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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formance

[현대무용] <네덜란드 댄스시어터1 NDT1> 내한공연 Nederlands Dans Theater1 @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by Vanodif 2018. 10. 18.


* 모든 공연이 그렇습니다만 예습을 해야 더 풍성하게 감상하는 사람이 있고, 예습 없이 작품을 먼저 경험하길 선호하는 사람이 있죠. 제가 현대무용은 잘 모릅니다만 지금껏 본 바로는 현대무용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자극의 신선함이 다른 장르에 비해 좀 부각되는 것 같아요. 이 포스팅은 그런 면에서 선先경험을 선호하는 분께는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본인의 스타일에 맞는 만큼의 정보를 신중히 취하시길 권합니다. 참, 동영상 전에 [현대무용 감상팁]을 실으니 현대무용 감상이 처음이어서 어색한 분들이 읽으시면 도움이 될 거예요. *



노란색 하이라이트된 부분은 해당 페이지로 링크되어 있습니다.








<<네덜란드 댄스시어터 I> 내한공연>

* 일시 : 2018.10.19(금) ~ 2018.10.21(일) 금,토 19:30 일 15:00

* 장소 :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 관련 홈페이지 : https://www.sacticket.co.kr/SacHome/perform/detail?searchSeq=37243





[작품소개]  
< Safe as Houses >(2001) - 33분
안무 :
 솔 레옹(Sol Leon) & 폴 라이트풋(Paul Lightfoot)

휴식 20분

< Walk the Demon >(2018) - 28분   
안무 : 마르코 괴케(Marco Goecke)
  
휴식 20분
 
< Stop-Motion >(2014) - 34분

안무 : 솔 레옹(Sol Leon) & 폴 라이트풋(Paul Lightfoot)






공연에 가기 전에 NDT 예술감독인 폴 라이트풋 PAUL LIGHTFOOT 안무가겸 예술감독의 인터뷰를 실은 기사를 읽고 가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https://news.joins.com/article/22974743



다음은 NDT에 대한 훌륭한 기사다. 꼭 미리 읽고 갑시다.


https://news.joins.com/article/23043874






예습을 하다 보니 이번 NDT의 공연은 솔 레옹과 폴 라이트풋이 안무한 두 작품 <Safe as Houses>와 <Stop-Motion> 사이에 마르코 괴케의 <Walk the Demon>을 삽입한 구성으로 보인다. 첫번째 작품인 <Safe as Houses>는 환경의 변화에 따른 인간 영혼의 변화를 <역경>이나 <주역>에 비추어 묘사하였고, 마지막 <Stop-Motion>은 이별과 변화의 과정에서 겪게되는 감정이나 급작스레 변화된 모습 등을 표현하는데, 두 작품 모두 '살아왔던 환경의 변화와 그것을 겪는 인간 영혼의 중요성'을 다루고 있다. 그런 메세지를 담은 두 작품 사이에 괴케의 내면을 중시하는 <Walk the Demon>을 배치한 것은, 전체적으로 해석할 때 '변화하는 환경 속에 내면을 바라보고 지킴으로써 인간 영혼의 고결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뜻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하지만 이것은 전막 영상을 볼 수 없으므로 여기저기서 짜집기한 기사와 리뷰를 토대로 추측한 것일 뿐, 직접 작품을 보면 또 어떻게 다가올까 궁금하다. 전막 영상이 풀리지 않는 것은 역시 답답하군. 미리 알아야 가서 메세지 그 이상을 넘어서 감상할 수 있을 텐데, 안무와 작품 전체를 모른 채 간다면 그 구조 파악과 메세지 따라가기에 급급한 상태에서 그칠 수 밖에 없다.ㅠ 아쉽고 또 아쉽다.






[현대무용 감상팁]



뉴질랜드 온라인 잡지 The Spinoff에 현대 무용 감상 초보자를 위한 멋진 팁이 있어 대충 내용을 잡아 올린다. 


Q: 대사가 없는데 무슨 내용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A: 현대무용에서 '이야기'를 딱히 '이해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관객은 '경험'하도록 초대되는 거거든요. 내용을 이해 못할까봐 걱정하지 마세요. 갤러리에서 미술작품을 보는 것처럼 모두가 각각 다른 것을 보게 될 겁니다. 무엇을 느끼시든지 그게 맞는 거예요. 도움을 드리자면 프로그램북을 구입하시는 겁니다. 작품의 컨셉과 안무가가 무엇에 영감 받아 작품을 만들었는지 종종 프로그램북에 설명되어 있거든요. 그걸 읽으면 공연 볼 마음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반면 아무것도 미리 읽지 않은 채 일단 먼저 보는 것을 선호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선택은 관객 각자의 몫이죠.


