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랜드 Flatland>
* 기간: 2018년 6월 1일 - 9월 2일
* 장소: 금호미술관
* 금호미술관 홈페이지: http://www.kumhomuseum.com/designer/skin/02/01.html
* 티몬 할인권 페이지:
https://www.ticketmonster.co.kr/deal/1235733394?reason=er&etype=nm&useArtistchaiRegion=Y
작품들의 특징은 금호미술관에서 제공하는 자료에 있는 내용을 파란색으로 옮겨 싣는다.
작품 감상에 큰 도움이 되니 미리 읽고 가면 좋을 것이다.
금호미술관은 2018년 6월 1일부터 9월 2일까지 기획전 <플랫랜드 Flatland>를 개최한다. <플랫랜드>는 도시와 사회를 이해하려는 시도로서 추상이 지니는 동시대 미술에서의 의의를 살펴보는 전시이다. 기하학적 형태를 탐구하거나 일상의 사물을 조형적 요소로 변환하는 등 작가들은 미술의 전통적 과졔인 '재현'의 문제에서 나아가 변화하는 세계의 모습을 각자의 방식으로 포착하고, 이를 추상화하여 보여준다. 7명의 참여작가는 추상의 단순성과 명료성을 활용하여 자신들이 발견한 도시세계를 회화 뿐만 아니라 조각,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로 구현한다.
3층
조재영 Jaiyoung Cho
앨리스의 방
2017
나무, 판지, 시트지, 페인트
가변크기
조재영 작가는 일상의 사물을 둘러싼 외피를 벗겨내어 가시화하는 조각 및 설치 작업을 한다. 작가는 친숙한 사물이나 공간의 윤곽을 면밀하게 재어 치수화하고, 이로부터 엄밀하게 계산되고 구축된 구조들을 제작한다. 전시작 <앨리스의 방>(2017)에서 작품을 구성하는 모듈들 각각은 개별 단위(unit)로서 하나의 구조를 완성하는 동시에 전체 구조와 공간을 구성하고, 틈 없이 짜인 요소들은 서로 연결되고 조응한다. 작업은 위치하는 공간과 상호작용하면서 상황과 맥락에 따른 재구성과 변형의 과정을 동반한다.
김용익 Yong-Ik Kim
유토피아
2018
캔버스 및 벽면에 연필, 비닐 시트
가변크기
김용익 작가의 대표작이자 1990년대에 처음 선보인 '땡땡이 회화' 시리즈는 모더니즘 미술에 흠집을 내기 위한 방식으로 진행한 작업이다. 이번 전시에 선보인 장소 특정적 설치 작품 <유토피아>(2018)에서는 기존의 맥락과 다른 '땡땡이'가 제시된다. 여기서 땡땡이는 상징질서에 진입한 근대적 주제인 '인간 주체'의 생각이자 번뇌를 비유하는 것이며, 캔버스는 그와 반대로 자아의식을 가진 '인간'을 의미한다. 땡땡이는 캔버스에 들어오고 나가기를 반복하는데, 땡땡이가 부재한 빈 캔버스가 공간 중간에 등장한다. 이는 번뇌가 멈춘 곳, 즉 유토피아에 사는 인간을 비유한다. 작품 <유토피아>의 땡땡이는 공간과 캔버스의 상호작용 속에서 모더니즘 회화의 고유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이상향이자 동시에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유토피아'의 속성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아무 것도 없는 흰 캔버스인데, 땡땡이 작품들 한중간 상단에 위치해 있는 이 작품을 보는 순간 묘한 자유가 느껴졌다. 공중을 부유하는 느낌과 함께 고요하고 만족스러운 어떤 상태가 떠올랐는데, 설명을 보니 아니나다를까 '유토피아'라 하는군.
자세히 보아야 할 텐데, 땡땡이의 선이 캔버스 밖으로 나가 벽면에 연결되어 그려져 있다.
이것도 오른쪽 벽면에 땡땡이가 그려져 있는데 사진으론 잘 보이지 않네.
