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일신프리즘시리즈9] 김태형&이보경>
* 일시 : 2018년 11월 28일 수요일 19:30
* 장소 : 일신홀 02-790-3364
* 관련 페이지 : http://ilshinhall.com/gnuboard5/bbs/board.php?bo_table=sub201&wr_id=128
[PROGRAM]
Igor Stravinsky - Italian Suite for violin and piano
Niccolò Paganini - Caprices Nos.1&24 (violin solo)
Alfred Schnittke - à Paganini(violin solo)
INTERMISSION
Sergei Prokofiev - Sonata for violin and piano No.2 in D Major, Op. 94a
각 곡의 정보는 따로 예습하지 않고ㅡ게으르게도ㅡ프로그램 노트를 읽어 보고 좋으면 나중에 옮겨 실을 예정. 이번 곡들은 알프레트 시닛케Alfred Schnittke의 곡을 제외하고는 (내게) 조금은 편하게 들을 수 있는 곡들로 주로 구성되어 있어서 즐겁게 예습을 하고 있다.
아니, 즐거운 정도가 아니다. 내가 파가니니의 카프리스 24번을 직접 듣게 될 줄이야. 그동안 너무너무 기다렸는데 어째서 한 번도 실제 연주를 들은 적이 없었을까. 정말 기다렸다. 너무너무 기다린 곡이다. 예전 포스트를 보면 몇몇 오랜 유투브 동영상은 막혀 있는 경우가 간혹 있어서 되도록이면 한 곡당 두 개 이상의 영상을 올리려 애쓰고 있는데, 이번 포스트는 카프리스 24를 위해 가능한 영상을 줄였다. 영상이 많고 글이 길어지면 스크롤 압박이 심해져서는. 카프리스 24 한 곡으로 예습이 이렇게 즐겁다니.
아무래도 이보경 님의 바이올린 솔로곡이 있었던 만큼 관심은 이보경 님께 집중된 공연이었는데, 김태형 님과의 호흡이 훌륭했다. 한 분이 메인으로 연주하실 때 다른 한 분은 메인 연주자가 빛날 수 있도록 차분하게 잘 반주하셨고, 함께 조용히 부드럽게 연주하실 때나 강하게 달릴 때의 호흡이 전체적으로 찰떡처럼 짝짝 잘 맞아서 듣는 귀가 즐거웠다. 김태형 피아니스트는 어떤 순간에도 불안감 들지 않게 든든하게 연주해주셨어서 이보경 님의 연주가 더욱 빛났다.
이보경 바이올리니스트는 실력이 몹시 좋으셨다. 들으면 들을수록 한국인 연주자들의 기량이 정말 뛰어남을 절감하게 되는데, 이보경 님은 우선 곡 선택에서부터 확실하게 '테크니션'이심을 알 수 있다. 섬세하고 까다로운 바이올린 연주에 있어 테크니션이라 함은 일단 듣기에 편하다는 뜻이 된다. 그런데 지금껏 내가 들은 바에 따르면 테크니션 연주자가 감정 표현까지 절절하게 잘 하는 경우가 흔하지는 않은 것 같았다. 정확한 운지법과 표현법을 숙달하는 것 자체가 지극히 힘든 일이므로 그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이보경 님은 뛰어난 테크닉에 감정표현까지 좋으셔서 많이 놀랐다.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는 것이 정말 힘든 일일 텐데 말이다.
첫 연주를 들었을 때 든 생각은 '역시 실력이 뛰어나시다. 표현력도 좋다'였다. 그리고 동시에 '재능이 아깝다' 싶었다. 무슨 말이냐 하면, 바이올린이 재능을 못 따라간다는 것. 물론 훌륭한 바이올린으로 연주를 하셨을 테고, 특히 슈니트케 곡과 프로코피에프 곡의 경우 너무 좋은 바이올린으로 연주하면 바이올린이 상하지 않을까 싶은 부분이 있었다. 연주하신 바이올린이 가진 최상의 소리를 뽑아내신 솜씨가 거의 장인에 가깝다 느꼈으니. 하지만 아쉬웠다. 그 훌륭한 실력으로 스트라디를 연주하셨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
두고두고 생각하니 올 6월 일신홀에서 들었던 <크레모나 콰르텟>의 공연은 돈 주고도 듣기 힘든 명연주였다. 네 분 연주자 모두의 악기가 스트라디였다는 거. 정말정말 귀한 기회였다. 그것도 좋은 앞좌석에서 들었기에ㅡ물론 연주자분들의 실력이 뛰어났기 때문이지만ㅡ악기 자체가 갖는 위력이 어떤 것인지를 분명히 보았다. 그냥 줄 위에 활을 올려놓기만 해도 저절로 노래하던 요물같던 악기들.
