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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let

[발레] 안나 카레니나 Anna Karenina by 국립발레단 @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by Vanodif 2017. 11. 2.




국립발레단 홈페이지: http://www.korean-national-ballet.kr/ko


예술의전당 홈페이지: https://www.sacticket.co.kr/SacHome/perform/detail?searchSeq=32275




시간이 급해서 일단 가장 중요한 발레 시놉시스부터 올린다. 톨스토이의 원작 『안나 카레니나』를 읽으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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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카레닌 가]

* 카레닌: 알렉세이 카레닌.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고위 공무원

* 안나: 안나 카레니나. 결혼 전 성 오블론스카야. 알렉세이 카레닌의 아내이며 스티바의 누이. 훗날 브론스키 백작의 연인이 됨.


[브론스키 가]

* 브론스키: 알렉세이 브론스키 백작. 장교이자 지주. 안나 카레니나의 연인.

* 브론스카야: 브론스카야 백작부인. 알렉세이 브론스키의 어머니.


[오블론스키 가]

* 스티바: 스테판 오블론스키 공작. 모스크바의 고위 공직자로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직 사회에 가장 연줄이 잘 닿는 인물.

* 돌리: 다리야 모블론스카야 공작부인. 결혼 전 성 셰르바츠카야로 스티바의 아내.

* 벳시: 트베르스카야 공작부인. 안나의 친구. 상트페테르부르크 상류층 사교계의 명사.

* 트베르스카야 공작부인의 친구들ㅡ리디아 이바노프나 백작부인. 독실한 생활태도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양심'으로 불리는 카레닌 가의 신뢰받는 친구. 세료쟈를 돌보게 됨.

* 소로키나 공작 영애: 브론스카야 백작부인이 아들의 짝으로 원하는 여인.


[레빈 가]

* 레빈: 콘스탄틴 레빈. 러시아 중부의 지주. 스티바의 어릴 적 친구.

* 키티: 예카테리나 레비나. 결혼 전 성 셰르바츠카야로 콘스탄틴의 아내이자 돌리의 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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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프롤로그]



[살롱 1]


스티바 오블론스키는 아내 돌리를 두고 하녀들과 외도한다. 키티 셰르바츠카야를 보기 위해 일부러 도시로 돌아온 콘스탄틴 레빈은 그녀를 쫓는다.



[모스크바에 도착]


안나 카레니나는 스티바와 돌리 사이를 중재하기 위해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모스크바로 온다. 스티바는 플랫폼에서 안나를 맞이하고, 안나와 여행길에 알게된 브론스카야 백작부인은 아들 알렉세이가 마중을 나온다. 안나 카레니나와 알렉세이 브론스키는 이렇게 잊지 못할 첫 만남을 갖는다.



[무도회]


레빈은 키티에게 청혼하지만 키티는 거절한다. 그녀는 브론스키에게 빠져 있으며 그가 청혼하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브론스키는 무도회에서 안나 카레니나를 다시 만날 생각뿐이다. 안나가 나타나고 브론스키가 오직 그녀 만을 바라보자 키티는 상심한다. 안나는 자신이 키티를 실의에 빠뜨렸음을 꺠닫고 떠난다.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브론스키는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안나를 따라온다. 그들은 여행 도중 더 가까워진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안나의 남편 알렉세이가 아들 세료쟈와 함께 마중을 나온다.



[농촌에서]


청혼을 거절당한 레빈은 영지로 돌아가 타인과의 교류를 피하며 고독 속에 머문다.



[벳시의 살롱]


안나의 친구인 벳시 트베르스카야의 살롱은 퇴폐적인 상트페테르부르크 사교계의 만남의 장이다. 돌리와 스티바는 이곳에서도 다투지만, 안나와 브론스키는 재회의 기쁨을 나눈다. 남편 카레닌이 나타나 안나를 집으로 데려가려고 하지만 안나는 거부한다. 카레닌 부부는 살롱에서 구설수에 오르고, 브론스키와의 관계로 인해 안나의 평판은 나빠진다. 사교계로부터 멀어질수록 서로에 대한 안나와 브론스키의 감정은 더이상 막을 수 없을 정도로 깊어만 간다. 브론스키의 사랑이 있다면 안나는 결혼 생활의 파탄에 대한 죄책감과 수치심도 잊을 수 있다.



[승마 경기장]


카레닌 부부, 오블론스키 부부, 벳시와 브론스카야 백작부인을 비롯한 명문가의 일원들이 승마 경기장에 모인다. 브론스키가 말에서 떨어질 때 안나는 비명을 지르고, 이는 카레닌과 주위 사람들에게 그녀의 부정에 대한 증거로 인식된다. 카레닌은 안나에게 결혼생활의 의무를 다할 것을 요구한다.



[농촌에서 2]


레빈은 건초 만들기를 거들며 마음의 상처를 잊고, 영지의 농부들과 함께 흘리는 땀에서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는다. 달라진 키티가 이곳을 찾아오고 그녀와 레빈은 서로 가까워진다.



[카레닌 부부의 집]


안나는 브론스키의 딸을 낳은 후 위독한 상황에 빠진다. 이로 인해 카레닌은 아내와 연적을 용서하기로 한다. 안나가 남편에게 돌아갈까봐 두려워한 브론스키는 자살을 시도한다.



