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키호테 Don Quixote by UBC>
* 일시: 2018년 7월 20일(금) - 22일(일) 금요일 저녁 8시, 토/일 낮 2시, 저녁 7시
* 장소: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 유니버설발레단 홈페이지:
http://www.universalballet.com/korean/performances/performance_view.asp?cd=714&furl=performance
공연에 대한 아주 훌륭한 기사. 미리 참고하세요.
마리우스 프티파 Marius Petipa 안무 <돈키호테>.
위의 영상은 우크라이나 출신 무용수 세르게이 폴루닌 Sergei Polunin이 바실리오 Basilio, 에리카 미키치르셰바 Erika Mikitircheva가 키트리 Kitri 역을 맡은 작품이다. 세르게이 폴루닌Sergei Vladimirovich Polunin은 2009년 20세에 영국로열발레단 수석무용수가 되었다가 2012년 탈단하여 영화와 패션, 음악 등 다른 예술산업과 연계 활동 중인 프리랜서 무용수다. 출연한 영화로는 <댄서 The Dancer>, <오리엔트 특급살인 Murder on the Orient Express>, <더 화이트 크로우 The White Crow> 등이 있다. 뜬금없지만ㅡ언제나처럼ㅡ세르게이 폴루닌이 호지어 Hozier음악 <Take Me to Church>에 춤을 춘 비디오를 잠시 감상하자. 이 영상은 데이빗 라샤펠 David LaChapelle이 감독한 것인데, 라샤펠은 작년과 재작년 서울에서 사진 전시를 했네. 안무가 제이드 헤일 크리스토피 Jade Hale-Christofi는 세르게이의 로열 발레학교 동기였다고.
음. 이 영상은 따로 감상할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 나중에 언젠가 시간과 에너지가 되면 따로 포스팅하도록 하겠으나, 내 저질 에너지로 보았을 때 그럴 확률이 많지는 않겠지. 그래서 굳이 좀 많이 삼천포라 생각하면서도 여기에 싣는다. 가볍게ㅡ보기엔 너무 아름답지만ㅡ보고 넘어갑시다.
지금껏 발레 <돈키호테> 후기를 한 번도 쓴 적이 없다니 믿을 수가 없군. 재작년이었나... 국립발레단의 <해설이 있는 돈키호테>를 보았고, 작년 유니버설의 <돈키호테>를 두 번인가 보았다. 특히 작년 유니버설의 공연에서는 홍향기 님때였나, 공연 도중 음악사고가 있었는데, 전혀 티가 나지 않도록 말짱하게 연기하셨어서ㅡ이 말은 음악 없이 춤을 매끈하게 추셨다는 이야기다ㅡ그 영민함과 노련함에 감탄x감탄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후기를 꼭 쓰고 싶었더랬는데 왜 쓰지 않았지.;; 그 공연에서 홍향기 님의 32푸에떼가 34였나 36이었나로 휭휭 넘어갔는데도 아직 여력이 남은 것처럼 보여서 '힘향기!'라며 애정애정♥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런 후기를 쓰지 않았다니. 반성합니다.ㅠ 작년 유니버설 <돈키호테>는 홍향기 님 버전과 황혜민 님 버전을 보았던 기억이다.
지금 보니 유니버설은 마리우스 프티파 Marius Petipa의 안무를 알렉산더 고르스키 Alexander Gorsky가 재안무한 버전이네. 국립은 마리우스 프티파 안무를 2013년 공연의 경우 문병남 부예술감독님이 재안무하셨다 한다. 재작년 내가 보았을 땐 안무까진 생각하지 못했어서.;; 위에 실은 영상은 프티파의 안무 버전이니 아마 국립 공연에 가까웠을 것 같다. 그런데 그때 <돈키호테>를 처음 보았던 거라 안무가 자세히 기억나진 않아.
이것이 알렉산더 고르스키의 안무인데...
이것도 프티파/고르스키 안무다. 영상이 짧은데, 윗영상의 유툽 페이지에 가시면 오른쪽에 이 공연 전체 목록이 있습니다. 다 실으려니 자그마치 영상이 15개로 쪼개어져 있어서.;; 유툽 가서 보세요.
아마도 이 안무에 가까운 것 같은데 작년의 후기가 없으니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예카테리나 크리사노바 Ekaterina Krysanova 의 사뿐함과 재기발랄함이 돋보인다 → 보면 볼수록 이 버전인 것 같다.
발레 <돈키호테>는 미겔 드 세르반테스 Miguel de Cervantes 원작 작품에 루드비히 밍쿠스 Ludwig Minkus 가 곡을 붙인 작품이다. 밍쿠스는 오스트리아 작곡가로 발레 <라 바야데르 La Bayadère>의 음악을 작곡하기도 했죠. 앞서 말했듯 초연 안무는 마리우스 프티파 Marius Petipa가 맡았고 나중에 다른 안무가들이 재안무한 버전들이 있는데, 유니버설은 알렉산더 고르스키 Alexander Gorsky의 버전을 올립니다. 그 외 루돌프 누례예프 Rudolf Nureyev 버전도 있군요.