Q: 무용수들은 왜 무대에서 뛰어다니며 몸부림치는 거죠? 


A: 현대무용 감상 초보자에게 그런 장면은 좀 낯설어 보일 수 있습니다. 체계 없이 아무렇게나 춤추는 것 같겠지만 그렇지 않답니다. 많은 훈련과 경험, 리허설을 거친 무용수들이 아주 열심히 준비했으며, 그 복잡하면서도 본능적인 안무는 세계 최고 NDT의 거장들이 만든 작품입니다.


Q: 박수는 언제 치나요?


A: 현대무용 작품은 통상적으로 서너 개의 개별 부분으로 구성되는데, 그 부분도 '작품'이라 해요. 종종 각각 다른 안무가들의 작품들이고요. 전통 발레공연에서 관객들이 놀라운 솔로나 듀엣 장면에서 조금씩 박수를 치다가 끝에 열광적인 박수를 치게 되는 것과는 달리, 현대무용에서는 각 작품 사이, 즉 개별 작품이 끝났을 때와 모든 작품이 끝났을 때 박수치는 편입니다. 그렇다해서 찍소리 말고 조용히 있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에요. 킥킥 웃거나 헉, 하는 등, 어떤 반응이건 편하게 하시면 됩니다. 현대무용을 본다는 건 결국 '경험하는 일'이니까요. 한 가지 기억하실 점은 엄청나게 열광적으로 박수친다거나 발을 구르며 환호한다거나 장미를 던진다거나 '앵콜'을 외치는 건 참았다가 마지막 커튼콜, 즉 모든 무용수들이 무대에 나와서 인사할 때 하시는 겁니다.


Q: 옷은 어떻게 입고 가면 될까요?


A: 무용수들이 입는 현대무용 의상은 미니멀한 편입니다. 누드계열이나 블랙, 화이트 식으로요. 종종 노출이 심한 의상도 있어서 관객들이 무용수들의 근사한 육체미에 감탄하게 되죠. 관객 의상 역시 ('노출' 부분만 제외하면) 같이 간다고 보시면 됩니다. 클래식한 블랙은 근사하고, 적절한 캐주얼도 좋아요.ㅡ음. 뉴질랜드에는 드레스코드가 우리보다 조금은 엄격한지 모르겠는데, 내가 본 바로는 반바지에 야구모자, 슬리퍼만 아니라면 드레스코드 제한은 심하지 않은 편이다. 기왕이면 차려 입으면 좋지만 깨끗한 운동화에 편한 옷차림의 관객도 많습니다. 의상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되어요. 다만 모자를 썼다면 공연 중엔 벗도록 합시다. 뒷사람의 감상에 방해되니까요.


Q: 음악은 어떤가요?


A: 현대무용은 특정 유형의 음악으로 규정되지 않습니다. 관객들은 클래식에서 대중음악, 또는 공연을 위해 만든 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듣게 되실 거예요.


Q: 인터미션이나 공연 후 사람들에게 무슨 얘기를 할 수 있을까요?


A: 아이스크림이나 와인을 즐기면서 일행과 나눌 수 있는 질문 몇 개를 말씀드리죠.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가 공연 때 마다 밀가루 20kg 쓰는 거 알아?" "첫번째 작품 Safe as Houses를 '사라지는 발레'라 부르는 거 알아? 무용수들이 회전하는 벽 주위로 움직이거든." "NDT 작품 레퍼토리가 600개가 넘고 45명의 무용수가 매년 약 115,000명 관객을 위해 공연하는 거 알아?"