2층
박미나 MeeNa Park
BK0
2010
캔버스에 아크릴 채색
60 x 190 cm
박미나 작가는 회화의 형식을 이용하여 사회 구조에 대한 인식의 틀을 제공하는 작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작가는 회화를 구성하는 재료와 색 등에 더 집중하여, 각각이 지니는 사회적 구조나 함의를 이끌어낸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모노크롬 회화의 방법론과 의미에 대한 일종의 실험인 동시에 보이지 않는 규격과 프레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중 하나인 <12 Colors>연작 (2013)은 유화 물감 회사에서 임의로 지정한 12색을 제시하며, 이를 수용하는 우리의 인식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언뜻 보면 다 똑같아 보이는데 자세히 보면 다르다. 옆면의 색이 다른데, 어쩌면 캔버스 옆면의 색을 전체 바탕에 바르신 걸까 생각을 했다. 똑같은 색인데도 은근히 붉은색, 초록색 등이 두드러져 보이는 느낌이 묘했다.
박미나 MeeNa Park
BK3
2010
캔버스에 아크릴 채색
60 x 190 cm
박미나 MeeNa Park
12 Colors I - IV
2013
리넨에 유채
각 27.3 x 27.3 cm (12점)
얼마 전 네이버 카페에서 어떤 사람이 '현재 끌리는 색'을 통해 현재 자신이 느끼는 상태를 설명하는 테스트를 올린 적이 있다. 그런 건 귀걸이 코걸이 식이라 별로 신뢰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신기하게도 평소라면 고르지 않았을 것이나 그날 이상하게 그 색이 끌려서 선택했더니 아래 설명에서 당시 나의 다소 특별햇던 상황에 딱 맞는 해석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 심리 상태에 따라 색에 대한 느낌이나 기호가 바뀌는 것이 맞나? 그 게시물의 댓글에는 '희한하게 딱 맞다'라는 말이 줄을 이었다. 신비한 일이다.
박미나 MeeNa Park
12 Colors VII
2013
리넨에 유채
각 27.3 x 27.3 cm (12점)
이 날은 이 조합이 가장 맘에 들었는데, 여기에는 어떤 무의식이 깔려 있으려나. 확실히 다른 조합에 비하면 좀 온화한 느낌이긴 하겠지. 그래. 이 색에 대한 느낌이 본능일지 아니면 사회적으로 학습된 인식일지 궁금해진다. 초록색을 좋아하는 사람과 검정색을 좋아하는 사람의 성격이 같을 리 없을 텐데, 그것이 원래 색이 지니는 힘인 건지, 어려서부터 그렇게 주입된 정보로 인해 형성된 사고와 행동의 틀인지 모르겠다.
김규호 Kyuho Kim
잔광
2018
웹사이트
25분
김규호 작가는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웹 디자이너로 다수의 프로젝트와 전시에 참여하며 자신만의 시각언어를 구축하고 있다. 전시출품작인 <전광>(2018)은 가상의 화자가 들려주는 어느 일그러진 풍경에 대한 이야기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풍경의 모습은 외부에 의해 파괴되고 비틀어져가지만, 화려하고 선명한 색채는 우리에게 극적인 시각 경험을 제공한다. 웹사이트 기반으로 작업된 <잔광>은 완결된 형태의 영상 혹은 비디오 작품과 달리, 실시간으로 반응되며 디바이스에 따라 달라지는 가변적 형태를 갖는다.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가변적 작품인 줄은 모르고 보았네.
이 화면이 나는 좋았다. 우유빛 설산을 봅슬레이를 타고 '날아가는' 기분이 들었는데, VR게임을 하는 것 같았다. 다음에 가면 이 화면을 볼 수 없는 겁니까?
지하 1층
차승언 Seungean Cha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천막-5
2013
면사, 염료, 비닐
73 x 110 cm
천막 - 7
2013
면사, 염료, 아크릴 물감, 비닐
각 194 x 97 cm (2점)
한 가지-1(등산복 123)
2014
면사, 합성사, 염료, 나무프레임
220 x 145 x 145 cm
차승언 작가는 섬유를 사용한 직조의 방법을 통해 근대의 추상회화를 창조하고 전유하는 회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씨실과 날실의 짜임은 필연적으로 그리드와 패턴을 만들어내고, 직물 내에 직조로써 재연되거나 노출되는 캔버스의 나무 프레임은 회화를 구성하고 지지하는 형식과 조건을 해체시켜 드러낸다. 전시작품들은 동시대 한국 도시의 일상에서 우리가 흔히 접하는 패턴과 무늬들을 직조, 염색, 채색한 것이다. 제작 당시 동대문 시장에서 유행하던 뜨개실을 재료로 하거나 천막의 무늬를 원본과 함께 차용하는 등, 작가의 작업들은 현재 서울의 삶과 도시의 흔적을 단면화한다.