[전주곡]



[이탈리아/러시아]


브론스키와 안나는 함께 이탈리아에 있다. 안나는 이전의 삶을 버렸다. 셰료자까지도. 브론스키는 그녀를 위해 군 경력을 포기했다. 둘은 함께하는 행복을 마음껏 즐기지만 곧 안나는 아들이 그리워지고, 브론스키는 사교계 생활이 그리워진다. 그들은 러시아로 돌아온다. 돌리는 바람둥이로 악명 높은 스티바 곁에 남아있는 생활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 같다.



[결혼식]


키티와 레빈은 함께 하게 되고 결혼식을 올린다.



[세료자의 생일]


안나는 비밀리에 아들 세료자를 찾아온다. 카레닌 가의 신뢰를 받는 리디아 이바노프나가 세료자를 돌보고 있었다. 모자 상봉은 갑작스럽게 끝나고, 안나와 카레닌은 심한 말다툼을 벌인다. 안나는 비참한 기분으로 혼자 남겨진다.



[외로움 1]


안나는 피폐해졌다. 이제 그는 브론스키의 애정도 의심하며, 고통과 질투를 아편으로 다스리려고 한다.



[고립]


브론스키는 이전처럼 사회생활을 계쏙 할 수 있지만 안나는 부정한 여인으로 낙인찍혀 사교계에서 추방당한다. 한떄 친구였던 벳시조차 등을 돌린다. 안나의 질투심과 망상은 강박적인 지경에 이르고, 브론스카야 백작부인이 이들의 상대로 점찍은 소로키나 공작 영애가 자신의 연적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외로움 2/ 안나의 죽음]


모든 관계와 인연을 잃은 안나에게는 마음 붙일 곳 하나 남아있지 않았다. 브론스키도 더 이상 그녀에게 살 이유가 되지 못한다. 안나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첫 공연이어서 모든 감상에 자신이 없다. 전체 구성과 안무를 알지 못했기 때문에 안무와 음악, 무대 등 전체적인 것을 보느라 개인 무용수분들에 대한 집중도가 좀 떨어졌다. 이 캐스팅으로는 토요일 낮공연이 유일한데... 걱정이다. 토요일 두 번 공연 관람은 힘들 것 같은데 말이다. ㅜㅠ


안나 한나래: 큰 키에 길쭉길쭉한 팔다리와 가는 허리가 인상적이었다. 전체적으로 박슬기 님과 동작의 선이 비슷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박슬기 님이 조금 더 드라마틱한 느낌인데, 금요일 공연에서 박슬기 님의 안나를 보면 분명한 차이점을 알게될 듯 싶다. 평소 김지영 님은 곧게 자란 아가씨, 박슬기 님은 맑게 자란 아가씨, 신승원 님은 강한 마음을 지닌 아가씨란 느낌이 있는데, 처음엔 한나래 님의 이미지가 잡히지 않았다. 다만 끝날 때쯤 드는 인상으로는 아픔이 있는 아가씨란 느낌이 들어 신기했는데 토요낮공연 가게 되어 다시 확인할 수 있다면 좋겠네. 참, 걸으실 때 발걸음이 참 조심스럽다 생각했다. 모든 동작에 마음 속 불안이 묻어나 좋았다.


브론스키 김기완: 이재우 님이 안 계셨더라면 김기완 님이 가장 크신가? 훤칠하고 멋진 자태였는데, 의외로 순정파란 느낌이 들었다? 책을 읽었을 떄와는 조금 다른 이미지이긴 한데... 꽤 흥미로웠다. 하지만 남성 무용수분들에 대한 내 감상은 턱없이 부족하다.


카레닌 이재우: 이재우 님인 거지! 올곧은 교과서적 성정을 지닌 카레닌과 너무 잘 어울리신달까. 훌륭한 카레닌이었다! 오히려 브론스키를 어떻게 연기해 주실까가 염려, 아니 기대가 되는데. 묵직하고 바른 마음. 정도正道를 걷는 사내를 잘 연기해주셨다.


키티 신승원: 아... 키티가 신승원 님이었어...?? 캐스팅을 잘못 인식하고 갔었다, 내가. 그래서 키티에 대해선 감상평을 쓸 수가 없네. 다만 언뜻 드는 생각으론 내가 키티라 생각한 무용수 분 치곤 너무 사뿐하고 상큼하다 싶었는데, 신승원 님이라니 이해가 된다. 신승원 님은 참 묘한 분인데, 강한 마음을 지닌 여성의 이미지와 산뜻하고 발랄한 소녀의 느낌을 다 내시는 분이기 떄문이다. <잠미녀>에서 오로라의 산뜻함과 <허난설헌>에서 허난설헌의 비애감은 같은 사람의 연기라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다른 분위기였는데, 아마 접점이 있겠지.내가 아직 찾아내지 못하고 있는 걸 게다. 신승원 님의 키티도 토요 낮공연인데 아... 이러면 가야 하나.