아 오늘 포스팅이 왜 이래. 자꾸 산으로 간다... ㅠ
세르반테스의 원작과는 다릅니다. 돈키호테나 산초는 그저 앞과 뒤의 몇 부분 등장하여 이 이야기가 세르반테스의 명작 『돈키호테』에서 나온 거군요, 를 보여줄 뿐 춤을 추지도, 딱히 존재감을 드러내지도 않는다. 이것은 가난하지만 재치있는 이발사 바실리오와 매력적인 여성 키트리의 유쾌한 사랑 이야기를 다룬 희극발레다. 희귀한 '희극발레'입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희극발레는 <말괄량이 길들이기>와 <돈키호테> 정도이지 않나. 얼마 전 보았던 스코틀랜드 국립발레단의 <헨젤과 그레텔>도 희극이라면 희극이겠으나. 암튼 그래서 딱히 발레에 대한 지식이 없더라도 즐겁게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유니버설의 공연이니 시작하기 전에 아름다운 문훈숙 단장님께서 나와 간단한 줄거리와 감상포인트를 짚어주실 것이다. 그러니 태어나 한 번도 발레를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 해도 누구나 즐길 수 있을 겁니다. 걱정 말고 가셔요.
줄거리┃Synopsis
【제 1 막】
제 1장 돈키호테의 서재
용감한 기사의 무용담을 너무 많이 읽은 나머지 자기 자신을 기사라고 믿게 된 ‘돈키호테’. 그는 환상의 여인 ‘둘시네아’를 찾아 세상의 위험으로부터 용감하게 그녀를 구해 내겠다고 작정하고 시종 ‘산초판자’를 세상 밖으로 모험의 길을 떠난다.
제 2장 스페인 바르셀로나 광장
가난한 이발사 ‘바질’은 선술집 주인 ‘로렌조’의 새침하고 사랑스러운 딸 ‘키트리’를 보고 첫 눈에 반한다. ‘로렌조’는 가난한 ‘바질’이 못마땅하여 ‘키트리’에게 멍청한 부자귀족 ‘가마슈’와 결혼시키려 한다. 이 때 ‘돈키호테’가 나타나 ‘키트리’를 ‘둘시네아’로 착각하여 춤을 신청하고 ‘바질’을 질투한다. 마을 사람들이 소란을 벌이는 사이 ‘키트리’와 ‘바질’은 몰래 광장 저편으로 도망친다.
【제 2 막】
제 1장 집시의 야영지 집시들은 ‘키트리’와 연인 ‘바질’을 위해서 춤을 춘다. 곧이어 ‘돈키호테’가 나타나고 야영지 주변에 있는 풍차를 보고 ‘둘시네아’를 공격하기 위해 오는 적군의 기사로 착각한 돈키호테가 풍차를 향해 덤벼들자 갑자기 주위가 아수라장이 된다.
제 2장 돈키호테의 꿈 꿈속에서 요정의 나라에 다다른 ‘돈키호테’는 요정들과 함께 춤을 춘다. 요정들 속에서 ‘돈키호테’는 ‘둘시네아’의 모습을 한 ‘키트리’를 만난다.
제 3장 집시의 야영지 ‘키트리’와 ‘바질’이 사라진 것을 안 ‘로렌조’와 ‘가마슈’는 그들을 찾아 집시 야영지로 들어가고, ‘산초판자’는 ‘로렌조’에게 엉뚱한 방향을 가르쳐 주어 길을 헤매도록 만든다.
【제 3 막】
제 1장 선술집
‘바질’은 ‘키트리’와 결혼을 못한다면 자살하겠다고 말하며 단도로 자신의 가슴을 찌르고 쓰러진다. ‘키트리’는 ‘바질’이 죽은 줄 알고 슬픔에 빠지지만 이내 거짓연기임을 눈치채고, ‘돈키호테’에게 ‘바질’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 주도록 아버지를 설득해 달라고 부탁한다. 이를 불쌍하게 여긴 ‘돈키호테’는 ‘로렌조’에게 두 사람의 결혼을 허락하도록 명령한다. 마지못해 ‘로렌조’가 허락하자마자 ‘바질’이 벌떡 일어나고 자신들의 작전이 성공한 것을 기뻐한다.
제 2장 결혼식
‘키트리’와 ‘바질’의 친구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두사람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모여 들고 ‘에스파다’와 ‘메르세데스’의 매혹적인 춤에 이어 마을 남녀들이 스페인의 민속춤인 판당고 춤을 춘다. 마침내 ‘키트리’가 연인인 ‘둘시네아’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방랑의 기사 ‘돈키호테’는 환상의 연인을 찾아 다시 새로운 모험의 길을 떠난다.
* 출처: http://www.lullu.net/8923
자, 이제 발레 <돈키호테>의 감상포인트를 짚어 봅니다.
[캐릭터 댄스 Character dance]
캐릭터 댄스는 각 나라나 지방의 특색을 나타내기 위해 그 지역 특유의 의상이나 메이크업, 소도구, 스텝, 제스처 등을 넣어 안무한 춤으로, 헝가리의 차르다시(czardas), 나폴리의 타란텔라(tarantella), 폴란드의 마주르카(mazurka)나 오스트리아의 왈츠(waltz) 등 다양한 지역의 춤이 있다. 캐릭터 댄스는 <돈키호테> 이외 다른 작품들에도 단골로 등장하는데, <백조의 호수> 3막 파티에 등장하는 여섯 나라 공주들의 춤이나 특히 <호두까기 인형>의 2막 디베르티스망에 등장하는 중국인형, 러시아인형, 인도 인형 등 각국 인형들의 춤 역시 이 캐릭터 댄스에 해당한다. <라 바야데르>의 인디언 춤이나 황금신상 춤 역시 마찬가지다. 당연한 말이지만 캐릭터 댄스에서는 발레의 튀튀나 토슈즈 대신 민속의상과 구두를 착용하며, 둥글게 팔을 그리고 발끝은 바깥으로 턴아웃되어야 하는 발레의 기본자세가 캐릭터 댄스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덕분에 전체 극의 흐름에 독특한 재미를 부여하는 효과를 낸다.
