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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formance

[연주회] 2018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실내악 시리즈 @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by Vanodif 2018. 3. 9.





*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 홈페이지: 

http://www.koreansymphony.com/program/concert/view.do?menu_idx=8&viewCd=05&concertIdx=1506



* 예술의전당 홈페이지: 

https://www.sacticket.co.kr/SacHome/perform/detail?searchSeq=33511



2016년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상주작곡가로 선정된 김택수, 박명훈 작곡가의 작품이 3월 10일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연주된다. 이들의 작품은 이미 2017년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정기연주회에서 두 차례 오케스트라 곡으로 연주된 바 있다. 3월 10일에는 소편성 오케스트라를 위한 작품이 IBK챔버홀에서 연주된다. 



[프로그램] 


1부 


알프레드 리드 Alfred REED - 콘체르탄테 모음곡 Suite Concertante for string orchestra 

Prelude and Fugue 

Siciliana Notturno 

Scherzando Espagnole 

Chorale 

Toccata la Rocca 


보이치에크 킬라르 Wojciech Kilar - 오라와 Orawa 



2부 


박명훈 - 물어뜯긴 가구 (2016 상주작곡가 작품 세계 초연)


김택수 - 국민학교 환타지 (2016 상주작곡가 작품 세계 초연)







* 파란색은 프로그램 노트의 설명이다. 설명이 너무나 근사한데, 난 연주를 들을 땐 이 설명을 읽지 않았다. 보통 설명을 미리 읽는데 이상하게... 미리 전혀 읽지 않고 들었다. 그래선가, 설명과는 영 엉떵하게 상상한 부분도 있지만 그래서인지 더 재미나게 상상한 건지도 모르겠다. 유익하고 다정한 프로그램 노트입니다.



알프레드 리드 Alfred REED - 콘체르탄테 모음곡 Suite Concertante for string orchestra 

Prelude and Fugue 

Siciliana Notturno 

Scherzando Espagnole 

Chorale 

Toccata la Rocca 



알프레드 리드(1921-2005)는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실내악단 등을 위한 200곡이 넘는 작품들을 출판한 작곡가이자 지휘자로 활동했다. 제2차 세계대전 시절 군악대에서 연주하기도 했던 그는 미국의 명문 줄리아드 음악학교에서 공부한 후 방송국에서 작곡가 겸 편곡자, 음악출판사 편집자, 마이애미 대학교 음악대학 교수로 일하며 여러 작품들을 발표했다.


그의 작품들은 옛 음악양식을 현대적으로 소화해내고 있어 청므 들어도 낯설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온르 연주되는 이 곡 또한 현대적으로 재해석해낸 신고전주의 사조에 속하기 때문에 듣기에 어렵지 않다. 이 곡은 1977년 작품으로 17-18세기 바로크 시대에 유행했던 춤 모음곡 양식을 갖추고 있다. 전주곡과 푸가로 시작해 몇 곡의 춤곡, 찬송가 풍으로 이어져, 언뜻 들으면 바로크 시대 작품처럼 들리지만, 복잡한 리듬, 다채롭고 현대적인 표현은 결코 시대에 뒤떨어진 느낌을 주지 않는다.


제1곡 전주곡과 푸가: 바흐의 작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식을 따르지만,. 도입부의 전주곡에서부터 (알레그로 에네르지코 Allegro energico 빠르고 정력적으로)의 강력한 음악으로 시작하는 데다 4박자와 3박자를 오가며 리듬의 유희가 나타나고 있어 바로크 시대의 단순한 전주곡과는 차이가 있다. 곧이어 여러 성부들이 하나의 선율을 모방해가는 '푸가'가 시작되면 바이올린이 주제를 연주하고 제2바일린이 모방하고, 비올라, 첼로 등이 그 뒤를 따르면서 복잡한 푸가가 펼쳐진다. 박자의 변화와 변화무쌍한 리듬이 한결 역동적인 느낌을 전해준다.


