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daelimmuseum.org/onViewTab1.do
↓ 아래는 티몬에 있는 전시 소개글.
전시에 관한 훌륭한 요약과 사진은 이 소개글을 참조하시길.
가보고 싶었던 대림미술관.
바깥의 D건물?에 매표소가 있다.
2층
SKINHEADS
입술 안쪽에 skins라고 문신이 그려져 있다.
스킨헤드는 노동자들의 모임이었던 것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거친 극우주의자 모임으로
그 성질이 변질된 것으로, 민머리처럼 짧게 깎은 머리와 청바지, 문신, 민소매 티셔츠 등이 상징이다.
PORTRAITS
뭐랄까, 몹시 간결하단 느낌이 들었다.
군더더기 없다?
남녀 관계에 대한 통념적인 표현이 뒤바뀌었다.
이 사진. 상당히 놀랐다.
난 여성임에도, 한 번도 여성의 임신한 몸을 아름답다 생각한 적이 없다.
내게는 그저 기괴한 변형으로만 인식되었다.
그 어떤 셀럽의 화려한 임신사진을 보았어도
아름답지도, 신비롭지도 않았다.
Ugly & Grotesque, 라는 단어만 떠올랐을 뿐
ㅡ 중학교 입학 이후 변함 없이 가져온 느낌이다.
이 사진이라 해서 오코너의 몸이 '아름답다' 느끼는 건 아니다.
다만 처음으로 '신비롭다', 혹은 '참신하다'란 생각이 든다.
배에 보름달을 안은 것 같다.
잘못 보면 배가 뒤돌아선 엉덩이 같기도.
DESIGNER MONOGRAPHS
현대적 긴 코트에 버슬드레스의 뒷부분을 붙여 넣은 것 같은 의상이 눈길을 끈다.
모델의 얼굴이 아닌 옷을 극적으로 강조하여 표현한 작품이라 한다.
여성 모델을 중성적인 이미지로 찍었는데, 당시에도 그러하고 지금까지도
패션사진으로서 여성을 찍을 때 성적특질을 강조하지 않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 한다.
도슨트께서는 이 작품에서 매니쉬하게 표현된 여성모델을 강조하셨는데,
내 눈에는 빈 옷만 소파에 얹어 놓은 듯 푹 꺼진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나른했어.
이건 그냥 예뻐서.
3층
PAINTING & POLITICS
너무나 유명한 사진이다.
일찍이 세계적으로 베이비 페이스 열풍을 시작했던 데본 아오키가 모델인지라 더욱 그러하고.
근데 이 섹션엔 인상적인 작품들이 많았다.
포토샵 작업을 거친 것들인데, 피눈물을 흘리며 누워있는 모델의 온몸을
많은 못이 뚫고 나와 있는 사진이라거나,
모델의 옷과 피부를 바늘로 꿰맨 사진 등.
"아름다운 것 뿐 아니라 공포스러운 것, 기괴한 것도 사람의 시선과 마음을 끄는 것으로,
그 또한 인간의 본능이다", 가 메세지라는 도슨트분의 말씀.
음... 동의하지 않는다.
기괴한 것도 종류가 있지, 신체훼손은 언제라도 불쾌할 뿐이다, 내겐.
이 작품을 보자마자 이전에 <jj> 포스팅했을 떄 같이 올렸던, Crajes의 그림이 떠올랐다.
Crajes
바로 이것. 흠?
효과는 Crajes의 것이 더 큰데, 닉 나이트의 작품은 모델이 무려 뷔욕이다.
어울리지 않을 수 없지.
조명이 이상한 위치에 카메라에 잡혔네.
뭐, 뱀뱀거리면 천경자 화백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다.
이건 참 아름다웠는데, 내 키에선 저렇게 밖에 찍을 수 없었어서 안타깝지만
모델의 눈이 밴드로 가려져 있다.
부서질 것 같던 느낌을 노골적으로 표현한 사진.
모자를 자세히 보세요.
재밌어서.
그리고 3층 다른 방에 본격적으로 신체훼손을 통해
반전反戰, 편견의 부당함 등 강렬한 메세지를 표현한 작품들이 있었다.
도슨트 설명을 들으면서 정말이지 '꿈보다 해몽이 중요하구나' 싶었는데,
설명을 들으니 불쾌하기만 하던 작품들에 의미와 가치가 스며들었다.
중요한 메세지만 받아들였고, 사진은 찍지 않았다.
도슨트분들 사이에선 '에네르기 파워'라는 애칭으로 불린다는 작품.
아홉 번을 따로 찍어서 포토샵으로 연결시킨 것이라 한다.
모델분들이 와이어에 대롱대롱 매달려서 촬영하는 동영상을 보여주셨는데,
가만히 한 명 한 명 보면 코믹하기도 하고 다채로운 표정을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아 그런데 난 사진을 왜 이렇게 못 찍었지.
사진 찍는 내 손은 흙손이다.
검은 진주 나오미 켐벨.
2층에도 옷을 강조하기 위해 모델을 그림자 처리한 작품 속에 그녀가 있었다.
이 작품 직접 보면 순수하고 깨끗하고 참 예뻐.
인도의 홀리축제를 보고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홀리축제에서 사람들은 서로에게 색깔가루를 뿌린다는데,
실제로 런웨이를 했을 때 모델들이 걸으며 포즈를 취할 때마다 옷에서 색깔가루가 떨어졌다고.
동영상을 보여주셨는데, 큰 임팩트는 없었다.