다른 곡에서는 그래도 괜찮았다. 그런데 파가니니의 특히 카프리스 24번에서 바이올린은 너무 버거워 보였다. 노래하지 않으려 잔뜩 버티는 바이올린을 뛰어난 솜씨로 애써 달래며 혼내며 연주를 시키시는 것 같아 보였던 이보경 님. 현란하게 움직이는 그 팔과 손가락을 바이올린이 영 따라 노래해주지 못하던 그 느낌. 아주 힘든 부분, 소절을 건널 때마다 바이올린이 내던 이상한 신음소리. 와... 정말 안타까웠다. 이보경 님이 스트라디를 연주하면 어떠할까. 그 소리는 얼마나 천상의 소리 같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연주가 끝나고 일행에게 말했더니 똑같은 생각을 했다는 말. 이전 크레모나 공연을 같이 들은 일행이었기에 그것을 더욱 절감하는 것이리라.
이보경 님은 작고 마른 체형이셨다. 클라라 주미 강에 비하면 팔도 작고 손도 작다. 그래서 카프리스 24는 정말 힘들었을 것 같지만, 동시에 그래선지 운지가 가벼우면서 정확했다. 그리고 온몸을 써서 연주하심으로 파워 부분까지 커버하시는 모습을 보며, 정말 연주 잘 하는 분이란 생각이 들었다. 얼굴 가득 빛나던 자신감. '나 연주 잘 해요'라는 표정을 보며 '이 분은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연습과 연주를 해오신 분이구나' 생각했다. 천을 괴고 연주를 하셨음에도 불구하고 들어갈 때 목에 나 있던 상처는, 바이올린에 쓸린 부분이 아물 새도 없이 끊임없이 연습하신 결과일 것 같다.
또 한 가지 느꼈던 점은 지금껏 파가니니의 카프리스 24를 한 번도 들을 수 없었던 이유가 어쩌면 이 곡이 연주자 뿐 아니라 악기 자체에 너무 무리가 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점이다. 나야 연주자가 아니니 모르는 일이다. 다만 그만큼 유독 이 곡에서 바이올린이 힘겨워 하는 것 같았다. 나중에 앵콜곡으로 차이코프스키의 <멜로디>와 쇼팽의 <녹턴>을 들려주셨을 때, '세상 이렇게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는 바이올린이었어?' 하며 놀랐던 것을 보면, 카프리스 24가 심하게 버거운 곡이 아닐까 싶다. 지금껏 이 곡에 대해 내가 들은 동영상이나 CD 연주는 다들 이미 유명한 분들의 연주였기 때문에 최고의 악기를 사용하셨을 확률이 높다. 그래서 그렇게 매끈하게 노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참, 그리고 곳곳에 암(팔) 비브라토를 종종 사용하셨는데, 그랬던 것 치고 비브라토가 과하게 들리지 않았던 것은 또 신기했다. 그래서 깔끔하면서도 호소력 짙은 연주라 느꼈다. 또... 보잉이 끝난 뒤에도 계속해서 왼손으로 비브라토를 넣고 계시는 모습이 몹시 인상적이었다. 아마 우리 귀에는 들리지 않지만 연주자분의 귀와 몸에 남은 음파의 잔상을 끝까지 관리하신 것이 아닐까 싶다. 모르긴 몰라도 음반 녹음실에서 그런 처리를 하셨다면 확실히 잔음에 영향을 끼칠 것 같아 보였는데, 실제 연주도 훌륭했지만 CD로 들으면 굉장히 좋을 것 같다. 모든 음이 끝나고 나서도 잠시 동안 음이 사라질 때까지 멈춰 계시는 모습 덕분에 나 또한 사라지는 음과 느낌까지 집중해서 감상할 수 있어 더욱 좋았다.
뛰어난 실력에 섬세하고 풍부한 감정표현까지 훌륭했던 이보경 님과 멋진 호흡의 연주를 보여주신 김태형 님의 연주 잘 들었습니다.