제2곡 시칠리아나 노투르나: 시칠리아 지방의 옛 춤곡 리듬을 바탕으로 한 편안한 춤곡으로, 곡명에 'Notturna'(밤의)라는 말이 들어있는 만큼 고요하고 신비로운 밤의 정취도 느껴진다. 또한 이 곡은 노래하듯 서정적인 선율이 잘 살아있는 곡이다.


제3곡 스케르찬도 에스파뇰: 교향곡의 스케르초 악장이 연상되는 해학적인 곡이다. 도입부와 후반부에서 작곡가는 스페인 풍의 느낌을 가미하고자 했던 것 같다. 현악 주자들이 스페인 대표 현악기인 기타를 연주하듯 활 대신 손가락으로 줄을 튕기며 리드미컬한 연주를 들려준다. 또한 이 곡의 악보엔 8분의 10박자라는 흔치 않은 박자표가 보이며, 한 마디 안의 8분음표 10개는 각기 '3+3+2+2'의 조합으로 연주되며 리듬의 묘미를 전해준다. 이 악장 중간 부분에선 더블베이스를 제외한 현악기들이 긴 음표를 연주하며 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면 더블베이스 주자가 마치 기타 연주자처럼 줄을 튕기며 자유롭게 연주한다. 곧이어 첼로의 인상적인 솔로 연주도 들려온다.


제4곡 코랄: 찬송가 풍의 경건하고 명상적인 음악으로 풍요로운 화음과 장엄한 선율의 감동을 느낄 수 있는 느린 곡이다.


제5곡 토카타 라 로카: 자유로운 환상곡 풍의 빠른 곡이다. 도입부에서 8분음표가 반복되며 역동적인 맥박을 만들어내면 힘찬 주제가 연주되면서 본격적으로 악상이 전개된다. 미국의 서부 개척시대를 다룬 영화음악이라 할 만한 도입부를 지나 바이올리니스트가 감성적 선율을 들려준다. (글: 음악평론가 최은규)





2015 CCSD 9/10 HS Honor Orchestra 

Suite Concertante 

I. Prelude and Fugue 

II. Siciliana Notturno 

IV. Chorale 

V. Toccata La Rocca 

Composer: Alfred Reed 

Conductor: Mr. Bruce Walker


캬...! 멋진 곡이다! 근데 3번이 없어?


→ 지휘자 없이 악장 님 지휘로 하프 한 대와 현악파트로 연주가 이루어졌는데, IBK챔버홀이라 규모가 작은 만큼 위 동영상의 웅장한 느낌 보다는 아래 동영상의 아기자기하고 소담한 느낌이 날 것이라 기대했다. 근데 웬걸, 첫음 시작하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콘서트홀이 아니라 IBK챔버홀이라는 공간의 규모여서 더욱 웅장했더 걸지도 모르지만 정말 훌륭했다. 모든 파트가 일사불란하게 한 소리를 내는데, 마치 모든 악기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끈이 연결되어 있어, 모든 활들이 동시에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소리를 내는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동영상으로 예습을 했지만 비교할 수 없게 좋았다. 전체적으로 1부의 두 곡은 성경의 창세기를 떠올리게 했는데, 1악장의 웅장한 서곡으로 천지를 만들겠다는 신의 결단과 선언이 멋드러지게 공표되나 하면, 2악장의 섬세한 선으로 하나하나 빛을 뽑아내고 어둠을 나누고 하늘과 땅을 분리하고 바닷물을 모으고 하는 그런 장면이 너무나 자연스레 떠올라서 정줄 놓고 눈 앞에 벌어지는 환상의 감각들을 즐겼다.





위의 동영상에서 상실된 3악장 Scherzando Espagnole 이다. 물론 이 연주와 비교도 안 되게 코심 연주는 멋있었다. 이 장면에서 이것저것 생명체들을 창조하는 손길이 연상되었는데, 여기저기 생동감과 위트가 느껴져 즐거웠다. 모든 현악파트의 피치카토를 직접 들은 건 처음인데 재미난 느낌이던데? 가야금 같기도 한데  또 다르기도 하고. 그러다 도중에 레가토가 펼쳐지는 부분에선 드디어 진흙에서 인간이 창조되는 순간이었달까. 그러다 다시 이어지는 피치카토에선 마지막 피조물을 본 선배 피조물들의 웅성거림과 호기심에 찬 시선 등이 떠올라 또 혼자 키득. "저것 봐, 쟤가 인간이래." "어? 창조주의 형상과 닮았네?" "귀엽다" "에이 좀 덜 떨어진 듯" "그럐도 예뻐해줘야지" 등등 수군수군 ㅋㅋ 너무너무 재미난 연주였다.


