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마니프서울국제아트페어>
* 일시 : 2018.10.11(목) ~ 2018.10.30(화) ※ 세부적인 기간과 시간은 아래를 확인하세요.
* 장소 :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1전시실,제2전시실,제3전시실,제4전시실,제5전시실,제6전시실
* 가격 : 성인(만 19세이상) 8,000원 / 청소년(만13세-18세) 7,000원 / 어린이(만7세-12세) 6,000원 / 유아(48개월 이상-미취학아동) 5,000원
* 관련 홈페이지 : https://www.sacticket.co.kr/SacHome/exhibit/detail?searchSeq=34895
※ 본 전시는 기간별로 나누어 진행됩니다.
- 1부 전시기간 (10월 11일 ~ 10월 17일)
* 10월 11일(목) 오전 11시 40분부터 관람 가능
* 10월 17일(수) 오후 5시(입장마감 오후 4시)까지 관람 가능
- 2부 전시기간 (10월 18일 ~ 10월 23일)
* 10월 18일(목) 오후 2시부터 관람 가능
* 10월 23일(화) 오후 5시(입장마감 오후 4시)까지 관람 가능
- 3부 전시기간 (10월 24일 ~ 10월 30일)
* 10월 24일(수) 오후 2시 40분부터 관람 가능
[현장매표소 운영시간]
오전 10시 45분 - 오후 7시
* 위치 : 한가람미술관 1층
국내외 현대미술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전시인 마니프서울국제아트페어는 [김과장 전시장 가는 날!] 이란 부제로 3가지 파트로 진행됩니다.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장할 수 있는 미술품애호가들에게 유익한 아트페어로 현장에 작가가 직접 참여하여 관람자들과 함께 소통하며, 누구나 쉽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미술의 축제입니다.
본 전시는 초대작가 250명의 작품 3천여 점이 출품 판매됩니다. 한국대표작가전인 국내 원로 및 중진작가 초대 기획전. 현대미술의 다양성과 실험성ㆍ창의성 등 새로운 감각과 트렌드를 선보이는 50대 이하 작가를 초대한 현대미술전. 2017마니프 수상작가외 역대 수상작가 기념초대전. 한국미술 대표작가 100만원 특별전으로 구성됩니다.
현대무용 <쓰리 볼레로>를 본 직후에 간 전시였기 때문에 에너지가 없었다. 다음 날 가려 했는데 일행이 이 날 밖에 시간이 되지 않기 때문에 마니프에 간다고 해서 나도 그럼, 하고 욕심을 낸 건데, 내게는 역부족이었다. <쓰리 볼레로>에서 에너지를 이미 많이 쓴 데다가 바로 얼마 전에 본 키아프KIAF도 제대로 소화 못한 터라, 이 마니프 MANIF 1부에서는 세 분의 화가분들과 대화를 하고 나자 에너지가 고갈되었다. 그 와중에 두 시간을 보았는지는 몰랐는데, 어쩐지 나올 때 발이 아프더라니. 암튼 작품들을 따로 검색하지는 않을 예정이다. 수많은 작품들 중 내 취향에 맞는 작품들만 사진 찍었는데, 그나마도 1층의 몇몇 부스에선 사진촬영을 금하시는 바람에 가뜩이나 부족한 에너지에 흥이 꺾여, 1층의 맘에 드는 작품들 몇은 찍지 못했다. 3층 작품들은 에너지가 없어서 자세히 볼 수 없었고. 이 포스팅은 작품들 사진 올리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한다. 이래놓고 대화를 나눈 작가분들의 작품에 가면 또 내용을 옮기고 싶어지겠지만.
고영일
Ko, Young Il
김영재 Kim, Yung Zai
눈이 깨끗해지는 작품이었다. 산의 얼룩한 무늬도 좋았고, 머리를 납작하게 토닥여 놓은 듯한 역삼각형 나무는 재미나면서도 편안했다. 그리고 나무 아래 저 단정한 오두막이 정겨웠고. 깔끔하지만 일러스트 같지 않고 정겹지만 너무 동화같지도 않은 이런 작품이 의외로 흔치 않은 것 같다. 그 와중에 하늘엔 창백하고 정갈한 보름달이 떠있고 작은 오두막의 작디작은 창에는 불이 켜져 있다. 이런 은근한 아기자기함을 보면 뭔가 가슴팍 안쪽이 간지러워져.