레빈 김태석: 곧고 바르며 따뜻하고 열정적인 젊은 남성 레빈을 잘 연기해 주셨다. 첫날이라 자세히 감상할 수 없었어요...;;


돌리 박슬기: 특별하단 거지. 그 많은 사람들 속에 박슬기 님의 동작이 가장 눈엔 들어오니. 동작선이 참 아름답다. 팔 뻗는 것 하나에도 감정이 담겨 있어 고스란히 전달된다. 사실 이 돌리도 내가 캐스팅 정보를 잘못 인식한 경우였는데, 아, 나는 어제 캐스팅을 눈이 아닌 발로 본 겐지 죄다 잘못 알고는. ㅜㅠ 처음엔 박슬기 님을 돌리가 아닌 키티의 어머니로 알고 있었지 뭔가. 하지만 금방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던 것은, 키티 어머니 치고는 너무 슬펐기 때문이다. 내내 슬픔과 괴로움에 힘들어 하는 모습, 그리고 눈치 빤하고 능글맞은 사교계 여사인 키티 어머니라기엔 다소 신경질적이고 상처 받은 돌리의 모습인 것이 분명해 보였다. 오늘은 박슬기 님이 키티를 연기하시네? 맑고 순수한 키티를 너무 잘해주실 것 같은데! 기대된다.


스티바, 벳시, 벳시 연인은 아직 잘 모르겠어요...


오늘은 드디어 이영철 카레닌이다! 이영철 님의 브론스키가 넘 보고 싶었는데 엉엉. 하지만 카레닌도 넘 근사하게 해내실 것임에 틀림 없다! 이영철 카레닌, 기대합니다! 빰빠빰!






오늘은 전체 안무와 시놉시스를 알고 가서였는지 한결 감상이 여유로워졌다. 어제 시작하기 전 오케스트라핏에 하프와 하프시코드(쳄발로)가 있는 것을 보고 깜놀했다. 근데 공연 내내 하프시코드가 울리지 않아서 왜 설치했나? 싶었는데, 오늘 2막 마지막 부분에서 분명하게 들렸다. 안나가 망상증에 걸렸던 즈음이었던 것 같은데 금요일에 다시 확인해 봐야겠다. 


코심의 연주는 내가 듣기엔 넘 좋기만 한데, 오늘 함께 간 일행이 피아노 전공이어선지 귀가 예민하다. 그래서 시작 부분에 살짝 합이 맞지 않아 신경이 쓰였다고 했는데, 예술가들과 함께 있으면 참 감각이 많이 발달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어 신기해하곤 한다. 음... 나의 선생님도 시인이셨는데... 감각적으로 예민하고 까탈스러우시단 생각은 한 적이 없었는데... 혹시 말씀만 하지 않으신 것이지 다 느끼셨던 거였을까? 갑자기 뒷골이 아찔하네.;; 에이, 그럴 리가.;; 모르지. 교수님들은 다 아시고서도 모른 척 해주시는 경향이 있으시니들. 하지만 내 귀엔 좋기만 했다. 아 참, 하프와 하프시코드 사이에 있는 악기가 뭔지 모르겠다. 어제도 몰랐는데 오늘도 모르겠다. 일행도 모르겠다던. 첨엔 오르간인 줄 알았는데, 그 악기에서 종소리 같은 땡, 땡 하는 소리가 났다며 나중엔 모르겠다로 결론.


오페라가 등장하는 작품은 처음이다. 어제는 국립합창단의 조윤정 님이, 오늘은 최윤정 님이 출연하셨다. 그리고 피아노 연주도 병행했는데, 조재혁 님께서 연주하셨다. 조재혁 님은 앞서 안무가 육성 프로젝트에서도 협업하셨는데, 옆에서 감상하던 일행이 '이런 발레 작품에서 연주하면 얼마나 좋을까!'하며 조재혁 님을 몹시 부러워했다. 그러자 피아노를 못 치는 나도 조재혁 님이 부러워졌다. (응??)


무대는 단촐했다. 여태껏 국립이 보여준 화려하게 변화하는 무대와는 많이 달랐다. 하지만 러시아의 겨울을 표현하기엔 꽤 괜찮았다 생각한다. 앞의 나무 구조물이 기차역 플랫폼도 되었다가 평상도 되었다가 했으며, 뒤에는 그때그때 스크린이 설치되어 동영상이나 그림이 배경으로 제시되었다. 딱히 굉장할 것은 없지만 덕분에 좀 더 춤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 발레가 화려한 회전과 높은 점프 등 뛰어난 기교로 점철된 고전발레였다면 이런 무대는 서운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드라마 발레'라는 독특함으로 기교보단 내면표현이 더 부각되는 작품이기에, 무용수분들의 동작에 오롯이 몰입하게 만드는 무대는 괜찮았다 생각한다. 


조명은... 잘 모르겠는데. 전체적으로 좀 어두워서 이 또한 러시아의 어두운 겨울이 연상되었다. 또한 줄곧 안나의 비극을 예고하는 분위기여서 그 또한 좋았고. 2막 후반에 오른쪽과 왼쪽에 문이 열리듯 빛이 조명된 부분이 있었는데, 이때도 안나가 망상에 빠진 부분이었던가...? 암튼 그 의미는 잘 모르겠다. 두 번을 봤는데 모르겠다면 세 번을 보면 알게 될까. ㅠ


에또 의상. 의상은 참 좋았다. 남성무용수는 거의가 검정양복이어서 누가 누구인지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그래도 역시 러시아와 어울렸다. 아마 당시의 복장이었겠지? 여성무용수분들의 의상은 정말 맘에 들었는데, 기품있고 아름다웠다. 치마가 길었지만 발목이 보여서 발동작을 알 수 있었고, 특히 안무에 여성무용수분들의 다리를 높게 드는 동작이 많았는데, 그럴 때면 의상이 꽃잎처럼 퍼져서 참 예뻤다. 2막의 군무(? 군무이긴 한데...;;)에서 치마의 사박사박 소리가 눈 내리는 소리 같기도 해서 이 또한 좋았다.


