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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let

[발레] 해설이 있는 발레 돈키호테 Don Quixote by 국립발레단 KNB @ 수원SK아트리움

by Vanodif 2018. 8. 13.


* 발레는 시각이 주가 되는 종합예술입니다. 

해서 몸을 앞으로 기울이면 뒷좌석 사람들의 시야에 큰 방해가 됩니다. 

다른 장르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발레를 감상하실 땐 

의자의 등받이에 등을 기댄 반듯한 자세로 감상하시는 것이 매너입니다. 


혹시 앞좌석 사람이 몸을 앞으로 기울인다면 

"앞으로 기울이시면 뒤에서 안 보입니다"라고 조용히 말씀해 주셔요. 

무용수분들을 비롯한 수많은 분들께서 열심히 준비해서 보여주시는 공연인데 

모두가 함께 쾌적한 감상을 할 수 있도록 타인을 배려합시다. *







국립발레단 무용수분들의 춤이 보고 싶어서 7월에 예매한 공연. 6월에 <안나 카레니나>를 보고 못 보았으니. 8월 초에 있었던 <KNB 안무가 육성 프로젝트>도 놓쳤고.ㅠ 아, 다시 생각해도 속이 쓰리다. 다녀오신 분들, 세상 부럽습니다. 암튼 국립 무용수분들의 춤이 너무 보고 싶어서 수원까지... 무리를 했다. 뭐, 수원이면 너무 멀진 않으니깐. 거기다 박슬기, 김기완 님이다! 마침 지난 달 유니버설의 전막 <돈키호테>를 보았기 때문에 감상 포인트는 아직 생생하게 남아 있어 감상이 더욱 풍성해질 것 같았다.





지난 달 보았던 유니버설의 전막 <돈키호테>는 세 시간에 달하는 공연시간 때문에 몸이 힘들었다. 특히 충무아트홀의 좌석이 편하지 않아 더욱 힘들었던 것인데, 관객의 입장에선 인터미션을 한 번만 주셨으면 좋았겠단 생각을 했으나, 안무의 난이도가 워낙 높아서 무용수분들의 에너지를 생각하면 두 번의 인터미션도 부족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아직도 향기 님의 햇살 같은 에너지와 강미선 님의 완벽한 그랑 파 드 되가 눈 앞에 어른거릴 정도로 훌륭한 공연이었다.


재작년에도 보았던 이 <국립발레단의 해설이 있는 돈키호테>는 개인적으로 최고로 선호하는 공연은 아니다. 그것은 오페라건 발레건 갈라 보다는 전막을 선호하는 개인적 취향 때문인데, 아무래도 이 '해설이 있는' <돈키호테>는 어린이 관객을 많이 배려한 공연인 만큼 인터미션 없는 70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극 중 키트리의 구혼자인 가마쉬가 해설자로 나서서 중간중간에 산초, 로렌조와 더불어 친절하게 해설을 해주시기 때문에 발레를 처음 보는 분들이 부담 없이 즐기기에 딱 좋은 공연이다. 


해설 없이 꼬박 해도 인터미션 포함 세 시간에 달하는 공연을 해설과 더불어 70분으로 구성했다는 건 당연히 내용에 있어 많은 수정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전체적으로 컴팩트하게 내용이 줄어, 2막의 돈키호테 꿈 장면은 등장하지 않는다. 이야기 전개상 꼭 필요한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삭제되어도 무리가 없는 부분이긴 하나, 고전 발레의 맛을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살짝 실망할 수도 있겠다. 2막의 꿈 장면이 없어졌기 때문에 큐피드의 독무를 키트리가 담당하기도 하고, 또 집시 캠프 장면도 삭제되었기 때문에 그에 해당하는 느낌을 주는 장면을 선술집의 지가ㅡ근데 지가가 뭐죠? 아마도 스페인어로 지그춤인 'Giga'를 의미하는 게 아닐까 싶지만, 정확히 모르겠다ㅡ 4인무가 담당한다. 그 지가의 여성 무용수 의상은 좀 난해했는데... 그건 현대 의상이 아닌가요? 암튼, 내용상의 축소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고, 또 무대가 예당 오페라처럼 크진 않은 만큼 군무의 규모도 대폭 축소되었다.