중부고속도로 문경세재를 지날 때 겹겹이 산들이 그라데이션되어 있어 인상적이었는데, 그런 모습 같다. 액자 아래에 비친 그림자의 그라데이션까지 연결해서 감상합시다.
바람의 결이 그대로 느껴지는 저 붓터치. 휘이잉 소리가 나는 것 같다.
이 작품은 이렇게 보아서 그 매력을 알 수 없다. 김영재 님의 작품에는 풍경이 크게, 사물이 작게 묘사되어 있는데, 그런 크기의 대조가 주는 해방감이 있다.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 실제로 보면 훨씬 아름답고 귀엽습니다.
언뜻 보면 잘 보이지도 않는 저 정갈한 배와 배가 일으키는 물거품. 마치 미니어처를 보는 기분이 들지 않는가? 거대하고 정숙한 대자연 앞에 인간이 만든 것은 어쩌면 저리도 작은지, '예쁘다!' 하고 보다 보면 순간, 뒷골이 섬뜩해진다. 그렇지. 까불어봐야 인간은 이렇게 작고 보잘 것 없는 존재였지.
점인 듯 장난감인 듯 나뭇가지 사이에 숨겨져 있는 저 오두막은, 어쩌면 아름다운 자연 속으로 숨고 싶은 마음인 걸까. 꽃잎보다 작은 저 오두막에서라면 꽃내음과 새소리도 확장되어 느껴질 것 같다.
유휴열 Ryu, Hyu Yeol
몹시 눈에 띄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작품이었다. 앞에 관계자분이 안 계셔서 사진을 찍어도 되는지 여쭈어볼 수 없었는데, 넘 예뻐서 찍었다. 황홀하지 않아요? 어떤 건물에 들어갔는데 1층 로비에 이 작품이 걸려 있다면 그 건물 자체에 대한 이미지가 확 밝아질 것 같다. 빛의 운동성이 느껴지고 고급스러우면서 청량하고 맑은 느낌이다.
유휴열 님의 다른 작품도 맘에 들었는데, 촬영 허락을 받지 못한 상태여서 찍지 못했다. 앞쪽에서 두 번이나 거절 당하는 바람에 가뜩이나 부족한 에너지에 의욕이 없어졌어.
그나저나 왜 촬영을 금하시는 것인지 이해가 안 간다. 작년 전시 때 3D애니매이션 작업하시는 작가분께서 곤란한 표정을 지으시며 '회사에 이 패턴에 대해 계약이 되어 있기 때문에 만에 하나라도 누군가 이 패턴을 상업적으로 사용하는 사람이 생기면 안 되거든요'라 말씀하신 적이 있다. 그래서 상업적이 아니라 개인 블로그에 비상업적 용도로 올릴 예정이라 말씀드리니 흔쾌히 허락해주신 적이 있다. 그래서 그처럼 회사와 계약이 되어 있는 경우라면 당연히 납득이 가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어째서 촬영을 금하는 것일까? 순수한 궁금증입니다. 왜냐하면 내 미숙한 생각으로는 조금이라도 더 널리 알려야 그 작품의 아이디어와 특징이 자신의 것임을 더 널리 증명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기 작품의 정체성과 독특성을 알려서 사람들에게 각인시키는 일이 될 텐데, 그것을 금하시는 이유가 무엇일까? 분명 작가가 아닌 내가 모르는 이유가 있는 걸 게다. 그게 궁금해.
최희수 Choi, Hee Su
음. 사진으로 담으니 그리 큰 느낌은 없죠? 내 사진이 발사진이어서 그런 겁니다. 실제로 보면 한눈에 "와~!" 해요ㅡ는 내가 그랬단 이야기. 이렇게 사진으로 찍고 보니 안 보이던 게 보이는 것도 있네. 새 같아 보인다.
김정희 Kim, Jung Hee
아 내가 이 분 작품을 어디서 봤지. 키아프에서 봤나...? 분명 보았는데 기억이 안 난다. 암튼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작품이다. 따로 설명이 필요 없겠지. 보면 그대로 느껴지는 차가운 불꽃. 그 매력.
권치규 Kwon, Chi Gyu
이젠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권치규 님 작품.
김만근 Kim, Man Geun
액자가 되어 있는 작품들은 사진 찍기 좀 힘들다. 찍는 사람이 비쳐 보이기 때문인데, 그래서 정면에서 찍지 못하고 측면에서 찍게 되어 작품을 상대적으로 덜 온전하게 담게 되어 아쉽다.