프로그램 노트의 설명이 훌륭하여 각 곡의 제목 아래에 파란색으로 옮겨 적는다.
Igor Stravinsky - Italian Suite for violin and piano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Igor Stravinsky (1882-1971) - 이탈리아 모음곡 Suite Italienne (1933)
20세기 서양 음악의 혁명가로 불리는 러시아 작곡가 스트라빈스키의 작품세계는 세 시기로 나뉜다. 초기 작품들은 러시아 색채가 짙은 민요를 바탕으로 한 발레 음악 작품들로, <불새>, <페트르슈카>, <봄의 제전>이 이 시기의 작품이다. 이 작품들에서 스트라빈스키는 리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자신의 독특한 음악세계를 구축하였다. 중기작품들은 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프랑스와 미국으로 망명해, 대중적인 성공을 위해 조성의 부활과 화성적 종지, 형식미를 두루 갖춘 신고전주의 작품들을 쓰기 시작하였다. 대표작으로는 <바이올린 협주곡>과 발레 <풀치넬라>, 음악극 <병사 이야기>를 들 수 있다. 마지막 시기는 음렬주의로 1954년부터 68년 작품들인 <칸타타>, <7중주>, <악장들> 등이 있다.
<이탈리아 모음곡>은 발레 작품 <풀치넬라(Pulcinella, 1920)에서 발췌한 곡이다. 원작 <풀치넬라>는 신고전주의 작품이며 16세기 이탈리아 즉흥 가면 희극(Commedia dell'arte)과 같은 발레곡을 만들고 싶어했던 디아길레프의 요청으로 18세기 이탈리아 작곡가 페르골레시, 도메니코 갈로, 카를로 몬차 등의 음악을 바탕으로 스트라빈스키가 새롭게 발레음악으로 탄생시켜 초연에 성공하였다. 그후 1933년 스트라빈스키는 바이올리니스트 사무엘 두쉬킨(S. Dushkin)과 함께 바이올린과 피아노 듀오로 개작해 발표하였다. 총 6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발레의 내용처럼 풀치넬라와 핌피넬라의 사랑이야기를 해학적으로 표현했다.
1악장 introduzione는 작품의 오프닝곡으로 가장 유명하며 자신감 넘치고 신고전적인 활기찬 리듬과 변형된 화성이 특징이며 2악장 Serenata는 구애의 노래, 3악장 Tarantella는 매우 빠르고 경쾌한 춤곡, 4악장 Gavotta con due variaziioni는 변주곡 형식의 우아한 춤곡, 마치 주술을 외우는 듯 익살스럽고 빠른 음표로 가득한 5악장 Scherzino를 거쳐, 6악장 Minuetto e Finale에서는 풀치넬라와 핌피넬라가 화해하며 축제의 분위기로 마무리짓는다. 특히 마지막 부분은 스트라빈스키 음악의 전형적인 리듬을 느낄 수 있다.
1. Introduzione - [0:55] 2. Serenata - [3:09] 3. Tarantella - [6:10] 4. Gavotte con due variazioni - [8:46] 5. Scherzino - [12:27] 6. Menuetto e Finale - [13:49] Itzhak Perlman Samuel Sanders 1989.9.21 Tokyo.Japan Live
이자크 펄만.
이 <이탈리아 모음곡>의 원곡 발레작품 <풀치넬라 Pulcinella>영상이다. 풀치넬라는 이탈리아 민속희극에서 '어리석은 하인, 어릿광대'라는 뜻으로, 이 작품에서 하얀 가면을 쓰고 등장한다. 간단한 시놉시스로는 인트로 이후 프루덴자Prudenza 와 로제타Rosetta에게 구애의 세레나데를 부르는 두 남성 플로린도Florindo 와 클로비엘로Cloviello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 두 구혼자에게 두 여성은 물세례를 퍼붓고는 풀치넬라와 어울려 놀고, 풀치넬라의 여자친구인 핌피넬라Pimpinella가 등장해 두 여성을 쫓아내고는 풀치넬라를 혼낸다. 풀치넬라를 질투한 플로린도와 클로비엘로가 풀치넬라를 때리고, 풀치넬라는 죽은 척을 한다. 두 남성은 놀라서 도망가고 풀치넬라는 다가온 친구 푸르보Furbo와 작전을 짠다. 푸르보가 풀치넬라인 척 누워 있고 사람들은 풀치넬라가 죽은 줄 알고 장례를 치른다. 그때 마법사로 꾸민 풀치넬라가 등장해 주문을 걸어 푸르보를 살린 척 한다. 그리고는 마법사 분장을 벗어 던진 풀치넬라. 사람들은 소스라치게 놀라고... 그러고는 보시다시피 플로린도와 클로비엘로가 풀치넬라 분장을 하면서 풀치넬라는 계속 증식?한다. 결국 풀치넬라는 핌피넬라의 용서를 얻고, 풀치넬라-핌피넬라와 프루덴자-플로린도, 로제타-클로비엘로 세 커플의 결혼으로 막을 내린다.