4악장에선 신이 인간을 데리고 다니면서 세상과 창조물들을 보여주며 이름을 부르게 하는 장면, 그리고 인간에게 신의 의도를 설명하는 모습이라든가. '세상에 나와 같은 피조물은 나 뿐이구나' 외로워하는 인간을 위해 잠든 인간에게서 뼈를 취하여 짝을 만들어 보여주는 모습 등. 그러다 이어지는 5악장은 들으면서 학에회나 합창대회 등에 나올 법한 곡이다 싶었는데, 역시 그런 모범적이고 상쾌한 에너지를 발하는 곡으로 만물과 함께 창조의 성공과 영광을 칭송한다... 뭐 그런 뻔하지만 놀랍도록 구체적인 연상을 가능케하는 연주에 충격을 받았다. 예습하면서 위 아래 영상들을 여러 번 보고 들었을 땐 전혀 상상도 못했던 연상이었거든. 코심의 연주를 들으면서 비로소 떠올랐던 것들이다. 지금 이렇게 다시 영상들을 재생해도 공연장에서 만큼의 또렷한 연상은 되지 않는 만큼 신나고 즐거운 연주였다.










보이치에크 킬라르 Wojciech Kilar - 오라와 Orawa 



보이치에크 킬라르(1932-2013)는 폴란드 출신으로 특히 영화음악 분야에서 큰 업적을 남겼다. 그가 작곡한 대표적 영화 음악인 <드라큘라(1993)>는 미국 작곡가 협회로부터 상을 받은 것을 비롯해 여러 권위 있는 음악상에 노미네이트되었다.


킬라르의 <오라와>는 1986년에 완성된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교향시다. '오라와'라는 말 자체는 폴란드와 슬로바키아 사이의 고지대를 뜻하는 말인데, 고지대의 목초지를 뜻하는 폴란드어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막상 음악을 들어보면 양들이 뛰노는 고지대의 평화롭고 한가로운 분위기가 떠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킬라르는 우리가 예상하는 방식과는 전혀 다른, 현대적 방식으로 자연의 질서와 하모니를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 곡에 대해 이런 말을 남겼다.


"<오라와>는 음표 하나 안 고친 나의 유일한 작품이다. 이 작품을 여러 번 보았음에도 나는 고칠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나는 이 곡에서 내가 얻고자 투쟁한 것을 이뤄냈다. 즉 킬라르가 해낼 수 있는 최고의 가능성 말이다."


실제로 이 곡은 작품의 구성 면에서나 표현력에 있어서 매우 뛰어나며, 다듬어지지 않은 날것 그대로의 자연을 매우 현대적이고 독창적으로 표현해낸 수작이다. 이 곡은 모두 세 부분으로 나뉘며 각 부분은 리듬과 화성에 있어 서로 다른 성격을 보여준다. 제1부는 처음에 7음으로 구성된 짧은 선율의 단편이 바이올린에 의해 반복되며 시작하고 점차 다른 악기들이 연주에 참여하면서 소리의 강도가 더욱 거세어진다. 제2부는 처음에 제시됐던 선율의 단편을 바탕으로 새로운 악상이 펼쳐지고 첼로 솔로도 들려온다. 제3부에서는 처음의 선율적 단편이 확장된 형태로 연주되며 점차 역동적으로 변모해가면서 후반부에선 압도적인 긴장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마침내 종결부에서 잠시 템포가 느려지며 포르티시시모(ffff)의 강한 합주로 장대한 결말에 이르는 듯하지만, 뜻밖에도 마지막엔 연주자들이 "헤이"라고 외치며 갑작스럽게 곡을 마무리한다. (글: 음악평론가 최은규) 