마음이 복잡하다. 예술의전당(예당)과 국립현대무용단이 제공하는 현대무용 강의인 <춤추는 강의실>을 8개월째 들었는데도 아직 현대무용은 내게 난해하다. 현대미술, 현대음악, 현대무용, 즉 '현대'가 붙은 작품들은 '이해되기 위함이 아니라 느껴지기 위함'이라는 기본 감상법을 잘 알고 있는데도, 무용을 보면 안무의 동작별로 의미를 해석해야 직성이 풀리는 고리타분하고 고약한 감상 스타일을 갖고 있어서 나로선 많이 답답했다. 더 당혹스러운 건, 언어로 풀어 해석할 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눈물이 흐르더라는 거다. 마지막 <Stop-Motion>이었는데, 거 참 눈물이 흐르는데 내가 왜 우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어서 황당했다.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 세계 최정상 현대무용단. 현대무용계의 리더. 그 명성을 확인했다. 장면장면을 해체하여 해석할 순 없었지만 몹시 철학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는데, 음... 감정 표현이 신기했다. 분명 슬픔과 괴로움을 표현하는 것 같은데ㅡ3층이어서 무용수분들의 표정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ㅡ흔히 생각하는 슬픔과 괴로움의 '마임'으로 전혀 표현되지 않는다. 그냥 전체적으로 끊임없이 잘잘한 동작들이 이어지는데, 같은 동작인데도 어째서 슬프게 다가오는가, 어째서 공포스럽게, 혹은 명상을 하는 것처럼 다가오는가 하는 것이 신기했다.


NDT의 모든 무용수는 발레 배경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내가 보기엔 편했다. 얼마 전 <쓰리 볼레로>때 멋진 안무와 동작에 감탄했음에도 불구하고 비보잉이나 스트릿댄스가 포함된 앞의 두 작품은 재미는 있지만 편하진 않았다. 그리고 발레 베이스인 김용걸 님의 마지막 볼레로가 가장 눈에 편하고 아름답게 여겨졌던 것은 역시 내가 발레를 좋아하고 익숙하기 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오늘 본 NDT의 춤 역시 그런 이유에선지 아름답고 깔끔했다. 무용수분들 선이 예뻐서 눈이 즐거웠는데, 마지막 작품 <Stop-Motion>때 초반에 사우라 영상 아래에서 독무를 추시던 여성 무용수분 선이 무지 깨끗했다. NDT 메인 무용수 그룹인 NDT1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었던 공연이다.



후기가 두서가 없네... 어서 잠들어야 해서 마음이 급하다 보니 왔다갔다 더 엉망으로 쓰게 되는 것 같다. 뭐, 알아서들 읽으세요.;;


전체적으로 흑백 스틸컷을 보는 느낌이었다. 무용수분들의 몸 자체가 그림자처럼 느껴졌는데, 많은 현대무용이 그러하듯 관절을 많이, 섬세하게 쓰고(특히 허리를 꺾는 장면이 자주 보였던 것 같다), 팔을 밖으로 둥글려서 그림자처럼 보이는 몸의 선들이 아름다웠다. 뭐였더라... 패턴. 무용수 한 명 한 명의 몸이 꼭 패턴 같아 보였다. 감정을 지닌 사람이라기 보단 아이디어와 메세지를 표현하는 무기질적 단위 같았던 점도 인상적이다.


각 작품 아래에 생각나는 소감을 간략하게 남기도록 한다. 그래봐야 전막 영상이 없어서 제대로 기억하진 못하겠지만.


아 참, 리나스에 줄 서서 기다리는 동안 바깥에서 이영철 님과 박슬기 님 닮은 분들을 보았다. 맨얼굴을 본 적이 없어서 두 분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영철 님 닮은 분은 생각보다 키가 많이 크고 멋지셨다. 이영철 님 멋지신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멋지셔서 맞는지 모르겠다. 박슬기 님 닮은 분은 포켓에 넣어 다니고 싶도록 조그맣고 날씬하셨는데, 사람 같지 않고 요정 같았다. 너무너무 예뻤는데 음, 박슬기 님이 맞았을까? 그 외에도 여기저기 한눈에 무용수다! 싶은 분들이 많이 보였다. 표가 나지 뭐. 길고 아름다운 목선이라든가 길고 날씬한 다리라든가, 곱게 뒤로 묶은 머리라든가, 사라질 것 같은 얼굴이라든가. 무용수, 특히 발레 무용수분들은 표가 난단 말이지ㅡ는 후기가 또 산으로 가고 있다.


아 참, 무대와 소품과 조명, 아주 좋았다. 음악도.






프로그램 노트 설명의 일부를 파란색으로 옮겨 적는다. 공연이 끝난 후 옮길까 하다가 ecotopia에 있는 작품 설명이어서 그냥 적기로 한다. 프로그램 북에는 NDT와 공연에 대한 더 많은 설명과 사진들이 실려 있으니 구입해서 자세하게 참고하시길 권합니다.






