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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let

[발레] 백조의 호수 Swan Lake by 마린스키 발레단 @ 예술의전당 ㅡ 코르 드 발레의 교과서

by Vanodif 2017. 11. 13.












일단 프로그램북에 있는 설명을 발췌해 올려 본다.



마린스키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오늘날 대중에게 알려진 발레 <백조의 호수>는 기교 넘치고 흥미진진한 전개를 이끌어낸 마리우스 프티파와 몽환적이고 낭만적인 표현을 꾀한 이바노프의 합작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백조(Odette)의 서정성과 흑조(Odile)의 기교는 서정적인 신비로움과 스펙타클한 고전의 포용으로서 오데트와 오딜의 극단적인 대비를 통해 낭만과 카리스마를 동시에 이끌어내는 작품이다. 우아함과 비극의 고통을 표현하는 섬세한 날개짓, 잘게 부수어진 토 끝으로 무대 전체를 휘감으며 마치 물 위를 떠다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발 스텝, 무대를 꽉 채운 백조들의 가볍지만 규칙적인 라인의 표현은 인간세계를 초월한 듯한 영적인 기교를 숨죽이고 바라보게 하는 동시에 역동적이고 기민성이 엿보이는 화려한 고난도 기교에 탄성을 자아내게 된다.


Act1의 1장에서는 지그프리드 왕자의 성년을 축하하기 위한 연회와 궁중 왈츠가 펼쳐진다. 화려한 장식으로 치장한 여인들과 술잔을 치켜들며 기품 당당한 남성들의 여유로운 축하연에 이은 왈츠는 동선이 시시각각 바뀌는 다채로운 무대가 펼쳐진다. 왕자의 친구인 베노와 두 여인의 3인무인 파 드 트로와(Pas de trois)는 뛰어난 기교가 드러나진 않지만 젊은이들의 생동감을 표현한 안무로, 3인의 군무와 세 명 각각의 솔로작품, 그리고 코다(Coda)로 이어지며 1막 1장의 대표적인 관전 포인트 중 하나이다.


2장에서는 백조들의 등장으로 무대 위가 눈이 부신 가운데 일직선의 구도를 유지하며 무대를 일사천리로 누비는 군무가 인상적이다. 지그프리트와 오데트의 운명적인 만남이 이루어진 그랑 아다지오(Grand Adagio)에서는 수십 마리의 백조가 미동도 않고 그림처럼 줄지어 서 있는 가운데 두 사람은 영원한 사랑을 약속한다. 1막에서 또 하나의 볼거리는 <백조의 호수>에서 주역들의 등장 이외에 가장 인기 있는 춤 중 하나로 꼽히는 2장의 '네 마리 백조'이다. 줄지어 서 있는 수십 마리의 백조들 중 네 마리의 백조가 손을 잡고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마치 네 마리가 원래 하나인듯 좌우로 이동하며 발끝과 시선만으로 백조 특유의 몸짓을 구현한다.


백조의 대표적인 움직임인 '날개'를 표현할 수 있는 팔은 서로 얽혀져 있어 폴트 드 브라(Port de bras)를 전혀 할 수 없고, 네 명의 발레리나는 목과 다리만 움직일 수 있는 상태로 무대에 등장한다. 같은 넒이의 보폭과 같은 높이의 점프, 정확히 일치하는 시선 등 완벽한 하나의 움직임을 위해서는 네 명의 발레리나가 숨쉬는 순간조차 맞춰 치밀한 연습을 해야 한다. 자로 잰 듯 일사불란한 다리의 움직임과 목덜미의 깃털을 고르며 시선을 따라 고개짓을 하는 네 마리의 백조를 표현한 이 안무는 백조의 호수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장면이다.


