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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formance

[연주회] 오현진 귀국 바이올린 독주회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by Vanodif 2018. 3. 5.







[프로그램] 


W.A. Mozart - Violin Sonata in e minor, K. 304

E. Chausson - Poeme, Op. 25 

M. Ravel - Violin Sonata No. 2

C. Saint-saens - Introduction and Rondo Capriccioso, Op. 28



[프로필] 


# Violinist 오현진 

풍부한 표현력과 견고한 테크닉을 지닌 바이올리니스트 오현진은 서울예술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을 졸업하였다. 이후 도미하여 줄리어드 음악대학(The Juilliard School of Music)에서 석사과정을 졸업하였으며 매네스 음악대학(Mannes College The New School For Music)에서 수학하며 전문연주자로서의 기반을 탄탄히 하였다. 


일찍이 더 뮤직 콩쿨, 국제학생콩쿨, 포네클래식 콩쿨에서 1위로 입상한 그녀는 이에 그치지 않고 세계일보, 한국일보, 음악저널 등 유수의 콩쿨에서 입상하며 음악적 두각을 드러내었다. 


영산 영재 아티스트 솔로 리사이틀을 시작으로 금호 영재 독주회, 그린 마운틴 뮤직 페스티벌, 줄리어드 폴 홀 리사이틀, 매네스 골드마크홀 리사이틀 등 다수의 무대에서 활발한 연주활동을 펼치며 연주력을 인정받은 그녀는 구리시립교향악단과 차이코프스키 콘체르토 협연, Alan Gilbert와 줄리어드 오케스트라 연주, James Levine과 Juilliard & Met Project 참가, 매네스 오케스트라 수석으로서 카네기홀에서 공연을 펼치는 등 국내외 오케스트라들과의 솔리스트로서 뛰어난 기량을 선보였다. 


Music Journal Camp, Felix Anderlevsky’s Private Violin Intensive Camp, Kyung Sun Lee’s Private Violin Intensive Camp, Green Mountain Chamber Music Festival, Music Academy of the West 등 유수의 국제음악제에 참가하며 폭넓고 다양한 경험을 쌓아왔다. 


유시연, Aaron Rosand, 이경선을 사사한 바이올리니스트 오현진은 매네스 오케스트라 수석을 역임하였다. 더불어 끊임없는 학구열로 숙명여자대학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그녀는 이번 귀국 독주회를 시작으로 음악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와 연주활동에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 프로그램 노트의 설명은 파란색으로 옮겨 적는다.



[프로그램] 


Wolfgang Amadeus Mozart - Violin Sonata in e minor, K. 304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 중 K. 304는 모든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 중 가장 뛰어난 작품이다. 그의 바이올린 소나타 중 유일한 단조의 작품이며, 프화르츠 선제후 칼 테오도르비에게 헌정되었기 때문에 <만하임 소나타>라고 불리는 6곡 중 제3곡에 해당된다. 작곡 시기는 모차르트의 만하임-파리 여행에 동행한 어머니 마리아 안나가 이 프랑스의 도시에서 죽은 1778년 초여름이며, 그는 이 곡을 전후해서 피아노 소나타 중 첫 단조 작품 <Sonata No. 8 in a minor, K. 310>도 작곡했다. 모차르트가 이 작품들을 작곡한 동기가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예감이나 낯선 땅에서의 고독감 때문이었는지, 혹은 어머니에 대한 애도곡이었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a minor의 피아노 소나타 못지않게 긴장된 정서 표현이 돋보인다. 모차르트의 후기 바이올린 소나타가 보통 3악장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에 비해 초기 작품과 K. 301을 포함한 중기의 만하임 방문 시기에 쓰인 5곡은 2악장 구성으로 되어 있는데, 그 후 파리에서 쓰인 작품인 K. 304도 2악장 구성으로 되어 있다. 두 악장 모두 e minor로 동일한 조성을 가지며, 제1악장은 전형적인 소나타 형식이고 제 2악장은 론도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1악장 Allegro 피아노와 바이올린에 의한 유니즌으로 연주되는 구슬픈 가락의 제1주제로 시작하여 이어 바이올린이 전반부를 연주하고 피아노로 이어져 경과구로 돌아간다. 이때 조성은 병행장조인 G장조로 변한다. 코데타는 길며, 제1주제, 제2주제군의 동기가 사용되고 마지막에는 모방적으로 처리되어 마무리된다.