안무. 안무... 내가 안무를 논할 자격이 되나;;; 는 뭐, 다른 건 자격이 되어서 이러쿵저러쿵 후기를 쓰고 있냐마는. 내 블로그에 내 감상을 쓰는 것이니 뭐, 느낀대로 쓴다. 안무는 막 화려하진 않았다. 위에 언급했듯 화려한 회전이나 도약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어마어마한 리프트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엄청 섬세하고 복잡한 동작들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전체적으로 품위가 있다 싶었다. 그래선가, 너무 열정적이진 않긴 했다. 어제 카레닌과 안나의 파 드 되에서 카레닌이 앞으로 앉은 상태에서 뒤로 팔을 돌려 안나를 서포트하는 동작이라거나, 특히 안나ㅡ카레닌ㅡ브론스키의 파 드 트루아... 와, 그러고 보니 그게 파 드 트루아가 맞구나! 아, 암튼, 그 파 드 트루아도 묘하고 신기했다. 안나와 카레닌의 맞잡은 팔 사이로 브론스키가 들어가는 동작에서 뭔가 마음이 뭉클했는데, 왜인지는 모르겠네. 또 오늘까지 본 결과 생각보다 돌리와 스티바의 2인무가 눈에 띈다? 시원시원하기도 하면서 감정전달이 잘 된달까. 물론 무용수분들이 뛰어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 노동 부분! 농촌에서 노동자들이 농사일 하는 모습의 안무도 좋았다. 낫질 후 어깨에 볏짚 한 묶음이 턱 하니 얹혀 있는 것 같았다. 남녀의 말다툼을 2인무로 표현한 것도 재밌었고. 또 인상적이었던 건 경마 장면. 그 부분은 완전 모던댄스 같은 마임이던데. 전체적으로 모던한 안무였는데, 생각해 보니 동시대 안무가시니 당연한 일이겠다. 한 눈에 확 띄는 안무는 딱히 없었지만, 하나하나 자세히 보면 쉽지 않은 동작들 같았다. 내 취향에는 안무 좋았어요.


헉헉. 또 에너지가... ㅜㅠ 안 되는데. 무용수분들 후기 오늘 써야 하는데. 내일은 또 다른 무용수분들이신데.  에너지를 긁어 보도록 하쟈. 바각바각.




안나 김리회: 김리회 님의 연기를 보니 어제 한나래 님의 연기가 다름을 알겠다. 한나래 님의 연기에는 확실히 불안이 계속 내재되어 있었던 인상이었다면, 김리회 님의 안나는 처음부터 도도했다. 친정 자체가 세도가인 것 같은 느낌이랄까? 부족함 없이 자라 누구에게나 당당한 안나. 김리회 님의 안나에선 불안감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다. 한 가지 흥미로웠던 점은 오히려 브론스키를 유혹하나? 싶었던 부분을 살짝 느꼈는데... 김리회 님의 스타일이 아직도 잘 잡히지 않네. 다시 보면 잡히려나. 암튼 그 느낌이 반짝, 하고 스쳤어서 흥미로웠다. 언제나처럼 동작 깔끔하시고. 


브론스키 박종석: 음... 내가 남성무용수분들에 대한 감상이 넘 부족해서는. ㅜㅠ 볼 때는 참 좋다 하면서 봤는데, 집에 와서 복기하려니 어떤 점이 구체적으로 좋았는지 잘 떠오르지 않는다. 토요일 저녁 공연에선 다시 제대로 볼게요.;;


카레닌 이영철: 이재우 카레닌과는ㅡ당연한 말이지만ㅡ너무너무 다르다. 그러니까 뭐가 다르냐 하면, 이재우 카레닌은 굉장히 멋있었다. 근엄하고 올곧은 정석맨의 정석이었지. 그런데 이재우 카레닌은 상당히 차가웠다. 이재우 님의 연기를 볼 때마다 그런 느낌이 있어. 차가움. 냉담함. 열정적인 스파르타쿠스를 연기해도 열정 속에 이상하게 냉정하다는 느낌이 있다. 어제 함께 했던 다른 일행은 이재우 님을 두고 '표현력이 강하지 않다'는 평을 했는데, 그녀가 생각한 원인은 '딱히 뭔가를 원하기 전에 모든 조건이 다 주어졌기 때문'인 느낌이었다 했다. 나도 동의한 말이다. 그리고 난 그것이 이재우 님의 매력이라 생각해. 


