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thos Piano Trio>
* 일시 : 2018년 10월 24일 수요일 19:30
* 장소 : 일신홀 02-790-3364
* 관련 홈페이지 : http://ilshinhall.com/gnuboard5/bbs/board.php?bo_table=sub201&wr_id=397
주최 : 주한이탈리아문화원
후원 : 일신문화재단
Concert presented by Italian Cultural Institute in collaboration with Ilshin Foundation.
Francesco Cilea - Piano Trio in D Major
I. Allegro sostenuto
II. Scherzo: Presto
III. Andante molto espressivo
IV. Allegro con fuoco
Giorgio Federico Ghedini - Due Intermezzi
Franco Margola - Piano Trio
관객매너는 엉망이었지만 연주는 정말 좋았던 공연. 미토스 트리오 Mythos Trio는 연주자들 사이의 호흡이 훌륭했다. 어지간해선 공연 후 CD를 사지 않는 일행이 CD를 찾았을 정도. 팔지 않아서 구입할 순 없었지만. 끝나고 리셉션이 있었는데 다른 스케줄이 있어서 참석하지 못했던 건 좀 아쉽다. 새로운 사람들을 사귈 수 있는 기회였는데. 참석 인원들도 딱 적당했던 것 같고.
두 번째 곡과 특히 세 번째 곡... 프랑코 마르골라 Franco Margola의 Piano Trio는 굉장했는데, 3악장으로 구성된 곡으로 엄청난 이미지들이 몰아쳤던 곡이다. 유툽에 영상이 있었더라면 다시 들으면서 복기해 보았을 텐데 그렇게 할 수 없어 아쉽다. 1악장은 들으면서 오페라나 발레를 보는 것처럼 음마다 대사가 입혀서 들리는 착각까지 들었는데.
지난 번 크레모나 콰르텟도 그랬고, 일신홀에서 열리는 이탈리아 문화원이 주최하는 공연은 만족도가 높다. 덕분에 몰랐던 훌륭한 작곡가와 연주자들도 알게 되는 근사한 공연이다. 일신홀과 이탈리아 문화원 덕분에 미토스 피아노 트리오의 멋진 공연 잘 감상했습니다.
Francesco Cilea - Piano Trio in D Major
Cello: Jacopo Di Tonno
Piano: Domenico Codispoti
Violin: Ilaria Cusano
I. Allegro sostenuto
II. Scherzo: Presto
III. Andante molto espressivo
IV. Allegro con fuoco
Massimo Anfossi, piano
Mario Vassilev, violin
Giulio Glavina, cello
귀에 확 들어오는 4악장 연주다.
[후기]
1악장: 예습을 하고 간 곡이지만 역시 현장에서 듣는 곡은 다르다. 이 영상에서는 1악장 시작 부분에서 피아노가 두드러지지 않지만, 미토스 트리오의 연주에서는 피아노가 힘차고 밝게 분위기를 시작하며 이끌어갔다. 첼로는 조금 긴장하신 것 같았어서 아직 특색을 잘 알지 못했다. 바이올린은... 흔히 바이올린은 화려함과 빛나는 오만함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미토스 트리오의 바이올린은 사려깊고 성숙한 배려가 돋보였다. 피아노가 처음 울렸을 땐 정육면체 물방울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가 곧 정육면체 반질반질한 흑요석과 현무암 조각들이 따가각 떨어지며 굴러가는 느낌이 들었는데, 세련미는 조금 덜할 수 있어도 표현력이 확실해서 감상이 즐거웠다.
2악장: 스케르쪼 2악장은 현란한 피아노의 재치있는 질주가 신나는 연주였다. 피아노의 화려한 연주를 메인으로 바이올린과 첼로가 잘 받쳐주는 분위기였다. 온통 화려한 색이 휘황찬란하게 비치는 느낌.