김 준 Kim, Joon
와 이 분 작품, 좋았다. 통로 부스에 전시되어 있는데, 보는 순간 꼭 사진에 담고 싶었다.
한 쌍으로 많이 전시하셨는데, 나는 둘 중 한 작품이 더 좋은 경우가 많았다. 작품을 보다 보면 따로 보면 그저 그런데 둘이 같이 붙였을 때 시너지 효과가 증폭되는 배치가 있는가 하면 그 반대의 경우도 있는데, 김 준 님의 작품은 하나하나 개성이 강하고 사유를 끌어내는 유형이어서 내 개인적 취향으로 느끼기에는 같이 배치하니 느낌이 좀 너무 강한 인상이 있었다. 이 오른쪽의 하얀 작품은 좀 신기했던 것이, 평소 내가 그리 너무 선호하는 스타일은 아니기 때문인데, 이상하게 이 작품은 굉장히 눈을 끌었다. 오른쪽의 저 세로와 가로로 긴 형태는 철로 된 구조물인데, 캔버스의 은근한 저 색감과 함께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세로로 긴 막대는 사람 같아 보인다.
김 준 Kim, Joon
이 작품도 강렬합니다. 아무래도 내가 은색에 좀 약해서 은색의 뭔가가 빛나고 있으면 끌려갈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이긴 한데, 그래도 이 작품은 멋지다. 사진으로 찍으면 파란색이 저렇게 밖에 안 나오죠. 실제 파란색으로 보면 훨씬 멋지다.
김 준 Kim, Joon
이 작품 안타까웠다. 공간이 너무 좁아서 이 검정 작품을 온전히 찍을 각도가 도저히 나오지 않았다. 아래의 어둠 속 불길같은 저 부분이 굉장히 근사하다. 초록빛 넘실대는 화염. 그리고 상단의 은색 쇠붙이. 공간이 넓고 이 작품만 감상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면 다양하게 재미난 상상을 할 수 있었을 것 같은 작품이다. 김 준. 김 준. 기억해야지. 그런데 흔한 이름이어서... 검색이 쉽지 않을 것 같다.ㅠ
박점선 Park, Jum Sun
박점선 님의 작품은 계속 시선이 갔는데, 불편하고 답답한 느낌과 궁금함과 흥미로움을 동시에 유발하는 작품이었다.
이근화 Lee, Geun Hwa
사진이 이렇게 밖에 안 된다. 이 작품은 꼭 직접 보셔야만 합니다. 이 사진으로는 원작의 1/10 느낌도 내지 못해요.
찬란한 해중海中.
이근화 님의 작품을 이전에 본 적이 있다. 어디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데... 그때 보았을 때도 "와!" 하면서 보았던 기억이다. 누가 뭐래도 바닷속을 헤엄치는 물고기떼의 모습이다. 그런데 작품의 크기도 크거니와 파란색이 보통 파란색이 아니다. 아주 짠한 푸름입니다. 그런데 말이다, 이 작품을 처음 보았는데도 느꼈던 점인데, 흔한 바다 풍경을 묘사한 것 같은데 뭔가 굉장히 독특한 것은, 철조각으로 작업하신 저 물고기떼 때문만은 아니다. 흔한 바닷속 풍경이지만 흔히 그릴 수는 없는 각도와 반짝임. 이것은 흡사 물속에서 찍은 다큐멘터리를 보는 기분이 들었는데, 단순한 다큐 화면과는 또 다르게 수면을 스며드는 불빛과 불빛에 밀려 산란하는 물의 푸른 결, 그리고 수면의 결과는 명확히 다른 바닥에 비친 오묘한 빛그물과 푸른 그라데이션이 이상하게 낯설면서 아름다웠다. 요컨대 바다 '위'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은 아닌데, 단순한 카메라나 동영상으론 담을 수 없는 빛과 아름다움이 서려 있더라는 것. 그리고 빛줄기를 힘차게 가르며 회오리치는 물고기떼의 에너지와 역동성. 그 단순한 소재의 적절하면서도 멋드러진 조화가 내는 인상이 오히려 청량한 강렬함을 내어서 마음을 사로잡는 작품이었다.
작가께서는 물고기떼로 그리셨지만 구상화가 아닌 비구상화인 만큼 이 부분은 감상자에 따라 다른 무엇으로도 해석될 수 있을 테다. 그리고 이근화 님께선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고 계신 분이셨다.