제2악장 Tempo di MInuetto A-B-A의 3부 형식으로 특히 B부분에 나오는 트릴을 수반하는 상승음계는 화려함을 더하는 효과를 준다. B의 마지막에는 카덴차가 삽입되었다. 템포 디 미뉴에트의 우수를 머금은 아름다운 미뉴에트 주제와 중간부의 투명한 부분은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듯한 멜로디가 나온다.





이 곡은 좀 아쉬웠다. 그런데 아쉬움이 연주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이 곡에 관한 한 내 개인 취향과 살짝 달랐기 때문이다. 내가 두 달 전에 예매한 유니버설 발레단의 <발레 갈라> 3일차 표를 포기하면서까지 이 공연에 갔던 이유가 바로 이 곡 하나였기 때문에, 이 곡에 대한 나의 기대는 몹시 구체적이었다. 그리고 그 구체성은 곡 자체의 어떤 특성에 따른 것이 아니라 순전히 나의 주관적 취향에 따른 것이었으므로 연주자를 탓할 이유는 없다. 


이 곡의 연주에서 느꼈던 점은 뛰어난 테크닉과 완벽한 감각의 연주자라는 점이었다. 다만 감정이 촉촉하지는 않다는 느낌? 지적인 사람으로 복잡한 사고를 즐기고 착실한 성실함으로 꼼꼼하게 연습과 연주를 하는 분이지만 넘쳐나는 감정에 휘청휘청하는 분은 아니라는 느낌이었는데, 사실상 그것은 이 곡만 아니었더라면 내게도 굉장히 잘 맞는 성향이라 하겠다. MBTI로 보자면 NT계열이랄까. 적어도 F는 아니고 T이실 것 같을 정도로 담백한 정서가 깔끔했다. 이처럼 끈적이지 않고 깨끗하면서도 정교한 연주가 주는 기쁨도 큰 것이라, 전체적인 연주 스타일은 개인적으로 취향에 잘 맞는다 싶다.








Ernest Chausson - Poeme, Op. 25 


법학도 출신이며 시의 본질에 심취한 서정적 작곡가인 쇼송은 고전형식의 낭만주의자였던 세자르 프랑크의 수제자였으며 프랑스의 대표적 근대주의 음악가이다. 1896년 작곡된 이 곡은 그의 서정성과 열정이 깊게 깔려 있고, 자유스러우며 균형미 있는 대화형식의 작품이며 바이올린의 거장 이자이의 요청에 의해 작곡되었으며 그에 의해 초연되었다. 쇼송은 이 곡을 작곡한 후 3년 뒤인 44세에 어이없는 자전거 사고로 사망하였다.


이 곡은 어떠한 정형적인 형식을 따르지 않고 음악적 긴장감과 함께 발전되는 하모니의 랩소디적 멜로디가 특징이다. 고요하고 신비적인 관현악의 서주에 이어 명상적이며 미스터리한 카덴차 형식의 바이올린 독주가 첫부분을 장식한다. 제2주제는 관현악과 더불어 정열적이고 강렬하게 발전하여 교향적 클라이막스로 전개된다. 다시 변조된 서주가 재현되고 고통스러운 제2의 클라이막스가 나타난 후 제1주제로 종결된다.





이 곡에서 알았다. 오현진 바이올리니스트는 테크니션이라는 걸. 어제 앉은 좌석이 리사이틀홀 1층 좌측 좌석, 즉 말하자면 발코니석 쪽이었는데 이 곡에서 그 자리에 앉은 것이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왼손동작이 화려해서 보는 재미까지 더해졌다. 이 곡과 생상의 카프리치오소 두 곡은 악보 없이 연주하셨는데, 확실히 악보 없이 연주하시는 곡들은 다른 것 같다. 그만큼 꼼꼼한 해석이 충분히 표현된달까. 이 곡은 위에 올린 동영상보다 오현진 님의 연주가 훨씬 깨끗하고 훌륭했다.