하지만 이런 내용과 규모상의 변경이 있었다 해서 작품의 주요 장면들이 빠진 것은 아니다. 한 마디로 전막 <돈키호테>의 하이라이트라 생각하면 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어려운 테크닉이 있는 장면들과 포인트가 되는 춤들을 골고루 다 감상할 수 있다. 다만 내 취향에는 길더라도 전막이 더 좋다. 무용수분들 각자가 해석한 캐릭터의 감정선을 따라갈 수 있어 더욱 풍성한 몰입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이유다. 그러나 그것은 내 취향이니, 하이라이트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 해설이 있는 발레를 선택하시면 즐거운 시간을 보내실 것이라 생각한다.


참, 어제 1층 관객에게만 선물 주신 건 너무했어요.ㅠ 2층의 내 앞쪽에 앉은 어린이 관객이 얼마나 절실하게 내내 손을 들었는데. 산초께서 2층을 계속 안타까워하신 것 보았는데, 담번엔 한 분은 처음부터 2층에 계셔 주셔요. 열심히 손 들었다가 실망하는 2층 어린이 관객들 보는 마음이 너무 안쓰러웠어요.ㅠ 






에너지가 많이 없으니 가능한 간단히 쓰기로 한다ㅡ는 포스팅할 때면 언제나 하는 다짐입니다만.;;


어제 공연의 히어로는 김기완 바질이었다. 물론 박슬기 키트리야 따로 말하기 입 아프... 손 아플 정도다 이제는. 박슬기 키트리는 그야말로 완벽했다. 그런데 김기완 님이 그토록 매력적인 줄은 몰랐어서 어제 일행과 나는 김기완 님께 감탄했다.


김기완 님 선 좋으신 것 익히 알고 있었지만, 어제 김기완 님은 정말이지 아름다웠다. 내내 수직을 유지한 선도 그러하지만 특히 그랑 파 드 되에서 키트리의 '마의 32 푸에떼' 직후 펼쳐지는 바질의 회전. 와... 수직의 몸선에 다리선 90도를 유지한 그 힘차고 깨끗한 회전에 눈에서 빛이 터지는 것 같았다. 그 뿐 아니라, 점프를 하시면 아아주 높은 점프를, 회전을 하시면 힘차고 깨끗한 회전을, 그 어려운 원 핸드 리프트에서도 흔들림 없이 박슬기 님을 훌쩍 들어 올리시고는 내려 놓지 않으셔서 박슬기 님이 탬버린으로 관객의 호응을 유도했을 정도였다. 김기완 님의 한 손 위에서 그토록 편안해? 보이시던 건 김기완 님과 박슬기 님 두 분의 기량과 호흡이 그만큼 훌륭했기 때문이겠죠. 두 분 피쉬 다이브도 안정적이고 깔끔했다.


어제의 김기완 바질이 감탄스러웠던 또 한가지 이유는 바로 성격 표현이다. 어제의 김기완 바질은 유독 반짝반짝했다. 그동안 김기완 님 춤은 좀... 음. 모르겠다. 내가 아직 감상 내공이 많이 부족하기 때문일 텐데, 선이 참 좋으신데 감정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라는 인상이었다. 그런데 어제 공연의 김기완 바질은 행복하고 밝은 에너지가 가득했어서 보는 내내 즐거웠다. 김기완 님께 이런 밝음이 있었구나. 그동안 워낙 점잖고 반듯하게 생긴 외모 때문에 그런 매력을 내가 놓쳤던 건지도 모른다. 행복해 보여서 보는 저도 즐거웠습니다.


와, 그리고 김기완 님 몸이 그렇게 아름다운지도 새삼 깨달았다. 내 눈에는 발레리나와 발레리노의 몸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몸으로 보이는데, 길쭉한 팔다리에 비율도 좋으신 데다 근육이 너무나 예쁜데 훈남 마스크까지. 끝나고 공연장을 나서는데 화장을 지운 김기완 님께서 편한 옷차림으로 팬분들과 이야기 나누시는 것을 보았다. 일행이 인사하자고 했는데, 너무 가까이 계셔서 순간 부, 부끄러워졌다.;; 적당히 멀리 계셨더라면 "정말 멋진 공연이었어요!"라고 인사했을 텐데.ㅠ 지난 콘스탄틴 때도 그렇고 나는 순발력이 정말 안씁이야. 순간 부끄러워서 당황한 건데 돌아서면 후회하곤 한다, 엉엉. 어제 김기완 님은 세상 모든 칭찬을 받아 마땅한 공연을 하셨는데. 근데 국립발레단 버스를 보는데 왜 내 마음이 두근거리지. ㅋㅋ 막 소중한 거다, 그 버스 안에 계신 무용수분들이.