자아, 그런데 우리의 이영철 카레닌은 말이다, 아... 딱딱합니다. '카레닌'이니까 딱딱하죠. 딱딱하고 근엄하고 올곧고 그렇다. 그런데... 따... 따뜻하다아... (녹아내림). 이상하게 이영철 카레닌의 그 매몰찬 동작에서 따뜻함이 느껴진다. 그것이 이영철 님의 무시무시한 매력인 것 같다. 내가 개인적으로 따뜻함 보다는 서늘함을 절대 선호하는 사람이다. 취향상 이재우 님의 연기가 그래서 더 납득이 가고 편안하고 근사해 보인다. 헌데 이영철 님의 작품은 신기하게 나를 끄는 흡인력이 있다. 


감정. 감정이다. 내가 버거워하는 감정. 이영철 님은 춤에서도, 자세에서도, 눈빛에서도, 안무에서도 '감정'이 묻어난다. 그것도 '따뜻함'이. 그래서 그 딱딱한 카레닌의 안무인데도 이영철 님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심지어 안나와의 파 드 되에서도 카레닌이 눈에 띄니 이 일을 어찌한단 말인가.


이재우 카레닌은 자존심 드높았다. 지나치게 드높은 나머지 자기애에 가까웠달까. 자신의 무너지는 자존심을 용납할 수 없어 안나를 포기하지 못했고, 결국 안나를 버렸을 때는 시베리아 혹한이 몰아치는 것처럼 냉혹했다. 그런데 이영철 카레닌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명망있는 집안의 긍지 가득한 귀족으로서 집안의 평판과 품위를 외면할 수 없는 구조의 사내였지만 안나를 사랑했다. 보수적인 집안의 좀처럼 표현할 줄 모르는 카레닌이 도저히 용서할 수도, 용납할 수도 없는 안나를 향하는 시선이 따뜻했다. 요란하지 않고 묵묵하게. 2막 끝부분에서 그는 심지어 이미 버렸던 안나와의 파 드 되에서조차 그녀에 대한 사랑의 불씨가 다시 반짝이려 하는 것 같았다. 그러다 리디아가 세료자를 데리고 등장하자 비로소 현실이 환기된 듯 아차! 하면서 안나의 손을 놓았다. 그런 따스함. 그러고는 계속되는 리디아의 손길을 정중하면서 분명하게 거절하는 그의 태도는 일관적이다. 안나를 향한 그의 애정.


이영철 님께서 보여주실 카레닌이 잘 예상되지 않았다. 이재우 카레닌이 너무 완벽하다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역시 이영철 님이다 싶다. 생각지도 못한 카레닌의 성격을 이렇게 드러내어 주셔서 감동 받았어. 아... 이영철 님은 너무 좋은 발레리노다. -_ㅜ 커튼콜 이영철 님 처음 나오셨을 때 길게 소리지른 사람이 저예요! ㅋㅋ


키티 박슬기: 이영철 님 쓰고 나니 에너지 빨간불 떴다... 만... 박슬기 님은 쓰고 싶은데.;; 박슬기 키티. 어휴, 증말 그 상큼함이란. 아니, 상큼함 보다는... 산들바람에 살랑이는 뭉게구름? 화창한 날 손에 쥔 마쉬멜로우? 폭신폭신 야들야들 말랑말랑한 키티였다. 어찌나 산뜻하고 예쁘신지, 키티 레빈 커플만 나오면 나도 모르게 체셔캣이 되어 있지 뭔가. 1막 처음 무도회에선 순수 그 자체로 이제 막 멋진 자극에 호기심을 느끼는 아깽이 마냥 갸웃갸웃하면서 브론스키를 찾아다니느라 팔랑~ 팔랑~. 브론스키의 배신에 깜짝 놀라 파드득 도망가 버리는 모습. 그러고는... 아, 여기서 혼자 웃음 참느라 고생했는데... 레빈의 밭에 도착했는데 말이다. 상처 받았던 레빈이 휙, 외면하고 지나치다 걸음을 멈추는데 박슬기 님이... 고개를 살짝 숙이며 갸웃, 갸웃 거리지 뭔가. 왼쪽 갸웃에 '미안해요...' 오른쪽 갸웃에 '내가 잘못했다구요...' 그러더니 '그래서 내가 여기 왔잖아요... 응?'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아서는. 아 넘 귀여웠다. 문득 이영철 님 안무하셨던 <미운오리새끼>가 떠올랐는데, 그 작품에서 박슬기 님 귀염 폭발했지는. 그 후기 쓰지 않은 걸 지금에 와 땅을 치며 후회하고 있다. 제발 내년에 다시 공연해주셔요. ㅜㅠ


근데 박슬기 님의 동작이 좀 더 깔끔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원래 깔끔하셨는데, 군더더기가 더 없어졌달까. 키티 역이라 그런 걸까나. 덕분에 눈이 시원했다. 


오늘은 이만 잘게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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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당 끝나고 집까지 걸어오면 딱 자정이다. 덕분에 시간과 에너지는 늘 바닥을 치고. -_ㅜ 금요일 공연 어마어마했는데 다 떠올리려니 시간과 에너지가 늘처럼 모자라네. 슬프다.




라인업을 보라. 삶의 불공평함을 한눈에 보여주는 박슬기ㅡ이재우 커플이다. 아... 너무너무 잘 쓰고 싶은데 이미 에너지에 붉은 바가 떴다아. ㅠ 막공연을 기약하며 핵심어만.