Maurice Ravel - Violin Sonata No. 2


이 작품은 라벨과 바이올리니스트 헬렌느 주르당 모랑주 사이에 싹튼 우정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되었다. 라벨은 1923년 작업을 시작하였지만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완성을 포기하였다. 그는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더 우울하다'고 친구에게 전했다. 라벨이 우울증에 빠지지 않고 좀 더 생산적인 상태에 있을 때에도 그의 완벽주의가 작품 진행 속도를 늦추었다. 그의 학생 마누엘 로젠탈은 라벨이 소나타의 피날레 부분을 태운 것을 기억한다고 했다. 


1927년 곡이 완성되었을 즈음 주르당 모랑주는 류머티즘을 앓고 있어서 연주를 할 수 없었다. 그리하여 결국 라벨이 피아노를 치고 조르주 에네스코가 바이올린은 맡아 초연되었다. 이 소나타는 라벨의 재치 넘치고 활기찬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제1악장 Allegretto 기쁨에 찬 순수함을 암시하는 활기찬 피아노 선율로 시작한다. 그러나 분위기는 빠른 속도로 전환되며 점점 변덕스럽고 환상적이면서 우수에 찬 느낌을 자아낸다.


제2악장 Blues, Moderato '블루스'에서 두 악기는 번갈아가며 밴조를 흉내낸다. 바이올린은 블루스 가수를 모방하듯 급격히 달려들다가도 부드럽게 미끄러진다. 변덕스러운 재치와 극적 면모를 앞세운 사운드는 이것이 라벨의 음악임을 확연히 말해준다. 

제3악장 Perpetuum mobile. Allegro 끊임없는 동작으로 표현되는 활기가 담겨있다. 바이올린이 전력 질주하는 동안 피아노는 주변을 초조하게 뛰어다닌다.





재미난 작품이었던 만큼 이 곡을 연주하시는 오현진 바이올리니스트 역시 몹시 흥미로웠다. 1악장에선 노란 프릴 원피스를 입고 즐겁게 춤을 추는 소녀가 떠올랐다가 점점 얼굴을 알 수 없는 형체로 변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2악장에서 오현진 님이 정말 재밌다 생각했는데, 어떤 느낌이었냐 하면 '블루스' 답게 뇌쇄적인 여성이긴 한데 모범생의 유혹 같았달까. 참 진지하고 착실한 뇌쇄인 것이다.ㅋㅋ 그래서 들으면서 혼자 즐거웠다. 하지만 중반 이후가 되자 점점 색이 짙어지기 시작하던데, 농후함이라기 보단 도취랄까, 그런 느낌이었다. 아, 내가 표현하면서도 이 표현이 설득력이 있을까 싶네. -_-;; 암튼, 기억의 저장이니 내 느낌을 저장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오현진 님의 연주는 깨끗하고 매끈하다는 인상이다. 3악장은 위의 영상을 들어도 알듯이 처음엔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 같았다. 어휴, 손동작 보는 재미가 아주... 근데 참 실수를 않으시던. 일행은 혹시 절대음감이 아니실까, 하는 추측을 했을 정도로 모든 음이 정확하고 명쾌했다. 테크닉이 훌륭한 연주자가 한 분 귀국하셨구나! 잘 되셨으면 좋겠다.








Camille Saint-saens - Introduction and Rondo Capriccioso, Op. 28


프랑스 파리 태생의 뛰어난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오르가니스트인 생상스는 20세기까지 속한 인물이다. 그러나 그의 방대한 양의 작품들은 거의 대부분이 19세기 음악양식과 경향을 따르고 있다.


오늘 연주되는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 작품번호 28>은 1868년에 완성되어 4년 후 파리에서 초연되었다. '찌고이네르바이젠'의 작곡가 사라사테의 연주를 보고 이 바이올린의 명수에 완전히 매료되어 사라사테를 위해 작곡하여 헌정한 곡이다. 이 곡은 독주 바이올린과 관현악을 위한 단악장으로 된 소품으로, 원래는 생상스의 <바이올린 현부곡 제1번>의 피날레로 구상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마음을 바꾸어 독립된 곡으로 완성시켰다. 이후 관현악곡으로 된 원곡을 작곡가 비제가 피아노 반주로 편곡하였다. 이 곡에 특별히 Capriccioso라는 이름을 붙이게 된 것은 경과구들이 매우 기교적일 뿐만 아니라, 자유로운 흐름과 Caprice의 성격이 강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이 곡은 사라사태 풍의 화려한 바이올린의 기교가 짙게 깔려 있다.