그렇다면 다르게 해석해 볼까. 이 밝고 황홀하도록 아름다운 작품을 내 취향에 맞게 뒤틀자면 '쓰레기'가 되겠다. 아름다운 인간의 쓰레기. 황홀하도록 아름다운 바다를 엉켜서 떠다니다 파도가 출렁이고, 쓰레기더미는 바닷속으로 들어가 회오리친다. 그렇다면 파도를 출렁인 것은 사람들이 타고 다니는 모터보트 정도 되겠다. 인간이 만든 아름다운 쓰레기가 많아질수록 저 아름다운 바다는 곧 잿빛으로 변하겠지.
또 다른 것, 좀 더 추상적인 것으로 해석의 가지를 뻗어 보자면 사념思念을 적용해 보고 싶다. 까마득한 우주와도 같은 삶의, 세월의 바닷속을 맴도는 이런저런 걱정과 생각들, 사건들. 그런 것들을 형상화한 것으로 보면 또 다른 각도에서 작품이 다가온다.
이 빛그물은 실제 그물로 보면 어떨까. 위의 저 물고기떼가 알고보면 이 그물을 뚫고 탈출한 것이라면? 뭐, 나의 고질적 유희입니다. 심각 맙시다.
"머리도 제대로 빗지 않았는데..." 하시며 멋쩍어하시던 이근화 작가님은 다정하게 작품에 대한 말씀을 기꺼이 나누어 주시는, 미소가 아름다운 분이었다. 그리고 이근화 님의 말씀을 들으며 이 작품들에 대해 내가 느꼈던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얻었다. 특별한 각도와 특별한 빛과 바닷결의 표현. 그리고 물고기떼가 내는 에너지의 느낌. 그것은 이근화 작가께서 직접 스쿠버다이빙을 하시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바닷속을 '아는' 작가의 작품.
수영을 못하는 나는 오래 전 하와이 바다 한가운데서 스노클링을 한 적이 있다. 물을 무지 먹었습니다. 그때 나와 함께 배를 타고 갔던 외국인 커플은 산소통을 매고 스쿠버다이빙을 했는데, 스노클링 중에 바라 본 바닷속 산호초와 색색의 열대어들 사이를 유유히 들어가 그들의 몸을 스치는 열대어들을 만지는 것을 보았다. 그 부러움의 감정이 이근화 님 말씀을 들으면서 다시 새록새록 솟아났다.
몸이 물에 떠오르지 않도록 허리춤에 납 벨트를 착용하신다는 이야기. 너무나 아름다운 열대어들이 바로 눈 앞을 지난다는 이야기. 우리나라에는 제주도의 문섬에 핑크 산호초가 아름답다는 이야기 등 환상적인 말씀을 들으면서, 직접 눈으로 보고 몸으로 체험하셨기에 이렇게 생생한 작품이 나왔음을 알 수 있었다. 흉내를 낼 수는 있어도 직접 한 체험을 이길 방법은 없지 않겠나.
흔쾌히 사진을 허락해주신 이근화 님을 보면서, 아름다운 것을 많이 본 사람은 마음도 깨끗하다는 생각을 했다. 모르겠다. 그리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도 아니고 개인적인 대화는 전혀 없었는데도 이상하게 '순수하시다'는 느낌을 받았다. 미소 때문인가? 작품과 바닷속 이야기를 하실 때의 그 초롱초롱한 눈망울과 즐거워하시는 표정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아이처럼 해맑은 그 표정이 작품 만큼이나 찬란했다.
이근화 Lee, Geun Hwa
흐름 Flow
이근화 Lee, Geun Hwa
흐름 Flow
문득 화가가 부러워졌다. 자신이 받은 감동을 이렇게 근사한 작품으로 표현하는 재능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필리핀의 바다에서였던가. 스쿠버다이빙을 나오시자마자 "어서 가서 이거 작품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하며 마음이 급하셨다는 말씀을 들으며 감탄했다.
이근화 Lee, Geun Hwa
흐름 Flow
푸르른 바다에 대한 앞선 작품들과 확연하게 다른 작품이다. 이 작품은 아프리카의 붉은사막인 나미비아 사막을 표현하신 것이라 한다. 그 말씀을 듣자 저 후텁지근한 열기가 가득 느껴지는 붉음이 납득되었다.