Act 2에서는 무도회에 초청된 각국의 민속춤(Danse Espagnole, Danse Napolitaine, Czardas, Mazurka 등)을 볼 수 있다. 이는 디베르티스망(Dibertissement)이라고도 하며, 클래식 발레에서 다양한 볼거리를 위해 삽입한다. <백조의 호수>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바로 2막에서 오딜의 등장이다. 인터미션 바로 직전까지 청촨 순백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던 백조 오데트는 관객들이 잠깐의 휴식을 즐기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의상과 분장 뿐만 아니라 내면의 감정선까지 모두 오딜이 되어야 한다. 오딜이 무대에 등장한 순간 모든 관객의 관심은 오데트와 오딜을 동시에 연기하는 발레리나의 표현력에 집중된다. 전혀 다른 분위기의 흑조 오딜 2인무인 그랑 파 드 되(Grand pas de deux)는 Act 1의 백조 오데뜨 2인무와 동일한 발레리나와 발레리노가 연기한다는 것조차 잊게 만들 만큼 극단적인 대비가 된다. 특히 2인무 코다(Coda)에서 흑조 오딜의 독보적인 카리스마를 표현하는 32번의 회전, 그랑 푸에떼(Grand Fouette)는 클래식 발레에서 발레리나의 최고 난이도 테크닉으로 꼽힌다. 발레리나가 32회전을 마치는 순간 관객들은 일제히 안도하며 자신도 모르게 환호하게 된다.


Act 3은 순백 낭만의 1막과 검은 카리스마의 2막을 거쳐 온 지그프리트의 감정으로 시작한다. 백조들과 흑조들, 마법사 로트바르트가 지그프리트를 혼란스럽게 하고 오데트의 순백색 움직임은 신비와 낭만을 내보이며 슬픔과 절망을 오가지만, 결국 사랑의 힘으로 둘의 사랑이 이루어져 무대는 순백의 백조들로 가득차며 막이 내린다.

ㅡ프로그램북 발췌



한 눈에 감상포인트를 다 짚어주는 좋은 설명이네. 덕분에 포르 드 브라 Port de bras 새로 배웠다. 근데 아... 무슨 에너지가 프로그램북 발췌 타이핑을 하니 고갈되냐, 저질 에너지 같으니ㅡ라기엔 <안나 카레니나>와 <슈팅스타> 포스팅 첨가를 마친 후라 에너지가 떨어졌다. 밀린 후기 쓰려니 힘겨워, 헉헉.


어제 일요일 막공연이 아시아인 최초 마린스키 발레리노 김기민 님의 공연이었다. 기대대로 인기가 대단하셨다 하네. 나는 금요일은 이영우 님 독주회가 예약되어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어 토요일로 예매했었다. 토요일 공연은 이리나 사포즈니코바와 세르게이 우마넥이 오데트/오딜과 지크프리트를 맡으셨다.


마린스키. '바로 그 마린스키 발레단'이 아닌가. 세계 최고 발레단에 손꼽히는. 해서 기대가 대단했다. 외국 발레단의 공연은 10년 쯤 전이었나... 영국 로열 발레단 공연을 마지막으로 보았던 것 같은데 자세히 기억이 안 나네. 기록이 이렇게 중요하다. 기록을 않으면 다 휘발되고 소멸되니까. 물론 무의식 속에 감성으로 암호화되어 내재되겠지만 적확한 정보를 불러들일 수가 없다. 암튼 세계 최정상 발레단의 내한 공연이라 발레 매니아들은 난리가 났다. 나야 뭐 매니아라기 보단 팬 정도 수준이지만서도. 나도 덩달아 난리가 났다. 가격이 사악했는데 (아 징차... ㅜㅠ 사랑해요 국립발레단, 유니버설 발레단, 그리고 우리 예당 ㅜㅠ), 무대니 의상이니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쓴 것을 보니 납득은 갔지만 그래도 아... 우리나라 발레의 몇 배야... ㅜㅠ 예당과 국립/유니버설 덕분에 발레를 저렴하게 즐기는 것은 관객으로서 너무나 큰 혜택이고 기쁨이지만, 뮤지컬이나 다른 공연에 비해 발레의 관람료가 너무 착한 건 사실이다. 덕분에 내가 여러 번 볼 수 있는 것이긴 하지만서도. 거 참 고마운데 속상하고 속상한데 고맙고 그러네. 아 또 삼천포.