보면서 계속 신동엽 님 캐릭터가 떠올랐는데, 우리 무용수분들 중 누가 잘 하실까 생각해 보니 지난 <말괄량이 길들이기>때 호르텐시오 역을 능청스럽게 해내신 김명규Aㅡ뀨투버ㅡ님이 떠올랐다. 엄청 잘 하실 것 같은데. 그리고 영상의 무용수분들 연기력이 정말 어마어마하다ㅡ는 연주회 후기를 쓰면서 난데없이 발레 감상이다.;;
Niccolò Paganini - Caprices No.1 (violin solo)
니콜로 파가니니 Niccolò Paganini (1782-1840) - 기상곡 Caprices (1820)
서양음악사에 전설적인 바이올리니스트로 회자되는 파가니니는 이탈리아 제노아에서 1782년 태어났다. 그의 바이올린 테크닉은 보는 이로 하여금 기염을 토하게 했고 기인적인 모습과 말투는 그를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로 불리게 만들었다. 그는 많은 명작들을 남겼지만 그 중 24개의 카프리스는 대표적인 작품으로 오늘날까지 모든 바이올리니스트들에게 도전적 과제로 여겨지는 작품이다. 파가니니가 그 누구보다도 어려운 곡을 쓰겠다는 신념으로 쓴 이 작품은 동시대 다른 작곡가들의 연습곡 같은 카프리스와는 달리 매우 자유롭고 아름다운 선율, 테크닉의 창의적 시도, 변화무쌍한 리듬이 풍부하게 들어있어, 단순 기교 자랑이 아닌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리스트, 슈만, 브람스, 라흐마니노프, 루토수아프스키 등은 파가니니를 추앙하며 카프리스 선율을 가지고 피아노곡들을 작곡했다.
기상곡 Caprice No. 1
24 카프리스 중 가장 짧은 곡이지만 강렬한 인상을 주는 곡이고, 활 리코셰(ricochet: 튕겨 켜는 아르페지오) 테크닉을 소화하지 못하면 연주가 불가능한 작품이다.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코드와 긴박한 이중 스토핑(double stopping)은 활 뿐만 아니라 왼손의 빠르고 현란함 또한 보여준다. 리스트가 자신의 '파가니니 대 연습곡(Grandes etudes de Paganini) 속에 이 작품을 선택했을 정도로 기상곡의 묘미가 잘 담긴 곡이다. 이 카프리스는 파가니니가 비외탕에게 헌정했다고 원전에 적혀있다.
→ 완전 멋진 설명이다. 아래는 리코셰에 대한 영상이다.
리코셰는 빠른 곡에 사용하는 주법으로 활을 아래로 스타카토로 튕겨서 연주한다고 한다. 활을 현과 수평을 이룬 상태에서 살짝 핑거보드(fingerboard 자판) 쪽으로 기울이면 반동도 많고 컨트롤에도 용이하다고 하네ㅡ는 손에 쥐어본 적도 없는 바이올린 주법 영상을 보고 있고 나는.;;; 해설이 너무 좋아서 그런 거라고요. 일반인으로서 이런 해설은 꿀이죠.
그리고 이 영상은 이중 스토핑에 관한 것인데, 그동안 '중음주법 Double-stops'이라 알고 있었던 주법인 것 같다. 이번 공연에선 유난히 이중 스토핑 주법이 많이 사용되었는데, 이보경 님의 거의 모든 음이 정확해서 감탄했다.
Augustin Hadelich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독일인 바이올리니스트 아우구스틴 아델리크. 듣는 내 숨이 찰 정도의 엄청난 스타카토를 깔끔하게 처리한다. 슐로모 민츠의 영상을 올리려 했으나 여기서 플레이할 수 없도록 설정되어 있어서는.