"그렇다면 앞에서의 물고기떼에 해당했던 이 철조각은 무엇인가요?" 라는 질문에 "오아시스의 물고기죠"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고 보니 이해가 되었다. 바닷속 물고기와 달리 형형색색의 저 물고기들이. 그리고 한 떼로 움직인다기 보단 마치 물결인 듯 유유자적하게 헤엄치는 저 모습도. 어떻게 보면 오아시스에 떨어진 나뭇잎이나 꽃잎 같기도 하고. 그리고 이렇게 보면 알겠지만 오아시스는 파란색 위에 회색을 덧칠하여 표현하셨다. 붉은 하늘 역시 검정에 붉은색을 칠하셨다. 그런 배경을 생각하니 물고기가 그리 유유자적한 것은 아닌 것도 같다. 붉은 모래폭풍이 몰아치는 모양이다.
이 작품은 구석구석 감상할 포인트가 많다. 가장자리에까지 노란색이 어른거리도록 표현하셨는데, 작품 앞에 서면 마치 눈꺼풀 아래에 사막의 열기 또는 열기로 인한 아지랑이가 흔들흔들 올라오는 것 같다.
그리고 붉은 모래폭풍. 모래폭풍을 표현하신 것은 아닐 수도 있다. 그런데 직접 보면 저 붉은 하늘 혹은 모래가 몹시 거칠게 느껴진다. 모래폭풍이 날뛰며 세상을 온통 할퀴고 있는 것 같다.
액자 때문에 사진이 비스듬하게 찍혔는데...
이 핑크색감을 내시는 것이 힘드셨다고 한다. 이근화 님의 색은 다 섞어 만드신다고 하는데, 그래선지 몹시 짠하면서도 오묘한 색감이다. 열대어를 표현하신 이 핑크는 가까이서 보면 핫핑크인데 멀리서 보면 오렌지 느낌이 나는, 묘한 색이었다.
MANIF 2312017 우수작가상 이정웅 Lee, Jeong Woong
이정웅 Lee, Jeong Woong
이정웅 님의 작품은 재료를 다시 확인해 보자. "Book + Mixed media". 재료를 보기 전에는 뭔가 독특한데? 뭐가 독특하지? 하며 갸우뚱에 그쳤다. 그런데 이정웅 작가님께서 "책이에요"라고 말씀해 주셔서 비로소 의식에 딸칵, 하고 불이 들어왔다. "책이라고요??" 책을 그대로 잘라서 붙여 만드신 작품이다. 그렇게 보니까 굉장히 독특하지 않은가? 책이 지붕이 되고 책이 창문이 되고 책이 건물이 되고 도시가 되는 세상. 책으로 이루어진 저 창문에서는 어떤 이야기들이 흘러 나올까. 그리고 새로이 적히고 있을까.
이정웅 Lee, Jeong Woong
내 사진 실력은 정말이지 안타깝다. 이 작품을 이렇게 밖에 담을 수 없었나. 혹시 가게 된다면 이 작품 앞에서 시간을 좀 보내시기 바랍니다. 일단은 '뭐가 이리 시끄럽지?' 하면서 제목을 보았더니 아니나다를까 <conversation>. 아아 그러니 시끄럽지. 그리곤 다시 작품을 보았다.
서로를 바라보며 대화하는 파랑새와 참새들이 어찌나 소란스러운지. 아마도 '참새들의 지구정복' 컨퍼런스라도 진행 중인 모양이다. 여기저기서 짹짹거리는 게 어휴 시끄럽기도 해라. 그런 모습이 참 정겹고 귀엽지 뭔가.
이 작품에서 감상할 또 한 가지 포인트는ㅡ다른 작품에서도 마찬가지지만ㅡ다양한 책으로 이루어진 나뭇가지를 보는 것이다. 어두운 색의 가지는 수십 년된 고서들로 만들어진 것이고, 비교적 밝은 색의 나뭇가지는 최근에 만들어진 책이라 한다. 참새와 파랑새도 대화를 하지만 오래된 책과 새책 사이에도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오래된 책을 쓴 작가와 새책을 만든 작가 사이에도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을 것이고, 오랜 책을 읽은 독자와 새책을 읽은 독자의 의식 역시 이 작품 속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을지 모른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저 책 중에는 철학서적도 있을 것이고, 패션 잡지도 있을 것이고, 소설책도 있을 것이고, 수험서도 있을 것이다. 한국인도 있을 것이고 미국인도 있겠지. 동서고금 남녀노소에 심지어 인간과 새를 가리지도 않는 대화의 장이 펼쳐지고 있다. 졸지에 MANIF를 Seoul International Communication Conferene로 둔갑시켜 버린 작품이다.