일단 전체적인 느낌으로 사람들이 컸다? 그 예당 오페라 극장이 줄어들었을 리는 없고 사람들이 조금씩 키도 크고 몸도 크고 그랬다. 여성 무용수분들이 꽤 컸는데도 남성 무용수분들이 워낙 크니까 전혀 문제가 안 되어 보였다. 우리나라 남성 무용수분들 굉장히 멋지고 키도 크고 비율도 좋으신데... 러샤인들 신체조건을 무슨 수로 이기나. 여성 무용수분들의 신체는 조금 크게 늘여 놓았고 머리가 작을 뿐 우리나라 무용수분들과 크게 차이가 없어 보였다. 그런데 남성 무용수... 특히 지크프리트 역을 맡으신 세르게이 우마넥은... 남성 뒷모습에서 다리가 몸의 절반을 훨씬 넘는 사람은 정말 드물게 본 것 같다. 거기다 키가... 이재우 님이랑 비슷하거나 더 크겠던데?? 미, 믿을 수가 없었다. 신체적으로는 모두가 조금씩 길게 늘여놓은 것으로. 그리고 아무래도 백인이다 보니 발레의 분위기에 잘 어울려서 보기에 예뻤다.


연기는 음. 전체적으로 모든 동작이 품위 있고 고상했다. 특히 세르게이 우마넥의 경우 동작이 곱고 아름다워 굉장히 로맨틱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지금 찾아 보니 김기민 님이 '화려하고 완벽에 가까운 테크닉과 힘'이라면 세르게이는 '서정적이고 로맨틱한 분위기의 영웅'이 특징이라 하네. 거 참. 근데 그런 성격이 전체 안무 스토리와는 살짝 안 맞았지 뭔가. 너무나 고상하고 점잖고 로맨틱한 백마 탄 왕자님이신데 맨 끝에 로트바르트에 맞서 싸워 모두를 구원한다?라는 흐름이 좀 의아했다. 화려하고 힘찬 김기민 지크프리트였다면 어울렸을 것 같은데. 세르게이에게는 차라리 유니버설 발레단의 안무 버전이 조금 더 어울렸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내 눈에 익지 않아 그러나? 올해 유니버설의 <백조의 호수>와 이번 마린스키의 <백조의 호수>는 기본적으로 프티파와 이바노프의 안무를 사용했기에 많이 비슷하지만 끝부분이 살짝 다르다. 유니버설의 버전은 오데트와 지크프리트가 함께 로트바르트를 물리치는 반면, 콘스탄틴 세르기예프가 개정안무를 맡은 마린스키 버전은 힘없이 쓰러진 오데트를 순전히 지크프리트가 들어 올려 구한다는 설정인데 그렇게 난데 없이 힘없게 당하는 로트바르트가 살짝 의아했었다. 하지만 신체조건 자체가 왕자 역할에 잘 어울렸고, 모든 동작이 몹시 우아하고 아름답고 좋았다. 한 가지, 가격 때문에 4층에서 오페라 글래스와 함께 보았던 터라 도약의 높이가 잘 가늠이 안 되었는데, 오페라극장 4층 감상의 단점이니 어쩔 수는 없겠다. 키가 크고 팔다리가 길어서 어떤 동작을 해도 시원시원한데 부드럽게 시원하니 고상하게 느껴졌다.