<돈키호테>에서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민속춤인 플라멩코(flamenco), 세기딜랴(seguidilla), 판당고(fandango)와 판당고를 변형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는 볼레로(bolero)가 캐릭터 댄스로 등장하며, 이에 따른 의상과 부채, 캐스터네츠, 탬버린 등의 소품을 사용한다. 작년 문 단장님 설명으로는 여성들이 손에 든 부채로 감정을 표현한다셨는데, 때로는 유혹을, 때로는 질책을, 때로는 기쁨을 표현하는 등 다양한 부채 사용을 확인하는 재미가 있었다.
[화려한 기교와 고난도 테크닉]
1막에서는 스페인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는 캐릭터 댄스는 물론 돈키호테, 산초판자, 키트리, 바질, 가마슈, 로렌조 등 주조역들의 코믹한 연기가 관객을 사로잡는다.
주인공 키트리와 바질의 파드되, 붉은 망토를 힘차게 휘날리며 추는 투우사의 춤, 볼레로보다 빠른 템포로 젊은 남녀가 추는 세기디야 춤 등이 인상적이다.
2막은 집시의 야영지에서 시작된다. 야영지 주변 풍차를 적군으로 착각한 돈키호테는 풍차를 향해 덤벼들고 풍차 날개에 걸려서 땅에 떨어져 정신을 잃고 만다.이어지는 장면은 돈키호테의 꿈속 장면. 숲의 여왕과 큐피드, 둘시네아의 모습을 한 키트리가 등장하는 이 장면은 이 작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스페인풍 발레와는 달리 정통 클래식 발레 동작으로 구성되어 고전발레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다.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는 키트리와 바질이 피날레를 장식하는 3막 그랑 파드되(Grand Pas de Deux)이다.이 춤은 그랑 파드되의 대명사적 존재로 클래식 발레의 파드되 중 '가장 화려하고 아름답다'는 평을 받으며, 각종 갈라와 콩쿠르에서 독립적인 춤으로도 사랑받는다. 남성 무용수가 발레리나를 한 팔로 머리 위까지 들어 올리는 동작과 연속 점프, 발레리나의 32회전 푸에테(Fuette)까지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만큼 무용수들에게는 고난도 기술을 요하고, 관객들에겐 발레를 보는 큰 즐거움을 선사해주는 작품임이 확실하다. (출처: http://www.lullu.net/8923)
<돈키호테>는 섬세한 감정표현이 중요한 <오네긴>이나 <안나 카레니나>와 같은 드라마 발레와는 완전히 다르다. 기교면에서 정말 볼 게 많은 작품이니, 편안한 마음으로 실컷 환호하고 박수치는 시간이 될 것이다.
다음은 다정한 유니버설이 직접 제공하는 감상 포인트!
귀엽... >_< ♥
큰 도움이 되는 꿀영상 고맙습니다, 유니버설!♥
충무아트센터 오후 8시 150분 공연은 정말 너무 힘들다... ㅠ 여태껏 왜 <돈키호테> 후기를 쓰지 않았는가 생각하니 문득 너무 피곤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어서 잠들어야 하니 오늘 공연만 아주 간략하게 잡고 넘어간다.
강미선 키트리: 강미선 키트리를 3막 그랑 파 드 되 퀸으로 부르기로 하쟈! 완전히 다른 사람인 줄 알았다. 작품이 몹시 긴 데다 쉴 새 없이 고난도 기술들을 현란하게 선보여야 하는 안무이기 때문에 몹시 힘드셨을 텐데도, 대망의 그랑 파 드 되를 그렇게 해내시다니! 그것 만으로도 박수를 받으셔야 합니다.
작품 보기 전에 걱정이 없은 건 아니었다. 평소 강미선 님은 부드럽고 착하고 우유, 또는 바람에 펄럭이는 깨끗한 면 같은 춤이란 이미지가 있었기 때문에, 매혹적이고 도도한 스페인의 키트리가 어울릴까 싶었다. 그런데 묘하게 어울리는 것이 신기했다. 이전에 보았던 다른 키트리나 예습에서 보았던 외국의 키트리들과는 달랐는데, 그러니까 성숙하고 자신감 있으며 역시 부드러운 말괄량이랄까. 신기하지? 부드러운 말괄량이. 신기하게도 그런 이미지가 났다. 작은 것에 푸드덕거리지 않고 모든 것에 있어 여유롭고 마음도 따뜻한 말괄량이. 강미선 님다운 표현이었다 생각한다. 그러던 모습이 2막의 돈키호테 꿈의 장면에서는 돈키호테의 이상형인 '둘시네아'로 연기를 하시는데 익숙한 강미선 님의 분위기가 나왔다. 확실히 청순한 역을 참 잘 소화하시는 분이다. 그러고는 3막... 정확히는 4막 정도 되겠지만... 3막 결혼식의 그랑 파 드 되에서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춤을 보여주셨어서 내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 어려운 그랑 파 드 되의 모든, 그러니까 모든 선이 깨끗하고 깔끔했다. 자신감 가득한 연기 좋았고, 32푸에떼는 처음에 잠시 정신을 놓았어서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나는 33회를 세었다. 아주 거뜬히 해내시던 그 당당함. 회전 빠른데, 빠른 회전을 하시는데도 몸의 수직이 꼿꼿하게 유지되어 보는 입장에서 신났다! 그랑 파 드 되의 강미선 님은 흠잡을 곳이 없었다. 유연성도 뛰어나셔서 더욱 즐거웠다. 이 어려운 기술이 현란하게 펼쳐지는 작품을 끝까지 집중력 잃지 않고 해내신 것, 대단합니다! 발끝에 접착제라도 묻은 듯 한 발 끝으로 안정되게 지탱하시던 모습과 두 번에 걸친 완벽한 다리 여섯 시엔 감탄을 금치 못했고, 무엇보다 피쉬 다이브 때 음, 살짝 균형이 기울었는데 역시 강미선 님의 노련함이란. 그 각도에서 상체를 세우시고 끝까지 장면을 만들어 내셔서 감탄했다. 그런 안정감과 순발력과 노련함이야말로 오랜 시간 갈고 닦은 실력의 증거일 것이다. 수고 많으셨어요!