< Safe as Houses >(2001) - 33분
안무 :
 솔 레옹(Sol Leon) & 폴 라이트풋(Paul Lightfoot)
음악 : 요한 세바스찬 바흐(Johann Sebastian Bach)

JOHANN SEBASTIAN BACH: FROM SUITE IN C-MINOR, BWV 997 (ARRANGED FOR BAROQUE HARP) “SARABANDE” FROM CONCERT FOR 4 HARPISCORD IN A-MINOR, BWV 1065 “LARGO” FROM BRANDENBURGS CONCERT NR 3 IN G-MAJOR, BWV 1048 “ALLEGRO” FROM CONCERT FOR 2 ORGANS IN C-MAJOR, BWV 1061 “ADAGIO OVVERO LARGO” “IMMORTAL BACH” ARRANGED BY KNUT NYSTEDT [1988] BASED ON THE SPIRITUAL SONG ”KOMM, SüßER TOD, KOMM, SEL’GE RUH” BWV 478, FROM G.C. SCHMELLI’S GESANGBUCH [1736]

* 출처: https://www.ecotopiadance.com/20/repertoire_714.htm


유교의 경전 중 3경의 하나인 역경에서 영감을 받아 창작된 것으로, 2001년 초연 이후 현재까지도 세계 무대에 오르는 대표 레퍼토리다. 물리적 환경에 대한 인간의 의존궁극적으로 살아남는 영혼에 대한 심오한 움직임이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음악 위에서 이루어진다. 


Safe as Houses is inspired by the Chinese Book of Changes I Tjing and created to Bach’s scores. The work reflects on the reliance to the physical environment and ultimately on the survivability of the soul.


"유교 경전 『역경(易經)』에서 영감을 받아 창작한 작품으로, 음과 양과 도에 대한 아이디어를 추상적으로 보여준다."

ㅡ 폴 라이트풋 NDT 예술감독


폴 라이트풋과 솔 레옹이 안무한 이 '마법처럼 나타났다 사라지는 발레'에서 춤은 스스로 말한다: 모든 몸동작이 강렬하고 흥미로우며, 그 긴장감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다. 

ㅡ DE VOLKSKRANT 2005


레옹과 라이트풋의 작품은 연극적 자원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올림픽대회에서와 같은 댄스파워로 공연된다. 2001년작 'Safe as Houses'는 원형으로 된 벽 주위의 무용수들과 함께 사라지는 발레로 알려져 있으며, 영혼의 움직임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ㅡ TROUW 2015


"이 작품은 2001년에 만들어졌는데 사실상 9/11 몇 달 후였죠. 우리가 이 작품을 만들자 무용계의 많은 사람들이 "오! 이것이 뉴욕 9/11 비극에 대한 당신들의 반응이군요. "라고 말했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었거든요, 직접적으론 말이죠. 물론 당시 만연하던 느낌을 담고 있긴 하지만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Safe as Houses의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삶에서... 이 세상에서 확실한 것이란 아무 것도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에 달려 있다는 것. 솔Sol은 <역경> 작품에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데코(무대장치), 즉 연극 장소라 할 만한 것을 만들었는데, 그 또한 <주역(변화의 책)>의 개념과 관계 있는 것이었습니다. 무대가 가만 있지 않는 개념이었죠. 계속해서 형태를 바꾸는 겁니다. 해서, 무대 주위의 세상 역시 변화해야 하는 거죠. 우리는 이 작품을 2001년에 만들었고,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 환경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ㅡ 폴 라이트풋 NDT 예술감독


* 출처: https://stagebuddy.com/dance/dance-feature/interview-paul-lightfoot-artistic-director-nederlands-dans-theater