[감상 후]
'튕겨 켜는 아르페지오'라는 리코셰 설명처럼, 아르페지오처럼 들리는데 스타카토 느낌인 소리가 몹시 독특했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리코셰가 경이로웠던 연주다.
Niccolò Paganini - Caprices No.24 (violin solo)
기상곡 Caprice No. 24
파가니니의 대표적 멜로디로 잘 알려진 주제와 11개의 변주로 이루어진 곡이다. 많은 작곡가들에게 영감을 준 이 곡의 테마는 간결함과 재치로, 각각의 변주는 매우 독특하고 개성이 강한 양손 테크닉을 등장시켜 관객에게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짜임새가 탁월한 이 곡을 파가니니가 자신에게 헌정한 사실을 알게되면 얼마나 자기애가 강했는지 알 수 있다.
→ ㅋㅋ 파가니니가 자신에게 헌정. ㅋㅋㅋㅋ
아마 이렇게 연주하시는 게 맞을 게다. 아니면 카프리스 1번과 24번 조합으로 만든 새로운 버전이 있나? 찾으니 없는데...;; 내가 음악적 지식은 많이 짧아서 어떤지 모르겠다. 일단 내가 하고싶은대로(!) 24번을 따로 떨어뜨려 예습했는데, 아... 밤새 들을 수 있을 것 같지 뭔가. 행복하다.ㅠ
Jascha Heifetz, Violin
Emanuel Bay, Piano
동요 같은 경쾌함으로 시작하는 하이페츠라니. 넘 귀엽지 않아요? ㅠ 녹음의 음질따위 가뿐하게 지르밟는 전설의 하이페츠! 잘한다 하는 연주 영상을 아무리 들어도 결국엔 하이페츠로 귀결된다. 1:46의 매끈함 직후에 연결되는 거친 음의 대조. 자신있고 확신에 찬 보잉. 그리고 그 확신을 증명하는 정확한 박자와 운지. 3:48의 미친 피치카토, 그리고 연결되는 지극히 높고 여리고 맑은 고음. 하이페츠의 연주를 듣다 보면 그저 '완벽'이란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이런 영상이 있는 것은 정말 고마운 일이다.
[감상 후]
이 곡에 대한 감상은 위에 적었다. 너무너무 듣고 싶었던 이 눈부신 곡을 직접 들을 수 있게 해주신 이보경 님께 감사드린다. 언제 다시 직접 들어볼 수 있을까 이 곡을. 연주를 해주셔야지들.ㅠ
Hilary Hahn
21세기 바이올린의 3대 여제 힐러리 한. 차갑고 분석적이고 운지가 정확하며 경쾌한 운동성이 특징이라는 평을 받는 편이다. 오... 4:39부터는 다른 버전이 시작되네? 헉, 5:44의 공기같은 저 느낌은 뭐지? 그리고는 이어지는 6:03의 저 호소력. 희한하게 차가운데 어떻게 호소력이 느껴지는 거지. 누구의 편곡인지 궁금하네. 엄청 컬러풀하다. 이런 연주를 해주기만 한다면 종일도 들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David Garrett from the movie <The Devil's Violinist>
뭐... 깜찍한 날라리씨 데이빗 가렛이다. 파가니니의 생을 다룬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에서 파가니니 역을 맡아 연기와 연주를 했다는데 아직 그 영화를 본 적은 없지만 데이빗 가렛스러운 연주고 연기다? 관객들 쓰러질 만하죠.
József Lendvay
음. 이 버전은... 헝가리 출신 '집시가문의 젊은 거장'이라 불리는 요제프 렌드바이의 연주다. 내가 갖고 있는 CD와는 뒷부분이 살짝 다른데, (Tema con Variazioni) 때문인가? 몇 년간 CD를 듣지 않았어서 확실히는 모르겠네.
내가 파가니니의 카프리스 24번을 처음 접한 것이 이 CD를 통해서였다. 그래서 내게는 오랫동안 렌드바이의 연주가 이 곡의 정석으로 기억에 박혀 있었다. 최근에야 하이페츠나 힐러리 한 등 다양하게 들으면서 생각이 바뀐 것이지만, 그리고 CD에 있는 곡이긴 하지만, 이 앨범에 있는 그의 연주는 명쾌하고 정확하다. 다시 들어도 내게는 가장 익숙한 연주여서 편안하면서도 매력적으로 들리는 건 어쩔 수 없는 경험으로 인한 결과다. 추억과 버무려진 음악은 불가항력적인 것이지 않은가. 모든 음마다 박혀 있는 감정과 기억들이 묵은 먼지를 벗고 다시 색을 빛내는 것이니.