안나 박슬기: 말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다. 처음 한 번은 그냥 날것 그대로의 연기를 느끼고 싶어서 프로그램북의 무용수분들 인터뷰를 일부러 읽지 않았는데, 박슬기 님의 인터뷰를 지금 집에 와 읽다가 깜짝 놀랐다. 공연을 보면서 느꼈던 것과 똑같은 인터뷰가 있었기 때문이다. 1막 처음의 안나는 브론스키와의 만남과 그 이후 브론스키의 애정공세에 멍하니 당황해서 '이게 뭐지?' 하는 느낌이었다. 자신에게 일어나고 있는 그 모든 것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는 안나. 그녀는 사랑이란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살아온, 맑고 착한 귀족 여성이었다. 때가 되어 부모님이 정해주신 카레닌과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그럭저럭 괜찮게 살아오고 있으나, 삶을 뒤엎을 열정 같은 건 느껴 본 적이 없는, 그런 의미에서 순진한 안나. 그러다 브론스키의 열정적인 애정호소와 그의 매력에 끌리는 자신의 마음을 보고는 비로소 '사랑'이란 것을 처음 경험하게 된다. 유부녀에 아이의 엄마이지만 태어나 처음 경험하는 사랑 앞에 그녀는 어린 소녀에 다름 아니다. 그렇게 '뭔지 몰랐던 감정이 사랑임을 깨달은 안나'는 그전의 수동적이고 소극적이며 상냥하기만 하던 태도에서 진화하게 된다. 근엄한 남편 카레닌에게 처음으로 날카롭게 대립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주장하게 되고, 급기야 브론스키와 사랑의 도피를 떠나게 되는 열정에 휩싸이는 안나. 그러다 불안을 느끼고... 행복의 시간이 끝나고 카레닌과 브론스키, 또 모든 사람들로부터 버림받은 안나는 '분노'라는 또 다시 새로운 감정을 직면하고 되고, 그 다음은 절망과 포기로 감정이 이동한다. 박슬기 님의 춤은 이 모든 변화의 과정을 고스란히 표현해 낸다는 점이 경이로운 것이다. 손짓 하나, 고개짓 하나에 문장이 튀어 나오는 동작. 박슬기 님의 안나는 너무나 가볍고 사뿐하고 아름답고 우아하고 애처롭고 슬펐다. 더 쓰고 싶은데 에너지가 웬수다.ㅠ


브론스키 이재우: 완벽한 브론스키. 1막에선 매끈한 이기주의자 바람둥이 이재우 브론스키가 여실히 보였다. 안나의 섬세함과 순수함에 대해선 관심이 없고 오로지 자신의 욕망과 쾌락을 채우기 위해 자신이 가진 최고의 기술로 안나를 유혹하고 원하는 것을 이루는 브론스키. 그러던 이재우 브론스키는 안나의 출산 이후 안나를 사랑하는 남자로 성장했다. 그때부터는 안나를 대하는 모습이 좀 더 진지해졌달까. 그러나 다시 사교계로 돌아가고 안나를 버리자, 이전보다도 더 냉혹한 브론스키가 되어 안나를 매몰차게 거절한다. 아... 역시 이재우 브론스키! 


카레닌 송정빈: 송정빈 님. 음... 송정빈 카레닌은 몹시 흥미로웠다. 한 번 더 봐야 좀 더 자세히 잡힐 것 같은데... 그러니까... 좀 무서웠다...??? 이재우 카레닌과 같은 선상에 있긴 한데, 이재우 카레닌이 자신의 명예 쪽의 자존심에 좀 더 몰두하고 있다면, 송정빈 카레닌은 소유욕에 집착하는 것 같아 보였다. 근엄한 귀족인 송정빈 카레닌은 어린 안나가 한 번도 자신을 사랑한 적이 없음을 알고 있다. 그리고 자신도 그런 안나를 사랑한 적이 없다. 다만 안나는 자신의 아내, 즉 '소유물'이었으며, 그 소유물에게 기대되는 바의 역할을 지금까지 안나는 충분히 잘 해왔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이제 그 소유물이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어째서 이렇게 느꼈는가 하면, 송정빈 카레닌이 안나를 대하는 태도에서 '분노'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다소 가학적인 느낌이랄까. 특별히 동작이 거칠었던 것이 아니라, 책으로 치자면 행간을 읽는다는 느낌인 건데, 메인 동작 사이사이에 보이는 태도가 특히 2막에선 안나를 향한 '경멸'이 가득 표현되어 깜짝 놀랐다. 덕분에 심장 쫄깃해졌고. 완전 흥미진진해진 거지. 발레 보면서 오늘도 나는 혼자 신났다.