박슬기 키트리. 믿고 보는 박슬기 님. 박슬기 님의 춤이 많이 보고 싶었다. 그리고 마침내 무대에 등장하자 아! 하고 터지는 탄성. 순간 누군가 시야를 뽀득뽀득 닦아 준 것처럼 명쾌하고 유연하고 낭창낭창한 동작. 박슬기 키트리는 몹시 화려하다. 매끈매끈 세련 덩어리. 예상했던 키트리지만 언제나처럼 예상보다 더 좋은 춤을 보여주시는 분. 박슬기 님은 별이다. 반짝반짝해.


회전을 하건 다리 여섯 시를 하건 거의 모든 선이 수직과 수평과 납득이 가는 45도 등을 정확하게 유지하기 때문에, 박슬기 님 동작을 보는 쾌감은 아주 크다. 그 깨끗한 선 뿐 아니라 그 선들로 연결되는 동작이 매끈매끈해서 세련미가 극에 달한다. 그런데 연기까지 잘 하신다. 거기다 비율 좋고 예쁘기까지 하다. 이런 사람이 별이 아닐 수가 없지 않나.


김기완 님의 원 핸드 리프트에서 마치 푹신한 침대에 기댄 것처럼 믿을 수 없도록 편안해 보이는 표정으로 개구지게 탬버린을 흔들며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낸 그 노련미까지. 1막에서 있은 두 번의 원 핸드 리프트에선 다리가 정확히 한 시 반을 가리키고 있어서 깜짝 놀랐는데, 와... 그 미친 선, 아, 아니, 놀라운 선을 봤나. 거의 모든 동작에 있어 보는 내가 '납득'할 수 있는 그 쾌감. 왜 그런 각도인지, 왜 접었다 다시 펴는 다리의 발목이 안쪽으로 살짝 말려 들어가는지, 순간순간 동작과 동작을 연결하는 부분에 이르기까지 깨알같은 감상을 할 수 있도록 섬세하면서도 정확하게 표현하시는 그 동작이 보기에 참 즐겁다. 


ㅡ하지만 어제 박슬기 키트리의 푸에떼를 빼놓을 수 없겠죠! 32 푸에떼지 않습니까? 자그마치 38 푸에떼를 휭휭 해내어 버리는 그 충격! 일행은 37을 헤아렸다 했는데, 나는 38을 헤아렸고. 7이냐 8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화려함의 극치. 처음 한 16회 정도까지 한 번 파세 자세로 두 번의 회전을 하시던데 와...! 모르겠다. 내가 발레를 해보지 않아서 그것이 얼만큼의 기량인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정말 대단한 푸에떼였다. 수원까지 가서 본 보람이 있었어!


일행은 큐피드 춤을 좋아하는데 박슬기 님의 테크닉과 연기와 기량이 아까워서 그렇지, 큐피드에 딱 어울리실 것 같다. 물론 그러하기엔 키트리까지 완벽하게 해내시는 거지만. 암튼 큐피드 솔로 춤을 박슬기 키트리가 추셨는데, 키트리 캐릭터가 추기엔 다소 비약적으로 귀여워지는 안무이지만, '박슬기' 님께서 추시기엔 음악도 안무도 참 잘 맞아서 보기에 즐거웠다.



박종석 에스파다. 음. 박종석 님 춤을 보면 부드러운 힘과 가벼운 중량감이랄까, 이런 모순된 구절이 떠오르곤 한다. 부드러운 힘이야 딱히 모순은 아니겠다만. 힘이 있고 무게감이 느껴지는데 이상하게 부드럽고 가볍다. 에스파다는 좀 힘힘! 하는 느낌이어서 좀 더 무겁고 마초스러운 인상의 캐릭터이긴 한데, 말하자면 박종석 에스파다는 힘 만을 가지고 이긴다기 보단 정확한 분석과 훈련을 통해 최고가 된 투우사 같았다. 특히 점프를 하실 때면 공중에 뜬 상태로 잠시 시간이 멎은 듯한 느낌마저 들었는데, 높고 공중에 머무는 시간이 긴 훤칠한? 점프가 참 좋았다. 참, 그리고 박종석 님 착지는 유난히 조용하죠. 그래서 부드러움과 가벼움이 강조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박나리 거리의 무희/메르세데스는 뒤로 몸이 접히면서 바닥에 손이 닿는... 유연성으로 인해 많은 환호를 받으셨죠. 화려한 춤이 멋졌다.