[후기] '사라지는 발레'라는 별칭이 있다지만, 내겐 꼭 마술 같았다. 벽이 돌아가면 무용수가 사라지고, 또 돌아가면 나타난다. 이 무대장치 굉장히 맘에 들었는데, 하얀 무대 한중앙에 거대한 흰 벽이 놓여 있고, 공연 시작 전부터 무대에 나와 뒤돌아 서있던 세 명의 검은 정장 차림 무용수가 춤을 춘다. 어느 순간 벽이 시계방향으로 돌기 시작하고, 세 사람은 등뒤로 다가오는 벽에 떠밀려 가는데, 다시 벽이 돌아왔을 때 그들은 사라져 있다. 그리고는 나타난 흰색 의상의 무용수들. 음... 해석 안 되어서 보면서 미칠 것 같았는데.ㅠ 처음에 검은 세 명이 벽에 떠밀려 사라졌을 때, 나는 그 벽에 희생된 사람들로 보았다. 벽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이자 환경일 텐데, 나는 시간으로도 보았다. 시계의 초침처럼 벽이 시계방향으로 돌다가 나중에는 마치 시간을 되돌리려는 듯 반대방향으로 살짝 돌았거든. 암튼 환경이 변하거나 시간이 흐르는데, 검은 세 명은 환경이나 시간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라진 사람들 같았다. 그러다 흰 색 옷을 입은 사람들은 벽을 두려워하지 않은 채 벽의 앞뒤를 오가며 춤을 추었고, 뒤에 등장한 사람들은 마치 벽을 타며 유희를 즐기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는데, 그래서 그들을 '환경 또는 세월의 힘을 극복한 자들'로 보았다. 그랬는데... 뒤에 검은 옷 사람들이 다시 등장해서 그 벽을 통제하는 것처럼도 보이고 흰 옷 사람들과 벽의 반대편에서 서로를 향해 벽에 이마를 기대는 등의 동작을 해서 다시 멘붕 속으로 꼬르륵. 에잇.


해석이고 뭐고 몹시 아름답고 극도로 세련된 춤과 무대였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무대. 참, 천장에 매화 나뭇가지 또는 아카시아 나뭇가지?처럼 아래로 드리운 나뭇가지가 동양의 수묵화처럼 멋있었는데, 후반부에 환경파괴를 묘사하는 것처럼 그 장치가 아래로 내려오더니 마치 담을 뒤덮은 담쟁이 또는 담의 곰팡이나 균열 같아서 으스스해졌다ㅡ멋진 장면이었다. 보는데 마음이 아렸어. 


에또 그림자. 이건 조명의 힘일 텐데, 한 사람의 그림자가 한 개에서 세 개로까지 증식하는 것이 신기했다. 그것도 두 개였을 때 180도 그림자도 있고 90도 그림자도 있었으며, 특히 벽이 등뒤로 다가올 때 벽으로 그림자가 비치는 모습이 마치 그들이 벽에 박제되는 것처럼 보여서 독특했다.


단지 안무만 뛰어나거나 춤만 훌륭해서 NDT가 아님을 확인했다. 무대에서 조명, 의상, 음악까지. 뭐 하나 나무랄 것이 없이 완벽했다. 지금은 이해를 거의 못했지만 모르긴 몰라도 두고두고 계속 생각날 것 같은 무대다. '이해'가 된 것이 아니라 '인상'이 새겨진 공연.






< Walk the Demon >(2018) - 28분   
음악 :
 안토니 앤 존슨즈(Antony & the Johnsons), 파벨 하스(Pavel Haas), P.H. 노르디그렌(Pehr Henrik Nordgren)     
안무 : 마르코 괴케(Marco Goecke)


괴케가 안무한 신작은 2018년 9월 네덜란드에서 세계 초연한 후 예술의전당이 아시아 초연하는 것으로, NDT의 가장 최신작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마르코 괴케가 안무한 신작의 핵심은 움직임 이면에서 "목소리"가 들리게끔 하는 무용예술의 개념과, 작품에서 들리는 그런 "소리"를 강화하려는 욕구이다. 체코 작곡가 파벨 하스와 핀란드 작곡가 P.H. 노르드그랜의 관현악곡과 함께, 괴케는 안토니 앤 존슨즈의 독보적인 목소리를 작품의 일부로 만들어내며 이렇게 이야기한다. "나는 안토니 앤 존슨즈의 목소리가 드라마틱하고 거대하다고 생각하며, 동시에 사색적이고 내면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내면을 향하는 고뇌가 존재합니다. 내게 있어 춤은 내면의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어떤 의미도 주지 않습니다." 움직임 외에도, 괴케는 무용수들이 덜 추상적이며 덜 인간적으로 보이도록 반복적으로 그들의 발성을 요구한다. 이 발성은 강박적으로 느껴지는 날카로운 괴성, 으르렁거리는 소리, 욕설이나 반복되는 속삭임 등인데, 괴케는 이런 소리가 삶 전체를 묘사한다고 봤다. 그가 자신이 형상화한 악마와 함께 걸으며 우리에게 덧붙인다. "모든 삶과 사랑은 고마워요*Thank you)이자, 안녕(hello), 안녕히(Goodbye)예요." 