돌리 신승원: 신승원 님과 송정빈 카레닌의 이미지가 연결선상에 있다. 어제 박예은 B님의 돌리 후기를 썼어야 했는데... ㅜㅠ 신승원 돌리가 몹시 재미난 점이 송정빈 님의 포인트와 비슷했다. 스티바를 향한 '분노'. 그런데 신승원 돌리에게서 스티바를 향한 '경멸'은 느껴지지 않았다. 뭐랄까, 마치 스티바와 돌리 둘이서 파워게임하는 사내아이 둘 같아 보였달까? 여태까지 주도권을 돌리가 잡았는데 스티바가 자신의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냈다. 그래서 돌리는 '분노'한 거다. '감히 네가 내게 흠집을 내?' 하며. 그러면서 아주 다부진 마음으로 스티바를 공격하고 그를 향한 화를 표현한다. 결국 싸움은 스티바의 승리로 끝나고, 자신의 패배를 깨달으며 절망의 포효를 하듯 하늘 향해 두 팔 벌리고 허리를 뒤로 젖히던 신승원 돌리는,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고는 스티바의 팔짱을 낀다. 혼자 속으로 엄청 웃었다. 신승원 님의 표현력은 진짜...


벳시 김하림: 마스크가 넘 이쁘셔요, 김하림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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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매일 이어서 저녁 스케줄이 있었어서 바로바로 후기를 쓸 수가 없었다. 그나마의 감동이 휘발되지 않도록 어서 간단하게라도 써보자.


안나 김리회: 이 날 김리회 님의 매력을 드디어 알게 되어서 혼자 환희에 찼더랬다. 김리회 님의 안나는 매혹적이었다. 우아하고 품위있지만 자신의 매력을 잘 알고 있는 여성. 도도하면서도 자신의 매력이 상대에게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잘 알면서 유혹과 끌림의 순간을 즐기는 안나의 모습이었다. 나중에 망상증세에 시달리는 부분에서도 실감나게 연기해주셨다. 아... 공연 본 날 후기를 썼으면 좋았을 걸. 너무 연이어 공연에 가는 바람에 에너지와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아. ㅜㅠ <호두까기 인형>에서 김리회 님의 클라라를 기대한다.


카레닌 이영철: 이 날의 이영철 님은 앞의 카레닌과 좀 달랐다. 따스한 느낌이 많이 가시고 냉정해 보이셨는데, 내가 김리회 안나에 놀라느라 정신이 없어서 이영철 카레닌을 좀 더 자세히 감상할 수 없었다. ㅠ


레빈 김태석: 김태석 레빈은 이번 공연에서 세 번 보았는데, 처음엔 잘 몰랐지만 볼수록 선이 정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립분들 모두 선이 정확한 편이시지만 농부들과의 단체 농사 장면에서 선이 눈에 띄게 우아하단 느낌을 받았다. 무엇보다 앞부분에서 키티에게 거절당한 후 고향으로 내려갔을 때 혼자 슬픔에 잠긴 춤을 추는 부분에서 거의 모든 선이 90도 180도 식이어서 보는 눈이 개운했달까. 암튼 시원하고 정돈된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스티바 김명규A: 아무래도 돌리 쪽에 더 많은 시선이 가다 보니 스티바에 대한 감상은 부족할 수 밖에 없는데, 김명규A 스티바는 시원시원한 동작이 인상에 남는다.


돌리 박예은B: 이 캐스팅 조합에서 눈에 띄는 분들이 많았는데, 전혀 생각지 못했던 박예은B님이 그 중 한 분이셨다. 세 분의 돌리께서 몹시 비슷하면서도 각각 다른 성격을 보여주셨는데, 박예은B님은 목요일 공연 때도 눈에 띄었던 분이다. 한 눈에 스티바를 경멸하고 끔찍하게 혐오하는 느낌. 박예은B 돌리는 '결벽증'을 지닌 여성 같았다. 실제로 이번 작품을 보기 위해 어릴 때 읽었던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다시 사서 읽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점이 돌리의 결벽증이었기 때문에 내가 느꼈던 돌리를 그대로 연기해 주셨어서 깜짝 놀랐다. 처음에는 스티바와 손길이 스치는 것조차 소름이 끼친다는 듯 히스테릭한 동작을 보여주셨는데, 보면서 이야...! 하고 감탄을 했었다. 다른 작품에서는 어떤 연기를 보여주실지, 박예은B님의 특징적인 느낌은 어떤 것일지 기대된다.


벳시 박나리: 어찌나 요염하신지. 벳시네 무도회에서는 안나가 나오기 전까지 벳시의 무대였다. 그 장면에서 만큼은 극 전체의 주인공이라 해도 믿을 만큼 너무나 당당하고 매혹적인 동작과 연기를 보여주셨어서 "화려하구나!"하며 감탄했다. 매끈매끈 세련된 동작은 화려한 사교계 무도회의 호스트로서 손색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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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공연은 대단했지는. 박슬기 이재우 커플이야 더 할 말이 없을 만큼 칭찬을 해도 모자라는 건데, 박슬기 안나의 마지막 망상 장면에서는 눈물이 날 것 처럼 가슴이 뭉클했다. 절망이 주는 환각 속에 파사삭! 하고 부서져 버리는 안나를 보며 애처로워 죽는 줄. ㅜㅠ 