또한, 아주 화려하고도 고도의 테크닉을 필요로 하는 곡으로 잘 알려져 있다. 생상스는 감정적인 것을 무척 혐오했는데, 당시에는 감정의 폭풍이 이는 낭만주의의 질품노도의 시대로 격렬한 감정과 폭발적인 열정의 소유자인 독일의 바그너가 그 위세를 떨치고 있었다. 그런 독일의 낭만주의는 프랑스에까지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생상스는 감정과잉과 극도의 사실성에 빠진 당시의 독일 낭만주의에 대항해 본래의 특질을 갖춘 밝고 맑은 음악을 표방하였다.


더불어 이 작품은 연주자로 하여금 극도의 테크닉과 극한의 표현력을 요구하고 있으며, 생상의 작품인 프랑스적인 우아함과 기품있는 정서로 가득 차 있어 널리 연주되는 곡 중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인터미션 때 2부곡들의 설명을 읽다가 피식, 웃었다. 내가 첫곡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21번에서 느꼈던 감상을 그대로 이 생상의 곡 노트에 옮겨 적으신 줄 알았거든. 그래서 생각했다. 이것이 오현진 바이올리니스트의 특징이겠구나. 감정의 과잉을 배제하고 뛰어난 테크닉과 깨끗한 음으로 우아함과 기품을 표현하는 것. 





그랬는데 생상의 이 곡에서는 좀 더 감정적인 느낌이 나는 것 같아서 놀랐더랬다. 어? 감정적인 표현을 할 수 없었던 것이 아니라 절제하신 거였구나 싶었던. 전체적으로 모범생 다운 착실하고 성실한 준비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정성스런 연주였다. 그리고 마지막 곡에서는 감정의 분출도 느낄 수 있었던 만큼 앞으로 어떻게 감정을 다루어주실지가 기대되는 멋진 연주자라 생각한다. 앵콜곡 타이슨 명상곡도 좋았습니다.


연주 자체로는 흠잡을 것이 없는 공연이었다. 관객매너가 참... 별로였는데(앞줄에 앉은 아이는 계속해서 엄마와 잡담을 나누며 왔다갔다하는 바람에 눈을 감고 들어야 했으며, 박수매너야 뭐... 여기저기서 계속되는 기침과 잡음, 아...), 아무래도 초대권으로 온 지인들이 관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규모 클래식 독주회의 특성상 감안해야 하는 부분이긴 하지만, 솔직히 어제의 관객에겐 아까운 연주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박수 치는 때를 알 수 없다면(나도 예습하고 가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남들 박수 친다고 따라 치지 말고, 연주자가 인사를 할 때 치면 됩니다. 연주자에 따라 악장 사이가 아니라 곡 사이에도 박수를 받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작년 발렌티나 리시차와 백건우 님이 그러하셨고, 올해 본 공연으로는 지용 님이 그러했다), 일어나 인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박수를 받지 않고 좀 더 감정을 다음 연주로 이어가겠다는 것으로 해석하면 좋을 것이다. 그러니 기본적으로는 악장 사이에는 박수를 치지 않고 곡이 끝나면 박수를 치는 것이 매너이나 연주자의 의도를 존중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니, 연주자가 인사를 하면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도록 합시다.


필요 이상의 수다지만 평소 하고 싶었던 말이었다.


오현진 바이올리니스트의 훌륭하게 준비된 연주, 정말 잘 들었습니다. 일행과 함께 '이 분은 뭘 해도 하겠다' 싶었는데, 앞으로 정말 잘 되셨으면 좋겠다. 이 연주 때문에 유니버설발레단의 3일차 <발레 갈라>를 포기해야 했어서 속이 쓰라렸는데,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던 공연이어서 기쁘다. 오죽했으면 후기 안 쓰려 했던 내가 굳이 이렇게 앉아 후기를 쓰고 있을 정도니. 정성스럽고 멋진 연주 잘 들었습니다.










풀려 있는 영상이 별로 없네. 앞으로 좀 더 많은 영상으로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