콘스탄틴 바질: 믿고 보는 콘스탄틴. 나는 콘스탄틴 보는 것이 정말 좋다.♥ 일단 안정감 있고요, 피쉬 다이브 땐 살짝 균형이 어긋났지만 그래도 잘 버텨냈고, 무엇보다 여성 무용수를 서포트할 때는 여성 무용수에게 맞추어 각도와 점프 높이 등을 세심하게 연기하고, 솔로 바리에이션 때는 누구보다 높고 힘차고 아름다운 각도로 점프하며, 회전은 꼿꼿한 수직을 유지한 채 빠르고 폼나게 휙휙 돌아서 보는 맛이 좋은 무용수다. 위의 홍보영상에서 말한 마네쥬 manège 를 할 때 콘스탄틴은 평소 무대를 크고 둥글게 쓰기 때문에 보기에 시원하고 깔끔한 편인데, 오늘은 무대가 좀 작아 보였다. 그럼에도 힘차고 시원한 마네쥬를 보여주어 즐거웠습니다. 매끈매끈한 연기도 좋았고. 죽는 척 했다가 키트리에게 뽀뽀할 때도 코믹한 모습이 귀여웠다.
강미선 님과 콘스탄틴은 잘 어울리는 파트너라 생각하는 것이, 두 분이 역시 닮은 면이 있다. 둘 다 부드럽고 선하고 낭만적인 이미지가 춤에 담겨 있는 편이어서 사랑스럽달까. 내가 부드럽고 낭만적인 사람을 좋아해서 그런 건지도 모른다. 아 참, 지난 <지젤>이었나, 그때 콘스탄틴은 살짝 슬프거나 어두워 보였어서 일행과 나는 걱정을 했더랬는데, 오늘 공연에선 원래의 밝고 힘찬 모습을 보여주어 기뻤다. 캐릭터 연기를 하느라 그런 건지 모르겠으나, 언제나처럼 정성스러운 콘스탄틴의 춤이 참 좋다.
다른 분들은 여유가 되는 다른 날에 쓰기로 하고...
유니버설의 군무를 말하지 않을 수 없겠죠. 군무를 첫날부터 잘 하는 것이 힘들 텐데 역시 유니버설이다. 1막 처음 마을 축제 군무 때 팔, 다리는 물론이고 부채의 각도까지 맞추는 위엄.ㅠ 2막 꿈속 장면이야 유니버설로는 말할 것도 없고 말이죠. 3막 마지막 춤에서도 전체적으로 비교적 잘 맞았다 생각한다. 첫공 군무가 이 정도면 막공 군무는...ㅠ 다행히 막공표를 샀지 말입니다. 오늘은 코르 드 발레 뿐 아니라 2인무, 3인무들도 각도는 물론이고 다리 올리는 타이밍까지 맞추어서 군무가 한층 더 성장했나! 싶었는데, 뭐, 원래 잘했던 것을 내가 이제야 알아챘을 수도 있겠다. 암튼, 요정 2, 3인무라든가, 키트리 친구 2인무 등 2, 3인무도 회전 타이밍이나 속도까지 잘 맞아서 감탄했다. 대체 얼마나 연습들을 하셨을까 싶고. ㅠ 무용수분들이 고생하시니 관객들이 이렇게 행복하군요.
문 단장님 대신 유지연 부예술감독님께서 해설을 해주셨는데, 지난 <춘향> 때도 그러하고 왜 문 단장님 안 보이시지... 유지연 님께서 참 잘 설명해주셨는데, 그래도 우아하신 문 단장님이 안 보이니 궁금하다.
충무아트홀은 피곤합니다... 어셔분들과 저렴한 주차료는 좋으나 무엇보다 덥고. 덥고. 그리고 좌석이 너무 좁아서 이렇게 두 시간 반을 계속 앉아 있다 일어나면 다리도 아프고 엉덩이도 아프다. 작품이 좋으니 보는 것이지...
참, 주차장에서 올라가는 길에 엘베에서 콘스탄틴을 본 것 같다. 아이보리 페도라를 쓰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키가 크고 예쁘고 멋있어서 설마 콘스탄틴이 맞나? 하며 갸우뚱하는 바람에 말 한 마디 못 붙였다. 일행이랑 돌아서서 아무리 생각해도 콘스탄틴 같은데... 하면서 둘 다 안쓰러운 순발력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어제 공연 넘 좋았다고 말해주고 싶었는데.