정말 오랜만에 오페라글래스를 대여해서 보았는데 음... 일단 발레는 오페라글래스를 한 번만 빌리는 걸로. 군무를 좋아하는 내게 있어 오페라글래스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만 무용수분들의 표정연기를 더 자세히 감상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인 건데, 무용이란 얼굴표정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몸으로 감정과 스토리를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군무와 얼굴표정 둘 다를 충실히 감상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니 말이다. 오페라글래스로 보는 것은 1층 중앙 맨 앞좌석에서 보는 것과 같다. 무용수분 한 분 한 분을 부분적으로 세밀하게 감상할 수 있지만, 시야가 너무 좁아져서 몸 전체의 동작을 보기 힘들다. 아무리 몸을 보려 해도 사람이나 영장류의 뇌에는 상대의 얼굴을 인식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방추상회가 있는 만큼, 망원경 렌즈 속 확대된 좁은 가시영역에서는 무용수분의 몸이 아니라 얼굴만이 부각되어 보이는 부작용이 있었다. 오페라글래스로 군무는 날리는 것이고요. 정말 좋았던 것은 이재우 님의 단단하고 가지런한 식스팩... 에잇팩이었나? 암튼 근육과 멋진 마스크, 박슬기 님의 보석같은 등근육과 우윳빛깔 뿜뿜하시는 아름다운 얼굴을 감상했던 것이었는데. 담번엔 한 번만 빌려서 보면 될 것 같다. 참, 신승원 님 마스크가 기대보다 훨 아름다우셨던 건 오페라 글래스로 건진 장점 중 하나였다. 아마 춤동작이 인상적이어서 내가 얼굴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이었는지도.


막공연이었던 만큼 모든 무용수분들의 기량이 엄청났다. 아낌없이 쏟아부으시는 덕에 각 캐릭터의 성격과 열정이 생생하게 전달되어서 즐거운 공연이었다.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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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접한 '드라마 발레'란 참 독특했다. 안나의 장례식장으로 시작되는 첫 장면에선 마치 연극무대를 보는 느낌이 들었을 정도로 섬세한 감정연기가 돋보이는 무대였다. 물론 국립은 기량이 뛰어난 무용수분들이 많은 만큼 개인 무용수분들의 화려한 회전이나 점프 기술을 즐기는 것도 황홀하지만, 이렇게 세밀하고 탄탄한 구조를 지닌 안무로 각 인물들의 성격과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해 주시는 작품도 참 매력적이다.


앞서 안무가 특별히 화려하지 않다고 썼는데. 보면 볼수록 생각나는 것이 신기한 안무였다. 함께 본 지인들의 공통적 의견으로는 안무가 '품위있다'는 것이었는데,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안나ㅡ카레닌ㅡ브론스키의 파 드 트루아다. 다시 보니 리프트 동작이 많았고 인체의 구조를 이용한 고난도의 기하학적인 안무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그 세 사람의 파 드 트루아에서는 마치 세 사람이서 정교한 수학문제를 함께 풀어가는 듯한 인상을 받았을 정도로 안무가 흥미로웠다. 그리고 역시나 농장에서의 농부들 일하는 장면도 인상 깊었고.


음... 지난 8월에 보았던 <KNB Movement Series 3>의 후기를 쓰지 않은 것이 두고두고 후회되는데... 그 공연에서 <Face: 마주하다>와 <잔향>을 연기하셨던 변성완 님이 몹시 눈에 띄었었다. 다른 분들과 같은 동작을 해도 선이 너무 멋지고 아름다워서 함께 보았던 일행과 함께 눈여겨 보려고 점찍어두었던 분이었는데, 이번 공연에선 군무에만 나오셨다. 그때 머리색이 노란 분으로만 인식했어서 농사 군무에서 노랑머리 무용수분을 변성완 님이라 생각했더랬는데 춤선이 너무 다르신 것이었다. 그분도 물론 뛰어난 분이었지만 내가 기억하는 변성완 님의 선이 아니어서 의아했다. 그래서 집에 가서 프로그램북을 보니 그날은 농사군무에 나오지 않으셨던. 미리 오페라글래스를 빌려서 확인했더라면 찾을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웠다...지만, 안면인식이 둔한 편인 나로서는 이전 작품을 함께 보았던 일행이 없다면 오페라글래스로도 변성완 님 얼굴을 알아챌 수 없을 수도 있겠다만. 암튼 그 인상적이던 동작선이 일회성이었는지 아니면 변성완 님 특유의 매력인지 다시 확인해 보고 싶다.


국립발레단이 늘 그러하듯 이번 <안나 카레니나>도 기대를 훨 넘어서는 작품이었다. 매번 더 기대하는데 그 기대를 더욱 넘어서는 공연을 보여주시니 참 신기하단 말이지. 덕분에 감상자 입장에서는 고맙고 기쁠 따름이다. 국립발레단 분들과 예당 관계자분들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훌륭하고 멋진 공연 보여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번에 허서명 님 캐스팅 변경된 것 보고 혹시 다치신 것이 아닐까 걱정했는데, 무용수분들 제발 다치지만 말아 주셔요. ㅠ 


김지영 님은 <댄서 하우스>라는 작품으로 현대무용에 출연하시던데... 그래서 <안나>에 안 나오셨나. ㅜㅠ 덕분에 김리회 님과 한나래 님의 매력을 더욱 발견하는 좋은 기회가 되긴 했지만, 김지영 님의 정확한 춤이 보고 싶은 건 어쩔 수 없는 거다. <댄서 하우스>야 예매를 했지만, <호두까기 인형>에서 김지영 클라라를 볼 수 있을까? 좋아하는 무용수분들이 자꾸 늘어나는 만큼 행복한 고민도 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