Paganini - Caprice No. 24, arranged by Leopold Auer for violin and piano
Ivry Gitlis, Violin
Tasso Janopoulo, Piano
그리고 이 영상을 이 곡에 대한 마지막 영상으로 싣는다. 자세히 들으면 여기저기 음들이 불안하게 들린다. 그런데 왜 실었는가. 모르겠다.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자꾸 눈물이 난다. 이브리 기틀리스의 연주는 처음 듣는 건데, 심장을 갈고리로 긁어내는 것 같다. 그런가 하면 4:15에서 천상의 비단줄이 내려와 듣는 귀를 미치게 만든다. 감정이다. 하이페츠와 힐러리 한의 연주와 다른 기틀리스의 이 연주는 감정에 대한 강렬한 지배다. 기슴에서 피를 토하는 것 같기도 하고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쥐어 뜯는 것 같기도 하며, 병적인 괴성을 지르는 것 같기도 한 그의 연주는 파가니니의 'caprice 변덕, 변주곡'이란 이름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다.
Alfred Schnittke - à Paganini(violin solo)
러시아 포스트모더니즘 작곡가 슈니트케는 구소련 엥겔스에서 태어나 언론인이자 번역가였던 아버지를 따라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머물며 음악공부를 시작했다. 후에 모스크바 음악원으로 돌아와 작곡을 배운 후 그곳에서 1972년까지 후진양성에 힘을 쏟았고, 작곡가로서 처음에는 생계를 위해 주로 영화음악에 참여했지만 점차 자신의 색깔이 드러나는 작품을 쓰기 시작했다. 그의 음악은 어린시절 영감을 주었던 모차르트와 슈베르트 등 고전 또는 바로크 시대 작품과 기독교 사상, 신비주의, 러시아 작곡가 쇼스타코비치로부터 강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탈리아 음렬주의 대표 작곡가 루이지 노노와의 만남 이후에 음렬주의 테크닉을 사용하기도 했지만 그는 자신만의 새로운 스타일 '다중양식주의'(polystylism)'을 창조하여 과거와 현재 스타일을 상징하는 멜로디를 대조 또는 비교를 위해 병치시켜 작곡하였다. 진지한 음악과 가벼운 음악의 통합을 원했던 그는 구소련 시대 아방가르드 음악을 이끌었고, 1985년 뇌출혈로 세 번이나 뇌사 판정을 받고 다시 살아난 후에는 암울하고 내향적인 느낌이 강한 작품들을 남겼다. 대표작으로 교향곡 1번, 합주협주곡 1번, 피아노 5중주, 혼성 합창을 위한 협주곡, 오페라 <Life with an Idiot>, 다수의 현악 협주곡 등이 있다.
A Paganini(1982)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파가니니에 대한 예찬과 경의를 표한 작품이며 새로운 음색의 시도가 돋보이는 곡이다. 느슨한 주제와 변주 방식인 이 곡은 파가니니의 혼령을 불러 일으키듯 미분음의 떨림으로 시작한다. 그 혼과 마주하기 위해서 제전을 벌이는 것처럼 점점 클라이막스로 향하고, 곡 중간에는 슈니트케의 '다중양식주의'가 매우 뚜렷이 나타난다. 슈니트케는 곡의 주제음들에서 추출한 짧은 코드와 연속음들 사이에 파가니니 카프리스 10, 13, 4, 17, 6, 1, 5, 9, 19, 14, 24, 23번의 선율을 짤막짤막하게 붙여넣었는데, 만약 카프리스 곡들을 알고 듣는다면 이렇게 인용한 점이 흥미로울 것이다. 곡의 마지막은 마치 혼이 사라지듯 바이올린 G선을 풀어 두터운 비올라 음역대까지 내려가는데, 17세기 바이올린 음악에서 유행했던 주법 '스코르다투라 (Scordatura: 현악기의 변칙적인 조율법)'를 색다르게 보여주며 끝맺는다.
Ilya Gringolts
그렇지. 일신 프리즘 시리즈인데 이런 현대음악적인? 현대음악이 있는 거지! 러시아 태생으로 '영혼을 노래하는 바이올리니스트'라는 별명을 지닌 일리야 그린골츠.