오데트/오딜 역의 이리나 사포즈니코바. 이분... 뭐지...?? 오딜의 그랑 푸에떼 32회전? 32였어? 36회전 아녔어??? 휭휭 돌아 버리시던데ㅡ는 어감이 이상하네;; 그런 의미 아닙니다. 이 분도 키가 크시고 고상하셨다. 우아하고 품위있고 성숙한 여인의 느낌이었는데, 줄곧 안정감 있고 진중하면서도 막상 점프나 리프트는 가벼워서 신기했다. 이리나가 가벼우신 걸까, 세르게이의 힘이 좋으신 걸까? 하며. 이리나를 그렇게 가볍게 들어올릴 정도면 우리나라의 김지영, 박슬기 님이나 특히 황혜민 님 같으면 한 손가락으로 휭휭 저글링도 하시겠던. 아... 상상만 해도 황홀하구나아... 아, 암튼. 그런데 회전이 몹시 빠르고 깔끔해서 역시 마린스키! 싶었다. 마린스키 프리마 발레리나의 위엄이 이런 것이구나 하며. 짝짝짝. 오데뜨일 떄는 슬픔에 잠긴 무력하고 우아한 백조의 연기를, 오딜일 때는 자신감에 가득차고 유혹적인 흑조의 연기를 잘 해주셨다.


그 외 아기백조 네 마리나 그 뒤를 이은 어른백조의 춤도 좋았다. 그런데 내가 보기엔 우리나라의 아기백조 네 마리 분들이 훨씬 귀엽고 맛깔나게 하시는 듯. 물론 기교야 다 뛰어나시지만 고개짓이나 움직임에서 아무래도 우리나라 무용수분들이 좀 더 가볍고 사뿐해서 아기백조의 분위기를 잘 내시는 것 같다.


또한... 전체적으로 고상하다는 말을 계속 하는데... 이게 굉장한 칭찬인 건데 너무 칭찬인 것만은 아니어서는. 뭐냐 하면 광대마저도 고상했다?;; 의상이 광대지 옷만 아니라면 왕자 역할이라 해도 믿겠을 정도로 모든 동작이 품위있고 너무 고상해서 어...??? 하며 살짝 혼란스러웠다. 러시아 궁정의 광대는 그렇게 진중하고 품위있었나...? 광대 역 무용수분 정말 잘 해주셨는데, 그래도 난 여태껏 보아왔던 우리나라 무용수분의 광대가 훨씬 즐겁고 흥겹고 재미난 광대다웠다 생각했다.


동음반복 마냥 계속 되풀이하게 되는 감상은 안정적이었다, 품위 있었다, 고상했다, 이다. 한 눈에 기본기 탄탄하다 싶었던 것이, 어떤 분의 어떤 동작도 불안하지 않았다. 후반에 흑조 한 분이 넘어지시긴 했으나 그뿐, 다른 장면에서 불안한 부분이 없었다는 점은 전체적으로 관객이 보기에 안정감을 주어 감상이 편안했다. 모든 선과 동작이 정확한 것도 유쾌했고. 다만 보면서 계속 우리나라 발레리나들이 떠올랐던 것은, '아, 저 동작! 김지영 님이 하시면 더 가벼우면서 정확할 텐데', '박슬기 님이시면 좀 더 여린 모습으로 슬픔을 표현하실 텐데', '황혜민 님이면 한숨처럼 하늘로 날아올라 보는 내 심장이 철렁했을 텐데' 하는 생각이 계속 드는 것을 보고, 우리나라 무용수분들의 수준이 세계 최정상과 겨루어 뒤지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가벼움으로 보면 우리나라 무용수분들이 훨씬 유리하다고 난 확신해. 또한 섬세한 감정 표현도 우리 무용수분들이 더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발레, 수출합시다!!ㅡ는 아, 앙대... 그러면 내가 즐길 수가 없어... ㅠ 안 그래도 황혜민 님 은퇴하신다 해서 잔뜩 우울하고 골이 났는데. 생각하니 또 슬프다. 어찌 그런 만행을...! 발레 팬들은 어떡하라고! 잔인하시다 황혜민 님. ㅠ 자꾸 삼천포를 타는데, 요즘 내 마음이 그렇다. <오네긴>을 끝으로 은퇴하신다는 인터뷰를 하셨어서 요즘 너무 슬프다. 황혜민ㅡ이재우 커플은 발레 축제 이벤트로라도 어떻게 한 번 안 되나요? 그거 한 번 보는 게 소원인데. 아 속상해.