예습할 때 위의 곡과 이 곡을 들으면서 '연주하기에 신나는 곡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실제 연주자들께선 어땠는지 모르겠으나 보기엔 정말 즐거워 보이셨다. 그리고 이 곡은 예습할 땐 엄청난 반복이 좀 따분하다 싶었는데, 실제 연주에선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이 곡에서 연상되었던 것은, 그렇게 창조된 피조물들의 2세 번식. 나무에서 새순이 나오고 잎이 나오고 바람이 불고 씨가 날리고 그 씨가 다른 땅에 닿아 다시 순을 틔우고... 그러다 새들이 알을 낳고 알에서 새끼가 태어나고, 그러면서 여기저기서 다람쥐가, 염소가, 사슴이, 사자가, 코끼리가... 그러다 갓태어난 새끼들의 조용한 심장박동 소리... 또 다시 시작되는 생명들의 탄생소리와 에너지. 그러다 심상찮게 첼로 독주가 진행되면서 남다른 탄생을 예고한다. 두둥, D라인의 배를 쓰다듬던 이브가 황홀한 출산을 한다... 는 사실상 비성경적인 이미지입니다? 이브의 출산은 죄에 대한 벌로 주어진 고통이었거든. 근데 뭐, 떠오른 건 저런 이미지였던 거여서.;; 아, 암튼, 출산을 한 이브의 아이에게 신의 은총 같은 햇살이 비치고, 아이가 방긋 미소를 짓는다. 그러는 와중에 뒤에서는 뭔가 음산한 음모가 진행되기도 하는 것 같지만, 전체적으로 생명들의 탄생이 점점 폭주하기 시작하는데, 나중에는 그 감당키 힘들 정도의 번식으로 인해 머리가 복잡해지고 '이건 아닌 거 아냐?' 싶어 당황하다가 두, 두려움에 떨게 되는데, 그때 밀려오는 알 수 없는 무언가 에너지의 융합 내지는 대결구도 끝에 어찌 되었건 끝이 남. 그리고 찬란한 햇빛이 비치다 물음표 하나를 날리며 끝난다.


뭐... 혼자 논 겁니다. 코심의 연주는 이런 상상에 빠지게 만들었을 정도로 훌륭했다. 간만에 연주 들으며 실컷 놀았다. 전시회에서 이렇게 논 것도 오래된 것 같은데, 연주회에서 이러고 놀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어. 훌륭하고 재미난 연주, 고맙습니다. 정말 잘 들었어요.








박명훈 - 물어뜯긴 가구 (2016 상주작곡가 작품 세계 초연) 

Myunghoon Park - angenagte Mobel for Chamber Orchestra

1. 가구를 망가뜨리며 신난 강아지들

2. 꿈속에서도 갉아 먹는...

3. 일상의 반복적 시간



제목은 '물어뜯긴 가구'라는 뜻으로 작곡자가 키우는 두 마리 강아지와의 일상을 소재로 작곡한 작품이다.


반려견은 분명 사랑스럽고 즐거움을 주지만 예기치 못한 상황들이 존재한다. 작곡자는 현재 두 마리의 강아지를 키우고 있다. 한참 자라는 시기인지라 그들끼리만 집에 남겨졌을 때 집안의 가구들을 가만두지 않는다. 특히 나무나 천으로 된 가구들은 성한 것이 없다. 처음엔 화도 나고 망가진 가구들로 속항했지만, 매번 강아지들을 혼내거나 가둬 놓을 수도 없다. 반복하여 망가지는 가구들을 보면서 야단을 치지만 주인을 반기고 애교 피우는 강아지들과 또다시 잘 지내는 연속된 패턴을 보게 되었고, 이러한 내용을 음악으로 공유하고 싶었다. 강아지를 키워본 이들은 충분히 공감하리라 생각된다. 반복과 음색대비, 리듬의 율동성을 주된 요소로 사용하면서 강아지들의 행동, 소리, 움직임의 속도와 방향 등을 음악으로 치환하여 표현하였다.