묘사가 필요 없는 이 사진이 300% 낫다.
STILL LIFE & KATE
케이트 모스. 케이트 모스. 케이트 모스.
대체 그녀의 절대 매력이 무엇이기에 수많은 예술가들이 그녀를
자신들의 작품에 앞다투어 담는단 말인가.
아직 미학적 막눈인 나는 모르겠다.
분명히 내가 좋아하는 계열의, 말하자면 '차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지니긴 했는데
어째서 전세계적으로 그녀에게 그토록 열광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
그런 눈은 어떻게 키우는 걸까.
이 작품은 그림과 조각을 한 쌍으로 하여 만든 작품이다.
같은 케이트인데 위에는 흑인으로, 아래엔 하얗고 하얀 백인으로 표현
ㅡ한 것은 좀 식상한 점이었다ㅡ한 것으로, 인종과 민족의 편견을 뛰어 넘어
아프리카를 돕자는 캠페인에 사용된 사진이라고.
아래의 조각은 3D 프린터를 사용해 만든 작품이다.
철학은 신학의 시녀니, 미술은 문학의 하인이니 뭐니 했더랬지만
21세기는 명실공히 과학이 절대유일신인 시대가 아니겠는가.
"예술이건 문학이건 철학이건 죄다 과학 밑으로 알아서 기어!"
ㅡ라는 호통이 가는 곳마다 귀를 쩌렁쩌렁 때려대니 원.
시끄러워 다닐 수가 있나.
이 외에도 3층에 꽃사진이 있었는데, 일부 꽃의 잉크가 흘러내린 것과
꽃잎이 온전한 것을 혼합하여 만든 작품들이 있었다.
별 감흥 없어 찍진 않았다.
그 작품의 책갈피는 샀지만.
4층
FASHION FILM
4층에 올라가자 동영상과 사진들이 같이 배치되어 있었다.
과학.
흠. 내 폰카로는 역시 느낌이 안 사네.
아마 작품 이름은 2번 맨 위의 Zora가 아닐까 한다.
르누아르와 모네와 쇠라의 중간 어디쯤의 느낌이었는데 전혀 그 맛이 안 나네.
아 참 르누아르전 한다면서, 모처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나는 사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인물사진은 더더욱.
오래 전, 엄마의 이전 선생님을 뵈었을 때 내게 "사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물어보셨었다.
나는 "아름다운 경치를 보면 사진에 담고 또 담다가, 아름다움이 극치가 되는 그 순간은 사진기를 내려놓고
눈 숙에 담게 됩니다"라고 답했었다.
내 답을 들으신 선생님께선 빙그레 웃으시며, "사진쟁이들은 말이야, 사진에 담다, 담다, 최고의 그 순간은
목숨을 걸고 사진 속에 담고 싶어하지"라 말씀하셨다.
그때 알았다. 난 사진쟁이는 될 수 없겠구나.
무엇이든 최상의 아름다움은 내 두 눈 속, 기억 속에 저장한다, 라는 것이 고 1 올라가던 때 결정한 바였으니까.
선명하게 기억한다. 오랜 고민 끝에 그것을 결정했던 순간을.
하여, 사진을 찍는 내 손이 흙손 중의 흙손임이 낯설지도, 부끄럽지도 않다.
사진은 나보다 마녀가 훨 잘 찍어.
가만 보면 마녀가 잘 찍는 것은 훨씬 많은 정성을 들이기 때문이다.
삼천포였고.
사진에 그다지 열광하지 않는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예쁜 건 예쁜 것이라
아름다운 유명 셀럽들을 사진 속에 멋드러지게 담은 것으로 유명한 닉 나이트의 작품을 보기로 했던 것인데
아... 내 기대와는 꽤 많은 차이가 있는 전시였다.
나쁜 의미는 아니다. 많은 것을 깨달았고, 과학의 힘과 에또...
뜬금 없이 언어의 힘을 새삼 절감한 시간이었다?
암튼, 막연히 엉뚱하게 제멋대로 오해하고 있던 닉 나이트의 작품들을
훌륭한 도슨트분 덕분에 조금이나마 제대로 보게 되었단 것이 귀한 경험이었다.
무엇보다...
오랫동안 그토록 가고 싶어했던 대림미술관에 드디어 다녀왔다는 기쁨도 크다.
옆의 카페도 좋았고, 직원분들은 냉랭한 듯 친절한 듯 좀 묘했다.
미술관 건물 자체가 연결된 듯 떨어진 듯 했으며?
도슨트께서 평일 치고 유난히 관람객이 많아 깜짝 놀랐다, 고 하셨는데 아 왜. -_ㅜ 내가 간 날 하필 사람이 많은 거니.
대림미술관에 가봤으니 이제 내 공간에서 가까운 D뮤지엄도 가 봐야지.
대림미술관은 전시의 성격부터 전시 스타일ㅡ전시실이 개방된 듯 아닌 듯 하다? 그리고 전시실에서
1층 기념품샵에서 나오는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묘한 곳이야, 증말ㅡ, 도슨트분의 말투나 진행방식,
심지어 관객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젊었다'.
예당이나 세종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 시립미술관 등 유명 대형 미술관들과는 확실히 구별된다.
미술관의 하콘? 사실상 콘서트와 전시회가 접목된 이벤트도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아니면 미술계의 홍대 대형 인디밴드공연클럽이랄까.
아... 이상한 소리 하는 거 보니 졸린 것이 맞다, 나는.
잠꼬대 그만하고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