아이고... 피곤하다.ㅠ 너무 피곤한 토요일이어서 오늘도ㅡ자꾸만ㅡ가능한 간략하게 쓰려 한다. 아쉽다. 발레 마임과 감상 포인트, 무대 등 쓰고 싶은 말이 많은데 에너지가 모자라서. 몸이 너무 피곤해.
홍향기 키트리: 일단 묻지마 박수 짝짝짝. 그리고 사랑합니다 향기 님.♥ 우리 향기 님 선이 점점 더 에뻐지고 있다! 우아... 아니 이게 아니고 일단 등장부터 쓰기로 하자. 1막 시작부분 향기 키트리가 등장하자마자 온몸으로 말하는 것 같았다. "여러분, 안녕, 안녕? 나야. 향기 키트리예요! 안녕, 안녕? 반가워!" ㅋㅋ 등장하실 때부터 예감했다. 오늘 박수 엄청 터지겠군. 향기 님의 춤에는 햇살이 스며들어 있다고 늘 느끼곤 하는데, 바로 그 햇살이 <돈키호테>를 만나면 더없이 반짝이게 된다. 손끝 발끝까지 가득한 햇살이 에너지로 뿜뿜! 환한 웃음과 유혹적인 미소가 딱, 스페인의 활기찬 아가씨 키트리였다. 여유롭고 밝고 도도하면서도 돈키호테를 대하는 모습을 보면 상냥하고, 또 3막 선술집에서 아버지 발을 콕 밟고는 불량스레? 다리 떠는 걸 보면 말괄량이 기질도 숨기지 못하는 향기 님은 햇살 밝은 스페인의 키트리였다. 향기 님이 가는 곳마다 햇살이 따라가며 웃는 것 같아서 보는 내 마음까지 덩달아 환한 햇살이 반짝반짝 빛났다.
2막이 되고 꿈속 둘시네아가 되자 우리 향기 님, 왈가닥 가면을 벗고는 시침 뚝, 떼고 보송보송 상냥하고 조신한 둘시네아가 됩니다. 어찌나 사뿐하고 부드럽고 우아하신지. 상냥상냥한 향기 님은 사랑스럽죠.
3막이 되고 둘시네아 가면을 벗어 던진 향기 님은 다시 왈가닥 키트리가 되는데, 바질의 죽는 장면에서 향기 님 연기 포텐 터졌다. 죽은 줄 알았던 바질이 자꾸 일어나 뽀뽀를 하자 순간 상황을 눈치챈 향기 키트리는 깜찍한 여배우가 되기로 결심한 듯 물잔을 쭉 들이켜 비우더니... 어휴, 바닥에 누운 바질의 손을 잡고는 어찌나 슬픈 척을 하시는지... ㅋㅋㅋ 이것 좀 보라며, 그가 죽었다며! 그러면서 또 바질이 '돈키호테에게 결혼시켜 달라고 하라'고 남몰래 속삭이자, 세상 슬픈 듯 일어나 돈키호테를 붙잡고 '나를 죽은 바질과 결혼시켜 주세요, 네?' 하며 애절한 부탁을 한다. 두 분 연기 넘 귀여웠어요.
내가 향기 님을 좀 많이 애정하긴 하지만, 그래도 아쉬운 점을 쓰겠다. 딱히 아쉽다기 보단... 이건 뭐 순전히 개인적 취향이니까. 내 취향이 절대적으로 옳은 것도 전혀 아니고 그냥 개인적 취향으로 하는 말입니다.
3막 2장의 그랑 파 드 되는 강미선 님 승! 전체적으로는 향기 님 승!
우리보다 향기 님이 아쉬워하실까봐 걱정되는데, 우리는 괜찮아! 괜찮아! 푸에떼에 대한 부담이 크셨던 걸 수도 있고, 또 3막이지만 기실 5막에, 2시간 반이라는 긴 시간과 그 시간 내도록 쉴 새 없이 휘몰아치는 고난도 기술의 향연에 제아무리 우리 힘향기 님이라 해도 집중력이 살짝 흐트러졌을 수 있다. 1막에서 3막 내도록 아낌없이 에너지 쏟으시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혹시라도 향기 님 속상하진 않으셨으면 좋겠다. 나는 향기 님 덕분에 정말 정말 즐거웠거든요. 그랑 파 드 되라 해서 딱히 실수를 하신 것도 없고 오히려 상당히 수준 높은 그랑 파 드 되였으니깐.
공연 보면서 내도록 '향기 님 꽃이 피고 있구나' 생각을 했다. 선이 점점 더 아름다워지는 것은 보는 입장에선 황홀한 일인데, 바로 그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고, 캐릭터에 대한 완벽한 이해와 소화도 좋았다. 그 뿐 아니라 회전이면 회전, 점프면 점프, 빠르고 꼿꼿하고 높고 화려한 기술들까지 다 갖춘 향기 님이니, 앞으로 어떻게 더 변하실까가 기대된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향기 님. 덕분에 2시간 반 내내 신나서 즐겼어요. ♥
이현준 바질: 이제부터 힘현준이라 부르기로 하자! 전체적으로 좋으셨지만, 오늘 힘현, 아니 이현준 님에게서 느낀 것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향기 님 리프트ㅡ아시죠? 자그마치 한 손 리프트ㅡ하실 때의 그 힘 뿜뿜. 아니... 1막에서 향기 님을 들어 올리시고는 내려놓질 않으시는 거다? 그 와중에 향기 님 탬버린으로 관객들 박수 유도하시는 그 노련함이란. 관객으로 하여금 그토록 자연스레 소통을 이끌어내시는 무용수라니. ㅋㅋ 다 이현준 님의 괴물 리프트 덕분인 겁니다.