지가춤 4인무가 김나연 님이셨군요? 너무나 뽀얗고 예쁘셔서 난 박예은 님이신 줄 알았는데 김나연 님이셨구나. 한 눈에 확 들어오는 굉장한 미인이셨는데, 춤도 발랄하고 활기차서 즐거웠다. 그리고 남성 무용수 세 분이... 김명규A, 김동혁, 김동우 님? 아니 대체 왜 그렇게 잘 하시는 겁니까! 사람이 그렇게 높게 점프할 수 있을까 싶도록 점프가 높아서 관객들이 열광했죠. 



어제 공연에서 다들 점프가 특별히 좋으셔서 공연 내내 환호했다. 작은 공연장의 매력 중에 환호가 좀 더 즐거운 것이 있죠. 무대와 관객석의 가까운 거리로 인해 친밀감이 상승하고, 환호가 좀 더 쉬워집니다. 목이 살짝 따갑다는 건 자안자(자랑인 듯 안 자랑인 듯한 자랑).ㅋㅋ 발레 공연에선 많은 환호와 박수가 무용수분들께 힘이 됩니다. 그러니 우리 관객은 손과 목청을 아끼지 말고 적극 활용합시다. 환호와 박수가 커질 수록 무용수분들 포텐 폭발하는 모습을 보시게 될 거예요.



송정빈 님은 해설자 가마쉬를 맡으신 바람에... 춤을 거의 볼 수가 없었지는.ㅠ



그리고 김명규B 산초 역시 춤은 거의 볼 수 없었지만, 내내 깨알같은 섬세한 연기로 큰 즐거움을 주셨다. 코믹한 연기를 그렇게 잘 하실 줄이야! 김명규B 산초 덕분에 많이 웃었다.



이수희 돈키호테는... 이수희 님은 <호두까기 인형>의 드로셀마이어 역으로 인상 깊었던 분인데, 큰 키와 늘씬한 체형 때문에 드로셀마이어나 돈키호테의 역에 참 잘 어울리신다. 하지만 역시 무용수분들껜 춤이 보고 싶단 말이죠. ㅎㅎ



규모가 작긴 했지만 군무도 좋았다. 1막의 투우사 군무가 의외로 괜찮았는데, 투우 수건이 눈 아프지 않아서 놀랐다. 분명 화려한 색인데 수건이 그리는 선이 잘 맞아서 즐거웠다. 그리고 부채를 든 무용수분들과 투우사 분들의 8인무였나?ㅡ지금 보니 세기디야 군무는 12인무군요? 8인무 부분이었던 것 같은데...ㅡ암튼 그 군무도 상당히 즐거웠다.



강수진 단장님으로부터 선물 받은 어린이 관객 부럽...


기립박수 치고 싶었는데 우리 줄 사람들이 일어나지 않아서, 내가 일어나면 뒷사람 안 보일까봐 결국 일어나지 못했다.ㅠ 마음으로야 기립박수를 치고도 남는 겁니다.


박슬기, 김기완 님의 환상적인 무대를 보니까 김지영 님과 이재우 님의 춤이 더욱 보고 싶어진다. 인간의 욕심이란. 아, 그냥 일 년 내내 공연하시면 안 돼요? ㅠ 보고 싶을 때 보고 싶은 무용수분들 춤을 마음껏 볼 수 있으면 좋겠는ㅡ건 말도 안 되는 욕심일 테지. 김지영 님의 그 정확하고 정직한 춤 본 지 너무 오래된 거다.ㅠ 보고 싶단 말입니다. 이재우 님도. 아, 이영철 님! 이러다 상사병 걸리겠어요.ㅠ 김리회 님은 <안나> 때 다치신 건지 직전 캐스팅 변경되었던데 괜찮으신지 걱정되고. 안 그래도 어제 일행과 공연 후 식사를 하면서 김리회 님 이야기도 나누었다. 이상하게 김리회 님의 춤이 보고 싶지, 왜? 하며. 저희 두 사람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무용수분들께선 제발 다치지만 말아 주세요. 준비하신 내용 다 못 보아도 괜찮으니 제발 몸 조심, 부상 조심. 무용수분들을 아끼는 팬들의 마음이 아픕니다.


훌륭한 공연 보여주신 자랑스러운 국립발레단 무용수분들과 관계자분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