삼천포가 좀 컸네.;;


음악은 트럼펫이 두어 군데 튀었지만 전체적으로 훌륭했다. 너무 튀지도 않으면서 무용수분들의 기량에 찰떡같이 맞추어 연주가 되어서 공연의 흐름에 큰 도움이 되었고, 뒷부분 클라이맥스에서는 웅장한 음악에 감동이 증폭되었다.


그리고 가장 맘에 들었던 코르 드 발레! 으아... 이건 인정. 아주 어이가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국립과 비슷하게 모든 무용수분들의 신체조건이 비슷하여 눈이 편했을 뿐더러 모든 줄과 열이 정확히 맞고 팔과 다리, 치마의 각도가 똑같은, 기적같은 군무. 이거였구나! 싶었을 정도로 너무나 멋진 코르 드 발레였다. 특히 원형보다는 직선형 대열이 칼 같았는데, 마린스키의 코르 드 발레를 보면서 <백조의 호수> 군무가 이 정도까지로 매력적이었나??? 하고 놀랐다. 물론 <백조의 호수> 군무는 유명하다. 그런데 백조/흑조의 1인2역 연기가 워낙 중요하고 매혹적이어서 <지젤> 만큼 절대적으로 내게 다가오지는 않았더랬는데, 이번 마린스키의 군무를 보면서 몇 번이나 소름이 끼쳤는지 모른다. 코르 드 발레의 한 명 한 명 무용수분들이 모두 '주인공 같다'는 느낌. 뇌에서 페퍼민트가 터지는 것처럼 환한 느낌이 들 정도로 아름다웠다. 1막과 특히 3막(실제로는 4막) 시작 부분에서 백조들이 엎드려 앉아 있고 그 사이를 푸르스름한 조명 아래 하얀 연기가 채우고 있었는데, 막이 오르자 여기저기서 "하아...!", "어머나...", "너무 예쁘다...!" 라는 탄성이 한숨처럼 쏟아져 나왔다. 나는 심쿵*하여 나도 모르게 가슴에 손을 얹으며 한숨을 쉬었... 미치고 싶도록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이번 마린스키의 군무를 보면서 마린스키의 <지젤> 윌리들이 너무나 보고싶었다. 


국립과 유니의 코르 드 발레도 아주 우수하다. 특히 유니의 지젤 군무는 아주 뛰어났던 걸로 기억하는데 무엇이 어떻게 달랐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발레리나분들의 가벼움은 절대 강점이라 생각한다. 그들은 가볍게 춤을 추는 인상이지만 한국 무용수분들은 그냥 '가벼움 자체'의 느낌이라서.


흥분해서는 어떻게 끝을 맺어야 할지 모르겠네. 음.


모든 것이 안정되고 세계 최정상급 수준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 극명하게 보여준 마린스키는 대단했다. 모든 부분에 있어 오점과 불안이 없고 우아하면서도 세련되어, 마린스키라는 네임 밸류가 이런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대단하고 멋진 발레단!


하지만 보면서 내내 '우리 국립은...', '우리 유니버설은...', '우리 김지영 님은...', '우리 황혜민 님은...', '우리 이재우 님은...' 하며 나도 모르게 우리나라 무용수분들의 이름 앞에 '우리'를 붙이며 갸웃거렸던 걸 보면, 글쎄, 내가 보기엔 우리나라 발레단의 수준이 못지 않은 것 같은데. 혹시 애, 애국심이란 건가...?ㅡ는 그럴 리가. 예술은 예술이고 조국은 조국이지. 모르겠다. 내 눈에 국립과 유니버설이 익숙해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난 국립과 유니버설이 자랑스럽단 생각이 들었다. 


국가를 떠나서 마린스키 발레단과 같은 멋진 발레단이 존재하여 이렇게 큰 기쁨을 사람들에게 준다는 것은 세계적으로 소중한 일임에 틀림 없다. 담번 내한 땐 <지젤> 을 볼 수 있다면 황홀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