1악장 가구를 망가뜨리며 신난 강아지들: 초반에서 소개되는 소리들은 제시의 성격으로 구성되어 차츰 발전하며 이 작품의 음악적 성격을 결정짓는 역할을 하고 있다. 내용으로 보자면 가구가 갉히고 뜯기는 것을 묘사하고 강아지들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짧은 트릴을 자주 사용하면서 악동스러움을 표현하고자 했다.


2악장 꿈속에서도 갉아먹는...: 음악의 진행이 상대적으로 느리고 고정된 음고 보다는 글리산도를 통한 움직이는 음고를 통해 몽롱하고 비현실적인 상황을 표현라려 했다. 주인이 없는 집에 남겨진 두마리 강아지들의 생활을 상상하며 작업하였고 잠이 들어 꿈속에서도 가구를 갉고 있는 장면을 표현하였다.


3악장 일상의 반복적 사건: 여러 장면이 섞여 배치된 구조로, 특정한 섹션이 악장 전체의 음악 안에 삽입되어 있는 형태이다. 신나게 물어뜯었던 강아지들은 주인이 집에 돌아와 혼났지만, 다시 일상의 평화로운 분위기가 나타나는 반복 형태로 묘사된다.


챔버 오케스트라를 위한 이 작품은 오케스트라의 민첩한 연주가 요구되고 피아노가 포하되어 망치, 피크, 고무 등 다양한 도구들을 사용하여 얻어지는 특수 소리를 곳곳에 사용하였다. 이는 듣는 이로 하여금 각자의 상상력에 따라 공감대를 형성하며 상황전개가 머릿속에 그려지게 하기 위함이다.



동영상을 찾을 수가 없어 얼만큼 구체적인 복기가 가능할 지 모르겠지만.ㅠ 별별 악기가 다 등장했던 곡이 신기했다. 일단 피아노 뚜껑이 뜯겨 있었고ㅡ피아노 자체가 가구로 변신한 셈이다ㅡ그 피아노의 현을 장갑을 끼신 손으로 긁다가 뜯으셨... 뒤에 팀파니와 스네어 드럼, 라쳇과 슬라이스벨 등 평소 볼 수 없는 악기들이 다 있었는데, 그것이 이 곡에서 쓰였던가 아래의 김택수 님의 곡에서 쓰였던가 모르겠다. 암튼 신기한 악기들의 대거 출연에 어리둥절했다. 뒤의 타악기 두 여성 연주자분들 이리저리 자리 옮기시며 여러 악기 소화해 내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강아지들이 온통 난리 부리며 집안을 뛰어 다니다가 이것저것 넘어뜨리고 망가뜨리고 하는 장면이 잘 연상되어 즐거웠다. 근데 아무래도 동영상이 없으니 자세히 기억하기 쉽지 않네.







김택수 - 국민학교 환타지 (2016 상주작곡가 작품 세계 초연)

Texu Kim - Kookminhakgyo Fantasy for Chamber Orchestra



이 곡은 작곡가가 근 몇 년간 국내외에서 활동하며 꾸준히 고민하고 연구하는 21세기 한국 작곡가로서의 정체성과 음악으로의 반영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이다.


제목이 시사하듯, 이 곡은 80-90년대의 국민학교 세댸가 공유하는 기억들, 특히 초등학교로 명칭이 바뀌기 전 국민학교에서 보편적으로 접했던 음악적 소재들(소리, 악기, 노래, 선율 등)에 관한 작품들이다.


1악장: 국민학교에서 매일 듣던 '국민체조'(김희조 작곡)를 주요 소재로 한다. 곡이 전개되면서 다양한 동작들이 음악화되어 나타나기도 하고 쇼스타코비치 풍의 기괴한 행진곡이 나타나기도 한다. 또 쉽게 연상 가능한 운동회의 풍경 또한 뒤따른다. 숨어 있는 응원가들을 찾아 듣는 것도 이 곡의 재미이다.