ㅡ 나다 카델(드라마 투르기)


Central to Goecke's new work is the conception of dance as art, which also makes a "voice" audible behind the movement, and the desire to reinforce that voice of the piece through further voices. Alongside the musical voices of the orchestral works by Czech composer Pavel Haas and the Finn composer Pehr Hendrik Nordgren, Goecke once again made the exceptional voice of Antony and the Johnsons part of his art and declares: "I think it is dramatic and big, but at the same time also contemplative and intimate, in her voice lies a torment that points inwards. For me, the dance says absolutely nothing if it doesn’t constantly refer to the inside." Besides the voice of the movement, Goecke also repeatedly gives his dancers their acoustic voice to make them appear less abstract and human: screeching, roaring, cursing, which seems obsessive, sometimes whispered words that repeat themselves yet for Goecke entail life entirely: "All life and love is a Thank you, hello and goodbye", expatiates Goecke, as he takes a walk with his demon. – Nadja Kadel



마르코 괴케의 ‘워크 더 데몬’은 좀 더 현대무용에 가까웠다. 관객들이 와인을 마시는 사이 기차역 세트는 감쪽같이 사라지고 텅빈 무대, 마음 속에 잔뜩 낀 구름인 양 자욱한 연기 속 감미로운 노래에 맞춘 파드되는 가려진 내면의 표출이다. 스타카토처럼 똑똑 끊기는 빠르고 분절적인 움직임이 분주하게 이어지고, 제목 그대로 시커먼 ‘데몬’이 무용수 사이를 기어다닌다. 신기하게도 이 모든 동작은 분절적이면서도 물흐르듯 유연하고, 이질적인 ‘데몬’의 존재마저 무리없이 그림에 녹아든다. 


목소리의 비중도 두드러진다. 가사가 있는 노래가 배경으로 깔리고, “끝없이 내면을 향하지 않는다면 춤은 결코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는 괴케의 철학을 구현하려는 듯 무용수들은 내면을 토하는 소리를 낸다. 헉헉거리거나 으르렁거리고, “땡큐” “헬로” “굿바이”를 주문처럼 외우기도 한다. 괴케의 말대로 “모든 삶과 사랑은 결국 ‘땡큐와 헬로, 굿바이’”라는 걸까.


장인주 무용평론가는 “괴케 안무의 특징은 분절과 유연의 조화라면서 “동작뿐 아니라 얼굴 표정, 대사 등 직접적인 표현도 두드러진다. 모던발레가 컨템퍼러리발레로 발전하면서 움직임보다 감성연기에 치중하게 된 흐름이 잘 담긴게 그의 안무”라고 짚었다. 맨발의 단원들 간에 서열도 없지만 토슈즈를 신은 듯 정교하고 우아한 몸짓을 구사하는 NDT는 더이상 발레와 현대무용의 구분은 무의미해졌음을 웅변하고 있다.

ㅡ 유주현 중앙일보 기자

* 출처: https://news.joins.com/article/23043874



오케스트라 악기의 목소리(음악이 전달하는 메세지)와 가수의 목소리, 무용수들의 육성, 그리고 몸동작이 표현하는 목소리(동작이 전달하는 메세지). 이 모두가 조합되어 '작품의 목소리'를 만든다. 아무리 복잡해 보아야 결국 '만나고 헤어지고 감사하는 것이야말로 삶과 사랑의 전부'라는 사실이 내면 깊은 곳에서 인식되고 인정되는 장면이 이 작품을 아직 보지 않은 채 관련 정보만 접한 현재로서 떠오른다. 실제로 보면 어떨지 궁금해지네.


* https://play.soundsgood.co/playlist/saisonnier-ndt-1 → 이 작품에 사용되는 곡이라 한다. 전막 영상이 없으니 곡이라도 미리 듣고 가면 감상에 조금은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곡들이 슬프고 강렬하면서 좀 으스스하네.







[후기] 이해하기 힘들었다. 동작에서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는데 동작들이 낯설어선지 소리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음악 너무 좋았고. 그리고 무용수들 사이를 기어다니는 데몬이 자연스럽게 녹아든다는 평이 위에 있는데, 난 아주 살짝 으스스하던데. 그래도 이질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긴 했다. NDT는 독무가 물론 좋지만 듀엣이나 군무가 훌륭하다는 생각을 했다. 호흡이 잘 맞아서 보기에 즐거웠는데, 이 작품에서 두 남성 무용수가 거울처럼 춤추는 장면에서 자신의 내면과 대화하는 것 같다고 느꼈다. 그리고 데몬 역시 외부의 강압적인 어떤 존재가 아니라 내면 깊이 도사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라 여겨졌는데, 이질적이지 않아서 그렇게 느낀 것 같다. 데몬은 물리쳐야 할 외적 요소가 아니라 그냥 내 안에 존재하는 것이며, 의식하지 못한다 해도 묵직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존재이니, 내 안을 더듬어 확인하고 적응할 필요가 있는 무의식의 자아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 나는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걸까. 맘이 급하다.ㅠ