[감상 후]
아... 파가니니의 카프리스 곡들을 다 알았더라면 정말 신났을 텐데. 이번에 들은 1번과 24번 만을 짚어 보자면ㅡ이번 프로그램 노트에서 배운ㅡ활 리코셰가 특징적인 1번은 5:40에 나타나고, 5:54와 5:59에서는 24번이 섬광처럼 번득인다. 좀 더 많이 등장하는 것 같긴 한데 정확히 알지는 못해서. 직접 듣기론 몹시 화려했다. 예습했던 곡들 중 예상보다 아주 좋았던 곡이었다. 그만큼 연주가 훌륭했기 때문이다. 아 참, 프로그램 노트의 설명처럼 정말 파가니니의 영혼이 나타나서 작곡가, 연주자, 그리고 관객인 나에게까지 교감하는 것 같았다. 살짝 으스스하면서도 파가니니 곡으로 말을 건네고 대화하다가 사라지는 장면까지 선명하게 연상되었다.
Sergei Prokofiev - Sonata for violin and piano No.2 in D Major, Op. 94a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 Sergei Prokofiev (1891-1953) -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2번 D장조
전통과 개혁적인 양식을 적절히 융합시켜 신고전주의 스타일을 고수한 러시아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는 현재의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태어났다. 상트 페테르부르크 음악원 교수였던 글라주노프, 림스키-코르사코프, 리아도프를 사사했으나 유년기의 프로코피예프는 음악원의 교육방법에 만족하지 못하며 지루함을 느껴 오만함과 별난 행동을 종종 보였는데, 후에 그의 작품에서 등장하는 풍자와 조롱의 어조가 이런 성격에서 나온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는 1953년 61세의 나이에 뇌출혈로 갑자기 사망했는데, 공교롭게도 당시 지도자 스탈린도 같은 날 사망하여 3일 동안이나 장례가 지연되기도 했지만 후에 그의 음악은 영원한 빛이 되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바이올린 소나타 2번은 프랑스 명 플룻티스트 죠르쥬 바레르 Georges Barrere)의 연주에서 영감을 받아 쓴 작품으로 원래는 플루트를 위한 소나타였다. 초연 이후 작곡가와 절친한 사이였던 20세기 명 바이올리니스트 다비드 오이스트라흐의 조언으로 프로코피예프가 바이올린 소나타로 편곡하였다. 그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은 구소련의 탄압을 애도하는 분위기였다면, 소나타 2번은 작곡가가 좋아했던 20세기 중반에 유행한 신고전주의 스타일이 물씬 풍기며 맑고 아름다운 멜로디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총 4개의 악장으로 쓸쓸하면서도 서정적인 선율로 시작하는 1악장 Moderato와 가볍고 재치있으면서 변덕스러운 2악장 Scherzo: Presto, 클래식한 분위기 속에서 재즈의 블루스적인 선율이 등장하여 묘한 매력을 불러 일으키는 3악장 Andante, 그리고 템포의 변화가 종종 있지만 힘차고 신나며 때론 달콤한 선율이 흐르는 4악장 Allegro con brio로 구성되어 있다.
0:00 - Moderato 8:04 - Presto 12:51 - Andante 16:49 - Allegro con brio
Shlomo Mintz, Violin
Yefim Bronfman, Piano
러시아 출생 유태인 바이올리니스트 슐로모 민츠와 러시아 피아니슴의 적통이자 오케스트라의 가장 선호하는 협연자라 하는 예핌 브론프만의 연주. 흐음... 그동안 내 귀가 많이 달라지긴 했네. 일신홀 프리즘 시리즈 듣기 전만 해도 스트라빈스키와 프로코피예프는 내 귀에 좀 불편한 작곡가들이었다. 특히 스트라빈스키는 <봄의 제전>을 수없이 들었고 발레로 접했음에도 불구하고 영 친숙해지지 않았더랬는데, 1년 좀 넘게 일신홀의 프리즘 시리즈를 들어온 지금, 스트라빈스키와 프로코피예프의 곡이 오히려 편하게 들린다??? 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예습하다 보니 이번 공연에서 1부 마지막 곡인 이브리 기틀리스 Ivry Gitlis의 곡이 가장 얼... 그나마 프리즘답다?고 느끼는 곡이고 나머지는 편하고 아름다운 곡... 으로 내게 다가온다. 1년 동안 일신홀의 프리즘 시리즈가 나를 이렇게 바꾸어 놓았어! 기쁘고 영광스러운 변화다. 고맙습니다, 일신홀.♥
[감상 후]
전통과 혁신, 그 특징을 잘 느낄 수 있는 곡이었다. 마지막 곡 즈음에는 나의 감상 집중력이 많이 떨어졌어서 아쉽지만, 김태형 님과 이보경 님의 호흡이 몹시 빛나는 열정적인 연주였다.