차승언 Seungean Cha
헤링본97cm프레임
2013
면사, 염료
각 194 x 97 cm (2점)
김진희 Jinhui Kim
인간의 그릇
2018
전자 부품, 튜너, 앰프, MP3 플레이어
600 x 350 x 200 cm
김진희 작가는 삶의 시간을 공유한 일상의 전자 제품들을 최소의 단위로 분해한 후 재조립하는 과정에서 보이지 않았던 사물의 구조를 드러낸다. 가는 구리선과 부품을 엮어 만든 그리드 형태의 작품은 선천적으로 김진희의 눈 앞에 존재하는 방충망 같은 막을 재현한 것이다. 작가는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이 인식한 2차원 세계와 현존하는 3차원 세계의 간극을 줄여 나간다. 전시작 <인간의 그릇>(2018)은 마치 두 부분으로 나눠진 듯한 그릇의 형상을 담고 있다. 촘촘하게 연결된 부품 사이로 보이는 형상 밖의 풍경과 우리를 감싸고 있는 막은 시선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인지의 측면을 보여준다.
내가 이 전시에 가기로 한 이유가 바로 이 작품이었다. 사진으로 보는데 '가서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직접 본 이 작품은 상상했던 것대로, 아니 더 좋았다. 방충망이라 했지만 내게는 모기장 같기도 하고 거미줄 같아 보이기도 했던 이 설치물이, 가까이 다가갈수록 은빛으로 예쁘게 빛났다. 그런데 더욱 가까이서 보니 전자제품의 부품인 것을 보고는 애잔하기도 하고 따뜻하기도 한 기분이 되었는데, 그런 건 폐물로 만든 예술품을 대할 때면 느끼곤 하는 감정이다. 보통 그런 작품들을 보면 좋은 느낌과 싫은 느낌이 동시에 들곤 하는데, 이 작품은 아름다워서인지 거북한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인간의 조건>이라는 건 뭘까. 기막힌 기능을 지닌 하나의 온전한 전자제품도 이렇게 분해하면 각 부품들의 조립에 불과하다. 그 부품은 인간의 세포 내지는 DNA에 비견될 수 있으리라. 물체에 해당하는 육체를 지닌 인간은 엄밀히 말하자면 물질의 조합일 것이다. 그렇다면 물질들을 조합했는데 컴퓨터를 컴퓨터로,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영혼 이야기 나오겠지.
온전한 전자기기를 해부하여 재조립했더니 이런 또다른 형태의 작품이 나왔다. 부속품으로 만든 이 작품은 원래 전자기기가 지니던 놀라운 기능들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 똑같은 부속품인데도 조립을 다르게 했다는 이유로 고유의 기능을 상실하고 새로운 형태와 기능을 갖는다.
우리의 몸과 영혼은 죽음 후 다른 어떤 공간에서 재조립되어 완전히 다른 존재로 재탄생될 지도 모르겠다.
음. 어째서인지는 모르겠는데, 두 개의 설치물을 한 번에 찍었을 때 나는 여성의 '자궁'을 떠올렸다.
돌아서 여운이 많이 남는 작품이다. 아름답기도 했고. 이 작품 보러 다시 방문할 의향 있다.
1층
박미나 MeeNa Park
Primary BGRY
2018
컬러 에코 필름
가변크기
작품인 줄 모르고 찍었지. 원래 금호갤러리 전면유리에 이런 설치작품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것도 박미나 님 작품이었나?
최선 Sun Choi
나비
2014-2017
캔버스에 잉크
각 160 x 914 cm (6점)
최선 작가는 예술의 본질에 대한 고찰과 비판적 인식 속에서 초라한 실존들에 대한 기민한 시선을 시각적 추성성으로 귀결시킨다. 전시작 <나비>(2014 - 2017)는 일종의 참여형 아카이빙 프로젝트로, 참여자들과 함께 캔버스에 떨어뜨린 푸른 잉크를 불어 숨결을 시각화하는 작업이다. 보이지 않는 연약한 숨은 살아있는 존재라면 누구라도 가진 보편적인 것이지만 행위자 개개인의 호흡에 따라 길고 짧은, 각기 다른 숨결을 그려간다. 수많은 이들의 숨결이 모여 만들어낸 거대한 화면은 존재와 삶에 대한 관람자의 인식을 환기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