3악장: Andante molto espressivo. 이 영상으로 들었을 땐 아무것도 떠오르는 것이 없었는데, 미토스 트리오의 공연에선 처음 피아노가 시작되자마자 산책길이 휘리릭 펼쳐졌다. 1, 2악장에선 패턴과 같은 이미지들만 떠올랐지 풍경이나 특히 서사가 등장하진 않았기 때문에, 난 데 없이 펼쳐지는 풍경의 느낌에 눈을 감고 집중했다. 바이올린과 등장하는 바람결, 첼로와 등장하는 호수, 그리고 피아노로 머리 위로 드리우는 나뭇잎들과 그 사이를 얼금얼금 통과하는 햇빛. 차분히 걷는 걸음. 따뜻한 햇살의 온기. 1:48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아가씨. 그리고 그녀를 바라보는 청년. 둘은 서로를 기뻐하는 표정으로 만나 걷고, 그들 앞에 푸른 바다가 나타난다. 2:37에서 아가씨가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는데, 자신이 청년으로 인해 상처받은 이야기, 기다렸던 이야기. 청년과 다정히 나누는 대화. 마음이 풀리고 용서를 하고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다시금 영글어가면서 둘의 어깨에 내려앉는 황금빛 햇볕의 따스함. 공감의 행복. 그렇게 3악장이 끝났다. 따뜻하고 부드럽고 아름다운 연주여서 들으며 행복했다. 아 맞다, 이 3악장에서부터 첼로의 진가가 빛나기 시작했다. 부드러운 진중함. 여성 첼리스트의 진지한 풍부함은 거의 못 들어본 것 같은데, 남성 첼리스트가 표현하는 진중함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여성 첼리스트의 독주를 좀 더 듣고 싶어진다.
4악장: 이 4악장은... 세 분의 케미가 멋졌는데 피아노는 특히... 순식간에 형태를 바꾸어서 이 또한 놀랐다. 그물에 잡힌 햇빛이 떠올랐는데, 계속해서 형태를 바꾸는 햇빛의 화려함이 청량하게 굴러다녀서 쾌감이 컸던 악장이다. 보통 바이올린이 햇살을 담당하는 편인데 내내 피아노에서 햇살이 떠올랐던 공연.
강약이 잘 맞는 앙상블이 있는데, 미토스 트리오는 물론 강약도 잘 맞지만 특히 타이밍이 놀라울 정도로 잘 맞았다. 새로 시작하는 부분이라든가 끝나고 1, 2초 정도 기다렸다가 다시 들어가는 부분 등, 물론 바이올리니스트의 호흡 소리로 많이 시작하긴 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많았는데, 거의 모든 타이밍이 정확하게 맞아서 '이분들 호흡이 굉장하구나' 싶었다. 서로 많이 튀지 않고 피아노가 달리는 가운데 바이올린과 첼로가 사려 깊게 피아노를 들으며 함께 감응하는 느낌이었는데, 미토스 트리오 설명에 보니 트리오로서 사사를 받았다는 설명이 있는 것을 보았다. 각자의 악기로 사사를 받은 악기가 모여서 트리오를 이루는 경우에도 트리오나 앙상블의 속성상 호흡이 좋을 텐데, 아예 트리오의 단위로 사사를 받았다 해서 어떠할까 싶었는데 들으니 역시 짤떡 호흡이 인상적이었다. 서로를 훌륭히 채워주고 빛내주는 연주였다 생각한다.
나머지 두 곡은 유툽영상을 찾을 수 없네.
Giorgio Federico Ghedini - Due Intermezzi
두 악장으로 이루어진 곡인데, 역시 영상이 없으니 복기가 힘들다.ㅠ 상반된 느낌의 두 악장이 참 좋았는데.
Franco Margola - Piano Trio
이곡은 유튭 영상도 없고 인터넷으로 들을 수 있는 곳도 없기 때문에 복기할 수 없어 몹시 속상하다. 엄청난 이미지들이 몰아쳤던 곡인데.ㅠ 영상이 있었더라면 대박 엉뚱 상상 스토리를 신나서 풀었을 테다. 앞서 말했듯 시작부터 굉장히 드라마틱했던 곡이어서 마르골라의 다른 곡을 찾았더니 대사가 들리긴 하지만 그 정도로 강렬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연주의 힘이었으려나?