앵콜곡은 차이코프스키의 <멜로디>와 쇼팽 녹턴 C#단조였는데 영상을 올릴 에너지가 없다... 이것으로 후기를 마친다. 훌륭한 공연을 즐길 수 있게 해주신 김태형, 이보경 님과 일신홀에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피아니스트 김태형
실내악에 대한 남다른 소신과 열정으로 김태형은 2013년 6월 트리오 가온(Trio Gaon)을 결성하여 바이올리니스트 이지혜, 첼리스트 사무엘 루츠커(Samuel Lutzker)와 함께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금호아시아나솔로이스츠,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대관령국제음악제, 코스타리카 크레도마틱 페스티벌을 포함한 국내외 실내악 축제에 지속적으로 참가하고 있다.
김태형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강충모를 사사했으며, 독일 뮌헨 국립음대에서 엘리소 비르살라체(Elisso Virsaladze)의 지도 아래 최고연주자과정(Meisterklasse)을 마치고 이후 모스크바 차이코프스키 음악원에서 비르살라체의 지속적인 가르침을 받았다. 또한 뮌헨 음대에서 헬무트 도이치(Helmut Deutsch)의 사사로 성악가곡반주 최고연주자과정(Liedgestaltung Meisterklasse)을 졸업하였고 실내악 지도의 명인 크리스토프 포펜(Christoph Poppen)과 프리드만 베르거(Friedemann Berger) 문하에서 실내악 과정(Kammermusik) 역시 수학하였다.
김태형은 2008년부터 2014년까지 대원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았으며 2015년 현재 한국의 프레스토 아티스츠(Presto Artist and Management), 유럽연합의 바인슈타트 아티스트 매니지먼트(Weinstadt Artists Management), 러시아의 스몰아트 콘서트 에이전시(SMOLART Concert Agency) 소속 아티스트로서 전 세계를 무대로 연주 활동을 하고 있으며, 2018년 9월부터 경희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이보경
올해 6번째 정규앨범(이자이 솔로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을 발매한 이보경은 내면의 소리에 충실한 바이올리니스트이다.
따뜻하고 투명하며 기품 있는 리리시즘 연주자로 정평이 나 있는 그녀는 예원 재도학 중 도미, 전액장학생으로 미국 커티스 음대 졸업(Aarond Rosand), 프랑스 파리국립고등음악원(CNSMDP)에서 최고연주자과정(Jean-Jacques Kantorow)과 파리국립음악원 실내악 최고연주자과정을 최우수 졸업하였다. 그 후 세계적으로 저명한 교수 György Pauk, Ida Handel, Pierre Amoyal, Igor Ozim, Zakar Bron, Mark Lubotsky의 마스터 클래스와 음악캠프, 아카데미를 통해 연주와 음악적 공부를 계속 하였는데 다수의 아카데미와 마스터클래스에서 라이징 스타로 발탁되어 연주했으며 스위스 로잔 아카데미 초청 실황연주는 방송 및 음반으로 제작되었다.
그녀의 뛰어난 연주력은 이미 국내외 유명 콩쿨에서 인정받았는데 윤이상 국제 음악 콩쿠르 1위 수상을 하면서 심사위원장이였던 Saschko Gawriloff에게 “온화하면서도 예리함을 놓치지 않고 마음을 움직이는 연주를 하는 바이올리니스트”라는 평을 받았고, 이태리 제노아 파가니니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독일 뮌헨 ARD 국제 음악 콩쿠르 등에서 특별히 파가니니 카프리스와 현대작품 연주에 극찬을 받으며 입상과 높은 성적에 랭킹 되기도 했다.
현재 리베아트홀 상주 아티스트이자 앙상블 리더, 청소년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으로 활동중인 그녀는 J.B.Vuillaume으로 연주하고 있다.
ㅡ출처: http://ilshinhall.com/gnuboard5/bbs/board.php?bo_table=sub201&wr_id=128 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