강미선ㅡ콘스탄틴 커플이 낭만 커플이라면, 홍향기ㅡ이현준 커플은 힘힘커플이다. 어감이 좀 그럴 수 있지만 굉장히 긍정적인 의미입니다. 한 사람이 한 사람을 들어 올리는 일이다. 그리고는 한 손으로 버티는 일이라고. 이거, 일반인 중에 얼마나 할 수 있나? 우리 힘향기 님의 에너지에 밀리지 않고 더욱 활활 타오르는 힘현준 님 덕분에 보는 내가 신났다. 전체적으로 이현준 님은 좀 어설픈 날라리 같았는데, 그것도 아마 캐릭터를 잡으신 것이었겠지. 노련한 척 하는데 어설프고 어설픈데 노련한 그 반전의 매력이 재미난 이현준 바질이었다. 아, 3막에서 죽은 척 하신 내내 오른쪽 발을 세운 왼쪽 발끝 위에 올려 놓으신 그 세심한 디테일까지. ㅋㅋㅋ 귀엽.ㅠ
이현준 님에게서 찾은 또 하나의 매력은 제자리 회전이었는데, 음, 회전의 맨 마지막에... 허리에 손을 얹고 뱅글뱅글 돌아가는 마지막 회전 한 5-6회? 정도가 마치 김연아 선수인 줄 알았다. 순간 발 밑에 스케이트화를 신으셨나? 싶었을 정도로 빠르고 매끄럽고... 왜, 스케이트 신고 두 발 모아 제자리 회전할 때의 모습 있지 않나, 그런 기분이 들어서 몹시 신기했다. 처음 보았다, 그런 회전은. 두 번 정도 그것을 느꼈는데, 좀 더 보고 싶었지.
힘힘커플 화이팅!♥
코르 드 발레. 다시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유니버설이 그러하듯 당연히 좋았던 어제보다 더 좋아졌다. 어제는 1막 시작 부분의 부채 군무가 좋았는데, 오늘은 부채 군무와 그 군무에 바로 이어진 탬버린과의 군무까지 좋았다. 와... 역시 유니버설이다 싶어서는... 군무 끝나고 환호를 했는데, 아직 너무 시작 부분이었어서 다른 분들은 뜬금없다 싶었을 듯. 나는 어제 보았다고요. 어제 보다 더 좋았기 때문에 환호한 거예요.ㅠ ㅋㅋ 에또, 3막 선술집 마지막 군무도 역시 좋다!
음... <돈키호테>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보기 두려운 부분이 바로 투우사 군무인데, 그 투우사 망토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의상의 색이 지나치게 현란해서 눈이 따가운데, 망토는 형광색이 앞뒤로 다르고, 각 투우사의 망토 색이 다 다르다. 그래서 눈이 너무 복잡해지는 거다. 그럴 때 각도가 기막히게 맞으면 더없는 희열을 느끼겠지만, 그러기가 정말 너무 힘든 일이 아닌가. 힘없이 구겨지고 접히는 망토란 말이야... 그래도 투우사 군무 처음 부분은 기막히게 각도와 회전들이 맞아서 깜짝 놀랐다. 예상치 못하게 기뻤는데... 망토 군무는 정말 너무 어려운 것 같다. 무용수분들 힘드실 듯.
2막의 요정들 군무는 뭐. 유니버설에게는 껌입니까?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는 거다. 유니버설 군무야 워낙 <지젤>은 물론이고 <백조의 호수>나 <호두까기 인형> 등에서 증명이 된 바이니 만큼 이런 고전발레식 군무는 믿고 봅니다. 코르 드 발레 여러분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에너지가 많이 없으니 다른 분들은 간략하게만 언급한다. 우선 1막에서 키트리의 친구 두 분은 동작과 호흡이 잘 맞으면서도 미세하게 각자의 매력이 드러나서 즐거웠는데, 베이지색을 입으신 서혜원 님은 우아했고, 노른자색을 입으신 아나스타샤 데미아노바는 활달함이 빛났다. 특히 아나스타샤는 밝음과 가벼움이 두드러져서 자꾸 시선이 갔다. 두 분 다 다르게 매력적이어서 즐거웠습니다.
투우사 에스파다역인 달라르 자파로프는 무게감, 중후함이다. 투우 우승자다운 남성미를 한껏 뽐내셨는데, 힘 있으면서도 기품있고 부드러움도 갖춘 멋진 카리스마가 빛났다.
키트리 아버지인 로렌조 역인 제임스 프레이저는 내가 애정하는 무용수이니. ㅎㅎ 역시 연기를 참 잘 한다. 어제도 오늘도 환호했어요.
가마슈 역인 루이스 가드너는 <말괄량이 길들이기>의 호르텐시오와 그레미오를 섞어 놓은 듯한 이미지였는데, 아무래도 외국인이어선지 연기력이 좋았다. 맛깔스럽게 웃음 양념을 잘 넣은 연기.
오늘 집시남 샤오 쿤의 카리스마 멋졌다. 그런데 집시 장면은 밤이라 어쩔 수 없겠지만 너무 어두워요. 군무 때 남성 무용수분들 어려운 동작 하시던데 잘 표시가 나지 않았다.