그런데 소통의 대상은 인간-동물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정웅 님의 말씀인 즉, 저 파랑새는 '흔적'이라 하셨다. 그렇다면 동서고금 남녀노소 인간동물사이 뿐 아니라 산 자와 죽은 자, 삶과 죽음, 현존과 흔적, 의식과 무의식에까지 대상은 확대된다. 이 얼마나 범우주적, 아니 범汎세계적이자 범汎생사적?인 대화의 장인가. 그러니 시끌시끌 온통 시끄러운 것이 당연하다. 자세히 보면 파랑새의 모습이 다 다르다. 어떤 녀석은 날개와 눈, 부리까지 책, 즉 실체가 남아 있고, 어떤 녀석은 부리만 간신히 남아 있는가 하면, 어떤 녀석은 전체가 흔적인 파란 물감으로 이루어져 있다. 저 날아가는 새는 마치 실시간으로 사라지고 있는 실존의 에너지인 것 같아 맘이 짠하다.
자세히 보니 똑같은 참새도 없다. 제각각 눈도 다르고 털도 다르다. 털로 만들어진 것 같은 저 참새도 '책'으로 만든 것입니다. 경이롭지 않은가.
고서와 신서의 만남.
이정웅 Lee, Jeong Woong
이정웅 Lee, Jeong Woong
아래의 검은 부분은 새들을 표현하신 것이라 한다. 이렇게 건물이 가득한 도시에 사람을 뽑아 세워둔 것은, 문득 건물 안 사람들이 답답해 보이셨기 때문이라고. 어디론가 나가고 싶어하는 그들을 건물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해주고 싶어셨다 한다. 그래서 바깥에 배치하신 것이라고. 저 사람들까지 책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하늘의 비행기는 어디론가 여행을 가고 싶으신 이정웅 님의 마음을 표현하신 것이라 했는데, 석양인듯 열정인듯 붉게 빛나는 하늘 만큼 강렬한 바람인 것 같다.
이정웅 Lee, Jeong Woong
황금빛 피부를 지닌 보름달은 비밀스런 일을 수행하듯 검은 마스크로 얼굴을 반쯤 가리고 있고, 별도 몸을 숨긴 밤하늘을 비행기가 가르고 있다. 도시의 운곽선은 꿈인듯 독인듯 밤의 푸름에 물들고 삶을 잊고 잠든 도시의 언덕들이 검게 무너져 내린다. 아래에는 영원히 꺼지지 않을 것처럼 밝은 빛이 비치고 있지만, 도시의 파멸은 강도처럼 소리없이 뒤를 덮친다.
비극을 선호하는 취향상 이렇게 느낀 것이지만, 이 작품은 보는 관점에 따라 편안하고 안온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나도 그렇게 느꼈던 것인데, 달이 반쯤 가린 것과 왼쪽 중간에 위치한 고서의 어두운 부분에서 애상감이 느껴져 이렇게 생각했다. 그 부분이 슬펐던 이유는, 저렇게 색이 바랜 책은 이제 글자의 색도 바래서 책으로서의 기능을 할 수 없겠구나,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책을 이렇게 작품에서 부활시키신 작가의 책을 향한 애정이 감동스럽다.
권치규 Kwon, Chi Gyu
쏴아ㅡ하는 사늘한 바람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아름다운 작품. 거기다 위쪽에 빛까지 설치되어 있어서 더욱 멋지다.
주운항 Joo, Woon Hang
주운항 님의 작품을 보면 특이하게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모든 작품의 하단 중앙에 있는 III.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나요? 라고 여쭈었더니 '완전함과 조화를 이루는 의식'이라 말씀하셨다. '왜 선이 세 개인가요?' 라고 했더니 "하나는 불안하고 둘도 충분하지 않죠. 넷은 넘어서는 숫자고. 3이 완전한 숫자이기 때문에 세 개로 표현했어요. 그리고 이렇게 표현된 III은 한자로 물川을 의미하기도 하니, 그만큼 자연스럽게 흐르는 것이 의식이란 의미도 되죠"라 답하셨다. 이 작품은 평온한 상태를 나타낸다고 한다. 과연 작품을 보다 보면 편안하게 안정이 되는 느낌이 든다.