2악장: 지금까지도 널리 사랑받는 동요 '섬집아기'(작사 한인현, 작곡 이홍렬)를 주요 소재로 꿈꾸는 듯한 분위기로 시작한다. 작곡자는 한국인들이 갖는 섬집아기의 상징적 의미, 무의식적으로 불러 일으키는 구슬픈 감정 등에 대해 고찰하며 후반부에서 이러한 다양한 생각과 감정들을 보다 현대적이고 극단저긍로 담고자 하였다.


3악장: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에서 착안하였다. 팀파니로 표현디는 술래가 부르는 노래. 술래를 제외한 악기들이 숨을 죽이고 불규칙적인 속도로 놀이의 규칙을 표현하느 등 즐거움과 긴장감이 반영된다. 음악이 전개되며 다른 몇 가지의 술래잡기 놀이가 교차하고 다같이 흥겹게 노는 것으로 음악이 마무리 된다.


주요 소재와 인용된 선율/ 노래 외에도, 국민학교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던 풍금, 멜로디언, 리코더, 캐스터네츠 등 작곡자의 가장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는 사몰놀이 등이 곡 전반에 걸쳐 사용된다. 이는 빠른 변화로 현대 한국에서 사라지는 것들을 포착하기 위한 필자의 노력이고, 필자는 여기에 기억을 살짝 기괴하게 비틂으로써 '기억의 재구성/재해석'이라는 마지막 층을 더햐였다. 연주자와 청자들에게 즐겁고 의미 있는 초현실적 시공간 여행이 되길 기대해 본다.



음... 지금 이 프로그램 노트를 베껴 적으면서 계속 놀라고 있다. 앞서 썼듯이 이번 공연에선 이상하게 내가 미리 프로그램 노트를 읽지 않았다. 어린 아이 관객이 유난히 많아 신경이 쓰이기도 했고, 특히 뒤와 옆자리의 어린이 관객들이 연주 내내 너무 시끄럽고 말이 많고 의자를 불편하게 했기 때문에 평소보다 에너지가 몇 배로 나가는 바람에 쉬는 시간엔 그냥 쉬어야 했다. 딱히 그 이유에서만 노트를 읽지 않은 건 아니었겠으나, 왜인지 이번엔 프로그램만을 확인하곤 노트는 들여다 보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옯겨 적으면서 내가 느꼈던 모든 것이 다 적혀 있는 걸 보고 너무 놀란 거다. '섬집 아기'와 팀파니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는 그냥 들으며 혼자 웃었던 부분인데, 그 부분도 있고. 심지어 '사물놀이' 표현까지 있는 걸 보고 정말 놀랐다. 곡을 들으며 '국민학교로 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생각을 했는데, 옛날 학교의 세계로 빠져든 앨리스 앞에 풍금이니, 멜로디언이니, 리코더니, 체육 시간 등 낯선 것들이 환상 속에 펼쳐지고 그런 것들의 이미지가 커지면서 그 속에 휘말려 이런저런 감정을 모험처럼 즐기다가 결국 꿈에서 깨는 모습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그랬더니 맨 마지막에 '즐겁고 의미 있는 초현실적 시공간 여행이 되길 기대해 본다'라는 멘트까지. 와...! 이야 말로 완벽한 작곡이 아닌가! 가만 보자. 김택수 작곡가시면 지난 번 들었던 <이은지 하프시코드 독주회>에서 세계초연이었던 샤콘느 코렌느를 작곡하신 분이 아닌가! 그때도 조선의 제주도에 표류한 네덜란드인 하멜의 모습과 현지인들의 알 수 없는 한국어에 어리둥절한 모습 등이 구체적으로 연상되어 신기했더랬는데. 아...! 멋진 한국의 작곡가시구나! 앞으로 김택수 님의 곡을 더욱 신경 써서 듣게 될 것 같다. 훌륭한 작곡가를 한 분 알게 되어 기쁩니다. 그리고 그 휼륭한 곡을 너무나 멋지게 연주해주신 코심분들, 특히 완벽한 연주가 가능케 해주신 아름다운 진솔 지휘자 님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즐거운 연주였어요.



※ 두 곡은 세계 초연이니 동영상을 찾을 길이 없다.