큐피드. 어제 큐피드 오타 아리카는 솔로 시작 부분의 선이 예뻤다. 그리고 익살스러운 면이 좀 부각되었다면, 오늘 큐피드 김유선 님은 가볍고 부드러워 더욱 요정ㅡ내지는 꼬마 신ㅡ같았다.
어제 메르세데스가 양 첸이었나? 오늘은 이가영 님이었는데, 메르세데스는 허리가 유연해야 하는 듯. 뒤로 반 접듯이 꺾이는 모습이 놀라웠다.
막공 땐 시원해서 감상이 훨씬 쾌적했다. 충무아트센터는 어셔분들이 보물이더군요. 막공은 조이와 강민우 님 외의 분들은 이름이 아니라 배역으로 언급합니다. 힘겨운 월요일 아침.ㅠ
조이 키트리: 몹시 유연하고 거의 모든 기술에 있어 능숙한 조이. 첫 번째 인터미션 때 일행은 "조이는 왜 관객을 보지 않고 눈을 내리깐 채 아래를 보는 거지?"하고 말했는데, 나는 그것을 '도도함'으로 받아들였다. 조이가 표현한 키트리는 한 마디로 '공주'였다. 공주 같은 우아함과 도도함이 주로 느껴졌는데, 그랬기 때문에 2막의 둘시네아 역에서는 제 옷을 입은 듯 잘 어울렸다. 1막이나 3막에서의 키트리 역시 잘 어울렸는데ㅡ당연한 말이지만ㅡ향기 키트리와는 완전히 달랐다. 향기 키트리가 햇살의 밝음과 에너지가 가득 느껴지는 행복한 스페인 아가씨였다면, 조이 키트리는 말하자면 여왕벌 같았달까. 본인이 예쁜 걸 잘 아는 도도한 여성, 그러면서 자신에게 반한 남성을 잘 '조련하는' 인기있는 여성 같아 보였다.
역시 서양인이어선지 연기가 좋았는데 순간순간 깨알같은 연기가 섬세했다. 특히 3막 바질의 죽은 척 앞에서의 연기는 향기 키트리와 많이 달랐다. 일단 도도한 여왕벌답게? 자신까지 속인 바질에게 좀 삐진 것 같았다가 이내 같이 연기를 하는데... 음. 일행과는 이것을 두고 '한국 스타일과 서양 스타일의 차이'인 것 같다고 대화를 나눈 부분이다. 향기 키트리는 이 부분에서 손을 옆으로 뻗으면서 마치 "동네 사람들아~ 여기 좀 봐요~ 바질이 죽었어요~ 죽었다고요~" 하며 연기를 하는 것 같았다면, 조이는 하늘로 뻗은 두 손을 깍지낀 채 마치 "Oh my God~!!"하는 것 같아 보였다. 무슨 차이냐 하면, 향기 키트리가 마을 사람들과 우리 관객에게 말을 거는 느낌이었다면 조이 키트리는 혼자 자신의 놀라움을 두고 신께 기도하는 것 같아 보인 거다. 그리고 이것은 향기 님과 조이의 전체적 차이라고 내가 느낀 부분이기도 하다. 물론 두 분의 연기 모두 각각 다른 색깔을 지니고 있어서 감상하기에 즐거웠지요. 이 맛에 같은 공연 여러 번 보는 겁니다.
회전할 때 몸의 수직선도 좋았고, 전체적으로 무엇 하나 빠진 부분이 없었다. 아... 그런데 그랑 파 드 되에서... 한 손 리프트 두 번이 빠졌다? 1막에선 잘 하셨는데 3막 그랑 파 드 되에서 기다렸던 한 손 리프트가 빠졌다. 뭐, 무용수별로 안무가 조금씩 달라지는 일은 종종 있으니까. 32 푸에떼 잘 해내셨고. 뛰어난 유연성도 인상적이었다. 안정감과 연기력이 돋보이는 좋은 무용수라 생각한다.
강민우 바질: 등장하시자마자부터 시원한 점프와 회전으로 많은 박수를 받으셨다. 지난 <춘향> 때 부상에서 복귀하신 강민우 님을 처음 보았는데, 그때도 시원시원한 춤에 완전 반했더랬다. 그런데 역시. 제자리 회전은 너무나 깨끗하고 아름다웠다. 점프도 높고 회전은 빠르고, 또 강민우 님 역시 힘이 좋으셔서 리프트를 하시면 조이가 저 하늘 높이 날아가 버릴 것 같을 정도였다. 여성 무용수가 가볍게 보일 수 있도록 참 좋은 리프트를 해주셔서 즐거웠다.
강민우 님께서 표현하신 바질은 어떤 느낌이었느냐면, 어떨 땐 오만으로 여겨지리만치 자신감 가득하면서도 키트리를 사랑하는 마음 앞에서는 강아지 같기도 한, 젊고 쾌활하고 건강한 청년 같았다. 보기에 유쾌했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소통이었는데, 조이와 강민우 님 두 분 다 다소 혼자 추시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정말 잘 추시는데 자신의 춤을 참 잘 춘다는 느낌? 파트너와 함께 출 때는 높이와 속도를 맞춰 주시는 편이 보는 입장에서는 훨씬 편하고 아름다우니까. 하지만 두 분 다 워낙 갖고 계신 재능이 좋으니 만큼 앞으로 점점 더 좋아지시리라 믿는다.