주운항 Joo, Woon Hang
주운항 Joo, Woon Hang
주운항 Joo, Woon Hang
주운항 Joo, Woon Hang
주운항 Joo, Woon Hang
주운항 Joo, Woon Hang
주운항 Joo, Woon Hang
이 작품은 근사했는데, 부제가 "왕의 꿈"이라셨다. 어째서 왕인가요? 원 안의 상단에 보면 왕王자가 있습니다. 대뜸 "왕이 된다면 뭘 하고 싶어요?"라고 질문하신다. 무엇이건 할 수 있는 존재가 된다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어려서부터 한결같은 소망이기에 오래 고민할 것 없이 답했다. "세계평화요". 이 어이없는 답에 유쾌하게 웃으시며 "그렇지! 훌륭한 꿈이네요!"라 격려해 주신다. 대화가 유쾌한 주운항 님이다.
과연 '왕의 꿈'이라는 부제가 잘 어울리는 이 작품은 황금빛 의식(III)에 에너지를 표현하는 O 역시 황금빛으로 활활 타오른다. 멋진 역사가 시작될 것 같은 에너지와 열기가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왕王자가 보이죠?
주운항 Joo, Woon Hang
이 작품도 재미있었는데, 부제가 '지혜의 분출'이었던 것 같다. 정말이지 생각들이 터져나오는 가운데 생각이 동그랗게 에너지로 모인 '지혜'가 폭발하는 것 같다. 지혜의 폭발이란 연쇄작용이 일어나게 마련이죠. 펑! 폭발하면 또 다시 이어서 펑! 펑! 그렇게 끝없이 증식되고 증폭되는 것이야말로 지혜일 것이다.
주운항 Joo, Woon Hang
여러 생각들이 이리저리 존재하는 가운데 중앙의 의식이 에너지를 모아 생각들을 처리하고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작품 해석의 코드를 알려 주시니 작품 감상이 훨씬 풍성하고 즐거워지는 것 같다.
주운항 Joo, Woon Hang
주운항 Joo, Woon Hang
유주희 Yoo, Ju Hee
주운항 작가님 부스를 나오자 이제 에너지가 붉은색을 띄었다. 남은 에너지 1%. 이제 더는 눈에 작품을 담을 수 없을 것 같아 대충 보고 나오는데, 유주희 님의 이 작품이 발걸음을 붙잡았다.
아... 이렇게 사진으로 보니까 떠오르지 않네. 무엇이었더라. 삶에 대한 어떤 상념이 떠올랐는데. 바람의 결도 느껴지고. 이런 작품은 앞에서 명상하기 참 좋은데.
유주희 Yoo, Ju Hee
장안순 Jang, An Soon
순천만의 갈대숲을 그리신 작품이라 한다. 아크릴화로 그리셨지만 원래 수묵화가이시기 때문에 독특한 한국화 느낌이 나는 작품이다. 갈대는 갈대 같기도 하고 파도 같기도 했다. 그런데 제목이 <Jazz> 여서 또 놀랐는데, 그러고 보니 재즈의 리듬이 느껴지는 것 같다.
확실히 선에서 난초 치는 것처럼 수묵화의 느낌이 난다.
김선기 Kim, Seon Gi
세겹의 느낌을 내었던 작품. 파고 그리고 붙이고. 음. 키아프 때도 느꼈던 점인데, 최근 '의자'를 테마로 작업하시는 작가분들이 좀 눈에 띄는 것 같다. 확실히 '의자'라 하면 '생각'이 떠오르긴 하지. 책상에 앉아 생각을 하진 않으니까.
강신영 Kang, Shin Young
또한 숯으로 작업하시는 분들도 눈에 띈다. 모두 다 숯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의 윗부분은 그냥 숯이고, 아랫부분은 페이퍼로 갈아서 윤을 낸 숯인 것 같다. 숯의 다른 질감을 병치하여 또 다른 멋을 느낄 수 있었다.
신나게 작품 감상을 하고 나오니 어둠이 내려 있었고, 하늘엔 얇은 미소달이 떠 있었다. 아름다운 예당의 오페라극장 갓과 함께 담고 싶었는데, 폰카에 달은 잘 담기지 않는다. 아름다운 예당의 밤은 향기로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