< Stop-Motion >(2014) - 34분
안무 :
 솔 레옹(Sol Leon) & 폴 라이트풋(Paul Lightfoot)
음악 : 막스 리히터(Max Richter)

MAX RICHTER: OCEAN HOUSE MIRROR, POWDER PILLS TRUTH, HE IS HERE, EVERYTHING IS BURNING, NOVEMBER, MONOLOGUE, A LOVER’S COMPLAINT, ON THE SHORE, END TITLE, SORROW ATOMS, HOW TO DIE IN OREGON

* 출처: https://www.ecotopiadance.com/20/repertoire_682.htm

‘이별’과 ‘변화’를 주제로 한 안무와 막스 리히터의 음악이 어우러져 비극적인 느낌을 준다. 과거와 미래의 개념이 어떻게 현재로 통합되는지를 다루는데, 큰 스크린에 솔 레옹과 폴 라이트풋의 딸 사우라의 영상이 재생되면서 이러한 주제가 더욱 강화된다. 2014년 초연 이후 NDT1이 선보인 최근 몇 년간의 작품 중에서도 평단의 극찬을 받는 작품이다.   


일곱 명의 무용수들은 '이별'과 '변화'의 과정을 주제로 막스 리히터의 음악에 맞춰 움직이며 비극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먼지처럼 덧없이, 무용수들은 유령 또는 영혼이 되어 환해졌다 흐려지며 무대를 빛낸다. 


이러한 방식으로 <Stop-Motion>의 많은 요소들은 과거와 미래의 개념이 어떻게 현재로 통합되는지 보여준다. 거대한 스크린에서 재생되는 솔 레옹과 폴 라이트풋의 딸 사우라의 영상이 이러한 주제를 더욱 강화한다. NDT1이 선보인 최근 몇 년간의 작품 중에서도 평단의 극찬을 받는 작품이며, 언론으로부터 별 3개를 받았다.


On melancholic music by Max Richter seven dancers depict a process of farewell and transformation. As ephemeral as the dust, they grace the stage like ghosts or spirits; lighting up in and fading out. In this way, many elements in Stop-Motion address the notions of past and future and how they merge into the present. This is reinforced by large screens that show delayed video projections, which include their daughter Saura. Stop-Motion was critically acclaimed and received four stars in the press.


"Stop-Motion"은 멋진 작품이다 (...) 고독한 자세와 밀착된 연결 사이의 아름다운 변주곡이다.

DE VOLKSKRANT 2014


재미난 리뷰를 하나 찾았는데, 이 작품의 안무와 무용수들의 표현은 근사했지만, 스크린 영상과 막스 리히터의 음악이 투머치이거나 어울리지 않는다며 그 점을 혹평했다. 하지만 전체적 조화는 좋았으며 엔딩이 감명 깊었다며 전반적으로는 호평을 했다. 혹평이 있으니 옮겨 싣지는 않겠고 좌표만 올린다. 관심 있는 분들은 읽어 보셔요.

https://theweereview.com/review/nederlands-dans-theater/



<Stop-Motion (2014)>은 그들의 딸 사우라Saura에 영감을 받아 그녀에게 헌정된 작품이다. 작품이 진행되는 동안 무용수들 머리 위로 사우라의 얼굴이 아주 천천히 움직이는 거대한 스크린이 영상된다. "사우라가 15세 때였어요. 나이든 어린이와 어린 여자 사이의 변화를 겪는 때였는데, 사우라는 마치 예언자인 양 모든 것을 안다는 표정으로 단순무식한 인간들을 내려다 보는 것처럼 행동하곤 했죠."

ㅡ 뉴질랜드 온라인 잡지 The Spinoff의 인터뷰


→ 그래서 사우라의 영상이 상영되는 것이군. 15세 당시의 모습일 테니 그렇게 연결해서 감상한다면 이 스크린 영상이 작품을 감상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을 것도 같다. 


