즐기게 되는 우리다. 다시 한 번 고맙습니다.♥
Performed by Fiona Digney
아... 말이 자꾸 샌다...;; 암튼 바람을 표현한 이 곡을 들었을 때 처마에 걸린 풍경이 바람에 흔들리는 이미지가 떠올랐다가, 이내 숲향이 퍼지며 고요한 산사의 모습에서 점점 화면이 뒤로 물러나면서 숲의 나무에 매달린 나뭇잎들이, 그리고 솔방울들이 바람에 따각따각 흔들리는 것 같았다. 그러다 곁에 흐르는 물소리... 몹시 고요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느꼈다.
여기서... 나는 좀 이상한 연상을 또 해버렸는데.;; 분명 이 곡은 '바람'을 표현한 곡이 맞다. 그런데 내게는 바람이 어루만지는 평화로운 숲에서 점점 화면이 멀어지다가 훌쩍... 지구를 벗어나는 거다...? 그러더니 밤하늘의 별들이 반짝, 진공 우주의 별들이 반짝반짝, 별자리들이 연결되며 반짝반짝ㅡ아마도 '주역'이라는 단어가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그런 연상을 한 것 같다ㅡ암튼 그러다가... 음... 이런 감상까지 말해도 될까 싶긴 한데 뭐, 내 일기장이니까. 그니깐 뭐랄까, 팀파니 위에 컵 벨을 올려 놓고 신비로운 공명, 즉 창조의 기운이 번지는 가운데, 칼림바로 별을 하나 하나 창조하자 별들이 별자리로 연결되고, 그 순간 별자리가 반짝이기 시작하는 모습이 앵클 벨의 촤르르 소리로 표현되는 것 같았달까. 그런 상상이 떠오르자 팀파니 앞 의자에 앉아 칼림바로 음을 하나하나 정성스레 연주하시는 연주자가 마치 우주와 별자리를 창조하고 인간의 운명을 설계하는 창조자처럼 여겨져, 혼자 창조의 별세계 속 황홀경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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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상은 일행에게 나누지 않았는데 이 후기 읽고 또 뜨아해하겠군.ㅠㅠ;; 그러니 민망한 나는 이제 윗영상의 설명을 조금만 덧붙이고 이 곡을 어서 넘어가겠다.
두 영상을 다 유심히 보았으면 좋겠는데 Kasia Kadlubowska 영상에선 팀파니 페달로 컵 벨의 소리를 퍼지게 만드는 모습을 살짝이나마 볼 수 있으며, 앵클 벨을 사용하는 모습을 적극적으로?ㅡ는 분명하게ㅡ 볼 수 있다. 근데 진짜 물두하여 우주를 만드는 창조자의 모습 같지 않아요? 무튼 아래에 있는 Fiona Digney 의 영상으로는 칼림바를 연주하는 모습과 컵 벨을 치는 모습을 선명하게 볼 수 있어서 두 영상을 참고하면 이 신비로운 연주의 전반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훌륭한 영상들이 있어서 참 다행이지 뭔가. 개인적으로 너무나 흥미로웠던 곡이고 연주였기 때문에 말이 좀 길었다. 이 곡 때문에 팀파니를 검색한 거라고요.;; 팀파니 페달의 원리와 기능이 궁금해서.
Yasuo Sueyoshi, Mirage pour Marimba
일본 색채를 작품에 담아 표현하는 현대음악 작곡가로 알려진 그는 플루트, 성악, 타악기들을 위한 작품들이 많이 알려져 있다.
'미라지(신기루)'라는 제목의 이 마림바 독주곡은 일본 마림바계의 대모인 아베 게이코에게 헌정되었다.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뉘는 이 곡은 빠른 움직임으로 첫 시작을 알린 후, 포르테시모와 피아니시모가 병행을 이루고 있고, 두 번째 부분은 장송 행진곡으로 앞부분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리고 어두운 울림을 만들어낸다. 세 번째 부분은 멀리서 보일 듯 말 듯한 신기루를 3연음의 리듬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서서히 3연음의 리듬이 팽팽한 춤곡으로 발전하다가 절정에 다다른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크고 느린 트레몰로로 시작하고, 점차 속도를 빨리하여 연주자로 하여금 아주 빠른 움직임까지 끌고가는 에너지를 요구한다. 1971년에 쓰여진 곡으로, 20세기 후반에 열렸던 많은 마림바 콩쿠르의 과제곡으로 사용되었고, 지금도 많은 연주자들에게 사랑 받는 대표적인 마림바 독주곡 중 하나이다.