1악장에선 시작부터 펄럭이는 검은 망토. 어두운 밤, 말을 타고 누군가 달려가고 있다. 네, 슈베르트의 <마왕> 장면 되시겠습니다. 그런데 내 상상이 그렇듯 그냥 얌전한 <마왕> 이야기로 흐르진 않는다. 품에 안긴 아이가 조그만 남자아이가 아니라 꽤 성장한 소녀다? 그리고 그녀에게만 계속해서 들리는 마왕의 유혹. 눈보라 몰아치고 말은 달리고 아버지는 소녀를 품에 꼭 껴안고 마왕은 갈수록 더 노골적으로 소녀를 유혹하고, 소녀는 격렬하게 저항하고 매서운 바람이 휘몰아치고... 굉장히 드라마틱했다. 그런데 당연히 내 상상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마침내 소녀의 숨이 뚝, 끊겼는데, 죽은 소녀의 영혼을 탐하는 마왕, 그리고 그를 더욱 단호하게 거절하는 소녀의 영혼. 결국 소녀의 영혼은 천국으로 올라가고... 그런데 ㅋㅋ 여기서 못 말리는 내 상상에선 맨 마지막에 내내 검었던 마왕이 투명하고 하얗게 탈색되더란 거다. 그의 속성은 사람을 유혹하는 것이지만 그는 기실 자신의 유혹을 거절하는 사람을 만나야 구원받을 수 있었던 거거든. 유일하게 소녀가 끝까지 자신을 거절했기 때문에 비로소 구원받을 수 있어 기뻐하는 마왕. 이러고 곡이 끝났다. 곡을 듣는 내내 어마하게 강렬한 영화를 보는 기분이었다. 세 분의 연주가 그만큼 뛰어났기 때문이죠ㅡ인데 영상 없이 글만 읽으려니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을 게다. 영상을 들으며 읽어도 공감이 힘들 텐데, 내 상상은. ㅠ
2악장에선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펼쳐졌지. 처음 피아노가 시작하자 딱 펼쳐지는 건 빙산. 뭐, 빙산? 네. 빙산, 아이스버그 iceberg 말이죠. 온통 하얀데 가장자리와 굴곡을 따라 옅은 푸른색이 감돌던 커어다란 빙산이 보이는 거다. 그래서 '아니, 이거 뭐가 나오려고...' 걱정이 되었는데, 거대한 빙산 한가운데 공간이 있고 아가씨 한 명이 누워 있다? ...... 황당해진 나는 그 연상이 어떻게 연결될 수나 있을까 걱정이 커졌고. 그런데 갑자기 오른쪽에서 물소... 물소... 검은 물소가 등장하는 거다. 커다랗고 털이 수북한 버팔로. 고개를 숙인 채 등장한 지친 버팔로의 뒤에는 길다란 썰매가 묶여있다. 그런 물소에게 말을 건네는 이가 있으니, 아가씨의 침상 옆에 앉아 있는 요정이랄까 천사랄까. 아, 여기에서 상상이 마음껏 아스트랄해져서 감상을 그만 해버릴까 싶었는데, 이 이야기가 대체 어떻게 이어질까 궁금해서 계속 들었다. 음... 감상에는 구체적인 대사가 들렸던 거지만 영상도 없는 상태에서 그걸 다 옮기기엔 자꾸 허망해지니 간단한 뼈대만 잡기로 한다. 물소는 평생 인간의 짐을 실어 옮겨야 하는 학대를 당했다. 아가씨 옆을 지키는 뭔가는 아가씨를 죽인 자이다. 그가 죽인 이유는... 뭐, 다 떠오르긴 했지만 역시 허무하다. 영상이 있어도 공감이 안 되는 판에 영상이 없는데 더 말해 뭐하나 싶고. 에잇, 그만.
2악장에서 에너지를 다 썼다. 3악장에선 더 쓸 에너지가 없었어. 처음에는 세상이 창조되는 것이 떠올랐는데, 아, 창조가 아니라... 하늘과 빛과 물과 나무 등이 스스로 나왔달까. 진화도 아니다. 그냥 존재할 것들이 떄가 되어 자발적으로 나오는 느낌. 그렇게 이어지다... 아, 지친다.ㅠ 글로만 쓰면 뭐하나. 어차피 음악을 들으며 떠오르는 연상인 것이라 기승전결이 잘 갖추어진 소설도 아닌 건데. 음악이 있어야 그나마 함께 느껴보는 것이지, 이건 그냥 꿈이야기나 망상에 불과한 글이 되어 버리는 것이잖아. 좋았던 공연의 후기를 쓰면서 갈수록 시무룩해지는 건 또 처음이네.ㅠ
첫 번째 앵콜곡은 아리랑을 이탈리아 작곡가 친구분이 편곡한 것이라 했는데, 피아노가 배경을 받치는 가운데 첼로는 아리랑을, 바이올린은 진도 아리랑을 동시에 연주해서 신선했다. 우아하고 세련된 멋진 편곡이었다.
두 번째 앵콜곡은 첫 번째 곡 Francesco Cilea - Piano Trio in D Major의 2악장 스케르쪼였는데, 본곡 연주보다 몸이 풀리셔선지 훨씬 찬란하게 들렸다.
미토스 트리오 Mythos Trio의 피아노는 햇살이고 바이올린은 바람이고 첼로는 깊은 물이자 흙이다. 보통은 피아노에서 물기를, 바이올린에서 햇살을, 첼로에서 바람을 느끼는 편이어서 내게는 상당히 독특한 트리오로 기억될 것 같다. 세 분의 멋진 호흡 즐거웠어요. 멋진 공연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