강미선-콘스탄틴 커플이 낭만커플이라면, 홍향기-이현준 커플은 파워커플, 그리고 조이-강민우 커플은 도도커플이었다. 각 커플들마다의 색깔이 뚜렷해서 관객으로서 참 즐거웠다. 덕분에 보면 볼수록 더욱 재미있었고.
코르 드 발레: 막공의 코르 드 발레는 정말 대단했다. 일단 1막에서 부채 8인무를 칭찬합니다. 제자리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건ㅡ목과 몸과 팔다리 각도에 부채 각도까지 다 맞춘다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지만ㅡ유니버설이니 잘 한다 쳐도, 서 있는 사람 주위를 춤추면서 도는 장면에서까지 열과 행이 다 맞는 걸 보고는 아주... 놀라웠다. 이야... 역시 유니버설이다! 싶었지. 그리고 막공 때는 집시 군무도 아주 좋았다. 유니버설의 여성군무야 워낙 뛰어나지만 집시 군무에선 엎드려 팔과 다리를 교차하는 어려운 안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남성군무가 좋았어서 감탄했다. 2막 요정 군무는 다시 언급하기 손가락 아픈데... 역시나 완벽하도록 멋지고 훌륭했다. 코르 드 발레 여러분,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유니버설의 군무는 자랑스럽지 말입니다.♥
음. 여태껏 언급하지 않았던 배역이 계신데, 돈키호테와 산쵸다. 돈키호테는 곽태경, 산쵸는ㅡ내가 본 세 번 다ㅡ이택영 님이셨는데, 곽태경 돈키호테는 뭔가 이상에 젖은 듯 다소 멍한 모습이 몽상가 돈키호테와 잘 어울렸다. 다만 토요일 저녁 공연 때 길을 막은 무용수분을 방패로 미는 대신 길을 비켜 달라고 인사를 하셨더라면 '여성을 구하고 빈민을 구제하는' 것을 사명감으로 지닌 돈키호테 캐릭터에 더 잘 어울렸을 것 같다. 전체적으로 근엄하면서도 뭔가를 쫓아가는 듯한 연기가 좋았습니다.
산초 이택영 님은 코믹한 모습을 잘 연기해주셨다. 특히 1막 부채 8인과 더불어 눈을 가리고 춤을 추실 때도ㅡ근데 정말 눈을 가리신 건가요? 너무 잘 추시던데. 하하ㅡ코믹하게 잘 추셨고, 천으로 구성한 트램플린에서 허공으로 솟아 오를 때도 공중에서 몸을 돌리는 등 열심히 하시는 모습이 좋았다.
에또 1막에서 거리의 무희는 첫공 때 최지원 님이었는데, 부레 Bourree로 술잔 사이를 왔다갔다 하시는데, 몹시 촘촘하게 부레를 하셨어서 더욱 아슬아슬하고 즐거웠다. 토요일의 양 첸은 시원시원함이 돋보였고, 막공 때의 무희는 아름다운 한상이 님이었는데, 내 공연 메이트는 한상이 님의 춤을 좋아하는 것 같다. 선이 좋다고 늘 평을 하곤 한다. 팔다리가 길쭉길쭉하셔서 보기에 즐거워요.
충무아트홀은 앞좌석과 뒷좌석 사이가 좁아서 불편하지만, 무엇보다 어셔분들 교육이 몹시 잘 되어 있었다. 시종일관 친절하게 웃는 미소로 관객을 대하며, 어린이 관객에게는 무대의 어디까지 보이는지 세심하게 확인한 뒤 어린이방석을 갖다 주면서 "앞으로 몸을 숙이면 뒷 사람이 안 보이니까,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 보세요"하고 상냥하게 말씀하시는 것을 여러 번 보았다. 또한 휴대폰 관리에는 박수를 치고 싶은 것이, 시작 전 여러 번 휴대폰 종료를 부탁하고, 공연 중 누가 휴대폰을 켜기라도 하면 소리없이 다가와서 종료해달라고 부탁하셨어서, 다른 관객들이 굳이 얼굴을 붉히거나 불쾌할 겨를이 없었다. 뿐만 아니라, 어린이 관객이 공연 중 잊어버리고는 몸을 앞으로 기울여도 살며시 다가와서 뒤로 기대어 감상해 달라고 부탁을 하셨어서, 관객의 입장에선 참 고마웠다. 좌석 수에 비해 어셔분들 숫자가 많은 것 같기도 했는데, 암튼 시종일관 밝은 미소로 친절하게 잘 관리?해주셨어서 덕분에 쾌적한 감상이 되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장점은 주차비가 저렴하다는 점이죠. 나야 자칭 예당 중증 매니아로서 그래도 대한민국에선 예당이 최고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의외로 충무아트홀의 장점들을 발견하게 되어 신선했다.
예카테리나와 이동탁 님의 공연을 놓쳤어서 아쉬웠다.ㅠ 하루 두 번 공연은 에너지 소모가 너무 크기도 하고, 또 충무아트센터에서 그렇게 많은 시간을 보내기에는 버거운 일이어서 어쩔 수 없었다.
문 단장님도 보고 싶고.
<돈키호테>는 무대가 화려하고 아름답다. 그런데 의상이 내게는 좀 너무 정신없다. 자꾸 보고 있으면 눈이 피곤해.ㅠ 하지만 무용수분들의 뛰어난 테크닉과 연기력 덕분에 참 재밌게 보았다. 유니버설 무용수분들과 관계자 여러분,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