Marimba: Jiyeon Kim
이후의 곡들도 아주 훌륭했는데 내 불량에너지란 게 그러하듯 앞의 <I Ching>에서 고갈된 바람에 이후의 곡들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했다. ㅠ
Keiko Abe, Prism Rhapsody
케이코 아베는 세계적인 마림바 연주자이자 동시에 작곡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다양한 음악적 표현을 위해 마림바의 여러가지 연주 방법을 찾아내어 80여편의 마림바 독주곡을 창작하였다. 작곡가들의 위촉과 그의 자작곡으로 인해 마림바를 독주 악기로 확립시키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그는 60개국 이상에서 장르를 불문하고 저명한 오케스트라, 타악기 그룹, 재즈 아티스트들과 함께 공연을 하였으며, 마림바 음악사에 남을 음악가 중 한 사람으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프리즘 랩소디는 1996년에 초연되었으며, 짧은 마림바 독주곡으로 먼저 작곡한 후 마림바 협주곡으로 재구성되었다. 다양한 마림바의 색채와 테크닉을 담고 있는 이 곡은 화려한 퍼포먼스를 이용하여 6개의 말렛으로 곡을 시작하여 4개의 말렛으로 카덴자를 연주한다. 그가 찾아낸 여러가지 마림바의 테크닉을 화려하게 카덴자에서 선보인 후 2개의 말렛으로 빠르게 연주하며 절정에 이르면서 곡을 맺는다.
Marimbaist: Keiko Abe
마스터 클래스에서 작곡가 아베께서 직접 연주를 시연하신 영상.
예습했을 때 가장 기대했던 곡이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I Ching>에 마음을 빼앗기는 바람에...;; 이 곡의 압권은 6개의 말렛으로 시작하는 부분이죠! 말렛의 수가 6개에서 4개로, 그리고 2개, 다시 6개, 2개 등으로 바뀌는 과정을 보는 것이 독특하고, 또 그런 말렛 수의 변화로 느낄 수 있는 효과를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곡이었다. 인터미션 때 일행이 어떻게 6개의 말렛으로 연주가 가능한지 신기해했는데, 나는 미리 영상을 보았기 때문에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눈 앞에서 직접 연주를 보자 생각 이상으로 많이 신기했다. 여섯 개의 말렛으로는 주로 많은 화음을 내는 것 같고, 네 개의 말렛으로는 아르페지오와 화음을 함께 표현하며, 두 개의 말렛으로는 속도감이 용이해진 만큼 아르페지오 연주가 몹시 화려하고 섬세하면서도 강약 조절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들렸다.
김은혜 마림비스트와 유예리 피아니스트 두 분의 멋진 호흡과 열정이 돋보이는 연주였다. 일행이 가장 좋아했던 연주였기도 하고.
뜨거운 환호에도 불구하고 앵콜곡은 없었는데, 미안한 표정으로 팔을 가리키며 하신 '팔이 아파요'라는 말씀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너무 좋은 마음에 박수를 계속 치는 것이긴 하지만 사실 나는 앵콜곡 듣는 걸 그리 많이 좋아하진 않는 편이긴 하다. 감명을 준 훌륭한 연주자와 조금이라도 더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 뭔가를 교감하고 싶다는 마음에 계속 박수를 치는 것이지, 욕심으로는 앵콜곡 연주하실 에너지까지 준비하신 곡에 다 쏟으시기를 바라는 마음이어서ㅡ는 내 감상 에너지가 저질스럽기 때문이 맞습니다, 네.;; 그런 면에서 앵콜보다는 준비하신 곡에 충실하기를 선호하시는 조성진 님이나, 비록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하셨기 때문이긴 하지만 한 번도 앵콜곡 연주를 해주지 않으신 백건우 님의 스타일을 나는 진심으로 납득하고 전적으로 이해한다. 그래도 압도적 감동으로 인해 조금이라도 연주자분과 더 함께 있고 싶은 우리 관객의 떨리는 마음을 위해 공연 직후 무대에 편안한 의자를 마련해 연주자분께서 잠시라도 말없이라도 앉아 계시면 안 될까요...ㅡ는 끝까지 뜬금포다. 부디 내 뜬금포에 적응하시라.ㅠ
Marimba: Yu-Cheng Chen
打擊╱林嘉郁
Marimba: Martin Grubinger
위의 일본인 마림비스트와는 완전히 느낌의 다른 연주다.
올 초 코심 정치용 예술감독님 취임 공연 때였나, 뒤의 퍼커셔니스트분들께서 바쁘게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여러가지 타악기를 연주하시는 모습이 우리에겐 몹시 인상적으로 남아 있는데, 그분들께서 생각 이상으로 다양한 악기들을 소화하시는 것을 이번에 확실하게 보게 되어 놀랍고 신기했다. 아마 앞으로도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게 되면 퍼커션 연주에 주의를 기울이게 될 것 같다.
일신홀 <프리즘 시리즈>에서야 늘 예상을 뛰어 넘는 연주를 접하게 되지만, 이번 김은혜 님의 퍼커션 연주는 지금껏 한 번도 접한 적 없는 악기들을 대거 만나 그 매력을 즐길 수 있는 몹시 독특하고 특별한 연주였다. 정말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