<Stop-Motion>은 변화에 대한 작품입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공간을 사용해요. 무대를 사용하거든요. 공연 중에 문자그대로 무대를 분해해서 관객들이 아무것도 없는 건물벽을 보게 되는 거죠. 그러면서 실제로 깨닫게 되는 겁니다. 우리 작품이 공연되는 이 성전(공연장)이 바로 우리 예술 여정의 종착지라는 사실을요. 우리에겐 굉장히 성스러운 마음이 드는 부분이에요. 이것이 중요한데, 왜냐하면 이 작품은 여러 면에서 환경의 변화와 파괴에 대한 내용이자 그럼에도 계속되는 인간 영혼의 고결함에 대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출연자들이 강조되는, 우울하면서도 매우 아름다운 작품이죠. 

ㅡ 공연정보 싸이트인 StageBuddy에 실린 폴 라이트풋의 인터뷰 내용






와... 이 영상만 보아도 황홀하다. 직접 보면 얼마나 더 좋을까!





[후기] 이 작품이다. 왜 우는지도 모르게 나를 울게 만든 작품. 한 마디로 너무 아름답다. 모든 장면이 패션 화보 같다. 의상도, 무대도, 조명도 너무 예쁘다. 위에 사우라의 영상과 음악이 안 좋다는 평을 한 사람이 있는데, 난 좋던데? 음악이건 미술이건 무용이건 현대의 작품이나 공연에는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많이 접목되곤 한다. 영상이 너무 많이 사용되면 기분이 안 좋아지는 건 사실이다. 영상을 볼 것이었으면 처음부터 유투브 동영상이나 영화, 다큐멘터리를 보면 되니까. 굳이 현장 공연에 가는 것은 영상 기술이 아니라 무용수나 연주자가 표현하는 날 것 그대로의 육체와 소리를 느끼고 싶어서다. 해서, 영상이 사용되는 것은 좋으나 과하지 않게, 딱 필요한 만큼만 미니멀하게 사용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한다. 그리고 이 작품은 현장의 공연예술에 영상을 사용한 좋은 예에 해당한다. 시작부터 끝까지 커다란 영상 속에 눈을 깜빡이며 앞으로 보았다가 뒤돌아서는 것을 반복하는 사우라의 모습은 그녀를 대하는 사람이 이해할 수 없는 변화 자체를 표현했다. 작품 내내 다르게 반복되는 그 모습이 있어 마음 속에 불안함과 애잔함이 찰랑이며 흐르게 되었다. 


음악은 작품과 잘 어울렸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음악이 사용되어 음악이 전환됨에 따라 분위기도 전환되었다.


의상이 와... 검은색 드레스. 어마어마한 시각적 효과를 내었는데, 그 옷 하나로 드라마틱한 분위기가 풍성해졌다. 옷 자체에서만도 어마어마한 슬픔과 고뇌, 그리고 몽환적인 기대와 아름다움이 쏟아져 나오는 것 같았다.


모든 장면이 다 좋았지만, 뭐니뭐니해도 압권은 윗영상 0:30초 바닥의 밀가루를 가르는 장면이다. 그 부분에서 굉장히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는데, 괴로움, 고통, 미련, 회한과 동시에 포기, 열망, 그리움, 기대 등 온갖 모순적인 감정이 한 번에 느껴져서 압도당했다. 그 밀가루는 시간과 마음을 나타내는 것도 같았고, 뒷부분에 가서는 죽은 이를 화장한 뼛가루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딱 붙잡아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몹시 묘하면서 화려하고 강렬한 장면이었다. 아름답기까지. 


NDT의 춤을 왜 '독보적인 춤의 미학'이라 하는지 확인한 공연. 요란하지 않고 원색적이지 않으며 철학적이고 은근하면서도 극도의 세련미를 보여주는 정제된 춤. 춤의 미학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이렇게 아무 것도 이해하지 못한 채 황홀하게 감상한 공연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이해를 해야 즐거움을 느끼는 시스템을 지녔기 때문에 이해나 해석이 되지 않으면 즐겁지가 않은데, 이상하게 이 작품은 눈 자체가 즐거워선지 거의 해석이 되지 않은 채 보고 나왔는데도 마음이 정화된 기분이 든다. 물론 내 취향상 해석되는 공연이 훨씬 재밌지만요. 남은 공연은 시간이 없어 갈 수가 없지만,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적극 추천하고 싶은 공연이다. 몰라도 괜찮아요. 지극한 세련됨과 근사함, 그리고 깊이를 경험하게 되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